영랑시집/강선대 돌바늘 끝에

강선대 돌바늘 끝에
하잔한 인간 하나
그는 버얼써
불타오르는 호수에 뛰어내려서
제 몸 사뤘더라면 좋았을 인간

이제 몇 해뇨
그 황홀 만나도 이 몸 선듯 못 내던지고

그 찬란 보고도 노래는 영영 못 부른 채
젖어드는 물결과 싸우다 넘기고
시달린 마음이라 더러 눈물 맺혔네

강선대 돌바늘 끝에 벌써
불사뤘어야 좋았을 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