密會[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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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처럼 창경원 연못가에서 기다리고 있을 지운을 생각하면 하루하루 자기의 목숨이 줄어드는 것 같은 심신의 수척을 영심은 보는 것이다. 잠을 이루지 못하고 꼬박꼬박 영심은 밤을 새왔다. 신경은 차차 예민해지고 안색은 창백해 갔다. 바늘방석에 앉은 사람처럼 비참한 삶을 간신히 유지하였다.

어쨌던 한번 만나는 봐야겠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영심에게 있어서는 밤의 생각과 낮의 생각이 판이하게 달랐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밤에는 그처럼 순수하게 불태우던 연모의 정도 일단 아침을 맞이하여 눈부신 태양을 바라보게 되면 한낱 전설이나 신화인양 희미해진다. 그 눈부신 햇볕 속에 현실은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그 현실 속에 아버지 오 진국씨의 근엄한 얼굴이 있었다. 남편 허 정욱의 성실한 얼굴이 있었다. 그러한 얼굴들이 영심의 순수한 연모의 정을 쇠사슬로 자꾸만 칭칭 감아 놓고 얽어 놓는다. 그 얽어 매어 놓은 쇠사슬에서 영심은 몸부림을 치며 벗어나 보려고 하였다.

그 쇠사슬을 끊어 버리기에는 영심의 힘이 모자랐다. 그러다가 마침내 오정의 사이렌이 나고 한 시, 두 시, 세 시, 네 시,……이렇게 시간이 경과하게 되면,

『아아, 오늘도 그이는 기다림에 지친 몸으로 터벅터벅 돌아가겠지!』

부엌 구석이나 이층 자기 방에서나 사람의 눈이 없는 데를 찾아다니면서 영심은 조용히 울었다.

영심은 출판기념회 때의 광경을 곧잘 생각했다. 비평가의 축사와 임 지운의 답사와 그리고 남편의 감상담을 생각했다. 밤에는 주로 비평가와 지운의 논리에서 영심은 진실을 발견했고 낮에는 주로 남편의 논리에서 참됨을 발견했다.

『여주인공은 감정의 진실을 버리고 지성의 진실을 택했읍니다.』

남편 허중령의 논리의 중점은 거기 있었다. 감정의 진실만을 진실이라고 보는 소아적인 예술가들을 허중령은 공박하고 인류와 더불어 개인을 구제할 수 있는 좀더 커다란 지성의 진실에서 대아(大我)를 찾아야만 한다고 하였다. 자기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려는 소아의 세계와 자기 감정의 희생을 요청하는 대아의 세계 ― 이 두 개의 세계는 예술가와 경륜가(經倫家)의 사상적인 대립을 결과적으로 가져왔다. 영심은 지금 이 두 개의 세계에서 빈사의 고민을 고민하고 있었다.

임 지운이나 허중령처럼 인생관의 뿌리가 깊이 박혀쳐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고민의 대상은 단지 수단과 방법 뿐이었지만 그러나 오 영심은 그렇지가 못했다. 서로 상극되는 이 두개의 세계 중에서 어느 편이 그 가치 기준에서 좀더 높은 자리에 위치하고 있어야 하는지가 절실히 알고 싶어 졌다.

『죽는다는 것은 그리 힘든 일이 아니지요.』지나간 날, 창경원에서 지운이와 헤어질 때 한 영심의 말이었다. 그리고 오늘 이 경우에 있어서 자기 감정에 충실할 수 있다는 것은 영심에게 있어서는 오히려 용이한 일이었다. 거기에는 실로 감미롭고도 강렬한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죽는 것보다도 더 힘든 일……』

거기에 허 중령의 세계가 있었고 허 중령의 세계의 발판이 되어있는 인류 삼십 억의 대중의 지시를 받고 있는 이상향(理想鄕)이 있는 것이다.

『그이를 만나자!』

영심은 시계를 들여다보며 옷을 갈아 입었다. 이것은 오 영심의 낮의 생각이었다. 영심의 밤의 생각은 순전히 지운이가 그리워서 만나 보고 싶어했을 따름이었지만…… 그것은 출판기념회가 있은지 나흘째 잡히는 어떤 눈 내리는 날의 일이었다.

허중령은 오늘도 국방부에 나가고 없었다.

아버지와 할머니에게는 거리에 좀 나갔다가 오겠다는 말을 남겨놓고 영심은 눈오는 경학원 마당으로 나섰다.

영심은 다소 마음이 용기를 얻고 있었다. 이때까지는 지운이가 하도 보고 싶어서 지운과 만날 생각만 해도 그것은 불순한 밀회와 같아 세상이 갑자기 좁아지면서 아버지와 남편의 얼굴이 휘익하고 영심의 눈앞에 확대되어 오곤 하였다. 그리고 그러한 연정만 가지고 만난다는 것은 자기들 세 사람의 운명의 관(棺)에 최후의 못질을 하는 것 같아서 무섭다기 보다도 그만한 마음의 준비가 결정적으로 장만되어야만 했었다.

그러나 오늘 이처럼 지운을 만나러 나서는 행동의 추진력은 소위 불순한 밀회를 위한데 있는 것이 아니고 인생관의 피력에 있다는 마음의 발판을 영심은 얻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이가 보고 싶어서 가는 것이 아니야! 내 생각을 말하러 가는 거야!』

영심은 마음속으로 그 한 마디를 자꾸만 되풀이 하며 걸었다. 전찻길에 나설 때까지는 실로 수십번이나 되풀이하여 본 영심이었다.

『되풀이가 너무 지나치다.』

영심은 후딱 자기 마음속의 비밀이 탄로 난 것처럼 얼굴을 붉혔다.

『아니야! 절대로 밀회는 아니야!』

어쨌든 자기는 지운을 만나러 가는 뚜렷한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영심은 홱홱 두어 번 머리를 흔들었다. 흔드는 퍼어머에서 쌓였던 눈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 ― 스케트 합니다 ―』

창경원밖 기둥에 먹 글씨가 붙어 있는 것을 보고야 비로소 자기가 꿈 길에서만 생각하던 대담한 행동을 취하고 있었다는 자각이 명백히 왔다.

표를 사는데 정오의 사이렌이 뚜우 하고 부렀다. 눈을 털면서 영심은 안으로 들어 섰다. 중학생 서너 명이 스케트를 들고 영심의 앞을 우쭐대며 걸어가고 있었다.

두 치는 넉넉히 쌓인 눈길을 영심의 연못을 향하여 조용히 걸어 들어갔다.

죄 의식을 분명히 느꼈으나 얼마 전처럼 그것을 중대히 취급하기를 영심은 거부했다. 용건이 있어서 찾아 온 자기였기에…

바람은 없다. 소복 소복 내리는 눈밭 속에서 학생들은 까마귀 떼처럼 미친 짓을 하고 있었다.

벚나무 밑 벤치는 비어 있었다. 그리고 걸어가서 한참 동안 두리번거렸으나 지운은 보이지 않았다. 못가에 우두커니 서서 또 한참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 영심씨!』

등뒤에서 지운이가 나타났다. 지금 막 들어오는 길이었다.

『와 주셔서……감사합니다!』

어린애처럼 지운은 기뻐했다. 모자는 없이 외투 깃을 지운은 세우고 있었다.

『여러 날……여러 날 기다리셨지요?』

그처럼 창백하던 영심의 얼굴이 확 붉어지며 시선이 툭 떨어졌다,

『네…… 그렇지만 언젠가 한번은 꼭 와 주실줄로 믿고……저어, 어디 좀 앉으실 데가 있으면 좋겠는데요.』

겨울철이라서 원내의 매점은 모두 페쇄되어 있었다.

『괜찮아요. 눈이……눈이 와서 오히려 좋아요.』

눈을 좋아 하는 마음은 지운에게도 있었다.

『그럼 저리……좀 걸어 보실까요?』

하얗게 눈을 인 머리를 지운은 손으로 쓰러 올렸다.

『네 ―』

둘이는 눈을 맞으며 유원지 옆길로 나란히 걸어갔다.

『제 책 읽어 보셨읍니까?』

『네 ―』

그리고는 뚝 대화가 끊어진 채 식물원을 바라보며 묵묵히 둘이는 걸어갔다. 구분을 읽고 하므륵 하니 하늘과 땅은 뭉그러져 있었다. 소녀 시절에 본 어느 북구(北歐)의 그림 엽서를 영심은 문득 생각했다. 그 옆에서도 하얗게 눈을 이고 걸어가는 젊은 농부 부부가 있었다.

『상아(象牙)의 주렴(珠簾)!』

그런 표현 하나가 영심에게 왔다. 그 겹겹이 쌓인 흰 구슬발을 헤치며 둘이는 말없이 걸었다.

영심은 지운을 쳐다보았다. 지운도 영심을 바라보았다. 줄기를 이루운 눈송이가 얼굴에 내려앉기가 바쁘게 녹아버린다. 지운은 웃었다. 영심도 따라서 조용히 웃었다.

조화를 이루운 두 개의 감정이 그 조용한 웃음 속에서 완전히 용해되고 있었다. 온갖 질곡과 기반을 망각한 순간이 두 사람에게 온 것이다.

『얼굴이 젖었읍니다. 이걸루……이걸루 씻으세요.』

지운은 그러면서 외투 주머니에 손을 쑥 쓸어넣었다가 다시 뺐다. 다시 뺀 손길에서 희고 푸른 손수건 두개가 잡히어 나왔다.

『아, 이건……』

하나는 흰 수건이었고 하나는 한 쪽이 타다 남은 푸른 손수건이었다. 지운은 부드럽게 웃으며 푸른 손수건을 집어 다시 주머니에 넣어 두려는데 영심의 손길이 백어(白魚)의 연동(蠕動)을 지니고 조용히 뻗어 왔다.

『잠깐만 빌려 주세요.』

푸른 손수건을 영심은 집어 들고 펼쳐 보았다. 타다 남은 언저리가 지도의 구획선처럼 불규칙했다. 손때가 까맣게 묻어 있었다. 영심의 호흡이 가빠지며, 그 가빠지는 호흡을 감추려는 것처럼 손수건으로 얼굴을 덮어 물기를 꼭꼭 찍어 냈다.

『제가 빨아다 드렸으면 좋겠지만……』

그러나 그러려면 다시 만나야 할 것이 무서워서 영심은 손수건을 접어서 도로 내주었다.

『아닙니다. 일부러 빨지 않고 그대로 둔 것입니다.』

『그러세요?』

『빨면……빨면 그 소녀의 향기가 없어질 테니까요.』

영심은 말 없이 웃었다. 지운도 웃었다. 둘이는 또 묵묵히 눈 속을 걸었다.

『제 짧은 경험으로 볼 때, 연심(戀心)은 동심(童心)이라고 생각했읍니다.』

『알아 들을 것 같아요.』『제 나이가 벌써 삼십의 고개를 넘었는데……영심씨를 생각할 때는 꼭 철부지 어린애가 되어 버리지요. 모든 것이 아름답고 모든 것이 신비롭고……

그 아름다움과 신비로움 속에서 애정의 샘물은 끊임 없이 흘렀지요.』

자기가 할 말을 지운이가 대변해 주고 있는 것이라고 영심은 그저 표현을 잃은 절실한 동감 속에서 우수수 몸서리만 치고 있었다.

『愛人[애인]』을 읽고 저는 무척 울었어요.』

『고맙습니다, 영심씨!』

『제 마음과 너무도 꼭 같아서요.』

식물원 앞까지 둘이는 왔다. 유리가 조각조각 깨져나간 식물원안이 도깨비 당처럼 어수선하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영심은 허중령을 한 두 번 생각했으나 영심의 이 절실한 감정이 허 중령의 존재를 오랫동안 영심의 기억 속에 남겨 두지를 않았다.

『눈이 참 잘 오지요?』

영심의 이 한 마디는 결코 자연의 어여쁨만을 칭송하는 말이 아니었다. 겹겹이 쌓인 이 구슬발의 두꺼운 장막이 밤에 있어서 의 암흑의 그것처럼 영 심의 감정을 순수하게 길러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외계(外界)와 완전히 절연을 시켜 주고 있는 이 눈의 장막 속에서 영심은 현실 도피를 원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참 잘 오는군요. 영심씨는 눈을 좋아하십니까?』

『네, 무척……지운씨는?』

『저도 무척……』

둘이는 후딱 걸음을 멈추고 마주 쳐다 보며 또 웃었다.

『제가 생각하던 영심씨와 조금도 다름 없는 영심씨예요.』

『지운씨도 역시 조금도 다름없는……』

비로소 영심은 대담하게 시선을 들어 지운의 모습을 정면으로 빤히 쳐다보았다.

소리 없이 눈은 소복소복 그냥 내리기만 했다.

눈의 장막 속에서 둘이는 한참 마주 서 있었다. 외계와는 완전히 인연을 끊어 버린 아득한 장막 속이었다. 두 사람의 머리에도 어깨에도 눈은 담뿍 담뿍 쌓이어 있었다.

말의 기능을 잃어버린 사람 모양 두 쌍의 동공이 쳐다보고 내려다보는 그대로의 자세를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었다.

식물원 앞 마당에서의 일이었다.지운은 그때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위기 같은 것을 후딱 전신에 느끼고 당황한 정으로 시선을 휙 돌리며,

『저리로 가서 좀 앉을까요?』

했다.

『네 ―』

지운의 그 당황한 표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깨닫지 못한 채 영심은 지운의 뒤를 조용히 따라갔다.

비원 담장 밑에 커다란 노가지 나무 한 그루가 쓰러져 있었다. 성큼성큼 지운은 걸어가서 눈을 털고 둘이가 앉을 만한 자리를 쓰러진 나무 위에 장만했다.

지운과 영심은 나란히 걸터앉았다. 말은 여전히 없었다. 할 말 또한 없다.

자기네의 심경을 표현하기에는 어휘의 부족이 왔다. 차라리 입을 다물고 그윽한 심경 속에 고요히 잠겨있음만 같지 못했다. 둘이가 다 서로의 존재를 자기 옆에 느끼는 것으로 행복했다.

『영심씨는 내 신앙의 대상이었읍니다.』

지운이가 이 한 마디를 꺼낸 데는 이유가 있었다.

『나는 신도는 아닙니다만 지금까지 쭉 영심씨는 하나의 신앙의 대상으로서 내 마음속에 살아 있었답니다.』

『그런 종류의 마음의 초록별은 제게도 있었읍니다.』

『사랑은 신앙이라고 생각했읍니다.』

『그런 생각은 저도 절실히 해 보았어요.』

『지난 오랜 시일에 걸친 나의 절실한 기원 하나가 있었읍니다.』

『……?』

영심은 가만히 귀를 기울이었다.

『그것은 영심씨 앞에 경건한 마음으로 무릎을 꿇고 영심씨의 옷깃에 입술을 데 보고 싶은 성스러운 욕구였읍니다.』

『아아 ― .』

영심은 불현 듯 시선을 들며 가느다란 신음을 했다.

『그러나 이처럼 몇차례 만나 뵈는 동안에 신앙의 대상으로만 영심씨를 생각하기에는 제가 지니고 있는 종교적 감정의 부족을 느꼈읍니다.』

조금 전에 느낀 인간적인 위기를 지운은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영심 역시 그것을 확실히 느끼고 있으면서도,

『싸워 주셔야겠어요.』

했다.『자신이 없읍니다.』

『자신을 가져 주셔야지요. 저도 싸우고 있는 것이니까요.』

있는 것과 있어야 하는 문제가 비로소 충돌을 가져왔다.

『사랑을 신앙에까지 이끌어 올릴 자신도 없거니와 또한 싸워야만 할 이유조차 나는 모르고 있읍니다.』

『불행한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행복과 불행의 기준을 말씀해 주십시요.』

오뇌에 서린 얼굴을 지운은 들었다.

『지난 십년 동안 신앙의 대상이 되었던 영심씨가 결혼을 하는 사실을 나는 보았습니다. 그것을 보고 나서부터는 신앙의 대상만으로서 영심씨를 생각하기에는 제가 지닌 지성의 까다로움이 머리를 들었읍니다. 영심씨가 결혼만 하지 않았던들 혹시 제 애정은 신앙을 의미했을런지 몰랐지요.』

영심은 오랫동안 잠자코 있었다. 털어놓고 보면 지운의 말대로 신앙으로서의 사랑을 유지하기에는 너무나 인간적인 오예(汚穢)를 지닌 몸이었다.

『제가 오늘 이처럼 지운씨를 만나 뵈러 온 것은……』

인간적인 애정의 경사(傾斜)를 영심은 호되게 채찍질 하며,

『……사람의 눈을 속이는 무슨 불순한 동기에서 온 것은 아니예요.』

지운은 안색을 가다듬었다. 그 불순한 동기에서 와 주기를 지운은 바랬기 때문이다. 다만 그것을 불순하다고 생각하기를 지운은 거부했을 따름이다.

『그 점 지운씨가 저를 오해 하신다면 슬퍼요.』

그러한 대의 명분을 내세우지 않고는 영심은 이 자리에 그냥 앉아 배길 수가 도저히 없다.

『어쨌든 와 주신 것만이 제게는 고맙지요. 저는 이처럼 영심씨 옆에 앉아 있기만 하면 행복하니까요.』

영심은 괴롭다. 가만히 눈을 감고 자기의 갈 바를 하늘에 조용히 빌었다.

『저희들의 갈 길은 두 길 밖에 없다고 저는 생각하고 왔어요. 될 수만 있으면 그 두 길 중에의 하나를 취해 주십사고……그래서 온 거예요.』

눈을 그냥 감은 채 였다.

『영심씨는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읍니다. 영심씨는 저를 만나 보고 싶어서 오신 것입니다. 제가 영심씨를 만나보고 싶어하는 심정과 꼭 같은 심정에서 와 주신겁니다. 인간 위에 만일 신이 계시다면 나는 온갖 성실과 진실을 가지고 이 한 마디를 신 앞에 고발할 용기가 있읍니다! 영심씨 제발 진실을 말해 주시요!』

『아아, 지운씨는 지운씨는 무슨 그런 불순한 말씀을……』영심은 감았던 눈을 후딱 뜨며,

『저는 인제 가야겠어요! 지운씨가 그렇게 오해를 하신다면 저는……저는 이 이상 더 이 자리에 머물러 있을 수가 없어요. 그것은 정말 좋지 못한 생각이예요.』

『아, 벌써 가시면 안됩니다. 조금만 더 이야기를 하시다 가셔요! 오해입니다! 제가 분명 오해를 한 것 같습니다.』

지운은 애원을 하며 영심을 막았다.

『어서 그 두 길이 무엇인지, 제게 아르켜 주십시요.』

영심은 다소 침착해지며,

『진실의 불행을 지운씨는 조금도 생각해 주시지 않고 진실의 가치만을 높이 평가하는 것이 슬퍼요.』

『영심씨! 너무 슬퍼하지 마시요. 영심씨가 슬프면 저도 슬프지요. 영심씨는 제 몸과 마음의 연장이니까요.』

지운의 목소리가 영심의 귓전에서 갑자기 울먹울먹했다. 그러나 영심은 다시금 눈을 꼭 감고 그 편을 돌아다보지 않았다. 임 지운은 영심에게 있어서도 영육(靈肉)의 연장을 의미하고 있었다.

『저희들이 걸어야 할 두 가지 길……』

영심의 음성도 차차 젖어가고 있었다.

『신앙의 대상이 되기에는 제 몸과 마음은 이미 탁해 있지만…… 그렇지만 서로가 다 마음을 깨끗이 닦아서 그 길을 밟음으로서 저희들의 앞길을 개척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제 생각의 하나지요.』

지운은 무서운 얼굴을 하고 묵묵히 영심의 옆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만 보았다.

『지운씨가 그래만 주신다면 오늘부터라도 저는 신앙생활로 들어가겠어요.

교인이 아니라도 신앙심만 있으면 된다지만……역시 하나의 형식 문제가 인간의 감정에 존엄성을 부여할 테니까요. 본질적으로는 그러한 형식이 필요 없겠지만……』

『형식의 속박을 필요로 해야만 하는 영심씨의 신앙심을 나는 대단히 위태롭다고 보지요. 관념적으로는 사랑의 신앙을 말하고 있지만……그러나 그러한 속박 없이는 영심씨의 감정을 유지해 나가지 못한다는 증거니까요. 그것은 동시에 영심씨에 대한 제 감정을 거기까지 이끌어 갈 자신이 없다는 제 말을 그대로 승인하는 증거이기도 하지요. 내가 자신이 없는 것처럼 영심씨도 자신이 없는 것입니다. 그것을 종교라는 형식으로서 속박을 해 보았댔자 저희들의 애정이 하나의 성애(聖愛)로서 변질하지는 않을 것이니까요.』『그러니까 노력하자는 것이지요. 처음에는 저희들의 감정이 갑자기 변질하지는 못하겠지만 오랜 시일을 두고 반복되는 엄숙한 형식은 인간 심리에 신비로운 감정을 줄 것만 같아요. 꼭같은 것의 수없는 반복 ― 그것은 처음에는 일종의 속박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고통을 줄런지 모르지요. 그렇지만 이윽고 그것이 고통으로서 느껴지지 않고 즐거움으로서 받아들일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할 것만 같아요. 그리고 그 즐거움의 경지는 꼭같은 것의 수 없는 반복에서 생긴 선물이라고 생각하지요. 형식이 없는 신앙심도 물론 있을 수는 있지만 그것은 결국 부동적(浮動的)인 인간성의 약점을 드러낼 거라고, 그래서 역시 형식이 필요하다고……이건 집의 아버지께서 항상 말씀하시는 수도(修道)의 교훈이었지요.』

말은 조용했지만 영심의 마음은 울고 있었다. 자꾸만 쓰러지려는 마음의 자세를 영심은 가까스로 붙들며,

『아버지는 바둑을 두실 때, 방을 깨끗이 치우고 바둑판 앞에 꿇어 앉지요. 그러한 기도 정신과 꼭같은 것이 종교의 정신이라고요.』

『자신은 없지만……영심씨가 진정으로 그렇게 하기를 원 하신다면…… 그런데 다른 또 하나의 길은 무엇입니까? 그것을 제게 알으켜 주십시요!』

『또 하나의 길 ― 그것은 허중령의 길이예요. 대아(大我)의 정신을 가져 주시는 거예요. 사람의 눈이 무서워서가 아니고……윤리의 속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인류를 소아(小我)의 연장이라고 생각해 주시는 거예요.』

지금까지 영심은 그 누구와 더불어 인생을 말하고 이상을 말하고 문학을 말하고 진실을 말해본 경험이 통 없었다. 허중령도 그렇고 유 민호도 그렇고 영심의 세계와는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었다. 있다면 오직 한 분 아버지가 계셨지만 아버지의 인생 철학은 이미 굳을대로 굳어져 있기 때문에 영심의 그것처럼 탄력성을 지니고 있지 못했다. 진실보다도 대의명분에서 아버지는 사셨다.

그러한 영심이가 오늘 비로소 이야기의 상대자를 발견한 것이다. 그 것만으로도 오영심의 생활 내용은 풍부해진 셈이었다.

그렇건만 영심은 무한히 슬프고 안타깝고 괴롭기만 하다. 이야기의 상대자로서 임 지운을 발견한 것은 천행에 가까운 일이기는 하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하지 못하고 이야기를 골라 가면서 해야만 하는 오늘의 운명이 그지없이 서글퍼지는 것이다.

『개체는 죽어 없어지지만 인류는 영원히 살아있지요. 다른 사람 속에서 자기를 발견하는 사고 방법을 가져 주셔야겠어요. 모든 생활체에는 개체의 보존과 종족(種族)의 보존을 사명으로 하는 두개의 욕망이 있다고요. 개체는 멸해도 종족은 보존되지요. 이러한 생물학적인 사고 방법을 우리는 철학적인 의미에서 가져야 하겠어요.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사랑은 대아를 위하여 소아를 희생하는 정신이래야만 할 거예요. 그리스도의 사랑을 생각해 주세요. 석가모니의 사랑을 생각해 주세요. 잔다르크의 사랑을 생각해 주세요. 헤엄도 칠줄 모르는 어머니가 아들을 구하려고 물로 뛰어 들어가는 사랑을 생각해 주세요. 민족을 위하고 국가를 위하여 피를 흘리는 병사들의 사랑을 생각해 주세요.』

영심은 울고 있었다.

『자기 이외의 그 누구를 위해서 희생하는 사랑이야 말로 참 되고 위대한 사랑이지요. 지운씨가 만일 저를 참되게 생각해 주신다면 기운씨의 소아를 버려주세요. 그것은 결코 속되 도덕률의 지배가 아니고 자아 확장(自我擴張)을 의미하는 인격 완성의 길이라고……이것은 임교수의 철학적 이론이랍니다.』

영심은 손수건으로 눈물을 씼었다. 지운도 울고 있었다. 신앙을 말하고 대아를 논하여 두 사람의 운명을 개척해 보려는 영심의 그 극심한 노력이 지운은 눈물겨워 견딜 수가 없었다.

『영심씨의 이야기는 잘 알았읍니다. 실은 나 역시 그것을 곰곰히 생각해 보았지요. 두 분의 행복을 고요히 빌면서 살아 나갈 수 있는 삶을 살아 보려고 무한히 노력 했읍니다. 그렇지만 내 인격이 모자라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아무리 그래 보려고 애를 써도 되지가 않는 걸 어떻겁니까? 자꾸만 영심씨 옆에 있고 싶고 자꾸만 영심씨와 이야기 하고 싶고 영심씨가 내 우주고 영심씨가 내 생명이고 영심씨 손가락에서 피가 흐르면 내 손가락이 아플 것만 같아요.』

『아아……』

영심은 두 손으로 얼굴을 탁 가리우며,

『제가 할 말을 지운씨는 혼자서만 자꾸 하시는 것이 슬퍼요. 나이는 제가 분명 아래인데 제 입으로 어른다운 이야기만 해야하는 것이 슬퍼요. 지운 씨!』

얼굴을 들고 영심은 지운을 쳐다보았다.

『지운씨도 어른이 되어 주세요. 저도 이처럼 어른이 되었는데……』

『되지요, 되요! 영심씨가 되라면 무엇인들 못되겠어요. 어른도 되고……

베드로도 되고……석가모니도 되고……공자님도 되지요, 되지요!』

지운은 돌연 영심의 손길 하나를 부여잡고 머리를 푹 수그리며 손등에 이마를 가만히 갖다 댔다. 눈물이 철철 손등을 적시었다.『아아, 지운씨는……』

영심은 가느다랗게 외치며 남은 한 손으로 자기의 얼굴을 탁 가리워 버렸다.

그 해군복의 소녀만 만나면 그 발 밑에 경건한 마음으로 꿇어앉아서 그 성스러운 옷깃에 입술을 대 보겠다던 지운의 절실하던 기원이 마침내 이루어진 것이다. 꿇어앉는 대신에 나란히 걸터앉았고 옷깃 대신에 손길을 붙잡았고 입술 대신에 이마를 가만히 손등에 갖다댔다. 그리고는 울었다.

『영심씨는 제게 있어서 성녀 마리아였읍니다.』

그러한 성스럽고 신비로운 감정이 확실히 왔다. 사랑은 신앙 같았다. 모든 것을 주고 싶었다. 목숨도 주고 싶었다. 자기가 지니고 있는 가치있는 온갖 것을 흠연히 주고 싶었다. 하물며 그러한 성스러운 영심의 욕구하는 바를 왜 들어 주지 못하겠느냐고, 지운은 어른도 되고 싶고 공자님도 되고 싶었다.

그러나 자기의 말과 관념대로 영심을 끝끝내 성녀로서 대하기에는 지운이 가 지닌 현대식 감각과 의식의 항거가 왔다. 영심의 부드러운 성스러운 신비와 함께 감각의 신비를 거스름없이 느꼈다. 그 성스러운 신비는 지운에게 인간적인 애정의 의의(意義)를 속삭여 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것은 각기 성질을 달리하는 상극적인 신비감이었다. 끝끝내 성스러울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끝끝내 성스러울 수 없는 두개의 대결을 의미하고 있었다. 신앙이 되기에는 영심의 손길이 너무나 감각적인 아름다움을 지운에게 주고 있었다. 손길과 손길 사이에 피의 순환을 지운은 느꼈다. 이 피의 순환과 아울러 감각의 아름다움을 지운의 편에서 느끼고 있는 한, 영심은 결국 지운에게 있어서 성녀는 될 수 없는 것이다.

영심의 손길을 잡고 지운은 오랫동안 이마를 대고 있있다. 사모한다는 것은 접근을 의미하는 것일까? 접근은 소유의 직전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사랑은 소유를 의미하는 것인가? 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말한 사람도 있다. 그러나 소유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의식에서 주는 것이 아닐까? 그리스도의 사랑도 석가모니의 사랑도 잔다르크의 사랑도 인류의 복지와 사해(四海)의 평화와 조국의 수호에서 오는 행복감을 소유하려는 목적 의식에서 주어진 사랑이 아닐 것인가! 다만 그것이 소아의 소유를 초극한 대아의 소유정신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위대한 사랑이 되었을 뿐, 사랑의 본질에는 다름이 없을 것이라고, 지운은 소유가 사랑의 유일한 속성(屬性)으로 생각하는데 털끝만한 위구심도 품지 않았다.

『영심씨가 참으로 원한다면 나는 무엇이든지 하겠읍니다.』이것은 절실한 지운의 심정이었다. 조그마한 감정의 허위도 없다. 그러나 일견 주는 것 같은 이 사랑의 말 속에는 그것을 의식하건 의식하지 못하건 간에 하나의 목적 의식이 확실히 숨어 있는 것이다.

그것은 영심의 육체적 소유를 의미해도 좋았고 정신적인 소유를 의미해도 좋았다. 어쨌든 그렇게 함으로써 임 지운은 오 영심에게 행복감을 소유할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소유의 관념이 없는 곳에 애착은 있을 수 없다. 애착이 없는 곳에 애정의 발아(發芽)도 또한 있을 수 없다.

『정말로 그렇다면 지운씨, 다시는 저를 만나려고 생각하지 마세요. 그것이 제 소원이예요.』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영심은 자꾸만 운다.

『아닙니다! 그것은 거짓 소원입니다! 영심씨가 지금 그 처럼 슬피 울고 있는 것은 저와 만나고 싶어하는 충분한 증거가 아닙니까? 그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우는 것이지요.』

『아아, 지운씨는 어린애 같은 말을……』

어린애가 되어서는 아니 된다는 영심 자신이 철부지 어린애가 되어 버리는 순간이 마침내 왔다.

얼굴을 가리웠던 한편 쪽 손길이 지남철에 끌리는 쇠붙이 모양 저절로 뻗어가며 자기 손등에 이마를 대고 있는 지운의 머리에서 한 무더기 쌓인 눈을 조용히 털어주었다. 쓰다듬어 주기도 했다. 허세는 갔다. 어른도 없고 신앙도 없다.

허세는 갔다. 질곡도 갔다. 있는 것은 다만 하나의 인간적인 절절한 접근에 의 욕구였다. 인자스러운 어머니는 귀여운 어린애의 머리를 곧잘 쓰다듬어 준다. 그러한 감정이 영심에게 절실히 온 것이다. 자못 그 어린애가 삼십 대의 이성이었을 따름이었다.

『인제 그만 우세요.』

자기도 울면서 하는 영심의 말이었다. 지운은 손길을 놓고 얼굴을 들었다.

눈은 그냥 내리고 있었다. 눈물인지 눈(雪[설])물인지, 둘이의 얼굴은 홈빡 젖어 있었다. 영심의 얼굴에서 화장이 죄 벗겨졌다.

영심은 손수건으로 얼굴의 지분을 닦아냈다. 핏기 없는 흰 피부가 알은 알은 들여다 보일 것 같다.

『어떻거면 좋습니까?』

연못가를 향하여 걸어 내려가면서 지운은 물었다.

『어떻거면 좋다고……그건 제가 다 말씀 드렸는데……』외투 밑으로 드러난 영심의 자주 치마가 홈빡 젖어 있었다.

스케트를 타던 학생들이 하나 둘 사라졌다. 예상 밖으로 눈이 내려 지칠 수가 없다.

『그렇지만 대아적 정신이라든가 신앙 생활이라든가……그렇게 함으로써 영심씨를 단념할 자신은 정말 제게는 없습니다.』

『단념이라고 생각하시는 것이 아니고……그렇게 하는 것이 애정의 자세라고 생각하셔야지요.』

『그것을 애정의 자세라고 생각하기에는 제 소피즘(詭辯學[궤변학])의 부족을 느끼지요. 그것은 애정의 소유가 불가능한 경우에 취해지는 현실 도피일 따름이니까요. 영심씨는 저더러 그리스도나 석가모니 잔다르크의 위대한 사회애(社會愛)를 생각하라고 하셨지만, 그리고 그것은 인류나 민족이라는 하나의 커다란 덩어리인 매스(集團[집단])를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대아의 정신을 발휘할 수도 있겠지만요. 그러나 남녀의 애정의 대상은 오직 한 사람의 육체와 영혼입니다. 그 단 하나의 영육을 소유하느냐 못하느냐에 문제는 국한되어 있지요. 연애에 있어서의 대아의 정신이란 있을 수 조차 없는 일이지만 설사 그런 것이 있다고 하여도 그것은 오로지 단념의 자세일 뿐입니다. 그것을 도리어 훌륭한 사랑이라고 말하는 것은 오직 소피스트들뿐이지요. 그렇게 해서 인간 생활의 갈등을 방지하고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는 경륜가의 설교일 따름입니다.』

영심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만 좋을까요? 죽음의 길 밖에 더 있겠어요?……』

영심은 진정으로 죽고 싶었다. 죽어 버리면 만사가 다 해결되는 것이다.

『죽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라고 영심씨는 말했읍니다. 죽음보다 힘든 일이지만 우리는…우리는 그것을 해야만 하지요!』

『그것이……그것이 무엇인가요?』

『오직 진실을 위하여 용감히 걸어 나가는 길입니다!』

『진실……진실……』

잠고대처럼 영심은 중얼거렸다.

『진실이란 무엇인가요?』

걸음을 멈추고 영심은 빤히 지운을 쳐다보며 또 한숨을 지었다.

『영심씨의 그 한숨 소리입니다!』

『…………?』

『영심씨의 눈물입니다.』

『…………?』『영심씨의 그 지극한 오뇌의 얼굴이 바로 진실 그 자체입니다!』

『아아, 저는……저는……』

영심은 다시 걸음을 옮기며,

『저는……저는……』

『용기를 내십시다! 진실 앞에는 아무 것도 없읍니다. 있다면 그것은 군더더기요, 장식이요, 부대물로서의 존재 가치 밖에 없읍니다! 영심씨에게 있어서는 그것은 죽음보다 더힘든 일이겠지만……사랑은 죽음보다 더 세 야만 하지오!』

못을 지나 정문을 멀리 바라보는 지점까지 둘이는 왔다.

『인제……저는 가야 겠어요!』

『영심씨, 내일 한 번 더 와 주세요!』

『안되겠어요. 오늘과 똑같은 이야기의 되풀이겠지요.』

『그 똑같은 이야기를 되풀이하는 것만도 저는 행복합니다! 내일만……내일 하루만 그리고는 영영 만나지 않겠어요!』

『내일이 되면 또 내일이 오지요.』

『아닙니다! 신명께 맹세를 하겠읍니다. 내일 하루만……올오늘, 저는 열심히 도을 닦고 수양을 쌓아 가지고 오겠읍니다. 그래서 영심씨가 되라는 성인군자가 되어 가지고 오겠읍니다.!』

고뇌에 찬 미소 하나를 영심은 쓸쓸히 웃으며,

『정말 내일 하루만이예요! 그리고 정말로 어른이 돼 주세요!』

『되구 말구요! 되겠읍니다!』

정문을 향하여 둘이는 묵묵히 걸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