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무지개 뜨는 언덕/03장
3. 똑같은 두 얼굴
돈암동 방면으로 가는 택시가 뒤이어 와 닿는다. 100원씩만 내면 탈 수 있는 자동차다.
손님들이 차에 오르기 바쁘게, 신문 파는 아이들은 한 장이라도 더 팔려고 서로 어깨싸움을 해 가며 손님들의 코앞에 신문을 내밀었다.
“신문 한 장만 팔아주세요, 네?”
“한 장만 팔아주세요, 선생님.”
“한 장만......”
그때마다 은주는 명혜처럼 영악스럽지가 못해서 자동차 주위만 뱅뱅 돌 뿐이다. 그러는 사이에 손님들은 벌써 다른 아이들의 신문을 사 버렸고, 은주의 손에는 다른 아이들보다 많은 신문이 남아 있곤 하였다.
그런데 바로 그 때 은주에게 참으로 이상한 일이 생겼다.
두 사람만 더 타면 택시가 떠날 무렵이었다. 은주는 저쪽 편 문으로 차에 올라타는 두 명의 학생을 발견하고 그 쪽으로 뛰어 다가갔다. 한 명은 예쁜 옷을 입은 은주만한 여학생이었고, 또 한 명은 그의 동생인 듯한 초등학생이었다. 아마도 내일로 다가온 신학기를 맞아 이 두 남매는 학용품 같은 것을 사러 나왔다가 돌아가는 길인 듯했다.
은주는 간혹 여학생들도 신문을 팔아주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재빨리 그리로 뛰어갔다.
“저, 신문 한 장만 팔아 주세요.”
자동차 문을 열고 은주는 불쑥 머리를 들이밀며 여학생 앞에 신문을 내놓았다. 그러나 여학생은 딱 잘라 말하며 얼굴을 돌렸다.
“안 사요!”
“아이, 한 장만 팔아......”
그러다가 은주는 말을 채 잇지 못하고 갑자기 벙어리가 된 사람처럼 멍하니 여학생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아니!”
그 순간, 은주는 가늘게 외치면서 뒤로 주춤 물러섰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노릇일까? 자기의 얼굴과 똑같이 생긴 얼굴이 바로 그 앞에 있었다. 똑같은 얼굴이 세상에 또 하나 있다니! 은주는 자기 또래의 거만해 보이는 소녀가 자기와 똑같이 생겼다는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은주가 외치는 소리에 그 여학생도 은주 쪽으로 얼굴을 돌리다가 똑같이 놀라면서 몸을 흠칫 뒤로 움츠렸다.
“어머나!”
그 여학생은 신문을 팔러 다니는 초라하고 지저분한 여자 애의 얼굴이 자기와 똑같이 생겼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어쩌면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마치 판에 박은 듯 똑같은 두 개의 얼굴이 자동차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놀라운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