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시대/20장
ST의 정체(正體)
편집철하는 처음에는 두어번 팔을 뿌리쳤지만 아무리 하여도 가고라야 말을 알고 그대로 잡히어 갔다.
“여보 형사 철하씨는 죄가 없습니다. 변원식을 죽인 사람은 저올시다. 저를 잡아가오”
철하를 끌고 자동차에 오르려고 하는 형사의 손목을 잡으며 명순이는 눈물 섞인 목소리로 부르짖었다.
“예 저를 잡어 가십시오 제가 죽였습니다”
“당신이 카페에서 나올 때에는 벌써 변원식이가 저격을 당하였다는 것을 알고 있었오 그런 쓸데 없는 말은 하지도 마오”
“아니 참으로 내가 죽였습니다”
“당신이 철하보다 먼저 나왔오?”
“예!”
명순이는 되는대로 대답을 하였다. 생각하고 대답할 여유가 없었다. 철하가 붙들려 가는 것이 괴로웠던 까닭이었다. 명순이는 자기가 대신으로 갈 생각이 났다.
“그런 엉터리 없는 말은 말고 이 다음 증인 호출장이나 나오거던 지체를 말고 경찰서로 오오”
형사의 말이 끝나자마자 자동차는 달음질을 치기 시작한다. 명순이는 정신 없는 사람 모양으로 철하를 부르며 자동차의 뒤를 따라갔다. 그러나 철하를 실은 자동차는 명순이를 위하여 멈추어 주지 않았다. 명순이는 애를 쓰고 따라갔으나 자동차는 벌써 보이지 않았다.
명순이는 길바닥에 주저앉았다. 명순이는 철하의 말을 듣지 아니한 것을 후회하였다. 자기의 앞길을 위하여 애를 써주던 철하의 말을 듣지 아니하므로 철하를 저지경까지 말들어 놓은 것 같이 생각이 되니 마음이 괴로워서 살 수가 없었다.
더러운 몸을 위하여 애써 주던 철하의 말을 듣지 아니한 것이 큰 죄를 짓고 있는 것 같이 생각이 되니 마음이 괴로워서 살 수가 없었다.
더러운 몸을 위하여 애써 주던 철하의 말을 듣지 아니한 것이 큰 죄를 짓고 있는 것 같이 생각하였다. 그것은 철하가 월미도 해안에서 자기를 너무도 냉대를 하여 주던 것이 가슴에 박혀서 듣지 아니한 것이다. 연순! 자가의 원수라고 할만한 연순이와 월미도에서 행락의 날을 보내던 것을 생각하고 철하를 원망하였던 까닭이었다. 명순이는 철하가 그렇게까지 냉대를 하고 비웃고 침을 배알으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던 까닭이었다.
이러한 모든 원망이 한데 엉키어서 철하의 말을 거절한 것이었다. 마시지 않던 술을 마시게 된 것도 그 까닭이었다. 그러나 오늘 적녁 이러한 일을 당하니 철하의 말을 듣지 아니한 것을 후회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명순이는 몸을 일으켰다. 카페로 갈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 곳이 아니고는 갈 데가 없었다.
명순이는 쓰라린 마음을 억제하면서 카페 ‘따리아’를 바라보며 괴로운 발자죽을 옮겨 놓았다. 카페 ‘따리아’를 향하여 걸어가는 명순은 주검의 나라를 바보고 가는 것보다 더욱 쓰리었다.
“철하는 나를 위하여 살인을 하였다. 아! 나의 잘못으로!”
명순은 거의 미칠 듯이 이렇게 부르짖으며 두 팔을 들어 허공을 더듬었다.
“아- 나의 죄다”
명순이는 쓸아린 장면을 연출하던 ‘따리아’ 그 생지옥으로 들어가고 싶지는 않았으나 할 수가 없었다. 졍성장안은 넚고 넓으나 자기를 위하여 문을 열어줄 곳은 하나도 없었다.
하루밤의 안식이나마 그보다도 거리에서 방황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서 그 곳으로 발을 들려 놓았던 것이었다. 명순이가 명치정 어구에 들어서려고 할 때이다. 한 대의 자동차가 달음질을 쳐서 나온다.
명순이는 그것이 변원식의 시체를 실은 자도차라는 것을 곧 알았다. 자도차는 라잇카 1부로 광화문쪽을 향하여 달음질 쳐간다. 명순이는 흥분된 마음으로 우두커니 서서 자동차의 꽁무니에 달린 붉은 빛이 사라질 때까지 꼼짝 하지않고 서서 바라보고 있었다.
“아! 악마 내마음을 괴롭게 하고 나의 일생을 망처놓은 악마!”
명순이는 이렇게 부르짖었다.
명순의 마음은 통쾌하였다. 그 악마와 같은 놈 붉은 피를 흘리고 쓰러진 능글능글한 그 모양 명순이는 세상이 결코 무상ᄒ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렇게 저주하고 싶던 변원식이라는 놈도 이 세상에서 없어졌으나 괴로운 마음은 그대로 없어지지를 않았다. 한번 받은 상처는 영원이 사라지지 못할 운명을 가지고 있는 것이니 될대로 되고 저주받을 대로 저주받은 며순의 일생이 그것은 쉬웁게 명순의 마음에서 사라질 이치는 없는 것이다.
명순이는 지나간 날 변원식이와 몇 달 동안 결혼생활을 계속하여왔지만 모든 것이 기계적이었고 한 가정으로서 단락한 생활은 못되었다.
그것은 마음에 없는 양성의 결합이었으므로 명순에게는 기쁨이라고는 조금도 없었던 것이었다. 그것이 마치 돈에 몸이 팔려서 자유를 잃고 수많은 무리에게 고기를 내어놓은 창기들의 생활과 조금도 다름이 없었다.
그러나 명순이와 또 창기들은 자유를 잃은 몸이니까 마음에 없는 인생으로서의 최대 비경에 빠젔다고 볼 수 있는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나 세상에는 그렇지 아니한 자유로운 몸을 가지고도 마음에 없는 생활을 하는 무리가 많다. 명순이는 그러한 무리들을 볼 때 가이없게 보는 것보다 저주하고 싶었다.
그것은 돈 내음새를 따라 자기의 청춘을 육칠십이 넘은 늙은 영감쟁이들에게 바치는 것들이다.
돈 있는 젊은 놈들은 두 말할 것도 없거니와 늙은 것들까지 최후의 낙을 여자에게서 찾으려고 딸은 고사하고 손녀라도 넉넉이 될만한 여자들을 첩으로 삼는다. 돈의 위력으로 여자들은 잡아 끄올려고 한다.
어리석은 여자들은 제삼제사 제오첩이라도 사양ᄒ지 않고는 돈을 따라 영감쟁이 턱밑에 앉아서 웃음을 파는 것이다.
명순이는 자기와 같은 남다른 처지에서 그와 같이 된 사람들은 할 수 없는 운명을 당하고 있는 것이니까 같은 설움에 눈물을 흘려줄 수가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몸으로 그와 같은 생활을 계속하는 무리들을 볼 때 끝없이 저주하고 싶었다.
명순의 극도로 흥분된 마음? 그것은 허수아비생활을 하는데서 커지었다. 그러나 ‘ 되는대로 살아가자’ 이러한 ‘슬로-간’으로 흥분된 마음을 억제하면서 그 날 그날의 결혼생활을 계속하였던 것이었다. 자기도 돈에 억메여 있지만 그것은 팔려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자기의 몸이 팔려 있지만 언제든지 그 밑을 탕출할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 동안 명순의 마음을 더욱 괴롭게 한 것은 경희의 일이었다.
명순이는 경희가 결혼식장에 나타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않았던 것이었다.
똣한지 않았던 경희가 수천 군중이 모인 결혼식장에 나타났을 때 명순이는 의외의 습격으로 마음에 급격한 선풍이 일어나서 졸도를 하였던 것이었다.
무서운 경희의 낯 원망스러운 그 낯밫 명순이가 그것을 바라볼 때 양심에 찔리는 그 무엇이 전신에 모닥불을 쏟아 놓는 것 같아서 견디지 못하였다.
명순이는 변원식을 경희에게서 빼앗은 것은 아니었건만 그래도 명순이는 모든 죄가 자기에게 있는 것 같았다. 그 후 명순이는 저녁마다 무서운 꿈을 꾸어싿.
꿈마다 경희가나타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명순아 이 더러운 연아”
“동무의 애인을 빼앗은 이 더러운 연아”
경희가 머리를 발끝까지 풀어 헤치고 입으로 붉은 피를 내뿜으면서 날카로운 칼을 들고 이렇게 부르짖으며 미칠 듯이 대여들던 때의 꿈을 생각하면 지금도 소름이 끼치었다.
그러고 어떤 때에는 경희의 손목을 잡고 자기의 잘못 그보다도 자기가 그렇게까지 된 피ᄒ지 못할 사정의 이야기를 하여 경희에게 용서를 청하던 꿈도 꾸었던 것이었다.
명순이는 지금도 경희의 생각 그러고 경희가 변원식에게 첫사랑을 던져준 것만큼 그가 변씨에게 열열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것은 경희가 변원식에게 보내는 편지를 중간에서 여러번 도적하여 보았던 까닭이었다.
편지를 중간에서 도적하여 본 까닭은 질투의 마음에서 어떠한 내용의 편지인 것을 알려고 본 것은 아니었다.
변원식이가 늘 경희에게서 온 편지만 보면 내용도 보지 않고 불살라버리거나 그렇지 않으면 쪼각쪼각 찢어버리는 까닭으로 명순이는 경희의 애타는 사정의 하소연이고 일생의 고민인 피의 편지 눈물의 편지인 것을 알았던 까닭으로 그 내용을 보아 변원식에게 경희의 마음을 알려주려고 한 까닭이었다.
“…사랑하는 원식씨 나는 당신을 위하여 나의 정조를 굳게 지켜옵니다…”
“…당신이 저를 내여버렸다고 하나 나는 당신을 영원한 남편으로 생각하고 있읍입니다…”
“…나는 나의 생명을 살리기 원하야 세상에서 가진 학대와 경멸을 당하면서도 오직 당신을 위하여 모든 것을 참아가며 제사공장의 뜨거운 가마물에 손을 잠그고 있습니다. 만일 당신이 이 세상에 없다면 이러한 고생도 학대도 받을 이치가 있습니까 이 불상한 몸음 속히 불러 주시오. 나는 늘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편지의 내용들은 이러하였다. 명순이는 이러한 내용의 편지를 볼 때 한편으로 경희를 어리석은 여자로 보았으나 경희의 순진한 마음에는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명순이는 자기의 처지가 처지인 것만큼 사이가 있는대로 변원식에게 충고를 하였다. 그러고 한편으로는 자기도 철하가 그렇게 된 뒤 경희와 같은 굳은 마음을 품고 그와 같은 길을 밟아 왔던덜 오늘과 같은 이러한 운명은 당하지 않었으리라고 후회를 하였다.
모든 것이 자기의 설음과 같은 경희의 사정을 기회 있는대로 마음을 다하여 불상한 경희의 사정을 말하고 그를 그가 원하는 바와 같이 만들어 주려고 애를 썼으나 거의 동물성에 가까운 감정없는 변원식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원수의 누이동생’이라는 조건으로 이름좋게 거절을 하며 그는 흉을 들어서 명순의 눈물에 젖은 간청도 들어주지 않았다. 그 후 월미도 별장에 화재가 나기 전 날 밤 애쓰고 있어 온 경희를 말도 붙이게 못하고 내쫓던 변원식의 몰인정한 행동에 명순이는 얼마나 분개하였는지 몰랐다.
그날밤 명순이는 경희를 안고 문밖까지 함께 나와 서로 붙들고 울던 일이 생각났다.
“명순씨 저는 오늘 밤이 마지막이올시다. 나는 변씨가 그렇게까지 냉대를 할 줄을 몰랐습니다. 제가 어리석은 년이지요 나에게는 아무 희망도 없습니다. 다만 주검 그것 밖에야 월미도의 사나운 바다는 저를 기다라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의 환락장인 바다는 나에게만은 주검의 바다입니다”
“아! 오빠 저를 용서하십시오”
이렇게 말하던 것이 지금도 귀에 쟁쟁하였다. 그러고 자기를 원망하던 소리가 가슴에 사모져서 사라지지 않았다.
명순이는 이 세상에서 경희가 제일 무서웠고도 가엾어 보였다. 명순이는 카페 ‘따리아’ 앞에 이르렀다. 지금 명순에게 유일의 안식터라고는 이 카페 밖에 없었다.
명순이는 층대에 올라서서 문을 열라고 하였다. 그러나 문은 열리지 않았다. 힘을 다하여 밀어 보았으나 문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안으로 굳게 잠겨 있는 것을 안 명순이는 할 수 없이 문을 두다리며 불러보았다. 문을 열어 달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안에서는 아무 대답도 나오지 않았다. 명순이는 또 다시 문을 차며 소리를 질렀다.
그제야 안에서 인기척이 났다. 명순이는 문을 열어 달라고 청하였다.
“아나다 모-이라나이와”(당신은 인제 소용없어요)
이것은 확실히 말라꽹이 주인 노파의 목소리였다.
안에서 인기척이 있으므로 명순이는 그래도 문을 열어줄 줄을 알았던 것이 의외에도 축출의 명령이 내렸다. 명순이는 분하였다. 밤중에 사람을 축출하는 것이 분하였다. 그러고 자기가 이 세상에서 완전히 버림을 당하고 있는 것을 알았다. 이러한 곳에서까지 문을 굳게 닫히고 열어주지 아니하니 갈 곳이라고는 없었다.
명순이는 더 말도 하지 않고 층대를 내려섰다. 눈물이 앞을 가리어 길이 캄캄하였다. 연두빛 전기북만 흐리흐리하게 빛외여줄 뿐이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명순의 흘리는 눈물은 카페에서 축출을 당한 까닭으로 흘리는 눈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설음의 눈물이었고 고독을 느끼는 눈물이었다.
세상에서 버림을 받은 쓰라린 설음의 눈물이었던 것이었다. 자기를 위하여 문을 열어 주는 사람이 없다는 고독한 감회로 솟는 눈물이었다.
카페 ‘따리아’ 에 축출을 한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한 곳에서까지 축출을 당하게 된 신세에 더 갈 곳이 없는 설움이 모든 것들이 명순이를 울리게 하였던 것이었다. 옛날에 지내온 설음의 결정이었었다. 카페 ‘따리아’ 안에서 떠들며 웃는 소리가 흘러 나왔다. 주인 노파를 중심으로 오륙명의 여급들의 떠드는 소리와 웃음소리인 것을 명순이는 알았다. 명순이는 분기가 충천에 사모쳤다. 자기를 비웃는 웃음소리라 하였다. 명순이는 문을 때려 부시고 안에 들어가 그 연들을 힘껏 때려주고 싶었다. 명순의 두 주먹은 힘있게 때려주고 싶었다. 명순의 두 주먹은 힘있게 쥐여졌다. 다리는 떨리었다. 그러나 명순의 힘있게 쥐여졌던 적은 두 주먹은 얼마 되지 않어 힘이 없어졌다. 머리도 숙여졌다. 뒤따라 나오는 것은 한숨밖에 없었다.
명순이는 이 자리에 오래 있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어디로 갔으면 좋을는지 알지 못하였다. 전기불에 그늘진 자기의 그림자가 찬 땅바닥에 가엾게도 늘어지고 있다. 명순이는 그 그림자조차 고독하게 보였다. 돈에 저주를 받는 자기의 말로가 너무도 처참하게 된 것을 생각하니 창자가 끊어지는 것 같았다. 명순이가 평양에 있을 때 철하가 보내여 준 고민의 일야라는 시(詩)일편 그것은 오늘밤의 자기를 노래한 것 같이 생각이 되었다.
철하가 오늘밤이 있을 것을 알고 보여준 것 같이 생각하였다. 북악산으로부터 스치여오는 엄동의 사나운 바람은 조금도 사정없이 명준의 몸에 부딛힌다.
카페 ‘따리아’에서는 또 다시 웃음 소리가 흘러 나온다. 명순이는 정처 없이 카페 ‘따리아’를 뒤으로 애수의 발자죽을 옮겨 놓았다.
“가자 가자 어디든지 가자”
명순이는 이렇게 부르짖으면서 발을 옮겨 놓았다. 명순이는 이 밤을 어디든지 가서 세워버리고 밝는 날에는 그립고 그리워 하던 그리고 엄마를 기다리는 아기의 곁으로 가려고 하였다. 갈곳은 그 곳 밖에는 없었다. 수원에 내려가서 엄마품을 그려하던 아기를 힘있게 안어주려고 하였다. 명순은 차디찬 세상에서 오직 하나 밖에 없는 사랑하는 아기에게 돌아가서 지내기로 작정하고 나니 내일을 기다리는 희망이나마 갖게 되었다. 만일 명순에게 사랑하는 아기마저 없다면 그는 주검의 나라로 가기를 작정하였을 것이다. 내일이면 수원으로 가겠다는 생각 밖에는 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세상의 모든 것은 잊어버리고 오직 아기 곁으로 갈 것만 생각하려고 하였다.
변원식이도 죽어버리고 자기의 사정도 전부 발로된 것이니 지금은 아무 것도 헤아릴 것이 없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이따금 이따금 가슴을 쿡쿡 찌를 듯이 쓰린 것은 철하의 일이었다. 지금도 명순이는 철하가 변원식을 살해한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자기를 위하여 큰 범행을 하게 된 것을 생각하니 명순이는 이 경성을 떠나가고 싶지 않았다. 사랑하는 아들을 위하든지 또 이 경성에서는 살 수가 없는 것을 생각하면 수원으로 가고 싶었으나 철하가 살인범으로 잡히게 되어 이 경성에서 고생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자기 혼자만 안전한 곳으로 갈 수가 없었다. 명순이는 또 다시 마음의 고통을 느끼었다.
명순이는 새로운 고통으로 마음을 진정하지 못하며 걸어갔다. 명순이가 카페 ‘따리아’에서 얼마 떨어저 있지 아니한 중국 호떡집 앞을 지낼 때이었다. 시커먼 호떡집 안으로부터 유리문으로 열고 나서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명순이가 있는 곳으로 걸어온다. 명순이는 놀라지도 않았다. 그 사람이야 자기의 곁으로 오거나 말거나 명순이는 눈도 까딱하지 않고 걸음만 걸었다. 세상에 무서운 것이 없고 막된 몸이니 사람이 따라온다고 겁낼 필요도 없었다.
“여보 명순씨”
명순이는 깜짝놀래여 뒤를 돌아보았다. 아닌밤중에 자기의 이름을 부르는 사람이 있는고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더욱이 자기를 알아볼만 한 사람이 없는 것을 안 명순이는 이상하게 생각하였다. 컴컴한 곳에 그 사람이 서있는고로 누구인지는 알아볼 수가 없었으나 그 사람이 중국복 입은 것만은 알아 볼 수가 있었다.
“누구세요”
하고 명순이는 그 사람을 이상하게 바라보았다.
“누구라는 것은 후에 알 것입니다. 급한 볼 일이 있으니 수창동 백일번지로 찾아와 주실 수 없습니까?”
“언제----”
“지금 곧 와주서야 되겠습니다”
“어떤 볼 일이 있는지 이 곳에서 말씀을 하여 주십시오”
“이곳에서는 말할 수 없는 형편에 이르렀습니다. 중대문제이니까 이 길로 곧 수창동으로 가주십시오. 나는 중도에 볼일이 있으니 그일을 보고 가겠습니다. 제가 먼저 갈는지도 알 수없으니까 미안하지만 이 길로 어디든지 들리지마시고 곧 수창동 백일번지로 가주십시오”
그 목소리가 떨리며 나오는 것을 명순이는 깨달았다.
“이유를 알지 못하고는 갈 수가 없습니다”
명순이는 오륙간 사이를 두고 알지도 못하는 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속으로 우스웠다. 그러고 너무도 야릇하고 험악한 세상이니까 이유를 알지 못하고는 가기가 무얼하였다.
“명순씨 이렇게 할 일이 아닙니다. 당신이 만일 당신몸과 철하를 위한다면 내말을 들으시오 나는 변원식을 살해한 사람이올시다. 그렇다고 무서워는 마십시오. 꼭 오십시오. 그러고 중도에서 경찰이나 혹 다른사람이 어디로 가느냐고 묻거던 수창동으로 간다는 말을하지 마십시오”
하고 그 사람은 더할 말이 없다는 듯이 걸음을 빨리 하여 걸어간다. 명순이는 가슴이 두군거렸다. 그러고 그 정체 모를 사람이 어두움 속에 살아질 때까지 몸을 까딱하지 않고 그의 뒷모양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그 걸음을 보고 누구인지 알아내려고 한 까닭이었다. 그러나 명순이는 그 사람이 누구인 것을 알지 못하였다. 명순이는 수창동을 향하여 걸음을 빨리하였다.
철하를 위하여서 가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변원식을 살해한 사람이 철하가 아니라는 것을 안 명순이는 기쁜 마음을 억제ᄒ지 못하였다. 명순이는 기운이 났다. 걸음도 빨라졌다. 그러고 명순이는 걸어가면서도 그 사람이 누구라는 것을 알아내려고 무한이 노력을 하였다. 그러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수길이가 외국으로 갔다는 말을 들었던 까닭으로 중국복을 입은 것을 보고 수길이나 아닌가 하였지만 수길이는 키가 그렇게 키지 못하였으므로 수길이라고 상상을 못하였던 것이다.
시가는 죽은 듯이 고요하였다. 오전 세시이므로 사람의 그림자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명순이는 황금정거리를 올라가서 광화문통으로 나가기로 작정을 하였다. 겨울의 사나운 바람은 끊임 없이 불어 온다.
그러나 명순이는 조금도 추위를 깨닫지 못하였다. 카페 ‘따리아’에서 당할 때의 추위만 못하지 않었으나 명순에게는 철하를 살려 내겠다는 욕심이 충만하였으므로 추위를 깨닫지 못하였던 것이었다. 명순의 마음이 이렇게까지 기뻐보기는 몇해만에 처음이었다.
“철하씨 오늘밤만 고생하십시오”
명순이는 이렇게 부르짖었다.
명순이는 수창동에 이르렀다. 그러나 번지를 찾기가 괴로웠다. 낮이라고 하더라도 경성안에서 번지를 찾기가 괴룬데 밤이니 더욱 번지를 찾기에 괴로울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문등들이 달린 집이 많지 아니하므로 힘은 갑절이나 들었다. 명순이는 십분동안이나 번지를 찾기에 허비하였다. 그러나 찾지 못하였다.
“이리로 오십시오 저를 따라 오십시오”
하는 소리가 명순의 뒤에서 들렸다. 명순이는 그 사람이 홋떡집 앞에서 맞난 중국복을 한 조선사람인 것을 알고 그의 뒤를 따라갔다. 그 사람이 가는 곳은 캄캄한 곳이었다. 불빛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골목을 볓번이나 구비돌았는지 알지 못하였다. 명순이는 속으로 불안한 생각이 났다. 어떤 흉한에게 유인이나 당하고 있지 아니하는가 하였다. 명순이는 그러한 생각이 날때마다 몰래 도망을 칠 생각도 있었지만
“나는 변원식을 살해한 사람이 올시다”
이 말 한마디에 도망을 칠 수도 없었다. 홋떡집 앞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던 것이 생각이 나서 도망도 치지 못하고 어떻게 되던 따라가 보겠다는 모험심이 났다. 아무리 하여도 죽기는 일반이었고 바랄 것이 없기는 일반이었으므로 구태여 겁낼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고 그 사람의 뒤를 따라갔다. 철하를 위하여 목숨을 버린다는 것이 그대로 죽어버리기보다 더 나은 것이라고 생각하였던 것이었다.
“겁낼것이 무에냐 철하는 살인혐의자로 유치장에서 고민을 하고 있지 않느냐”
명순이는 속으로 이렇게 부르짖었던 것이었다. 그 사람은 어둠컴컴한 골목으로 한참이나 굽이 돌아가더니 다쓸어저가는 깁 문깐으로 들어서며
“문이 낮습니다. 까딱하면 이마를 상합니다. 주의 하십시오”
하였다.
명순이는 허리를 굽히고 어두운 문깐으로 더듬더듬 들어섰다. 방안은 캄캄하다. 명순이는 어디가 어디인지 분간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사람은 서슴지 않고 걸어들어간다. 명순이는 소경 모양으로 그 사람의 발자취 소리를 드으면서 그 뒤를 따랐다. 문 여는 소리가 들리더니 그 사람은
“방문도 낮습니다”
하고는 방으로 들어간다.
“불을 켜십시오. 어디가 어디인지 알 수가 있어야지요”
명순이는 이렇게 말하고 방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병순이는 방으로 들어가려면 갈 수가 있었지만 갑작이 무서운 생각이 나서 불을 켜라고 한 것이었다.
불도 켜지 아니한 집으로 알지 못한 사람을 따라오게 되니 무시무시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불을 켜십이오” 하고 명순이는 독촉을 하였다.
명순이가 겁나는 마음을 억제하면서 용기를 내어 말하였지만 말소리가 떨리며 나오는 것을 자기로도 깨달을 수가 있었다.
“차차 켜지오 들어오십시오” 하고 그 사람은 불을 켜지 않는다.
“앞이 보이지 않어서 방문이 어디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불을 켜십시오”
“자! 문이 이 곳에 있습니다” 하고 그 사람은 문을 두다린다.
“불을 켜지 않으면 저는 갈테야요”
“불은 나에게 금물입니다. 당신이 방에 들어와야 불을 켤 수가 있지 그렇지 않으면…”
이 말을 들은 명순이는 더욱 무시무시하였다. 왼몸은 냉수로 내려붓는 듯 으슬으슬하였다. 그 사람은 나온다. 명순이는 더욱 겁이 났다. 그 사람이 대문쪽으로 가더니 대문을 닫는 소리와 빗장을 지르는 소리가 들린다. 그 사람은 또다시 방으로 들어가며
“자 들어오십시오. 의심할 것은 조금도 없습니다. 겁낼 필요도 없습니다. 나는 당신의 몸에 손톱만한 흠점도 내지 않을 사람이올시다” 하였다.
그 사람의 말소리는 부드러웠다. 대문빗장을 지르는 소리에 넋이 나서 우들우들 떨고 있던 명순이는 이 말 소리에 얼마의 진정은 되었으나 그래도 안심은 되지 않았다.
“말씀은 그렇게 하시는 이가 웨 불은 켜지 않으십니까”
명순이는 별말을 다 해도 불을 켜기 전에는 안 들어가겠다는 듯이 또 그 말을 못 믿겠다는 듯이 몸을 깟닥도 하지 않고 섰다.
“불을 안켜는 이유말입니까. 저는 은거를 하지 않고는 살아가지 못하는 사람인고로 불을 못켭니다. 그러나 당신이 들어오신다면 문을 닫고 그 문에다가 불빛이 밖으로 새여나가지 아니할만한 변통을 하는 것입니다. 의심을 마시고 들어오시기만 하면 불을 켜리라”
그 사람은 소학교선생이 학생들에게 글을 가르치 듯이 차근차근하게 말하였다.
명순이는 이 말에 얼마의 안심을 얻었다. 그것은 그 사람의 하는 말이 그럴 듯하였던 까닭이었다. 또 아무리 하여도 들어가고야 말 것을 알았던 까닭으로 공포에 떨리는 마음을 억제하면서 방안으로 들어섰다. 방안에서는 퀴퀴한 내음새가 코를쿡 찌른다. 명순이는 쪼그리고 앉아서 히회만 기다렸다.
그 사람은 며순이가 들어온 것을 보고 무을 걸고 문에다가 무엇인지 가리우려고 한참 어두운 가운데서 꿐클거리고 있었다.
“자! 이만하면 되었습니다” 하고 그는 성냥갑을 끄내여 불을 켜서 초에다 붙인다.
캄캄하던 방안은 촛불에 환하게 되었다.
“아!”
그 사람의 낯을 바라본 명순이는 이렇게 부르짖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명순의 두 눈은 이상하게도 빛났다.
“아! 유령(幽靈)이다 악마다”
명순이는 또다시 부르짖었다. 명순의 정신은 어지러웠다. 명순이는 손으로 눈을 가리웠다.
“놀래지 마십시오 유령이 아니고 사람입니다. 유령이 어떻게 말을 하겠습니까 악마는 악마입니다. 명순이가 지금 칼로 나의 목을 찌른다고 하더라도 나는 조금도 반항을 하지않겠습니다”
명순은 손을 떼었다. 휘둥글해진 눈을 똑바로 뜨고 그 사람을 바라보았다. 명순이는 분노에 사뭇첬다. 명순의 두 주먹은 힘있게 쥐여졌다. 그 사람은 의오ㅔ에도 자살을 하였다던 창선이었다. 창선이는 아즉도 세상에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는 죽지 않고 남아 있었다. 명순이는 정신을 잃고 쓸어졌다. 자기의 일생을 망처 놓은 창선이를 만나게 되자 급격히 일어나느 분노에 그는 정신을 잃고 말았다.
명순이가 정신을 차리었을 때는 날이 환하게 밝았을 때이었다. 명순이는 무서운 꿈을 꾸고난 것 같었다. 창선은 화로에 불을 피우고 있다. 명순이는 한시라도 이 곳을 나가고 싶었다. 그러나 명순은 나가지 못하였다. 창선이를 볼 때마다 눈에서 불이 번쩍번쩍 일어났으나 그래도 명순은 이 곳을 나갈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것은 철하를 구하여 낼 욕심이 있었던 까닭이었다. 이곳을 그대로 나간다면 철하를 구하여 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고면 명순이는 말을 먼저 끄낼 마음은 없었다.
금수에도 비하지 못할 놈 자기의 일생을 저주하여 놓은 놈을 보구 말을 먼저 끄낼 생각이 없었다. 명순이는 방안을 돌아다보고만 앉았다. 적고도 누추한 방이다. 윗쪽 방구석에는 등사판이 두 개가 겹처 놓여 있을 뿐이고 아무 것도 없었다.
“명순씨 저의 잘못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창선은 아무 말도 없이 분노에 싸여져 앉아있는 명순이를 바라보면 애원하였다. 그러나 병순이는 아무 대답도 없었다.
“만일 용서를 하실 수 없으면 명순씨의 마음대로 하십시오 저는 아무 대항도 하지 않겠습니다. 저를 죽여도 저는 아무 반항도 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당신의 일생을 망처논 사람이올시다. 또 저는 저의 결심한 목적을 지내간 밤에 성공하였으니 죽어도 한이 없습니다”
하고 창선이는 품에서 날카로운 단도를 내여 놓는다.
“자 명순씨 마음대로 하십이오 명순씨를 이 곳으로 오시게 한 것도 이 까닭이올시다. 저는 언제든지 저의 목적을 달하는 날에는 명순씨 손에 죽든지 그렇지 않으면 명순씨 앞에서 사괴를 하고 자살을 하든지 이 두가지를 취하려고 결심을 한 것이니까요”
창선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이 눈물이야말로 진정한 마음 속에서 흘러나오는 사죄의 눈물일 것이다. 명순이는 창선의 마음을 알았다. 자기의 죄를 위하여 진정으로 사죄를 하는 것을 알았다. 목숨을 내여놓고 그것을 제물을 삼아서 사과의 제사를 올리는 것을 알았다.
명순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칼을 들여다 보았다. 칼 자루에는 검붉은 피가 묻었다. 명순이는 그 피가 변원식의 피인 것을 알았다.
“아 그러면 당신이 ST라는 사람입니까?”
하고 명순이는 칼을 들고 ST라고 색여 있는 것을 똑똑이 들여다 보았다. 확실히 ST라고 쓰여 있다.
“예 제가 ST올시다”
이 말을 들으니 명순이는 지내간 날 ST에게서 두 번이나 받은 편지 생각이 떠돌았다. 명순은 창선이가 그 때부터 자기의 잘못을 후회한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명순씨 저는 지금 끝없이 반갑습니다. 오랜동안 목적해 오던 원수를 갚고 또 명순씨 앞에서 죽게 되니 참으로 즐거웁습니다.”
하고 창선이는 만족한 빛을 나타내며 명순이를 치어다본다.
“자살을 하셨다던 이가 어떻게 살으셨습니까?”
명순이는 처음 입을 열었다.
“자실? 그것은 나의 원소를 갚기 위하여 헛소문을 낸 것입니다. 창선이라는 사람이 이 세상에서 없어서야 원소를 갚기 쉬웠던 까닭입니다.”
창선이는 한숨을 쉬고 나서 또 다시 말을 잇는다.
“인제 저의 지내간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변원식과 그의 아버지는 나의 원수이었던 것입니다. 저도 그서을 안지가 작년 겨울 개성에서 돌아오는 즉시로 알알던 것입니다. 저의 부친이 변원식의 돈 일천 칠백원을 차용을 지신대로 세상을 떠나셨는데 변원식은 그 돈을 받으려고 저의 집을 차압하였던 것입니다. 할 수 없이 우리집 식구는 노상에서 방황하게 되었던 것입니다.제가 하루는 우연한 일에 아버지의 책상을 뒤지게 되었는데 아버지가 저에게 보내려고 써두었던 편지가 눈에 띠우게 되자 저는 그것을 떼어 보았습니다.”
창선의 낯에는 괴로운 빛이 떠돌았다. 그의 마음은 흥분이 된 듯하였다.
“그것을 보니 편지가 아니라 유서(遺書)이었던 것입니다. 저의 아버지는 자살을 하셨는데 세상에서는 그 때 아들의 방탕을 비관하여 자살을 하였다는 소문이 돌아다니었던 것입니다. 갑작이 자살을 하였으므로 저도 그렇게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아버지의 유서를 보고 아버지의 자살하신 원인이 저 때문이 아닌 것을 분명이 알았던 것입니다. 나는 그 자세한 이야기는 안하려고 합니다. 다만 변원식의 부친으로 말미암아 자살하였다는 말만 하여 두려고 합니다.”
하고 창선은 한숨을 내쉰다.
“이것을 아 나는 복수를 하기로 결심을 하였던 것입니다. 나의 정체를 숨기는 것이 복수하기에 편하였던 까닭으로 저는 허위의 유서를 남겨놓고 한강에 투신한 형적을 나타내었더니 그 이듣날 신문에 내가 자살하였다는 기사가 실리었으므로 그 날부터 나는 안심을 하고 복수의 계획을 세웠던 것입니다.”
창선이는 화로에 술을 얹고 나서 다시 말하였다.
“변원식의 아버지는 기회가 적어서 복수하기가 불편하였던 까닭으로 변원식부터 착수하려고 그의 뒤를 따라다니다가 명순의 숙소로 알게 딘 것이고 변원식이 당신께 어떠한 태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알았던 것입니다. 그러하므로 저는 저의 원수이고 또 당신의 원수인 변원식이를 죽여버릴 생각이 더욱 강하여졌던 것입니다. 그 뒤에 여러 번 습격을 하엿으나 모다 실패를 하고 지나간 밤에야 겨우 성공을 하게 된 것입니다. 호일고무공장에 불을 지르고 변원식의 아버지에게도 습격을 하였더니 아직도 목숨이 붙어 있는 것을 보면 실망은 되나 멀지 아니하여 죽어버릴 것이므로 저는 복수의 일단락을 지은 것으로 생각하고 처음 결심한대로 자살을 하려고 합니다. 당신의 손에서”
“제가 모두 용서하여 드릴 터이니 자살을 마십시오”
그것은 창선이가 미웁게 보였지만 같은 설음에 있다는 것을 생가하였던 까닭이었다.
그러고 철하의 일이었다. 창선이가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자살을 한다면 철하가 문제다.
“아니올시다. 명순씨가 용서를 한다고 죽지 아니할 내가 아니올시다. 나의 양심이 용서를 얻고 그러고 자살을 하려고하는 것이니 용서를 하시겠습니까”
“자살을 하신다면 용서를 할 수가 없습니다.”
“자살은 하고라야 말겠습니다. 나의 양심도 양심이려니와 나는 몇몇 동지를 자기고 있습니다. 나는 그 사람들 앞에서 맹세를 하였습니다. 그 가운데 당신도 아는 수길씨도 섞여 있습니다.”
“수길씨요? 그는 외국으로 가셨다는데”
“외국에 있는지 조선 안에 있는지 그것을 말하지 말기로 합시다”
창선이는 그 말에 대하여서는 회피를 한다.
“명순씨 돌아가십시오 저는 이 곳에서 자살을 하겠습니다. 지나간 밤에는 나의 정체가 발각이 될까 보아 겁이 났습니다. 그것은 당신 앞에 이와 같은 사정의 이야기를 하지도 못하고 붙잡힐까 보아서 겁이 난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 것도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창선씨 당신이 자살을 하신다면 철하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철하씨가 변원식을 죽인 범인이 되어 버리지 않습니까?”
“명순씨가 저의 잘못을 용서하여 주신다면 자사를 중지하고 경찰서로 가지요 아무데 가도 죽기는 마찬가지니까요”
“용서하여 드리지요”
명순이는 쾌히 승낙을 하였다.
창선이는 눈물을 흘리며 명순에게 감사를 올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