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생(李先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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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튿날 오후 네시에 명순이는 이선생을 만나려고 정일여학교로 행하였다.

에제 저녁에 그러한 고통을 겪던 일을 지금에 생각해도 소름이 끼쳤다. 그리고 이후라도 변원식이가 흉악한 마게를 꾸밀까 하여서 마음에 불안을 느끼었다.

인육시장에 팔아 버리겠다는 무서운 포고에 ‘주검’ 이라는 것으로 대항을 하여 일시에 승리는 얻었으니 그 무도한 놈이 아무것도 헤아리지 않고 자기 몰래 인육시장에 매매게약을 하여 쥐도 모르게 잡혀가지 않을까 하는데도 공포를 느끼지 아니ᄒ지 못하였다. ‘그렇게 되면 죽어버리지!’ 하고서 앞일을 결정해 버리려 하였으니 그것은 슬픈 일이었다.

“오 세상은 나를 이다지도 과연 버리는건가”

하며 그는 길가운데 서서 하늘을 우러러 통곡이라도 하고 싶었다.

주검은 절망의 그림자였다. 모든 괴로운 환영이 사라지는 그 때였다. 그리고 보면 기원스러울 것도 같았다. 그러나 더 이상 두려운 일이 또 어디있단 말이냐.

변원식의 말과 같이 인신매매는 법률이 승인하는 것이라면 명순이 죽는 때의 그 범죄는 주구에게로 돌아가느냐? 명순이는 이 모순을 통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명순이도 사람으로서의 본능을 가진고로 주검이라는 것에 대하여 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변원식의 앞에서 대담하게 죽어버리겠다고 부르짖었지만 그 즉시 연약한 가슴이 떨리었던 것이었다. 침침하고 적적한 가회동 한구석에서 속절 없이 울고 있는 명순이는 감옥으로 간 철하의 고생만 못한 것은 아니었다.

봄이 왔다고 장안은 정열에 우일에 환락에 뒤끌었다. 가비여운 옷자락을 춘풍에 날리면서 이리 몰리고 저리 몰리는 남녀노소 상점의 진열장에도 봄의 장식 하늘과 따은 모두가 봄치당을 하였었다. 몬지를 일으키며 달어나는 기생을 실은 자동차! 봄의 거리는 유창아들의 헡은 웃음과 노래가락에 봄이 저물어 가고 있었다. 명순이는 이 모든 정경을 바라보며 기맥없이 걸어가고 있다.

사람의 손으로 꿈여논 봄! 그것은 쓸쓸한 산중에 핀 이름 없는 한송이의 꽃만도 못한 것이었다.

명순에게는 이봄의 거리는 우수의 봄! 슬픔과 저주이 봄거리었다.

수많은 거지아이들이 신사(?)의 뒤를 따라다니며 한푼의 구걸을 하고 구걸을 하면 단장끝으로 중박고 달아나는 소위 신사도 있었다.

저주 받는 생명들에게는 봄도 그의 시절은 아니었다.

명순이는 눈에 보이는 것이 모두다 거짓이었다. 이 노의 세상이 모두가 거짓으로 되고 이우주까지도 거짓으로 창조된 것 같았다.

“이 세상은 있는 놈들의 세상야”

철하가 언제인가 이렇게 말하던 것이 틀림이 없다고 생각하였따. 명순이는 이 거리를 이전에 몇천번 몇만번 지내가녔지만 오늘과 같이 역경(逆境)에 처하였을 때데 보이는 것 생각되는 것이 전연히 달렀다.

명순이는 정일여학교 문앞에 이르렀다. 오륙년만에 처음 모교의 문앞에 와 서니 마음이 울적하였다. 때마침 화학시간이 되어 학생들이 책보를 아고 두셋씩 짝을 지여 웃고 떠들며 교문을 나온다.

명순이는 그들이 끝없이 부러웠다. 아직도 세상의 풍파를 겪어보지 못한 천진한 그들이 눈물겨웁도록 부러웠다. 그러고 전과 조금도 달음없는 교사(校舍)와 운동장을 바라볼 때 예날의 자기의 환영이 떠올라서 가슴이 뭉클하였다. 정구운동장 저 쪽에 서 있는 늙은 버드나무! 옛날에 그 그늘이 지금에 자기를 불러 드리는 듯하여 달음질하여 그 나무를 얼싸안고 싶었다.

고향을 처음 떠나 이 학교를 입학한지 얼마아니되어 타향에서 첫봄을 맞이하게 될 때 실실이 드리운 푸르러가는 그버드나무를 바라보고는 고향행각을 못잊어서 울던 일이 생각난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옛날일이었다. 지금도 그 버드나무는 그 때와 조금도 다름없이 봄빛을 빛내고 있지만 명순에게는 그 때와 같은 마음 그때롸 같은 시절은 아니었다. 다만 지내간 모든 일이 꿈속과 같이 흐리흐리할 뿐이었다.

명순이는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사무실 안에 둘러앉은 선생들은 거의 다 모를 이들 뿐이었다.

그리고 이마리아 선생은 보이지 않았다. 삼사명의 옛선생도 있으나 자기를 보고 명순인것을 깨닫치 못하는 것 같았다.

명순이는 한참 머믓머믓 하다가 문옆에 앉은 일본선생을 보고 학감선생이 어디 가셨느냐고 물어보아 교장실에 있는 것을 알고 여러선생들 옆을 조심조심히 지내서 교장실로 통하는 문을 열었다.

이선생은 신문을 들고 보다가 명순이가 들어오는 것을 보더니 의자에서 일어나서 명순의 손목을 잡으며 반가히 맞아준다.

“어제 저녁에 놀러오겠다고 하여서 열한시까지나 기다렸는데요 자! 어서 앉으우”

명순이는 그러지 않아도 엇저녁에 약속을 지키지 못하여 먼저 죄송하다는 인사를 올리려고 하였던 것이 이선생이 미리 넘씬 말을 하므로 더욱 미안하였다.

“급한 사정이 생겨서 찾어오지 못하였읍니다. 선생님이 기다리실 줄 알면서도…… 첨 퍽 미안아게 되었읍니다”

명순이는 이선생의 앉은 자리를 보니 그 동안 교장이 된 듯 짐작이 되었다. 그러나 서양인 경영인데 조선 사람 교장을 둘 이치가 없을 것 같으므로 속으로 궁금하게 생각하였다.

“웰드부인은 어디로 가섰읍니까”

웰드부인은 명순이가 있을 때의 이 학교 교장이었다.

“웰드부인 말이요? 그이는 작년에 고국으로 볼일이 있어서 들어가고 그 대신 내가 교장대리를 보고 있는 중이라오”

지위가 변했어도 이선생의 겸손한 태도와 마씨는 옛날고 조금도 다름이 없었다.

어린 학생을 보고도 말공대를 하는 것과 너그러운 맛이 예전이나 마찬가지인 것이 이선생의 특성이었다.

“제가 다닐 때보다도 많이 변한것 같어요 첫째로 모를 선생님도 많으셔서 옛날 제가 모시고 있던 선생님은 몇분 안 되시군요? 그대신 모든 설비가 그 때보다 구비합니다”

“그렇구 말구 뜻 없이 가는 세월이니 그 동안에 변한 것도 많지요”

하며 이선생은 한숨을 내쉬였다.

“그러나 선생님의 신색은 조금도 늙으시지 않었읍니다. 그 때나 지금이나 별로 달러 보이지 않어요”

이렇게 말하는 명순이는 그것이 그저 인사에 말이었고 사실은 이선생은 그 떄보다 훨씬 늙은 것을 발견하였다. 귀밑머리가 흿득흿득 하여 가는 것을 보더라고 그전보다 몹시 변한 것이었다.

“내가 늙지 않었다니 호호호 천만에! 작년이 다르고 금년이 다른데”

명순이와 이선생은 지내가 그윽한 추억을 끄집어 내여 즐거웁게 이야기 하였다.

이선생도 이제는 덧없는 세월과 무상한 인생을 슬퍼하는 듯하였다.

“명순이가 이 학교를 나간지가 몇해나 됐지?”

하며 시선생은 그 햇수를 찾어내려는 듯이 눈을 감고 세여보는 것이었다.

“벌써 오년째 잡어듭니다”

“오년? 호오! 어제와같은데 벌써 오년이라니? 그동안 명순이야 나를 잊었겠지 그러나 나는 명순이가 동경서 졸업을 하고 평양에 와있다가 서울에 올러와 있는 것까지 알었었지만……”

“네? 어디서 알으섰어요?”

“알구말구 어머니도 서울서 돌아가섰지요?”

명순이는 놀래였다. 자기가 서울에 온지 일년이 넘도록 한번도 찾어와 보지 못하고 이선생의 말과 같이 이선생을 전혀 잊어버리나 다름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자기가 지내온 일과 최근의 일까지도 낱낱이 알고 있는 것이 이상하였다.

참 인자한 어머니와 같은 선생이로구나 하고 자기가 어제까지 이선생을 잊었던 것이 새삼스럽게 무슨 큰 죄를 지은 것 같아서 몹시도 죄송하였다.

“어디서 그렇게 자서히 알으섰읍니까”

명순이는 무안한 듯이 고개를 갸웃둥해 보였다.

“여러사람에게서 종종 소식을 물어서 알었다우 요사히는 취직을 못하여 곤난중에 있다더구먼? 그게 사실이요?”

명순이는 그가 자기의 일을 귀신같이 알고 있는 데는 감격도 하였지만 그 대신 다른 일까지 속속드리 알고 있지나 아니한가 하여 금시에 부끄러운 생각이 치미러서 공연히 얼굴이 홧홧 닷고 바눌방석에 앉으나 다름 없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기의 사정과 그이면을 그렇게까지 낱낱이 알 사람이 없겠으며 이선생에게 들려줄말한 사람이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이선생이 그만 것을 알고 있을 때는 그 외에 모든 일을 확연히 알고 있는 일도 사실인것 같았다.

명순이는 금시에 머리를 떨어뜨리고 아무 말도 못하였다.

“내 생각에는 명순이가 그렇게 곤경에 있게 되었으면 꼭 나를 한번이라도 찾어오리라고 생각하고서 취직할 곳까지 듯보아 두었는데…”

이 말에는 명순의 귀가 번쩍 열리어 고개를 번쩍 들었다. 이야말로 죽어가는 사람의 생명수나 다름 없었다.

그러나 자기의 처지가 새삼스럽게 가엾고 이선생의 호의에 감격하여 눈물이 나올만치 꿀걱하고 슬픔이 떠올았다. 그리고 진작 이선생을 찾어보지 못하였음이 다시금 후회가 났다.

“어저께 전차에서 만나서야 내 생각이 났겠구료 그전에는 내라는 사람이 서울에 있는지 없는지 생각해 보려고도 아니하였겠지요 만나자 그 이튿날 이렇게 분주히 찾어온 것을 보니까말요 그러나 그것도 무리는 아니니까!”

“선생님 용서하여 주십시오 선생님이 하시는 말과 조금도 다름이 없었읍니다. 선생님을 얼마동안 깜짝 잊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잊으라서 잊은 것이 아니예요”

명순이는 눈물까지 흘리며 솔직하게 거짓없이 대답을 하였다.

“선생님께서 그 일에 대하여 저를 꾸짖어주신다 해도 저는 아무런 대답할 말씀도 없읍니다. 사실 오늘도 취직운동으로 온 것이예요”

“천만에 그렇게 말하면 내가 도리어 미안하구료 명순이가 곤경에 빠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취직할 곳을 주선하여 놓고도 통지를 못한 것도 그럴 기회가 없어서!”

명순이는 이선생의 말에 조금도 거짓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더욱이 감사하였다.

세상사람들은 모두가 자기를 속이여 한입에 삼키려 하는 무리들 뿐인데 이선생만은 따뜻한 사랑을 조금도 아끼지 않고 물붓 듯이 부어주는데는 망한 놈의 세상에도 한구통이에 이러한 어진 사람이 있구나……하였다.

“선생님 참으로 감사합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로는 고독한 몸이 되고 보니 세상을 살어갈 도리가 없을 것 같었어요 게다가 생활난까지 닥처오니 아직도 어린 몸이고 세상의 물정을 모르니 두손만 쥐고 밤새도록 운 때가 많었어요”

명순의 눈에는 두어방울의 커다란 눈물이 떨어졌다.

이선생의 눈에도 눈물이 글성글성하였다. 그도 불쌍한 처지에 있는 명순이를 보고 그 가련한 정상에 측은한 생각이 나서 눈물을 흘리기 않을 수 없는 것 같았다.

“명순씨 울지마오 세상을 살어갈랴면 별고생을 다 겪어야 하는 거이라구 고는 낙지본이라고 이 앞으로 설마 즐거운 날이 오지 않을라구 그리고 내가 취직할 곳을 얻어논 곳도 과히 나쁜 곳은 아니니까”

명순이는 이 앞으로의 운명은 이선생에게 달렸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이 이를 의지하고 모든 것을 상의하여서 앞길을 개척하리라 하였다.

험악한 세태에 부닫기기 시작하자 이선생의 따뜻한 사랑을 받게 되니 그는 모성애와 같은 느낌을 얻었다. 그래서 그의 품안에 안기워서 그 따뜻한 사랑에 젖고 싶었다.

“선생님 저는 고독한 몸이오니 저를 친딸과 같이 생각해 주세요 세상은 넓다해도 믿을 곳이 있어야지요 저늬 운명은 선생님께 맡기겠읍니다”

명순이는 흑흑 느끼어 운다.

“걱정말어요 내힘 자라는대로 어디까지든지 돌아보아줄 것이니까 그리고 하나님은 약한자를 더욱 도으신다고 하지 않었오?”

이선생은 말을 마치고 명순이를 위하여 기도를 드리기 시작하였다. 그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명순이는 더욱 느끼어 운다. 아! 인정애의 발로! 이 세상에서 저주 받은 생명을 위하여 그는 눈물까지 흘리지 않는가? 장황한 기도는 끝을 맺었다.

“방장노님을 아시우?”

“네 서대문정에서 사시는 그 양반 말씀이지요?”

“옳습니다. 그런데 명순씨! 오늘부터라도 그 집에가서 있게 된다면 어찌 생각하오”

“그 집에를요?”

“네! 방장노님 아들이 한분 있는데 지금 보통학교 사학년이라는구료 그래서 전번에 가정교사를 두시겠다고 날보고 좋은 이로 한분 구하여 달라고 청탁을 하므로 구하여 드리마고 승락을 하였는데 명순씨는 어떠하겠오?”

“저야 압니까? 선생님이 인도하시는 곳이면 어디든지 좋겠지요”

명순이는 가정교사라는데에 언듯 마음에 맞었다. 사람이 많이 드나들고 교제가 넓은 데 보다는 믿음성이 있는 듯 하였다. 모든 것이 자기의 소원대로 되는 것을 스스로 반갑게 생각하였다.

서대문정에 있는 방장노라면 서울안에서도 몇째안가는 부자요 기독교신자인 까닭에 마음이 온순하고 사회사업에도 재물을 아끼지 않고 내여 놓는 이인 것을 명순이는 그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것은 방장노가 정일여학교와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던 까닭에 대강 짐작하는 일도 많았다. 지금은 어찌 되었는지 몰라도 명순이가 그학교로 다닐때에는 방장노가 그 학교관리회회장으로 있었다.

“방장노는 아들 하나밖에 없는 고로 명순씨가 그아이의 가정교사로 들어가게 된다면 그 아이만치는 사랑을 받을 것입니다”

“저도 알고 있읍니다. 제가 이 학교 일학년때인가 이학년 때인가 자세히 기억은 안 됩니다마는 처음 아들을 보섰다고 하여 잔치까지 차린다는 소문을 들었읍니다”

“참! 어제와 같더니 그사람도 젊어서는 방탕한 길을 밟을가 하아가 하느님의 덕으로 지금은 얌전하게 되었지오”

이마리아는 한숨을 길게 쉰다.

“내일부터도 좋으니 생각이 있으면 승락을 하십시오 가정교사로 들어가면 그 집에서 식사도하고 월급도 월급대로 받고…… 그러나 명순씨 사상과는 좀 맞지 않겠오 명순씨는 하느님의 존재를 부인하고 있으니 말이요”

중학교 때부터 명순의 성질을 잘 알고 있는 이마리아는 이렇게 말하고는 명순이를 치어다 보았다.

“세상이 너무 허황하니까 교회로 다시 돌아갈까 합니다. 영원히 그 집에 있을 것도 아니니까 관계없겠지오 지금 같아서는 하루가 급한데요 내일부터라고 가겠읍니다”

명순이는 모든것을 헤아릴 필요가 없었다. 일년동안 즉 철하가 출옥할 때까지만 먹고 살수 만 있으면 그만이라고 하였다.

철하가 나오기만 하면 모든 것이 무서울 것이 없고 근심할 것도 없을 것 같었다. 철하만 자기를 용서하여 주면 명순이는 그 자리에서 죽어도 좋을 것 같이 생각이 되었다.

“그러면 내가 오늘 저녁 방장노를 찾어가서 말씀을 할터이니 집에 돌아가서 옮아올 준비를 하시요”

이선생은 만족한 낯으로 명순이를 바라다보았다. 자기를 믿어주고 순종하여 주는 것이 스스로 기뻤던 까닭이었다.

그리하야 스스로 감격한 그는 명순의 장래를 위하여 힘을 다하여 도와주기로 작정을 하였다. 불행한 처지에 있는 명순이를 도와주는 것이 자기의 의무라 하여 명순이를 위하여 속으로 묵도를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선생은 가슴이 답답하였다. 그는 아무 말도 없이 세상을 니내여 왔으나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고통은 여간 크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은 이선생을 볼때 아무 걱정근심도 없는 사람 같이 생각하였지만 이선생의 침착한 태도가 속으로 일어나는 고민을 가리워버린 것이었다.

그가 사십이 넘도록 독신생활을 하여 오는 사이에 갖은 풍파와 고생을 겪어 왔지만 하느님만 의지하고 모든 운명을 하느님에게 맡겨가며 지내여 온 것이었다. 어떤 땡에는 울면서 기도도 하였고 어떤때에는 잠도 자지 않고 기도를 하였던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사후의 천국을 위하여 기도를 한것도 아니었고 영생을 휘하여 기도를 한 것도 아니었다 천당과 영생을 근 요구하지 않았다. 다만 괴로운 세상에서 헝된 세상에서 일시의 안위를 얻기위하여 또 양심의 가책되는 일이 괴로워서 그는 조용한 때마다 기도를 하였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불상한 사람을 동정하여 주는 것을 한 낙으로 알았다.

젊은 여자가 그 남편에게 던져주는 사랑으로 살 용기가 나는 것과 같이 이선생은 수많은 어린 학생들을 사랑하는 것으로 유일의락을 삼었다 그 사랑에는 조금도 거짓이 없었따. 진정으로 울어나오는 사랑! 어린 학생들은 이선생을 친어머니와 같이 존경을 하였다. 이선생이 병으로 학교에 출석을 못하게 될 때면 어린 생도들은 친어머니가 병석에 있는 것과 같이 근심을 하면서 이선생의 집으로 몰려와서는 의사를 모서오기도 하고 밤을 새워가며 간호를 하여 드리었던 것이었다.

명순이도 그 학교를 다닐때 이선생의지벵 가서 밤을 새워가며 간호를 하여 들인 일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명순이는 그때에 특별이 이선생의 총애를 받아왔었다.

그러나 명수니는 아무리 생각하여봐도 이선생의 일이 이상하였다. 어디서 자기의 지내여온 시정을 알았는지? 도무지 알수가 없었다.

또 자기가 스스로 취직운동을 온터에 그러한 사정을 말도 하기전에 취직운동을 하러온 것이라고 이선생이 단언하는 것을 보면 참으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그것 뿐인가? 취직할 곳을 미리 주선 하여 놓고 기다리고 있는 것도 참으로 야릇한 일이었다.

“선생님 어디서 아섰어요 제가 지낸 일을 어데서 그렇게 똑똑이 들으섰어요?”

명순이는 너무 마음이 가깝하였고 그라고 일종의 공포를 느끼면서도 호기심이 일어나서 물었다.

“아니 비단 명순의 일뿐이 아니라 내가 평시에 유망하게 보던 학생들의 안부는 늘 탐문하고 있는 것이니까…… 그것이 나의 유일한 락이라우”

이렇게 몽롱하게만 대답을 하고는 길게 한숨을 내쉴 뿐이다.

“누구에게서 들으셨읍니까 바로 가르쳐 주십시요 저의 일을 알만한 사람이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요”

“차차 알 기쇠가 있겠지요…… 명순의 일을 아는 사람이 있길래 내가 알게 된 것이니까……”

아무리 알고저 하여도 그는 이리저니 밑 뿐이요 시원하게 대답을 하지 않는다.

명순이는 더 묻지도 못하고 말끝을 돌리어 이 이야기 저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늦게야 지브로 돌아왔다.

명순이는 자기의 잎길이 차차 열려가는 기쁨에 그 날 밤이 새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변원식이만 다시 문제를 일으키지 아니하면 명순이는 자기의 바라는 것과 같이도 갱생을 하는 몸이 되리라 하였다.

그러나 변원식이가 또다시 문제를 일으키려고 할 때에는 방장노에게 가서 이야기를 하여 월급을 선대하여 그 더러운 빚을 깨끗이 청산해 버리려고 생각하였다.

방장노가 그만한 것은 이해하여 줄 사람인 듯 하므로 자기의 난처한 사정을 말하면 그만한 동은 그래도라도 동정하여 줄만한 사람일 것이매 원급을 선대하여 달라고 하면 안들을 사람 같지는 않았다.

만일 일이 그렇게 되어 변교장의 돈만 지불하여 버린 뒤에는 그 놈에게서 그 아니꼬운 말도 당하지 않을 것이며 몸이 자유롭게 될 것을 생각하니 스스로 반가운 마음에 춤이라도 추고 싶었다.

그 다음 문제는 철하의 처분이었다. 그도 자기가 진정으로 울며 사과를 한다면 사나이 다운 그는 요서하여 주리라 하였다.

그가 평시에 자기를 열중으로 사랑하여 주던 것을 비최어 보더라도 무심하게 자기를 차버리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하였다.

명순이는 이러한 추측을 하고 나니 얼마쯤 안심이 되는 듯 싶었다. 새기운이 솟아오르는 것 같았다.

만일 그렇게만 된다면 변원식이라는 놈을 골려줄대로 골려주고 싶었다. 황금의 힘을 믿고 사람을 괴롭게 굴던 놈을 도무지 거두를 못하도록 하고 싶었다.

그 이튿날 아침 명순이는 자리에서 일직이 일어났다. 늦게 잠이 들고 일찍 깨었으나 명순이는 피로함을 조금도 느끼지 않을 만치 젊은 가슴은 기쁨에 뛰놀았다.

생각할소록 이선생의 일이 얼마나 감사한지 몰랐다. 진작 이선생을 찾아가지 못한 것을 후회하였으나 그러나 되여가는 일을 보아서 미안한 것보다도 기쁨이 앞섰다.

그 은혜는 무엇이로 갚었으면 좋을는지 몰랐다. 만일 이 선생이 아니었더면 자기의 운명이 장차 어떻게 되어 나갈 것이라는 것을 잘 알게 되었다. 인육시장이 아니면 주검, 주검이 아니면 변교장의 첩으로 이러한 막다른 곳에 부닫첬으리라 하였다.

그렇게 되리라고만 생각하여도 몸에 소름이 쪽쪽끼치는 것이었다.

명순이는 아침밥을 재촉하여 먹고나서 주인을 불렀다. 인품이 좋은 주인 영감은 방으로 들어왔다. 그는 명순이가 짐을 싸 놓은 것을 보더니 눈이 둥그래지는 것이었다.

“아니 별안간 어디로 옮아가시렵니까?”

하며 놀란 어조로 말하며 명순이를 본다.

“서울에 있고 싶지 않어서 시굴로 내려갈려고 합니다”

명순이는 웃으면서 일부러 꾸려대었다.

“시굴로 내려가신다니요? 어저께 저녁에 변교장과싸우시더니 무슨 딴일이 생긴게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웬 그 놈의 자식이 젊은 놈이 어쩌면 그렇게 추근한지”

주인영감도 변교장을 늘 못마땅해 하던 터에 어젯일을 보고 분해하는 낯이다.

“사실은 시굴로 내려 가는 것이 아니라 서대문정 방장노집 가정교사로 가게 되여 옮아 가려고 합니다. 그러데 한가지 부탁할 것이 있어서 오시라고 했는데요”

“그것 참 잘되었읍니다. 참 반가운 소식입니다. 부탁이라는 것은 무슨 부탁인가요?”

“변교장이 와서 묻거던 어디로 갔는지 모르시겠다고 말씀을 하여주세요네? 미안하지마는요”

“천만에 그말은 부탁하시지 않어도 내가 그 넌덕스런 사람에게 말할리가 있나요 그런 놈에게 바로 말했다가는 큰일 나게요”

“그 놈이 내 간데를 알었대야 별 큰일은 생기지 않겠지마는 다만 그놈이 사람 같지 아니하니까요”

“당초에 웨 그런놈을 사괴였읍디까 어저꼐 밤에도 그놈의 자식이 불법한 행동만 하면 달려들어가서 골통을 바서 버리고려고 늦도록 자지 않고 문밖에 서서 거동만 보았지요”

주인 영감은 명순이를 평시에 자기의 딸 같이 사랑하였던 것이었다. 명순이도 객지에서 얼마쯤 주인 영감을 믿고 의지하고 지내여온 셈이었다.

작년 여름에 어머니가 서울로 올아오게 되어 이 하숙을 나아갔으나 만약 여관에만 있다면 이 주인 영감의 마음씨를 보아서는 이하숙을 나가지 않았을 것이었다.

“고맙습니다. 그렇게 까지 저를 보아주시니 무얼로 보답할지요?”

“섭섭합니다 서로 미도고 지내다가 훌쩍 떠나기게 되니 그러나 우리 집을 나가시더라도 틈계신대로 종종 놀러오시오?”

“놀러오고 말구요 늘은 어렵지만 한가한 때에 찾어오지요”

주인 영감은 나즉한 목소리로 다시입을 열었다.

“철하씨는 아직 나오실 때가 못되었나요”

“에 아직도 멀었읍니다. 명년 십이월이라야 나오시게 되겠읍니다”

주인영감은 이말을 듣고 안타까웁다는 듯이 혀만 찔찔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