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선물/산드룡의 유리 구두


예쁘고 착한 어린 색시 산드룡의 어머님이 돌아가신 후로는, 살림이 더할 수 없이 쓸쓸하여졌습니다. 그나마 아버님이 매일 아침에 보시는 일로 나가시면, 산드룡 색시가 혼자 집을 보면서, 어머님이 그리워서 날마다 날마다 울며 지냈습니다.

다행한 일인지 불행한 일인지, 그 후 얼마 오래지 않아서 새 어머니가 오셨는데, 성질이 사나우신 데다가 다른 데서 낳은 딸 두 사람까지 데리고 오셨습니다. 그런데, 그 딸 두 색시까지 성질이 곱지를 못하여서 장난만, 심술만 부리고 하여서 동네 사람들까지 미워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는 한편에, 산드룡 색시의 마음 착하고 얌전스럽다는 소문만 점점 높아가서, 새어머니는 몹시 성이 나셔서, 산드룡 색시를 못견디게 구박을 하기 시작하고 음식도 옷도 좋은 것은 주지 아니하고, 하인 꼴을 만들어서 아침부터 밤까지 심부름만 시켰습니다. 조석 상보기, 설거지하기, 물 길어오기까지 하인 대신 시키고, 아침저녁으로 방 치우고 마당 쓸고, 두 색시의 방까지 소제를 시켰습니다. 그러면서, 데리고 온 두 색시는 철마다 좋은 비단옷을 새로 해 입히고, 잔칫집 같은 곳에나 자랑삼아 데리고 다니곤 하였습니다.

연한 몸이 고달프기도 몹시 고달프고, 손과 발이 얼어 터지고 하여, 몹시 고생이 되는데 이름까지 예전 이름은 안 부르고, ‘산드룡, 산드룡’하고 부르는 것은 견디지 못하게 서러운 이름이었습니다. 원 이름은 예쁘고 귀여운 이름이었는데, 산드룡이라는 것은 때묻은 헌 옷을 입고, 매일 부엌에만 있어서 몸이 숯검정투성이었으므로, 따로 놀리느라고 지어 놓은 별명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름이 아주 산드룡이 되어 버리고, 계모의 딸 두 색시는 꽃같이 예쁘고, 볕 잘 들고 수정궁같이 깨끗한 방에서 나라의 공주와 같이 지내는데 산드룡은 매일 그 심부름이나 하여 주고 밤이면 침대도 없이 컴컴한 부엌 마루에 쓰러져 자곤 하였습니다.

산드룡 색시는 밤마다 컴컴한 부엌 속에서 다만 한갓 슬픈 신세를 생각하고 얼마나 우는지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그것도 새벽부터 일하여서 고단하고 졸림이 닥쳐와서 울다가는 그냥 쓰러져 자곤 쓰러져 자곤 하면서 몇 해를 지냈습니다.

그 후, 어느 여름에 그 나라 왕자님이 큰 무도회를 여시고 모든 사람을 초대하시는데, 그 중에는 산드룡의 아버지가 이름난 이어서, 이 집에도 초대가 왔습니다. 새어머님과 두 색시는 기뻐서 어찌할 줄을 몰랐습니다. 자아, 왕자님의 무도회에 가서 무도를 한다고, 두 색시는 입고 갈 옷과 보석 패물을 장만하느라고, 매일매일 수선하게 물건을 사들였습니다. 무도회에 가고 싶은 마음은 두 색시보다도 더욱 간절하지마는 어찌할 수 없는 신세의 설움을 가슴에 품은 산드룡은 입도 벌리지 못하고 참고만 있었습니다.

“이애 산드룡아, 장 속에 내 비단구두 꺼내다 먼지 좀 털어 놓아라.”

“이애, 내 것도 좀 털어 놔라.”

하는 소리에, 산드룡은 싫다는 수 없어 그 구두를 내어다 먼지를 털 때에 눈에는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그러나, 그것보다도 더 가슴이 아프기는 두 색시의 입고 갈 비단옷을 산드룡이 손으로 짓는 것이었습니다. 춤도 두 색시보다 훨씬 낫게 추는 산드룡이 자기는 무명옷 한 벌도 입지 못하고 앉아서 그 옷을 지어 줄 때, 눈에서는 자꾸 왕자님의 성대한 무도회의 광경이 보였습니다. 나도 갈 수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할 때에, 멈추려도 멈출 수 없이 눈물이 자꾸 흘렀습니다.

입고 갈 옷까지, 신고 갈 구두까지 일일이 심부름을 해 주고 또 두 색시의 머리까지 빗겨 줄 때에 두 색시는 비웃는 말로,

“산드룡은 그 좋은 무도회에 가고 싶지 않으냐?”

물었습니다.

산드룡은 얼굴이 빨개지면서, 입을 꼭 깨물고 아무 대답도 아니하였습니다.

“그렇겠지……. 가고 싶은들 갈 수가 있나, 옷이 있나, 구두가 있나, 보석 패물이 있나……, 남에게 흉이나 잡혀 우리까지 부끄럽게 하게…….”

하면서들 웃었습니다. 산드룡은 견딜 수 없이 너무나 슬퍼서, 부엌에 가 혼자 울었습니다.

무도회날이 가까워 오니까, 두 색시는 조석도 안 먹고 기뻐하였습니다. 남보다 조금 굵은 몸을 호리호리하게 보이게 하려고, 테스를 한 상자나 사다가 몸을 친친 감았습니다. 그리고는 온종일 체경 앞에만 서서 모양을 내고 있었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무도회날이 왔습니다. 눈부시게 찬란하게 차리고, 두 색시는 어머님과 함께 나섰습니다. 산드룡은 헌 옷을 입은 채로 문간까지 나가서 가는 것을 부럽게 보고 섰더니, 한참이나 가서 길이 꺾이어 보이지 아니하게 된 후에, 그만 며칠째 참아오던 설움이 복받쳐 터져서 소리쳐 울었습니다.

그 때, 어디서 왔는지 누구인지도 모르게 하얗게 옷을 입은 예전 어머니 같은 선녀 같은 이가 나타나서 산드룡이 우는 것을 보고,

“산드룡아, 울지 마라, 내가 무도회에 가도록 하여 주마!”

하였습니다.

그리고, 산드룡의 손목을 잡고 안으로 들어가서,

“얘, 뒤꼍 밭에 가서 네가 정성껏 기르는 그 호박을 하나 따 오너라.”

하였습니다.

산드룡은 얼른 가서 따왔습니다. 호박을 받아 가지고 그 여인이 호박 속을 모두 훑어내 버리고 나서, 그 껍데기만 놓고 무어라 중얼중얼하고, 지팡이로 세 번을 치자, 별안간에 그 호박이 황금 마차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요술 여인은 부엌으로 가서, 쥐 잡은 통을 들여다보니까, 조그만 새끼쥐 여섯 마리가 빠져서, 이리저리 톡톡 뛰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여섯 마리를 내놓고 지팡이로 건드리자, 금시에 좋은 말 여섯 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어미쥐를 꺼내서 지팡이로 건드리니, 마차 부리는 여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새장에서 작은 새 여섯 마리를 내어 놓고, 지팡이로 건드리니까, 훌륭한 여섯 명의 마부가 되었습니다.

“자아, 이만하면 무도회에 갈 준비가 되었다. 어떠냐? 네 마음에 합당하느냐”

하고 물었습니다. 산드룡은 기뻐하면서,

“네에, 합당하고말고요. 마음에 꼭 맞습니다. 그런데, 옷이 이렇게 더러운 옷인데, 이대로 가도 괜찮겠습니까”

하였습니다.

“옳지, 옳지. 그것도 해 주마, 염려 마라.”

하더니, 지팡이로 산드룡을 툭 쳤습니다. 그러니까, 어떻습니까. 이 때까지 그렇게 더러운 옷을 입고 게을러 보이던 산드룡이 어느 틈에 이 세상 없는 보석으로 장식을 한 좋은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비로소 산드룡의 원래 어여쁜 얼굴이 나타나서, 어느 나라 공주라도 따르지 못할 선녀 같은 색시가 되었습니다.

그것을 보고 요술 여인은 웃으며, 좋은 유리 구두를 내 주었습니다. 산드룡은 그 구두를 신고 황금 마차에 올라 앉았습니다. 마차가 떠나기 전에 요술 여인은 산드룡에게 특별히 일렀습니다.

“네가 가서 무도회에 참례하되, 밤 열두 시가 되기 전에 반드시 돌아오너라. 열두 시만 지나면, 마차는 도로 호박이 되고, 말은 쥐가 되고, 마부는 도로 새가 되느니라.”

하고 일렀습니다. 산드룡은 주의하겠다고 약속하고 떠났습니다.


그 날 , 왕자님은 많은 귀한 집 따님들과 노시다가 뜻밖에,

“알 수 없는 어느 곳 공주님이 지금 마차를 타고 오셨다.”

는 말을 들으시고, 친히 문간까지 나와 맞으셨습니다. 모르는 어느 곳 공주의 손을 잡고, 왕자님이 안내를 하여 들어오시자, 졸지에 궁중이 조용하여졌습니다. 음악도 그치고……, 모두 새로 오신 귀빈의 아름다운 자태에 눈들이 황홀하여졌습니다. 그리고, 그 고요한 속에서 가는 소리로,

“에그, 잘도 생긴 색시다. 어쩌면 저렇게 잘났을까”

하고 속살대었습니다. 늙으신 나라님께서도 이 색시를 자꾸 보시더니, 황후님 귀에 대고,

“저렇게 잘생긴 색시는 처음 보는걸.”

하셨습니다.

그 많은 귀부인들도 모두 그 색시의 아름다운 자태와 이 세상에서 보지 못하던 의복과 모든 장식품을 보고 놀랐습니다.

왕자님은 그 색시를 제일 좋은 자리에 모셔 앉히고, 그리고 나서는, 그 공주 같은 색시와 짝을 하여 무도 춤을 추었습니다. 산드룡 색시는 조용하고 잔잔하게 곱게 춤을 추었습니다. 모든 사람은 그 춤추는 것을 보고 또 놀랐습니다.

이윽고 식당이 열리고 모두 거기 모였습니다. 그러나 왕자님은 그 색시 얼굴만 보느라고, 음식도 못 잡수시었습니다. 산드룡은 한참 후에 자기 집 두 색시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그러나 두 색시들은 그를 산드룡인 줄은 꿈에도 모르고, 그렇게 귀한 어느 공주님이 특별히 자기 옆에 와 준 것만 고마워서 멀뚱멀뚱 보고만 있었습니다.

그러는 동안에 시간이 열두 시 15분 전이었으므로 왕자님이 만류하시는 것도 듣쟎고 곧 돌아왔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산드룡은 요술 여인을 보고, 무한 감사한 인사를 하고, 그리고 내일도 부디 와 달라고, 왕자님이 하시기에 또 오마고 하였으니, 내일 한 번만 더 가도록 하여 달라 하였습니다.

그리고, 오늘 무도회에서 보고 온 것을 요술 여인에게 이야기하고 있는데, 두 색시가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그 때는 벌써 마차도 마부도 옷도 모두 없어진 후였습니다.

산드룡은 문을 열어 주고, 마치 자다 일어난 것처럼 졸린 낯을 하고,

“인제 오십니까? 왜 그렇게 늦었어요?”

하고는 일부러 기지개를 켰습니다. 둘이는 옷도 벗을 새 없이 무도회 이야기를 자랑삼아 하였습니다.

“너도 무도회에 갔었다면 그렇게 졸립지 않고 재미있었지. 우리들이 왕자님을 모시고 무도를 하고 노는데, 그건 참 이 세상에 둘도 없는 색시가 오셨는데, 아마 어디 공주인가 보더라, 얼굴이 어떻게 그렇게도 잘 생기고 옷은 어디서 그런 옷을 사다 입었는지, 아이고 참 잘도 났더라. 어떻게 잘 생겼는지 왕자님이 퍽 좋아하시면서, 그이 얼굴을 보느라고 무얼 별로 잡숫지도 않으셨단다. 그런 얼굴을 한 번 보기만 해도 좋았지”

하니까, 또 하나가 곁을 달면서,

“그래. 그 공주님이 그 많은 사람 중에 우리 옆으로 오셔서 정다운 말씀을 하시고 가셨단다. 내일 그이가 또 왔으면 좋겠어.”

하면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였습니다. 산드룡은 속으로 웃으면서,

“그래, 그이 이름이 무어랍디까?”

하고 물으니까, 그 이름은 모른다 하였습니다. 산드룡은 다시,

“어떻게 잘 생겼기에 그렇게 칭찬을 하시우. 그런 이하고 이야기를 다 하시고……, 나는 한 번 보지도 못하게 된거요. 에그, 참 안 되었지만, 그 새 옷 말고 늘 집에서 입던 분홍옷을 좀 빌려 주었으면 나도 가겠구먼…….”

해 보았습니다. 그러니까, 성을 벌컥 내면서,

“에그, 계집애두…….”

하고는,

“내 옷을 그 더러운 네게 빌려 줄 듯 싶으냐? 엉큼도 스럽다.”

하였습니다.

산드룡은 미리 그럴 줄 알고, 부러 물어 본 것이었습니다.

도리어 그가 빌려 주마 했다면 거북할 뻔하였습니다.


그 이튿날 저녁에도 두 색시는 왕자님의 무도회에 갔습니다.

산드룡은 나중에 오늘은 더 한층 훌륭하게 차리고 마차를 타고 갔습니다. 왕자님은 늘 산드룡의 옆을 떠나지 않고, 한껏 친하게 구시고, 재미있는 말씀도 하시고, 춤도 같이 추시고, 음식도 같이 잡숫고 하였습니다. 산드룡은 그것이 퍽 기뻐서 정신없이 왕자님과 이야기하는 동안에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시계가 뗑뗑 치는 소리에 깜짝 놀라 보니까 벌써 열두 시였습니다.

큰일 났다 생각하고 곧 일어나서는 왕자님께 인사를 하고 급히 달음질을 하여 달아났습니다. 왕자님께서는 밤이 새도록 며칠 몇 달이 되도록 그렇게 그 색시와 함께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돌연히 가는 것을 보고 차마 혼자 떨어져 있을 수 없다는 듯이 뒤를 쫓아 나가셨습니다. 그러나, 어찌 급히 달아나는지 쫒아갈 수가 없었습니다. 하도 급히 달아나는 바람에 산드룡은 한쪽 구두가 벗겨진 것도 모르고 달아났습니다. 뒤에 따라오던 왕자님이 그 유리 구두 한 짝을 집에다 잘 감추어 두셨습니다. 산드룡이 대궐 밖에 나와 보니까 큰일 났습니다. 마차도 마부도 간 곳 없고 자기는 어느 틈엔지 집에서 입고 있던 헌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그냥 내친 걸음을 집에까지 뛰어와서 헐떡거리면서 쓰러졌습니다. 그리고, 다만 한 짝뿐인 유리 구두를 벗어서 감추었습니다.

그 때, 쫓아오던 왕자님이 문지기를 보고,

“이리로 공주 한 분 나가시는 것 못 보았느냐?”

하고 물어 보셨습니다. 그러니까,

“공주 같으신 이는 아니시고, 웬 거지 같은 계집애가 달음질해 나간 것뿐이었습니다.”

하므로, 왕자님께서는 매우 이상하게 생각하셨습니다.

그 날 밤에도 늦게야 돌아온 두 색시는 오늘도 무도회 갔던 자랑을 하였습니다.

“오늘은 더 예쁘고 옷도 어제보다 더 잘 입고 오셨겠지! 그런데, 오늘은 왕자님하고 친하게 이야기를 하시다가 별안간에 열두 점 치는 소리를 듣고는 뛰어 돌아갔는데, 그 신었던 유리 구두가 한 짝 떨어져 있어서 그것을 왕자님이 집어 두셨단다. 에그, 그 유리 구두도 어떻게 그렇게 예쁘게 생겼는지 모르겠어……. 필시 왕자님께서도 그 유리 구두 신은 색시를 퍽 좋아하시는 모양이더라…….”

하였습니다.

그 후, 사흘이 못 되어서 왕자님은 많은 사람을 거느리시고 나팔을 불면서, 그 유리 구두에 발이 맞는 색시를 찾아서 왕후님을 삼겠다고 반포하시고, 그 유리 구두를 신하에게 들려가지고, 색시들의 발을 검사하며 다니셨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그 유리 구두에 발이 맞는 색시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중에는 기어코 산드룡의 집에까지 오셨습니다.

어머니는 두 딸을 보시고, 억지로라도 그 구두에 발을 들여 밀라고 하셨습니다. 두 색시는 발이 아프도록 억지로 들여 밀려 하였으나, 버선만 찢어지고, 발뒤축에서 피만 흐를 뿐이었습니다.

그 신발의 임자가 이 곳에도 없구나 하시고, 왕자님께서는 낙심하셨습니다. 그것을 보고, 검사하던 신하는 거지같이 헌 누더기 옷을 입는 산드룡을 보고 너도 신어 보라 하였습니다.

산드룡은 무도회에서 보던 그 왕자님을 보고, 무한히 반가웠으나, 신세 생각을 하니까 어찌할 수가 없어서 한 구석에 박혀만 있었습니다.

‘내가 그 사람인 줄을 왕자님께서 아시기만 하셨으면…….’

생각하였으나 영영 왕자님 옆에를 가지 못하고, 이 구석에서 구박만 받고 있을 생각을 하고 슬퍼하다가, 신어 보라는 소리를 듣고, 와락 달려들려 하는데 어머니가 막으셨습니다. 두 색시는 저까짓 게 하면서 입을 실룩거리었습니다. 어머니는 검사하는 이를 보고,

“이까짓 건 우리 집 하인이올시다. 신겨 보면 뭘하겠습니까?”

하였으나, 검사하던 이는,

“그래도 나와 신어 보아라.”

하고, 산드룡에게로 쫓아와서 신겨 보았습니다. 원래 산드룡의 구두니까 크도 작도 아니하고 꼭 들어맞았습니다.

어머니와 두 색시는 이 때 얼마나 놀랐겠습니까? 어이가 없어서 아무 말도 못하고 멀뚱멀뚱 보고만 있었습니다.

왕자님께서는 급히 마차에서 내리셔서 반갑게 산드룡의 손목을 잡고 보니까, 과연 무도회 때에 왔던 공주였으므로 한없이 기뻐하셨습니다.

산드룡은 감추어 두었던 유리 구두 한 짝을 꺼내다 마저 신었습니다. 모든 사람은 또 한 번 더 놀랐습니다.

그 때, 요술 여인이 또 나타났습니다. 지팡이로 산드룡을 건드리자 전과 같이 찬란한 옷을 입고 서 있게 되었습니다.

어머님과 두 색시는 그제야 그가 무도회에서 보던 왕녀인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이제까지 구박만 하고 심하게 굴던 일을 후회하고, 무릎을 꿇고 사죄하였습니다. 산드룡은 두 색시를 일으켜 좌우 팔을 두 사람 어깨 위에 얹고,

“이제까지의 일은 다시 생각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부터 아주 정답게 지냅시다.”

하였습니다.

그리고, 왕자님이 하라는 대로 그 마차에 함께 타고 대궐로 가서 나라님께 뵈었더니 나라님께서는 대단히 기뻐하셨습니다.

그 후, 나흘이 지나고 닷새되던 날, 성대하게 혼례식을 치르었습니다. 그리고 산드룡의 주선으로 계모의 딸 두 색시도 대궐 안에서 살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