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시름

―민요 한 묶음

이슬비에 피었소 마음 고와도 찔레꽃
이 몸이 사위어져서 검부사리 될지라도
꽃은 아니 될 것이 이것도 꽃이런가
눈물 속에 피고 지니 피나 지나 시름이라
미친 바람 봄 투세하고 심술피지 말아도
봄꽃도 여러 가지 우는 꽃도 꽃이려니

궂은 비에 피었소 피기 전에도 진달래
이 몸이 시어 져서 떡가랑잎 될지라도
꽃은 아니 될 것이 이것도 꽃이런가
새나 꽃은 두견이니 우나 피나 핏빛이라
새벽 반달 누구 설움에 저리 몹시 여위었노
봄꽃도 여러 가지 보라꽃도 꽃이려니

아지랑이 애졸여 가냘피 떠는 긴 한숨
봄볕이 다 녹여도 못다 녹일 나의 시름
불행 다시 꽃 되거든 가시 센 꽃 되오리
피도 말고 지도 말아 피도 지도 않았다가
호랑나비 너울대거든 가시 찔러 쫓으리
봄꽃도 여러 가지 가시꽃도 꽃이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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