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묵자/친사
원문
편집入國而不存其士,則亡國矣。 見賢而不急,則緩其君矣。非賢無急,非士無與慮國,緩賢忘士而能以其國存者,未曾有也。
昔者文公出走而正天下,桓公去國而霸諸侯,越王句踐遇吳王之醜,而尚攝中國之賢君。三子之能達名成功於天下也,皆於其國抑而大醜也。太上無敗,其次敗而有以成,此之謂用民。
吾聞之曰:「非無安居也,我無安心也。非無足財也,我無足心也。」是故君子自難而易彼,衆人自易而難彼,君子進不敗其志,內究其情,雖雜庸民,終無怨心,彼有自信者也。是故爲其所難者,必得其所欲焉,未聞爲其所欲,而免其所惡者也。是故偪臣傷君,諂下傷上。君必有弗弗之臣,上必有詻詻之下。分議者延延,而支苟者詻詻,焉可以長生保國。
臣下重其爵位而不言,近臣則喑,遠臣則唫,怨結於民心,諂諛在側,善議障塞,則國危矣。桀紂不以其無天下之士邪?殺其身而喪天下。故曰歸國寶,不若獻賢而進士。
今有五錐,此其銛,銛者必先挫。有五刀,此其錯,錯者必先靡,是以甘井近竭,招木近伐,靈龜近灼,神蛇近暴。是故比干之殪,其抗也;孟賁之殺,其勇也;西施之沈,其美也;吳起之裂,其事也。故彼人者,寡不死其所長,故曰:「太盛難守也。」
故雖有賢君,不愛無功之臣;雖有慈父,不愛無益之子。是故不勝其任而處其位,非此位之人也;不勝其爵而處其祿,非此祿之主也。良弓難張,然可以及高入深;良馬難乘,然可以任重致遠;良才難令,然可以致君見尊。是故江河不惡小谷之滿己也,故能大。聖人者,事無辭也,物無違也,故能爲天下器。是故江河之水,非一水之源也。千鎰之裘,非一狐之白也。夫惡有同方取不取同而已者乎?蓋非兼王之道也。是故天地不昭昭,大水不潦潦,大火不燎燎,王德不堯堯者,乃千人之長也。
其直如矢,其平如砥,不足以覆萬物,是故谿陝者速涸,逝淺者速竭,墝埆者其地不育。王者淳澤不出宮中,則不能流國矣。
번역
편집나라를 세웠으나 그 나라의 선비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나라를 잃는다. 현명한 인재를 보고도 서두르지 않는다면 게으른 군주라 할 것이다. 서둘러 현명한 인재를 등용하지 않고 선비와 더불어 나라를 걱정하지 않으며 현명한 인재 등용에 게으르고 선비를 잊고서도 그 나라를 보존한 경우는 없었다.
옛날 문공은 나아가 천하를 바로잡았고 환공은 나라로 돌아가 제후들의 패자가 되었으며 월나라의 구천은 오나라의 왕에게 치욕을 당하였으나 오히려 중국의 현군이라는 칭송을 듣게 되었다. 셋은 모두 명성과 공덕을 천하에 떨쳤지만 모두 자신의 나라에서 억눌리고 큰 부끄러움을 당한 바 있다. 가장 좋은 것은 패배한 적이 없는 것이겠으나 그 다음은 패배하였더라도 성공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이를 일러 용민이라고 한다.
내가 듣기로 "안전한 거처가 없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안심하지 못하는 것이요 풍족한 재물이 없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하여 군자는 자신이 어려운 일을 당하고 남은 쉽게 하도록 하며 중인은 자신이 쉬운 일을 하려고 남을 어렵게 한다. 군자는 나아가 뜻을 꺾이지 않고 안으로는 그 정서를 단단히 하여 용렬한 사람들 속에 섞여 있어도 끝내 원망하는 마음을 갖지 않는다. 이는 스스로를 믿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려움을 무릅쓰는 사람은 바라는 것을 얻고야 말지만 바라는 것만 쫓는 사람이 싫은 일을 피하였다는 것은 듣지 못했다. 비위나 맞추는 신하는 임금을 해치고 아첨만 하는 부하는 상사를 해친다. 임금은 반드시 아니오 아니오 하는 신하가 있어야 하고 상사는 반드시 바른말 하는 부하가 있어야 한다. 의견을 나누면 서로 통하게 되고 진실을 헤아려 바른말을 하게 되니 이것이 바로 오래도록 나라를 보전하는 길이다.
신하가 자신의 자리를 무겁게 여기면 말을 할 수가 없다. 가까운 신하는 입을 다물고 먼 신하는 한숨만 쉴 뿐이다. 백성들의 마음엔 원한이 맺히는데 측근들은 아첨만 할 뿐 좋은 의견은 감추어져 사라지게 된다. 걸왕이나 은나라 주왕이 자신의 천하에 선비가 없었는가? 스스로의 몸을 죽이고 천하를 잃었다. 그리하여 이르기를 나라에 보물을 쌓는 것이 현명한 인재를 천거하고 선비를 등용하는 것만 못하다고 하는 것이다.
지금 송곳 다섯 개가 있다면 어느 것이 뾰족한 가 보고 그 중에 가장 뾰족한 것부터 부러질 것이요, 칼이 다섯 개가 있다면 어느 것이 날이 섰나 보고 그 중에 가장 잘 드는 것부터 무디어질 것이다. 이와 같이 달콤한 우물이 먼저 마르고 높다란 나무가 먼저 배어지며 영험한 거북이가 (점을 치기 위해) 먼저 구워지고 신령스런 뱀이 (기우제를 위해) 먼저 말려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간은 자신의 항거로 인해 목숨을 잃었고, 맹분은 자신의 용기로 인해 죽임을 당했으며, 서시가 물로 뛰어든 것은 자신의 미모 때문이고, 오기가 몸이 찢겨지는 형벌을 받은 것은 자신의 일에 뛰어났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이 갖은 장점으로 인해 죽게 된 것이니 이때문에 말하기를 "크게 성한 것은 지키기 어렵다"고 한다.
따라서 현명한 군주라면 도리어 공이 없는 신하를 총애하지 않으며 자애로운 아버지는 도리어 무능한 아들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하여 (현명한 군주 아래에 있는 신하는) 그 자리에 오르지 못한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오를만한 사람이 아닌 것이고 그 작위를 받지 못한 것이 아니라 그 녹의 주인이 못되는 것이다. 좋은 활은 당기기 어렵지만 그렇기 때문에 높이 날아 깊이 박히고 좋은 말은 몰기 어렵지만 그렇기 때문에 무거운 짐을 싣고 멀리 나아갈 수 있으며 좋은 인재는 부리기 어렵지만 그렇기 때문에 임금의 존엄함을 보일 수 있다. 이런 까닭에 강물은 작은 냇물도 싫어하지 않고 채워 큰 강이 될 수 있는 것이요 성인은 말없이 일하며 어긋남이 없기에 천하의 그릇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강물의 근원은 하나가 아니요 천 일(鎰, 무게의 단위 20 냥)의 가죽은 여우 한 마리에서 얻을 수 없다. 필부라 하더라도 같은 편하고만 어울려 지내고 그렇지 않으면 어울리지 않는가? 덮어 두는 것은 겸애하는 왕의 도가 아니다. 따라서 천지는 밝기만 하지 않으며 큰물은 고여 있기만 하지 않고 큰 불은 활활 타지만은 않으며 왕의 덕이 늘 요임금 같을 수만은 없다. 천 명의 사람을 이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화살같이 곧고 숫돌처럼 반듯하여도 만물을 복속시키기에 부족하면 작은 계곡의 물웅덩이처럼 얕게 흐르니 빨리 메말라 땅을 기를 수 없다. 왕도 웅덩이마냥 궁중에서 나오지 못하면 나라에 흐르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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