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묵자/수신
원문
편집君子戰雖有陳,而勇爲本焉。喪雖有禮,而哀爲本焉。士雖有學,而行爲本焉。是故置本不安,無務豐末。近者不親,無務來遠。親戚不附,無務外交。事無終始,無務多業。舉物而闇,無務博聞。
是故先王之治天下也,必察邇來遠,君子察邇而邇脩者也。見不脩行,見毀,而反之身者也,此以怨省而行脩矣。譖慝之言,無入之耳,批扞之聲,無出之口,殺傷人之孩,無存之心,雖有詆訐之民,無所依矣。
故君子力事日彊,願欲日逾,設壯日盛。君子之道也,貧則見廉,富則見義,生則見愛,死則見哀。四行者不可虛假,反之身者也。藏於心者,無以竭愛。動於身者,無以竭恭。出於口者,無以竭馴。暢之四支,接之肌膚,華髮墮顛,而猶弗舍者,其唯聖人乎!
志不彊者智不達,言不信者行不果。據財不能以分人者,不足與友。守道不篤,徧物不博,辯是非不察者,不足與游。本不固者末必幾,雄而不脩者,其後必惰,源濁者流不清,行不信者名必秏。名不徒生而譽不自長,功成名遂,名譽不可虛假,反之身者也。務言而緩行,雖辯必不聽。多力而伐功,雖勞必不圖。慧者心辯而不繁說,多力而不伐功,此以名譽揚天下。言無務爲多而務爲智,無務爲文而務爲察。故彼智無察,在身而情,反其路者也。善無主於心者不留,行莫辯於身者不立。名不可簡而成也,譽不可巧而立也,君子以身戴行者也。思利尋焉,忘名忽焉,可以爲士於天下者,未嘗有也。
번역
편집군자는 전쟁에 나아가 진을 갖추나 그 근본은 용맹에 있다. 장례를 치를 때에는 예를 갖추나 그 근본은 슬픔에 있다. 선비는 학문을 닦으나 그 근본은 행동에 있다. 그러니 근본이 불안함을 바로 잡으려 해야지 결말만 풍성하기를 애써서는 안 된다. 가까운 이웃과 친하지 않고서 먼 곳에서 오기를 힘쓰지 마라. 친척이 따르지 않는데 바깥의 사귐만 애쓰지 마라. 일에 시작과 끝이 없는데 많은 일을 벌이지 마라. 손에 쥔 물건도 모르면서 해박한 학문을 닦으려 애쓰지 마라.
그렇기에 선왕이 천하를 다스릴 때에는 반드시 가까운 곳을 살피고서야 먼 곳과 왕래하였고, 군자는 가까운 곳을 살피고 가까운 곳부터 수련하였다. 수신하지 않는 사람이나 헐뜯는 사람을 보면 자신을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원망을 품지 말고 수신을 행하여라. 헐뜯는 간사한 말은 귀에 담지 말고 비난의 소리는 입에서 내지 마라. 사람을 죽이고 다치게 하려는 생각이 마음에 없으면 사람들의 수군거림이 있다하여도 어쩌지 못하는 법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나날이 힘써 나날이 나아가고 나날이 계획을 이루기를 원하는 것이다. 군자의 도는 가난함에 겸손을 보이고 부유함에 의로움을 보이고 삶에 사랑을 보이고 죽음에 슬픔을 보이는 것이다. 겸손과 의로움, 사랑, 슬픔은 꾸밀 수 없는 것이니 자신을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마음에 담아두는 것만으로는 사랑을 다할 수 없고, 몸을 움직이는 것만으로는 공손함을 다할 수 없다. 입만 앞서서는 가르칠 수 없다. 사지를 펴고 살갗을 접고 흰머리에 머리카락이 없어도 오히려 (이러한 마음을) 버리지 않는 것이 성인인 것이다!
뜻이 굳건하지 않으면 통달할 수 없고 말에 믿음이 없으면 결과를 낼 수 없다. 재물을 보고 사람을 가르면 친구가 되기 어렵다. 도를 닦음이 두텁지 못하고 여러 사물에 해박하지 않고 옳고 그름을 살펴 판단하지 못하면 함께 어울리기 어렵다. 근본이 단단하지 못하면 결말이 위태롭기 마련이고 뛰어난 재능도 닦지 않으면 게을러지게 마련이며 윗물이 흐리면 아랫물이 맑을 수 없으니 믿음이 없는 행실은 이름을 더럽히게 될 것이다. 이름은 기린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며 스스로 자라지도 않으니 공을 이루어야 따라오는 것이다. 명예는 거짓으로 꾸밀 수 없으니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 말은 많은데 행동이 게으르면 변명을 하여도 들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많은 힘을 들였어도 공을 자랑하면 함께 일을 도모하려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지혜는 마음으로 말하되 구구절절 늘어놓지 않는 것이다. 많은 힘을 들여도 공을 자랑하지 않으면 천하에 명예가 드높을 것이다. 말을 줄이고 지혜에 힘쓰고 글쓰기를 줄이고 살피기에 힘쓰라. 그리하여 다른 사람이 지식에 살핌이 없고 자신만 내세우면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마음에 없는 선행은 머무르지 못하고 스스로를 돌아보지 못하는 행동은 서지 못한다. 이름은 (역사를 기록하는) 죽간에 썼다고 이룰 수 없고 기림은 꾸며내어 세울 수 없으니 군자는 이를 몸으로 느끼어 행하는 사람이다. 제 이익만 생각하고 이름을 잊고 함부로 하여도 천하의 선비가 된 경우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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