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민자 처단은 민의, 법운영은 보복보다 개과천선토록 하라

반민자 처단은 민의, 법운영은 보복보다 개과천선토록 하라
초대 대통령 이승만
대통령 이승만 〈반민족행위처벌법〉에 대한 담화문 1948년 9월 24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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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적(倭賊)에게 가부(呵咐)하여 악질적인 반민족행위를 감행한 자를 처벌함은 민의가 지향하는 바이며 우리가 다 같이 각오하는 바이므로 이번에 국회에서 의결된 반민족행위처벌법(反民族行爲處罰法)에 대하여 본 대통령은 민의에 따라 서명(署名) 공포할 것이나 다만 본 대통령은 이 법을 공포함에 제(際)하여 몇 가지 소감을 피력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에는 벌을 받은 자가 손자(孫子)에 가서 벌이 미치며 그 재산을 몰수한다는 규정이 있는바 이것은 소상한 해석이 없으면 중고시대(中古時代)의 일과 혼동될 염려가 있으므로 현대 민주주의 법치국가로서 이런 법을 적용한다는 오해를 피해야 될 필요가 있을 것이며, 또 고등관을 역임한 자들의 관등을 구별하여 벌칙을 정한 것은 일정한 차별을 만들기에 필요한 것이지마는 법률은 문구보다 정신을 소중히 하는 것이니 비록 등으로는 처벌에 해당한다 할지라도 정신적으로 용서를 받을 만한 경우도 있을 것을 참작하여 후일 특별법원을 조직한 후 본법 해당자를 재판하는데 있어서는 이런 점에 특별 유의하여 억울한 일이 없도록 힘쓰기를 희망하며 일반 동포도 이런 점을 양해하여 이 방면으로 주의하기 바라는 바이다.

제6조에서 … 본법에 정한 죄를 범한 자가 개전(改悛)의 정신이 현저(顯著)할때에는 그 형을 경감 또는 면제할 수 있다고 한것은 관엄(寬嚴)을 구비한 규정이라 할 것이니 대개 법으로써 죄를 벌함은 범죄자에게 보복을 가하는 것보다는 범죄자를 선도하여 개과천선의 기회를 주랴는데 목적이 있는 까닭이다. 법률은 공평하고 엄정하기를 주장으로 삼는 것이나 의혹이 있는 경우에는 후한 편으로 치우치는 것이 가혹한 편으로 치우치는 것보다는 항상 가할 것이다. 또 한 가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내가 자초(自初)로 주장하든 것은 반민족행위자를 처벌하는 것은 정부가 완전히 된 후에 하자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 정부가 비록 성립되었으나 정권이양이 아직 진행 중에 있는 터이므로 또 UN총회의 결과도 아직 완정(完定)되지 못한 터이므로 모든 사태가 정돈되지 못한 이때에 이 문제를 처리함에 있어서는 내외정세를 참고하여야할 점이 허다한 것이니 지혜로운 모든 지도자들은 재삼(再三) 생각할 필요가 있음을 이에 선명(宣明)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