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민중의 황민화

국민된 자 정부만 믿고 기다리노라면 뒤는 정부에서 거들어 준다.

이러한 정부의 아래에 사기에 황군(皇軍)은 자기의 부모처자를 정부의 보호에 일임하고 제 한몸은 마음놓고 어마전(御馬前)에 바칠 수가 있는 것이요, 그들의 가족 또한 집안의 장정을 나라에 바치고도 아무 불안이나 위협을 느끼지 않는 것이다. 거두어 줄 믿을 만한 정부 있으니 황군의 강한 힘의 근원이 여기 있는 것이다. 그들이 사사로이 개인생활을 경영할 때에는 예사 보통의 사람으로서 개중에는 소담(小膽)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단 부르심을 받아 그들의 위에 '황군'이라는 거룩한 '가다가끼'가 올려놓이기만 하면 지금까지와는 아주 딴 사람이라는 자신과 이제부터 자기가 하는 군무적(軍務的) 행위는 나라에서 시키시는 일이라는 각오를 가지고 자기에게는 어능위(御稜威)의 어가호(御加護)가 있다는 신념으로써 일로 매진한다.

나라에서 받은 생명이니 오늘날 나라에 도로 바친다는 이 신념이야말로 가장 강하고 가장 무서운 자로서 나라를 위하여는 생명을 내어 바친다는 사람에게 다른 무서운 무엇이 있으랴.

이 전쟁에 이겨서 전승자로서의 여사여사한 영광과 호사를 보겠다는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는 죽는 것이 아깝기도 하겠고 죽기가 억울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죽어서 어떻게 한다'든가 하는 아무 희망이며 목적이 없이 다만 나라를 위하여서는 죽기를 싫어하지 않는다는 죽음, 그 물건이 궁극의 목적인 사람에게는 이 세상에 무서운 것이 없을 것이요, 따라서 그런 사람이야말로 이 세상에서는 가장 무서운 사람일 것이다.

황군용사들이 임종(臨終)에는 여출일구(如出一口)로 "천황폐하 만세"를 외친다 한다. 이것은 결코 의식적으로 하는 일은 아닐 것이다. 의식적으로 생각했던 '임종'이라는 중대한 찰나에 생각나서 실행되기 쉽지 않다. 평소부터 늘 나는 황군이라는 긍지를 가지고 있었는지라 임종에 본능적으로 외치는 것이다. 여기 황군의 자랑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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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도 드디어 징병제가 실시되었다. 우리나라 헌법은 병역을 국민의 의무로 잡았다. 이것은 헌법제정 당시의 선진국을 본뜬 때문이요 제정 당시의 시대상이 장주의 전성(全盛)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병역은 국민된 자의 의무인 동시에 또한 겸하여 그 나라 국민의 특권이다.

우리 조선을 예로 볼지라도 명치대제(明治大帝)의 어조(御詔)로서 한국병합(韓國倂合)의 뒤에 조선인의 지위를 내지인과 동일하게 해주신다는 고마우신 분부를 받자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역에서만은 조선인은 제외되었다. 즉 병역이란 자는 단지 국민의 의무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국민의 특권인 증좌이다. 조선인의 사상이 과연 황국신민되기에 충분한가, 아국(我國)의 국방군은 그 사상까지 완전한 일본인적 사상을 가진 자가 아니면 안된다.

한동안의 기간을 지낸 뒤에 우선 지원병제도를 조선에 실시하여 좀더 구체적으로 황민화의 성과(成果) 정도를 보고 이만했으면 조선인도 황민화하였다는 판단을 얻어가지고 그러고야 조선인에게도 전면적으로 징병제를 실시하였다.

조선인의 체력은 물론 내지인에게 비겨 손색이 없었다. 다만 내적(內的)으로 심적(心的)으로 사상적으로 황민이 되었는지 여기 의문점이 남아 있기 때문에 황군될 권리가 유예되었던 것이다. 이 유예되었던 장벽을 트고 이제부터는 조선인도 황군될 권리를 획득한 것이다. 이것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어느 나라를 물론하고 '국방군'은 있다. 이 국방군이 있기에 국방군의 실력을 배경으로 삼고야 자국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고 영토를 보전할 수 있고 위신을 유지할 수가 있다. 이 국방군이 미약하면 당연히 주장한 권리도 주장하지 못하고 따라서 국가의 위신은 유린당하고 국가 자체까지 망하게 된다. 국가의 존재와 국가의 위신을 제3자에게 주장할 수 있는 '실체'인 국방군이 병역권의(兵役權)의 획득하는 것은 여간 큰 것이 아니다. 조선인도 황국신민이 된지 30여 년― 이제야 이 특권을 획득한 것이다.

이것을 획득한 이상은 이제부터는 이 획득한 권리를 지켜서 국가로 하여금 '잘 주었다' '벌써 주었어야 될 것을'하는 생각이 들게 해야지, '하직 상조(尙早)하구나'하는 생각은 추호만치도 있지 않게 하여야 할 것이다.

더우기 우리가 지금 그 권리를 획득한 바의 '황군'은 이 지구상의 다른 국가의 국방군과는 그 의의를 달리한다. 다른 나라의 국방군은 '국방군으로 보장된 부강한 국가의 나는 그 일원이라'는 생각, 증 궁극의 목적은 자아(自我)에게 있다. 내가 잘되고 내가 평안하기 위하여서는 내 나라가 부강해야 하겠고, 나라가 부강하기 위해서 국방군이 튼튼해야 한다는, 요컨대 자아를 위한 이기(利己)를 위한 국방군이다.

그러나 황군의 의의는 그렇지 않다. 황군의 존재의의에 1에 10까지가 다 '大君'을 위하여 지키는 것이요 싸우는 것도 '대군'을 위하여 싸우는 것이다. 자아라는 것은 전혀 몰각(沒覺)한다. 저 지나류(支那流)의 '효(孝)코자 하면 충(忠)치 못하겠고 충코자 하면 효치 못하겠으니 이 일을 어찌하랴' 하는 등의 말은 황군에게는 전혀 무의미한 말이다. 충하여야 비로소 효이고 충에서 벗어나서는 효는 존재치 못한다. 자기가 종군하기 때문에 부모는 곤경에 빠진 일이 있다 할지라도 종군하여 무훈을 세워 영광을 부모께 올리는 것이 효이지, 부모 공대키 위하여 국가에 불충하면 이것은 최대의 불효이다. 이것이 즉 충과 효에 대한 황군의 사상이다.

반도 2천 5백만 동포에게도 문이 열린 병역의 길― 이 문이 열리며 가장 앞서서 들어갈 순서에 있는 사람의 책임은 지극히 중하고 크다. 반도인도 내지인에게 비겨서 황민으로서 결코 손색이 없다는 점, 조선 출신의 군인도 황군으로서 내지인에게 손색이 없다는 점, 조선 출신의 군인도 황군으로서 내지인에게 손색이 없다는 점을 만천하에게 증명할 기회와 임무를 그들은 띠었다.

체력으로야 무슨 문제가 있으랴. 문제는 그 사람의 마음― 정신에 있다. 세상의 보통 강병이 되기를 촉망하는 바가 아니다. 좋은 황군이 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아니 바란다기보다 국가가 명하고 또한 반도 2천 5백만의 동포가 명하는 바다. 딴 나라 육(陸) 및 공군과 같은 장병이 되기를 말하는 바가 아니라 우수한 황군이 되기를 명하는 바다. 우리나라의 국체에 대하여 충분한 이해를 가지고 이런 국체를 가진 국가의 우수한 병사가 되기를 명하는 바이다.

내 몸은 이제부터는 내것이 아니요 또는 가족의 것도 아니요 황공합게도 폐하의 것이며, 지금 폐하의 어분부(御吩咐)로 완적(頑敵)을 멸하려는 성검(聖劒)을 잡고 일어선 바이라는 자각을 가지고 나서야 할 것이다.

내가 추호만한 실수라도 하면 그 영향은 즉시 2천 5백만이라는 반도동포의 명예에 미치는 바라는 점을 잘 알고 온갖 언행을 삼가고 ― 지금 우리가 감행하고 있는 이 전쟁은 과거에 우리 인류가 늘 거듭하여 내려오던 이기적이요 자아본위이던 그런 쟁투가 아니요, 아직껏 여러 세기간(世紀間)을 물질문명의 선진국이던 저 '앵글로색손' 민족이 먼저 물질적으로 진보한 그 지위를 악용하여 물질적으로 뒤떨어진 다른 민족을 억압하여 그들을 노예로 사역하고, 그들의 소유물을 착취하여 오던 그 괘씸한 제도를 때려부수고 각 민족의 자유를 회복하고 소유를 도로 찾으려는 거룩한 전쟁이며, 우리 제국(帝國)은 여러 다른 피해민족을 대신하여 그들에게 횡령당하였던 피해물을 도로 찾아주려고 막대한 손해를 불고하고 가해자를 상대하여 싸우는 신성한 전쟁인 점을 자각하고, 우리의 승리는 전피압박 민족의 승리요 겸하여 인류개조의 성전이라는 점에 큰 긍지를 느끼고, 이러한 위대하고 거룩한 전쟁에 우리는 그 지도자의 일원이라는 자긍으로써 모국과 일심동체가 되어 활동하여야 할 것이다.

아무리 다른 점으로는 모국과 일심동체가 되었다 할지라도 최긴(最緊)한 실력체인 전쟁 당사자라는 데서 빠지면 자기의 존재를 천하에 외칠 권리에 스스로 부족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제는 조선에 징병제까지 실시가 되어 황민으로서 한 군데도 부족한 곳이 없는 무결한 제국신민(帝國臣民)이 되었다. 예전과 같은 역할이 아니고 당사자의 역할을 지고서 저 교아(嬌兒), 미·영(米英)을 때려부수는 신분이 되었다.

'내선일체'라는 국어도 이제는 시대에 뒤떨어진 말이 되었다. 다만 전장에서는 '전우'일 따름이요, 평시에는 '그대와 나'일 뿐이다. 저 사람은 내지인이니, 이 사람은 조선인이니 구별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총수 1억 중에서 2천 5백만이라 하는 수효는 절대적인 수로서 여기서 황군이 연해 생겨난다 하면 이 반도 출신자만으로 조성할 수 있는 병력은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대동아전쟁에 있어서 내지 출신자만으로 조성된 병력으로도 절대 우세이었거든, 하물며 2천 5백만 중에서 소집될 병력까지 아우르면 너무 강하여 잉여력 처치에 도리어 곤란할 것이다.

수적으로 다량이요 질적으로도 좋은 각종의 최신식 병기를 가지고 우리에게 대항하여 오는 미·영과 싸워서 그들을 제 고장으로 돌려 쫓고 동양천지에서는 그들이 발붙일 곳을 없이하여, 이리하여 다시 찾은 동양의 천지를 동양인의 안거처로 만들어 놓으려 하는 것이 이번의 성전의 목적이다. 동양의 권리회복이라는 것을 궁극의 목적으로 삼고 수행하여 나아가는 전쟁이 인류의 역사상 과거에 어디 있었던가. 인류의 역사에 처음으로 기록되는 이 전쟁이야말로 인류의 역사의 자랑이요, 이 자랑할 만한 전쟁에 모국과 힘을 아울러 당사자가 된 조선의 사명 내지 책임이야말로 중(重)하고 대(大)하기 이를데 없다.

조선 고래(古來)의 병제는 이조에 들어서는 역이 일종의 징병제도였다. 고려조까지는 장신(將臣)들이 각각 자기의 사병(私兵)을 양성하던 것을 이태조(李太祖)가 새 국가를 건설하자 단연 사병제도를 없애고 전부 국군에 편입시켰다. 그러나 그 제도가 모호하기 때문에 아주 문란케 되었다.

본시 병역은 상민에게 의무로 지우던 것으로, 이것을 첨정(簽丁)이라 하고 이 첨정에 든 것을 모면하려면 국가에 군포(軍布)를 바친다. 본시는 첨정에도 연령에 제한이 있었고 군포에도 액수의 규정이 있었지만 차차 제도가 문란되고 악리(惡吏)들의 발호함을 따라서 한 사람이 몇번씩을 첨정에 들게 되고, 첨정에 든 사람을 병정으로 부르기보다 도리어 군포를 바치고 모면하도록 하게 한다.

원칙상 첨정은 장정 남자를 일생을 통하여 한 번 들게 하는 것이로되 간리(奸吏)들의 농간으로 영아·노인을 막론하고 세력이나 배경 없는 사람은 걸려들고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거듭 뽑힌다.

그리고 신역(身役)보다 군포징수에 위주하고 제도상의 액수를 무시하고 함부로 징수(라기 보다 강탈)하고, 여기 응키 불능한 사람은 하옥(下獄)하고 가산을 몰수하고 ― 남자로 태어나서 세력과 배경만 없으면 군역 때문에 일생을 고생으로 지낸다.

원래 병역에 대한 여상(如上)한 선입관이 있기 때문에 조선사람이 병역의무를 좋아하지 않는 마음은 꽤 큰 것이었고, 그것이 제이습성(第二習性)이 되다시피한 형편이다. 이런 전통적 사상을 가진 조선사람이라 연전에 지원병제도가 공포될 때 그 성과를 적지아니 불안히 여기었다. 그렇지만 오인으로 하여금 안심의 숨을 내어쉬게 했다.

드디어 조선인에게도 병역의무를 주게 되었다. 이것은 국가에서 부르는 것이니 이것으로서는 조선인의 황민화의 정도를 측(測)할 수 없지만, 징병령 실시와 함께 특별지원병제가 또 공표되었다. 이것은 즉 대학·전문학교의 재학생으로(18년도 졸업생까지 포함) 병역 연령이 초과되기 때문에 병역에서 면제된 자에 한하여 육군간부후보생으로 특별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것이야말로 조선인의 황민화의 정도, 조선인의 일본인저거 애국심의 강도(强度)를 다루어보는 저울이었다. 강제징집이 아니고 자유재단(自由裁斷) 하의 지원이었다. 병역이 싫거든 지원을 안하면 이 자유선택 할 수 있는 기로 앞에서 사회진출을 버리고 병역을 지원한다 하면 이는 순전히 그의 일본인적 애국심(자아를 몰각한)의 산물이라 밖에는 인정할 도리가 없다. 그만치 엄하였던 해군에서까지 문을 열고 조선인을 부른다. 즉 조선인도 황민의 완전한 자격을 구비하였다고 인정하기 때문이다. 이 전폭적인 신뢰에 어긋남이 없도록 처신하여야 할 것이다.

조선인의 과거의 국가생활은 너무도 기형적인 국가 생활을 경영하여 왔다. 청(淸)이라 명(明)이라 하는 이중의 군주를 모시고, 그 아래서 기형적인 국가생활을 경영하여 왔다. 지금 그런 기형적인 상태에서 벗어나 일천만승(一天萬乘) 대군주 한 분을 위에 모시고, 정상적인 국가생활을 경영하려 함에 있어서, 역시 '황민으로서의 완전한 인정을 받지 못하는 일본인'이라는 미흡을 안 느낄 수가 없던 바, 지금은 그 미흡에서까지 완전히 해방되어, 이제는 티없는 황민이라는 점을 자타가 함께 인정하게 되었다.

우리가 완전한 황국신민인 이상 동아해방의 성업에 제국이 차지한 지위는 우리에게도 동석(同席)을 허여된 지위일 것이요, 제국이 차지한 지도자 지위는 우리도 동석하여 영광을 분담해야 할 것이요― 요컨대 제국이 져야 할 책임이며 사명이며 권한이며 긍지며는 한결같이 일본제국의 일익인 조선도 함께 져야 하고 함께 누려야 할 것이다.

지금 국가는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이 사람이 필요하다. 지나대륙에 또는 저 남방에 직접 전투원과 전쟁보조자를 얼마를 가질지라도 넉넉하다고 할 수 없을 만한 대전쟁을 수행하는 중이다. 이 직접 전쟁에 필요한 인원도 무제한으로 필요한 동시에 또한 총후인도 얼마이고 쓸 데 있다. 군수공업 종사원으로 또는 식량증산원으로……현재의 1억이라 하는 수효를 2억으로 3억으로 늘려도 결코 넉넉하다든가 과하다든가 할 수 없을이만치 무한한 인수(人數)가 필요하다. 그 인원은 황민이 아닐지라도 무한할 듯하나 사실에 있어서는 일본정신 파악자라야 자기 책무에 대하여 진실한 성의로서 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기도 진정한 황민이라야 한다.

7천여 만 밖에 안되던 황민이 이젠 1억으로 증원된 현재 우리에게 무서운 것이 무엇이랴. 세계는 우리 앞에 굴복할 것이요 우리의 거룩한 목적은 불일(不日)실현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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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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