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철 시집/그 전날 밤

님아 살아지이다
님아…………
길드른 사자처럼 화려한 침대속에
무심히 숨쉬는 그대를 지켜……아──
내언제 불길한 말을 질기더잇가
마는
그대여 죽지말아지이다
세상이 살음직하지 않으니까
하날은 저러틋 그지없이 높푸른데
감나무에 붉은 열매 동굿이 매달리고
(은행닢은 금빛으로 아낌없이 저나리고)

아즉도 우리는 젊지않으이까
이 하날아래 따우에 조그만 존재인 우리를
때때로 절망이 어여쁜 인어갈이 손처부르나
그거마자 달금하지 않으니까

샛별같이 맑은나의눈이 아즉 흐려지지 안았내다
그대의 눈이 이를 보암즉하지 않으니까
옥보담 고은 살결이 주름잡히지 않았나니
그대의 손이 예서 참아 떠나지 못하리다

그대여 다만 살아지이다
나는 사라지기 쉬운 구름이오
흩어지기 쉬운 장미가 아니리까
쇠로 다진 배도 험한물결에 깨여지거든
이 세상의 물결이 험치않다 하나이까

이미 하날에 다은듯 싶은 사랑이 날마다 새높이를 열어
날마다 사랑의 무한우에 새로 한 층게를 올리나니
우리의 사랑의날이 앞으로 길지않으니까

어찌 맞남이 늦고 나뉨이 쉬우려 하나이까
비오는 날이면 먼데 가시지도 않든 그대가 아니오니까
그대여 어찌 이러한 일이 있으리까

이 세상의 여러가지것들 다 버려두고
힌 옷가슴에 꽂은 한송이 꽃같은 내마음만을 위해서라도
그대여 다만 살아지이다
저나라는 어둡고 칩지않으리까
사랑하는이도 따라갈수 없는 그림자조차없는 치운따이 아니오리까
그대여 어찌 가시리이까

서른 철이 따로이 있으리까마는
우리의 즐검가운대서도 가을의 서름을 말하지 않으섰나이까
그대만일 아니게시오면
국화의 향기는 다만쓸뿐이오
달도 공연히 밝고 가을밤은 길뿐이겟나이다

기럭이 소리는 다만 눈물이겠나이다
그러나 겨을이 오면 그대의 무덤은 차겁지않으리까
가깝다 하옵데다마는 눈같이 깨끗한 내가
어찌 봄을기다리고 남어있으리까

그대여 죽지말아지이다
나의 온갖 정욕에 찬 고은맘과
아름다운 꿈으로 무리쓴 이생각
이를 돌보아
님아 기리 살아지이다
나의 젊은 피가 흐르는 살을 모조리 사뤄비노니
너는 이앞에 머리숙이지 않으려느냐 죽엄아

라이선스

편집
 

이 저작물은 저자가 사망한 지 70년이 넘었으므로, 저자가 사망한 후 70년(또는 그 이하)이 지나면 저작권이 소멸하는 국가에서 퍼블릭 도메인입니다.


 
주의
1923년에서 1977년 사이에 출판되었다면 미국에서 퍼블릭 도메인이 아닐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퍼블릭 도메인인 저작물에는 {{PD-1996}}를 사용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