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철 산문집/거울
이따금 윌ᅋᅳ리드의눈은 그하던일에서 떠나 난로곁에 앉은 여자에게로 향하였다. 그럴때마다 그는 이상한감각깊은속의 전율을 느끼었다. 그여자는 두손을 무릎우에얹고 거기 가만이앉아있다. 등불은 저의뒤에 놓여있고 옆이 터진 조고만 헌겁신을 신은 발은 의자우에 쉬고있다 쟌에게는 투명한 빛이 속까지 드리비치어서 윌ᅋᅳ리드는 심장이 그만 딱 멈춰버릴것도 같았다 그러나 이 광휘(光輝)는 쟌의자신에게서 나오는것이 아니라. 저는 그 매개(媒介)가 되어있는것이었다. 저의 숨긴얼굴과 노아버린 몸은 저도모르게 어느 신비(神秘)한 원천(源泉)에서 이것을 끄러오고 있는것 같았다. 그러고 윌ᅋᅳ리드는 자기가 이렇게 떨리는 열정을 느끼는것이 자기의 안해때문인가 또는 저의 속속드리 흐르고있는 이 광휘(光輝)때문인가를 알수없었다.
그는 쟌에게 할말이있었지마는 그말을 그내기가 어려워서 저녁내 머뭇거리었다. 쟌의 잠겨있는 생각을 건드리기에는 용기가 말하면 신념까지가 필요했다. 거기 그렇게 침착하게 생각에 잠겨서 앉어있는 쟌은 그의절망으로도 아조 없세버릴수없는 그의맘속의 심미적욕망(審美的慾望)을 만족시킬만 하였던것이다.
그는 알고있다―쟌이 개스켈의생각을 하고있는것을 그러나 오늘밤에는 이사실도 그 고통되는부분을 잃어버린것같았다. 몇주일을두고 그를 괴롭게 하던 질투심이 개인적아닌 다른 고상한 정서에게 그자리를 밀어주고갔다. 그의 감정은…어떻게 이것을 그가 말로할수있으랴? 그는 사랑을위해서 자기를 히생하고싶은 괴로운 요구를 느꼈다. 남들이 그의 생각을 들을수 있다면 참말 어리석은 위선자라고 그는 부를테이지마는 이것이 그의진정이었다. 그는 자기의안해앞에 엎드려서 떠러진 슬리퍼를 신은 저의발을 입마추고싶었다. 그는 개스켈을만나 윌ᅋᅳ리드 자기가 아직도 그의우정을 대단소중히 안다고 말하고 싶었다.
쟌은 따로이 하고보면 개스켈은 그에게 소중한 또는 그를 소중히 아는 다만 한사람이었다. 개스켈은 그와 아사(餓死)사이에 서있었고 이 여러해동안 그의 생혈(生血)―그의 쇠약한몸에 잇대여진 튼튼한 심장이었다. 스사로는 아무 걱정없고 완전한 교양이 있으면서 이 비극적인 조그만 되다못된 천재에게 한때 신념을 가졌었고 지금도 신념을 가지고있다.
되다못된 천재! 참좋다. 그는 그렇다하고 그는 모든것에 개스켈의 덕을입고있다. 그는 어느날 개스캘에게 감사를 드리리라―그에게 얼굴을 가까이 대며……윌ᅋᅳ리드의손은 요새 그가 주머니속에 너가지고 다니게된 권총을 쥐었다. 오냐 그는 그의 하고싶은일을 알고있다. 총뿌리를 개스켈의 이마에다 딱 드리대고 방아쇠를 잡아당기며 말한다……해야할말이 무엇이든가 『나의 베스트프렌드여 나는 그대를 용서한다』. 소리를높여서 똑똑하게,
『나는 용서한다……』
『머라고 하셔요』. 쟌은 말했다.
윌ᅋᅳ리드는 이러났다. 그는 오늘저녁에 의심할것없이 신기가 불평하다. 다만 그의 감정의 흥분력이 그를너머지지 않게 할뿐이다.
그는 방울가로 건느면서 전례대로 벽난로우에걸린 아래절반에 깨진금이 간 거울에 몸을 비추어보았다. 얼마나 조고마코 보잘것없는 유령이 그를 바라다 보느냐! 그는 그 새카만 표정적인 눈을 홀쭉한 뺨을 신경적인입을 싫어한다 그는 제몸을미워한다! 그러나 오늘저녁에는 자기가 다른 일천 사람보다 더 위대한것을 그는 스사로 알고있다. 그것은 그가 다른사람이 일즉이 사랑해 보지못한 방석으로 사랑을하고 있는까닭이다. 쟌은 그를속이고 개스켈은 그를둘렀다. 그러나 그는 저이들을 사랑한다. 오 참말 그는 저이들을 얼마나 사랑하나! 그보다도 그는 그의 안해와 그의 친구가운데있는 그무엇 저이들의 배반으로 말미아마 조금도 그아름다움을 빼앗기지아니한 그무엇을 사랑하였다. 고요한달빛이 얽혀진숲속에 비쳐들듯이 그의분노를 뚫고 그것은 아직도 그의마음을 채워준다.
윌ᅋᅳ리드는 안해의 발뿌리방바닥에앉아서 쟌의무릎우에 그의머리를 누었다. 저의싸늘한 손의감촉(感觸)이 그의흥분을 가라앉혀줄수도 있을것이다. 저는 아직도 그를 사랑하고 있을지도 모를일이아니야.
몽 포ᅄᅳ르아미 (내가엾은벗이여!) 쟌은 방심한듯 말하였다. 불란서 말은 무관심을 가지고 어떻게 그럴듯이 다정한 아름다움으로 맨들줄을 알았다.
『여보 쟌 나는 엇저녁에 꿈을하나 꾸었소』, 그는 입안에서 말했다. 『그것은……그것은 무서웠소. 어디 이야기를 해보리까, 쟌?』
그는 쟌의 어깨가 아조 조금 움짓함을 느꼈다.
『어디 얘기해보서요.』
『그래보지, 내가 꿈에……』
윌ᅋᅳ리드는 곧 떨면서 말을멈췄다. 그러나 그는 힘써서 자기를 제어했다.
『아조 우수운꿈이야 물론. 그러나 꿈이란건 이상한거야 어떤때는 우리가 그것을 글로 적어놓거나 남에게 이야기를 하고야 말게하거든. 나도 당신에게 이야기를 해버리면 속이 좀 편할지 모르겠소. 그 꿈이란것은……』
그는 다시 멈췄다. 쟌의 미(美), 이세상것아닌 하얀광휘가 잠간동안 바람이 훠드러올때의 촛불같이 흔들리는듯 싶었던것이다. 만일 그가 서투르게 이 불기를 아조 죽여버리고 영원히 어둑컴컴한가운데 남아있게된다면?
『꿈속에 당신이 개스켈하고 사랑했다오』겨우 들리게 그는말했다.
쟌은 꼼짝않고 앉아있다. 『그래서요』저는 힘주지 않고 말했다.
『당신은……내가 당신에게 그것을따져 말하려 할때에 당신은 어떻게 아름다웠는지 나는 숨이막힐지경이였소. 당신은 내게 키쓰를했던것같소. 당신은 아조행복스러웠소. 나는 어쩔수가없었소. 내가 말을하려하면 당신은 그손바닥으로 내입을 가만이 가렸소. 나는 불행과 질투와 분노를 그렇게 품고서도 한마디 힐책(詰責)을 못했소, 한마디도. 그러자……그때에 개스켈이 드러왔소. 그사람은 당신을보고 당신은 그를보는데 나는 아조 거기있지도 아니할것같이 너무 적고 너무 약해서 있는것으로 치잘것도 없는것같이 했소. 내주머니속에는 알을쟁인 권총이드러있었소. 나는 그의 머리를 쏘았소. 어찌되었겠소?』
쟌은 대답하지 아니했다.
『그래, 나는 그를 죽였소. 그러나 정말 이상한 일이있었소. 내 꿈속에서 당신도 죽었던것이오. 당신의 영혼이 죽었소. 당신의몸은 그냥 살아있었지마는 같은 그몸이 아니라 육지에 올라와서 마른 자개껍질―그속에서 바다의소리를 다시는 들을수없는 자개껍질에 지나지 아니했소.
아닌게 아니라 나는 다른 사람없이 혼자 당신을 차지하게 되었지마는 당신은 사람이 아니라 그저 장승이되어 버리고 말았던것이오 그러고 나는 당신의 애인을 죽인다면서 사랑을 사랑자체를 죽인것을 알았소. 나는 사랑을 당신들 서로의 사랑과 당신에게대한 내사랑을 영원하고 지상의 가치가있는것으로 깨달았소. 그것과 비교해보면 내행복 내마음의 평화는 아무것도 아니었소. 나는 머리에 총알을맞고 방바닥에 쓰러진 개스켈을 바라보다가 소리쳐 울었소.
『여기서 나는 잠이깼소.』
『나는 그때 곧 깨달았소――만일 그꿈이 정말이라면 나는 개스켈을 죽일수없다고 나는 용서하겠소……』
윌ᅋᅳ리드는 그의 주머니에서 권총을 끄냈다. 그의 안해는 조그만 소리를 치면서 의자속에서 물러앉았다.
『아이그머니나! 웨 이러서요』
이금속이 불빛에 호릿이 빛나는것이 그의 흥미를 끌었다. 그는 조금있다가 얼굴을 들었다.
『놀래지마오 쟌, 나는 당신을 참으로 사랑하오……참으로 사랑하오 그래서 나는 그를 가만이 두겠소. 아무도 일즉이 내가 사랑한것같이 사랑해보지는 못했을것이오.』
가는 우슴이 그의입술우에서 떨었다. 『당신의 생각에는 당신이 느끼는것이 사랑인줄알지마는 당신은 나같이 사랑을 알지못하오 아니오 아니오.』
초인종소리가 세게났다. 윌ᅋᅳ리드는 몸을일켜서 방을건너갔다. 그러나 이번에는 저 사내답지아니한 유령을 다시 볼가 무서워서 그는 감히 거울속을 바라보지 못하였다. 지나간 반시간의긴장이 그의몸을 성치못하게 하였다. 그의무릎은 떨렸다. 그가 자기집 문을 열었을때 낭하의 좁은목을 불어오는 찬바람이 그와 획부디치며 옷과 얼굴이 비에젖어 빛나는 남자가 앞으로 나왔다. 그것은 개스켈이었다.
『아니, 자네는 날보고 놀래것같아이.』그는 말했다.
『들어가도 좋은가?』
쟌은 저의 의자에서 이러났다. 저의 조그만 손이 꼭 쥐여진것밖에는 쟌은 저의 창백한 아무렇지도않은 침착을 회복하였다. 두사나이를 쳐다보지않고 저는 그방에서 나갔다.
『내안해는 좀 불편한가보이.』 새로 온이가 말할수있기전에 윌ᅋᅳ리드는 신경적인 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지금 쟌에게 내꿈이야기를 하던 끝일세. 그래 나는 참 요새 어떻게 꿈을 꾸는지 몰라. 매일밤이야. 똑똑해 아조 굉장히 똑똑해. 거기앉게.』
그는 말하는동안 그의 친구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그두눈은 이상하게 흐릿한 푸른빛 연기의빛이다. 물론 숨은불에서 나오는연기――이어두운 푸른빛이 가끔 잠깐 동안 불길이되어 흔들렸다. 쟌의눈물 마조 들여다보면 이 눈들은 정해놓고 불타오를것이다.
『자네 편찮아뵈네.』 개스켈이 조용히 말했다.
『그것이 다 꿈까닭일세. 바로 지금 하나를 쟌에게 이야기한 끝일세. 좀 이상한 꿈이지마는 자네게나 이야기했으면 하는것이 또 하나있네. 심리학자로서 자네는 거기흥미를 가질걸세. 자네듣나?』
『그래 하게.』
윌ᅋᅳ리드는 난로앞에 무릎을꿀고 두손을 가장교묘하게 불에쪼였다.
『내꿈에 말일세』 그는 말했다.『자네하고 쟌하고 사랑을 했던것일세. 내가 그것을 알게되자, 나는……쟌을 죽였네.』
입술이 하얘지며 그는 말이막혔다. 또한 사람은 꼼짝않고 방바닥에서 눈도 들지 아니했다.
『나는 쟌을죽였네』 그는 다시 말했다. 『저 침실에서 저런여자쯤은 죽이기는 어려운일이 아닐세. 그때에 나는 밖에서 나는 자네발자최소리와 초인종소리를 들었네. 오늘밤과 꼭같이 나는 자네를 들어오라고하고 앉이라고했네. 그런데 여보게 여기참말 이상한것하나는 내가 자네게대한 애정을 전보다 강하게느꼈다는것일세. 나는 참말이지 자네를 위해서는 죽을수도 있을것 같데 그러고 꿈속에 자네게대한 내감정이 나를압도해서 나는 말을 할수가 없었네. 나는 겨우 이렇게 말을했네.「나는 내안해를 죽였네. 저가 자네 정부인것을 알았기때문에 나는 저를 죽였네.」자네는 저기 말없이 나를 쳐다보며 앉았네. 그보다도 오이려 등신이 거기앉은것같데 자네――자네는 거기없었네. 나는 자네까지도 죽였었네. 아―나는 분명히 알았었네. 내친구가 사라진것을 자네의눈을 들여다보는건 참 무서운 일이었네. 늘보던 밝은 빛 푸른안개속에서 터져나오는 그빛은 어디가고 내가 들여다보는건 깊이모를 시커먼 한쌍구멍이었네. 자네……자네가 죽었던것이네. 내가 자네가 내게서 빼앗어간 쟌을죽일때에 자네――이세상에서 내가 사랑하는 다만 또 한사람인 자네까지를 죽인것일세. 나는 사랑을 죽였네. 여보게. 자네는 이 비참한 상태를 상상할수있는가?』
윌ᅋᅳ리드는 불안하게 이러났다. 그의 친구도 이러나서 이 자기보다 젊은 사람의 팔에 손을 얹이며,
『자네는 어쩌자고 내게 그이야기를 모도했나.』
그는 나직이 말했다.
『어쩌자고?』
윌ᅋᅳ리드는 따로 떠러지며 빨리 방을 둘러보았다. 다시 한번 그의 눈은 거울속의 그의 얼굴을 보았다. 그러고 전과같이 그는 혐오(嫌惡)에찼다. 이 우수광스러운뽑낸 인물은 그의 가슴을 발기발기 찢어낼것같은 이 감정을 느끼지 못하였다.
『어쩌자고?』 그는 다시 말했다. 『자네게 내가 꿈속에서 한짓대로 현실에서 하지아니한것을 알려두기위해서 나는 어떻게해야 할것을 결단했네. 나는 쟌을 죽일수가없네. 웨그런고 하니 나는 그사람을 사랑하네――그사람이라는건 저―다른게 아니라―――쟌의 애인일세! 내안해의애인! 그러고 나는 그남자를 죽일수도 없네. 나는 세상에 무엇보다 쟌을 사랑하는데 그것은 쟌을 죽이는것이되고 말테니까. 자―알아들었나? 나는 사랑하네… 나는…자네두사람은 나와같은 사랑을 하지는 못하네! 자네둘이 다 못하네! 저 못난이로 말하면 저기…말일세! 저 볼것없는 인형은.』
그는 거울속에 얼굴을 보고 낯을찌프렸다――버러먹을 그것은 꼭같이 낯을찌프렸다.
『너로 말하면 말이다 이 천하에 난쟁이 멍충아! 이 이 버러지야, 이 헛풍장! 이 아모것도 아닌것아! 네가 사랑을 무엇을아느냐! 조금도 모른다! 조금도 몰라!』
그는 높이소리를쳐서 웃었다――그것이 이마당에 맞지 않고 악취미인것을 알면서도 그리했다. 그는정말로 두사람이되어서 한사람이 다른사람의 잘 못하는것을 성내서듣고 있는것같았다
쟌은 방 저편끝에 다시 나타났다――침실에 문을 열린대로두고 윌ᅋᅳ리드는 그름으로 화장품이 벌려진 화장탁자의 한편구석과 침대의 한편끝을 보았다. 쟌은 차차 가까이왔다. 아 얼마나 아름다우냐. 그가 꾸며낸꿈과 꼭같이 되었다. 무대는 다 채려지고 배우들의 모든 동작은 이미 깊어지고 클라이막스, 폭발, 최후의해결은 가까이 피할수없게 오고있었다. 개스켈은 쟌을 바라보고 쟌은 개스켈을 바라보았다――저의턱을 조금 사슴같이 쳐들고. 그의 말은 현실화하고 있었다――그의무서운 필요에서 맨들어나온 저 무서운 발명들이 되다못된 천재? 그는 뵈어줄수가 있으리라. 아 그러나 사랑은. 사랑은……
윌ᅋᅳ리드의 손은 그의 주머니속의 권총을 쥐었다. 그가 말을 시작하자 그의 목소리는 음향과 강도가 더해갔다.
『나의 마즈막 꿈은 그중에도 제일 이상한것이오.』
그는 말했다. 『내가 셋째번꿈을 꾸었을 때 당신들은 서로사랑을 하고 있었소. 그러나 나도 사랑을하고 있었소. 아―깊이! 그러나 한여자와도 아니오. 한남자와도 아니오 나와같은 사랑이 꽃이피고 발표되고 영원한만족을 찾는데는 다만 한가지 길이있을 뿐이었소.』
그는 혼자 미소하였다.
『나는 죽어야 되오』
날카로운 총소리와 뒤를이어 나는 깨지는소리. 연기가 없어지자 윌ᅋᅳ리드는 방한가운데 화석한사람 모양으로 서서 그의 내여뻗힌 팔은 깨여진 거울을 가리치고 그 손에서는 권총이 더러졌다. 그는 거울속에 자기그림자를 쏘았던것이다.
자비론 하나님, 이것이 무엇이겠읍니까? 그이는 미쳤을까요, 그의최고의 동작이 이렇게헛되게 될까요, 혹은 실수일까요. 방은 차차 흐릿해가고 방바닥은 가라앉아갔다.……그러나 그는 까무러치기전에 그의깊은 속에서 그의 무름에대한 대답을 들었다.
그는 다시 이러나리라 그래서 이와 관계없는 한 생활을 평화하게 살리라. 거울속의 또한사람의 윌ᅋᅳ리드 가엾게 광녈적인 그가 자살을 한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