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60여 년 전. 무대는 그때의 남유럽의 미술의 중심지라 할 T시.


3세기가 지난 지금까지 그의 이름이 혁혁히 빛나는 대화가 벤트론이 죽은 뒤에 한 달이라는 날짜가 지났습니다.

50년이라는 세월을 같이 즐기다가 갑자기 그 지아비를 잃어버린 늙은 미망인은 쓸쓸하기가 짝이 없었습니다.

해는 밝게 빛납니다. 바람도 알맞추 솔솔 붑니다. 사람들은 거리거리를 빼곡이 차서 오고 갑니다. 그러나 이것이 모두 미망인에게는 성가시고 시끄럽게만 보였습니다. 너희들은 무엇이 기꺼우냐. 너희들은 너희들이 난 곳을 말대(末代)까지 자랑할 만한 위대한 생명 하나가 한 달 전에 문득 없어진 것을 모르느냐. 너희들은 무엇이 기꺼우냐.

석 달 동안을 참고 참아왔지만, 미망인은 시끄럽고 ‘있으면 있을수록 없는 남편의 생각이 더욱 간절한’이 도회를 내버리고 어떤 고요한 시골에 가서 조용히 살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리하여 그는 이 도회를 떠날 준비의 하나로서 한 이삼십 점이 되는 제 그 지아비의 유작을 죄 팔아버리려 하였습니다.

며칠 뒤에 이 T시의 모든 미술비평가며 화상(畵商)들은 벤트론 미망인에게 서, 없는 남편의 비장하던 그림이며 유작들을 팔겠으니, ○○일에 와서 간 색을 보라는 통기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집의 각 방을 장식하였던 고 벤트론의 각 작품은 완성품이며 미 완성품을 물론하고 모조리 없는 이의 화실로 모아들였습니다.


간색을 보인다는 ○○일은 아침부터 각 귀족이며 ‘예술을 이해하는’ 부호들이며 화상들이 마치 저자와 같이 미망인의 집에 들락날락하였습니다.

위층 자기 방에 들어앉아 있는 부인은, 손님이 왔다고 하인이 여쭐 때마다 적적한 한숨을 내쉬고,

“안내해 드려라.”

한마디뿐으로 자기는 내려가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점심 좀 뒤에 R 대공작과 당대에 제일가는 미술비평가 Y씨의 방문을 받은 미망인은 이 두 유명한 사람을 존경하는 뜻으로 몸소 내려가보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부인은 두 유명한 사람들을 몸소 안내해가지고 아직껏 자기는(이상한 두려움과 불안과 추억 때문에) 들여다보지도 않던 화실에 데리고 갔습니다 그러나 . 당대의 대화가의 미망인으로서의 자기의 권위를 잘 아는 노부인은 가장 점잖고 오만한 태도로 두 사람을 인도하였습니다.

그러나 화실은 ‘혼잡’이란 문자를 쓰기까지 부끄럽도록 어지러웠습니다.

그림은 모두 하나도 걸려 있는 것은 없고 포개지고 겹쳐져서 담벼락에 기대어 있었습니다.

“에이구.”

부인은 점잖은 감탄사를 던졌습니다.

공작과 비평가는 고즈넉이 걸어서 그림들 있는 데로 가서 하나씩 치우면서 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몇 개를 보던 그들은, 어떤 그림 하나를 담벼락에 세워놓고 서너 걸음 물러섰습니다.

부인은 그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런 그림이 어찌거기 가 섞여 있었나? 그것은 없는 벤트론의 가장 어리석었던 제자 미란이란 사람의 그림

<리디아>라는 것으로서, 어떤 여자의 괴상한 웃음을 그린 초상화였습니다.

“그것은…….”

부인은 의외의 사건에 놀라서 점잖은 태도도 잊어버리고 달려가서 설명하 려 할 때에 비평가 Y씨가 손을 저었습니다.

“부인, 알았습니다. 이것은 없는 벤트론 씨가 가장 비장(秘藏)하던 그림이란 말씀이지요? 공작! 이보세요, 나는 아직껏 수천 점의 그림을 보고 비평하고 했어도 아직 이런 그림은 본 적이 없습니다. 이 그림의 여자의 미소를 공작은 무엇으로 보십니까? 그 수수께끼 같은 웃음. 아아, 참 벤트론은 전무후무의 화가다.”

“흠.”

공작도 의미 깊은 감탄사를 던졌습니다.

한반각이나 말없이 그 그림 앞에 서 있던 두 사람은 아까운 듯이 힐끗힐끗 돌아보며 돌아갔습니다.

부인은 두 손님을 보낸 뒤에 쓸쓸한 자기 방에 돌아는 왔으나, 그 우작(愚作) <리디아>가 마음에 걸려서 마음을 진정할 수가 없었습니다.

‘없는 남편의 가장 어리석은 제자 미란이 그 그림을 그려가지고 보이러 왔을 때에 남편의 태도는 어떠하였나?”

그때에 남편은 눈을 부릅뜨고 미란을 책망하였습니다.

“너는 이 그림을 대체 무어라고 그렸나?”

“여자의 요염한 웃음을 그려보려 했습니다.”

“요염? 바보! 그런 요염이 어디 있어? 20년 동안을 내 문하에서 공부를 하고도 요염한 웃음 하나를 못 그린담? 그게 네게는 요염한 웃음 같으냐?

이 바보야 그건 오히려, 배고파서 우는 얼굴이다. 너 같은 제자는 쓸데없으니 오늘부터는 다른 스승을 찾아가라.”

미란은 그 그림 때문에 파문까지 당하고 울면서 돌아갔습니다. 그 뒤에 벤트론은 아직 성이 삭지를 않은 소리로 아내에게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참 우인(愚人)같이 다루기 힘든 것은 없어! 다른 애들은 사오 년이면 완전은 못하나마 그래도 비슷한 그림 하나씩은 그려놓는데 20여 년을 내게서 밥을 먹고도 웃는 얼굴을 그리노라고 우는 얼굴을 그리는 그런 우인이 어디 있어.”

‘이렇게 비웃던 그 <리디아>가 어떻게 없는 남편의 유작 가운데 섞여 있었나. 뿐만 아니라, 그 우인의 우작이 당대의 제일가는 비평가 Y씨의 눈에 남편의 유작으로 비친 이런 창피스러운 일이 어디있나.’ 부인은 제가 만약 교양만 없는 여자였더면 이제라도 달려가서 그림을 본 Y 씨와 R공작을 죽여버리고 그 그림을 불살라버렸으리라고까지 생각하였습니 다.


그러나 이튿날 의외의 일이 생겼습니다. R 대공작의 차인이 와서 부인에게 황금 5,000을 드리고, 그 우작 <리디아>를 가져간 기괴한 사건이었습니다.

부인은 무슨 영문인지를 몰랐습니다.


이래 3세기간 그 우작 <리디아>는 벤트론의 이름과 함께 더욱 유명해지고 더욱 값이 가서 각 부호며 귀족 혹은 왕궁들의 객실을 장식하다가 오륙십 년 전에 5만 파운드라는 무서운 금액과 교환되어 지금은 G박물관 벤트론실 정면에 가장 귀히 걸려 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그 그림 앞에 섰던 모든 인류, 혹은 군소 작가며 비평가들은 다 꼭 같은 감탄사와 찬사를 그 미란의 우작 <리디아>에게 던지며 돌아 서면서는 모두 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명화다. 사실명화다. 대체 그 웃음은 무엇을 뜻함일까, 조소? 기쁨? 우스움? 요소(妖笑)? 사실 수수께끼야. 벤트론이 아니면 도저히 그리지 못할 웃음이다. 아아, 나는 왜 벤트론만 한 재질을 못 타고 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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