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 리히테르는 바그너의 음악에 대하여 당시 비견할 사람이 없다 할이만큼 깊은 조예를 가진 지휘자였읍니다. 어느 날 오케스트라를 연습시킬 제 트럼본 취수(吹手)는 총보(score)에 없는 음표를 별안간에 취주했읍니다. 리히테르는 깜짝 놀라서 그 악수의 부주의를 책망한 즉, 악수의 대답이,
“그렇지만 제 악보에는 분명히 그 음표가 있는 데야 어찌합니까?”
지휘자는 성이 나서, 그 악보를 자기 앞으로 가져오라고 명했읍니다. 악수(樂手)는 악보를 집어들고 지휘자 앞에 가서 본즉, 이상한 일도 있읍니다. 분명히 있던 그것이 어디로 가고 없어졌던 것입니다.
“아아, 그것은 음표가 아니라 파리였읍니다그려. 지금은 날아가고 없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