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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의 지식〔개설〕
편집ballet-知識〔槪說〕
발레는 비교적 새로운 예술이며 이탈리아의 르네상스가 낳은 예술이다. 그리고 발레는 처음부터 관객(觀客)을 예상한 무대 무용이라는 것이다.
발레의 기원(起原)은 14-15세기에 볼 수 있었던 무언극(無言劇)과 가면극(假面劇) 등에서 발생하였다는 것이 통설로 되어 있다.
무언극과 가면극에 있는 무용은 다음 4가지의 종류로 되어 있다.
(1) 당스 피귀레(danses figurees)-무용수가 기하학적형(幾何學的型)으로 모여 있는 무대면의 연속으로 되어 있는 것인데, 그 도형(圖型)은 표현적이라기보다는 스펙터클하다.
(2) 발레티(balletti)-오늘날의 사교댄스.
(3) 브란디(brandi)-안무가(按舞家)에 의해 짜여진 표현적이며 드라마틱한 특징이 있는 의상을 지닌 극장무용.
(4) 모리스카(morisca)-즉흥적이고 그로테스크한 무대무용을 말하며, 야만인이나 동물 등을 나타내는 기묘한 의상과 가면을 쓴 무용수에 의해 추어진다.
이상의 4종류 중 오늘날의 사교댄스를 의미하는 발레티라는 것이 프랑스에 들어가 발레(ballet)가 된 것이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왕후(王后)의 발레 코미크(Ballet Comique de la Reine)이며, 조와이유즈 공(公)과 마르그릿드 공주의 약혼을 축하하기 위해 파리의 궁중에서 1581년 10월 15일 상연된 것이다.
보조와이유는 발레를 많은 악기와 조화(調和)되어 여러 사람이 춤추는 기하학적 혼합이라 했으며, 춤·음악·가요·낭송(朗誦) 등을 하나로 조화시켜, 일관된 줄거리를 가진 연극적 발레를 만든 최초의 사람이었다. 이같이 발레는 이탈리아에서 시작하여 프랑스로 옮겨져 자라났으며 거기에서 열매를 맺은 예술이다.
발레는 궁중에서 태어나고 본질적으로 관객에게 보이기 위한 연극적 무용이었지만, 호화롭고 화려한 반면에 예술이 되기 위한 특수한 표현과 기술이 필요하였다.
루이 14세(1643-1715)가 설립한 왕립음악무용아카데미의 무용교사 보샹(Beauchamps)이 처음으로 다리의 다섯 가지 포지션(position)을 만들었다. 이것은 다리와 발을 180도가 되게 일직선으로 밖으로 벌리는 것을 말하며 '앙드올'이라고 한다. 10년정도의 훈련을 해야 마스터할 수 있는 이 기본적 기술은 발레의 특성의 하나이며, 다리를 앙드올로 벌림으로써 무용수는 몸의 균형을 잡을 수 있고, 어떤 방향으로든지 자유자재로 움직임을 확대시킬 수 있게 되었다.
이 무렵 발레는 궁중에서 극장으로 즉 일반 대중에게 보이게 되었으며, 또 특기할 것은 1681년 <사랑의 승리>라는 발레가 륄리(Lulli)에 의해 상연되었는데, 이때 처음으로 여성 무용수가 등장하였다.
다음으로 여성 무용수가 처음으로 수직(垂直)의 동작을 획득하고 발레의 기법을 확대할 수 있게 된 것은 절세(絶世)의 무용수 카마르고(Camargo, 1710-1770)가 의상과 무용화(靴)를 개혁한 데서 이루어진 것이다. 1726년 파리에서 데뷔한 카마르고는 의상의 길이를 짧게 하고 다리를 내어 놓고 춤추었으며, 또 처음으로 뒷굽이 없는 무용화를 신었는데, 이것은 전통에 반한 대개혁이어서 문제가 컸지만, 이 의상의 개혁에 의해 처음으로 여러 가지 공중적(空中的) 움직임을 획득함으로써 지상적(地上的)이었던 발레의 기법은 굉장한 발전을 가져오게 된 것이다. 즉 앙디올과 더불어 수직적인 선, 공중적 도약(跳躍)을 획득한 발레로 인간은 과거에 가질 수 없었던 약동적이고 무한한 움직임이 가능해진 것이다. 더욱이 무용화는 발끝으로 설 수 있는 '토우슈즈'로 개량되었고, 의상도 백색 '로맨틱 튀튀'를 입고 흰 타이츠를 입어, 음악에 있어서 낭만주의가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인 것을 그리듯이 19세기의 발레도 낭만주의적 경향을 추구하기에 이르러 로맨티시즘의 예술이 되었다.
이와 같이 발레의 본래의 성격은 고전적 무용이었지만, 이 고전 형식의 발레가 20세기에 이르러 엄격한 규제와 형식에 따라 구성되었다. 이에 반하여 더욱 자유로운 감각과 표현을 갖기 위해 나타난 새로운 모던 발레가 발전했기 때문에 종래의 발레는 클래식 발레라고 불리게 되었다.
모던 발레도 그 표현에 필요한 테크닉은 클래식 댄스의 테크닉이 기본이 되어 있고, 다만 발레의 경우는 작품의 내용이 요구하는 새로운 테크닉을 창조하여 테마의 표현을 한층 효과적으로 가져가는 데 있으며, 내용은 어디까지나 무용극적인 요소가 기본적인 데에는 변함이 없다.
발레의 표현법에는 그 수단으로 마임(mime)을 사용한다. 이것은 일종의 묵극적(默劇的) 연기이며, 연극의 경우는 사실적인 것인데 반해 발레의 경우는 양식화(樣式化)된 무극적 연기를 가지고 있다. 또 무용적 표현으로 파(pas:step)란 무용으로서의 움직임의 기본인데, 수많은 종류로 그것이 엮어져 가며, 여기에는 엄격한 규정이 있고 명칭이 일정하게 돼 있으며, 이에 대한 것으로는 포즈(pose)가 있다.
발레는 이와 같이 무용(파, 포즈)과 무극의 두 가지 요소를 표현의 수단으로 하고 있다.'이제르시스(exercise)'란 약 한 시간 내지 한 시간 반에 걸친 발레의 기본 연습인데, 그 전반은 바(barre)를 잡고 하며, 후반은 바(연습장의 벽에 비치된 긴 나무)에서 떨어져 중앙에서 한다.
발레의 기본 연습은 수백년간의 경험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이것은 각국 공통의 발레 문법이며, 세계의 무용인이 매일 쉬지 않고 되풀이 연습하고 있는 것이다.
<林 聖 男>
발레의 구성
편집발레의 구성
편집ballet-構成
고전 발레는 극적인 내용을 무용과 묵극으로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인수(多人數)의 등장자를 필요로 한다. 발레는 결코 단독으로 성립되지 않는다. 인적 요소로 본다면 하나의 발레는 솔리스트, 코르 드 발레의 두 가지로 구성된다.
솔리스트
편집soliste
발레의 주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무용수를 말한다. 대개는 단독으로 추기 때문에 이렇게 부른다. 즉 영어로 말하는 솔로이스트인 것이다. 발레 용어는 모두 프랑스어를 쓰는 관습이 있으므로 발레의 경우는 솔리스트라고 하는 편이 옳다. 다만 단독이라 해도 혼자라서라는 뜻은 아니다.
즉 솔리스트가 혼자서 추는 경우와 그 솔리스트가 둘 이상이 어울려 추는 경우가 있다.
수많은 솔리스트 가운데에서 최고의 지위에 있으면서 한 발레의 주역을 담당하는 무용수를 제1무용수라고 부른다.
그것이 여성인 경우는 여성 제1무용수, 남성의 경우는 남성 제1무용수라고 한다. 그리고 이 여성 제1무용수를 발레리나라고 부르는 수도 있다. 발레리나라는 명칭은 일반적으로 '발레를 추는 여성'이라는 뜻으로 사용하나 이는 잘못이며, 여성 무용수 가운데의 계급 이름으로 일반적인 호칭은 아니다.
코르 드 발레
편집corps de ballet
발레 가운데에서 주요한 역할을 갖지 않는 군무(郡舞) 형식을 담당하는 무용수를 가리킨다. 즉 '그 밖의 수많은' 무용수이다. 따라서 단독으로는 절대로 추지 않으며 언제나 많은 인원이 어울려 춘다.
코르 드 발레의 발레에서의 중요한 역할은 정경(情景)을 만들어내는 데 있다. 예컨대 <백조의 호수>라는 발레의 제1막에서 왕자 지크프리트의 성년식(成年式)을 축하하여 마을의 남녀가 춤을 춘다. 또한 그 제2막인 호반의 장면에서 백조들이 떼를 지어 추나, 그것들은 각각 특정한 성격이 부여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코르 드 발레의 군무로 전자는 화려한 성년식을 경축하는 무드를 자아내어 그 정경을 만들고 후자는 백조가 사는 호반의 정경을 생생하게 부각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 코르 드 발레에 통제가 없고 함부로 난무(亂舞)할 때는 다음에 나타나는 솔리스트의 춤이 지니는 효과를 감소시킬 위험이 있다. 발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솔리스트의 춤이므로 그것을 효과적인 것으로 하기 위해서는 통제가 있는 연출을 필요로 하게 된다. 그래서 대개의 경우 코르 드 발레는 대형(隊形)을 갖춰 질서 정연한 움직임이 부여되고 그 대형의 위치와 변화에 중점이 두어진다. 바꿔 말하면 코르 드 발레는 솔리스트를 돋보이게 하는 구실을 한다고 하겠다.
이와 같이 발레는 코르 드 발레의 춤과 솔리스트들의 춤이 번갈아 엇갈리며 구성되는 변화로 이루어진다. 그 변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번갈아 등장한다고는 할 수 없으며 때로는 솔리스트의 춤의 배후에서 무대를 화려하고 아름답게 고조시키는 구실을 맡기도 한다. 즉 솔리스트의 배경을 맡는 것이다. 다만 어디까지나 배경적인 역할이기 때문에 어떠한 경우에도 솔리스트의 앞에 나서는 것은 허락되지 않는다.
이처럼 발레에서는 솔리스트의 춤을 중요시한다. 그 가운데에서도 주역을 맡는 제1무용수는 발레의 중심인물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하다. 고전 발레에서는 이 주역을 효과적으로 살리기 위해 모든 방법을 고안했다. 그 하나가 파 드 되라는 형식이다. 파 드 되는 제1무용수에 한정되지 않고 그 밖의 솔리스트들이 추는 경우도 있다.
파 드 되
편집pas de deux
이 고전형식은 19세기 후반에 완성된 것으로, 이 형식에 의해 발레는 완전한 모습을 갖췄다고 하겠다.
파 드 되 형식에는 엄격한 구조가 3단구조로 규격(規格)지어 있다. 우선 아다즈(아다지오라고도 한다)와 다음에 바리아시옹(바리에이션이라고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코다의 세 부분으로 이루어진다.
이것을 그림으로 나타내면
아다즈
파 드 되
바리아시옹
코다가 된다. 고전 발레에서는 솔리스트의 춤은 모두 이 형식을 지니고 있다.
파 드 되란 '두 사람의 춤'이란 의미이다. 그 두 사람은 원칙적으로 여성과 남성의 두 춤이다. 그것도 한 고전 발레의 중심은 여성 제1무용수와 남성 제1무용수의 두 사람이다.
우선 최초의 아다즈는 그 의미가 이탈리아의 아다지오로부터 기원한다. 속도를 나타내는 음악용어의 '느리게'라든가 '완서조(緩徐調)'의 전용(轉用)이다. 그것이 고전발레의 아다즈의 경우에는 여성 무용수가 남성 무용수의 도움으로 느릿한 음악의 템포에 실려 훌륭한 밸런스(平衡)와 우아한 자세의 선을 발휘하는 아름다운 일련의 춤을 추는 것이다.
따라서 반드시 남녀 둘이서 추며, 대개의 경우는 왈츠로 춘다.그것이 제2단의 바리아시옹이 되면 여성 무용수와 남성 무용수가 나뉘어 제각기 독무(獨舞)한다. 바리아시옹은 변화라는 의미이다. 즉 아다즈로 남녀가 함께 추는 데 반해 여기서는 남녀가 별도로 추기 때문에 이를 '변화'라고 한 것이리라. 그러한 점에서 바리아시옹은 두 독무로 구성되는 셈이다. 우선 여성 무용수가 혼자서 경쾌하게 알레그로의 춤을 춘다. 알레그로도 이탈리아의 음악용어로 '매우 빠르게'라든가 '쾌활하게'라는 뜻이다. 그리고 여성 무용수가 춤을 끝내고 퇴장하면 이번에는 남성 무용수가 등장하여 다시 혼자서 알레그로를 춘다. 이 두 춤의 편성이 바리아시옹이다.
제3단의 코다가 되면 다시금 여성무용수와 남성무용수가 함께 어울러 동시에 빠른 템포로 춤춘다. 코다는 음악용어로서 '종곡(終曲)'이라는 뜻이며 이것이 그대로 전용되어 파 드 되의 종국(終局)이라는 뜻으로 대치되었던 것이다. 다만 아다즈와 코다의 차이는 전자가 느릿한 템포로 대개의 경우 여성무용수가 중심이 되어 춤을 전개함에 대해 후자는 남성 쪽이 약간 중심이 되고 있다.
고전 발레에서는 관객을 위해 반드시 이 파 드 되가 삽입된다. 이것이 없으면 고전 발레라고 할 수 없을 정도이다. 반대로 현대 발레의 경우에는 파 드 되의 형식을 중요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배제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파 드 되의 형식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그것이 고전 발레냐 현대 발레냐의 구별을 할 수 있을 정도이다.
또한 파 드 되는 두 사람의 춤이라고 설명하였거니와 본래의 뜻이 그러하다는 원칙으로서, 이 형식은 두 사람에 한정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남녀 셋이서 파 드 되의 형식을 추는 경우도 있으며 그럴 때에는 파 드 트르와라고 한다. 그리고 네 사람의 경우는 파 드 카트르라 하며 그와 반대로 혼자의 춤은 파 스르라고 한다. 즉 파 드 트르와 등은 파 드 되의 변형인 것이다.
그 원형이 되는 파 드 되는 반드시 남녀 두 사람의 무용수, 그것도 발레의 중요한 클라이맥스에서 남녀의 제1무용수가 추며, 그 춤 자체에는 의미가 없다 해도, 그것이 추어질 경우에는 반드시 '사랑'을 의미하고 있다.
즉 파 드 되는 그 성격으로서 구애(求愛)이건 서로 사랑하는 것이건, 또는 비련(悲戀)이건 모두가 '사랑'을 상징하고 있는 것이다.
발레 음악
편집ballet 音樂 음악이 발레에서 결여될 수 없는 요소임은 새삼스럽게 말할 나위도 없다. 음악을 수반하지 않는 발레는 존재하지 않는다. 무용은 음악의 템포나 리듬, 또는 그 소절(小節)에 따라 안무되고 추어진다. 그러한 의미에서 음악은 무용을 규제(規制)하는 중요한 구실을 한다. 따라서 음악의 내용 여하에 따라 발레의 성과가 결정될 정도로 중요하다. 고전 발레의 명작이라는 <백조의 호수>나 <호두까기 인형>이 현재까지 명맥을 유지하는 것은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이 뛰어났다는 점에 있음을 무시할 수 없다.
고전 발레의 음악은 심포니(交響曲)의 형식으로 쓰이고 연주는 오케스트라(管絃樂)에 의한다. 그것은 발레가 많은 인원이 추는 춤이라는 점에 그 원인이 있다.
무용과 음악의 밸런스라는 점에서도 오케스트라에 의한 심포니 형식의 음악이 아니고서는 그 구실을 다하지 못한다.
그 음악은 정경(情景)과 무용의 두 부분으로 나뉜다. 정경 가운데에도 댄스 신이 없는 것은 아니나 정경은 주로 극적인 내용의 장면 설정이라든가 묘사 및 극의 진행에 필요한 음악이며, 무용음악의 부분은 예컨대 파 드 되처럼 주로 솔리스트들이 추기 위한 음악이다. 그것들은 솔리스트나 코르드 발레의 출입에서 그 발걸음 수까지 계산되고 댄스 파트도 미리 안무자(按舞者)와 협의하여 결정된다. 그 범위내에서 작곡가가 자유롭게 악상(樂想)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발레의 경우 음악은 단순한 반주가 아니다. 발레와 공동으로 내용을 표현하고 진행시키는 중요한 구실을 지니며, 동시에 음악으로서의 예술적인 독자성을 갖추고 있어야만 한다. 이것을 바꿔 말한다면 발레와 음악은 어느 한쪽이 종속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심동체의 관계이어야만 한다.
그런데 그와 같은 발레가 태어난 것은 겨우 19세기 이후부터였다. 그 이전에는 대개가 반주음악적인 역할밖에 다하지 못했던 것이다.
19세기 이후에도 발레 음악은 주로 기능인적(技能人的)인 발레 작곡가의 손에 맡겨져 있어서 그들은 기성의 발레 악곡 가운데에서 적당히 선택한 무용곡을 주어 안무자의 주문에 응하고 있었던 경우가 많았다. 그것이 현재처럼 예술적인 발레음악으로까지 승화한 것은 19세기 말에 차이코프스키가 앞서 말한 발레작품을 위한 음악을 작곡한 이후부터라 하겠다.
발레의 무대미술
편집ballet-舞臺美術
무대미술에는 의상(衣裳)과 무대장치와 조명의 세 가지가 포함된다. 그 가운데 의상은 표현기교와 떨어질 수 없는 관계가 있으며 나머지 둘은 극장의 구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발레는 그 초기에 궁정의 스펙터클에서 발달한 것이므로 15세기 이후는 당시의 궁정의상이 쓰였다. 즉, 여성은 바닥에 질질 끌리는 긴 옷자락의 의상을 걸치고, 팔이나 가슴 목 이외의 육체의 노출이 허락되지 않았다. 팔만 해도 긴 장갑을 착용했을 정도이다. 그래도 발레를 출 수 있었던 것은 요컨대 표현기교가 유치하고 단순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발레의 발달과 함께 기교는 차차 복잡해지고 고도화 했기 때문에 긴 옷자락을 질질 끌고 고래뼈의 후프를 허리에 두른 부자유스런 의상으로는 출 수 없게 되었으며 따라서 옷자락을 짧게 하고 서서히 발을 드러내기에 이르렀다. 동시에 그 무렵까지 사용되었던 가발이나 가면(假面)도 폐지했다. 그리고 또한 도약(跳躍) 등의 격렬한 운동을 수반하는 기교가 고도화함에 따라 더욱더 긴 발을 노출시킬 필요가 절실해지자, 이번에는 직접 육체를 알몸 그대로 보이지 않기 위해 타이츠(다리 전체에 밀착시킨 긴 스타킹)를 사용하게 되었다. 알몸의 육체를 보이지 않는 것은 궁정 발레 이후의 철칙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철칙은 고전 발레에 관한한 현대까지도 계승되고 있다.
고전 발레의 의상이 현재처럼 통일된 것은 거의 19세기의 전기(前期)부터이다. 그것은 탈료니라는 무희(舞姬)가 1832년에 파리의 오페라 극장에서 <라 실피드>(空氣의 精)라는 발레를 상연한 이후부터이다. 그녀는 이때 순백의 엷은 오간지와 튤을 몇 겹 겹친 긴 치마에 목이나 어깨, 팔 등을 드러내고 상반신은 몸에 꼭 밀착시킨 상의로 감쌌으며 엷은 핑크 빛깔의 타이츠에 비단 신발을 신고 춤추어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이 의상은 그 후로 발레의 제복이 되어버렸다. 이를 로맨틱 튀튀(制服이란 뜻)라고 불러, 낭만적인 고전 발레에서는 여성무용수가 반드시 착용하게 되었다. 이에 반해 클래식 튀튀라는 것이 있다. 로맨틱 튀튀의 옷자락을 더욱 짧게 줄이고 거의 허리만을 감싸는 정도로 하여, 그 대신 포근하고 두텁게 한 치마이다. 고전 발레에서 예컨대 <백조의 호수>의 오데트가 몸에 걸치는 의상이 그것이다. 이 클래식 튀튀를 처음으로 착용하여 러시아에 소개한 사람은 비르지니아 주키(1847-1930)라는 이탈리아 무희였다. 그녀가 그것을 착용하여 1887년에 세인트 페테르부르크(지금의 레닌그라드)에 있는 마린스키 극장에서 추었을 때에는 러시아 황제나 귀족들로부터 맹렬한 반대가 있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무희들은 앞을 다투어 이 짧은 튀튀를 입고 춤을 추게 되었다. 그것은 격렬한 도약이나 회전의 새로운 기교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필연적인 요구였다. 이후 이 튀튀는 고전발레의 제복이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장치는 또한 발레와 같은 무대예술의, 더구나 극적인 내용을 갖추고 있는 것에는 없어선 안 될 중요한 요소이다. 막이 열리면 동시에 장면의 이미지를 강렬하게 인상적인 것으로 하기 위해서도 무대장치는 가장 효과적이다. 다만 연극이나 오페라 등의 장치와 다른 점은 무대 위에 춤추는 면적을 넓게 잡을 필요가 있으므로 필요최소한도로 억제하는 것이 원칙이며, 따라서 필요한 장치라 해도 무대 안이나 좌우, 또는 양측에 꾸며 공간을 되도록이면 가장 넓게 잡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발레는 많은 인원이 동시에 무대위에서 추기 때문에 이러한 조치가 취해지는 것이다.
조명에 이르러서는 완전히 그 극장이 지니는 기능으로 좌우된다. 조명설비의 좋고 나쁨은 당장에 조명효과에 영향을 미치지 때문에 그 메커니즘은 가장 중요하다.
광원(光源)도 옛날의 자연광선에서 횃불·촛불·등유·가스 등으로 발달하여 지금은 전기시대가 되었고 그런 광원이 발달하여 밝음을 더하고 색채나 효과의 점에서 눈부신 발달을 하긴 했으나 그 메커니즘을 조작하는 것은 인간이며 조명 플랜을 설계하는 것도 조명가라는 인간이다. 따라서 거기에서 예술이 생겨난다. 조명가는 미래 대본의 지정이나 연출가의 의도(意圖), 또한 음악 등으로 그 극장의 메커니즘이나 조명설비를 고려해 넣어 그것을 담당 계원에게 조작시켜 비로소 무대조명이 성립한다. 그 플랜과 조작이 완전히 일치하고 효과적으로 실시됨으로써 발레는 살아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발레는 무용과 음악과 미술의 삼위일체에 의한 종합예술로서만 비로소 그 가치가 생긴다.
발레단의 경영
편집ballet團-經營
발레단의 구성은 복잡하다. 발레단에는 우선 통솔자가 필요하다. 그 통솔자가 경영을 겸하는 경우도 있고 통솔자 이외에 경영자가 있는 경우도 있다. 20세기를 맞기까지는 그 경영자는 모두 국가나 혹은 왕실이었다. 예컨대 파리의 오페라 극장이나 오페라 코믹 발레단, 러시아의 마린스키 극장이나 볼쇼이 극장 등이 그러했다.
그런데 20세기에 들어와 러시아에 디아길레프라는 발레의 보호자가 나타나, 그가 발레 뤼스(러시아 발레단)를 조직하여 경영자와 프로듀서를 겸함으로써 사태는 일변했다. 이후 국가나 왕실이 경영하는 발레단 이외에 민간의 발레단이 속출하기에 이르렀다.
발레단은 이 경영자나 또는 통솔자 아래 다수의 무용수를 거느린다. 그리고 그 무용수에게는 제각기 엄중한 계급이 있다.
발레 무용수의 계급
편집ballet舞踊手-階級
고전 발레단에서 무용수의 가장 높은 계급에 속하는 것은 앞서도 말했듯이 제1무용수이다. 그리고 제1무용수에게는 각각 남녀 한쌍이 있음도 앞서 말한 대로이다. 제1무용수는 코르 드 발레에 둘러싸여 무대의 중앙에서 화려하게 솔로(파 드 되)를 추는 발레단의 스타이다. 그 주역들은 말할 나위도 없이 완벽한 기법을 습득하고 최대의 효과를 노리며 화려하게 출 자격이 부여되고 있다.
그 남녀의 제1무용수 가운데에서도 특히 기술이 뛰어나 소속하는 발레단에서도 최고의 스타라는 영예를 누리는 자에게는 다시 에트왈이라는 명칭이 부여된다. 이것은 파리 오페라 극장에서 사용된 것이 그 기원이 된다.
이 제1무용수 아래 쉬제라는 계급이 있다. 그런데 이 쉬제까지 대소의 두 계급으로 나눈 발레단도 있다. 대(大)쉬제는 대개의 경우 3명이나 혹은 4명, 6명으로 그룹을 이루어 춤추고 소(小) 쉬제는 그보다 더 많아 8명 또는 12명 가량의 그룹으로 추는 일이 많다. 말하자면 제1무용수가 되기 직전이라고 하겠다.
쉬제란 계급은 파리 오페라 극장에서 사용했으나 러시아에는 없었다. 그 대신 제1무용수와 이 쉬제 사이에 솔리스트라는 계급을 두는 발레단도 있다. 솔리스트는 주역이 주어지지 않으나 파 스르(獨舞·솔로)를 추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백조의 호수>에서의 파 드 트르와나 두 마리의 백조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 쉬제, 또는 솔리스트의 아래가 코리페이다. 러시아(구 소련)에서는 쉬제 대신 코리페라고 부른다. 코리페는 군무(郡舞), 즉 코르 드 발레를 추는 계급이며, 같은 코르 드 발레라 해도 그 아래 계급인 카드뤼와는 달라 그 리더로서 추게 된다.
카드뤼도 두 계급으로 나누는 곳이 있으며 위의 클래스를 제1카드뤼, 아래 클래스를 제2카드뤼라고 부른다. 그 밖에 많은 인원으로 추는 무용수로 그 위의 코리페와 이 카드뤼를 총칭하여 코르 드 발레라고도 한다. 아무튼 혼자 추는 일은 절대로 없으며 반드시 그룹이나 군무에 등장하도록 되어 있다.
이상이 고전을 주체로 하는 발레단의 무용수 구성이며, 그 계급이나 이 가운데에서 쉬제 이상을 총칭하여 솔리스트라고도 부른다. 또한 전에도 말했듯이 여성 제1무용수를 발레리나라고 부르기도 한다.
발레리나란 원래 이탈리아어로 역시 여성무용수의 계급명이다. 결코 일반적인 용어가 아니라 정식으로는 프리마 발레리나라고 불러야 한다. 말하자면 오페라의 프리마돈나에 해당한다.
이러한 무용수의 계급은 엄연히 지켜져 있어서 그 질서가 문란해지는 일은 없다. 따라서 계급은 차례를 따라 올라가는 것이 원칙이다. 예컨대 코리페가 일약 제1무용수로 승진하는 일은 없다. 또한 발레단에 따라서는 아직 수업중(修業中)인 연구생이나 생도를 코르 드 발레의 단역으로 쓰는 경우가 있다. 이 연구생을 엘레브라고 부른다.
발레의 안무
편집ballet-按舞
발레단에는 반드시 춤의 원형(原型)을 고안하는 사람이 있다. 말하자면 무용을 만드는 사람이다. 안무(按舞)란 그 무용을 고안하는 것으로서 대개의 경우는 연출도 겸하고 발레를 완성시킨다. 이 안무를 고안하고 연출하는 사람을 안무사라고 하며, 프랑스어로는 코레그라프, 영어로는 코레오그라퍼, 또는 코레그라퍼라고 한다.
근년의 발레단에서는 이 안무사를 상임(常任)으로 두지 않고 임시로 위촉하거나, 상임이 있다 해도 작품에 따라 다른 안무사를 맞아들여 맡게 하는 수도 있다. 이 경우를 게스트(客演)라고 부른다. 그리고 제1무용수 등도 객연자를 초청하는 경우가 있다.
메트르 드 발레
편집maitre de ballet
발레단의 무용수를 훈련시키고 또한 안무를 맡는 사람에게 주는 칭호이다. 즉 교사 겸 안무사를 말한다. 또한 지휘자이며 동시에 창작자이기도 한 셈이다. 따라서 예술상의 절대자이며 모든 책임을 맡고 있다. 영어에서는 이를 발레 마스터라 부른다. 그리고 무용수의 훈련만을 담당하는 경우 이를 프로페스르(프로페서)라고 부른다. 또 메트르 드 발레이면서 무대에서 춤추는 사람도 있으며 이 경우는 메트르 드 발레 겸 제1무용수라는 칭호가 부여된다. 옛날은 안무사만을 메트르 드 발레라고 부른 적도 있었다.
발레 무용수의 종류
편집bellet 舞踊手-種類
무용수에게는 앞서 말한 계급외에 제각기 맡은 역에 따라 타입이 다르다. 즉 각자의 적역(適役)이 있다. 말하자면 그 사람의 기능이라든가 연기범위에 따라 맡는 역할이 정해지는 것과 같다고 하겠다. 거기에 그 무용수의 육체조건이나 개성에 따라 타입이 결정된다.우선 여성 무용수를 설명하자면 ① 발레리나 ② 더미카락테르 ③ 카락테르의 세 가지가 있다.
이 경우의 발레리나는 앞서 말한 계급상의 발레리나라는 지위가 아니라 그 타입에 주어지는 명칭이며, 우선 발레리나는 순수하게 고전적이며 뛰어난 무용수여야 한다는 것이 요구되는 첫째 조건이다. 발레리나가 춤출 때의 역할은 대체로 공주로서, 공주를 추기에 적합한 육체조건과 기품·우아함을 갖쳐야만 한다. 더구나 엄숙한 비극성과 품격이 필요하며 무대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저절로 풍기는 품위가 요구된다. 말하자면 명인다운 기예를 갖춰야만 한다.
이처럼 발레리나의 조건을 열거해 보면 그러한 자격을 갖춘 무용수란 좀처럼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발레리나란 참으로 얻기 어려운 명수라고 하겠다.
다음의 더미 카락테르란 댄스즈 드 더미 카락테르의 약어이다. 카락테르는 영어의 캐릭터로 '성격'이라는 뜻이 있다. 그처럼 이 타입에는 발레리나가 공주역과 같이 일반적으로 고귀한 여성의 역할을 맡는 데 반해 보다 폭이 넓고 역할의 성격이 뚜렷한 것을 맡아 추기에 적격인 무용수를 가리켜 말한다. 그런만큼 춤 자체의 표현에도 다양성이 요구된다. 즉 성격배우와 같은 역할을 소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발레리나보다 한층 더 개성이 요구된다. 다만 카락테르에 더미가 붙어 있으므로 반성격무용수(半性格舞踊手) 또는 부성격무용수(副性格舞踊手) 같은 것으로서 경우에 따라서는 발레리나의 역할도 소화할 수 있는 무용수를 말한다.
마지막의 카락테르란 완전한 성격 무용수를 말한다. 당쇠즈 드 카락테르의 약어로 이 타입의 여성 무용수는 발레가운데의 민족무용이라든가 특정지어진 연기(演技)가 많은 역할, 또는 희극적인 역할을 춘다. 조연(助演)이기도 하나 그 춤으로 주역을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따라서 더욱 강렬한 개성이 필요해진다. 참고로 말하자면 발레에서는 민족 무용을 두고 당쇠즈 드 카락테르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코르 드 발레 이상의 여성 무용수는 모두 그 어느 타입에 속하여, 자신에게 적역인 역할을 추게 되나, 그 가운데에는 어떠한 타입도 충분히 소화하는 만능 무용수도 있다.
또한 남성 무용수에게도 이 세 가지 타입은 있다. 여성의 발레리나에 해당하는 남성무용수를 당쇠르노블이라고 한다. 모든 조건은 발레리나와 마찬가지이다. 다만 남성과 여성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카락테르와 더미 카락테르 역시 같다. 모두가 남성 무용수인 경우는 당쇠르 드 카락테르, 당쇠르 드 더미 카락테르의 약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