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세계 대백과사전/생물II·식물·관찰/식물의 계통과 분류/식물의 분류와 진화/포자에서 씨로
식물이 육상으로 진출한 후 부딪치게 된 최대의 어려움은 수정하기 위하여 물을 얻는 것이었다. 결국, 선태식물과 양치식물은 배우체를 습기 있는 곳에서 자라게 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지상의 더 건조한 곳으로 분포 영역을 넓히기 위해서는 배우체를 어떤 형태로든 건조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선태식물은 배우체 쪽이 포자체보다 크고, 더욱이 영양적으로도 포자체가 배우체에 기생하고 있는 상태이므로, 배우체 자체를 보호할 수는 없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선태식물은 육상에서 그 생활권을 넓힐 수가 없었다. 이에 비해 양치식물은 포자체 쪽이 훨씬 크고, 그 중에는 작은 배우체를 더 소형화하여 포자의 두꺼운 벽 안에 성숙시키는 무리도 있다. 석송류(소엽류)인 부처손속·물부추속, 고사리류(대엽류)인 수생고사리류가 그것이다. 이들 양치식물의 포자는 크고 작은 2가지 형이 있어서, 소포자는 벽 안에서 싹이 트며 그 안에 약 10-20개 정도의 세포로 이루어지는 수배우체를 만든다. 이것은 1개의 전엽체 세포(영양 세포) 위에 1개(또는 2개)의 장정기가 얹힌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대포자도 벽 안에서 싹이 트는데, 이 때 암배우체는 수배우체보다 훨씬 크며, 장란기가 생겨서 배우체가 만들어질 때에는 그 생식상(生殖床)은 대포자벽을 뚫고 드러나게 된다. 또한, 부처손속의 일종인 셀라지넬라 루페스토리스의 대포자는 대포자낭에서 방출되지 않고 그 안에서 싹이 터서 암배우체를 만든다. 특히, 부처손속과 근연인 석탄기의 인목(레피도덴드론)에서는 그 배우체가 제3의 피막에 둘러싸여 있어, 현존하는 양치식물의 배우체보다 더 보호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레피도카르폰이 그 예로, 이것의 대포자낭은 다시 대포자엽이나 여기에서 나온 돌기로 싸여 있다. 또한, 미아데스미아는 부처손속에 가까운 고생대의 초본인데, 이것의 대포자낭도 대포자엽에서 나온 돌기로 싸여 있다.
레피도카르폰이나 미아데스미아에서 대포자낭 속에 1개의 대포자 모세포가 생기고 이것이 감수 분열을 하여 4개의 대포자가 생기는 것은 부처손 속의 많은 종류와 같지만, 그 중 3개는 퇴화되며 결국 대포자 1개만이 성숙하게 된다. 즉, 대포자가 만들어진 곳에서 싹이 터서 배우자가 되고 이것이 수정하여 배를 만든다. 한편, 대포자낭을 둘러싸는 포자엽 또는 포자엽의 돌기를 주피라고 하는데, 이것은 레피도카르폰의 포자엽에 싸인 대포자낭을 씨의 조상형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대포자낭(주심) 안에 1개의 대포자(배낭 세포)가 생기는 것, 주피를 가진 것, 대포자가 만들어진 곳에서 배우자가 생기고 이것이 수정하여 배를 만드는 것을 씨의 정의라고 하면, 레피도카르폰이나 미아데스미아는 씨의 조상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속씨식물의 씨는 고사리류의 씨에서 유래되었다고 할 수 있다. 고사리류는 석송류인 레피도카르폰이 나타났을 무렵에 이미 완전한 씨가 발달되었다. 그 씨의 조상형은 후반에 알려진 아르카에오스페르마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주피는 석송류처럼 1장의 포자엽이나 그 돌기에서 유래하는 것이 아니라 몇 장의 잎이 유합하여 대포자낭을 둘러싸게 된 것이다.
한편, 양치식물에서는 수정하는 데 상당한 양의 물이 필요한데 이것은 전엽체의 장정기에서 나온 정자가 가까이에 있는 다른 전엽체의 장란기로 헤엄쳐 가야 하기 때문이다. 부처손속에서는 자성 전엽체가 들어 있는 대포 자낭의 벌어진 곳에 소포자가 이르게 되면, 그 소포자 안에 생긴 웅성 전엽체로부터 정자가 나와 장란기에 도달한다. 이 경우에도 적은 양의 물은 필요하다. 다만 고사리류와 달리 전엽체가 완전히 드러나지 않으므로 건조에 잘 견딜 수 있으며, 또 대포자 속에 다량의 영양분이 저장되어 있어 고사리류처럼 전엽체가 광합성을 할 필요가 거의 없다.
한편, 종자식물에서는 대포자낭(주심)은 주피에 싸여서 밑씨를 만드는데, 밑씨는 어미 식물에 붙어 있어서 배를 만들 때까지 모든 영양을 어미 식물에 의존하므로 배우체 형성에 지장이 없다. 이 때, 소포자(꽃가루)는 밑씨의 주공까지 도달하여 거기에서 꽃가루관(암배우체)을 내어 정자를 장란기까지 운반한다. 여기에서도 수정할 때 물이 필요한 경우가 있는데, 예를 들어 은행나무는 섬모가 있는 정자가 헤엄쳐 나오기 위해서는 적은 양의 물이 필요하다. 그러나 침엽수류나 속씨식물에서는 꽃가루관이 장란기(침엽수류)나 난장치(속씨식물의 배낭 윗부분에 있는 것으로, 1개의 난세포와 2개의 조세포로 되어 있다)까지 뻗어 정핵을 운반하므로, 수정할 때 물을 전혀 필요로 하지 않는다. 수정된 후 배가 자라기까지 필요한 모든 영양분은 어미 식물로부터 공급된다. 또한, 씨 속에는 배와 배젖이 있는데, 배는 잠시 생장을 멎고 휴면하며, 배젖에는 배가 자라는 데 필요한 영양분이 저장되어 있다.
이와 달리 포자에서 전엽체(배우체)가 생기고 그 곳에서 배가 생기는 번식법에서는 전엽체의 생육과 수정에 물이 필요하므로 그 생활권이 크게 제약을 받는다. 일반적으로 습기가 많은 곳에 고사리류가 발달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또, 고사리류에서는 배가 휴면하지 않고 계속 싹이 나와 포자체를 만들기 때문에, 포자체는 전엽체가 자란 곳 가까이에만 퍼지게 된다. 그러나, 씨를 만들어 번식하는 방법에서는, 배우체가 형성되어 배가 형성될 때까지 물이 전혀 필요하지 않고, 또한 배가 휴면하므로 그 동안 분포 범위를 넓힐 수 있다. 결과적으로 씨에 의한 번식은 포자에 의한 것보다 건조에 강할 뿐만 아니라 넓은 범위에 걸쳐 번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양치식물과 겉씨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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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태형의 세대 교번을 거듭하던 원시양치류에서 솔잎란류(나경강)로 진화하여 양치형의 세대 교번이 확립되면서 여기서부터 석송류(소엽강)·속새류(설엽강) 및 고사리류(대엽강)로 전개된 것이 데본기 중엽이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원시겉씨강이 역시 솔잎란류로부터 진화되어 있었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원시겉씨강에서 소철류와 침엽수류라는 겉씨식물의 두 큰 계열이 갈라져 나오게 되었다. 한편, 속새류는 현생종이나 화석종 모두 씨가 형성될 기색은 보이지 않는다. 석탄기의 칼라미테스에서 겨우 이형 포자를 볼 수 있으며, 여기에서도 대포자의 감소나 주피 형성은 전혀 볼 수가 없다. 따라서, 속새류와 현재의 종자식물 사이에는 아무런 계통적 유연 관계가 없다.
속씨식물의 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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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루리아기에 육상으로 진출한 식물들은 적색 사암이 퇴적한 데본기에 여러 갈래로 분화되었는데, 그 중 한 갈래는 번식법이 건조에 적응되어 마침내 씨라는 형질을 만들어내게 되었다. 그 후 육상 식물 중의 속씨식물은 석탄기에서 페름기를 거쳐 점차 늘어났다. 즉, 석탄기에는 원시겉씨강에서 진화되었다고 생각되는 코르다이테스목·양치종자목이라는 겉씨식물의 2대 계통군이 발달하여, 페름기에서 트라이아스기를 거치는 동안 코르다이테스목으로부터는 침엽수목이, 양치종자목으로부터는 소철목·벤네티테스목이 갈라져 나와 발달하게 되었다. 페름기 말에서 트라이아스기 초에 걸쳐 지구상에는 두 번째로 적색 사암이 퇴적되었다. 즉, 지상에 두 번째의 고온·건조 시대가 들어섰다. 이때 포자로 번식하던 큰 목본성 양치식물(인목·봉인목 등)은 멸망하게 되고, 씨로 번식하는 속씨식물만이 살아남게 되었다.
한편, 이러한 환경 속에서 씨 자체는 건조한 환경에서 더욱 그것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게 되었다. 외부에 노출되어 있던 고사리류의 전엽체에 비해, 겉씨식물의 배우체는 대포자벽,대포자낭(주심), 주피라는 3중의 보호 기관으로 덮여 있는데, 그 위에 다시 밑씨(씨) 자체가 대포자엽에 싸이게 되었다. 이와 같이 대포자엽이 접혀서 밑씨를 덮게 된 것이 씨방이다. 한편, 새로운 적색 사암이 모두 퇴적될 무렵에, 그린란드에는 카이토니아라는 식물이 자라고 있었다. 이 식물은 얼핏 보면 가지 끝에 1개씩의 씨가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종단면을 보면, 그것은 씨가 아니고 10-20개 정도의 밑씨를 가진 대포자엽 자체가 안쪽에 말려들어가서 둥글게 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카이토니아는 씨방의 조상형을 가졌다고 볼 수 있으며, 또한 여기에서 볼 수 있는 작은 알맹이는 바로 나무 열매의 조상형이 라고 생각된다.
카이토니아의 대포자엽은 둥글게 말려 있으며, 밑부분 가까이에서는 입술 모양의 작은 돌기가 나와 입처럼 벌어져 있다. 이것은 마치 암술의 암술머리 같이 보이나, 실제로 카이토니아에서는 대포자엽에 싸인 밑씨의 주공에 꽃가루가 직접 도달함으로써 수분이 이루어진다. 즉, 이것은 겉씨식물의 수분 형태를 취하고 있다. 또한, 꽃가루도 소나무와 같이 양쪽에 공기 주머니를 갖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카이토니아는 겉씨식물을 닮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밑씨는 속씨식물의 단계로 한 걸음 다가선 구조를 나타낸다. 이러한 카이토니아는 소철목이나 벤네티테스목과 마찬가지로 양치종자류에서 진화된 것이라고 생각되나, 양치종자류로부터 소철류보다 더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으므로 중생대의 양치종자류라고도 불린다.
카이토니아는 포자엽이 밀집된 꽃을 갖지 않는다. 또, 영양체의 구조 및 조직도 알려져 있지 않다. 현존하는 속씨식물의 꽃이 어떠한 과정으로 발생되었는가를 알기 위해서는 고사리의 포자엽이 밀집된 꽃을 살펴보아야 하는데, 이러한 꽃은 소철목이나 벤네티테스목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벤네티테스목의 키카디오이데아의 끝은 긴 꽃대 위에 아래에서부터 포엽(화피), 깃털 모양의 소포자엽(수술), 대포자엽(1개의 밑씨가 꼭대기에서 생긴다)이 나선상으로 배열되면서 밀생하고 있어, 현존하는 목련목의 꽃을 연상시킨다. 목련목과 벤네티테스목의 유연 관계는 내부 구조의 특징에서도 알아낼 수 있다. 목련목 가운데는 속씨식물이면서 물관이 없고 헛물관만 가지고 있는 것이 있다. 이것은 벤네티테스류도 마찬가지로 이 두 종류의 헛물관은 원래 계문 모양(계단 모양)으로 비후되어 있다. 그런데 이러한 계문 헛물관은 양치식물에서 흔히 볼 수 있으므로, 원시적인 형이라고 할 수 있다. 고르타이테스형 꽃의 대포자엽이 카이토니아처럼 접혀서 밑씨를 보호하게 되면 그것은 목련형 꽃일 것이다. 현재 목련목이 가장 원시적인 속씨식물이라고 생각되고 있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