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세계 대백과사전/법률/형법-형사소송법/형사소송법/형사소송법〔서설〕
刑事訴訟法〔序說〕 종래에 형사소송법이란 법률 중에도 특히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법으로서 판사·검사·변호사 등의 법조 실무자들만이 알 필요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되어 일반국민들은 무관심할 뿐만 아니라 소외된 실정이었다. 그것은 과거의 형사재판이 국가본위, 즉 법원과 검찰본위로 되어 있어 형사소송법도 그러한 직권주의적인 성격을 가졌기 때문에 일반국민이 거기에 관심을 가져 보아야 국가본위로 형사재판이 처리되는 것이니 별 도리가 없다는 데서 온 무관심이었다. 그러나 오늘의 민주주의 사회에 있어서는 형사재판에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왔다. 즉 과거의 국가본위의 형사재판은 국민본위의 형사재판, 즉 검사와 피고인 양 당사자를 주동으로 하는 당사자주의 형사재판으로 전환됨으로써 오늘의 우리 형사소송법을 당사자주의적이라고 한다. 이는 영미의 형사소송법과 같이 인권옹호를 중심으로 하는 형사재판 절차를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오늘의 형사재판은 형사소송법을 철저히 준수하면 인권의 빈틈 없는 옹호가 되는 것이다. 이점에서 형사소송법은 인권옹호의 보루가 되고 있다. 헌법에 국민의 기본권이라고 규정되어 있고 형법에 개인의 생명·재산 등을 보호하는 규정이 있으나 이러한 추상적인 규정만 가지고는 실제 침해된 인권에 대하여 속수무책이다. 이러한 인권옹호를 구체적으로 심리하는 과정을 규제하는 것이 형사소송법이다. 따라서 형사소송법은 과거 직권주의 형사소송법과 같이 우리 국민이 무관심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 인권을 지키기 위해 우리 국민이 한 조문 한 조문 그 입법과 적용과정을 지켜보아야 할 성질의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여기서 우리가 하나 알아두어야 할 일은 이러한 오늘의 당사자주의적(當事者主義的) 형사소송법이 우연히 또는 순조롭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역사적 사실이다. 우리는 해방 후에 선진제국의 법률을 그대로 모방하여 입법한 것이기 때문에, 다시 말하면 남의 것을 빌린 것이니 순조롭게 입법하게 되었으나 그 선진제국의 이러한 인권옹호 본위의 형사소송법은 수백년간 피어린 투쟁의 소산임을 알아야 한다. 멀리 13세기 영국의 명예혁명을 위시하여 18세기의 프랑스 대혁명도 바로 오늘의 우리 형사소송법의 산실이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피의 역사 속에서 태어난 형사소송법이기에 이것을 지켜 나가려면 피의 투쟁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도 고려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형사소송법은 알맹이 없이 껍질만 남게 될 위험성이 충분히 있는 것이다. 형사소송법에는 경우에 따라 상충될 수 있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 즉 형사 소송법이란 범죄 혐의자의 유죄·무죄를 명백히 하여 범죄자는 처벌함으로써 사회의 안녕질서와 공공복지를 유지하는 데 큰 목적이 있다. 이와 동시에 범죄혐의를 받은 자 중에서 죄 없는 사람을 명백히 가려내서 죄없는 사람을 괴롭히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는 것, 또 죄 없는 사람뿐 아니라 죄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부당하게 괴롭혀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장하는 목적, 즉 전술한 인권옹호라는 큰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공공의 복지와 개인의 권리를 다같이 보장하여야 하는 것이 형사소송법의 이상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경우에 공공의 복지에 치우치면 개인의 권리옹호에 지장이 있고, 반대로 개인의 권리옹호에만 치중하면 공공의 복지보장에 소홀하게 된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범죄수사에 있어서 빨리 범인을 색출하려면 많은 범죄혐의자 ― 그 중에는 죄 없는 자도 포함된 ― 를 수사상에 올려서 그들의 자유를 일시적이나마 침해하지 않을 수 없는 경우가 있다. 만일 죄 없는 사람의 권리를 절대로 침해하여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 철저하면 범죄인의 검거가 늦어질 뿐만 아니라 영영 범죄인을 놓쳐 버릴 위험도 있다. 즉 공공복지에 치중하면 인권옹호가 소홀히 되고 인권옹호에 철저하려면 공공복지에 지장이 있게 되는 딜레마를 오늘의 수사기술로서는 면할 수 없다는 것이 실정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형사소송법이 이 숙명적인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하여야 할 것인가가 문제로 된다. 이에 대하여 민주주의 조국 영국에서는 일찍이 '열사람의 범죄인을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한 사람의 죄 없는 사람을 괴롭히지 말라'는 인권옹호 제일주의 입장을 취해 왔다. 그리하여 수백년 동안 사람의 권리와 자유가 보장된 민주주의 꽃이 이 나라에서 피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형사소송법의 원리도 이러한 입법을 모방하였으니 그 정신도 역시 이 인권옹호 중심의 입장에서 오늘날의 공공복지와 인권옹호의 두 가지 목적의 딜레마를 해결하는 기본자세를 확립하여야 할 것이다. 오늘 급격한 범죄의 증가와 도의의 타락으로 인하여 사회가 죄악에 오염되어 있기 때문에 인권옹호보다도 공공복지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여 인권옹호를 소홀히 하는 반동적 경향이 있으나 이러한 오염은 종교·도덕·사상 등으로 정화되어야 하고 인권의 희생하에서 공공복지를 유지하는 것은 중대한 오산이라 하겠다. 따라서 오늘의 형사소송의 기본원리는 역시 인권옹호라는 역사적·발생적 원리를 지켜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