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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의 유파〔개설〕 편집

-流派〔槪說〕

판소리의 유파는 사사관계(師事關係)와 출신지역에 따라 갈라진 것에서 비롯되었는데, 오랜 세월에 걸쳐 전승(傳承)되어 오는 동안 각기 노래의 흐름과 가창법(歌唱法), 이론(理論) 등이 확립되었고, 큰 줄기에서 갈리어 나간 몇 개의 작은 유파가 형성되기에 이르렀다.

판소리의 유파는 동편제(東便制)와 서편제(西便制)의 양대산맥(兩大山脈)으로 크게 분류되었는데, 판소리에서 유파를 제(制)로 표현하는 것은 시조(時調)에서 경제(京制)·영제(嶺制)·완제(完制)·내포제(內浦制) 등 제(制)로써 유파를 분류하는 것과 일맥상통한 바가 있다.

<劉 起 龍>

동편제 편집

東便制

송흥록(宋興祿)·권삼득(權三得) 등의 법제를 뼈대로 하여, 운봉(雲峰)·구례(求禮)·순창(淳昌)·흥덕(興德) 등지에서 이어져 왔다. 그러나 이러한 지리적 구분은 후일에 와서 동·서 양쪽 자객들이 서로 이동하게 됨으로써 큰 의의는 찾아 볼 수 없게 되었다. 우리가 일상 대화에 있어서 호령을 한다거나 호걸스럽게 의사를 표시할 때는 어세(語勢)가 강렬해지고 활발해지는데 판소리에서 이와 같은 흐름으로 노래한 유파가 동편제이다. 동편제는 소리가 웅장하고 가맥(歌脈)마다 힘이 들어 있다. 또한 발성의 시작이 신중하며, 구절의 끝마침이 쇠망치로 끊듯이 명확하고 상쾌하여, 소리는 자주 붙이지 않고 쭈욱 펴며, 계면조(界面調) 가락을 많이 장식하지 않는다. 판소리 다섯 마당(<춘향가> <심청가> <흥부가> <수궁가> <적벽가>) 가운데서 동편제의 창법과 가장 잘 조화되는 것은 <적벽가>이다.

동편제의 근대명창으로는 권삼득(權三得)·송흥록(宋興祿)·박기홍(朴基洪)·김세종(金世宗)·송만갑(宋萬甲)을 꼽을 수 있는데, 송만갑은 뒷날 서편제와 가까운 새로운 창법을 개척하여 족보에서 할명(割名)당했다. 이는 판소리 법통에서 유파를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중고제 편집

中高制

철종 때 명창 한송학(韓松鶴)이 창시, 김정근(金定根)·김창룡(金昌龍) 등이 계승한 것으로 동편제에 속한 유파 중에서 비교적 큰 유파이다. 경기도 남부와 충청도를 중심으로 전승되었으며 창법은 동편제와 서편제의 절충형인 듯하나 소리의 특징으로 보아 동편제에 속한다. 반음(半音)을 많이 쓰며, 음정은 단계적으로 치켜 올라가고 있으므로 소리끝은 동편제 소리와 같이 매우 드높다. 중고제의 명창으로는 염계달(廉季達)·김성옥(金成玉)·모흥갑(牟興甲)·고소관(高素寬)·김제철(金齊喆)·한송학(韓松鶴)·김석창(金碩昌)·김정근(金正根) 등이 있다.

서편제 편집

西便制

철종(哲宗) 때의 명창인 박유전(朴裕全)에 의해 창시된 판소리 양대 산맥의 하나로 광주(光州)·나주(羅州)·보성(寶城)·강진(康津)·해남(海南) 등지를 중심으로 이어져 왔는데 이 지역이 전라도 서쪽에 있다 하여 서편제라 일컬어지게 된 것이다.

서편제의 특징은 활달하고 우렁찬 동편제와는 대조적으로 가창의 성색(聲色)이 부드러우며 구성지고 애절한 느낌을 준다. 노래소리의 끝도 동편제와는 반대로 길게 이어져서 이른바 꼬리가 달렸으며 부침새의 기교가 많고 계면조(界面調)를 장식하여 정교하게 부른다.

서편제의 창법과 잘 어울리는 창으로는 <심청가(沈淸歌)>를 꼽을 수 있다.

서편제의 명창으로는 박유전(朴裕全)·김채만(金采萬)·이날치(李捺治)·정창업(丁昌業)·김창환(金昌煥) 등이 있다.

강산제 편집

江山制

서편제의 수령 박유전(朴裕全)이 만년에 전남 보성군 강산리(寶城郡岡山里)에서 여생을 보내며 창시한 유파로서 체계가 정연하고 범위가 넓다. 박유전은 젊었을 때 고운 목소리와 뛰어난 기량으로 대원군의 총애를 받아 그의 사랑에 자주 드나들었는데 그곳에 묵고 있는 많은 유생(儒生)들과 친밀하게 지내게 되었다. 유생 중에는 판소리에 대한 높은 견식과 일가견을 가진 이들이 있어, 그들이 피력한 조언을 바탕으로 창시한 것이 바로 강산제라 한다.

이 제의 특색은 서편제처럼 일반적으로 너무 애절한 것은 지양하고 되도록 점잖은 가풍(歌風)을 조성하였고 삼강오륜에 어긋나는 대목은 삭제 또는 수정하였다. 강산제의 대표적 판소리는 <심청가>이며, 명창으로는 박유전(朴裕全)·정응민(鄭應珉)·정재근(鄭在根) 등이 있다.

<劉 起 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