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 오면/잘 있거라 나의 서울이여

오오 잘 있거라! 저주(咀呪)받은 도시(都市)여,
「폼페이」같이 폭삭 파묻히지도 못하고,
지진(地震)때 동경(東京)처럼 활활 타보지도 못하는
꺼풀만 남은 도시(都市)여, 나의 서울이여!

성벽(城壁)은 토막이 나고 문루(門樓)는 헐려
「해태」조차 주인(主人) 잃은 궁전(宮殿)을 지키지 못하며
반(半) 천년(千年)이나 네 품속에 자라난 백성들은
산(山)으로 기어오르고 두더지처럼 토막(土幕) 속을 파고들거니
이제 젊은 사람까지 등을 밀려 너를 버리고 가는구나!

남산(南山)아 잘 있거라, 한강(漢江)아 너도 잘 있거라
너희만은 옛모양을 길이길이 지켜다오!
그러나 이 길이 영원(永遠)히 돌아오지 못하는 길이겠느냐
내 눈물이 마지막 너를 조상(弔喪)하는 눈물이겠느냐
오오 빈사(瀕死)의 도시(都市), 나의 서울이여!

1927.2. 경부선(京釜線) 차(車)중(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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