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 오면/어린이날

해마다 어린이날이면 비가 내립니다.
여러분의 행열에 먼지 일지 말라고
실비 내려 보슬보슬 길바닥을 추겨 줍니다.
비 바람 속에서 자라난 이 땅의 자손들이라,
일년의 한번 나드리에도 옷깃이 젓습니다그려.

여러분은 어머님께서 새 옷감을 매만지실 때
물을 뿜어 주름살 펴는 것을 보셨겠지요?
그것처럼 몇 번만 더 빗발이 뿌리고 지나만 가면
이 강산의 주름살도 비단 같이 펴진답니다.

시들은 풀잎만 얼크러진 벌판에도 봄이 오며는
하늘로 뻗어 오르는 파란 싹을 보셨겠지요?
당신네 팔다리에도 그 싹처럼 물이 올라서
지둥치듯 비바람이 불어도 쓰러지지 말라고 비가 옵니다.
높이 든 깃발이 그 비에 젖습니다.

192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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