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 오면/돌아가지이다

돌아가지이다, 돌아가지이다.
동요(童謠)의 나라 동화(童話)의 세계(世界)로
다시 한번 이몸이 돌아가지이다.

세상 티끌에 파묻히고
살길에 시달린 몸은
선잠 깨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어루만지던 엄마의 젖가슴에 안키고 싶습니다, 품기고 싶습니다.
그 보드랍고 따뜻하던 옛날의 보금자리 속으로
엉금엉금 기어들고 싶습니다.

그러나 이를 어찌하오리까
엄마의 젖꼭지는 말라 붙었고
제 입은 계집의 혀를 빨았습니다
엄마의 젖가슴은 식어버리고
제 염통에는 더러운 피가 괴었습니다.

바람이 부더이다, 바람이 차더이다.
온세상이 거칠고 쓸쓸하더이다.
가는 곳마다 차디찬 바람을
등어리에 끼얹어 주더이다.

오오 와다오, 포근한 잠아!
하욤없는 희망을 덮고
끊임없시 근심스러운 마음우에
한번 다시 그 잠이 와주려무나.
「자장자장 잘두 잔다
얼뚱아기 잘두 잔다
자장골에 들어가니
그 골에는 잠두많어
센둥이두 자드란다
검둥이두 자드란다」
엄마도 이 노래를 부르시다가 꼬박꼬박 졸음이 와서
내 이마에다 이마둑도 하셨었지.

노근한 봄날
낮잠 주무시는 할아버지의
은실 같은 수염을 뽑아 가지고
개나리 회초리에 파리를 매어
「잠자리 종조옹
파아리 종조옹
이리 오면 사느니라
저리 가면 죽느니라…………」

고초자지 달랑거리고
논둑 건너 밭이랑 넘어
나비 같이 돌아 다니던
귀여운 어린 천사(天使)야
아아 지금은 어디로 갔느냐?

함박눈이 울안을 덮고
밭전(田)자 들창에 달빛이 물들 때
언니하고 자리속에서 듣던
할머니의 까치 이야기는
어쩌면 그렇게도 재미가 있었을까요?
여우한테 물려간 까치 새끼가
가엾고 불쌍해서 울었었지요.
찾아다 달라고 떼를 쓰며 울었었지요.

아아 옛날의 보금자리에
이몸을 포근히 품어 주소서.
하루도 열두번이나 거짓말을 시키고도
얼굴도 붉히지 말라는 세상이외다.
사람의 마음도 돈으로 팔고 사는
알뜰히도 더러운 세상이외다
돌아가지이다, 돌아가지이다.
동요의 나라, 동화의 세게로
한번만 다시 돌아가지이다.

1922.2

저작권

편집
 

이 저작물은 저자가 사망한 지 70년이 넘었으므로, 저자가 사망한 후 70년(또는 그 이하)이 지나면 저작권이 소멸하는 국가에서 퍼블릭 도메인입니다.


 
주의
1923년에서 1977년 사이에 출판되었다면 미국에서 퍼블릭 도메인이 아닐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퍼블릭 도메인인 저작물에는 {{PD-1996}}를 사용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