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 오면/봄의 서곡

동무여,
봄의 서곡(序曲)을 아뢰라,
심금(心琴)엔 먼지 앉고 줄은 낡았으나마
그 줄이 가닥가닥 끊어지도록
새 봄의 해조(諧調)를 뜯으라!

그대의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픈 줄이야 말 아니 한들 어느 누가 모르랴
그러나 그 아픔은 묵은 설음이
엉기어 붙은 영혼(靈魂)의 동통(疼痛)이 아니요
입술을 깨물며 새로운 우리의 봄을
빚어 내려는 창조(創造)의 고통(苦痛)이다.

진달래 동산에 새 소리 들리거든
너도 나도 즐거이 노래 부르자
범나비 쌍쌍이 날아 들거든
우리도 덩달아 어깨춤 추자.
밤낮으로 탄식(嘆息)만 한다고 우리 봄은
저절로 굴러들지 않으리니--
그대와 나, 개미 떼처럼
한데 뭉쳐 꾸준하게 부지런하게
땀을 흘리며 폐허(廢墟)를 지키고
또 굽히지 말고 싸우며 나가자.
우리의 역사(歷史)는 눈물에 미끄러져
뒷걸음치지 않으리니--

동무여,
봄의 서곡(序曲)을 아뢰라
심금(心琴)엔 먼지 앉고 줄은 낡았으나마
그 줄이 가닥가닥 끊어지도록
닥쳐올 새 봄의 해조(諧調)를 뜯으라.

193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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