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헌마494
재외동포의출입국과법적지위에관한법률 제2조 제2호 위헌확인
판결기관: 헌법재판소
2001년 11월 29일 판결.

판시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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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법률규정과 밀접불가분한 시행령규정까지 심판대상의 확장이 인정된 사례
2. 공포 전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의 적법 여부(적극)
3. 수혜적 법률도 기본권 침해성이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적극)
4. 외국인의 기본권 주체성이 인정되는지 여부(적극)
5. 재외동포법의 적용대상에서 정부수립이전이주동포, 즉 대부분의 중국동포와 구 소련동포 등을 제외한 것이 평등원칙에 위반되는 것인지 여부(적극)
6. 헌법불합치를 선언하고 잠정적용을 명한 사례
7. 정의규정에 대한 위헌성의 확인이 관련규정에 대한 위헌성의 확인을 수반하는 사례

결정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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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청구인들은 재외동포법 제2조 제2호만을 심판대상으로 적시하였으나, 재외동포법시행령 제3조는 재외동포법 제2조 제2호의 규정을 구체화하는 것으로서 양자가 일체를 이루어 동일한 법률관계를 규율대상으로 하고 있고, 시행령규정은 모법규정을 떠나 존재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의 심판대상을 동 시행령규정에까지 확장함이 상당하고, 정부수립이전이주동포를 적용대상에서 결정적으로 제외하는 재외동포법시행령 제3조 제2호가 포함되어야 함은 물론이고, 청구인들은 재외동포법이 외국국적동포들에게 혜택을 부여하는 입법을 하였음에도 자신들에게 혜택을 부여하지 아니한 부진정입법부작위를 평등원칙에 근거하여 다투는 것임에 비추어, 재외동포법시행령 제3조 제1호도 포함하여야 한다.
2. 법률안이 거부권 행사에 의하여 최종적으로 폐기되었다면 모르되, 그렇지 아니하고 공포되었다면 법률안은 그 동일성을 유지하여 법률로 확정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하므로 이에 대한 헌법소원은 적법하다.
3. ‘수혜적 법률’의 경우에는 수혜범위에서 제외된 자가 그 법률에 의하여 평등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는 당사자에 해당되고, 당해 법률에 대한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수혜집단과의 관계에서 평등권침해 상태가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면 기본권 침해성이 인정된다.
4. ‘외국인’은 ‘국민’과 유사한 지위에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기본권 주체성이 인정된다.
5. 재외동포법은 외국국적동포등에게 광범한 혜택을 부여하고 있는바, 이 사건 심판대상규정은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전에 국외로 이주한 동포와 그 이후 국외로 이주한 동포를 구분하여 후자에게는 위와 같은 혜택을 부여하고 있고, 전자는 그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수립이후이주동포와 정부수립이전이주동포는 이미 대한민국을 떠나 그들이 거주하고 있는 외국의 국적을 취득한 우리의 동포라는 점에서 같고, 국외로 이주한 시기가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전인가 이후인가는 결정적인 기준이 될 수 없는데도, 정부수립이후이주동포(주로 재미동포, 그 중에서도 시민권을 취득한 재미동포 1세)의 요망사항은 재외동포법에 의하여 거의 완전히 해결된 반면, 정부수립이전이주동포(주로 중국동포 및 구 소련동포)는 재외동포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됨으로써 그들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출입국기회와 대한민국 내에서의 취업기회를 차단당하였고, 사회경제적 또는 안보적 이유로 거론하는 우려도, 당초 재외동포법의 적용범위에 정부수립이전이주동포도 포함시키려 하였다가 제외시킨 입법과정에 비추어 보면 엄밀한 검증을 거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며, 또한 재외동포법상 외국국적동포에 대한 정의규정에는 일응 중립적인 과거국적주의를 표방하고, 시행령으로 일제시대 독립운동을 위하여 또는 일제의 강제징용이나 수탈을 피하기 위해 조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중국동포나 구 소련동포가 대부분인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전에 이주한 자들에게 외국국적 취득 이전에 대한민국의 국적을 명시적으로 확인받은 사실을 입증하도록 요구함으로써 이들을 재외동포법의 수혜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요컨대, 이 사건 심판대상규정이 청구인들과 같은 정부수립이전이주동포를 재외동포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합리적 이유없이 정부수립이전이주동포를 차별하는 자의적인 입법이어서 헌법 제11조의 평등원칙에 위배된다.
6. 법률이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도 그 위헌적 상태를 제거하여 평등원칙에 합치되는 상태를 실현하는 선택의 문제는 입법자에게 맡겨진 일이고, 이 사건 심판대상규정에 대하여 단순위헌결정을 선고하면 외국국적동포의 경우는 재외동포법이 부여하는 지위가 그 순간부터 상실되어 법치국가적으로 용인하기 어려운 법적 공백과 그로 인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헌법불합치를 선고하고, 입법자가 합헌적인 방향으로 법률을 개선할 때까지 2003. 12. 31.을 한도로 잠정적으로 적용하게 한다.
7. 이 사건 심판대상규정은 ‘정의규정’이므로 이에 대한 위헌성의 확인은 재외동포법 중 외국국적동포에 관련되는 조문에 대한 위헌성의 확인을 수반하게 되고, 이와 같은 사정은 하위법규인 시행령과 시행규칙의 경우에도 같으므로, 입법자가 2003. 12. 31.까지 입법개선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2004. 1. 1.부터는 재외동포법의 관련규정뿐만 아니라 하위법규인 시행령과 시행규칙도 그 관련 부분은 효력을 상실한다.
재판관 권성의 별개의견
이 사건 심판대상규정은 정부수립 이전에 국외로 이주한 동포의 정부수립 이후의 생활근거지에 재외공관이 설치되어 있는지 여부, 즉, 지역적 요소를 기준으로 삼아 재외동포법의 적용범위를 나누고 있는바, 그러한 기준에 의한 차별은 이른바 엄격한 심사기준에 의하여 평등의 원칙에 대한 위배 여부가 가려져야 한다.
헌법 제11조 제1항 후문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한 차별을 특히 금지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기준에 의한 차별이 헌법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것인가의 여부는 특히 엄격하게 심사되어야 할 것은 물론이나, 지역적 요소에 의한 차별과 인종적 요소에 의한 차별 역시 그에 못지 않게 악성이 큰 것으로서 금지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엄격한 심사기준에 의한다면, 이 사건 심판대상규정에 의한 국적미확인동포에 대한 차별은 비례의 원칙에 어긋난 차별에 해당하고 따라서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
재판관 윤영철, 재판관 한대현, 재판관 하경철의 반대의견
평등원칙의 위반이 문제되는 헌법재판에서는 원칙적으로 어떤 입법이 “가장 합리적이고 타당한 수단인가 여부”를 심사하는 것이 아니라, “자의적인 것인가 여부”를 심사하여야 하는바, 자의금지심사에 의하는 경우, 재외동포법과 같은 혜택부여적 법률에 관하여는 입법수단이 입법목적과의 관계에서 과소규율이라 하더라도 “한 번에 한 걸음씩” 현실을 개선하여 나가는 것으로서 합헌적인 것으로 허용된다.
재외동포들 간에 그들이 거주하는 나라들에 따라 정치적, 외교적, 경제적, 사회적 환경이 서로 다르고, 국회가 재외동포법의 제정과 동시에 “재외동포에 대한 제도개선사항” 3개항을 권고한 바 있으며, 이에 따라 법무부가 중국동포에 대한 국적부여기회를 확대하고, 다각적인 제한 완화책을 강구하였고, 가능한 한 이중국적의 발생을 회피하려는 국제법적인 원칙에 따라 외교적 마찰이 있다면 이를 고려하는 것이 반드시 부당하다고는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심판대상규정에 의한 구분은 자의적이라고 볼 수 없다.

참조판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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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헌재 2000. 8. 31. 97헌가12, 판례집 12-2, 167
4. 헌재 1994. 12. 29. 93헌마120, 판례집 6-2, 477
7. 대법원 1996. 4. 9. 선고 95누11405 판결, 공1996상, 1442


당 사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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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 구 인 조○섭 외 2인
청구인들 대리인 변호사 이석연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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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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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재외동포의출입국과법적지위에관한법률(1999. 9. 2. 법률 제6015호로 제정된 것) 제2조 제2호, 재외동포의출입국과법적지위에관한법률시행령(1999. 11. 27. 대통령령 제16602호로 제정된 것) 제3조는 헌법에 합치하지 아니한다.
2. 이들 조항은 2003. 12. 31.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


이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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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정부는 재외동포들의 출입국과 대한민국 내에서의 법적 지위를 보장하기 위하여 재외동포의출입국과법적지위에관한법률을 제정하였다. 위 법률은 1999. 8. 12. 제206회 임시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1999. 8. 19. 정부에 이송되고 1999. 9. 2. 법률 제6015호로 공포되어 1999. 12. 3. 시행되었다.
청구인들은 현재 중화인민공화국(이하 ‘중국’이라 한다)에 거주하고 있는 중국국적의 재외동포들인 바, 위 법률 제2조 제2호가 청구인들과 같이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전에 해외로 이주한 자 및 그 직계비속을 재외동포의 범주에서 제외함에 따라, 자신들이 위 법률에서 규정하는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헌법 제10조), 평등권(헌법 제11조) 등을 침해당하였다고 주장하면서, 1999. 8. 23. 위 법률 제2조 제2호에 대한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1)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심판대상
청구인들이 적시하고 있는 심판의 대상은 재외동포의출입국과법적지위에관한법률(1999. 9. 2. 법률 제6015호로 제정된 것, 이하 ‘재외동포법’이라고 한다) 제2조 제2호인바, 재외동포법 제2조 및 이와 관련된 동법시행령(1999. 11. 27. 대통령령 제16602호로 제정된 것) 제3조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재외동포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재외동포”라 함은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를 말한다.
1.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외국의 영주권을 취득한 자 또는 영주할 목적으로 외국에 거주하고 있는 자(이하 “재외국민”이라 한다)
2. 대한민국의 국적을 보유하였던 자 또는 그 직계비속으로서 외국국적을 취득한 자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자(이하 “외국국적동포”라 한다)
재외동포법시행령 제3조(외국국적동포의 정의) 법 제2조 제2호에서 “대한민국의 국적을 보유하였던 자 또는 그 직계비속으로서 외국국적을 취득한 자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자”라 함은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를 말한다.
1.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에 국외로 이주한 자 중 대한민국의 국적을 상실한 자와 그 직계비속
2.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전에 국외로 이주한 자 중 외국국적 취득 이전에 대한민국의 국적을 명시적으로 확인받은 자와 그 직계비속
(2) 심판대상의 확장
재외동포법의 적용을 받는 자는 “재외국민”, 즉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외국의 영주권을 취득한 자 또는 영주할 목적으로 외국에 거주하고 있는 자(재외동포법 제2조 제1호) 그리고 “외국국적동포”, 즉 대한민국의 국적을 보유하였던 자 또는 그 직계비속으로서 외국국적을 취득한 자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자(재외동포법 제2조 제2호)이다. 그런데 외국국적동포에 대하여는 재외동포법시행령 제3조에서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에 국외로 이주한 자 중 대한민국의 국적을 상실한 자와 그 직계비속(같은 조 제1호) 그리고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전에 국외로 이주한 자 중 외국국적 취득 이전에 대한민국의 국적을 명시적으로 확인받은 자와 그 직계비속(같은 조 제2호)으로 구체화하여 구분하고 있다. 그러므로 재외동포법의 적용에서 배제되는 재외동포집단은 외국국적동포 중에서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전에 국외로 이주한 자 중 외국국적 취득 이전에 대한민국의 국적을 명시적으로 확인받지 않은 자와 그 직계비속”(이하 ‘정부수립이전이주동포’라 한다)이다.
위와 같이 재외동포법시행령 제3조는 재외동포법 제2조 제2호의 규정을 구체화하는 것으로서 양자가 일체를 이루어 동일한 법률관계를 규율대상으로 하고 있고, 시행령규정은 모법규정을 떠나 존재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의 심판대상을 동 시행령규정에까지 확장함이 상당하다. 확장할 심판대상의 범위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보면, 정부수립이전이주동포를 적용대상에서 결정적으로 제외하는 재외동포법시행령 제3조 제2호가 포함되어야 함은 물론이고, 이 사건에서 청구인들은 재외동포법이 외국국적동포들에게 혜택을 부여하는 입법을 하였음에도 자신들에게 혜택을 부여하지 아니한 부진정입법부작위를 평등원칙에 근거하여 다투는 것임에 비추어, 재외동포법시행령 제3조 제1호도 포함하여야 한다. 따라서, 재외동포법 제2조 제2호 및 재외동포법시행령 제3조(이하 ‘이 사건 심판대상규정’이라고 한다)를 이 사건 심판대상으로 삼기로 한다.
2. 청구인들의 주장과 법무부장관의 의견
가. 청구인들의 주장요지
(1) 국적법이 혈통주의(속인주의)를 채택하고 있고(국적법 제2조 제1항 제1호, 제2호), 헌법 제2조 제2항에서 재외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국가에 부여하고 있으며, 재외동포는 넓은 의미의 재외국민의 범주에 속한다 할 것인데, 국가가 재외국민을 보호하는 입법을 하면서 청구인들과 같은 정부수립이전이주동포를 제외한 것은 청구인들의 헌법상 기본권인 헌법 제10조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2) 정부수립이전이주동포나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에 국외로 이주한 자 중 대한민국의 국적을 상실한 자와 그 직계비속(이하 ‘정부수립이후이주동포’라 한다)이나 본질적으로 우리 동포라는 점에서는 동일함에도, 재외동포법이 과거 대한민국국적 보유 여부라는 자의적인 기준을 내세워 정부수립이후이주동포에게만 혜택을 부여하고 정부수립이전이주동포에 대하여는 혜택을 배제한 것은 합리적 근거없는 차별로서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다.
(3) 나아가 이 사건 심판대상규정이 외국국적동포의 해당기준을 실질적으로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에 이주한 자만으로 한정한 것은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것으로서, 이는 대한민국이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선언한 헌법전문에 어긋나는 것이다.
나. 법무부장관의 의견요지
(1) 적법요건에 관한 주장
(가) 입법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은 기본권 보장을 위하여 법령에 명시적인 입법위임을 하였음에도 입법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등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것인데, 이 사건은 이러한 예외에 속하지 아니하는 입법부작위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서 부적법하다. 또한 법률이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려면 최소한 공포되어 있는 경우이어야 하는데, 청구인들은 재외동포법이 공포되기도 전인 1999. 8. 23. 이 사건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이므로 부적법하다.
(나)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소정의 헌법소원은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만이 제기할 수 있는 것인데, 재외동포법은 특정한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고, 동법의 시행으로 그 적용을 받는 일부 재외동포들은 반사적, 은혜적 이익을 입게 되는 것에 불과하므로, 그와 같은 이익을 얻지 못하였다 하여 청구인들이 제기한 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다) 청구인들은 중국의 국적을 보유한 ‘외국인’으로서, 외국국적을 가진 자연인은 자연권적 성질을 갖는 기본권들과 관련해서만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하는데 재외동포법이 자연권적인 인권에 관한 법이 아니고 평등권은 원칙적으로 외국인에게 보장되는 것이 아니므로, 재외동포법과 관련해서 외국인은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없어 외국인인 청구인들이 제기한 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라) 청구인들은 과거에 해외로 이주한 우리 민족이라거나 이들의 직계비속이라는 입증자료가 전혀 없으므로(청구서에 첨부된 유일한 소명자료는 이들이 중국국적자임을 나타내는 여권사본뿐이다), 이 사건 심판대상규정에 대하여 스스로 법적인 관련성 즉 자기관련성을 결여하고 있어 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2) 본안에 관한 주장
(가) 재외동포법에서 외국국적동포를 정의하면서 ‘과거국적주의’를 채택한 것은, 만일 ‘혈통주의’에 따라 외국국적동포를 정의하여 입법을 한다면 이는 국제법원칙 및 국제관행에 반하고, 외교마찰을 초래할 수 있으며, 그 개념이 불명확하여 대상이 무한정 확대될 우려가 있고, 나아가 인종ㆍ민족 등에 근거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국제법원칙에 위반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며, 이러한 이유로 현재 국제관행도 과거국적주의를 채택하고 있는바, 재외동포법이 과거국적주의를 취하면서 외국국적동포의 확인방법을 위와 같이 명확히 규정한 결과 정부수립이전이주동포의 대부분이라 할 수 있는 중국동포나 구소련동포가 사실상 그 적용대상에서 제외된 것이지 이들을 불합리하게 차별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나) 한편, 국내 연고권을 기초로 국내 경제활동에서의 제한 완화를 주요내용으로 하는 재외동포법 규정은 이제까지 국내에 별다른 연고가 없는 정부수립이전이주동포에 대해서는 그 적용 필요성이 미약하고, 정부수립이전이주동포에 대한 재외동포법의 적용으로 출입국 등에 대한 규제가 완화될 경우 노동능력 있는 중국동포의 대거 유입으로 인해 엄청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며, 아직 해소되지 않고 있는 남북 대치상황에서 손쉬운 잠입통로로 악용될 위험이 높아 심각한 안보문제를 유발할 수도 있고, 또한 정부수립이전이주동포를 재외동포법의 적용범위에 포함시킬 경우 소수민족에 대한 간섭을 우려하는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피하기 어렵다. 따라서, 재외동포법은 입법자가 국내의 사회경제적 안정과 불의의 위해방지를 위해 출입국 등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재외동포의 범위를 합목적적으로 결정한 것이다.
(다) 이 사건 심판대상규정에 대하여 위헌결정이 내려진다면 재외동포법의 관련조문의 효력이 상실되어 기존에 혜택을 받고 있던 미국, 독일, 아르헨티나, 뉴질랜드 등 전 세계 60여개국 13,000여명의 외국국적동포마저 당장 출국을 해야 하거나 부동산, 금융거래가 제한되는 등 선의의 피해가 속출할 것이다.
3. 적법요건에 대한 판단
법무부장관은 헌법소원 대상성, 기본권 침해성, 외국인의 기본권주체성 및 자기관련성과 관련하여 이 사건 헌법소원의 적법성을 다투고 있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적법요건에 관하여 차례로 살펴본다.
가. 헌법소원 대상성
(1) 입법부작위의 헌법소원 대상성
무릇 입법부작위에는 진정입법부작위와 부진정입법부작위가 있는바, ‘부진정입법부작위’의 경우 결함이 있는 당해 입법규정 그 자체를 대상으로 하여 그것이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는 등의 이유를 내세워 헌법소원을 하게 되고 그러한 한 적법한 것이다(헌재 1996. 10. 4. 94헌마108, 판례집 8-2, 480, 489 ; 헌재 2000. 4. 27. 99헌마76, 판례집 12-1, 556, 565). 이 사건 심판대상규정은 재외동포, 특히 외국국적동포에 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아니한 것이 아니라 그 중 일부에 대한 혜택을 주도록 규정하면서도 정부수립이전이주동포를 제외시켜 불완전ㆍ불충분하게 규율하고 있는 부진정입법부작위에 해당하고, 따라서 이 헌법소원은 이 사건 심판대상규정이 평등원칙에 위배되는가 여부에 관한 것이므로 적법하다고 할 것이다.
(2) 공포 전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
법률안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한 정부에 이송된 후 15일 이내에 공포하여야 하고 만일 공포하지 않는다면 법률로서 확정되는 바(헌법 제53조 제5항), 법률안이 거부권 행사에 의하여 최종적으로 폐기되었다면 모르되, 그렇지 아니하고 공포되었다면 법률안은 그 동일성을 유지하여 법률로 확정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나아가, 우리 재판소가 위헌제청 당시 존재하지 아니하였던 신법의 경과규정까지 심판대상을 확장하였던 선례(헌재 2000. 8. 31. 97헌가12, 판례집 12-2, 167, 172)에 비추어 보면, 심판청구 후에 유효하게 공포ㆍ시행되었고 그 법률로 인하여 평등권 등 기본권을 침해받게 되었다고 주장하는 이상 청구 당시의 공포 여부를 문제삼아 헌법소원의 대상성을 부인할 수는 없다.
나. 기본권 침해성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부담을 부과하는 소위 ‘침해적 법률’의 경우에는 규범의 수범자가 당사자로서 자신의 기본권 침해를 주장하게 되지만, 이 사건과 같이 ‘수혜적 법률’의 경우에는 반대로 수혜범위에서 제외된 자가 그 법률에 의하여 평등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는 당사자에 해당되고, 당해 법률에 대한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수혜집단과의 관계에서 평등권침해 상태가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면 기본권 침해성이 인정된다. 청구인들은 이 사건 심판대상규정으로 말미암아 재외동포법의 수혜대상에서 제외되었다는 평등권침해를 주장하는 것이므로 기본권 침해성을 인정할 수 있다.
다. 외국인의 기본권주체성
우리 재판소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소정의 헌법소원은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만이 청구할 수 있고, 여기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만이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은 곧 기본권의 주체라야만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고 기본권의 주체가 아닌 자는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한 다음, ‘국민’ 또는 국민과 유사한 지위에 있는 ‘외국인’은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있다 판시하여(헌재 1994. 12. 29. 93헌마120, 판례집 6-2, 477, 480) 원칙적으로 외국인의 기본권 주체성을 인정하였다. 청구인들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은 대체로 ‘인간의 권리’로서 외국인도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보아야 하고, 평등권도 인간의 권리로서 참정권 등에 대한 성질상의 제한 및 상호주의에 따른 제한이 있을 수 있을 뿐이다. 이 사건에서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바는 대한민국 국민과의 관계가 아닌, 외국국적의 동포들 사이에 재외동포법의 수혜대상에서 차별하는 것이 평등권 침해라는 것으로서 성질상 위와 같은 제한을 받는 것이 아니고 상호주의가 문제되는 것도 아니므로, 청구인들에게 기본권주체성을 인정함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라. 자기관련성
기본권침해의 자기관련성이란 심판대상규정에 의하여 청구인들의 기본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있는가에 관한 것이고(헌재 2000. 6. 29. 99헌마289, 공보 47, 604, 609), 헌법소원은 주관적 기본권보장과 객관적 헌법보장 기능을 함께 가지고 있으므로 권리귀속에 대한 소명만으로써 자기관련성을 구비한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헌재 1994. 12. 29. 89헌마2, 판례집 6-2, 395, 407). 청구인 조○섭은 1944년 일제로부터 강제징용 소집통지를 받고 이를 피하기 위하여 전남 순천에서 만주로 이주한 본인이고, 나머지 청구인 문○순과 전○라는 일제의 수탈을 피하기 위하여 그들의 부모대에 만주로 이주한 한인 2세여서 재외동포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일응 권리귀속에 대한 소명을 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어 자기관련성을 부인할 수 없다고 하겠다.
4. 본안에 대한 판단
가. 재외동포법의 입법목적과 주요내용
(1) 재외동포법의 입법목적 중 외국국적동포에 해당하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대한민국 관보 1999. 9. 2.자 8-9면). 즉, 지구촌시대 세계경제체제에 부응하여 재외동포에게 모국의 국경문턱을 낮춤으로써 재외동포의 생활권을 광역화ㆍ국제화함과 동시에 우리 국민의 의식형태와 활동영역의 국제화ㆍ세계화를 촉진하고, 재외동포의 모국에의 출입국 및 체류에 대한 제한과 부동산취득ㆍ금융ㆍ외국환거래 등에 있어서의 각종 제약을 완화함으로써 모국투자를 촉진하고 경제회생 동참 분위기를 확산시키며, 재외동포들이 요구하는 이중국적을 허용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병역ㆍ납세ㆍ외교관계에서의 문제점과 국민적 일체감 저해 등의 부작용을 제거하면서 이중국적 허용요구에 담긴 애로사항을 선별수용함으로써 모국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2) 재외동포법의 주요내용을 보면, 재외동포를 재외국민과 외국국적동포로 구분하여(제2조), 재외국민과 재외동포체류자격을 가진 외국국적동포의 출입국과 국내에서의 법적 지위에 관하여 적용하되(제3조), 외국국적동포는 재외동포체류자격으로 2년 동안 체류할 수 있고 그 기간의 연장도 가능하며 재입국허가 없이 자유롭게 출입국할 수 있고(제10조 제1항 내지 제3항), 재외동포체류자격의 활동범위 안에서 자유롭게 취업 기타 경제활동을 할 수 있으며(제10조 제5항), 군사시설보호구역을 제외한 국내 토지의 취득ㆍ보유ㆍ이용 및 처분이 가능하고(제11조 제1항), 이 법 시행 후 1년 이내에 비실명부동산을 실명으로 전환하거나 매각처분 등을 한 경우 이행강제금과 과태료를 면제하고(제11조 제2항), 외국환거래법 제18조의 규정에 의한 자본거래 제한조치를 제외하고는 국내 금융기관을 이용함에 있어서 거주자인 국민과 동등한 권리를 갖고(제12조), 90일 이상 국내에 체류하는 때에는 의료보험 관계법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의료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제14조) 하는 등 광범한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3) 한편, 당초 1998. 9. 29. 입법예고된 재외동포법(안)에서는 ‘외국국적동포’의 정의를 “한민족 혈통을 지닌 자로서 외국국적을 취득한 자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었으나(대한민국 관보 1998. 9. 29.자 15-16면), 우리나라 주변 일부국가의 자국내 소수민족(조선족)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국회통과 과정에서 이 사건 심판대상규정과 같이 수정되었다.
나. 침해되는 기본권
청구인들은, 이 사건 심판대상규정이 헌법 제11조의 평등권 외에 헌법 제10조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 내지 대한민국이 3ㆍ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선언한 헌법전문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청구인들 주장의 핵심은 이 사건 심판대상규정으로 말미암아 재외동포법이 부여하는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고, 이 사건 심판대상규정으로 인하여 비로소 청구인들이 종래에 누리던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권이 침해되었다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은 결국 재외동포법의 혜택을 받게 되는 다른 외국국적동포들과의 관계에서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의 문제로 귀착된다.
다. 이 사건 심판대상규정의 위헌성
(1) 평등원칙의 의의
우리 헌법 제1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ㆍ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라고 규정하여 평등원칙을 선언하고 있는 바, 평등의 원칙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관한 우리 헌법의 최고원리로서 국가가 입법을 하거나 법을 해석 및 집행함에 있어 따라야 할 기준인 동시에, 국가에 대하여 합리적 이유없이 불평등한 대우를 하지 말 것과, 평등한 대우를 요구할 수 있는 모든 국민의 권리로서, 국민의 기본권 중의 기본권인 것이다(헌재 1989. 1. 25. 88헌가7, 판례집 1, 1, 2).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의 원칙은 일체의 차별적 대우를 부정하는 절대적 평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입법과 법의 적용에 있어서 합리적 근거 없는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상대적 평등을 뜻하고 따라서 합리적 근거 있는 차별 내지 불평등은 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합리적 근거 있는 차별인가의 여부는 그 차별이 인간의 존엄성 존중이라는 헌법원리에 반하지 아니하면서 정당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하고도 적정한 것인가를 기준으로 판단되어야 한다(헌재 1994. 2. 24. 92헌바43, 판례집 6-1, 72, 75 ; 헌재 1998. 9. 30. 98헌가7등, 판례집 10-2, 461, 476).
(2) 차별의 기준과 효과
(가) 이 사건 심판대상규정이 나누고 있는 입법구분을 보면, 외국국적동포(재외동포법 제2조 제2호)란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에 국외로 이주한 자 중 대한민국의 국적을 상실한 자와 그 직계비속(재외동포법시행령 제3조 제1호), 그리고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전에 국외로 이주한 자 중 외국국적 취득 이전에 대한민국의 국적을 명시적으로 확인받은 자와 그 직계비속(재외동포법시행령 제3조 제2호)”만을 의미하므로,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전에 국외로 이주한 자 중에 외국국적 취득 이전에 대한민국의 국적을 명시적으로 확인받지 않은 자, 즉 대부분의 중국거주동포와 구소련거주동포 등 정부수립이전이주동포는 재외동포법의 위와 같은 혜택을 누리지 못하게 된다. 왜냐하면, 재외동포법시행령 제3조 제2호에서 말하는 “대한민국의 국적을 명시적으로 확인받은 자”라 함은 거주국 소재 대한민국 재외공관 또는 대한민국정부의 위임을 받은 기관ㆍ단체에 재외국민등록법(제정 1949. 11. 24. 법률 제70호, 전문개정 1999. 12. 28. 법률 제6057호)에 의한 등록을 한 자를 말하는바(재외동포법시행규칙 제2조 제1항), 예컨대 청구인들과 같은 중국동포의 경우 우리나라가 중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한 것은 1992. 8. 24.이고 중국주재 한국대사관이 개설된 것은 같은 달 28.{대한무역진흥공사(KOTRA) 북경대표부는 1991. 1. 30. 개설되었다}이므로, 물리적으로 이 요건을 충족시킬 수 없게 되어 있다. 이와 같은 사정은 구소련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동포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국회법제사법위원회의 재외동포법(안)에 대한「심사보고서」(1999. 8), 8면 참조}.
(나) 이 사건 심판대상규정은 재외국민과 함께 재외동포법의 적용을 받는 외국국적동포에 관한 ‘정의규정’으로서 외국국적동포에 해당하는 자는 앞에서 본 바와 같은 광범한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즉, 원래 외국국적동포는 ‘외국인’이므로 원칙적으로 대한민국의 공무원이 될 수 없고(국가공무원법 제35조, 지방공무원법 제33조, 외무공무원법 제9조), 거주ㆍ이전의 자유(헌법 제14조, 출입국관리법 제7조, 제17조), 직업선택의 자유(헌법 제15조, 수산업법 제5조, 도선법 제6조), 재산권(헌법 제23조, 외국인토지법 제3조, 특허법 제25조, 항공법 제6조), 선거권 및 피선거권(헌법 제24조, 제25조,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15조, 제16조), 국가배상청구권(헌법 제29조 제2항, 국가배상법 제7조), 범죄피해자구조청구권(헌법 제30조, 범죄피해자구조법 제10조), 국민투표권(헌법 제72조, 제130조 제2항, 국민투표법 제7조) 및 사회적 기본권 등을 누릴 수 없거나 제한적으로 밖에 향유하지 못하던 것(헌재 2000. 8. 31. 97헌가12, 판례집 12-2, 167, 183 참조)을 재외동포법의 시행으로 일정한 범위에서 그 제한을 완화한 것으로서, 이 사건 심판대상규정이 나누고 있는 입법구분에 의하여 재외동포법이 부여하는 혜택에서 배제된 청구인들과 같은 정부수립이전이주동포는 이러한 기본권 내지 법적 권리의 행사에 있어 차별을 받게 된 것이다.
(3) 평등권의 침해 여부
(가) 평등의 원칙은 입법자에게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자의적으로 다르게, 본질적으로 다른 것을 자의적으로 같게 취급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그러므로 비교의 대상을 이루는 두 개의 사실관계 사이에 서로 상이한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의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두 사실관계를 서로 다르게 취급한다면, 입법자는 이로써 평등권을 침해하게 된다. 그런데 서로 비교될 수 있는 사실관계가 모든 관점에서 완전히 동일한 것이 아니라 단지 일정 요소에 있어서만 동일한 경우에, 비교되는 두 사실관계를 법적으로 동일한 것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다른 것으로 볼 것인지를 판단하기 위하여는 어떠한 요소
가 결정적인 기준이 되는가가 문제된다. 두 개의 사실관계가 본질적으로 동일한가의 판단은 일반적으로 당해 법률조항의 의미와 목적에 달려 있다(헌재 1996. 12. 26. 96헌가18, 판례집 8-2, 680, 701).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심판대상규정은 실질적으로 대부분 미주지역이나 유럽 등에 거주하는 정부수립이후이주동포와 대부분 중국과 구소련지역에 거주하는 정부수립이전이주동포를 구분하여 전자에게는 재외동포법의 광범위한 혜택을 부여하고 있고, 후자는 이러한 수혜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수립이후이주동포와 정부수립이전이주동포는 이미 대한민국을 떠나 그들이 거주하고 있는 외국의 국적을 취득한 우리의 동포라는 점에서 같고, 다만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에 국외로 이주한 자인가 또는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전에 국외로 이주한 자인가 하는 점에서만 다른 것이다. 이와 같은 차이는 정부수립이후이주동포와 정부수립이전이주동포가 법적으로 같게 취급되어야 할 동일성을 훼손할 만한 본질적인 성격이 아니다. 즉, 정부수립이후이주동포인지 아니면 정부수립이전이주동포인지는 결정적인 기준이 될 수 없는 것이다.
(나) 차별을 두는 입법은 그 차별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차별을 두기 마련인데, 국민의 기본권에 관한 차별에 있어서 합리적 근거에 의한 차별이라고 하기 위하여서는 우선 그 차별의 목적이 헌법에 합치하는 정당한 목적이어야 하고 다음으로 차별의 기준이 목적의 실현을 위하여 실질적인 관계가 있어야 하며 차별의 정도 또한 적정한 것이어야 한다(헌재 1996. 8. 29. 93헌바57, 판례집 8-2, 46, 56).
재외동포법은 그 적용대상에 포함된 정부수립이후이주동포에 대하여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은 광범위한 혜택을 주어 사실상 이중국적을 허용한 것과 같은 지위를 부여하고 있으면서도, 같은 동포 중 이 사건 심판대상규정에 의하여 그 적용범위에서 제외된 정부수립이전이주동포는 기본적으로 다른 일반 외국인과 동일한 취급을 받게 되는 결과가 되었다. 그리하여 정부수립이후이주동포(주로 재미동포, 그 중에서도 시민권을 취득한 재미동포 1세)의 요망사항은 재외동포법에 의하여 거의 완전히 해결된 반면, 정부수립이전이주동포(주로 중국동포 및 구소련동포)는 재외동포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됨으로써 그들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출입국기회와 대한민국 내에서의 취업기회를 차단당하였고, 법무부가 이를 완화한다는 취지에서 마련한 보완대책도 정부수립이전이주동포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재외동포법이 정부수립이후이주동포의 요구에 의하여 제정되었다는 연혁적 이유가 그 자체만으로 이와 같은 커다란 차별을 정당화할 정도의 비중을 가진다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정부수립이전이주동포에게도 정부수립이후이주동포에 못지 않거나 더욱 절실한 필요가 있음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 사회경제적 또는 안보적 이유로 거론하는 우려도, 당초 재외동포법의 적용범위에 정부수립이전이주동포도 포함시키려 하였다가 제외시킨 입법과정에 비추어 보면 정부수립이전이주동포를 재외동포법의 적용범위에 포함하는 것이 어느 정도의 영향을 가져올 것인지에 대한 엄밀한 검증을 거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정부는 재외동포법에서 외국국적동포를 정의하면서 국제관행에 따라 ‘과거국적주의’를 채택함으로써 정부수립이전이주동포가 그 적용대상에서 제외되었다고 전제한 다음 그렇지 아니하고 ‘혈통주의’에 따라 외국국적동포를 정의하여 입법을 한다면, 국제법원칙 및 국제관행에 반하고, 외교마찰을 초래할 수 있으며, 그 개념이 불명확하여 대상이 무한정 확대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외국국적을 취득한 자국동포에게 출입국 등에서 특례를 인정하는 나라로 과거국적주의를 채택하였다는 아일랜드, 그리이스, 폴란드 등(국회법제사법위원회의 위「심사보고서」, 8면)의 나라에서의 과거국적의 의미와 이 사건 심판대상규정이 정하고 있는 대한민국 정부수립(1948년)까지 국적의 과거로의 소급은 그 제한의 정도가 현저하게 다르다는 점이 지적될 수 있다. 또한 외교마찰의 우려라는 사정이 있다 하더라도 외국국적동포에 대한 이 사건 심판대상규정이 충분한 정책 검토 끝에 나온 필요하고도 적정한 입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정부로서는 외국국적동포의 현실적인 애로를 수용하기 위하여 단일특별법을 제정하기보다 제반 상황을 고려한 개별적인 제한 완화로 실질적으로 대처할 수는 없는지 우선 살펴 보았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혈통주의 입법에 문제가 있다면 당초부터 외국국적동포의 법적 지위보다는 외국인 처우의 전반적 개선이라는 시각에서 출발하되, 재외동포에 대하여는 정착한 현지에서 민족적 정체성을 자각하고 문화적 유대감을 강화시키는 활동을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할 수도 있다.
(다) 재외동포법의 적용범위에서 정부수립이전이주동포가 제외된 것은 당초부터 과거국적주의를 채택하였기 때문이 아님은 앞에서{4.가.(3)} 본 바와 같고, 사실은 그와 같은 사정 때문에 재외동포법상 외국국적동포에 대한 정의규정에는 일응 중립적인 과거국적주의를 표방하고 시행령으로, 일제시대 독립운동을 위하여 또는 일제의 강제징용이나 수탈을 피하기 위해 조국을 떠날수밖에 없었던 중국동포나 구소련동포가 대부분인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전에 이주한 자들에게 외국국적 취득 이전에 대한민국의 국적을 명시적으로 확인받은 사실을 입증하도록 요구함으로써 이들을 재외동포법의 수혜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암울했던 역사적 상황으로 인하여 어쩔 수 없이 조국을 떠나야 했던 동포들을 돕지는 못할지언정, 오히려 법적으로 차별하는 정책을 취하는 외국의 예를 찾을 수 없다는 점에서, 이 사건에서의 차별은 민족적 입장은 차치하고라도 인도적 견지에서조차 정당성을 인정받기가 심히 어렵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 차별로써 달성하고자 하는 정부의 이익은 그로 인하여 야기되는 같은 동포 사이의 커다란 상처와 분열을 덮기에는 너무나도 미약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한편, 재외동포법보다 먼저 제정된 재외동포재단법(1997. 3. 27. 법률 제5313호) 제2조에서는 재외동포의 정의를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외국에 장기체류하거나 영주권을 취득한 자”(제1호) 및 “국적을 불문하고 한민족의 혈통을 지닌 자로서 외국에서 거주ㆍ생활하는 자”(제2호)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전자는 재외동포법의 “재외국민”의 정의에, 후자는 “외국국적동포”의 정의에 각 대응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바, 비록 이 법과 재외동포법은 그 입법목적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한 나라의 법률에서 같은 용어(재외동포)의 개념을 다르게 정의하여 그 규율대상을 달리한다는 것은 입법체계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아니할 수 없다.
(4) 소결론
요컨대, 이 사건 심판대상규정이 청구인들과 같은 정부수립이전이주동포를 재외동포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차별취급은 그 차별의 기준이 목적의 실현을 위하여 실질적인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없고, 차별의 정도 또한 적정한 것이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심판대상규정은 합리적 이유없이 정부수립이전이주동포를 차별하는 자의적인 입법이어서 헌법 제11조의 평등원칙에 위배되고, 이로 인하여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라. 헌법불합치결정과 잠정적용명령
(1)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경우 헌법의 규범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원칙적으로 그 법률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하여야 하는 것이지만, 위헌결정을 통하여 법률조항을 법질서에서 제거하는 것이 법적 공백이나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위헌조항의 잠정적 적용을 명하는 헌법불합치결정을 할 수 있다. 즉 위헌적인 법률조항을 잠정적으로 적용하는 위헌적인 상태가 위헌결정으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법이 없어 규율없는 합헌적인 상태보다 오히려 헌법적으로 더욱 바람직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헌법재판소는 법적 안정성의 관점에서 법치국가적으로 용인하기 어려운 법적 공백과 그로 인한 혼란을 방지하기 위하여 입법자가 합헌적인 방향으로 법률을 개선할 때까지 일정 기간 동안 위헌적인 법규정을 존속케 하고 또한 잠정적으로 적용하게 할 필요가 있다(헌재 1999. 10. 21. 97헌바26, 판례집 11-2, 383, 417).
또한 이 사건과 같이 법률이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도 그것이 어떠한 방법으로 치유되어야 하는가에 관하여는 헌법에 규정되어 있지 않고, 그 위헌적 상태를 제거하여 평등원칙에 합치되는 상태를 실현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선택가능성이 있을 수 있으며, 그러한 선택의 문제는 입법자에게 맡겨진 일이다. 그러한 경우에 헌법재판소가 평등원칙에 위반되었음을 이유로 단순위헌결정을 한다면 위헌적 상태가 제거되기는 하지만 입법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헌법적으로 규정되지 않은 법적 상태를 일방적으로 형성하는 결과가 되고, 결국 입법자의 형성의 자유를 침해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헌법재판소로서는 입법자의 형성권을 존중하여 법률의 위헌선언을 피하고 단지 법률의 위헌성만을 확인하는 결정으로서 헌법불합치결정을 하게 되는 것이다.
(2) 이 사건의 경우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재외동포법은 이미 1999. 12. 3.부터 시행되었고, 법무부 자료에 의하면 2001. 8. 30. 현재 동법 제6조 소정의 국내거소신고를 한 자가 23,664명에 이르렀다. 이 중 재외국민은 10,532명이고 외국국적동포는 13,132명이다. 따라서 이들은 재외동포법에서 보장하는 여러 가지 혜택을 누리고 있는바,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 심판대상규정에 대하여 단순위헌결정을 선고하면 이들 중 외국국적동포의 경우는 재외동포법이 부여하는 지위가 그 순간부터 상실되어 당장 출국을 해야 하고 이들이 그동안 국내에서 행한 취업 기타 경제활동, 부동산의 취득, 국내 금융기관의 이용, 의료보험혜택 등이 일시에 정지되게 된다. 이와 같은 상태는 법적 안정성의 관점에서 법치국가적으로 용인하기 어려운 법적 공백과 그로 인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입법자가 합헌적인 방향으로 법률을 개선할 때까지 일정 기간 동안 위헌적인 법규정을 존속케 하고 또한 잠정적으로 적용하게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 본 바와 같은 이 사건 심판대상규정의 위헌성을 고려할 때 입법자는 되도록 빠른 시일 내에, 늦어도 2003. 12. 31.까지 개선입법을 마련함으로써 이 사건 심판대상규정의 위헌적 상태를 제거하여야 할 것이다.
(3) 그런데 이 사건 심판대상규정은 ‘정의규정’이므로 이에 대한 위헌성의 확인은 관련조문에 대한 위헌성의 확인을 수반하게 된다. 즉, 재외동포법 중 외국국적동포에만 해당하는 규정인 제5조, 제10조, 제11조, 제16조(그중 제16조는 2000. 12. 29. 법률 제6307호로 개정된 것)는 물론이고, 재외국민과 외국국적동포를 포함하는 개념인 ‘재외동포’를 규율대상으로 하는 제6조 내지 제8조, 제12조, 제14조, 제17조는 그 중 ‘외국국적동포’ 부분의 위헌성도 아울러 확인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정은 하위법규인 시행령과 시행규칙의 경우에도 같다. 법률이 일정한 사항에 관하여 구체적인 내용의 입법을 대통령령 등 하위법규에 위임하고 있는 경우에 그 위임규정인 법률조항에 대하여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선고되면, 당해 법률조항이 효력을 상실하게 됨은 물론, 그 법률조항의 위임에 의하여 제정된 대통령령 등 하위법규 역시 그 존립의 근거를 상실함에 따라 당연히 그 효력을 상실하기 때문이다(대법원 1996. 4. 9. 선고 95누11405 판결, 공1996상, 1442). 따라서 입법자가 2003. 12. 31.까지 입법개선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2004. 1. 1.부터는 재외동포법의 관련규정뿐만 아니라 하위법규인 시행령과 시행규칙도 그 관련 부분은 효력을 상실하므로 법원 기타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는 효력을 상실한 부분을 적용할 수 없다.
5. 결 론
그러므로, 이 사건 심판대상규정은 헌법에 합치하지 아니하나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이루어질 때까지 잠정적으로 적용하도록 함이 상당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권성의 별개의견과 7.과 같은 재판관 윤영철, 재판관 한대현, 재판관 하경철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재판관들의 의견일치에 따른 것이다.
6. 다수의견에 대한 재판관 권성의 별개의견
이 사건에서는 심판대상규정의 위헌성을 엄격한 평등권 심사에 의하여 밝히는 것이 필요하고 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가. 다수의견이 이미 설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재외동포법의 적용을 받는 자는 “재외국민”, 즉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외국의 영주권을 취득한 자 또는 영주할 목적으로 외국에 거주하고 있는 자(재외동포법 제2조 제1호) 그리고 “외국국적동포”, 즉 대한민국의 국적을 보유하였던 자 또는 그 직계비속으로서 외국국적을 취득한 자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자(재외동포법 제2조 제2호)이다. 그런데 외국국적동포에 대하여는 재외동포법시행령 제3조에서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에 국외로 이주한 자 중 대한민국의 국적을 상실한 자와 그 직계비속(같은 조 제1호), 그리고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전에 국외로 이주한 자 중 외국국적 취득 이전에 대한민국의 국적을 명시적으로 확인받은 자와 그 직계비속(같은 조 제2호)으로 구체화하여 구분하고 있다. 그러므로 재외동포법의 적용에서 배제되는 재외동포집단은 외국국적동포 중에서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전에 국외로 이주한 자 중 외국국적 취득 이전에 대한민국의 국적을 명시적으로 확인받지 않은 자와 그 직계비속”(이하 ‘국적미확인동포’라 한다)이다.
결국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전에 국외로 이주하여 외국국적을 취득한 동포가운데에는 대한민국의 국적을 명시적으로 확인받은 뒤 외국국적을 취득한 동포도 있을 것이고 이와 달리 대한민국의 국적을 확인받지 못한 상태에서 외국국적을 취득한 동포도 있을 것인데 후자, 즉 국적미확인동포는 재외동포법의 적용과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나. 그런데 대한민국의 국적을 명시적으로 확인받는다는 것은 국적법과 재외국민등록법과 대한민국재외공관설치법의 정한 바에 따라 대한민국의 재외공관(또는 대한민국정부의 위임을 받은 기관·단체)에 등록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1948. 8. 14. 이전에 국외로 이주하였으나 1948. 8. 14. 이전에 외국국적을 취득한 동포는, 당시에는 대한민국의 재외공관이라는 것이 있을 수 없었으므로, 대한민국의 국적을 명시적으로 확인받는 것이 원시적으로 불가능하였고 1948. 8. 14. 이전에 국외로 이주하고도 1948. 8. 15. 이후에 비로소 외국국적을 취득한 동포가운데에도 그 취득당시 대한민국의 재외공관이 설치되지 않은 외국에서 거주 또는 생활하다가 외국국적을 취득한 동포 역시 대한민국의 국적을 명시적으로 확인받는 것이 원시적으로 불가능하였다고 할 것이다.
다. 이러한 사정은 정부수립 이전에 국외로 이주한 동포를 두가지 기준으로 분류하여 차별적인 대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 첫째 기준은 외국국적의 취득시기가 정부수립 이전인가 아니면 그 이후인가 하는 것인데 이전의 경우에는 재외동포법의 적용이 전면적으로 배제되고(왜냐하면 국적의 명시적 확인이 원시적으로 불가능한 시기이었기 때문이다) 이후인 때에는 뒤에 보는 바와 같이 재외공관의 유무에 따라 그 적용이 가능한 경우도 있고 불가능한 경우도 있게 된다.
그 둘째 기준은 외국국적의 취득 당시에 그 외국에 대한민국의 재외공관이 설치되어 있는가 여부인데 설치되어 있지 아니하였다면 재외동포법의 적용이 전면적으로 배제되고(국적의 명시적 확인이 불가능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설치되어 있었다면 그 적용이 가능할 수도 있게 된다.
라. 위에서 본 첫째 기준 즉 시적(時的) 기준에 의하면 외국국적의 취득시기가 정부수립 이전인 동포는 재외동포법의 적용이 전면적으로 배제되는 차별을 받는데, 현실적으로 시적 기준의 설정이 불가피하고 기준시점의 선택이 입법재량의 문제임을 고려할 때 시적 기준의 합헌성은 논외로 하는 것이 온당하므로 둘째 기준의 합헌성 유무에 대하여 본다.
이 기준은 정부수립 이전에 국외로 이주한 동포의 정부수립 이후의 생활근거지(직계비속의 경우에는 출생지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에 재외공관이 설치되어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므로 이것은 지역적 요소를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물론 재외공관의 설치문제는 고도의 정책적 선택의 문제이지만 그렇다고 하여 그 설치 여부의 기준을 가지고 재외동포에 대하여 우리 국민과 유사한 대우를 제공할 것인지 여부에 대한 기준으로까지 삼을 수는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재외공관의 설치 기준과 재외동포에 대한 법적 대우의 기준은 당연히 별개인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에는 재외공관이 설치되어 있는 곳인지 아닌지 하는 지역적 요소를 기준으로 하여, 재외공관이 설치되어 있지 아니한 곳을 생활근거지로 하는 동포를 국적미확인동포로 분류하여 이들을 법률상 차별하는 것은 이른바 엄격한 심사기준에 의하여 평등의 원칙에 대한 위배 여부가 가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헌법 제11조 제1항 후문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한 차별을 특히 금지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세가지 기준에 의한 차별이 헌법적으로 용인될수 있는 것인가의 여부는 특히 엄격하게 심사되어야만 할 것이다(헌재 1999. 12. 23. 98헌바33, 판례집 11-2, 732 ; 98헌마363, 판례집 11-2, 770 참조).
그런데 헌법 제11조 제1항 후문이 열거하고 있는 세가지 기준에 의한 차별은 헌법제정 당시의 대표적인 사회적 폐습에 속하는 차별로서, 반드시 극복되어야만 할 비인도적이고 반민주적이며 반문명적인 질곡이었으므로 헌법에서 특히 그 불평등의 제거를 요청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헌법제정 당시에는 그 불평등이 이미 관념상으로는 완전히 극복되었고 실제상으로도 상당부분 극복되었다고 판단되어, 헌법 조문을 통하여 특히 그 불평등의 제거까지를 요청할 필요가 없었지만, 그 폐습의 악성(惡性)정도가 성별ㆍ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한 차별 못지 않은 다른 차별이, 비록 흔한 것은 아니지만, 있을 수 있는 것이고 만일 그러한 폐습이 지금에 와서 새삼 등장한다면, 비록 그것이 헌법 제11조 제1항 후문에 열거된 사항은 아닐지라도, 엄격한 평등권심사에 의하여 반드시 저지되어야 할 것이다.
비록 헌법 제11조 제1항 후문에 열거된 것은 아니지만 당연히 그에 못지 않게, 엄격심사를 통하여 제거되어야 할 불평등에 해당하는 것으로는 사람의 출생지 내지 생활근거지와 같은 지역적 요소에 의한 차별과 인종적 요소에 의한 차별을 들 수 있다.
지역적 요소에 의한 차별은 인종적 차별 이상으로 비인도적이며, 사회통합에 역행하는 것이며,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것이며, 개인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능력발휘를 봉쇄하는 것이므로보다 엄격히 금지되어야 한다.
이 사건에서 심판대상규정은 이미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재외공관이 설치된 외국을 생활근거지로 하는 재외동포와 그렇지 아니한 재외동포를 차별적으로 대우하는 것이고 그 기준은 결국 재외공관이 설치된 지역인가 아닌가 하는 지역적 요소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어서 이는 마땅히 엄격한 평등권심사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마. 엄격한 심사가 아닌 보다 완화된 심사에 의하더라도 문제의 법률이 합리성을 결하여 위헌이라고 이미 판단되었고 그 논증의 경과는 다수의견이 앞에서 이미 상세히 밝힌 바이므로 그보다 더 엄격한 심사에 의한 위헌판정의 논증경과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지만 결론만을 요약하여 말한다면,
국적미확인동포를 차별하는 목적은 경제적 이익과 행정규제의 편의를 위주로 한 것이어서 그 정당성이 의심스럽고 국적미확인동포를 똑같이 대우할 경우에 예상되는 어려움을 회피하면서 그들의 차별취급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체적인 조치가 그렇게 곤란한 것은 결코 아닐 뿐만 아니라, 재외공관이라는 것은 없다가도 새로 생길 수 있고 있다가도 없어질 수 있는 것이어서 동일한 지역의 경우에도 외국국적의 취득시기에 따라서 그 있고 없음이 달라지는 가변적인 사항이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한다는 것 자체가 적절한 것이 되지 못하므로 수단의 적정성과 차별의 최소성도 확보되지 아니한 것이며, 나아가 차별취급에 의하여 달성되는 공익이 차별취급에 의하여 입게 되는 국적미확인동포의 불이익보다 현저히 크다고 보기도 어려워 법익의 균형 또한 고려되어 있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심판대상규정에 의한 국적미확인동포에 대한 차별은 비례의 원칙에 어긋난 차별에 해당하고 따라서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
7. 재판관 윤영철, 재판관 한대현, 재판관 하경철의 반대의견
우리는 다수의견과는 달리 이 사건 심판대상규정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생각하지 아니하므로 그 이유를 밝혀둔다.
가. 헌법재판소와 입법자는 모두 헌법에 기속되나, 그 기속의 성질은 서로 다르다. 헌법은, 입법자와 같이 적극적으로 형성적 활동을 하는 국가기관에게는 행위의 지침이자 한계인 행위규범을 의미하나 헌법재판소에게는 다른 국가기관의 행위의 합헌성을 심사하는 기준으로서의 재판규범 즉 통제규범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헌법상의 평등원칙도 행위규범으로서는 입법자에게 “객관적으로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규범의 대상을 실질적으로 평등하게 규율할 것을 요구하게 되나, 통제규범으로서는 단지 자의적인 입법의 금지기준만을 의미하게 되므로 헌법재판소는 입법자의 결정에서 차별을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이유를 찾아볼 수 없는 경우에만 평등원칙의 위반을 선언하게 된다. 즉, 헌법에 따른 입법자의 평등실현의무는 헌법재판소에 대하여는 단지 자의금지원칙으로 그 의미가 한정축소되어, 평등원칙의 위반이 문제되는 헌법재판에서는 원칙적으로 어떤 입법이 “가장 합리적이고 타당한 수단인가 여부”를 심사하는 것이 아니라, “입법자의 정치적 형성이 헌법적 한계 내에 머물고 있는가 여부”, 즉 “자의적인 것인가 여부”를 심사하여야 하며, 그럼으로써 입법자의 형성의 자유와 민주국가의 권력분립적 기능질서가 보장될 수 있는 것이다(헌재 1997. 1. 16. 90헌마110등, 판례집 9-1, 91, 115 ; 헌재 1998. 9. 30. 98헌가7등, 판례집 10-2, 504).
나. 자의금지심사에 의하는 경우, 재외동포법과 같은 혜택부여적 법률에 관하여는 입법수단이 입법목적과의 관계에서 과소규율이라 하더라도 합헌적인 것으로서 허용된다. 즉, 규율내용이 입법목적에 의하여 상정되는 모든 경우를 한꺼번에 만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좁은 범위만을 포함하는 것도 “한 번에 한 걸음씩” 현실을 개선하여 나가는 것으로서 가능하다. 이러한 경우 입법자는 그 입법의 목적, 수혜자의 상황, 국가예산 내지 보상능력 등 제반상황을 고려하여 그에 합당하다고 스스로 판단하는 내용의 입법을 할 권한이 있으며, 우리재판소도 여러 차례에 걸쳐 “헌법상 평등의 원칙은 국가가 언제 어디서 어떤 계층을 대상으로 하여 기본권에 관한 상황이나 제도의 개선을 시작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것을 방해하지는 않는다. 말하자면 국가는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능력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법적 가치의 상향적 구현을 위한 제도의 단계적 개선을 추진할 수 있는 길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모든 사항과 계층을 대상으로 하여 동시에 제도의 개선을 추진하는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떠한 제도의 개선도 평등의 원칙 때문에 그 시행이 불가능하다는 결과에 이르게 되어 불합리할 뿐 아니라 평등의 원칙이 실현하고자 하는 가치와도 어긋나기 때문이다.”(헌재 1990. 6. 25. 89헌마107, 판례집 2, 178, 197 ; 헌재 1991. 2. 11. 90헌가27, 판례집 3, 11, 25 ; 헌재 1993. 12. 23. 89헌마189, 판례집 5-2, 622, 640 ; 헌재 1998. 12. 24. 98헌가1, 판례집 10-2, 819, 834)라고 판시한 바 있다.
다. 재외국민과 외국국적동포간에는 물론이고 외국국적동포들 서로간에도 그들이 거주하는 나라들에 따라 정치적, 외교적, 경제적, 사회적 환경이 서로 다른 현실을 도외시 하여서는 아니될 뿐 아니라, 국회가 재외동포법의 제정과 동시에 법무부 및 외교통상부에 대하여 중국동포등의 한국 국적 취득 용이화, 한국 내 불법체류 동포들의 안정적 생활과 귀국 보장을 위한 제도개혁 및 지원, 국내체류 조선족을 우리가 돌보아야 할 동포로 간주하는 정책 채택 등 “재외동포에 대한 제도개선사항” 3개항을 권고한 바 있고, 이에 따라 법무부가 재외동포법의 시행과 때를 맞추어 1999. 12. 2. 법무부예규 제525호로 “중국동포국적업무처리지침”을 개정ㆍ시행하여 중국동포에 대한 국적부여기회를 확대하고, “재외동포법시행령관련 보완대책(중국동포의 입국 및 체류관리)”을 제정ㆍ시행하여 다각적인 제한 완화책을 강구하였으므로 차등대우가 상당 부분 완화된 점도 고려하여야 한다. 또한, 가능한 한 이중국적의 발생을 회피하려는 국제법적인 원칙은 오늘날에도 엄존하고 있는 바, 재외동포법이 부여하는 혜택은 사실상 이중국적을 허용한 것과 같다고 할 것이므로 그로 인하여 외국과의 간에 외교적 마찰이 있다면 이를 고려하는 것이 반드시 부당하다고는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대상규정에 의한 입법적 구분은 나름대로의 합리성을 지니고 있다고 할 것이므로 그것이 현저히 불합리하여 자의적이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다.
라. 비록 민족적ㆍ인도적 견지에서 중국동포등에 대한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이는 국회의 판단에 따라 차후의 개선입법에 의하여 해결할 수 있는 것이고, 이는 입법정책의 문제이므로,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사고방식에 의한 위헌판단은 권력분립의 원칙에 뿌리를 두고 있는 자의금지심사에 부합되지 아니한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한대현(주심) 하경철 김영일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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