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다25938
보증금등 [대법원 1999. 12. 28., 선고, 99다25938, 판결] 【판시사항】 [1] 이사가 재직중 회사의 확정채무를 보증한 후 사임한 경우, 사정변경을 이유로 보증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2] 변제충당에 관한 약관조항이 채권자에게 무제한의 포괄적 충당권을 부여하면서도 그 순서와 방법의 기준 등을 전혀 규정하지 아니하여 채무자 또는 담보제공자가 충당되는 채무를 예측할 수 없는 경우,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6조 제1항, 제2항 제1호에 의하여 무효인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회사의 이사가 채무액과 변제기가 특정되어 있는 회사 채무에 대하여 보증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계속적 보증이나 포괄근보증의 경우와는 달리 이사직 사임이라는 사정변경을 이유로 보증인인 이사가 일방적으로 보증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 [2] 채권자가 어음거래약정서와 같은 약관에서 변제충당에 관한 민법 규정과는 달리 채권자가 임의로 충당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둘 경우에는 적어도 고객인 채무자 또는 담보제공자가 제공한 변제금이나 담보물의 처분대금이 채무자가 부담하고 있는 수개의 채무 중 어느 채무에 충당되는 것인지를 채무자 또는 담보제공자가 예측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채무자 측의 이익도 배려하여야 할 것인바, 어음거래약정서 중 변제충당에 관한 조항이 채권자에게 무제한의 포괄적 충당권을 부여하면서도 그 순서와 방법의 기준 등을 전혀 규정하지 아니함으로써 채권자로 하여금 수시로 자의적으로 충당할 채무를 정할 수 있도록 하였을 뿐만 아니라, 채무자 또는 담보제공자로서는 충당되는 채무를 알 수도 없게 되어 있고, 심지어는 채권자가 자신에게 아무런 이익이 없으면서 채무자에게 불리한 순서와 방법으로 변제충당을 한다고 하여도 채무자가 이의를 할 여지도 없게 되어 있는 경우, 위와 같은 약관조항은 고객인 채무자 등의 정당한 이익을 완전히 무시하여 부당하게 불리한 것으로서 신의성실에 반하여 공정을 잃은 조항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으므로, 그 약관조항은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6조 제1항, 제2항 제1호에 의하여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참조조문】
[1]
민법 제2조 ,
제428조 제1항 ,
제543조
[2]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6조 제1항 ,
제2항 제1호
【참조판례】
[1]
대법원 1991. 7. 9. 선고 90다15501 판결(공1991, 2114),
대법원 1996. 2. 9. 선고 95다27431 판결(공1996상, 909),
대법원 1997. 2. 14. 선고 95다31645 판결(공1997상, 740),
대법원 1998. 7. 24. 선고 97다35276 판결(공1998하, 2197)
【전문】
【원고,피상고인】
전문건설공제조합 (소송대리인 동화법무법인 담당변호사 김선국 외 6인)
【피고,상고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1999. 4. 15. 선고 98나52935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회사의 이사가 채무액과 변제기가 특정되어 있는 회사 채무에 대하여 보증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계속적 보증이나 포괄근보증의 경우와는 달리 이사직 사임이라는 사정변경을 이유로 보증인인 이사가 일방적으로 보증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대법원 1991. 7. 9. 선고 90다15501 판결, 1998. 7. 24. 선고 97다35276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 조합이 조합원인 소외 구마건설 주식회사(이하 '구마건설'이라 한다)에 1995. 3. 16. 금 6,900만 원을, 같은 해 9. 7. 금 1,000만 원을 변제기 1996. 3. 3.로 정하여 각 대출하고(이하 순서대로 '1차 대출', '2차 대출'이라 한다), 피고는 구마건설의 대표이사로서 1차 대출금채무를 연대보증하였는데, 그 후 1995. 3. 22.경 대표이사를 사임하고, 그 무렵 원심 공동피고 1이 구마건설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피고가 대표이사직을 사임하면서 1차 대출에 대한 연대보증계약을 해지함과 아울러 새로 대표이사로 취임한 원심 공동피고 1이 피고의 연대보증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하였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는바, 위에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연대보증계약의 해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 조합이 이 사건 대출시 구마건설로부터 담보로 제공받은 출자증권을 처분하여 변제충당함으로써 1, 2차 대출금채무가 모두 소멸하였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이 사건 대출시 구마건설은 자신의 원고 조합에 대한 출자증권 100좌를 그 담보로 제공하는 한편, 소외 주식회사 대도엔지니어링(이하 '대도엔지니어링'이라 한다)이 1995. 8. 12. 및 같은 달 22. 원고 조합과 사이에 체결한 일정 한도액 범위 내에서 각종 보증을 받기로 하는 약정에 관하여 원고 조합에 대한 대도엔지니어링의 약정에 따른 구상채무 및 사전구상채무 등에 대하여 연대보증을 하면서 같은 출자증권 100좌를 그 담보로도 제공한 사실, 이 사건 대출과 보증약정상으로 주채무자 또는 연대보증인이 원고 조합에 담보로 제공한 출자증권에 대하여는 주채무자가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경우 원고 조합은 언제든지 이를 임의처분하여 그 처분대금을 원고 조합이 임의로 정하는 순서와 방법에 따라 변제충당하기로 약정한 사실, 그 후 대도엔지니어링이 1996. 2.경 부도가 나서 원고 조합이 위와 같은 보증약정에 따라 보증을 하였던 채권자들로부터 보증금청구를 받게 되자, 원고 조합은 사전구상권의 행사로서 1996. 6. 8.경 구마건설의 출자증권 100좌를 모두 처분하여 그 처분대금 82,408,400원 중 비용 등을 공제한 나머지 금 81,444,760원으로 대도엔지니어링에 대한 연대보증의 확정채무금 77,878,800원, 이 사건 1, 2차 대출금에 대한 연체이자 3,565,960원에 충당한 사실 등을 인정하여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기록에 의하면, 원고 조합이 구마건설로부터 출자증권 100좌를 담보로 제공받으면서 작성한 어음거래약정서 등에 구마건설의 변제금 또는 출자증권의 처분대금이 채무 전액을 소멸시키기에 부족할 때에는 원고 조합이 적당하다고 인정하는 순서와 방법에 따라 충당하여도 이의를 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조항이 있고, 원심은 그 약관조항에 의하여 원고 조합과 구마건설 사이에 위와 같은 내용의 변제충당 약정이 성립하였다고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채권자가 어음거래약정서와 같은 약관에서 변제충당에 관한 민법 규정과는 달리 채권자가 임의로 충당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둘 경우에는 적어도 고객인 채무자 또는 담보제공자가 제공한 변제금이나 담보물의 처분대금이 채무자가 부담하고 있는 수개의 채무 중 어느 채무에 충당되는 것인지를 채무자 또는 담보제공자가 예측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채무자 측의 이익도 배려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원고 조합의 어음거래약정서 중 변제충당에 관한 조항은 채권자에게 무제한의 포괄적 충당권을 부여하면서도 그 순서와 방법의 기준 등을 전혀 규정하지 아니함으로써 채권자로 하여금 수시로 자의적으로 충당할 채무를 정할 수 있도록 하였을 뿐만 아니라, 채무자 또는 담보제공자로서는 충당되는 채무를 알 수도 없게 되어 있다. 또한 이러한 변제충당 조항에 의하면, 심지어는 채권자가 자신에게 아무런 이익이 없으면서 채무자에게 불리한 순서와 방법으로 변제충당을 한다고 하여도 채무자가 이의를 할 여지도 없게 되어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위와 같은 약관조항은 고객인 채무자 등의 정당한 이익을 완전히 무시하여 부당하게 불리한 것으로서 신의성실에 반하여 공정을 잃은 조항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으므로, 이 약관조항은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6조 제1항, 제2항 제1호에 의하여 무효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제충당에 관한 위와 같은 약관조항이 유효함을 전제로 하여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의 변제충당 주장을 배척한 원심판결에는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6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고, 상고이유 중 이 점을 지적하는 부분은 이유가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돈희(재판장) 이임수 송진훈(주심) 윤재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