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999. 11. 12. 선고 99다19797 【규정손해금등】[공99.12.12.[96],2483]

판시사항 [1] 제3자가 표현대표이사에게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있다고 믿은 데 중과실이 있는 경우, 회사의 제3자에 대한 책임 유무(소극) [2] 표현대표이사의 명칭을 사용한 이사에게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있는지 여부에 관한 제3자의 악의 또는 중과실 유무의 판단 기준 [3] 금융기관 임직원이 상장회사의 전무이사/주택사업본부장에게 회사를 대표하여 백지어음에 배서할 권한이 있다고 믿은 데 중과실이 있다고 보아 회사의 금융기관에 대한 책임을 부정한 사례

재판요지 [1] 상법 제395조가 규정하는 표현대표이사의 행위로 인한 주식회사의 책임이 성립하기 위하여 법률행위의 상대방이 된 제3자의 선의 이외에 무과실까지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규정의 취지는 회사의 대표이사가 아닌 이사가 외관상 회사의 대표권이 있는 것으로 인정될 만한 명칭을 사용하여 거래행위를 하고, 이러한 외관이 생겨난 데에 관하여 회사에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에 그 외관을 믿은 선의의 제3자를 보호함으로써 상거래의 신뢰와 안전을 도모하려는 데에 있다 할 것인바, 그와 같은 제3자의 신뢰는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정당한 것이어야 할 것이므로 설령 제3자가 회사의 대표이사가 아닌 이사가 그 거래행위를 함에 있어서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있다고 믿었다 할지라도 그와 같이 믿음에 있어서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회사는 그 제3자에 대하여는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2] 상법 제395조는 표현대표이사의 명칭을 예시하면서 사장, 부사장, 전무, 상무 등의 명칭을 들고 있는바, 사장, 부사장, 전무, 상무 등의 명칭은 표현대표이사의 명칭으로 될 수 있는 직함을 예시한 것으로서 그와 같은 명칭이 표현대표이사의 명칭에 해당하는가 하는 것은 사회 일반의 거래통념에 따라 결정하여야 할 것인데, 상법은 모든 이사에게 회사의 대표권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이사회 또는 주주총회에서 선정한 대표이사에게만 회사 대표권을 인정하고 있으며, 그와 같은 제도는 상법이 시행된 이후 상당한 기간 동안 변함없이 계속하여 시행되어 왔고, 그 동안 국민 일반의 교육수준도 향상되고 일반인들이 회사 제도와 대표이사 제도를 접하는 기회도 현저하게 많아졌기 때문에 일반인들도 그와 같은 상법의 대표이사 제도를 보다 더 잘 이해하게 되었으며, 적어도 직제상 사장, 부사장, 전무, 상무 등의 직책을 두고 있는 주식회사의 경우라면 상법상 대표이사에게는 사장 등의 직책과는 별도로 대표이사라는 명칭을 사용하도록 하고 상법상 대표이사가 아닌 이사에게는 대표이사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며, 또한 규모가 큰 주식회사의 경우 직제상 사장의 직책을 가지는 이사는 대표이사로 선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 반면, 직제상 전무 또는 상무의 직책을 가지는 이사는 반드시 그러하지는 아니하고, 전무 또는 상무의 직책을 가지면서 동시에 대표이사로 선정되어 있는 이사들은 '대표이사 전무, 대표이사 상무' 등의 명칭을 사용하는 것이 현재 우리 나라 경제계의 실정이고, 따라서 상법 제395조가 표현대표이사의 명칭으로 사장, 부사장, 전무, 상무 등의 명칭을 나란히 예시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 각 명칭에 대하여 거래통념상 제3자가 가질 수 있는 신뢰의 정도는 한결같다고 할 수 없으므로 위와 같은 각 명칭에 대하여 제3자가 그 명칭을 사용한 이사가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있다고 믿었는지 여부, 그와 같이 믿음에 있어서 중과실이 있는지 여부 등은 거래통념에 비추어 개별적·구체적으로 결정하여야 할 것이며, 특히 규모가 큰 주식회사에 있어서 '대표이사 전무' 또는 '대표이사 상무' 등의 명칭을 사용하지 아니하고, 단지 '전무이사' 또는 '상무이사' 등의 명칭을 사용하는 이사에 대하여는 제3자가 악의라거나 중과실이 있다는 회사측의 항변을 배척함에 있어서는 구체적인 당해 거래의 당사자와 거래 내용 등에 관하여 신중한 심리를 필요로 하고, 함부로 그 항변을 배척하여서는 아니된다. [3] 금융기관 임직원이 상장회사의 전무이사/주택사업본부장에게 회사를 대표하여 백지어음에 배서할 권한이 있다고 믿은 데 중과실이 있다고 보아 회사의 금융기관에 대한 책임을 부정한 사례.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1999.3.2. 97나47523

참조판례 [1] 대법원 1973. 2. 28. 선고 72다1907 판결(1984,520) 대법원 1988. 10. 11. 선고 86다카2936 판결(1988,189) 대법원 1992. 7.28. 선고 91다35816 판결(1992,1037) 대법원 1994. 12. 2. 선고 94다7591판결(공1988, 168) 대법원 1995. 11. 21. 선고 94다50908 판결(공1993하, 2098)

따름판례 대법원 2003. 7.22 선고 2002다40432 판결, 대법원 2003. 9.26 선고 2002다65073 판결

참조법령 [1] 상법 제395조 [2] 상법 제395조 [3] 상법 제395조

전 문 1999. 11. 12. 99다19797 규정손해금등 【원고, 피상고인 겸 부대상고인】 산업횡하렌탈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재구) 【피고, 상고인 겸 부대피상고인】 주식회사 서광건설산업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백 담당변호사 여상규) 【원심판결】 서울고법 1999. 3. 2. 선고 97나47523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여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의 부대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1. 피고의 상고이유 제1점, 제2점에 대한 판단 가. 인정되는 사실들 원심이 그 채택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적법하게 인정한 사실들과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다. (1) 원고는 1994. 3. 29. 제1심 공동피고인 주식회사 동방산업(이하 동방산업이라고 한다)과 사이에 동방산업이 구입하는 컴퓨터 테스트기 등의 구입자금 2,525,342,600원을 렌탈 형식으로 대여하는 내용의 렌탈계약(이하 이 사건 렌탈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다. (2) 원고와 동방산업은 1994. 2.경부터 이 사건 렌탈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협의를 하였고, 동방산업이 원고에 대하여 부담하게 될 이 사건 렌탈계약상의 채무이행을 담보하기 위하여, 동방산업은 원고에게, 소외 정삼면 소유의 광주 서구 화정동 146의 57 대지에 관하여 채권최고액 금 1,150,000,000원의 근저당권을, 소외 장병오 소유의 서울 강남구 역삼동 702의 25 대지에 관하여 제1순위로 채권최고액 금 3,440,000,000원의 근저당권을 각 설정하여 주고, 연대보증인을 세우기로 약정하였다. 그런데 당시 장병오가 외국에 가 있어서 이 사건 렌탈계약 체결에 때맞추어 근저당권을 설정하기 곤란하였으므로 원고와 동방산업은 장병오 소유의 역삼동 대지가 담보로 제공될 때까지 그에 대신하여 상장회사인 피고 회사가 배서한 백지어음을 담보로 제공하기로 약정하였다. (3) 이에 따라 동방산업의 대표이사인 소외 김동환은 그 무렵 액면금과 발행일 및 지급기일란을 각 백지로 남겨 둔 채 발행인만 자신이 따로 운영하고 있던 소외 주식회사 서린기획으로 하여 기명날인한 약속어음(이하 이 사건 어음이라고 한다)을 작성하고, 동방산업 명의로 배서한 후, 다시 김동환의 장인으로서 피고 회사의 전무이사인 소외 박신흠에게 동방산업이 앞으로 체결할 예정인 이 사건 렌탈계약의 내용과 이 사건 어음을 발행하게 된 위 (2)항과 같은 경위를 설명한 후, 동방산업의 이 사건 렌탈계약상의 채무에 관하여 장병오 소유의 역삼동 대지가 담보로 제공될 때까지 그에 대신하는 담보로 제공하기 위하여 이 사건 어음에 피고 회사 명의로 배서하여 줄 것을 부탁하였다. (4) 박신흠은 자신의 직책은 주택사업본부장이어서 어음배서 등 자금관계 업무에 관여할 수 없다는 이유로 그 부탁을 거절하였으나, 결국 김동환의 간청에 못 이겨 그 무렵 이 사건 어음에 '서광산업 주식회사 대표이사 박상근'('서광산업 주식회사'는 피고 회사의 변경 전 상호로서 1994. 3. 24. '서광산업 주식회사'에서 '주식회사 서광건설산업'으로 피고 회사의 상호변경등기가 경료되었다.) 명의로 배서하여 주었다. (5) 이 사건 렌탈계약이 체결됨에 있어서 김동환과 정삼면은 동방산업의 원고 회사에 대한 이 사건 렌탈계약상의 채무이행을 연대보증하였다. 정삼면은 같은 날 원고 회사에게 그 소유의 광주 서구 화정동 146의 57 대지에 관하여 위 (2)항과 같은 내용으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하여 주었다. 또한 김동환은 원고 회사에게 이 사건 어음과 함께 주식회사 서린기획 명의의 백지어음보충권 부여증을 교부하였다. 원고 회사의 담당 과장인 소외 반채운은 김동환으로부터 피고 회사의 전무이사 직함이 기재된 박신흠의 명함을 받으면서 박신흠에게 이 사건 어음배서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여 보라는 말을 듣고, 박신흠에게 전화하여 피고 회사의 배서가 진정하다는 확인을 받았다(장병오 소유의 위 역삼동 대지는 끝내 이 사건 렌탈계약의 담보로 제공되지 아니하였다). (6) 원고 회사는 같은 날 이 사건 렌탈계약에 따라 위 렌탈물건을 동방산업에게 인도하였으며, 그 후 동방산업은 1995. 4.분부터 이 사건 렌탈계약에 따른 렌탈료를 납부하지 아니하였고, 원고 회사는 같은 해 5. 31.경 이 사건 렌탈계약을 해지하였다. 나. 피고 회사의 표현대표이사책임 성립과 그 범위 등에 관한 원심의 판단 원심은 위와 같은 사실들을 기초로 하여 나아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1) 표현대표이사책임의 성립 사장, 부사장, 전무, 상무 기타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있는 것으로 인정될 만한 명칭을 사용한 이사가 자기 명의로 법률행위를 한 경우뿐만 아니라, 위와 같은 명칭을 사용하는 이사가 다른 대표이사의 명칭을 사용하여 행위한 경우에도 상법 제395조의 표현대표이사의 법리가 적용된다.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 회사는 전무이사인 박신흠이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 명칭을 사용하여 이 사건 어음에 배서하고, 이 사건 어음이 원고 회사에게 교부되게 한 행위로 발생한 이 사건 어음배서에 따른 의무를 부담한다 할 것이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김동환이 이 사건 어음을 반채운에게 교부하면서 박신흠은 이 사건 어음에 배서할 권한이 없는데도 비공식적으로 이 사건 어음에 서명날인하였다고 말한 바 있고, 반채운이 박신흠에게 확인전화를 걸자 박신흠도 위 배서는 자신의 권한 밖의 일이라고 말하였으므로, 원고 회사는 박신흠이 위 배서에 관하여 피고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따라서 피고 회사는 원고 회사에 대하여 표현대표이사의 법리에 따른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주장하나, 피고의 모든 입증에 의하더라도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피고는, 설령 원고 회사가 박신흠이 위 배서에 관하여 피고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없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하더라도 금융기관인 원고 회사로서는 위 어음배서가 거액의 채무를 부담시키는 것이므로 피고 회사가 이 사건 어음에 정상적으로 배서한 것인지에 대하여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 또는 자금담당 부서에 확인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고 회사가 이를 게을리하여 정당한 권한 없이 배서된 이 사건 어음을 수취한 중대한 과실이 있으므로 피고 회사는 원고 회사에 대하여 표현대표이사의 법리에 따른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주장하나, 피고의 모든 입증에 의하더라도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피고는, 중요한 채무보증 등의 사무는 피고 회사의 이사회의 결의를 요하는 사항임에도 박신흠이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어음에 배서한 것이고, 원고 회사는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므로 피고 회사는 원고 회사에 대하여 표현대표이사의 법리에 따른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주장하나, 피고의 모든 입증에 의하더라도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2) 피고 회사의 의무의 내용 증거에 의하면, 피고 회사가 박신흠의 이 사건 어음 배서행위에 의하여 원고 회사에 대하여 부담하게 된 의무는 이 사건 렌탈계약상 동방산업의 채무이행 전부에 관한 연대보증의무라고 볼 수는 없고, 장병오 소유의 역삼동 대지에 설정할 예정이었던 근저당권을 대신하는 내용의 담보의무라고 봄이 상당하다. (3) 의무의 일부면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판시 사실들에 의하면, 피고 회사의 원고 회사에 대한 이 사건 어음상의 담보책임은 1996. 10. 16.까지 합계 금 1,300,000,000원의 범위 안에서 면제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4) 동방산업의 채무의 범위 동방산업이 이 사건 렌탈계약의 해지일인 1995. 5. 31. 현재 원고에 대하여 부담하는 이 사건 렌탈계약상의 채무는 규정손해금 2,301,118,000원과 잔존 미지급 렌탈료 금 31,376,466원을 합한 금 2,332,494,466원이다. (5) 피고의 채무의 범위 그러므로 원고의 주위적 청구에 기하여 피고는 원고에게 금 1,032,494,466원(=동방산업이 원고에 대하여 부담하는 이 사건 렌탈계약상의 채무 금 2,332,494,466원-원고가 채무를 면제한 금 1,300,000,000원) 및 그에 대한 위 계약 해지일의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다. 대법원의 판단 상법 제395조가 규정하는 표현대표이사의 행위로 인한 주식회사의 책임이 성립하기 위하여 법률행위의 상대방이 된 제3자의 선의 이외에 무과실까지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73. 2. 28. 선고 72다1907 판결 참조). 그러나 상법 제395조의 표현대표이사책임에 관한 규정의 취지는 회사의 대표이사가 아닌 이사가 외관상 회사의 대표권이 있는 것으로 인정될 만한 명칭을 사용하여 거래행위를 하고, 이러한 외관이 생겨난 데에 관하여 회사에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에 그 외관을 믿은 선의의 제3자를 보호함으로써 상거래의 신뢰와 안전을 도모하려는 데에 있다 할 것인바(대법원 1988. 10. 11. 선고 86다카2936 판결, 1995. 11. 21. 선고 94다50908 판결 등 참조), 그와 같은 제3자의 신뢰는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정당한 것이어야 할 것이므로 설령 제3자가 회사의 대표이사가 아닌 이사가 그 거래행위를 함에 있어서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있다고 믿었다 할지라도 그와 같이 믿음에 있어서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회사는 그 제3자에 대하여는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2. 7. 28. 선고 91다35816 판결, 1994. 12. 2. 선고 94다7591 판결 등 참조). 상법 제395조는 표현대표이사의 명칭을 예시하면서 사장, 부사장, 전무, 상무 등의 명칭을 들고 있는바, 사장, 부사장, 전무, 상무 등의 명칭은 표현대표이사의 명칭으로 될 수 있는 직함을 예시한 것으로서 그와 같은 명칭이 표현대표이사의 명칭에 해당하는가 하는 것은 사회 일반의 거래통념에 따라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상법은 모든 이사에게 회사의 대표권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이사회 또는 주주총회에서 선정한 대표이사에게만 회사 대표권을 인정하고 있으며(상법 제389조 제1항), 그와 같은 제도는 1963. 1. 1. 상법이 시행된 이후 상당한 기간 동안 변함없이 계속하여 시행되어 왔고, 그 동안 국민 일반의 교육수준도 향상되고 일반인들이 회사 제도와 대표이사 제도를 접하는 기회도 현저하게 많아졌기 때문에 일반인들도 그와 같은 상법의 대표이사 제도를 보다 더 잘 이해하게 되었으며, 적어도 직제상 사장, 부사장, 전무, 상무 등의 직책을 두고 있는 주식회사의 경우라면 상법상 대표이사에게는 사장 등의 직책과는 별도로 대표이사라는 명칭을 사용하도록 하고 상법상 대표이사가 아닌 이사에게는 대표이사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며, 또한 규모가 큰 주식회사의 경우 직제상 사장의 직책을 가지는 이사는 대표이사로 선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 반면, 직제상 전무 또는 상무의 직책을 가지는 이사는 반드시 그러하지는 아니하고, 전무 또는 상무의 직책을 가지면서 동시에 대표이사로 선정되어 있는 이사들은 '대표이사 전무, 대표이사 상무' 등의 명칭을 사용하는 것이 현재 우리 나라 경제계의 실정이다. 이와 같은 사정은 이 사건 렌탈계약 체결 당시를 기준으로 하여 보더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따라서 상법 제395조가 표현대표이사의 명칭으로 사장, 부사장, 전무, 상무 등의 명칭을 나란히 예시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 각 명칭에 대하여 거래통념상 제3자가 가질 수 있는 신뢰의 정도는 한결같다고 할 수 없으므로 위와 같은 각 명칭에 대하여 제3자가 그 명칭을 사용한 이사가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있다고 믿었는지 여부, 그와 같이 믿음에 있어서 중과실이 있는지 여부 등은 거래통념에 비추어 개별적·구체적으로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규모가 큰 주식회사에 있어서 '대표이사 전무' 또는 '대표이사 상무' 등의 명칭을 사용하지 아니하고, 단지 '전무이사' 또는 '상무이사' 등의 명칭을 사용하는 이사에 대하여는 제3자가 악의라거나 중과실이 있다는 회사측의 항변을 배척함에 있어서는 구체적인 당해 거래의 당사자와 거래 내용 등에 관하여 신중한 심리를 필요로 하고, 함부로 그 항변을 배척하여서는 아니된다 할 것이다. 이 사건에 돌아와 보건대, 원심이 인정한 사실과 기록에 의하면 피고 회사는 자본금 32,379,945,000원, 국내 도급순위 60위 정도의 중견 건설업체로서, 그 정관에 대표이사 회장 1인, 대표이사 부회장 1인, 대표이사 사장 1인, 부사장, 전무이사, 상무이사, 각 약간명을 선임할 수 있도록 정하여져 있고, 전무이사는 대표이사들을 보좌하고, 이사회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피고 회사의 업무를 분장 집행하도록 정하여져 있다. 또한 피고 회사의 직제상으로는 대표이사 회장 밑에 대표이사 사장이 있고, 다시 그 밑에 관리담당 대표이사와 기술담당 부사장이 있고, 기술담당 부사장 밑에 주택사업본부가 설치되어 있으며, 주택사업본부에 담당 임원을 두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동방산업은 자본금 300,000,000원의 소규모 업체이고, 이 사건 렌탈계약을 통하여 동방산업이 사용하려고 한 물건은 자동차 에어콘용 전기클러치 제작에 필요한 컴퓨터 테스트기이었으며, 피고 회사는 건설업체로서 동방산업과는 거래관계가 없었고, 이 사건 렌탈계약의 목적물과도 아무런 관련이 없었고, 이 사건 렌탈계약의 계약금액은 금 2,525,342,600원에 이르는 거액이다. 한편, 이 사건 렌탈계약체결에 있어서 원고 회사의 실무담당자이었던 반채운은 김동환을 통하여 박신흠의 명함을 교부받고, 이 사건 약속어음을 취득하였으며, 반채운이 받은 박신흠의 명함에는 한자로 "專務理事/住宅事業本部長", 영어로 "Dep. of Housing, Business/Managing Director"라는 기재가 되어 있었다. 반채운은 동방산업과 피고 회사 사이에 아무런 거래관계도 없음을 알고 있었고, 반채운은 김동환을 통하여 이 사건 어음을 받은 후 박신흠이 피고 회사 대표이사 명의로 어음에 배서할 권한이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피고 회사의 경리부서 등에는 아무런 확인도 하지 아니하고, 다만 박신흠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을 하였을 뿐 이 사건 어음에 구체적으로 누가 배서하였는지에 관하여는 확인도 하지 아니하였다. 그렇다면 원고 회사와 같이 각종 물건의 렌탈 등의 업무를 계속적·반복적으로 수행하는 금융기관의 임직원들은 일반인들에 비하여 박신흠이 사용한 피고 회사의 전무이사, 주택사업 본부장이라는 직함 자체가 회사를 위하여 어음행위를 하는 권한을 포함하여 일반적인 대표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인정될 만한 명칭이라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회사의 주택사업 부분에 한하여 업무를 분장·집행하는 권한을 회사로부터 부여받은 이사 또는 직원인 것으로 인정될 만한 명칭에 불과하여, 박신흠이 피고 회사를 대표할 권한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점에 관하여 더욱더 쉽게 알아차리거나, 의심을 가질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임에도, 이 사건 렌탈계약의 체결을 담당한 반채운이 위와 같은 박신흠의 명함을 받고도, 박신흠이 피고 회사와는 아무런 거래관계도 없고, 단지 박신흠 자신의 사위인 김동환이 대표이사이고, 법인등기부상 박신흠 자신이 이사로 등재되어 있는 동방산업을 위하여 계약대금이 거액인 이 사건 렌탈계약상 동방산업의 채무이행을 보증할 목적으로 이 사건 어음에 피고 회사를 대표하여 배서를 할 권한이 있다고 믿었다고 보는 것은 거래통념에 비추어 볼 때에 그 자체로 수긍하기 어렵다. 설령 반채운이 그와 같이 믿었다 하더라도 이미 앞에서 살펴본 바에 의하면 박신흠이 피고 회사를 대표하여 이 사건 어음에 배서할 권한이 있다고 믿기 어려운 사정이 나타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인데, 반채운은 피고 회사의 등기부 등본을 열람하거나, 혹은 피고 회사의 경리담당 부서에 문의하는 등의 손쉬운 방법으로 박신흠이 피고 회사를 대표하여 이 사건 어음에 배서할 권한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인데도 그와 같은 조치는 전혀 취하지 아니한 채 단지 피고 회사의 보증을 통하여 원고 회사로부터 이 사건 렌탈계약의 자금을 받는 이익을 얻게 되는 지위에 있는 김동환과 그의 장인인 박신흠의 말만 듣고 박신흠이 피고 회사를 대표하여 이 사건 어음에 배서할 권한이 있다고 믿었다는 것이므로 적어도 반채운이 그와 같이 믿음에 있어서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단지 피고가 주장한 것처럼 김동환이나 박신흠이 반채운에게 박신흠이 대표권이 없다고 알린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원고가 악의이었다는 피고의 항변을 배척하고, 또한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사정들에 대하여는 별다른 심리도 하지 아니한 채 원고에게 중과실이 있다는 취지의 피고의 항변도 배척하고 만 것은 상법 제395조에 대한 법리오해나 그로 인한 심리미진 또는 채증법칙 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 등의 위법을 저질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피고의 상고이유 제1점, 제2점의 논지는 이유가 있다. 2. 피고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하여 피고의 나머지 상고이유는 모두가 이 사건에서 표현대표이사의 법리에 의하여 피고 회사의 보증책임이 인정됨을 전제로 하는 것들인바, 대법원은 원심이 표현대표이사책임의 성립을 인정한 조치에 앞서 본 바와 같은 위법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더 나아가 피고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하지 아니한다. 3. 주위적 청구에 관한 원고의 부대상고에 대하여 원고의 부대상고이유 역시 이 사건에서 표현대표이사의 법리에 의하여 피고 회사의 보증책임이 인정됨을 전제로 하는 것들인바, 대법원은 원심이 표현대표이사책임의 성립을 인정한 조치에 앞서 본 바와 같은 위법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원고의 부대상고이유는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도 없이 이유가 없다. 4. 예비적 청구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의 주위적 청구에 기하여 금 1,032,494,466원과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하고, 더 나아가 원고의 예비적 청구 중 주위적 청구에 기하여 인용한 금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 1,300,000,000원 부분에 한하여 심리한 후 이를 기각하였는바, 대법원이 주위적 청구에 관한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여 환송함에 따라 원심이 판단하지 아니한 그에 해당하는 예비적 청구 부분도 함께 원심으로 환송된다. 한편 원고는 부대상고로 원심판결의 원고 패소 부분 중 금 1,055,150,000원에 해당하는 부분에 대하여 파기를 구하고 있으므로 원심판결 중 원고의 예비적 청구를 기각한 부분에 대하여도 불복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나, 그 부분에 대하여는 아무런 부대상고이유도 제출하지 아니하였으므로 그 부분에 대한 원고의 부대상고 역시 이유가 없다 할 것이다. 5.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주위적 청구에 관한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그 부분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고, 원고의 부대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윤재식(재판장) 이돈희 이임수(주심) 송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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