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 [대법원 1999. 9. 3., 선고, 98도968, 판결] 【판시사항】 경찰관이 간호사로부터 진료 목적으로 채혈된 피고인의 혈액 중 일부를 주취운전 여부에 대한 감정을 목적으로 제출받아 압수한 경우, 적법절차의 위반 여부(소극)

【판결요지】 형사소송법 제218조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 기타인의 유류한 물건이나 소유자, 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을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219조에 의하여 준용되는 제112조 본문은 "변호사, 변리사, 공증인, 공인회계사, 세무사, 대서업자,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약사, 약종상, 조산사, 간호사, 종교의 직에 있는 자 또는 이러한 직에 있던 자가 그 업무상 위탁을 받아 소지 또는 보관하는 물건으로 타인의 비밀에 관한 것은 압수를 거부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달리 형사소송법 및 기타 법령상 의료인이 진료 목적으로 채혈한 혈액을 수사기관이 수사 목적으로 압수하는 절차에 관하여 특별한 절차적 제한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의료인이 진료 목적으로 채혈한 환자의 혈액을 수사기관에 임의로 제출하였다면 그 혈액의 증거사용에 대하여도 환자의 사생활의 비밀 기타 인격적 법익이 침해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반드시 그 환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고, 따라서 경찰관이 간호사로부터 진료 목적으로 이미 채혈되어 있던 피고인의 혈액 중 일부를 주취운전 여부에 대한 감정을 목적으로 임의로 제출 받아 이를 압수한 경우, 당시 간호사가 위 혈액의 소지자 겸 보관자인 병원 또는 담당의사를 대리하여 혈액을 경찰관에게 임의로 제출할 수 있는 권한이 없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그 압수절차가 피고인 또는 피고인의 가족의 동의 및 영장 없이 행하여졌다고 하더라도 이에 적법절차를 위반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참조조문】 형사소송법 제112조 ,

제218조 ,

제219조 ,

제312조


【전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박주봉

【원심판결】 대전지법 1998. 3. 18. 선고 97노1560 판결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제1점에 대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1995. 7. 19. 17:00경 공주시 우성면 상서리 소재 도로에서 혈중알콜농도 0.09%의 주취 상태로 화물차를 운전하다가 중앙선을 침범하여 반대차선에서 진행중이던 프라이드 및 그랜져 승용차를 충돌하여 위 승용차에 타고 있던 피해자 5명으로 하여금 약 2주 내지 6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입게 하였다는 것이다.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1심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혈액감정의뢰회보를 증거로 채택하여 피고인의 주취상태를 인정한 데에 대하여 변호인은 경찰이 피고인의 동의를 얻거나 법관의 영장에 의하는 등 적절한 법률상의 절차를 거치지도 아니한 상태로 이 사건 교통사고로 인하여 의식불명 상태에 있던 피고인의 신체에서 임의로 혈액을 채취하여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을 의뢰하여 얻게 된 혈액감정의뢰회보는 그 수집절차에 중대한 위법이 있어 증거능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감정대상인 혈액이 피고인의 혈액임을 담보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1심이 위 혈액감정의뢰회보에 의거하여 피고인이 이 사건 교통사고 당시 음주운전한 사실을 인정한 위법이 있다고 주장하였는바, 원심은 원심 증인 김인찬의 증언과 기록에 의하여, 경찰관이 공주의료원에서 호흡으로 음주측정이 어려운 피고인에 대하여 피해자측 요구에 따라 그 음주운전 여부를 수사하기 위하여 혈액을 채취하려 하였으나 당시 이 사건 사고로 후송되어 응급 가료중이던 피고인은 전혀 의식이 없었고 가족들도 현장에 없었는데 마침 위 의료원 간호사가 치료의 목적으로 피고인의 혈액을 채취하자 경찰관이 간호사에게 부탁하여 채혈된 혈액 중 일부를 받은 후 이를 교통사고처리반에 인계하여 혈중알콜농도의 감정용으로 사용한 사실을 인정하고, 위 인정 사실과 같이 피고인이나 그 가족의 동의를 얻을 수 없는 상황에서 간호사에 의하여 병원에서 치료의 필요에 따라 채취한 피고인의 혈액 중 소량을 사용하여 얻어진 위 감정결과는 모든 절차를 적법하게 준수하여 얻어진 증거라고 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그 위법의 정도나 그로 인하여 피고인이 입은 신체의 안전과 인간의 존엄성의 각 침해 정도가 위 증거를 배제하여야 할 정도에는 이르지 아니하므로 위 채혈에 따른 감정의뢰회보는 그 증거능력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판단하여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고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위 경찰관이 간호사로부터 진료 목적으로 채혈된 피고인의 혈액 중 일부를 주취 여부에 대한 감정을 목적으로 제출받아 압수한 데에 절차 위반의 위법이 있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형사소송법 제218조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 기타인의 유류한 물건이나 소유자, 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을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219조에 의하여 준용되는 제112조 본문은 "변호사, 변리사, 공증인, 공인회계사, 세무사, 대서업자,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약사, 약종상, 조산사, 간호사, 종교의 직에 있는 자 또는 이러한 직에 있던 자가 그 업무상 위탁을 받아 소지 또는 보관하는 물건으로 타인의 비밀에 관한 것은 압수를 거부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달리 형사소송법 및 기타 법령상 의료인이 진료 목적으로 채혈한 혈액을 수사기관이 수사 목적으로 압수하는 절차에 관하여 특별한 절차적 제한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의료인이 진료 목적으로 채혈한 환자의 혈액을 수사기관에 임의로 제출하였다면 그 혈액의 증거사용에 대하여도 환자의 사생활의 비밀 기타 인격적 법익이 침해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반드시 그 환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원심이 적법하게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경찰관이 간호사로부터 진료 목적으로 이미 채혈되어 있던 피고인의 혈액 중 일부를 임의로 제출 받아 이를 압수한 것으로 보이므로 당시 간호사가 위 혈액의 소지자 겸 보관자인 공주의료원 또는 담당의사를 대리하여 혈액을 경찰관에게 임의로 제출할 수 있는 권한이 없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그 압수절차가 피고인 또는 피고인의 가족의 동의 및 영장 없이 행하여졌다고 하더라도 이에 적법절차를 위반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결국 위 혈액을 이용한 혈액감정의뢰회보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원심의 결론은 타당하고 이에 상고이유에서 지적하는 바와 같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2. 제2점에 대하여 원심은 위 혈액감정의뢰회보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면서, "가사 위 증거가 위법수집증거로서 배제되어야 할 증거이므로 음주운전의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 하더라도,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인이 중앙선을 침범한 과실로 이 사건 교통사고가 발생한 사실이 인정되고, 중앙선 침범으로 인한 교통사고만으로도 원심이 선고한 형량은 너무 무겁다고는 판단되지 아니하므로 위 음주운전과 관련된 판단의 잘못이 피고인에 대한 원심판결 중 공소의 유지나 선고형을 정함에 있어 어떠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어,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 점에서도 결과적으로 이유 없다."고 설시하고 있는바, 이는 위 혈액감정의뢰회보의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를 가정한 가정적 판단인데 위에서 설시한 바와 같이 위 혈액감정의뢰회보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이므로 위 가정적 판단을 비난하는 상고논지는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

3. 제3점에 관하여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를 기록과 대조하여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인의 중앙선 침범 과실을 인정한 것은 정당하고 이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 또한 이유 없다.

4.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변재승(재판장) 이돈희 지창권(주심) 송진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