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다51091
【판시사항】
편집시민단체의 간부들이 청소년에 대한 도덕적 해악 등 공익상의 이유로 특정 가수의 공연에 반대하기 위하여 그 공연기획사와 입장권판매대행계약을 체결한 공연협력업체에게 불매운동을 하겠다고 하여 계약을 파기하는 결과에 이르도록 한 경우, 시민단체 간부들의 공연기획사에 대한 불법행위 책임의 성립 여부(적극)
【판결요지】
편집시민단체 등의 공익목적수행을 위한 정당한 활동은 바람직하고 장려되어야 할 것이나 그러한 목적수행을 위한 활동이라 하더라도 법령에 의한 제한이나 그러한 활동의 자유에 내재하는 제한을 벗어나서는 안될 것이고, 그러한 활동의 자유의 한계는 그들이 반대의 대상으로 삼은 공연 등의 내용 및 성격과 반대활동의 방법 및 정도 사이의 상관관계에서 결정되어야 할 것인바, 시민단체의 간부들이 그들의 공익목적을 관철하기 위하여 일반시민들을 상대로 공연관람을 하지 말도록 하거나 공연협력업체에게 공연협력을 하지 말도록 하기 위하여 그들의 주장을 홍보하고 각종 방법에 의한 호소로 설득활동을 벌이는 것은 관람이나 협력 여부의 결정을 상대방의 자유로운 판단에 맡기는 한 허용된다고 할 것이고, 그로 인하여 공연기획사의 일반적 영업권 등에 대한 제한을 가져온다고 하더라도 이는 시민단체 등의 정당한 목적수행을 위한 활동으로부터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현상으로서 그 자체에 내재하는 위험이라 할 것이므로 시민단체의 간부들의 그와 같은 활동이 위법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나, 공연기획사가 관계당국으로부터 합법적으로 공연개최허가를 받고 은행과 적법하게 입장권판매대행계약을 체결한데 대하여 시민단체의 간부들이 위 은행에게 공연협력의 즉각 중지, 즉 공연기획사와 이미 체결한 입장권판매대행계약의 즉각적인 불이행을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아니할 경우에는 은행의 전 상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겠다는 경제적 압박수단을 고지하여 이로 말미암아 은행으로 하여금 불매운동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우려하여 부득이 본의 아니게 공연기획사와 체결한 입장권판매대행계약을 파기케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면 이는 공연기획사가 은행과 체결한 입장권판매대행계약에 기한 공연기획사의 채권 등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하여야 할 것이고, 그 목적에 공익성이 있다 하여 이러한 행위까지 정당화될 수는 없는 것이다.
【참조조문】
편집민법 제390조, 제750조
【참조판례】
편집대법원 1975. 5. 13. 선고 73다1244 판결(공1975, 8457) 대법원 1994. 11. 11. 선고 94다22446 판결(공1994하, 2361) 대법원 1995. 6. 16. 선고 94다35718 판결(공1995하, 2496)
【전 문】
편집【원고,상고인】 태원예능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수춘)
【피고,피상고인】 정광모 외 2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1998. 9. 1. 선고 98나18225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1. 원심판결의 요지
가. 사실관계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의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1) 원고는 1996년 10월 미국인 팝 가수 마이클 잭슨 내한공연을 개최한 공연기획사이고, 피고들은 뒤에서 보는 위 공연반대 공동대책위원회의 공동대표(정광모)와 간사(임영신, 권장희)이다.
(2) 원고는 위 공연을 1996. 10. 11.과 같은 달 13일 2회 개최할 예정으로, 1996. 7. 2. 공연윤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같은 달 6일 관할관청인 문화체육부 장관에게 공연개최 허가신청을 하였다.
(3) 원고의 위 공연개최에 대하여 사단법인 기독교윤리실천운동본부 등 50개의 시민·사회·종교단체들(이하 '시민단체 등'이라고 한다)은 위 공연이 거액의 출연료를 지불하게 되어 외화를 낭비하는 것이고, 입장료가 과다하여 청소년의 과소비를 조장할 뿐만 아니라 위 가수가 아동 성추행을 한 비행이 있기 때문에 내한공연을 하게 된다면 청소년들에게 도덕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연합하여 공연반대운동을 펼치기로 하여 1996. 7. 12. 피고 정광모 등 6인을 공동대표로 한 '마이클 잭슨 내한공연반대 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하였다.
(4) 위 공동대책위원회의 공동대표 또는 간사들인 피고들은 다른 공동대표와 참여 시민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① 1996. 7. 13.경 위 공동대책위원회의 명의로 위 공연에 대한 반대성명 발표하고, ② 1996. 7. 25.경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다수의 시민단체 회원을 동원하여 문화체육부 장관실, 문화체육부 공연예술과, 한국관광공사 사장실 및 업계지원부 국장실, 서울방송문화사업부 등을 상대로 위 공연 개최에 대한 항의전화걸기를 하고, ③ 1996. 7. 29.경 주식회사 금강기획과 현대그룹 본사 앞으로 위 회사가 원고와 위 공연에 공동주관사로 참여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에 항의하여 위 공연에 대한 후원계획을 철회하지 않으면 위 회사와 현대그룹이 생산하는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전개할 것이라는 내용의 서한을 위 공동대책위원회의 명의로 발송하여 위 회사로 하여금 위 공연에 공동주관사로 참여하는 것을 포기하고 자금대여 및 지급보증의 형태로 계약내용을 변경하기에 이르도록 하는 등의 일련의 반대운동을 펼쳤다.
(5) 문화체육부 장관은 1996. 7. 30. 위 공동대책위원회의 반대운동을 비롯한 사회의 반대여론 등을 감안하여 ① 자극적, 퇴폐적이거나 저속한 언행, 동작 등을 하지 말고 무대의상과 분장 등 공연 전반에 걸쳐 우리의 정서에 어울리도록 할 것, ② 중고등학생 이하의 청소년이 입장할 경우 가급적 보호자를 동반하도록 권유하는 안내문구를 입장권 뒷면에 기재할 것, ③ 청소년 대상 입장료는 가급적 하향 조정하고, 소비심리를 자극하는 지나친 홍보는 자제할 것 등 11가지의 조건을 붙여 원고의 위 공연개최를 허가하였다.
(6) 피고들은 문화체육부 장관의 위 공연 허가에도 불구하고 그 반대운동을 계속하여, ① 1996. 7. 30. 위 공동대책위원회의 명의로 문화체육부의 위와 같은 공연 허가에 대한 비난성명을 발표하고, ② 1996. 8. 5.경 위 공연의 중계가 예상되는 서울방송(S.B.S.) 앞으로 공연을 중계하는 등 위 공연개최에 협력하면 서울방송 프로그램의 시청거부운동을 전개하겠다는 취지의 서한을 보내고, ③ 1996. 8. 20.경 원고와 경호용역계약을 체결하려던 한국보안공사(CAPS) 및 손해보험협회 등에게 원고와 위 공연에 필요한 계약을 체결하면 불매운동을 전개하겠다는 취지의 서한을 보내 이를 받은 위 한국보안공사와 동부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등으로 하여금 원고와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회신을 위 공동대책위원회에게 보내기에 이르도록 하였다.
(7) 원고는 위 공연의 입장권을 판매하기 위하여 1996. 8. 21.경 주식회사 서울은행 및 주식회사 한일은행과 입장권판매대행계약을 체결하였는바, 피고들은 위 각 은행에 대하여도 같은 달 23일경 위 공연의 폐해와 이에 대한 반대운동의 취지 및 반대운동의 호응도 등에 대한 설명과 함께, '입장권 판매를 즉각 취하'할 것을 요청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장권을 계속 예매할 경우에는 '전 국민적 차원에서 은행의 전 상품 불매운동에 들어갈 예정'임을 밝히는 한편, '이에 대한 은행들의 공식입장을 8월 27일까지 연락해 주기 바라고 연락이 없을 경우 계속진행으로 알고 즉각 불매운동을 전개하겠다'는 문언이 들어 있는 '마이클 잭슨 공연 티켓예매에 관한 취소요청 건'이라는 제목의 서한을 위 공동대책위원회의 명의로 보냈다.
(8) 위와 같은 서한을 받은 한일은행은 같은 달 27일경 원고에게, '위 공동대책위원회로부터 입장권 예매의 즉각적인 취소와 그 거절시 위 은행 상품의 불매운동 등 강력한 대응을 하겠다는 공문을 공식적으로 접수하였는바, 위 은행 상품에 대한 불매운동은 은행의 경영과 업무에 중대한 손실을 입힐 우려가 있고 다수의 고객 이탈 등을 초래하게 될 것이므로 은행으로서는 이러한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입장권 예매를 대행할 수 없어 원고와 체결한 입장권판매대행계약을 취소한다'는 취지의 통지서를 보냈고, 서울은행도 그 무렵 원고에게 같은 취지로 '마이클 잭슨 내한공연 관람권 예매수납대행 취소 결정 통지서'를 보냈다.
(9) 이에 따라 원고는 부득이 임시 직원을 고용하여 직접 입장권을 판매하는 등 다른 방법으로 입장권을 판매하여 예정대로 1996. 10. 11.과 같은 달 13일 위 공연을 개최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고는 이 사건 청구원인으로서, 피고들은 원고와 위 입장권판매대행계약을 체결한 위 각 은행에 대하여 위와 같이 입장권을 판매하지 말도록 요청하고, 이에 따르지 아니할 경우 위 각 은행의 전 상품에 대하여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경고하여 위법하게 위 각 은행으로 하여금 위 입장권판매대행계약을 이행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원고에게 입장권 판매를 위하여 추가로 비용을 지출케 하는 재산적 손해 및 이에 따른 정신적 고통을 입게 하는 불법행위를 하였으므로 피고들은 원고의 위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였는바, 이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들의 위와 같은 행위는 통상 시민단체가 취할 수 있는 전형적인 운동방법의 하나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법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그러한 행위로 인하여 위 각 은행의 의사결정의 자유가 본질적으로 침해당한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일반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 시민단체의 행위범위 안에 속하거나 적어도 상대방의 수인범위 안에 속하여 위법하다고 볼 수 없고, 또한 위 각 은행이 원고와의 위 계약을 취소하기로 한 것은 피고들이 보낸 위 서한으로 인하여 불가피하게 내린 결정이었다기보다는 스스로 입장권판매대행에 의한 이익과 시민단체의 불매운동으로 인한 영업손실을 비교 교량하여 독자적인 영업판단에 따라 선택한 결과로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들의 공연반대행위와 위 각 은행의 입장권판매대행 중단으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 사이에 직접적 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도 없다고 하여 원고의 청구를 모두 배척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시민단체 등의 공익목적수행을 위한 정당한 활동은 바람직하고 장려되어야 할 것이나 그러한 목적수행을 위한 활동이라 하더라도 법령에 의한 제한이나 그러한 활동의 자유에 내재하는 제한을 벗어나서는 안될 것이고, 그러한 활동의 자유의 한계는 그들이 반대의 대상으로 삼은 공연 등의 내용 및 성격과 반대활동의 방법 및 정도 사이의 상관관계에서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 원고가 기획한 공연에 피고들의 주장과 같은 부정적인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나 그렇다고 하여 그것이 법에 저촉된다거나 반사회적인 것이라고 할 수는 없고, 오히려 관계당국인 문화체육부가 공연윤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일부 부정적 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조건을 붙여 합법적으로 허가해 준 것이다. 그리고 원고가 위 각 은행과 체결한 입장권판매대행계약 또한 적법한 것으로서 그 계약에 기한 원고의 권리도 보호받아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들에 비추어 볼 때 피고들이 그들의 공익목적을 관철하기 위하여 일반시민들을 상대로 공연관람을 하지 말도록 하거나 위 각 은행 등 공연협력업체에게 공연협력을 하지 말도록 하기 위하여 그들의 주장을 홍보하고 각종 방법에 의한 호소로 설득활동을 벌이는 것은 관람이나 협력 여부의 결정을 상대방의 자유로운 판단에 맡기는 한 허용된다고 할 것이고, 그로 인하여 원고의 일반적 영업권 등에 대한 제한을 가져온다고 하더라도 이는 시민단체 등의 정당한 목적수행을 위한 활동으로부터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현상으로서 그 자체에 내재하는 위험이라 할 것이므로 피고들의 그와 같은 활동이 위법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더 나아가 피고들이 위 각 은행에게 공연협력의 즉각 중지, 즉 원고와 이미 체결한 입장권판매대행계약의 즉각적인 불이행을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아니할 경우에는 위 각 은행의 전 상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겠다는 경제적 압박수단을 고지하여 이로 말미암아 위 각 은행으로 하여금 불매운동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우려하여 부득이 본의 아니게 원고와 체결한 입장권판매대행계약을 파기케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면 이는 원고가 위 각 은행과 체결한 입장권판매대행계약에 기한 원고의 채권 등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하여야 할 것이고, 그 목적에 공익성이 있다 하여 이러한 행위까지 정당화될 수는 없는 것이다.
원심은 위 각 은행이 원고와의 위 계약을 불이행한 것은 피고들의 요구에 의한 불가피한 결정이 아니라 독자적인 영업판단에 따라 스스로 선택한 결과로서 피고들의 공연반대행위와 직접적 인과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으나, 앞에서 본 사실관계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위 각 은행이 피고들로부터 불매운동의 고지를 포함한 계약파기 요구를 받은 직후 원고에 대하여 피고들의 불매운동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예상됨을 이유로 들어 부득이 계약을 이행할 수 없다고 통고한 사실을 알 수 있어, 위 각 은행이 내세운 그와 같은 이유가 명목상 내세운 구실에 불과할 뿐 진정한 이유는 불매운동과는 관계없이 위 각 은행 스스로의 반성적 고려에 의한 독자적인 결정임을 알아 볼 수 있는 사정이 심리되지 않고서는 피고들의 행위와 위 각 은행의 계약불이행 및 이로 인한 원고의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쉽게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들의 행위의 위법성을 부인하고 위와 같은 사정에 관한 심리도 없이 인과관계를 부정한 조치에는 불법행위에 있어서의 위법성이나 인과관계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할 것이고,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강국(재판장) 조무제 이용우(주심) 강신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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