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헌바10
97헌바10 약사법 부칙 제4조 제2항 위헌소원 판결기관: 헌법재판소 |
1997년 11월 27일 판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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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시사항】 1. 구 藥事法상 藥師에게 인정된 韓藥調劑權이 財産權인지 여부 (소극) 2. 韓藥師制度를 신설하면서 그 이전부터 韓藥을 調劑하여 온 藥師들에게 향후 2년간만 韓藥을 調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藥事法 (1994. 1. 7. 법률 제4731호) 附則 제4조 제2항이 職業의 自由의 本質的 內容을 侵害하는지 여부 (소극) 3. 위 法律條項이 信賴保護原則에 위배되는지 여부 (소극) 【결정요지】 1. 憲法 제23조 제1항 및 제13조 제2항에 의하여 보호되는 財産權은 私的有用性 및 그에 대한 원칙적 處分權을 내포하는 財産價値있는 具體的 權利이므로 구체적인 권리가 아닌 단순한 利益이나 財貨의 획득에 관한 기회 등은 재산권 보장의 대상이 아니라 할 것인바, 藥師는 단순히 의약품의 판매뿐만 아니라 의약품의 분석, 관리 등의 업무를 다루며, 藥師免許 그 자체는 讓渡ㆍ讓受할 수 없고 相續의 대상도 되지 아니하며, 또한 藥師의 韓藥調劑權이란 그것이 타인에 의하여 침해되었을 때 妨害를 배제하거나 原狀回復 내지 損害賠償을 請求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法律에 의하여 藥師의 지위에서 인정되는 하나의 權能에 불과하고, 더욱이 의약품을 판매하여 얻게 되는 이익 역시 장래의 불확실한 期待利益에 불과한 것이므로, 구 藥事法上 藥師에게 인정된 韓藥調劑權은 위 憲法條項들이 말하는 財産權의 범위에 속하지 아니한다. 2. 藥事法을 개정하여 韓藥師제도를 신설하면서 그 개정 이전부터 韓藥을 調劑하여 온 藥師들에게 향후 2년간만 韓藥을 調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藥事法 附則 제4조 제2항은 職業遂行의 自由를 제한하고 있기는 하나, 藥師라는 직업에 있어서 韓藥의 調劑라는 활동은 藥師職의 本質的인 구성부분으로서의 의미를 갖기보다는 예외적이고 부수적인 의미를 갖고 있었음에 불과하여 藥師가 韓藥의 調劑權을 상실한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 所得의 감소만을 초래할 뿐 藥師라는 본래적인 직업의 주된 활동을 위축시키거나 그에 현저한 장애를 가하여 사실상 藥師라는 직업을 포기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아니며, 또한 洋藥은 취급하지 않고 전적으로 韓藥의 調劑만을 하여 온 약사의 경우에도 그러한 활동은 藥師의 통상적인 직업활동으로 부터 벗어나는 예외적인 것에 지나지 아니하여 그들은 어느 때라도 아무런 제약없이 藥師들의 본래의 주된 활동인 이른바 “양”약사라는 직업을 재개할 수 있으므로, 위 法律條項은 職業의 自由의 本質的 內容을 侵害한다고 할 수 없다. 3. 法治國家의 원칙상 法律이 개정되는 경우에는 舊法秩序에 대하여 가지고 있던 당사자의 信賴는 보호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國民健康이라는 公共福利를 위하여 한약사제도를 신설한 藥事法 개정의 立法目的에 정당성이 인정되고, 韓藥의 調劑라는 활동이 藥師職의 本質的인 구성부분이 아닌 예외적이고 부수적인 구성부분이므로, 藥師들의 韓藥의 調劑權에 대한 信賴利益은 法律改正 利益에 절대적으로 우선하는 것이 아니라 적정한 猶豫期間을 규정하는 經過規定에 의하여 보호될 수 있는 것이라 할 것인바, 위 法律條項이 설정한 2년의 猶豫期間은 藥師들이 藥事法의 개정으로 인한 상황변화에 적절히 대처하고 그에 적응함에 필요한 상당한 기간이라고 판단되는 점에 또다른 經過規定으로 2년 이내에 韓藥調劑試驗에 합격하는 藥師에게 韓藥調劑權을 부여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러한 經過規定은 藥事法 개정 이전부터 韓藥을 調劑하여 온 藥師들의 信賴를 충분히 보호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재판관 조승형의 주문표시에 대한 別個意見 이 사건의 주문표시는 “심판청구를 기각한다”로 함이 상당하다. 청 구 인 이 ○ 자 대리인 변호사 배 병 호 당해사건 서울고등법원 96구5348 한약조제면허권존재확인 【참조조문】 憲法 제13조 제2항, 제15조, 제23조 제1항, 제37조 제2항 藥事法(1994. 1. 7. 법률 제4731호) 부칙 제4조 (藥師의 韓藥調劑에 관한 經過措置) ① 제21조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다음 各號의 1에 해당하는 者는 제21조 제7항의 規定에 準하여 韓藥을 調劑할 수 있다. 1. 이 法 施行당시 藥師免許所持者와 藥學을 專攻하는 大學을 卒業하고 藥師免許를 받지 아니한 者로서 各 이 法 施行日부터 2年 이내에 大統領令이 정하는 韓藥調劑試驗에 合格한 者(다만 韓藥調劑試驗은 韓藥免許를 취득한 후 응시하여야 한다) 2. 이 法 施行당시 藥學을 專攻하는 大學에 在學중인 者로서 保健社會部令이 정하는 韓藥關聯科目을 履修하고 卒業 후 2年 이내에 大統領令이 정하는 韓藥調劑試驗에 合格한 者(다만 韓藥調劑試驗은 藥事免許를 취득한 후 응시하여야 한다) ② 생략 【참조판례】 1. 1996. 8. 29. 선고, 95헌바36 결정 2, 3. 1995. 6. 29. 선고, 94헌바39 결정 【전문】 【주 문】
약사법
(1994. 1. 7. 개정 법률 제4731호)
부칙 제4조 제2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1962. 6. 28. 약사면허를 받은 후 1967. 7. 21. 부산 중구 ○○동 287의 4에서 실로암약국이라는 상호로 약국을 개설한 이래 현재까지 이를 운영하고 있는 약사로서, 1996. 7. 6.까지 한약을 조제하여 왔으나 약사법이 1994. 1. 7. 법률 제4731호로 개정되어 1994. 7. 7.부터 시행됨으로 인하여 한약사가 아닌 약사의 한약조제가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위 개정법률 시행당시에 1년 이상 한약을 조제해 온 약사는 시장 등의 확인을 받아 그 시행일로부터 2년간만 한약을 조제할 수 있게 되었다
(부칙 제4조 제2항)
. 그리하여 청구인은 위 2년간의 유예기간 이후에도 한약조제권이 있다고 주장하며 서울고등법원에 한약조제면허권의 존재확인을 구하는 행정소송
(96구5348)
을 제기함과 아울러 그 재판의 전제가 된 위 부칙 조항이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박탈금지, 행복추구권, 평등권, 직업선택의 자유 등에 관한 헌법의 각 규정에 위반된다 하여 위헌제청
신청
(96부460)
을 하였으나, 서울고등법원은 1997. 1. 16. 청구인의 청구를 기각함과 동시에 위헌심판제청신청을 기각하였고, 청구인은 같은 달 25. 그 기각결정문을 송달받고 1997. 2. 3. 적법하게 이 사건 심판청구를 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따라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약사법
(1994. 1. 7. 개정 법률 제4731호, 이하 이 사건 법률이라 한다)
부칙 제4조 제2항
(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고 한다)
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고, 위 조항 및 관련규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부칙 제4조
(약사의 한약조제에 관한 경과조치)
② 이 법 시행당시 1년 이상 한약을 조제해 온 약사로서 시장ㆍ군수 또는 구청장의 확인을 받은 자는 제21조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이 법 시행일로부터 2년간 제21조 제7항의 규정에 준하여 한약을 조제할 수 있다.
제21조
(의약품의 조제)
① 약사 및 한약사가 아니면 의약품을 조제할 수 없으며, 약사 및 한약사는 각각 면허의 범위안에서 의약품을 조제하여야 한다. 다만, 약학을 전공하는 대학의 학생은 보건사회부령이 정하는 범위안에서 의약품을 조제할 수 있다.
② 내지 ⑥ 생략
⑦ 한약사가 한약을 조제할 때에는 한의사의 처방전에 의하여야 한다. 다만, 보건사회부장관이 정하는 한약처방의 종류 및 조제방법에 따라 조제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2. 청구인의 주장과 이해관계인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요지
(1) 한약의 조제권은 약사법 제정 이래 약사의 당연한 권리로 인
정되어 왔고, 청구인 또한 약국을 개설한 이래 30여년간 줄곧 한약만을 조제하면서 전문 직업인으로서 자아를 실현하여 왔는데, 이 사건 법률조항이 종래 한약을 조제하여 온 약사에 대하여 그 시행일로부터 2년이 되는 날까지만 한약을 조제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이후에는 이를 못하게 함으로써 국가시험의 합격을 통하여 적법하게 취득한 약사의 한약조제면허권을 아무런 이유 없이 박탈하는 것은 과거의 예가 없는 처음 있는 일로서 약사의 기본권인 행복추구권과 직업선택의 자유권을 침해하는 것임과 동시에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박탈 금지규정을 위반하였다.
(2) 한방과 양방의 의료이원화 정책의 실시에 맞추어 약사제도를 이원화함이 상당하다고 하더라도 청구인과 같이 수십년간 한약을 조제하여 온 약사들과 양약만을 취급하여 온 일반 약사들은 서로 명백히 구별되므로, 한약을 실제 조제하여 온 약사들의 기득권을 인정하는 것이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한다는 평등의 원칙에도 부합한다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반하여 일반 약사와 동일하게 한약의 조제권을 박탈하는 것은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다.
(3) 기왕에 한약을 조제하여 온 약사에게 있어서 한약을 조제하는 것은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 내용에 해당하므로, 비록 유예기간을 둔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법률 조항이 한약의 조제권을 박탈한 것은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침해임에 틀림없다. 그러하지 아니한다고 하더라도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은 입법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정성, 피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을 요구하는 과잉금지의 원칙을 준수하여야 할 것인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청
구인에게는 생업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므로 기본권제한의 최소성의 원칙에도 부합하지 아니한다.
(4) 비록 이 사건 법률 부칙 제4조 제1항이 그 시행일로부터 2년 내에 기존의 약사면허소지자가 소정의 한약조제시험에 합격하는 경우 한약을 조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시험이란 능력과 권리를 인정받지 못한 사람이 새로 자격을 취득하기 위하여 치르는 것이므로 한약을 조제하여 온 기존 약사들에게 한약조제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기득권이 박탈되었다는 결과는 달라질 수 없다.
나. 법원의 위헌제청신청기각 이유요지
신청인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고만 할 뿐 구체적인 이유를 설시하고 있지 아니하다.
다. 보건복지부장관의 의견
의료에 있어 한방과 양방은 기본원리와 의료방법을 달리하고 있으므로 주로 양방교육만을 받은 약사들이 적절한 자격검증도 없이 한약을 조제하는 것은 국민보건을 위하여 바람직하지 아니하다는 점을 감안하여 한약조제의 전문화를 꾀하고 한약의 과학적 발전을 도모하여 궁극적으로는 국민보건의 향상이라는 공공복리를 추구하기 위하여 약사법을 개정하여 한약사제도를 실시하는 것으로서, 이 사건 법률은 그 동안 한약을 조제하여 온 약사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2년간 계속 한약을 조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 뿐만 아니라 이와 별도로 그 부칙 제4조 제1항에서 기존 약사가 2년 내에 한약조제시험에 합격할 경우에는 한약조제자격증을 부여하여 한약사와 동등하게 종신적으로 한약을 조제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는 등 기존 약사의 기득권 보호에 만전을 기하고 있으며, 실제로 3회에 걸쳐 실시된 한약조제시험에서 응시자의 약 93%가 합격하는 등 한약을 조제하여 온 약사 대다수가 한약조제시험을 통하여 한약조제자격을 취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약사의 한약조제권도 국민보건의 향상이라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범위내에서는 그 본질적인 내용이 침해되지 않는 한 제한될 수 있다 할 것이고, 위 한약조제시험이라는 구제절차와 함께 2년이라는 상당한 유예기간을 두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기존 약사의 한약의 조제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위헌이라는 청구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판 단
가. 쟁 점
이 사건 법률에 의하여 향후 약사들로부터 한약조제권을 박탈하는 것은 약사의 기본권인 직업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할 것인데, 이 사건 법률 이전부터 한약을 조제하여 온 약사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이 사건 법률의 시행일부터 2년간만 한약을 조제할 수 있도록 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기존 약사들의 한약의 조제권에 대한 신뢰이익의 보호에 충분하여 비례의 원칙
(과잉금지의 원칙)
을 준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쟁점이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쟁점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먼저 약사법 제정 이래 약사에게 한약조제권이 인정되어 왔는가, 만약 약사가 법률해석상 한약조제권을 가진다면 이 사건 법률
(개정)
로 약사의 한약조제권을 제한하는 것이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 박탈금지 원칙에 위배되는
것인가 하는 문제를 검토한 후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상 법치국가의 원칙에서 도출되는 신뢰이익보호원칙에 충실한가를 검토하여야 할 것이므로, 순차로 살핀다.
나. 약사의 이 사건 법률이전의 한약조제권 보유 여부
(1) 약사법상의 한약관련규정에 관한 연혁
1953. 12. 18. 제정된 약사법은 의약품의 개념과 한약의 개념, 한의사, 한약종상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제정 약사법 제2조 제4항은 의약품의 개념을 “본법에서 ‘의약품’이라 함은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물품을 말한다. 1. 대한약전 또는 국정처방서에 수재된 것 2. 한약, 신의약품 또는 이와 유사한 것으로서 인체 또는 동물의 질병의 진단, 치유, 경감, 처치, 예방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 3. 인체 또는 동물의 구조기능에 약리학적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 4. 전 각호에 기재된 의약품의 일부로서 사용되는 것”으로 정의하고
(1963. 12. 13. 법률 제1491호로 개정할 때에 제1호 중 “또는 국정처방서”를 삭제하였음)
, 같은 제2조 제5항은 “본법에서 한약이라 함은 동물, 식물, 광물에서 채취한 것으로서 가급적 원형대로 건조, 단절 또는 정제된 생약을 말한다.”고 한약을 정의하고 있으며
(1963. 12. 13. 법률 제1491호로 개정할 때에 “가급적”을 “주로”로 개정하였음)
, 한약의 조제에 관하여, 한약종상
(漢藥種商)
은 환자의 요구에 응하여 기성한의서에 수재된 처방 또는 한의사의 처방전에 의하여서만 혼합판매할 수 있고
(제26조 제3항)
, 한의사는 자기가 치료사용하는 의약품에 한하여 자신이 조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다
(부칙 제59조)
.
이러한 제정 약사법은 일본이나 서양의 일원적 의료체계를 전제
로 한 외국의 입법례를 답습함으로써 우리의 고유한 전통 한약한방과 양약양방의 이원적 의료체계로 되어 있는 의료현실에 대한 배려를 충분히 하지 아니하였으며, 한약에 관한 규정은 위와 같은 일원적 법조문체계에 예외적인 것으로 삽입하는데 그쳐 전체적으로 조화있는 조문체계를 갖추지 못하게 되었다. 따라서 한약에 관한 정의 규정은 별도로 두면서도 의약품의 정의에는 한약을 포함시키고
(제2조 제4항 제2호)
약사가 아니면 의약품을 조제할 수 없다
(제18조)
고 규정하면서도, 한약종상
(漢藥種商)
의 한약혼합판매권을 인정하고
(제26조 제3항)
, 한의사는 자기가 치료사용하는 의약품에 한하여 자신이 조제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부칙 제59조)
, 일반 의약품과 한약의 관계, 약사법 규정의 한약에 대한 적용 한계 및 한약의 관리주체를 명확히 규정하지 아니하여, 약사법상
(특히 약사의 한약조제권에 관한 해석상)
한약에 대한 특별 취급의 한계에 관하여 해석상 이론
(異論)
의 여지를 남겨 놓았고 이러한 불명확한 규정형식은 이 사건 법률 이전까지 계속되어 약사와 한의사, 한약사간의 이른바 한약분쟁의 원인이 되었다.
그후 1963. 12. 13. 법률 제1491호로 약사법이 전문개정되었으나 한약과 직접 관련되는 사항은 거의 없었다. 다만 약사의 의약품조제권을 규정한 법 제21조에 “약사는 의사, 치과의사 또는 수의사의 처방전에 의하여 의약품을 조제하여야 한다”는 제3항을 신설하였고
(한의사는 제외됨)
, 종전에 약사는 처방전을 발행한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또는 수의사의 동의없이 처방을 변경하거나 수정하여 조제할 수 없다고 한 제정 약사법 제20조 규정에서 “한의사” 부분을 삭제하였다
(제23조 제1항)
.
1965. 4. 3. 법률 제1694호로 개정되면서, 의약품에 한약이 포함된다는 규정
(법률 제1491호 제2조 제4항 제2호 중 괄호부분)
이 삭제되고 제23조 제1항에 한의사가 다시 추가되었다. 의약품의 정의규정에서 한약이 삭제됨으로써, 한약을 의약품에서 제외하여 특별하게 취급하고 있다는 주장이 있으나 개정이유는 약품의 발전에 따라서 한약도 의약품이라 하여 동일하게 취급하기 위함에 있었다는 것이었다.
1971. 1. 13. 법률 제2279호로 개정되면서 기존의 약종상, 한약종상, 매약상이 통합되어 그 명칭이 한약업사로 변경되었다.
한편 1980. 3. 22. 보건복지부령 제642호로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제7조 제1항 제7호가 신설되어 “약국에는 재래식 한약장 이외의 약장을 두어 이를 청결히 관리할 것”이라고 규정되었다가, 1992. 6. 30. 보건복지부령 제891호로 위 시행규칙조항 일부가 개정되고, 1993. 3. 5. 보건복지부령 제902호로 위 시행규칙조항이 삭제됨으로써 대규모 한약분쟁이 촉발되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 1994. 1. 7. 다시 이 사건 법률로 개정되면서, 제2조 제2항에 “약사라 함은 한약에 관한 사항을 제외한 약사
(藥事)
에 관한 업무
(한약제제에 관한 사항을 포함한다)
를 담당하는 자, …… 한약사라 함은 한약 및 한약제제에 관련된 약사
(藥事)
를 담당하는 자……”라고 규정되었고, 제21조 제1항 중에 “약사와 한약사는 각각 그 면허의 범위안에서 의약품을 조제하여야 한다”라고 규정됨으로써, 향후 약사의 한약조제가 원칙적으로 금지되었고, 대신 한약사제도가 신설되었으며,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정되기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현행법에 의하면 약사의 한약조제는 원칙적으로 금
지되어 있고, 다만 예외적으로 약사의 한약취급이 허용될 뿐이다.
(2) 약사법 개정 이전 약사의 한약조제권
1994. 1. 7. 이 사건 법률로 개정되기 이전에 약사가 한약조제권을 보유하고 있었느냐 하는 점에 관하여는, 제정 약사법 이래 약사법의 입법취지가, 한약을 취급할 수 있는 한의사, 약사, 한약업사
(한약종상)
등 세 직종 가운데 원칙적으로는 약사에게 한약에 대한 조제권이 있고 예외적으로 한약업사로 하여금 환자의 요구가 있을 때에 한하여 기성한약서나 한의사의 처방에 의하여서만 혼합판매하는 것을 허락한 것으로 볼 것인지
(약사업계의 주장)
, 아니면 우리나라의 실정상 약사가 한약을 조제하는 경우를 예상하지 아니하고 한약의 취급은 한의사와 한약업사가 담당하는 것으로 전제하되 법조문의 체계상 단순히 약사가 아니면 의약품을 조제할 수 없다는 규정을 둔 것으로 볼 것인지
(한의, 한약업계의 주장)
에 따라 그 견해가 달라진다.
의약품 체계의 일원화를 강조하거나 오늘날 양약과 한약의 명확한 구분이 어려운 영역도 발생하고 있는 점, 그리고 형식적인 법조문의 해석을 중시하면 전자의 견해가 타당한 것처럼 보이나, 한약에 관한 규정을 별도로 두고 약사법 중 의약품의 제조와 관리에 관한 여러 조항은 사실상 한약에 관하여는 적용되지 아니하는 점, 그리고 한약의 독자성과 양방과 한방을 구분하여온 국민의 의식과 현실을 고려하면 후자의 입장도 설득력이 있다.
살피면, 우리재판소는 1991. 9. 16. 선고, 89헌마163 결정에서, “현행 약사법 체계에 의하면 한약을 비롯한 일체의 의약품에 대하여 약사에게 한약조제권을 주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한약업사
에게는 약사에 대한 관계에서 한지적ㆍ보충적인 직종으로 하였으나……
”라고 판시하여 약사에게 한약에 대한 조제권이 있다는 견해를 밝힌바 있고, 대법원 역시 “약사법 제21조 제1항 …… 에서
말하는 ‘조제’라고 함은 일정한 처방에 따라서 두 가지 이상의 의약품을 배합하거나 한 가지의 의약품을 그대로 일정한 분량으로 나누어 특정한 용법에 따라 특정인의 특정된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것 등을 목적으로 사용되도록 약제를 만드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서, 한약을 혼합하여 특정인의 특정 질병에 대한 약재를
만드는 것도 일반적으로는 위와 같은 조제의 개념에 포함된다. …… 한약업사는 약사가 아니기 때문에 일반적인 의약품은 조제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기는 하지만, …… 한약은 …… 보건위생상 특별한 주의를 요할 위험성이 다른 의약품에 비하여 적다는 특수성과 고래로부터 전하여 온 한약의 판매에 관한 관행을 감안하여 약사법 제36조 제2항이 일정한 요건 아래서 약사의 조제능력에 해당하는 혼합판매능력을 한약업사에게 부여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라고 판시하여 같은 견해를 취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이 한약사제도를 신설하여 약사의 한약조제를 금지하는 한편 한약사로 하여금 한약의 조제를 담당하게 하면서도, 이 사건 법률조항이 기존의 약사 및 약학대학생 중 한약조제시험에 합격한 자에게 한약의 조제권을 인정함과 아울러 과거 1년 이상 한약을 조제하여 온 약사에게 2년의 유예기간 동안 한약을 조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 것은, 개정전의 약사법 해석상으로는 약사에게 한약조제권이 있다는 견해를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 침해 여부
헌법 제23조 제1항은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하고 있으며, 헌법 제13조 제2항은 소급입법에 의한 국민의 재산권 박탈을 금지하고 있는바, 이 사건의 경우는 약사의 종전 한약조제권이 과연 위 헌법조항들이 말하고 있는 재산권에 해당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살피면, 위 헌법조항들에 의하여 보호되는 재산권은 사적유용성 및 그에 대한 원칙적 처분권을 내포하는 재산가치있는 구체적 권리이므로 구체적인 권리가 아닌 단순한 이익이나 재화의 획득에 관한 기회 등은 재산권 보장의 대상이 아니라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 1996. 8. 29. 선고, 95헌바36 결정 참조)
. 그런데 약사면허는 약국의 개설과 관련하여 약품의 판매, 조제 등으로 경제적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적 가치와 무관하다고 볼 수는 없으나, 약사는 단순히 의약품의 판매뿐만 아니라 의약품의 분석, 관리 등의 업무를 다루며, 약사면허 그 자체는 양도ㆍ양수할 수 없고 상속의 대상도 되지 아니한다. 또한 약사의 한약조제권이란 그것이 타인에 의하여 침해되었을 때 방해를 배제하거나 원상회복 내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이른바 권리
(청구권)
가 아니라, 법률에 의하여 약사의 지위에서 인정되는 하나의 권능에 불과하다. 더욱이 의약품을 판매하여 얻게 되는 이익이란 장래의 불확실한 기대이익에 불과한 것이다.
그렇다면 약사의 한약조제권은 위 헌법조항들이 말하는 재산권의 범위에 속하지 아니한다 할 것이므로 위 한약조제권이 재산권임을 전제로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 침해라고 주장하는 청구인의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할 것이다.
라. 직업의 자유 침해와 신뢰이익보호원칙의 준수여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약사의 한약조제권을 제한한 것이라면, 그것이 직업의 자유와 관련하여 이를 제한하는 것이 아닌가, 만약 그렇다면 신뢰이익보호원칙을 준수하지 않는 등 기본권제한입법의 한계를 일탈하여 위헌인가, 아니면 입법재량의 범위에 속하는 것으로서 헌법상 허용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점이 문제된다.
(1) 직업의 자유
헌법 제15조는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는 직업결정의 자유, 전직의 자유, 직업종사
(직업수행)
의 자유 등을 그 내용으로 하는 종합적이고 포괄적인 직업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해석된다. 한편 직업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기본권제한입법의 한계조항인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만 제한할 수 있으며, 그 경우에도 직업의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은 침해할 수 없는바, 이는 국민의 기본권의 제한은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제한이 불가피한 경우에 한하여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는 비례의 원칙
(과잉금지의 원칙)
을 표현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다만 직업의 자유를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까지 제한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우리재판소는 직업결정의 자유나 전직의 자유에 비하여 직업종사의 자유에 대하여는 상대적으로 더욱 넓은 법률상의 규제가 가능하다 할 것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 1993. 5. 13. 선고, 92헌마80 결정 참조)
.
(2) 직업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침해인지 여부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개정 이전부터 한약을 조제하여 온 약사
들에게 향후 2년간만 한약을 조제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이후는 이를 금지함으로써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고 보인다. 이러한 제한이 직업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침해라고 할 수 있는지가 우선 문제된다. 만약 본질적 내용에 대한 침해라면 한약사 제도의 실시에 불구하고 기존 약사들의 한약조제권은 계속 보호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약사에게 이제까지 법적으로 한약의 조제권이 인정되었다고 해석하더라도, 그러한 권리가 무제한적이고 일반적인 것이었다고 말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약사라는 직업에 있어서 한약의 조제라는 활동은 약사직의 본질적인 구성부분으로서의 의미를 갖기보다는 예외적이고 부수적인 의미를 갖고 있었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 약사들은 한약과 관련된 지식과 능력에 대한 객관적 검증이 충분하지 못한 상태에서 제한적ㆍ예외적으로 한약을 조제하여 왔으며, 국민들의 일반적인 인식도 이러하였다. 많은 약사들에게는 양약의 조제가 그 직업활동의 주요 내용을 이루었고, 한약의 조제는 양약의 조제에 부수되는 활동에 지나지 않았다. 약사가 한약의 조제권을 상실한다고 하더라도 그의 삶의 기초가 되는 소득의 감소가 어느 정도 있을 수는 있으나, 약사라는 본래적인 직업의 주된 활동을 위축시키거나 그에 현저한 장애를 가하여 사실상 약사라는 직업을 포기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도 아니다.
이러한 사정은 청구인처럼 약사자격을 가지고서 양약은 취급하지 않고 전적으로 한약의 조제만을 하여 온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청구인과 같은 자들이 앞으로 약사자격만으로는 한약조제의 직업활동을 과거와 같이 영위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직업활동의 내용은 약사의 통상적인 직업활동으로 부터 벗어나는 예외적인 것에 지나지 않으며, 그들은 어느 때라도 아무런 제약없이 약사들의 본래의 주된 활동인 이른바 “양”약사라는 직업을 재개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그들의 본연의 직업활동의 가능성이 모두 박탈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직업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고 있다 할 수는 없다.
(3) 법률의 개정과 신뢰이익의 보호
(가) 직업의 자유가 보장된다고 하여 입법자가 이미 형성된 직종을 언제까지나 고수하여야 하거나 허가요건이 다른 유사한 직종을 계속 병존시켜야 한다면 공익상의 필요에 의한 직업의 개혁이나 제도의 개혁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서로 유사한 직종을 통합하거나 새로운 직종을 신설함에 있어서 기존 종사자들에 대하여 비례의 원칙
(과잉금지의 원칙)
에 위반되는 방법을 취하지 아니하는 한, 입법권은 직업개혁의 영역에서 광범위한 입법형성의 자유를 가지는 것이라 할 것이다. 우리재판소는 1996. 4. 25. 선고, 94헌마129, 95헌마121
(병합)
결정에서, 입법부가 일정한 전문분야에 관한 자격제도를 마련함에 있어서 그 제도를 마련한 목적을 고려하여 정책적인 판단에 따라 자유롭게 제도의 내용을 구성할 수 있고, 그 내용이 명백히 불합리하고 불공정하지 아니하는 한 원칙적으로 입법부의 정책적 판단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고, 특히 약사와 관련하여서는, 양약의 경우에는 약사에게, 한약의 경우에는 한약사에게 각 전속적으로 조제권을 부여함으로써 양약과 한약의 조제업을 양분하는 문제는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을 가진 입법자가 국
민보건향상이라는 공공복리를 고려하여 합목적적으로 정할 입법정책상의 재량사항에 속하는 것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 1991. 9. 16. 선고, 89헌마163 결정;같은 날 선고, 89헌마231 결정 참조)
.
그러나 법률이 개정되는 경우에는 기존 법질서와 사이에 어느 정도의 이해관계의 상충이 불가피하며 이 경우 구법질서에 대하여 가지고 있던 당사자의 신뢰는 보호되어야 한다. 우리재판소는 1995. 6. 29. 선고, 94헌바39 결정에서, 법률의 개정시 구법질서에 대한 당사자의 신뢰가 합리적이고도 정당하며 법률의 개정으로 야기되는 당사자의 손해가 극심하여 새로운 입법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이 그러한 당사자의 신뢰의 파괴를 정당화할 수 없다면 그러한 새 입법은 신뢰보호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고 하면서, 이러한 신뢰이익보호원칙의 위배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는 한면으로는 침해받은 이익의 보호가치, 침해의 중한 정도, 신뢰가 손상된 정도, 신뢰침해의 방법 등과 다른 한면으로는 새 입법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을 종합적으로 비교ㆍ형량하여야 하며, 이는 헌법상 법치국가의 원칙으로부터 도출되는 신뢰이익보호의 원리라고 판시하여 이 점을 명백히 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 이전부터 한약을 조제하여 온 약사들이 가지고 있었던 한약의 조제권에 대한 신뢰를 보호하는 것이 우리 헌법에 구현되어 있는 법치국가원리의 관점에서 요청된다고 할 것이고, 그 보호 여하가 비례의 원칙의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신뢰가 절대적으로 보호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어느 정도 신뢰가 보호되어야 할 것인가의 문제는 법개정에 의하여 야기되는 신뢰의 손상이 약사 및 약사직업에
갖는 의미와, 그 개정입법이 공익의 실현과 관련하여 갖는 의미를 상호 비교형량하여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나) 이 사건 법률의 입법 목적은, 우리 나라의 의료제도가 양방과 한방으로 이원화되어 있으며 양약과 한약은 그 이론체계가 다르고 약학대학의 교과과정도 한약이나 한약의 원리를 포괄하는 교육이 이루어지지 아니하였기 때문에, 약사가 한약을 임의조제하는 것을 계속 허용하는 경우 국민건강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으므로 이를 시정하여야 하며, 약사와 한의사 내지 한약업사 등 직종간의 마찰을 해소할 필요가 있고, 향후 한의학분야의 의약분업을 실현하기 위하여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을 뿐만 아니라, 한약의 전문화와 과학화를 촉진하기 위한다는 데에 있다.
그리고 한의학은 서양의 자연과학적인 분석방법에 기한 서양의학과는 달리 그 특유한 약리체계에 따라 경험을 토대로 한약재를 혼합 투여함으로써 질병의 원인제거와 그 치료에 응용하는 의학으로서, 서양의학과는 기본개념과 원리가 다르다는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한약은 바로 이러한 한의학의 토대 위에서 질병의 치료를 위하여 사용되는 약품이므로 같은 의약품이라 하더라도 양약과는 다른 취급을 하여 위와 같이 한방의 원리를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조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민족전통의 약학을 연구ㆍ발전시키기 위하여 한약사를 신설하고 한약사로 하여금 한약을 표준화하며 약성 독성검사를 하고 신약을 개발할 수 있도록 연구하게 하며, 한약조제를 전담하게 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을 제고할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된다.
그렇다면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증진하기 위하여 국민이 사용
하는 약의 관리는 국민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서 그 관리체계가 잘못되었다고 판단되는 경우 이를 바로잡는 것은 무엇보다도 시급한 국가목표의 하나라고 할 것이므로, 유사직종간의 마찰 해소, 국민건강의 제고, 한약의 과학화와 전문화를 도모하기 위한 이 사건 법률의 입법목적은 정당하다고 판단된다.
(다) 한편 한약의 조제라는 활동은 약사직의 본질적인 구성부분이 아닌 예외적이고 부수적인 구성부분이므로, 약사들의 한약의 조제권에 대한 신뢰이익은 법률개정 이익에 절대적으로 우선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고, 적정한 유예기간을 규정하는 경과규정에 의하여 보호될 수 있는 것이라 할 것이다.
그 경과규정에 해당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이제까지 한약을 취급하고 있었던 약사들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이 사건 법률 시행과 동시에 약사들의 한약 조제를 금지하는 급격하고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이 사건 법률 시행전 1년 이상 한약을 조제하여 온 약사로서 시장, 군수, 또는 구청장의 확인을 받은 자에게는 향후 2년간 한약조제권을 부여하고 있으며, 이 2년의 유예기간은 약사들이 약사법의 개정으로 인한 상황변화에 적절히 대처하고 그에 적응함에 필요한 상당한 기간이라고 판단된다.
이와 아울러 이 사건 법률은, 2년 이내에 한약사자격시험 중 단지 한약조제시험에 합격하는 약사에게 한약조제권을 부여하는 또다른 경과규정을 두고 있다
(부칙 제4조 제1항)
. 그에 따라 한약조제를 계속 하려는 약사들은 2년 이내에 한약조제시험에 합격하기만 하면 한약조제권을 계속 보유하게 되고, 그 한약조제권의 범위도 약사법 제21조 제7항이 준용되어 한의사의 처방전에 의하여야 하
거나 또는 한약처방의종류및조제방법에관한규정
(1994. 7. 8. 보건사회부 고시 제1994-26호로 제정되고 1995. 3. 15. 보건복지부 고시 제1995-15호로 개정됨)
에 의한 100가지 처방에 따를 경우 임의조제가 가능하도록 되어 있어 신설되는 한약사의 한약조제권의 범위와 차이가 없게 된다.
따라서 약사들이 한약조제시험에 합격할 경우에 이들의 한약의 조제능력에 관한 사회적 신뢰와 위신도 상승되고, 그 결과 이들이 경영하는 약국에서의 한약조제 의뢰의 증가와 그에 따른 소득의 증가라는 이익도 수반되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되는 반면, 기존 약사들이 한약조제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는 경우에 잃게 되는 한약의 조제권은 앞서 본바와 같이 약사직의 부수적인 의미를 갖는 것에 불과하며, 이를 상실한다고 하더라도 약사직을 아예 포기하도록 강제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도 아닌 점 등을 종합하여 고려하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설정한 한약조제 유예기간 및 한약조제시험 등에 관한 경과규정은 기존 약사들의 신뢰를 충분히 보호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즉 입법자는 한편으로는 한약을 취급하여 온 약사들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하여 이 사건 법률 시행 후 2년간은 계속하여 한약을 조제할 수 있도록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약사들이 종전의 한약 조제권에 대하여 갖는 신뢰이익이 갖는 의미에 비하여 국민건강이라는 중대한 공익의 보호가 월등히 중요하다는 정당한 평가에 기하여,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한약의 조제를 계속 수행할 수 있는 유자격 약사를 가리기 위하여 이 사건 법률 시행 후 2년 내에 간이화된 한약조제시험을 치르도록 하고 있으므로 충돌하는 사익과 공익
을 비례의 원칙에 적합하게 조정하고 있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라)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공공복리를 위한 그 입법 목적에 정당성이 있다고 할 것이고, 기존 약사들의 한약의 조제권에 대한 신뢰를 비례의 원칙에 합당하게 보호하고 있으므로 직업의 자유를 위헌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마. 청구인의 나머지 주장들에 관하여
(1) 평등권 침해 여부
청구인은, 청구인의 경우와 같이 수십년간 한약만을 조제하여 온 약사들과 양약만을 취급하여 온 일반 약사들은 서로 명백히 구별됨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한약을 조제하여 온 약사들로부터 일반 약사와 동일하게 한약의 조제권을 박탈하는 것은 평등권에 대한 침해라고 주장하나, 헌법 제11조가 규정하는 평등은 절대적 평등이 아니라 합리적인 근거에 기한 차별을 인정하는 상대적인 평등을 의미하며, 따라서 본질적으로 평등한 것을 자의적으로 불평등하게 취급하거나 본질적으로 불평등한 것을 자의적으로 평등하게 취급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것인바, 앞서 본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이 약사들의 한약조제권에 대한 신뢰이익의 보호에 충분할 정도로 유예기간을 설정하고 있다고 해석되는 이상 과거에 한약을 조제하여 온 약사와 일반 약사를 자의적으로 동일하게 취급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는 없으므로, 청구인의 위 주장은 부당하여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2) 행복추구권 침해 여부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청구인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나,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청구인의
재산권과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고, 직업의 자유의 제한과 관련하여서도 신뢰이익보호원칙, 비례의 원칙을 준수하고 있으므로, 이 조항이 포괄적이고 일반조항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어 청구인의 위 주장도 부당하여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바.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상의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 박탈금지규정을 어겼다거나 청구인의 평등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 할 수 없으며, 비록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청구인을 비롯한 약사들이 이 사건 법률조항이전부터 한약을 조제하여 온 직업의 자유를 제한받고 있으나 위 자유권의 본질적인 내용이 침해된 바 없으며 청구인 등 약사들의 한약조제권에 대한 신뢰이익의 보호에 부족함이 없는 등 과잉금지의 원칙을 준수하여 기본권제한의 한계를 일탈하지 아니하였다고 인정된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다음 5.와 같은 재판관 조승형의 주문표시에 대한 별개의견이 있는 이외에는 나머지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5. 재판관 조승형의 주문표시에 대한 별개의견
나는 주문표시중 “약사법
(…)
부칙 제4조 제2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심판청구를 기각한다”로 함이 상당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우리재판소가 1995. 10. 26. 선고한 92헌바45 군형법 제75조 제1항 제1호 위헌소원, 93헌바62 구 주택건설촉진법 제52
조 제1항 제3호 등 위헌소원, 94헌바7ㆍ8
(병합)
구 조세감면규제법 제62조 제3항 위헌소원, 95헌바22 징발재산정리에관한특별조치법 제20조 제1항 위헌소원, 94헌바28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 위헌소원의 각 사건 결정시에 주문표시에 관한 별개의견에서 상세하게 설명한 바와 같이,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7항, 제47조 소정의 기속력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합헌결정을 굳이 할 필요가 없으며, 이 사건의 경우는 국민이 위헌이라고 주장하여 심판을 청구하는 것이므로 그 뜻을 받아 들일 수 없는 결론 즉 합헌이라면 굳이 아무런 실효도 없이 국민이 청구한 바도 없는 “합헌”임을 주문에 표시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1997. 11. 27.
재판장 재판관 김 용 준
재판관 김 문 희
재판관 이 재 화
주 심 재판관 조 승 형
재판관 정 경 식
재판관 고 중 석
재판관 신 창 언
재판관 이 영 모
재판관 한 대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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