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유기 [대법원 1997. 8. 29., 선고, 97도675, 판결] 【판시사항】 [1] 직무유기죄에 있어서 '직무를 유기한 때'의 의미 [2] 직무유기죄가 즉시범인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형법 제122조 후단 소정의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를 유기한 때라 함은 직무에 관한 의식적인 방임 내지 포기 등 정당한 사유 없이 직무를 수행하지 아니한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공무원이 태만, 분망, 착각 등으로 인하여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아니한 경우나 형식적으로 또는 소홀히 직무를 수행하였기 때문에 성실한 직무수행을 못한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직무유기죄는 성립하지 아니한다.

[2] 직무유기죄는 그 직무를 수행하여야 하는 작위의무의 존재와 그에 대한 위반을 전제로 하고 있는바, 그 작위의무를 수행하지 아니함으로써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사실이 있었고 그 후에도 계속하여 그 작위의무를 수행하지 아니하는 위법한 부작위상태가 계속되는 한 가벌적 위법상태는 계속 존재하고 있다고 할 것이며 형법 제122조 후단은 이를 전체적으로 보아 1죄로 처벌하는 취지로 해석되므로 이를 즉시범이라고 할 수 없다.


【참조조문】

[1]

형법 제122조

[2]

형법 제122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83. 1. 18. 선고 82도2624 판결(공1983, 465),


대법원 1983. 12. 13. 선고 83도1157 판결(공1984, 215),


대법원 1994. 2. 8. 선고 93도3568 판결(공1994상, 1046),


대법원 1997. 4. 11. 선고 96도2753 판결(공1997상, 1510) /[2]

대법원 1965. 12. 10. 선고 65도826 판결(집13-2, 형63)


【전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조윤

【원심판결】 대전지법 1997. 2. 14. 선고 96노1890 판결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피고인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제1점에 대하여 원심판결이 명시한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그 판시와 같이 정당한 사유 없이 교통사고 수사직무를 유기하였음이 인정된다고 한 원심판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다만, 원심이 제1심판결의 범죄사실 중 이 사건 교통사고가 대전 중부경찰서 상황실에 신고되지 아니하였다고 하는 기재 부분도 그대로 인용하였음은 상고이유의 주장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원심에 제출된 신고사건처리부(공판기록 260쪽)의 기재 등에 비추어 볼 때 잘못이라고 할 것이나 이 사건 교통사고가 유천 1동 파출소 근무자에 의하여 상황실에 신고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판시 기재와 같이 피고인이 그 직무를 유기하였다고 인정함에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2. 제2점에 대하여 형법 제122조 후단 소정의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를 유기한 때라 함은 직무에 관한 의식적인 방임 내지 포기 등 정당한 사유 없이 직무를 수행하지 아니한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공무원이 태만, 분망, 착각 등으로 인하여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아니한 경우나 형식적으로 또는 소홀히 직무를 수행하였기 때문에 성실한 직무수행을 못한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직무유기죄는 성립하지 아니한다 고 할 것이고( 대법원 1994. 2. 8. 선고 93도3568 판결, 1997. 4. 11. 선고 96도2753 판결 등 참조), 이 직무유기죄는 그 직무를 수행하여야 하는 작위의무의 존재와 그에 대한 위반을 전제로 하고 있는바, 그 작위의무를 수행하지 아니함으로써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사실이 있었고 그 후에도 계속하여 그 작위의무를 수행하지 아니하는 위법한 부작위상태가 계속되는 한 가벌적 위법상태는 계속 존재하고 있다고 할 것이며 형법 제122조 후단은 이를 전체적으로 보아 1죄로 처벌하는 취지로 해석되므로 이를 즉시범이라고 할 수 없다 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65. 12. 10. 선고 65도826 판결 참조). 그런데 원심판결이 명시한 증거들과 검사 작성의 제1심 공동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 및 진술조서의 각 기재{원심은 위 각 조서에 대하여 피고인이 이를 증거로 함에 부동의하였고, 원진술자나 작성자인 제1심 공동피고인에 의하여 진정성립이 인정된 바 없다고 하여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하였으나 검사 작성의 공동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는 공동피고인이 그 성립 및 임의성을 인정한 이상 피고인이 이를 증거로 함에 부동의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증거능력이 있고( 대법원 1992. 4. 14. 선고 92도442 판결, 1995. 5. 12. 선고 95도484 판결, 1996. 3. 8. 선고 95도2930 판결 등 참조), 공동피고인이 검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성립의 진정과 임의성을 인정하였다가 그 뒤 법정에서 증인으로 증언을 하면서 이를 부인한 경우 그 조서의 증거능력이 언제나 없다고 할 수는 없고, 법원이 그 조서의 기재내용 및 형식, 조서를 작성하게 된 경위 등과 피고인의 법정에서의 범행과 관련된 진술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성립의 진정을 인정한 최초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고 보아 그 성립의 진정성립을 인정하는 때에는 그 피의자신문조서는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할 것인바( 대법원 1996. 3. 8. 선고 95도2930 판결, 1997. 5. 16. 선고 97도60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피고인은 제1심법원의 제1회 공판기일에 검사 작성의 제1심 공동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 및 진술조서를 증거로 함에 부동의하였으나 위 제1심 공동피고인는 그 성립의 진정과 임의성을 인정하여 이에 대한 증거조사가 마쳐진 후 피고인들은 제3회 공판기일에서 판사가 바뀌어 공판절차를 갱신함에 있어서도 증거조사의 결과에 대하여 별다른 의견을 표명한 바 없었고 위 제1심 공동피고인가 제5회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증언을 함에 있어 위 각 조서의 진정성립을 부인하는 취지의 진술을 하고 있으나, 위 각 조서는 위 제1심 공동피고인가 그 기재내용을 읽어 본 후 서명무인 및 간인한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이에 비추어 보면 위 각 조서는 그 성립의 진정을 인정한 위 제1심 공동피고인의 최초의 진술에 의하여 그 진정성립이 인정된다고 보여지므로 원심이 위 각 조서의 증거능력이 없다고 본 것은 잘못이라 할 것이다.}에 의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교통사고 당일 대전 중구 문화동 소재 나사렛병원에서 경사 최정철로부터 이 사건 교통사고처리를 인계받은 후 바로 공소외 제1심 공동피고인와 함께 사고 현장에 가서 현장조사를 하고 그 때 제1심 공동피고인로부터 그가 좌회전신호를 위반하여 이 사건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 같다는 말을 듣고도 같은 달 16. 17:00경 대전 중부경찰서 교통과 사고처리반에서 위 제1심 공동피고인로부터 위 이진수와 보험처리만 하고 사고처리는 하지 아니하기로 합의(같은 달 15. 합의하였음)하였으니 사고처리를 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이 사건 교통사고를 입건하여 수사하지 않은 사실, 피고인은 같은 달 21. 11:00경 위 중부경찰서를 방문한 제일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대전보상사무소 직원인 공소외 이호준으로부터 피해자 이진수가 이 사건 교통사고로 뼈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하고 위 나사렛병원에서 의식이 회복되어 사고 당일에 대전을지병원으로 전원되었는데, 위 제1심 공동피고인와 이진수가 서로 상대방이 신호를 위반하였다고 주장하여 예상보험금지급액 6,400만 원을 지급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고 하면서 위 교통사고를 정식 입건하여 수사하여 달라는 요청을 받았는데도 이를 거부하고 그대로 있다가 같은 해 12. 21.경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한 위 이진수가 위 교통사고를 신고하자 부랴부랴 위 제1심 공동피고인가 신호를 위반하여 이 사건 교통사고를 야기하였다고 하여 위 제1심 공동피고인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로 입건하고 뒤늦게 수사에 나서게 된 사실, 그런데 경찰청의 교통사고처리지침(수사기록 1권 407쪽) 제23조에 의하면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의 중요법규 10개항 위반 사고 등 공소권 있는 사고는 교통사고보고서 및 수사서류를 작성하여 가해자를 원칙적으로 24시간(단, 관계 증빙서류 필요시 48시간) 내 구속 또는 불구속 수사 여부를 결정·신병처리하고 수사기록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사실관계가 위와 같다면, 설사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당시 교통사고가 폭주하여 피고인의 교통사고 수사직무가 몹시 바빠 그 처리가 지연될 수밖에 없었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피고인은 태만, 분망, 착각 등으로 인하여 그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아니한 경우나 형식적으로 또는 소홀히 직무를 수행하였기 때문에 성실한 직무수행을 못한 것에 불과한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직무에 관한 의식적인 방임 내지 포기 등 정당한 사유 없이 교통사고 수사직무를 수행하지 아니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피고인이 위 제1심 공동피고인의 신호위반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수사에 착수하지 아니하고 그 후에도 그 작위의무를 수행하지 아니하는 위법한 부작위상태가 계속되어 그 가벌적 위법상태는 계속 존재한 것이므로 원심이 같은 취지로 피고인의 행위가 전체적으로 보아 1죄로서 직무유기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조치는 옳다고 여겨지고 거기에 상고이유가 지적하는 직무유기죄에 관한 법리오해나 심리미진, 이유불비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도 이유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관여 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훈(재판장) 박준서 김형선(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