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도1211
미성년자의제강제추행치상 [대법원 1997. 8. 22., 선고, 97도1211, 판결] 【판시사항】 [1] 공소기각판결에 대한 피고인의 상소이익 유무(소극) [2]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의 취지와 공소사실의 특정 정도
[3] 공소장에 범행의 일시를 "1996년 월일불상 11:30경"으로 기재하더라도 그 범행의 장소와 방법이 특정되어 기재된 경우, 공소사실이 특정된 것이라고 본 사례
【판결요지】 [1] 피고인을 위한 상소는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재판을 시정하여 이익된 재판을 청구함을 그 본질로 하는 것이므로 피고인은 재판이 자기에게 불이익하지 아니하면 이에 대한 상소권이 없다고 할 것인바, 공소기각의 판결이 있으면 피고인은 유죄판결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므로 그 판결은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재판이라고 할 수 없다. [2]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에서 공소사실의 특정요소를 갖출 것을 요구하는 법의 취지는 피고인의 방어의 범위를 특정시켜 방어권 행사를 쉽게 하려는 데에 있는 것이므로, 공소사실은 그 특정요소를 종합하여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구체적 사실을 다른 사실과 식별할 수 있는 정도로 기재하면 족한 것이고, 위 법규정에서 말하는 범죄의 '시일'은 이중기소나 시효에 저촉되지 않을 정도로 기재하면 되는 것이므로 비록 공소장에 범죄의 시일이 구체적으로 적시되지는 않았더라도 그 기재가 위에서 본 정도에 반하지 아니하고, 더구나 그 범죄의 성격에 비추어 그 시일에 관한 개괄적 표시가 부득이하며 또한 그에 대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없다고 보이는 경우에는 그 공소내용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
[3] 피해자가 공소제기 당시 5세 9개월에 불과한 아동으로 피해를 당한 정확한 일자를 표현·진술하지 못하고 있고, 피고인은 범행을 부인하고 있어, 검사는 피해자의 일부 진술과 다른 증거들을 기초로 범행의 일자는 1996년 초경부터 피해사실이 드러난 1996. 7. 15. 사이의 날로, 범행시각은 11:30경으로 가능한 한 특정하여 공소를 제기하였음을 알 수 있는 한편, 공소장에 범행의 장소와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는 점과 이 사건 범죄의 성격을 고려하면, 범죄의 시일을 위와 같이 기재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공소사실은 특정되어 있다고 본 사례.
【참조조문】
[1]
형사소송법 제327조 ,
제338조
[2]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
[3]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
【참조판례】
[1]
대법원 1983. 12. 13. 선고 82도3076 판결(공1984, 212),
대법원 1987. 6. 9. 선고 87도941 판결(공1987, 1167),
대법원 1988. 11. 8. 선고 85도1675 판결(공1988, 1546) /[2]
대법원 1989. 6. 13. 선고 89도112 판결(공1989, 1103),
대법원 1989. 12. 12. 선고 89도2020 판결(공1990, 311),
대법원 1991. 10. 25. 선고 91도2085 판결(공1991, 2878),
대법원 1994. 12. 9. 선고 94도1680 판결(공1995상, 531)
【전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및 검사
【변호인】 변호사 김기홍
【원심판결】 대구고법 1997. 4. 22. 선고 96노689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1. 먼저 피고인과 국선변호인의 각 상고이유를 함께 판단한다.
논지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음에도 원심이 무죄를 선고하지 아니하고 공소를 기각한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피고인을 위한 상소는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재판을 시정하여 이익된 재판을 청구함을 그 본질로 하는 것이므로 피고인은 재판이 자기에게 불이익하지 아니하면 이에 대한 상소권이 없다고 할 것인바, 공소기각의 판결이 있으면 피고인은 유죄판결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므로 그 판결은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재판이라고 할 수 없고( 대법원 1987. 6. 9. 선고 87도941 판결, 1988. 11. 8. 선고 85도1675 판결 각 참조), 따라서 피고인의 상고는 부적법하여 받아들일 수 없다.
2. 검사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과 원심판결의 요지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은 포항싱에서 미술학원을 운영하는 자로서, 1996년 월일불상 11:30경 같은 읍 용전동 소재 곡강천가에서, 피고인 소유의 다마스승합차에 위 학원의 학원생들을 태워 위 곡강천 부근의 태광전원아파트에 있는 놀이터에 가는 시간을 이용하여 학원생인 피해자를 추행하기 위하여, 피해자를 제외한 나머지 학원생들을 놀이터에서 놀게 하고 피해자를 위 차량의 운전석 옆좌석에 태워 인적이 드문 위 곡강천가로 데려가 차를 주차시킨 후, 피해자가 앉은 의자를 뒤로 눕히고 미리 준비한 수건으로 피해자의 얼굴을 가리고 하의를 완전히 벗긴 다음, 미리 준비한 물통에 든 물을 피해자의 음부에 붓고 입으로 피해자의 음부를 빨고, 피고인의 하의를 내려 피해자 앞에 앉은 자세로 성기를 꺼내어 피해자의 음부 주위를 문지르는 등의 방법으로 수십회에 걸쳐 미성년자인 피해자를 추행하고, 이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약 1주일간의 치료를 요하는 외음부염의 상해를 입게 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에 의하면 공소사실의 기재는 범죄의 시일, 장소와 방법을 명시하여 사실을 특정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 사건 미성년자의제강제추행치상죄는 행위시마다 1개의 범죄가 성립하는 것이므로, 위와 같은 공소사실의 기재로는 피고인이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을 정도로 범죄의 일시 및 그 횟수가 특정되어 있다고 할 수 없고, 따라서 위 공소사실은 구체적인 범죄사실의 기재가 없는 경우로서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공소를 기각하였다. (2) 이 법원의 판단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에서 위와 같이 공소사실의 특정요소를 갖출 것을 요구하는 법의 취지는 피고인의 방어의 범위를 특정시켜 방어권 행사를 쉽게 하려는 데에 있는 것이므로, 공소사실은 그 특정요소를 종합하여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구체적 사실을 다른 사실과 식별할 수 있는 정도로 기재하면 족한 것이고, 위 법규정에서 말하는 범죄의 '시일'은 이중기소나 시효에 저촉되지 않을 정도로 기재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비록 공소장에 범죄의 시일이 구체적으로 적시되지는 않았더라도 그 기재가 위에서 본 정도에 반하지 아니하고, 더구나 그 범죄의 성격에 비추어 그 시일에 관한 개괄적 표시가 부득이하며 또한 그에 대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없다고 보이는 경우에는 그 공소내용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 할 것이다( 대법원 1989. 12. 12. 선고 89도2020 판결, 1991. 10. 25. 선고 91도2085 판결, 1994. 12. 9. 선고 94도1680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이경미는 공소제기 당시 5세 9개월에 불과한 아동으로 피해를 당한 정확한 일자를 표현·진술하지 못하고 있고, 피고인은 범행을 부인하고 있어, 검사는 피해자의 일부 진술과 다른 증거들을 기초로 범행의 일자는 1996년 초경부터 피해사실이 드러난 1996. 7. 15. 사이의 날로, 범행시각은 11:30경으로 가능한 한 특정하여 공소를 제기하였음을 알 수 있는 한편, 공소장에 범행의 장소와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는 점과 이 사건 범죄의 성격을 고려하면, 범죄의 시일을 위와 같이 기재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공소사실은 특정되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 한편 원심은 피고인에 대하여 공소사실에 기재된 '수십회'의 범죄가 모두 공소제기된 것으로 보고 공소사실의 특정 여부를 판단한 것으로 여겨지나, 이 사건 공소사실의 전체적인 내용으로 볼 때, 검사는 "1996년 일자불상 11:30경"으로 특정된 시각의 단일한 범죄에 대하여만 공소를 제기한 것일 뿐, '수십회에 걸쳐' 피해자를 추행하였다는 부분은 그 범행의 시일, 장소, 방법에 관한 아무런 기재도 없으므로, 이는 별도의 수죄로 공소제기한 것이라기보다는 단지 범죄의 결과인 상해와의 인과관계나 피고인의 정상에 관한 기재에 불과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고 할 것이므로, 원심으로서는 형사소송규칙 제141조에 따라 석명을 구하는 등으로 이를 명확히 한 다음 공소사실의 특정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판단하에 검사의 공소를 기각하고 만 원심판결에는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고 공소사실의 특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러한 위법은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경송(재판장) 지창권 신성택(주심) 송진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