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997. 8. 26. 선고 97다6063 판결 [부당이득금반환]

[집45(3)민,112;공1997.10.1.(43),2824]




[판시사항]

[1] 상린관계에 있는 토지 소유자 일방의 경계표 또는 담장 설치 요구에 인접 토지 소유자가 응하지 않는 경우, 그 협력 의무의 이행을 소구(소구)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이 때 법원이 명할 협력 의무의 내용

[2] 상린관계에 있는 토지 소유자 일방이 기존의 담장을 철거하고 새로운 담장의 설치를 요구하는 경우에도 인접 토지 소유자에게 이에 협력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한정 적극)

[3] 상대방의 경계선 침범 주장에 따라 착오로 보상금을 지급한 경우, 경계선의 착오는 동기의 착오이나 그 착오가 상대방으로부터 연유한 것으로서 법률행위의 중요 부분의 착오임을 인정하여 보상금 지급 약정을 취소할 수 있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1] 토지의 경계에 경계표나 담이 설치되어 있지 아니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어느 한쪽 토지의 소유자는 인접한 토지의 소유자에 대하여 공동비용으로 통상의 경계표나 담을 설치하는 데에 협력할 것을 요구할 수 있고, 인접 토지 소유자는 그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한쪽 토지 소유자의 요구에 대하여 인접 토지 소유자가 응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한쪽 토지 소유자는 민사소송으로 인접 토지 소유자에 대하여 그 협력 의무의 이행을 구할 수 있으며, 법원은 당해 토지들의 이용 상황, 그 소재 지역의 일반적인 관행, 설치 비용 등을 고려하여 새로 설치할 경계표나 담장의 위치(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새로 설치할 경계표나 담장의 중심 또는 중심선이 양 토지의 경계선 상에 위치하도록 해야 한다), 재질, 모양, 크기 등 필요한 사항을 심리하여 인접 토지 소유자에 대하여 협력 의무의 이행을 명할 수 있다.

[2] 기존의 경계표나 담장에 대하여 어느 쪽 토지 소유자도 일방적으로 처분할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아니하다면 한쪽 토지 소유자가 인접 토지 소유자의 동의 없이 기존의 경계표나 담장을 제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고, 그와 같은 경우라면 한쪽 토지 소유자의 의사만으로 새로운 경계표나 담장을 설치하도록 강제할 수는 없으나, 기존의 경계표나 담장에 대하여 한쪽 토지 소유자가 처분권한을 가지고 있으면서 기존의 경계표나 담장을 제거할 의사를 분명하게 나타내고 있는 경우라면 한쪽 토지 소유자는 인접 토지 소유자에 대하여 새로운 경계표나 담장의 설치에 협력할 것을 소구(소구)할 수 있다.

[3] 경계선을 침범하였다는 상대방의 강력한 주장에 의하여 착오로 그간의 경계 침범에 대한 보상금 내지 위로금 명목으로 금원을 지급한 경우, 진정한 경계선에 관한 착오는 위의 금원 지급 약정을 하게 된 동기의 착오이지만 그와 같은 동기의 착오는 상대방의 강력한 주장에 의하여 생긴 것으로서 표의자가 그 동기를 의사표시의 내용으로 표시하였다고 보아야 하고, 또한 표의자로서는 그와 같은 착오가 없었더라면 그 의사표시를 하지 아니하였으리라고 생각될 정도로 중요한 것이고 보통 일반인도 표의자의 처지에 섰더라면 그러한 의사표시를 하지 아니하였으리라고 생각될 정도로 중요한 것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위 금원 지급 의사표시는 그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것이 되어 이를 취소할 수 있다고 본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237조 제1항 / [2] 민법 제237조 제1항 / [3] 민법 제109조 제1항


[참조판례]

[3] 대법원 1991. 3. 27. 선고 90다카27440 판결(공1996, 1276), 대법원 1992. 2. 25. 선고 91다38419 판결(공1992, 1141), 대법원 1994. 9. 30. 선고 94다11217 판결(공1994하, 2841), 대법원 1995. 11. 21. 선고 95다5516 판결(공1996상, 47), 대법원 1996. 3. 26. 선고 93다55487 판결(공1996상, 1363)


[전 문]

[원고,상고인겸피상고인] 이경구

[피고,피상고인겸상고인] 송재천 (소송대리인 변호사 민인식)

[원심판결] 서울지법 1996. 12. 17. 선고 96나30129 판결

[주문]

원심판결의 원고 패소 부분 중 새로운 담장 설치와 관련된 청구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여 그 부분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원고의 나머지 상고와 피고의 상고를 각 기각한다. 상고가 기각된 부분에 관한 상고비용은 각자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1. 원고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가. 피고가 고의 또는 과실로 허위의 진정 등을 하였음을 전제로 하는 손해배상 청구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피고가 1992. 6.경 동작구청과 서울특별시청에 당시 원고가 건축중인 주택의 담장이 경계를 침범하였다는 취지로 진정하고 감사원에도 같은 내용으로 진정하려는 태도를 보인 것에 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증거의 취사를 거쳐 피고가 당시 원고가 건축중인 주택의 담장이 실제로는 경계를 침범하지 아니한 사실을 알면서도, 혹은 그 사실을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허위로 위 각 진정을 하였거나, 하려고 하는 태도를 보였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였는바, 기록과 대조하여 검토하여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조치는 수긍할 수 있고, 여기에 논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반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원고가 이미 지출하였다고 주장하는 원래 담장 철거 비용, 현재 담장 건축 비용, 원고가 앞으로 지출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현재 담장 철거 비용,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제기하였던 토지경계확인의 소, 진정, 고소, 헌법소원심판청구 등과 관련하여 지출하였다고 주장하는 각가지 비용들 및 위자료 등 손해배상의 지급을 구하는 청구는 모두 위 진정 등이 피고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불법행위가 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들이다. 그러므로 원심이 원고의 그 각 청구를 기각하였음은 정당하고, 이와 관련된 논지는 모두 이유가 없다.

나. 새로운 담장 설치와 관련한 청구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는 원고 소유 토지와 피고 소유 토지의 경계선을 중심으로 공동비용으로 담장을 설치할 의무가 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그 경계선을 중심으로 한 새 담장의 설치비 중 2분의 1을 부담할 의무가 있다고 하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상린관계에 있는 당사자들이 공유를 전제로 공동비용으로 통상의 경계표나 담을 설치할 수는 있다 하더라도 이는 양 당사자 사이의 합의를 전제로 한 것인데, 이 사건에서는 그러한 합의가 없으므로 피고에게 상린관계상 그 경계선을 중심으로 공동비용으로 담장을 설치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민법 제237조 제1항은 인접하여 토지를 소유한 자는 공동비용으로 통상의 경계표나 담을 설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제2항은 전항의 비용은 쌍방이 절반하여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토지의 경계에 경계표나 담이 설치되어 있지 아니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어느 한쪽 토지의 소유자(이하 한쪽 토지 소유자라고 한다)는 인접한 토지의 소유자(이하 인접 토지 소유자라고 한다)에 대하여 공동비용으로 통상의 경계표나 담을 설치하는 데에 협력할 것을 요구할 수 있고, 인접 토지 소유자는 그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한쪽 토지 소유자의 요구에 대하여 인접 토지 소유자가 응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한쪽 토지 소유자는 민사소송으로 인접 토지 소유자에 대하여 그 협력 의무의 이행을 구할 수 있으며, 법원은 당해 토지들의 이용 상황, 그 소재 지역의 일반적인 관행, 설치 비용 등을 고려하여 새로 설치할 경계표나 담장의 위치(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새로 설치할 경계표나 담장의 중심 또는 중심선이 양 토지의 경계선 상에 위치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재질, 모양, 크기 등 필요한 사항을 심리하여 인접 토지 소유자에 대하여 협력 의무의 이행을 명할 수 있다 할 것이다.

다만 이 사건의 경우에는 이미 원고가 원고 소유 토지와 피고 소유 토지의 경계선을 외측으로 하여 원고 소유 토지 지상에 담장을 설치하여 놓은 상태인바, 민법 제237조 제1항이 기존의 경계표나 담장이 있는 경우에까지 새로운 경계표나 담장을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있다. 생각건대 기존의 경계표나 담장에 대하여 어느 쪽 토지 소유자도 일방적으로 처분할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아니하다면 한쪽 토지 소유자가 인접 토지 소유자의 동의 없이 기존의 경계표나 담장을 제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을 것이고, 그와 같은 경우라면 한쪽 토지 소유자의 의사만으로 새로운 경계표나 담장을 설치하도록 강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과 같이 기존의 경계표나 담장에 대하여 한쪽 토지 소유자가 처분권한을 가지고 있으면서 기존의 경계표나 담장을 제거할 의사를 분명하게 나타내고 있는 경우라면 한쪽 토지 소유자는 인접 토지 소유자에 대하여 새로운 경계표나 담장의 설치에 협력할 것을 소구(소구)할 수 있다 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양 당사자의 합의 없이는 경계선을 중심으로 공동비용으로 담장을 설치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풀이한 것은 민법 제237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이와 같은 위법은 새로운 담장 설치와 관련된 원고의 청구에 관한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임이 분명하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논지는 이유가 있다.

다. 담장 부지와 관련된 부당이득반환 청구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담장 부지와 관련된 원고의 부당이득반환 청구에 대하여 원고 소유 토지와 피고 소유 토지를 구분짓는 현재의 담장이 원고 소유 토지 지상에만 설치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의 담장은 원고와 피고 두사람의 합의에 의하여 공유를 전제로 공동비용으로 설치한 것이 아니고, 원고가 단독으로 설치한 것으로서 원고가 자기 토지 지상에만 담장을 설치함으로 인하여 피고가 반사적인 이득을 얻는다 하여도 피고가 법률상 원인 없이 원고가 설치한 담장의 반에 해당하는 원고 토지를(점유함으로써 그 임료 상당 금액을) 부당이득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는바,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여기에 논하는 바와 같은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점에 관한 논지는 이유가 없다.

2. 피고의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가 1992. 7. 30.경 피고에게 지급한 금 3,000,000원은 원고의 기존 주택이 피고 소유 토지의 경계선을 일부 침범하였고 신축 주택도 그 경계선을 일부 침범하는 것으로 생각한 나머지 이를 주장하는 피고와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하여 착오로 증여한 금원이므로 피고는 그 착오에 의한 증여 의사표시를 취소한 원고에게 위 금원 및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고 전제하고, 나아가 그 내세운 증거들에 의하여 피고가 원고 소유 토지와 피고 소유 토지 사이의 경계선이 원심판결문 첨부 별지 도면 표시 3과 4를 연결하는 선이라고 생각하여 원고의 기존 주택이 그 경계선을 침범하였고 신축 주택도 이를 침범하려고 한다면서 동작구청과 서울특별시청에 진정을 하고, 감사원에도 새로운 진정을 하려고 하자 원고는 두 토지의 경계선이 피고가 주장하는 선이라고 생각하고 그 원만한 해결을 위하여 피고에게 그간의 경계 침범에 대한 보상금 내지 위로금 명목으로 금 3,000,000원을 지급한 사실을 인정하고, 위 금원은 경계선에 관한 피고의 강력한 주장에 의하여 경계선을 잘못 인식한 원고가 착오로 피고에게 그간의 경계 침범에 대한 보상금 내지 위로금 명목으로 증여한 금원으로, 원고가 그 착오로 인한 의사표시를 취소하는 뜻이 담긴 이 사건 소장 부본의 송달로 그 의사표시는 적법하게 취소되었다는 취지로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고가 위 금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의사표시를 착오를 이유로 하여 취소한다는 주장을 하였다고 보아 줄 소지가 없는 것이 아니고, 원심이 채택한 증거들을 기록과 대조하여 검토하여 보면 원고의 의사표시가 착오에 기인한 것이라고 하는 원심의 사실인정은 정당하다 하겠다. 그러므로 원심이 원고가 주장하지도 아니한 사실에 대하여 판단함으로써 변론주의, 처분권주의에 위배하였다거나,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이 점에 관한 논지는 이유가 없다.

그리고 원심이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위 진정한 경계선에 관한 착오는 원고가 위 금원 지급 약정을 하게 된 동기의 착오라 할 것임은 상고이유에서 논하는 바와 같으나, 원심이 인정한 사실에 따르면 그와 같은 동기의 착오는 피고측의 강력한 주장에 의하여 생긴 것으로서 이 사건 약정의 체결에 있어서 원고는 그 동기를 의사표시의 내용으로 표시하였다고 보아야 하고, 또한 원고로서는 그와 같은 착오가 없었더라면 그 의사표시를 하지 아니하였으리라고 생각될 정도로 중요한 것이고, 보통 일반인도 원고의 처지에 섰더라면 그러한 의사표시를 하지 아니하였으리라고 생각될 정도로 중요한 것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원고의 위 금원 지급 의사표시는 그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것이 되어 원고는 이를 취소할 수 있다 할 것이다. 원심이 같은 견해에서 원고는 착오를 이유로 하여 피고에 대한 위 금원 지급 약정을 취소할 수 있다고 본 것은 정당하고, 여기에 착오를 이유로 한 의사표시 취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점에 관한 논지도 이유가 없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의 원고 패소 부분 중 새로운 담장 설치와 관련된 청구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여 그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고, 원고의 나머지 상고와 피고의 상고를 각 기각하고, 상고가 기각된 부분에 관한 상고 비용은 각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정귀호(재판장) 최종영 이돈희 이임수(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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