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금 [대법원 1996. 10. 25., 선고, 96다30113, 판결] 【판시사항】 [1] 과실상계와 법원의 직권참작 여부(적극) [2] 피용자의 실화를 원인으로 하는 사용자책임의 성립 요건 [3] 화재가 공작물 하자 자체로 인해 직접 발생한 경우, 공작물 점유자 또는 소유자의 배상책임 [4] 피용자 아닌 타인의 독립행위로 발생한 공작물의 화재로 제3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공작물 소유자의 배상책임 성립 요건 [5] 실화책임에관한법률 소정의 '중대한 과실'의 의미 [6] 임대인의 피용자가 소독작업시의 오작동 등을 이유로 화재경보기 작동을 중지시켜 놓은 상태에서 임차 목적물에 화재가 발생하여 손해가 확대된 경우, 임대인측의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하고, 임차인의 채무불이행책임의 과실상계 사유로만 인정한 사례

【판결요지】 [1] 민법상의 과실상계제도는 채권자가 신의칙상 요구되는 주의를 다하지 아니한 경우 공평의 원칙에 따라 손해의 발생에 관한 채권자의 그와 같은 부주의를 참작하게 하려는 것이므로 단순한 부주의라도 그로 말미암아 손해가 발생하거나 확대된 원인을 이루었다면 피해자에게 과실이 있는 것으로 보아 과실상계를 할 수 있고, 피해자에게 과실이 인정되면 법원은 손해배상의 책임 및 그 금액을 정함에 있어서 이를 참작하여야 하며, 배상의무자가 피해자의 과실에 관하여 주장하지 않는 경우에도 소송자료에 의하여 과실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이를 법원이 직권으로 심리·판단하여야 한다. [2]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상의 과실로 화재를 발생하게 하여 제3자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에는 사용자는 피용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3] 화재가 어떤 공작물의 하자 자체로 인하여 직접 발생된 경우에는 민법 제758조 제1항에 의하여 그 공작물의 점유자 또는 소유자는 그 화재로 입은 타인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4] 화재가 피용자가 아닌 타인의 독립된 행위로 인하여 발화된 후 그것이 공작물에 연소·확산되는 과정에서 제3자에게 입힌 손해에 대하여는, 그 공작물의 소유자는 특히 실화책임에관한법률에 의하여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그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5] 실화책임에관한법률에서 말하는 중대한 과실이라 함은 '통상인에게 요구되는 정도 상당의 주의를 하지 않더라도 약간의 주의를 한다면 손쉽게 위법·유해한 결과를 예견할 수가 있는 경우임에도 만연히 이를 간과함과 같은, 거의 고의에 가까운 현저한 주의를 결여한 상태'를 말한다. [6] 임대인의 피용자가 소독작업시의 오작동 등을 이유로 화재경보기 작동을 중지시켜 놓은 상태에서 임차 목적물에 화재가 발생하여 손해가 확대된 경우, 임대인측에 실화책임에관한법률 소정의 중과실이 없다는 이유로 임대인의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하고, 임차인의 임대인에 대한 임차 목적물 보존에 관한 채무불이행책임을 인정함에 있어 과실상계 사유로만 인정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396조, 민사소송법 제124조 [2] 실화책임에관한법률, 민법 제756조 [3] 민법 제758조 제1항 [4] 실화책임에관한법률, 민법 제756조 [5] 실화책임에관한법률 [6] 민법 제396조, 제618조, 실화책임에관한법률

【참조판례】 [1] 대법원 1967. 12. 5. 선고 67다2367 판결(집15-3, 민358), 대법원 1987. 11. 10. 선고 87다카473 판결(공1988, 86), 대법원 1995. 6. 30. 선고 94다23920 판결(공1995하, 2544) /[2] 대법원 1962. 10. 25. 선고 62다452 판결(집10-4, 민149), 대법원 1987. 4. 28. 선고 86다카1448 판결(공1987, 874) /[2][3][4][5] 대법원 1983. 2. 8. 선고 81다428 판결(공1983, 489), 대법원 1992. 10. 27. 선고 92다21050 판결(공1992, 3273)


【전문】 【원고,상고인겸피상고인】 쌍용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변경 전 상호 고려화재해상보험(주)}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미합동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유경희 외 1인)

【보조참가인】 【피고,피상고인겸상고인】 주식회사 이신양행 (소송대리인 일신법무법인 담당변호사 박동수)

【원심판결】 서울지법 1996. 5. 30. 선고 95나36359 판결

【주문】 각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각자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1. 원고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원고 보조참가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효종의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내용은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민법상의 과실상계제도는 채권자가 신의칙상 요구되는 주의를 다하지 아니한 경우 공평의 원칙에 따라 손해의 발생에 관한 채권자의 그와 같은 부주의를 참작하게 하려는 것이므로 단순한 부주의라도 그로 말미암아 손해가 발생하거나 확대된 원인을 이루었다면 피해자에게 과실이 있는 것으로 보아 과실상계를 할 수 있고( 대법원 1993. 5. 27. 선고 92다20163 판결 참조), 피해자에게 과실이 인정되면 법원은 손해배상의 책임 및 그 금액을 정함에 있어서 이를 참작하여야 하며, 배상의무자가 피해자의 과실에 관하여 주장을 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소송자료에 의하여 과실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이를 법원이 직권으로 심리·판단하여야 하나, 과실상계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과실상계의 비율을 정하는 것은 그것이 현저히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는 한 사실심의 전권사항에 속하는 사항이다( 대법원 1990. 4. 25. 선고 90다카3062 판결, 1987. 11. 10. 선고 87다카473 판결, 1966. 12. 27. 선고 66다1759 판결 등 참조). 원심이, 그 내세운 증거에 의하여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한 부분을 포함하여 이 사건 건물의 화재발생시 이를 자동으로 포착하여 경보를 발하는 화재경보기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건물에 대한 소독작업시 오작동되는 등 부작용이 있다 하여 경비원 성명불상자가 지하층에 있던 스위치를 내려 놓아 작동이 되지 않게 해 두었고, 이와 같은 화재경보기 미작동으로 말미암아 이 사건 화재를 조기에 발견하지 못해 진압이 늦어짐으로 말미암아 손해가 확대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와 같이 화재경보기를 작동하지 않도록 해 둔 것은 결국 임대인인 원고 보조참가인의 과실로 귀착된다 할 것이므로 피고가 배상할 손해액의 산정에 있어 이를 참작하기로 하되 위 인정 사실에 비추어 그 비율을 20% 정도로 봄이 상당하다{원고 보조참가인과 피고 사이의 임대차계약시의 약정-임대차계약서(갑 제8호증) 제22조-에 의하면 임차인은 그가 임차한 목적물 내에 발생한 화재 등에 대하여는 임차인의 고의, 과실에 불구하고 대내, 대외적으로 책임을 지고 임대인은 그에 대한 하등의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되어 있는바, 위 단서 조항을 임차 목적물 내에서 발생한 화재에 대하여 임대인인 원고 보조참가인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있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원고 보조참가인은 그로 인해 생겨난 손해에 대하여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취지로 해석하는 한은 - 이렇게 해석한다면 이 사건에 있어서 화재경보기 미작동을 이유로 한 과실상계도 할 수 없을 것이다. - 이는 임대인인 원고 보조참가인의 귀책사유로 발생한 손해를 임차인인 피고에게 부당하게 전가하는 셈이 되어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이거나 신의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무효라고 할 것이고, 따라서 이는 다만 임차 목적물 내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 임대인인 원고 보조참가인에게 아무런 고의나 과실이 없는 경우에는 임차인은 그 자신의 고의, 과실 유무에 불구하고 임대인인 원고 보조참가인에게나 혹은 제3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진다는 내용일 뿐인 것으로 제한해서 해석해야 할 것이다.}고 판단하고 있는바, 기록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이러한 사실인정과 판단은 옳다고 여겨지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사실의 확정에 있어 심리를 미진하고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관계를 오인한 위법과 인과관계법리의 오해 및 임대차계약상의 책임부담에 관한 해석을 그르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위 인정 사실에 근거하여 이 사건에 있어서 원고의 과실비율을 20%로 본 원심의 조치가 현저히 형평에 반한다고 할 수도 없다. 상고이유의 주장은 필경 원심의 전권에 속하는 증거의 취사판단과 사실의 인정을 비난하는 것이거나 원심이 인정한 사실과 상치되는 사실을 전제로 원심의 판단을 부당하게 흠잡는 것에 지나지 아니하여 받아들일 수 없다.

2. 피고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가. 제1점에 대하여 원심이, 그 내세운 증거에 의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임대차계약에 기하여 타인의 물건을 임차한 임차인은 그 목적물을 반환할 때까지 이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보존하여야 하는데, 피고는 이 사건 건물 중 임차 부분을 점유·사용하던 중 판시와 같은 화재로 인하여 이를 훼손하였으므로 피고가 위 훼손 부분의 보존에 관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였음을 주장·입증하지 못하는 한, 임차 목적물의 보존에 관한 채무불이행책임으로서 임대인인 원고 보조참가인이 판시 화재로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고, 피고의 입증책임의 전환 및 면책항변에 대하여,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의 위 항변을 모두 배척하고 있는바, 기록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그 사실인정과 판단은 옳다고 여겨지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와 입증책임 분배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상고이유의 주장 역시 원심의 전권에 속하는 증거의 취사판단과 사실의 인정을 비난하는 것이거나 원심이 인정한 사실과 상치되는 사실을 전제로 원심의 판단을 부당하게 흠잡는 것에 지나지 아니하여 받아들일 수 없다.

나. 제2점에 대하여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상의 과실로 화재를 발생하게 하여 제3자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에는 사용자는 피용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할 것이며( 대법원 1962. 10. 25. 선고 62다452 판결 참조), 화재가 어떤 공작물의 하자 자체로 인하여 직접 발생된 경우에는 민법 제758조 제1항에 의하여 그 공작물의 점유자 또는 소유자는 그 화재로 입은 타인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할 것이나, 화재가 피용자가 아닌 타인의 독립된 행위로 인하여 발화된 후, 이것이 공작물에 연소, 확산되는 과정에서 제3자에게 입힌 손해에 대하여는 그 공작물의 소유자는 특히 실화책임에관한법률에 의하여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할 것이고, 실화책임에관한법률에서 말하는 중대한 과실이라 함은 '통상인에게 요구되는 정도 상당의 주의를 하지 않더라도 약간의 주의를 한다면 손쉽게 위법유해한 결과를 예견할 수가 있는 경우임에도 만연히 이를 간과함과 같은 거의 고의에 가까운 현저한 주의를 결여한 상태'를 말한다 할 것이다( 대법원 1983. 2. 8. 선고 81다428 판결 참조). 원심이, 피고의 손해배상청구채권에 의한 상계항변에 대하여, 피고가 원고 보조참가인에 대하여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기 위하여는 실화책임에관한법률에 따라 원고 보조참가인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어야만 된다고 할 것인데, 임대인측에서 화재경보기를 작동하지 않도록 해 두었다는 것만으로는 바로 피고가 입게 된 손해의 발생 혹은 확대에 관하여 임대인측에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임대인인 원고 보조참가인에게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는 점에 대한 주장·입증도 없으므로 피고의 위 상계항변은 나머지 점에 대하여 살펴 볼 이유 없이 이유 없다고 배척하였는바, 기록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옳다고 여겨지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심리미진, 판단유탈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그러므로 각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각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관여 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만호(재판장) 박준서 김형선(주심) 이용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