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다18182
【판시사항】
편집대출절차상 편의를 위하여 명의를 빌려준 행위가 비진의표시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편집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장애로 자기 명의로 대출받을 수 없는 자를 위하여 대출금채무자로서의 명의를 빌려준 자에게 그와 같은 채무부담의 의사가 없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으므로 그 의사표시를 비진의표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설령 명의대여자의 의사표시가 비진의표시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 의사표시의 상대방인 상호신용금고로서는 명의대여자가 전혀 채무를 부담할 의사 없이 진의에 반한 의사표시를 하였다는 것까지 알았다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보아, 그 명의대여자는 표시행위에 나타난 대로 대출금채무를 부담한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편집민법 제107조, 상호신용금고법 제12조
【참조판례】
편집대법원 1980. 7. 8. 선고 80다639 판결(공1980, 13000)
대법원 1991. 4. 23. 선고 90다19657 판결(공1991, 1461)
대법원 1996. 8. 23. 선고 96다18076 판결(공1996하, 2847)
【전 문】
편집【원고,상고인】 김성구 (소송대리인 변호사 임광규)
【피고,피상고인】 심재수 외 1인
【원심판결】서울고법 1996. 3. 28. 선고 95나5686 판결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은, 이 사건 부동산은 원고와 소외 김종석 등 4인으로 구성된 조합의 재산으로서 조합원들의 합의에 따라 위 김종석과 소외 정진우의 공동 명의로 등기하고 김종석으로 하여금 관리하게 한 부동산인데, 김종석은 자기 명의로 등기되어 있음을 기화로 조합원들 몰래 임의로 이 사건 부동산을 담보로 1989. 5. 15. 소외 주식회사 삼신상호신용금고로부터 금 130,000,000원을 대출받은 사실, 김종석은 그 후 같은 상호신용금고로부터 추가로 금원을 대출받고자 하였으나 동일인에 대한 대출한도액을 제한하는 신용금고의 규정으로 자기 명의로는 더 이상 대출받을 수 없게 되자, 형식적으로 피고 심재수를 내세워 피고 심재수가 이 사건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받는 것으로 하고 자신은 그 연대보증인이 되는 것으로 하여 같은 해 12. 17. 위 삼신상호신용금고로부터 금 80,000,000원을 대출받았고, 그 후 1990. 5. 31. 소외 주식회사 금화상호신용금고로부터도 마찬가지 방법을 사용하여 피고들 명의로 각 금 80,000,000원씩을 대출받은 사실, 위 각 대출은 김종석이 피고들로부터 대출에 필요한 서류를 교부받아 혼자 신용금고에 가서 대출절차를 밟아 이루어졌고, 위 각 상호신용금고 역시 김종석이 피고들의 명의만을 빌려 대출받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서 위 각 금원을 대출하여 준 사실, 김종석이 위 대출금채무를 변제하지 아니하여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임의경매절차가 진행됨으로써 시가 금 3,900,000,000원으로 감정된 이 사건 부동산이 금 2,500,000,000원 이하의 염가에 경락될 위기에 처하게 되자, 원고는 위 각 대출금을 대위변제하고 경매를 취하받은 사실 등을 인정한 후, 원고가 피고들을 상대로 대위변제한 금원 상당의 상환을 구하는 이 사건 청구에 관하여, 피고들은 김종석의 위와 같은 편법적인 대출에 명의를 빌려준 자에 불과하고 위 각 상호신용금고는 그와 같은 사실을 잘 알고서 금원을 대여하였으므로, 위 각 대출금의 채무자는 명의상의 채무자인 피고들이 아니라 실질적인 계약당사자인 김종석으로 보아야 할 것이어서, 피고들이 위 각 상호신용금고에 대하여 대출금채무를 부담함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이 사건 상환청구는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이 확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피고들은 대리인인 김종석을 통하여 이 사건 대출금채무를 주채무자로서 부담한다는 표시행위를 위 상호신용금고들에게 하였음이 명백하므로, 그 표시행위에 나타난 대로의 법률효과가 발생하지 않기 위하여는 적어도 그 표시행위에 대응하는 내심의 효과의사, 즉 주채무자로서 채무를 부담한다는 의사가 피고들에게 존재하지 않았어야만 할 것인데,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장애로 자기 명의로 대출받을 수 없는 자를 위하여 대출금채무자로서의 명의를 빌려준 자에게 그와 같은 채무부담의 의사가 없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어서 피고들의 의사표시를 비진의표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당원 1980. 7. 8. 선고 80다639 판결 참조), 설령 피고들의 의사표시가 비진의표시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 의사표시의 상대방인 위 상호신용금고들로서는 피고들이 전혀 채무를 부담할 의사 없이 진의에 반한 의사표시를 하였다는 것까지 알았다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볼 수도 없으며, 그 밖에 이 사건 대출약정의 법률효과가 피고들에게는 발생하지 않고 오로지 김종석에게만 발생한다는 합의가 피고들과 위 상호신용금고들 사이에 이루어졌다고 볼 만한 자료도 전혀 없으므로, 결국 이 사건에서 피고들은 그들의 표시행위에 나타난 대로 이 사건 대출금채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원심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들은 이 사건 대출금채무를 부담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법률행위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가 있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이 사건 대출금채무를 대위변제함에 있어서 미리 피고들에 대한 상환청구권의 행사를 포기한 사실이 인정되므로(제1심은 상환청구권의 포기를 이유로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하였는데, 원심은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항소를 기각하였음),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기각한 원심판결은 결론에 있어서 정당하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정귀호(재판장) 김석수 이돈희 이임수(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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