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다21808
손해배상(기) [대법원 1995. 12. 5., 선고, 95다21808, 판결] 【판시사항】 [1] 확정판결에 기한 강제집행이 불법행위가 되기 위한 요건 [2] 부동산을 매도하여 이전등기까지 마친 매도인이 매매가 아니라 양도담보였다는 허위 주장으로 정산금청구 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받아 강제집행을 한 경우, 불법행위의 성립을 부정한 사례
【판결요지】 [1] 판결이 확정되면 기판력에 의하여 대상이 된 청구권의 존재가 확정되고 그 내용에 따라 집행력이 발생하는 것이므로, 그에 따른 집행이 불법행위를 구성하기 위하여는 소송당사자가 상대방의 권리를 해할 의사로 상대방의 소송 관여를 방해하거나 허위의 주장으로 법원을 기망하는 등 부정한 방법으로 실체의 권리관계와 다른 내용의 확정판결을 취득하여 집행을 하는 것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하고, 그와 같은 사정이 없이 확정판결의 내용이 단순히 실체적 권리관계에 배치되어 부당하고 또한 확정판결에 기한 집행 채권자가 이를 알고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그 집행행위가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할 수 없다. 편취된 판결에 기한 강제집행이 불법행위로 되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도 당사자의 법적 안정성을 위해 확정판결에 기판력을 인정한 취지나 확정판결의 효력을 배제하기 위하여는 그 확정판결에 재심사유가 존재하는 경우에 재심의 소에 의하여 그 취소를 구하는 것이 원칙적인 방법인 점에 비추어 볼 때 불법행위의 성립을 쉽게 인정하여서는 아니되고, 확정판결에 기한 강제집행이 불법행위로 되는 것은 당사자의 절차적 기본권이 근본적으로 침해된 상태에서 판결이 선고되었거나 확정판결에 재심사유가 존재하는 등 확정판결의 효력을 존중하는 것이 정의에 반함이 명백하여 이를 묵과할 수 없는 경우로 한정하여야 한다. [2] 부동산을 매도하여 이전등기까지 마친 매도인이 매매가 아니라 양도담보였다는 허위 주장으로 정산금청구 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받아 강제집행을 한 경우, 불법행위의 성립을 부정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750조 ,
민사소송법 제202조
[2]
민법 제750조
【참조판례】
[1][2]
대법원 1991. 2. 26. 선고 90다6576 판결(공1991, 1070),
대법원 1992. 12. 11. 92다18627 판결(공1993상, 447),
대법원 1995. 12. 5. 선고 95다21815 판결(같은 취지)
【전문】
【원고,피상고인】
밀성손씨 초읍파 덕흥문중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국제종합법률사무소 외 5인)
【피고,상고인】 【원심판결】 부산고등법원 1995. 4. 20. 선고 94나9764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손해배상 청구 부분을 파기하여 이 부분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들의 나머지 상고를 각 기각한다. 상고가 기각된 부분에 관한 상고비용은 피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피고들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를 함께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판시 증거를 종합하여 원고 문중이 1983. 12.경 피고 1가 토지대장상 같은 피고의 시증조부인 망 소외 1이 사정받은 것으로 되어 있으나 사실상은 원고 문중의 소유인 부산 부산진구 연지동 325 임야 2,489㎡를 원고 몰래 소외 권홍사에게 매도하여 계약금 및 중도금으로 합계 금 69,500,000원을 받은 사실을 알게 됨에 따라 위 임야에 대한 처분금지가처분 신청을 하여 그 결정을 받은 사실, 이로 인하여 계약의 이행 여부가 불투명하여지고 위 권홍사의 추궁을 받게 된 위 피고는 형사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라도 이미 지급받은 계약금 등을 반환하여야 하였으나 이미 위 돈을 다 소비하여 버려 이를 반환할 수 없자 원고에게 잘못을 사과하면서 대책을 호소한 사실, 이에 원고는 위 연지동 325 임야를 타에 매도하여 그 매매대금으로 공원 예정지로 고시되어 있어 처분이 여의치 아니한 위 피고 소유의 부산 부산진구 초읍동 산 66의 1 임야 15,471㎡(이하 이 사건 1임야라고 한다)를 원고가 매수하고, 같은 피고는 그 대금으로 위 권홍사에게 위 계약금 등을 반환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로 하여 위 연지동 325 임야를 소외 주식회사 한신주택에게 1억 원에 매도하는 한편 위 피고로부터 이 사건 1임야를 1억 원에 매수한 다음 당시 원고 문중의 이사장이던 소외 손태호, 총무이던 피고 2, 이사이던 소외 손옥현, 손길도에게 명의신탁하여 그들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사실, 그 후 원고는 1985. 1. 초순경 위 피고 소유인 부산 부산진구 초읍동 산 68의 3 임야 4,364㎡(이하 이 사건 2임야라고 한다)를 금 15,000,000원에 매수하여 역시 그 소유권이전등기를 위 소외 손태호 등 4인 명의로 마친 사실, 그런데 피고 1가 이 사건 1임야의 계약금을 수령하던 1984. 6. 9. 위 손태호와 피고 2에게 향후 2년 내에 이 사건 1임야에 대한 매매대금을 변제하고 이를 반환받을 수 있도록 하여 달라고 간청하자 피고 2 등은 이를 거절하지 못하여 2년 내에 위 매매대금 상당액을 반환하는 경우 원고 문중의 이사회나 총회의 양해를 얻어 등기명의를 넘겨주기로 마음먹고 아무런 금전대차 관계가 없음에도 피고 1가 소외 손옥현, 손태호, 손찬종 및 피고 2로부터(위 등기명의자 중 1인인 손길도 대신 손찬종의 성명이 기재됨) 1억 원을 변제기는 1986. 6. 9., 이율은 월 1푼 6리 7모로 하여 차용하면서 이 사건 1임야를 담보로 제공한다는 내용인 금전대차 및 담보계약서를 작성하여 주었고, 또한 같은 해 6. 12. 위 손태호와 피고 2 명의로 같은 내용을 확인한다는 각서에 공증인증서를 작성하여 준 바 있었으나 피고 1는 위 시기까지 위 매매대금을 반환한 일은 없는 사실, 그 후 원고가 1989. 11. 10. 이 사건 1, 2임야를 소외 민영기 등 3인에게 금 480,000,000원에 매도하자 피고들은 원고 문중의 이사장이던 위 손태호가 이미 사망한 데다가 위와 같이 작성된 금전대차 및 담보계약서와 각서가 있음을 기화로 위 서류들을 내세워 피고 1가 위 매매대금에서 정산받을 금액이 있는 것처럼 행세하기로 공모한 후 피고 2가 위 민영기 등으로부터 매매대금 중 일부로 수령한 금 70,000,000원을 원고에게 입금하지 아니한 채 피고들이 임의로 소비하고, 나아가 1991. 12. 6. 피고 1가 원고가 되고 위 금전대차 및 담보계약서에 채권자로 표시된 피고 2를 포함한 위 손옥현, 손찬종, 손보현(위 손태호의 상속인)을 상대로 하여 이 사건 1, 2임야에 관한 손옥현, 손찬종, 손태호, 피고 2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금 115,000,000원의 차용금에 대한 양도담보조로 마쳐진 것이므로 정산해야 한다는 취지의 허위 주장을 내세운 정산금 청구 소송을 제기하여 이를 믿은 법원으로부터 위 손보현 등 4인은 연대하여 피고 1에게 금 145,515,518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일부승소 판결을 선고받았고, 그 판결은 항소심 및 상고심에서 항소기각 및 상고기각으로 확정된 사실, 피고 1가 위 확정판결에 기하여 위 손보현과 손찬종의 재산에 강제집행을 개시하자 원고는 명의신탁 관계로 문중원들이 입게 될 손해를 방관할 수 없어 1993. 11. 25. 위 손보현, 손찬종 명의로 위 채무명의상의 원금 및 지연손해금의 합계 금 200,652,945원을 변제공탁하기에 이른 사실을 각 인정한 다음,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1, 2임야는 원고가 이를 매수하여 위 손옥현 등 4인 앞으로 명의신탁한 것이고 피고들은 그 매도인 또는 명의수탁자로서 그 사유를 알고 있음에도 공모하여, 위와 같은 연유로 작성된 위 금전대차 및 담보계약서와 각서를 수단삼아 위 4인 앞으로의 등기가 양도담보에 의한 것인 것처럼 적극적으로 법원을 기망하는 방법으로 위와 같은 판결을 선고받은 다음 이에 기하여 위 손보현과 손찬종의 재산에 강제집행을 개시함으로써 그 명의신탁자의 지위에 있는 원고로 하여금 그 판결금 상당인 금 200,651,945원을 위 손보현 등 명의로 변제공탁하게 하였음을 알 수 있으므로 위 강제집행은 불법행위를 구성하고, 한편 피고들은 공모하여 위와 같이 피고 2가 위 민영기로부터 이 사건 1, 2임야의 매매대금 중 일부로 수령하여 원고에게 입금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금 70,000,000원을 임의로 소비하여 횡령함으로써 원고에게 같은 액 상당의 손해를 입게 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들은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원고에게 위 변제공탁금 상당인 금 200,651,945원과 횡령금 상당인 70,000,000원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2. 판결이 확정되면 기판력에 의하여 대상이 된 청구권의 존재가 확정되고 그 내용에 따라 집행력이 발생하는 것이므로, 그에 따른 집행이 불법행위를 구성하기 위하여는 소송당사자가 상대방의 권리를 해할 의사로 상대방의 소송 관여를 방해하거나 허위의 주장으로 법원을 기망하는 등 부정한 방법으로 실제의 권리관계와 다른 내용의 확정판결을 취득하여 집행을 하는 것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하고, 그와 같은 사정이 없이 확정판결의 내용이 단순히 실체적 권리관계에 배치되어 부당하고 또한 확정판결에 기한 집행 채권자가 이를 알고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그 집행행위가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할 수 없다( 당원 1992. 12. 11. 선고 92다18627 판결, 1991. 2. 26. 선고 90다6576 판결 등 참조). 편취된 판결에 기한 강제집행이 불법행위로 되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도 당사자의 법적 안정성을 위해 확정판결에 기판력을 인정한 취지나 확정판결의 효력을 배제하기 위하여는 그 확정판결에 재심사유가 존재하는 경우에 재심의 소에 의하여 그 취소를 구하는 것이 원칙적인 방법인 점에 비추어 볼 때 불법행위의 성립을 쉽게 인정하여서는 아니되고, 확정판결에 기한 강제집행이 불법행위로 되는 것은 당사자의 절차적 기본권이 근본적으로 침해된 상태에서 판결이 선고되었거나 확정판결에 재심사유가 존재하는 등 확정판결의 효력을 존중하는 것이 정의에 반함이 명백하여 이를 묵과할 수 없는 경우로 한정하여야 할 것이다. 원심판결은 요컨대 이 사건 1, 2임야는 원고가 피고 1로부터 매수한 것이지 금원을 대여하고 양도담보조로 받은 것이 아니며, 피고들은 이를 잘 알고 있음에도 상호 공모하여 허위의 주장으로 법원을 기망하여 정산금의 지급을 명하는 확정판결을 받아 이에 기하여 강제집행을 한 것이 불법행위가 된다는 것이나, 원심이 인정한 사실은 결국 확정판결인 위 정산금청구 소송의 판결 내용이 실체적 권리관계에 배치되어 부당하고 또한 피고들이 이를 알고 있었다는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확정된 위 정산금 청구소송의 판결에 기하여 피고들이 한 이 사건 강제집행이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하기 어렵다. 따라서 원심은 확정판결에 기한 강제집행이 불법행위로 되는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하였다고 할 것이고,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3. 원심은 또한 피고 2가 수령한 이 사건 1, 2임야의 매매대금 중 금 70,000,000원을 원고에게 교부하지 아니하고 피고들이 임의로 소비한 것이 횡령에 해당하여 피고들이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위 금 70,000,000원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확정판결의 인정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력한 증거자료가 되는 것이고, 처분문서는 그 진정성립이 인정되는 이상 반증이 없는 한 그 기재 내용대로의 법률행위의 존재를 인정하여야 하는 것이 법리인바,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1, 2임야가 양도담보로 제공되었다는 것은 확정판결인 위 정산금청구 소송의 판결에서 확정된 사실일 뿐더러 이에 부합하는 내용의 처분문서인 금전대차 및 담보계약서(갑 제2호증) 및 재차 이를 확인하는 내용의 인증각서(갑 제3호증)가 증거로 제출되어 있어 원심도 이를 취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 사건 소송과 위 정산금청구 소송에서의 몇몇 원고 문중원들의 증언과 그들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 그리고 위 정산금청구 소송에서 이미 증거로 제출되었으나 믿을 수 없는 증거로서 법원에 의하여 배척된 원고 문중의 회계 관련 장부만을 취신하여 위 확정판결의 인정 사실 및 처분문서의 기재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사실관계 즉 원고 문중이 이 사건 1, 2임야를 매수한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필경 확정판결과 처분문서의 증거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4. 피고들은 원심판결 중 대여금 청구 부분에 대하여도 상고를 제기하였으나 이 부분에 관하여는 아무런 상고이유를 제출하지 아니하였다.
5.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손해배상 청구 부분을 파기하여 이 부분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고, 피고들의 나머지 상고를 각 기각하며, 상고가 기각된 부분에 관한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신성택(재판장) 천경송 지창권(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