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편집

[1] 구 폐기물관리법상 폐기물을 재활용하고자 하는 자가 재활용신고 외에 별도로 일반폐기물처리업 허가를 요하는지 여부(소극)

[2] 상업장부·항해일지·진료일지·금전출납부 등 사무 내역을 기재한 문서의 증거력 및 그 기재 내용 중 공소사실에 부합되는 부분이 자백문서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3] 피고인이 업무추진 과정에서 지출한 자금 내역을 기록한 수첩의 기재 내용이 자백에 대한 독립적인 보강증거가 될 수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편집

[1] 구 폐기물관리법(1992. 12. 8. 법률 제453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1조 제1항, 제2항, 제2조 제8호의 규정상 폐기물을 재활용하고자 하는 자는 재활용 대상품목 및 방법을 적법하게 신고하기만 하면 되고, 그 외에 따로 일반폐기물 또는 특정폐기물 처리업자의 자격을 갖추어야 하는 등의 제한은 없으며, 재활용에는 재이용도 포함되므로 재활용을 위하여 반드시 재처리 단계를 거쳐야 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피고인이 재활용신고 내용에 따라 기층복토용 또는 매립용으로 제강 슬래그를 공급하여 그 용도에 사용한 것이라면 이는 재활용신고에 따른 재활용으로 적법하고, 재활용신고와는 별도로 일반폐기물처리업 허가를 받을 필요는 없다.

[2] [다수의견] 상법장부나 항해일지, 진료일지 또는 이와 유사한 금전출납부 등과 같이 범죄사실의 인정 여부와는 관계없이 자기에게 맡겨진 사무를 처리한 사무 내역을 그때그때 계속적, 기계적으로 기재한 문서 등의 경우는 사무처리 내역을 증명하기 위하여 존재하는 문서로서 그 존재 자체 및 기재가 그러한 내용의 사무가 처리되었음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별개의 독립된 증거자료이고, 설사 그 문서가 우연히 피고인이 작성하였고 그 문서의 내용 중 피고인의 범죄사실의 존재를 추론해 낼 수 있는, 즉 공소사실에 일부 부합되는 사실의 기재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일컬어 피고인이 범죄사실을 자백하는 문서라고 볼 수는 없다.

[반대의견] 자백은 범죄사실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인정하는 진술을 말하는 것이고 그러한 진술이라면 피고인의 지위에서 행한 것이건, 기소 전에 피의자의 지위에서 행한 것이건, 또 범행 혐의를 받기 전에 행한 것이건, 범행 발각 후에 행한 것이건 모두 자백임에는 다름이 없다. 그리고 그러한 진술은 구술의 형식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고 서면에 기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다. 또, 그 진술이 어디에서 누구에 대하여 행하여졌는지도 자백인지 아닌지의 문제와는 관계없는 것이고, 상대방이 없이 행하여진 경우에도 자백인 점에는 마찬가지라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이 범죄의 혐의를 받기 전에, 그와는 관계없이 타인에게 보이는 것을 예상하지 아니하고 자기의 범죄사실을 기재하여 둔 것이라 하더라도, 그 기재 내용을 증거로 하는 경우에는 이 또한 자백이라고 할 것이다.

[3] [다수의견] 피고인이 뇌물공여 혐의를 받기 전에 이와는 관계없이 준설공사에 필요한 각종 인·허가 등의 업무를 위임받아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그 업무수행에 필요한 자금을 지출하면서, 스스로 그 지출한 자금내역을 자료로 남겨두기 위하여 뇌물자금과 기타 자금을 구별하지 아니하고 그 지출 일시, 금액, 상대방 등 내역을 그때그때 계속적, 기계적으로 기입한 수첩의 기재 내용은, 피고인이 자신의 범죄사실을 시인하는 자백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증거능력이 있는 한 피고인의 금전출납을 증명할 수 있는 별개의 증거라고 할 것인즉, 피고인의 검찰에서의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가 될 수 있다.

[반대의견] 수첩의 기재는 피고인이 경험한 사물에 대한 인식을 외부에 글로 표현한 내용이 증거방법으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이를 자백으로 봄이 합당하고, 이를 피고인의 자백과는 성질이 다른 독립된 증거라고 볼 수 없고, 따라서 물증 등 다른 증거에 비하면 거짓이나 조작이 개재될 여지가 많은 피고인의 자백만으로 유죄판단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려는 형사소송법 제310조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이러한 수첩의 기재 내용만으로는 유죄의 판단을 할 수 없음은 물론 이는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도 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피고인이 작성한 수첩의 기재 내용이 형사소송법 제315조에 의하여 증거능력을 가지게 된다는 것과 자백만으로는 유죄판결을 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의 원칙과는 서로 차원을 달리하는 것이다.

【참조조문】 편집

[1] 구 폐기물관리법(1992. 12. 8. 법률 제453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8호, 제31조 제1항, 제2항

[2]

형사소송법 제310조, 제315조

[3]

형사소송법 제310조, 제315조


【전문】 편집

【피고인】 편집

【상고인】 편집

피고인 및 검사

【변호인】 편집

변호사 배만운 외 1인

【원심판결】 편집

부산고법 1994. 10. 5. 선고 93노1330 판결

【주문】 편집

원심판결 중 피고인 2에 대한 부분 및 피고인 3에 대한 가중뇌물공여의 점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위 각 부분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인 1, 피고인 4, 피고인 5의 상고와 검사의 피고인 3에 대한 변호사법위반의 점에 대한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편집

상고이유를 본다. 1. 피고인 1, 피고인 4, 피고인 5의 변호인의 상고이유(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에 대하여 검사 작성의 피고인 3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의 형식과 내용, 동 피고인의 경력, 직업 등 기록에 나타난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보면, 피고인 3의 검찰에서의 진술은 임의성 있는 진술로 보이고,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임의성이 없는 것이라고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위 피의자신문조서가 임의성이 없어 증거능력이 없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그리고 원심판결과 원심이 유지한 제1심 판결의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거시 증거에 의하여 피고인들에 대한 그 판시 뇌물수수의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고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증거의 증명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원심이 그 판시 수첩의 같은 면에 나란히 기재된 피고인 1와 동 피고인 4의 뇌물수수 일자에 대하여 그 연도를 서로 다르게 인정하였다 하여 이를 이유불비라거나 이유모순이라고 할 수 없다. 결국,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는 원심의 전권에 속하는 증거의 취사선택과 사실의 인정을 나무라는 것이어서 받아들일 수 없다.

2. 피고인 2의 변호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골재채취법위반의 점 원심이 유지한 제1심 판결이 들고 있는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인이 골재채취업의 등록 없이 그 판시 공유수면 등지에서 모래 215,000㎥를 채취하여 다대포 매립현장에 납품함으로써 골재채취업을 영위하였고, 그 모래가 비록 퇴적토가 섞여 있어 희석용 골재는 되지 못하지만 환토용 토사 내지 치환사로서 매립공사의 기초재료로 쓰이는 골재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심리미진, 채증법칙 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이나 골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골재채취법 제14조에 의하면, 골재채취업을 영위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주된 사무소의 소재지를 관할하는 시·도지사에게 등록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골재채취의 허가를 받은 자라고 하더라도 골재채취를 업으로 하고자 하는 자는 별도로 등록을 하여야 하고, 한편 피고인이 그 주장하는 바와 같이 준설허가를 받은 김홍대로부터 공사자로 지명된 피고인 3의 위임을 받아 준설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골재를 채취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골재채취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업으로 하는 이상 골재채취법상의 등록을 하여야 할 것이다. 이와 다른 견해에서 원심이 골재채취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 폐기물관리법위반의 점 (1) 원심은 피고인이 부산직할시장으로부터 일반폐기물처리업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1992. 12. 16. 부산 사하구 구평동 90 소재 한보철강에서 일반폐기물인 슬래그 1,242톤을 수거하여 삼성종합건설 다대포 매립현장 부근 장복건설 매립장에 무단 투기한 것을 비롯하여 그 무렵부터 1993. 2. 22.까지 사이에 위 한보철강, 한국중공업 등지에서 슬래그 12,812톤을 수거하여 위 삼성종합건설 및 장복건설 매립장에 무단 투기하고 그 수수료로 톤당 금 4,000원(원심의 40,000,000원은 오기로 보인다)씩을 교부받는 등으로 일반폐기물처리업을 영위하였다는 폐기물관리법위반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2)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 채택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이 피고인이 일반폐기물인 철강 슬래그(slag, 鑛滓)를 수거하여 다대포 장복건설 매립현장 등에 톤당 금 4,000원씩을 받기로 하고 운반 납품한 사실을 인정한 조치는 이를 수긍할 수 있고, 이와 같은 사실인정이 잘못 되었다고 할 수 없다. (3) 그러나, 나아가 피고인이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일반폐기물처리업을 영위한 것이라는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피고인의 위 공소사실 기재 행위 당시 시행된 폐기물관리법(1991. 3. 8. 법률 제4363호) 제31조 제1항은 "폐기물을 원료, 재료, 연료 등으로 재활용(재활용을 목적으로 하는 수집, 운반 또는 처리를 포함한다)하고자 하는 자 중 일반폐기물을 재활용하고자 하는 자는 시·도지사에게 총리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재활용 대상품목 및 방법 등을 각각 신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2항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신고를 한 자 중 총리령이 정하는 폐기물을 재활용하고자 하는 자는 총리령이 정하는 시설·장비·기술능력 등을 갖추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2조 제8호는 "재활용이라 함은 폐기물을 재생하거나 재이용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폐기물을 재활용하고자 하는 자는 재활용 대상품목 및 방법을 적법하게 신고하기만 하면 되고, 그 외에 따로 일반폐기물 또는 특정폐기물 처리업자의 자격을 갖추어야 하는 등의 제한은 없으며, 재활용에는 재이용도 포함되므로 재활용을 위하여 반드시 재처리 단계를 거쳐야 하는 것도 아니라고 해석된다(다만 1995. 8. 4. 법률 제4970호로 폐기물관리법이 개정되어 제26조 제2항에서 폐기물재생처리업이 폐기물처리업의 일종으로 허가사항으로 신설되었고, 제44조의2에서 폐기물처리업자가 아닌 자가 폐기물재생처리를 하고자 하는 때에는 신고를 하여야 하는 것으로 됨에 따라 폐기물재생처리를 하고자 하는 자는 경우에 따라 허가를 받거나 신고를 하여야 하고, 재활용도 중간처리를 거치는 재생처리로 개정되었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1992. 12.경 재활용 대상물질을 일반폐기물인 광재(제강 슬래그)로, 재활용 용도 또는 방법을 기층복토용(도로) 및 매립용(옹벽 뒤 채움)으로 하여 관할 부산직할시장에게 일반폐기물의 재활용신고를 하였고, 그 신고를 함에 있어 재활용 대상인 제강 슬래그를 한보철강 주식회사에서 50,000톤을 확보하여 이를 1992. 12.부터 1993. 3.까지 4개월간 장복건설 주식회사에서 시공하는 부산 사하구 다대동 산 1의 1 한국선박기관수리공업협동조합 조성부지의 기층복토용으로 공급한다는 계획이 담긴 구비서류를 첨부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수사기록 172 내지 178쪽). 그러므로, 만일, 피고인이 위 재활용신고 내용에 따라 기층복토용 또는 매립용으로 제강 슬래그를 공급하여 그 용도에 사용한 것이라면 이는 재활용신고에 따른 재활용으로서 적법하고, 피고인이 위 재활용신고와는 별도로 일반폐기물처리업 허가를 받을 필요는 없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피고인의 위 공소사실 기재의 행위가 위 재활용신고 내용에 따른 적법한 폐기물의 재활용인지 여부를 좀 더 살펴본 다음에 폐기물관리법위반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에 이르지 아니한 채, 피고인이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일반폐기물처리업을 영위한 것이라는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폐기물관리법의 법리를 오해하여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것이라고 할 것이고, 이는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주장은 이유 있다.

다. 뇌물공여의사표시의 점 검사 작성의 윤영수에 대한 진술조서와 피의자신문조서가 그 주장하는 바와 같이 강요에 의하여 작성된 것으로서 임의성이 없다고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할 수 없고, 또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거시 증거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한 그 판시 뇌물공여의사표시의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으므로, 원심이 채증법칙을 위반하였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라. 위와 같이 피고인 2에 대한 원심판결 중 폐기물관리법위반의 점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는바, 원심판결은 위 폐기물관리법위반의 죄와 나머지 범죄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 처단하였으므로 같은 피고인에 대한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를 면할 수 없다.

3. 검사의 피고인 3에 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가중뇌물공여의 점 (1)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 3은 피고인 1에게 1989. 12. 29.부터 1990. 8. 8.까지 사이에 제1심 판결의 범죄사실 제1항 기재와 같은 부정한 부탁과 함께 그 판결의 별지 제1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8회에 걸쳐 합계 금 3,050,000원을 제공하고, 피고인 4에게 제1심 판결의 범죄사실 제2항 기재와 같은 부탁과 함께 그 판결의 별지 제2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3회에 걸쳐 합계 금 1,700,000원을 제공하고, 피고인 5에게 제1심 판결의 범죄사실 제3항 기재와 같은 부탁과 함께 그 기재와 같이 2회에 걸쳐 합계 금 1,780,000원을 제공하여, 위 피고인들로 하여금 각 그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행위를 하게 하였다는 것이다. (2) 이에 대하여, 제1심은 피고인 3에 대한 위 각 공소사실 중 피고인 1에게 그 판결의 별지 제1범죄일람표 순번 6기재와 같이 금 330,000원의 뇌물을 공여하였다는 점에 대하여만 유죄로 인정하고, 피고인의 그 나머지 뇌물공여 사실에 대하여는 이에 관한 증거로는 검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진술조서 및 피의자신문조서의 각 기재와 동 피고인이 작성한 수첩의 기재 등 피고인의 자백만 있을 뿐이고, 달리 이를 보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고(피고인 4, 피고인 5에 대한 가중뇌물공여의 점에 대하여는 무죄를 선고하였고, 피고인 1에 대한 가중뇌물공여의 점에 대하여는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나 이와 포괄일죄의 관계에 있는 제1심 판결의 별지 제1범죄일람표 순번 6기재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는 터이므로 따로 주문에서 무죄를 선고하지 아니한다고 하였다.) 원심도 이를 그대로 유지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이와 같은 조처는 수긍할 수 없다. 자기의 범죄사실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인정하는 내용의 진술인 이상 그 진술이 어떠한 법적 지위에서 행하여졌는지와는 관계없이 자기의 범죄사실을 시인하는 경우에는 이를 자백으로 보아야 한다는 점에서 제1심이 들고 있는 검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각 진술조서 및 피의자신문조서의 각 기재가 피고인의 검찰에서의 자백에 해당함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상업장부나 항해일지, 진료일지 또는 이와 유사한 금전출납부 등과 같이 범죄사실의 인정 여부와는 관계없이 자기에게 맡겨진 사무를 처리한 사무내역을 그때그때 계속적, 기계적으로 기재한 문서 등의 경우는 사무처리 내역을 증명하기 위하여 존재하는 문서로서 그 존재 자체 및 기재가 그러한 내용의 사무가 처리되었음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별개의 독립된 증거자료라고 할 것이고, 설사 그 문서가 우연히 피고인이 작성하였고, 그 문서의 내용 중 피고인의 범죄사실의 존재를 추론해 낼 수 있는, 즉 공소사실에 일부 부합되는 사실의 기재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일컬어 피고인이 범죄사실을 자백하는 문서라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나머지 공소사실에 관한 증거로서는 피고인의 검찰에서의 자백 외에도 피고인이 작성한 수첩(증 제8호)의 현존 및 기재가 있음을 알 수 있는바, 위 수첩(증 제8호)은 피고인이 이 사건 나머지 공소사실에 관하여 그 범죄혐의를 받기 전에 이와는 관계없이 1989년경부터 공소외 김홍대로부터 동인이 추진하고 있던 어로확보를 위한 준설공사에 필요한 각종 인·허가 등의 업무를 위임받아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그 업무수행에 필요한 자금을 지출하면서 스스로 그 지출한 자금내역을 자료로 남겨두기 위하여 이 사건 뇌물자금과 기타 자금을 구별하지 아니하고, 그 지출 일시, 금액, 상대방 등 내역을 그때그때 계속적, 기계적으로 기입한 것으로 보이고, 그 기재 내용은 피고인이 자신의 범죄사실을 시인하는 자백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증거능력이 있는 한 피고인의 금전출납을 증명할 수 있는 별개의 증거라고 할 것인즉 피고인의 검찰에서의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가 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와 달리 위 수첩(증 제8호)의 기재를 피고인의 자백으로 보고, 이 사건 나머지 공소사실에 관하여 피고인의 자백 이외에 이를 보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제1심의 조치가 적법하다고 하면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였으니 이는 자백의 보강증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채증법칙을 위반한 잘못을 저지른 것이고, 나아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명백하다.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가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의 피고인 3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그가 피고인 1, 피고인 4, 피고인 5에게 각 뇌물을 공여하였다는 점에 관한 무죄 부분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다 할 것이고, 또 피고인 3이 피고인 1에게 뇌물을 공여하였다는 공소사실 부분은 원심이 유죄로 본 피고인 1에 대한 뇌물공여의 점과 포괄적 일죄의 관계에 있으므로 피고인 1에게 뇌물을 공여하였다는 점에 관한 유죄 부분을 포함하여 뇌물공여 부분 전부가 파기를 면할 수 없다.

나. 변호사법위반의 점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이 사건 공유수면 준설허가에 필요한 문화재관리국의 승인, 나아가 공유수면 준설에 관한 각종 인·허가, 승인 등이 피고인 2의 사무라기 보다는 피고인 자신을 위한 사무이므로 변호사법 소정의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무에 관하여 청탁을 한다는 명목으로 금품을 교부받은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 판결을 유지한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채증법칙을 위반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2에 대한 부분과 피고인 3에 대한 가중뇌물공여 부분 전부를 파기하고, 위 파기 부분의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고, 피고인 1, 피고인 4, 피고인 5의 상고와 검사의 피고인 3에 대한 변호사법위반의 점에 대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는바, 검사의 피고인 3에 대한 상고이유 중 가중뇌물공여의 점에 대한 판단에 관하여 대법관 천경송, 대법관 정귀호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대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어, 이에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5. 대법관 천경송, 대법관 정귀호의 반대의견은 다음과 같다. 다수의견은 피고인이 작성한 수첩의 기재가 피고인의 자백이 아니라고 보면서 이 수첩의 기재 내용이 피고인의 검찰에서의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으나, 이에는 찬성할 수 없다. 자백은 범죄사실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인정하는 진술을 말하는 것이고 그러한 진술이라면 피고인의 지위에서 행한 것이건, 기소 전의 피의자의 지위에서 행한 것이건, 또 범행 혐의를 받기 전에 행한 것이건, 범행 발각 후에 행한 것이건 모두 자백임에는 다름이 없다. 그리고 그러한 진술은 구술의 형식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고 서면에 기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다. 또, 그 진술이 어디에서 누구에 대하여 행하여졌는지도 자백인지 아닌지의 문제와는 관계없는 것이고, 상대방이 없이 행하여진 경우에도 자백인 점에는 마찬가지라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이 범죄의 혐의를 받기 전에, 그와는 관계없이 타인에게 보이는 것을 예상하지 아니하고 자기의 범죄사실을 기재하여 둔 것이라 하더라도, 그 기재 내용을 증거로 하는 경우에는 이 또한 자백이라고 할 것이다. 다수의견에 따르면, 수첩의 기재 내용은 자백과는 별개의 독립된 증거라는 것이므로, 다른 증거가 없더라도 피고인이 스스로 작성한 수첩의 기재만으로도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 되나, 이러한 수첩의 기재는 피고인이 경험한 사물에 대한 인식을 외부에 글로 표현한 내용이 증거방법으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이를 자백으로 봄이 합당하고, 이를 피고인의 자백과는 성질이 다른 독립된 증거라고 볼 수 없고, 따라서 물증 등 다른 증거에 비하면 거짓이나 조작이 개재될 여지가 많은 피고인의 자백만으로 유죄판단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려는 형사소송법 제310조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이러한 수첩의 기재 내용만으로는 유죄의 판단을 할 수 없음은 물론 이는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도 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피고인이 작성한 수첩의 기재 내용이 형사소송법 제315조에 의하여 증거능력을 가지게 된다는 것과 자백만으로는 유죄판결을 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의 원칙과는 서로 차원을 달리하는 것이다 . 그리고, 다수의견은 피고인이 작성한 수첩의 존재 자체가 보강증거가 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으나, 수첩 그 자체는 피고인의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가 될 수 없고 그 기재 내용만이 증거(자백)로 될 수 있을 뿐이라는 점을 덧붙여 둔다. 그러므로, 이 사건 수첩의 기재 내용이 피고인의 검찰에서의 자백을 보강할 수 없다고 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검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자백의 보강증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할 수 없다. 검사의 상고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할 것이다.


대법원장 윤관(재판장) 김석수 박만호 천경송 정귀호(주심) 안용득 박준서 이돈희 김형선 지창권 신성택 이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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