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헌마186
긴급재정명령 등 위헌확인
판결기관: 헌법재판소
1996년 2월 29일 판결.


【판시사항】 가. 통치행위(統治行爲) (대통령긴급재정경제명령(大統領緊急財政經濟命令))의 헌법재판(憲法裁判) 대상성(對象性) 나. 국회(國會)의 탄핵소추의결(彈劾訴追議決) 부작위(不作爲)에 대한 위헌확인소원(違憲確認訴願)이 적법(適法)한 것인지 여부 다. 긴급재정경제명령(緊急財政經濟命令)의 발동요건(發動要件) 【결정요지】 가. 대통령(大統領)의 긴급재정경제명령(緊急財政經濟命令)은 국가긴급권(國家緊急權)의 일종으로서 고도(高度)의 정치적(政治的) 결단(決斷)에 의하여 발동(發動)되는 행위(行爲)이고 그 결단(決斷)을 존중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는 행위(行爲)라는 의미에서 이른바 통치행위(統治行爲)에 속한다고 할 수 있으나, 통치행위(統治行爲)를 포함하여 모든 국가작용(國家作用)은 국민(國民)의 기본권적(基本權的)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한계를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고, 헌법재판소(憲法裁判所)는 헌법(憲法)의 수호와 국민(國民)의 기본권(基本權) 보장(保障)을 사명으로 하는 국가기관(國家機關)이므로 비록 고도(高度)의 정치적(政治的) 결단(決斷)에 의하여 행해지는 국가작용(國家作用)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국민(國民)의 기본권(基本權) 침해(侵害)와 직접 관련되는 경우에는 당연히 헌법재판소(憲法裁判所)의 심판대상(審判對象)이 된다. 나. 부작위위헌확인소원(不作爲違憲確認訴願)은 기본권보장(基本權保障)을 위하여 헌법상(憲法上) 명문으로 또는 헌법(憲法)의 해석상(解釋上) 특별히 공권력(公權力) 주체(主體)에게 작위의무(作爲義務)가 규정되어 있어 청구인(請求人)에게 그와 같은 작위(作爲)를 청구(請求)할 헌법상(憲法上) 기본권(基本權)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인정되는 것인바, 헌법(憲法) 제65조 제1항은 국회(國會)의 탄핵소추의결(彈劾訴追議決)이 국회(國會)의 재량행위(裁量行爲)임을 명문으로 밝히고 있고 헌법해석상으로도 국정통제를 위하여 헌법상 국회(國會)에게 인정된 다양한 권한 중 어떠한 것을 행사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판단권은 오로지 국회(國會)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나아가 청구인(請求人)에게 국회(國會)의 탄핵소추의결(彈劾訴追議決)을 청구할 권리에 관하여도 아무런 규정이 없고 헌법해석상으로도 그와 같은 권리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국회(國會)에게 대통령(大統領)의 헌법(憲法) 등 위배행위가 있을 경우에 탄핵소추의결(彈劾訴追議決)을 하여야 할 헌법상 작위의무(作爲義務)가 있다 할 수 없어 국회(國會)의 탄핵소추의결(彈劾訴追議決) 부작위(不作爲)에 대한 위헌확인소원(違憲確認訴願)은 부적법하다. 다. 긴급재정경제명령(緊急財政經濟命令)은 정상적인 재정운용(財政運用)ㆍ경제운용(經濟運用)이 불가능한 중대한 재정(財政)ㆍ경제(經濟)상의 위기(危機)가 현실적(現實的)으로 발생(發生)하여(그러므로 위기(危機)가 발생(發生)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사전적(事前的)ㆍ예방적(豫防的)으로 발할 수는 없다) 긴급(緊急)한 조치(措置)가 필요함에도 국회(國會)의 폐회(閉會) 등으로 국회(國會)가 현실적으로 집회(集會)될 수 없고 국회(國會)의 집회(集會)를 기다려서는 그 목적(目的)을 달할 수 없는 경우에 이를 사후적(事後的)으로 수습함으로써 기존질서를 유지(維持)ㆍ회복(回復)하기 위하여(그러므로 공공복지(公共福祉)의 증진(增進)과 같은 적극적(積極的) 목적(目的)을 위하여는 발할 수 없다) 위기(危機)의 직접적 원인의 제거에 필수불가결한 최소의 한도내에서 헌법(憲法)이 정한 절차(節次)에 따라 행사되어야 한다. 【전문】 【당사자】 청구인 변호사 박성훈

【주 문】 이 사건 심판청구 중 국회의 탄핵소추의결 부작위에 대한 부분을

각하하고,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긴급재정경제명령(대통령 긴급재정경제명령 제16호)에 대한 부분을 기각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대통령은 1993.8.12.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긴급재정경제명령(대통령 긴급재정경제명령 제16호, 이하 “이 사건 긴급명령”이라고 한다)을 발하여 같은 날 20:00부터 이 사건 긴급명령이 시행되었고 같은 달 19. 국회의 승인을 받았는바, 그 주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이 사건 긴급명령의 시행시부터 모든 금융거래시 실명 사용을 의무화하고(제2조, 제3조 제1항) ② 기존의 비실명예금에 대하여는 2개월간의 실명전환의무기간을 설정하여(제5조) ③ 비실명에 의한 자금의 인출을 금지하며(제3조 제3항) ④ 일정금액 이상의 실명전환된 비실명금융자산의 인출시 금융기관이 국세청에 대하여 거래내용을 통보하도록 하고(제6조, 제10조) ⑤ 실명전환의무기간 경과 후에는 이자, 배당소득 등에 대하여 고율의 소득세율을 적용하며, 최고 원금의 60%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하고(제7조, 제9조) ⑥ 금융거래의 비밀보장을 강화하며(제4조) ⑦ 이에 위반하는 자에 대하여는 형사처벌을 한다(제12조).

이에 대하여 청구인은 대통령은 헌법 제76조 제1항에 규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음에도 이 사건 긴급명령을 발하였고, 국회는 위헌적인 이 사건 긴급명령을 발한 대통령에 대하여 헌법 제65조의

탄핵소추를 의결하여야 함에도 이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청구인의 알권리와 청원권 및 재산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며 1993.8.16.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그러므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① 대통령이 1993.8.12. 발한 이 사건 긴급명령 및 ② 국회가 이 사건 긴급명령을 발한 대통령에 대하여 헌법 제65조에 의한 탄핵소추의결을 하지 아니한 것이 청구인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인지 여부이다.

2. 청구인의 주장과 이해관계인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요지 헌법 제76조 제1항은 대통령은 내우ㆍ외환ㆍ천재ㆍ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ㆍ경제상의 위기에 있어서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에 한하여 최소한으로 필요한 재정ㆍ경제상의 처분을 하거나 이에 관하여 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명령을 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바, 대통령은 위 요건들의 어느 하나에도 해당하지 않음에도 이 사건 긴급명령을 발포하였다. 그렇다면 이 사건 긴급명령은 가사 그 내용이 합헌적이라 할지라도 그 절차에 위헌의 소지가 있어 헌법에 위반되고, 국회로서는 위와 같은 위헌적 행위를 한 대통령에 대하여 탄핵소추를 하여야만 할 것이다. 청구인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금융실명제의 실시시기, 실시방법, 부작용 방지책 등을 숙고하고 의견이 있으면 정부에 청원할 권리를 가지는데 이러한 권리가 대통령의 이 사건 긴급명령 발포로 인하여 원천적으로 침해되었으며, 또한 이 사건 긴급명령의 실시로 인하여

청구인의 소유 주식 11주의 시가가 하락함으로써 재산권도 침해되었다.

나. 법무부장관의 의견 (1) 적법요건에 관한 의견

대통령의 이 사건 긴급명령 발포행위는 이른바 통치행위의 영역에 속하여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지 아니할 뿐 아니라, 이 사건 긴급명령으로 인하여 청구인의 기본권이 직접적으로 침해된 바 없으므로 청구인에게는 헌법소원의 심판청구 적격이 없다.

(2) 위헌 여부에 관한 의견

이 사건 긴급명령은 헌법 제76조 제1항 소정의 요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고, 이로 인하여 청구인의 기본권이 침해된 바 없을 뿐 아니라 가사 침해되었다고 할지라도 이는 헌법 제37조 제2항이 정하는 한계 내의 기본권침해로서 헌법상 허용되는 것이다. 가사 이 사건 긴급명령의 위헌성이 의심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긴급명령의 불가피성과 당위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위헌선언은 가급적 억제되어야 한다.

3. 판단 가. 적법요건에 관한 판단 (1) 이 사건 긴급명령 부분

(가) 통치행위 주장에 대한 판단

통치행위란 고도의 정치적 결단에 의한 국가행위로서 사법적 심사의 대상으로 삼기에 적절하지 못한 행위라고 일반적으로 정의되고 있는바, 이 사건 긴급명령이 통치행위로서 헌법재판소의 심사 대상에서 제외되는지에 관하여 살피건대, 고도의 정치적 결단에 의한

행위로서 그 결단을 존중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는 행위라는 의미에서 이른바 통치행위의 개념을 인정할 수 있고, 대통령의 긴급재정경제명령은 중대한 재정 경제상의 위기에 처하여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에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발동되는 일종의 국가긴급권으로서 대통령이 고도의 정치적 결단을 요하고 가급적 그 결단이 존중되어야 할 것임은 법무부장관의 의견과 같다.

그러나 이른바 통치행위를 포함하여 모든 국가작용은 국민의 기본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한계를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고, 헌법재판소는 헌법의 수호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사명으로 하는 국가기관이므로 비록 고도의 정치적 결단에 의하여 행해지는 국가작용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국민의 기본권 침해와 직접 관련되는 경우에는 당연히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일 뿐만 아니라, 긴급재정경제명령은 법률의 효력을 갖는 것이므로 마땅히 헌법에 기속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긴급명령이 통치행위이므로 헌법재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법무부장관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 기본권침해의 직접성 결여 주장에 대한 판단 기본권침해를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하기 위하여는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청구인의 기본권이 직접, 현재 침해받을 것을 요건으로 한다.

그러므로 먼저 청구인이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는 기본권 중 청원권과 알권리에 대하여 살피건대, 청원권은 국민이 국가기관에 대하여 법률ㆍ명령ㆍ규칙의 제정ㆍ개정 또는 폐지 등 청원법 제4조가

정하는 사항에 관하여 의견이나 희망을 진술할 권리(헌법 제26조)이고, 알권리는 헌법 제21조의 표현의 자유에 의하여 직접 보장되는 권리로서 일반적으로 정보에 접근하고 수집, 처리함에 있어 국가권력의 방해를 받지 아니하는 자유권적 성질과 의사형성이나 여론형성에 필요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수집하고 그 방해에 대한 제거를 요구할 수 있는 청구권적 성질을 아울러 가지는 것인바, 이 사건에 있어 비록 1982.7. 이른바 이철희, 장영자 부부의 거액 어음부도 사건이후 금융실명제에 관한 논의가 되어 1982.12.31. 금융실명거래에관한법률(법률 제3607호, 이하 ‘금융실명법’이라 한다)이 제정ㆍ공표되기까지 하고도 위 법률의 시행에 관련된 문제점들 때문에 금융실명제의 실시가 지연되어 왔으나 그 간의 논의 및 대통령의 선고공약 등에 비추어 금융실명제가 조만간 실시될 것이라는 점과 그 대강의 내용은 알 수 있었고 또 그에 따른 청원도 가능하였던 것은 사실이나, 이 사건 금융실명제를 입법예고 등을 거치는 통상의 입법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대통령의 긴급명령의 형태로 전격적으로 시행함으로 인하여 청구인이 구체적으로 실시될 금융실명제의 내용이나 실시시기에 관한 정보에 접근ㆍ수집할 권리나 이에 관하여 청원할 권리는 직접 침해되었다고 할것이다.

다음으로 이 사건 긴급명령의 실시로 인하여 청구인의 소유 주식 11주의 시가가 하락함으로써 재산권이 침해되었다는 청구인의 주장에 관하여 살피건대, 청구인이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청구인이 주장하는 주식의 소유자는 청구인이 아니라 청구외 최명숙인 점을 알 수 있어 재산권침해 부분은 기본권침해의 자기관련성이 흠결되어 부적법하므로 더 이상 판단하지 않는다.

(2) 국회의 부작위 부분

탄핵이란 일반적인 사법절차나 징계절차에 따라 소추하거나 징계하기가 곤란한 행정부의 고위직 공무원이나 법관 등과 같이 신분이 보장된 공무원이 직무상 중대한 비위를 범한 경우에 이를 의회가 소추하여 처벌하거나 파면하는 절차로서, 헌법 제65조는 대통령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탄핵소추의 의결을 할 수 있고 탄핵결정이 있게 되면 공직으로부터 파면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청구인은 국회가 위 탄핵소추의결을 하지 아니한 것을 위헌적인 공권력의 불행사라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부작위위헌확인소원은 기본권보장을 위하여 헌법상 명문으로 도는 헌법의 해석상 특별히 공권력주체에게 작위의무가 규정되어 있어 청구인에게 그와 같은 작위를 청구할 헌법상 기본권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인정되는 것인바(헌법재판소 1992.12.24. 선고, 90헌마174 결정 참조), 국회에게 대통령의 헌법 등 위배행위가 있을 경우에 탄핵소추의결을 하여야 할 헌법상의 작위의무가 있다거나 청구인에게 탄핵소추의결을 청구할 헌법상 기본권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왜냐하면 헌법은 “대통령……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제65조 제1항)라고 규정함으로써 명문규정상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이 국회의 재량행위임을 밝히고 있고 헌법해석상으로도 국정통제를 위하여 헌법상 국회에게 인정된 다양한 권한 중 어떠한 것을 행사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판단권은 오로지 국회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나아가

청구인에게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을 청구할 권리에 관하여도 아무런 명문규정이 없고, 헌법해석상으로도 그와 같은 권리를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다만 청원법에 의하여 청구인은 국회에 탄핵소추의결을 청원할 수는 있으나 이에 대하여 국회는 성실히 심사처리할 의무만 있을 뿐 반드시 탄핵소추의결을 하여야 할 의무는 없다).

따라서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의 부작위는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불행사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어 이 부분에 대한 헌법소원청구는 부적법하다.

나. 위헌 여부에 관한 판단 (1) 기본권의 침해

대통령의 이 사건 긴급명령으로 인하여 청구인의 청원권과 알권리가 침해되었음은 위에서 살핀 바와 같다. 그런데 대통령의 긴급재정경제명령은 평상시의 헌법 질서에 따른 권력행사방법으로서는 대처할 수 없는 재정ㆍ경제상의 국가위기 상황에 처하여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발동되는 비상입법조치라는 속성으로부터 일시적이긴 하나 다소간 권력분립의 원칙과 개인의 기본권에 대한 침해를 가져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헌법은 긴급재정경제명령의 발동에 따른 기본권침해를 위기상황의 극복을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에 그치도록 그 발동요건과 내용, 한계를 엄격히 규정함으로써 그 남용 또는 악용의 소지를 줄임과 동시에 긴급재정경제명령이 헌법에 합치하는 경우라면 이에 따라 기본권을 침해받는 국민으로서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수인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즉 긴급재정경제명령이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은 헌법 제76조 소

정의 요건과 한계에 부합하는 것이라면 그 자체로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정성, 피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이라는 기본권제한의 한계로서의 과잉금지원칙을 준수하는 것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긴급명령이 헌법 제76조가 정하고 있는 요건과 한계에 부합하는 것인지 살펴본다.

(2) 이 사건 긴급명령의 요건 구비 여부

(가) 헌법의 규정

1) 헌법 제76조 제1항은 긴급재정경제명령의 요건에 관하여 “대통령은…… 중대한 재정ㆍ경제상의 위기에 있어서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에 한하여 최소한으로 필요한……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명령을 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2) 또한 헌법은 긴급재정경제명령의 발령절차에 관하여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하고(제89조 제5호), 그 발령은 문서의 형식으로 하여야 하며, 그 문서에는 국무총리와 관계국무위원의 부서가 있어야 하고(제82조), 지체없이 국회에 보고하여 그 승인을 얻어야 하며, 국회의 승인 여부를 즉시 공포하여야 한다(제76조 제3항, 제5항)는 규정을 두고 있다.

3) 따라서 긴급재정경제명령은 정상적인 재정운용ㆍ경제운용이 불가능한 중대한 재정ㆍ경제상의 위기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여(그러므로 위기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사전적ㆍ예방적으로 발할 수는 없다) 긴급한 조치가 필요함에도 국회의 폐회 등으로 국회가 현실적으로 집회될 수 없고 국회의 집회를 기다려서는 그 목적을 달할

수 없는 경우에 이를 사후적으로 수습함으로써 기존질서를 유지ㆍ회복하기 위하여(그러므로 공공복리의 증진과 같은 적극적 목적을 위하여는 발할 수 없다) 위기의 직접적 원인의 제거에 필수불가결한 최소의 한도 내에서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행사되어야 한다.

그리고 긴급재정경제명령은 평상시의 헌법 질서에 따른 권력행사방법으로서는 대처할 수 없는 중대한 위기상황에 대비하여 헌법이 인정한 비상수단으로서 의회주의 및 권력분립의 원칙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되므로 위 요건은 엄격히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나) 이 사건에의 적용

1) 긴급재정경제명령을 발할 수 있는 중대한 재정ㆍ경제상의 위기 상황의 유무에 관한 제1차적 판단은 대통령의 재량에 속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자유재량이라거나 객관적으로 긴급한 상황이 아닌 경우라도 주관적 확신만으로 좋다는 의미는 아니므로 객관적으로 대통령의 판단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의 위기상황이 존재하여야 한다. 살피건대 우리 사회는 지난 30여년간 경제성장 제일주의에 매달려 온 결과, 성장에 필요한 자금조달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비실명금융거래가 조장되어 음성불로소득이 만연하고 지하경제가 확산되었으며, 정치ㆍ사회ㆍ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부정ㆍ부조리를 온존ㆍ심화시키는 역할을 하여 왔는바, 그로 인하여 금융시장이 왜곡되고 금융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져 이른바 이철희ㆍ장영자 부부의 거액어음사기 사건 등 대형 금융사고가 빈발하고, 유휴자금이 부동산과 사채시장으로 몰려 투기가 극에 달하였으며 탈세 및 조세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기업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등 건전한 경제발전에 장애가 되어 특히 1980년

대 이후 문제가 더욱 심각해져 중대한 사회ㆍ경제적 문제로서 더 이상 이를 방치할 수 없는 위기상황에까지 이르렀으며, 이와 같은 위기를 극복하고 정상적인 금융질서를 회복함으로써 지하경제의 범위를 축소시키고 침체되어 있던 생산부문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하여는 금융거래의 실명화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였던 사실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그렇다면 이 사건 긴급명령은 “중대한 재정ㆍ경제상의 위기에 있어서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발하여진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 그런데 이 사건 긴급명령 이전에 이미 금융실명법이 제정되어 있었고 대통령은 1986.1.1. 이후 어느 날이라도 위 법률을 시행함으로써 금융실명제를 실시할 수도 있었으므로(위 법률 부칙 제1항), 굳이 이 사건 긴급명령을 발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었는지 의문이 있다.

살피건대 위 금융실명법과 이 사건 긴급명령을 비교하여 보면 다음과 같은 주요한 내용상의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첫째, 금융실명거래 대상에 관하여 금융실명법은 보험사업자와의 거래 등을 제외함에 반하여, 이 사건 긴급명령은 사실상 모든 금융기관과의 거래일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금융실명법 제2조, 이 사건 긴급명령 제2조 각 참조).

둘째, 기존 비실명자산의 처리에 관하여 금융실명법은 비실명 인출을 무기한으로 허용하고(다만 실명제 실시 6개월 이후에는 과징금을 징수당한다) 정기예금 등에 관하여는 만기후에도 기존의 금액범위 안에서는 계속 비실명거래를 할 수 있도록 예외를 허용함에 반하여, 이 사건 긴급명령은 비실명 인출을 일체 불허하고 있다(금융실

명법 제9조, 제11조 제2항, 이 사건 긴급명령 제5조 각 참조).

셋째, 실명전환금융자산에 대한 과세에 관하여 금융실명법은 미성년자 명의의 700만원을 초과하는 금융자산 이외에는 일체 자금출처 조사나 과세를 면제하도록 함에 반하여, 이 사건 긴급명령은 나이에 따라 최고 5,000만원까지 차등된 금액의 범위에서 자금출처 조사나 과세를 면제하되 실명전환 기존비실명자산에 관하여 이미 부족하게 징수한 이자소득세를 소급하여 원천징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금융실명법 제10조, 이 사건 긴급명령 제6조, 제8조 각 참조).

넷째, 그 밖에 실명전환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의 과징금 징수나 과태료 부과, 비실명자산에 대한 차등과세, 금융정보비밀보장 등에 관하여 금융실명법에 비하여 이 사건 긴급명령이 더욱 엄격한 규정을 두고 있다.

대통령은 이 사건 긴급명령의 발포를 위한 특별담화에서 위와 같은 기존 금융실명법의 내용으로는 금융실명제를 실시하여도 금융실명제의 참다운 의미와 실효성을 반감시킨다고 하고 있는바, 그렇다면 대통령은 기존의 금융실명법으로는 앞서 본 바와 같은 재정ㆍ경제상의 위기상황을 극복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긴급명령을 발한 것임을 알 수 있고, 대통령의 그와 같은 판단이 현저히 비합리적이고 자의적인 것이라고는 인정되지 않으므로 이는 존중되어야 할 것이며, 당시 국회는 폐회중이었을 뿐 아니라 이러한 상황에서 국회를 소집하여 그 논의를 거쳐 기존의 금융실명법을 이 사건 긴급명령과 같은 내용으로 개정한 후 시행하는 경우에는 검은 돈이 금융시장을 이탈하여 부동산시장으로 이동함으로써 한편으로는 금융경색을 초래하여 기업의 자금조달을 어렵게 하여 경기침체

를 심화시키고, 다른 한편으로는 부동산투기를 재연시키거나 자금이 해외로 도피할 위험성이 있으며, 특히 사채시장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의 일시적 자금 부족이 우려되고 비실명화율이 높은 증권시장에 혼란이 일어나는 등 큰 부작용이 있을 것임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고, 그렇다고 금융실명제의 실시를 지체하기에는 우리나라의 제정ㆍ경제상의 위기상황이 매우 심각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렇다면 이 사건 긴급명령의 발포와 관련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함에도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라는 요건도 충족되었다고 볼 것이다.

3) 이 사건 긴급명령의 내용은 앞서 본 재정ㆍ경제상의 위기상황의 극복과 관련하여 “최소한으로 필요한”금융실명제의 실시 및 금융정보의 비밀보장, 그 밖에 이와 관련한 부수적 사항만을 규정하고 있다.

4) 다만 긴급권은 그 본질상 비상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잠정적 성격의 권한이므로 긴급권의 발동은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최단기간 내로 한정되어야 하고 그 원인이 소멸된 때에는 지체없이 해제하여야 할 것인데도 이 사건 긴급명령은 발포일로부터 2년이 훨씬 지난 현재까지도 유지되고 있는바, 이와 같은 긴급명령 발포상태의 장기화가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그 사유만으로 발포 당시 합헌적이었던 이 사건 긴급명령이 바로 위헌으로 된다고 할 수는 없다.

5) 그 밖에 국회는 이 사건 긴급명령 발포 후 1983.8.19. 최초로 소집된 임시국회에서 이 사건 긴급명령을 승인하였으며 기타 절차

적 요건의 구비 여부에 관하여 문제점을 찾아 볼 수 없다.

(3) 그렇다면 이 사건 긴급명령은 헌법이 정한 절차와 요건에 따라 헌법의 한계 내에서 발포된 것이고 따라서 이 사건 긴급명령 발포로 인한 청구인의 기본권 침해는 헌법상 수인의무의 한계 내에 있다고 할 것이다.

4. 결론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 중 국회의 탄핵소추의결부작위에 대한 부분은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고, 이 사건 긴급명령에 대한 부분은 이유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1996. 2. 29.

재판장 재판관 김용준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김문희

재판관 황도연

주 심 재판관 이재화

재판관 조승형

재판관 정경식

재판관 고중석

재판관 신창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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