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인도 [대법원 1994. 8. 26., 선고, 93다20191, 판결] 【판시사항】 가. 보유주식 일정량을 담보제공하기로 한 약정의 성질과 그에 기한 채무가특정물인도채무인지 여부 나. 타인의 권리를 처분한 자의 지위를 그 타인이 상속한 경우 처분계약에 따른 무조건적인 이행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 다. "나"항의 경우 의무불이행이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가. 보유주식 일정량을 담보로 제공하기로 한 담보제공약정은 특정한 "주권"에 대한 담보약정이 아니라 기명의 "주식"에 관한 담보약정이고 다만 그 담보약정의 이행으로서 약정한 기명주식을 표창하는 주권을 인도할 의무가 있는 것인데, 주식은 동가성이 있고 상법 등의 규정에 따른 소각, 변환, 병합 등 변화가능성이 있으며 담보약정에 이르게 된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담보약정 후 주권의 이행제공 전에 갖고 있던 주식에 대한 처분이나 새로운 주식의 취득이 있더라도 약정된 수의 기명주식을 표창하는 주권만 인도하면 되고 인도할 주권의 특정은 쌍방 어느 쪽에서도 할 수 있는 것으로서 담보약정에 기한 채권은 일종의 제한종류채권이다. 나. 갑이 을등 명의의 주식에 관하여 처분권한 없이 은행과 담보설정계약을 체결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일종의 타인의 권리의 처분행위로서 유효하다 할 것이므로 갑은 을등으로부터 그 주식을 취득하여 이를 은행에게 인도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할 것인데, 갑의 사망으로 인하여 을등이 갑을 상속한 경우 을등은 원래 그 주식의 주주로서 타인의 권리에 대한 담보설정계약을 체결한 은행에 대하여 그 이행에 관한 아무런 의무가 없고 이행을 거절할 수 있는 자유가 있었던 것이므로, 을등은 신의칙에 반하는 것으로 인정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는 위 계약에 따른 의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 다. 회사의 경영이 어려워 대주주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고 은행에 금융지원을 호소하던 실정이어서 회사의 경영주인 갑과 가족관계에 있는 을등 역시 자신들의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는 데 아무런 이의를 제기할 여지가 없었으며, 그 결과 은행으로부터 거액의 금융지원을 받게 되어 회사가 정상화되는 데에 상당한 도움을 받았고 나아가 을등은 자신들의 주식이 담보로 제공된 것을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갑의 사망 이후 상당기간 동안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함으로써 은행으로 하여금 계약이 그대로 이행될 것이라고 신뢰하게 하였던 사정이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을등이 이제 와서 은행의 위와 같은 신뢰에 반하여 자신들 명의의 주식은 물론 당연히 계약 내용에 따라 인도해 주어야 할 갑 명의의 주식까지도 인도를 거절하고 있는 것은 신의칙에 어긋난다고 본 사례.

【참조조문】 민법 제375조, 제569조, 제2조

【참조판례】 가. 대법원 1976.4.13. 선고 75다2252 판결(공1976,9105) / 나. 대법원 1959.10.29. 선고 4291민상709 판결(집7민269) / 다. 1981.1.13. 선고 79다2151 판결(공1981,13577)


【전문】 【원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서울신탁은행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평우 외 4인

【피고, 상고인】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1993.3.4. 선고 92나6923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제1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가 망 소외 1이 대주주로 있던 소외 범양상선주식회사의 주거래은행으로서 해운경기의 불황에 따라 경영난을 겪고 있던 위 회사에 1984.5.12.경과 1985.11.15.경의 두차례에 결쳐 다른 거래은행들과 함께 합계 금 8,679억원을 지원하면서 위 회사의 경영에 참가하고 있던 주요 주주들이 본인과 가족들 소유 명의로 된 위 회사 주식을 원고은행에 담보로 제공하기로 약정하고, 우선 그 주권을 원고은행에게 인도하여 이를 보관시키되 원고은행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에는 관련주주의 동의를 얻어 이를 처분할 수 있도록 위임하기로 하여, 위 망 소외 1도 그 자신과 그의 아들인 피고 1, 처인 피고 2 소유명의로 된 위 회사 주식 전부(1,000원권으로 환산하여 18,818천주)를 원고은행에 담보로 제공하기로 약정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담보제공약정은 특정한 "주권"에 대한 담보약정이 아니라 기명의 "주식"에 관한 담보약정이고 다만 그 담보약정의 이행으로서 위 망 소외 1은 약정한 기명주식을 표창하는 주권을 원고에게 인도할 의무가 있는 것인데, 약정 당시에는 위 망 소외 1과 피고 1, 피고 2 명의의 주식 전부가 담보에 제공된 것이지만 주식은 동가성이 있고 상법 등의 규정에 따른 소각, 변환, 병합 등 변화가능성이 있으며 위 담보약정에 이르게 된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담보약정 후 주권의 이행제공 전에 갖고 있던 주식에 대한 처분이나 새로운 주식의 취득이 있더라도 약정된 수의 기명주식을 표창하는 주권만 인도하면 되고 인도할 주권의 특정은 쌍방 어느 쪽에서도 할 수 있는 것으로서 원고은행의 채권은 일종의 제한종류채권이라고 할 것이며, 원고은행은 피고들에 대한 이 사건 소장부본의 송달로써 원심판결의 별지 주권목록 기재 주권으로 채권을 특정하였으니 위 망 소외 1을 상속한 피고들은 원고에게 위 주권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는바, 기록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위 인정과 판단은 옳고 거기에 소론과 같이 기명 보통주식의 담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으며, 소론이 들고 있는 판결은 이 사건에 적절한 선례가 되지 아니한다. 논지는 이유 없다.

2. 제2점에 대하여 망 소외 1이 피고 1, 피고 2 명의의 위 주식에 관하여 처분권한없이 원고와 담보설정계약을 체결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일종의 타인의 권리의 처분행위로서 유효하다 할 것이므로 위 망 소외 1은 위 피고들로부터 위 주식(주권)을 취득하여 이를 원고에게 인도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할 것인데, 이는 위 망 소외 1의 사망으로 인하여 피고들에게 상속되었으나 피고 1, 피고 2는 원래 위 주식의 주주로서 타인의 권리에 대한 담보설정계약을 체결한 원고에 대하여 그 이행에 관한 아무런 의무가 없고 이행을 거절할 수 있는 자유가 있었던 것이므로 위 피고들은 신의칙에 반하는 것으로 인정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는 위 계약에 따른 의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 할 것이다. 그런데 피고 1, 피고 2는 위 망 소외 1의 지위를 승계함으로써 원고은행과의 사이에 있었던 위 계약의 당사자로서의 지위도 겸하게 되었고, 아울러 위 회사의 대주주로서 원고은행이 위 회사에 대하여 한 금융지원의 혜택을 향유하고 있는 관계에 있었으므로 위 피고들은 원고은행과 망 소외 1간의 위 계약에 전혀 무관한 제3자의 지위에 있다고는 할 수 없고, 나아가 주권의 점유자는 이를 적법하게 점유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것인데(상법 제336조 제2항), 위 피고들은 위 주식 취득 이래 그 주식을 표창하는 주권을 위 망 소외 1에게 보관시키고 그 주주권의 행사를 그에게 위임한 채 이를 행사하거나 회사의 운영에 관여한 바 없고 오로지 위 망 소외 1이 자기 명의의 주권과 위 피고들의 주권을 함께 자택에 보관하면서 실질적으로 위 주식 전부에 대한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였다는 것이므로 원고은행으로서는 위 망 소외 1이 그 주식의 실질적인 소유자이거나 그 처분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 할 것이고, 또한 그 당시는 위 회사의 경영이 어려워 대주주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고 원고은행 등에게 금융지원을 호소하던 실정이어서 위 회사의 경영주인 위 망 소외 1과 가족관계에 있던 위 피고들 역시 자신들의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는데 아무런 이의를 제기할 여지가 없었으며, 그 결과 원고은행으로부터 거액의 금융지원을 받게 되어 위 회사가 정상화되는데에 상당한 도움을 받았고, 나아가 위 피고들은 자신들의 주식이 담보로 제공된 것을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위 망 소외 1의 사망이후 상당기간 동안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함으로써 원고은행으로 하여금 위 계약이 그대로 이행될 것이라고 신뢰하게 하였던 사정이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피고들이 이제 와서 원고은행의 위와 같은 신뢰에 반하여 자신들 명의의 주식은 물론 당연히 위 계약내용에 따라 인도해 주어야 할 위 망인 명의의 주식까지도 인도를 거절하고 있는 것은 신의칙에 어긋난다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따라서 같은 취지에 따라 위 피고들의 항변을 배척한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이 신의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논지는 이유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용득(재판장) 천경송 지창권 신성택(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