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다12213
대여금 [대법원 1995. 10. 13., 선고, 93다12213, 판결] 【판시사항】 가. 기존 채무의 이행을 위하여 제3자 발행의 어음을 교부한 경우의 법률관계 나. 채권자가 기존 채무의 이행을 위하여 제3자 발행의 어음을 교부받은 경우, 그 어음에 대한 소구권 보전절차를 취할 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 다. 채권자가 기존 채무의 이행을 위하여 교부받은 어음에 대한 소구권 보전의무를 게을리한 경우, 채무자가 이로 인한 손해배상 채권으로 기존 채무와 상계하기 위한 요건
【판결요지】 가. 채무자가 기존 채무의 이행에 관하여 채권자에게 어음을 교부하는 경우에 당사자 사이에 특별한 의사표시가 없고, 다른 한편 어음상의 주채무자가 원인관계상의 채무자와 동일하지 아니한 때에는 제3자인 어음상의 주채무자에 의한 지급이 예정되고 있으므로, 이는 '지급을 위하여' 교부된 것으로 추정된다. 나. '가' 항의 경우, 채권자는 어음채권과 원인채권 중 어음채권을 먼저 행사하여 만족을 얻을 것을 당사자가 예정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채권자로서는 어음채권을 우선 행사하고 그에 의하여서는 만족을 얻을 수 없을 때 비로소 채무자에 대하여 기존의 원인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나아가 이러한 목적으로 어음을 배서양도받은 채권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자에 대하여 원인채권을 행사하기 위하여는 어음을 채무자에게 반환하여야 하므로,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하여 자기의 원인채권을 행사하기 위한 전제로서 지급기일에 어음을 적법히 제시하여 소구권 보전절차를 취할 의무가 있다고 보는 것이 양자 사이의 형평에 맞는다. 다. 채권자가 기존 채무의 이행을 위하여 교부받은 어음을 지급기일에 적법하게 지급제시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소구권이 보전되지 아니하였더라도, 약속어음의 주채무자인 발행인이 자력이 있는 한 어음을 반환받은 채무자가 발행인에 대한 어음채권이나 원인채권을 행사하여 자기 채권의 만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아직 손해는 발생하지 아니하고, 지급기일 후에 어음발행인의 자력이 악화되어 무자력이 됨으로써 채권자에게 자신의 채무를 이행하여야 할 채무자가 어음을 반환받더라도 발행인에 대한 어음채권과 원인채권의 어느 것도 받을 수 없게 된 때에야 비로소 자신의 채권에 대하여 만족을 얻지 못하게 되는 손해를 입게 되고, 이러한 손해는 어음 주채무자인 발행인의 자력의 악화라는 특별 사정으로 인한 손해로서 소구권 보전의무를 불이행한 어음소지인이 그 채무 불이행 당시인 어음의 지급기일에 장차 어음발행인의 자력이 악화될 것임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만 그 배상채권으로 상계할 수 있다.
【참조조문】 가. 민법 제460조, 어음법 제9조 제1항 나.민법 제390조, 제475조, 제536조 다. 민법제393조 제2항, 제763조, 어음법 제38조, 제43조
【참조판례】 가. 대법원 1970.6.30. 선고 70다517 판결(집18②민99), 1990.3.27. 자 89다카14110결정(공1990,1225) / 가.나. 대법원 1993.11.9. 선고 93다11203,11210 판결(공1994상,65) / 나. 대법원 1992.12.22. 선고 92다8712 판결(공1993상,555) / 나.다. 대법원 1995.10.13. 선고 92다29603 판결(동지) / 다. 대법원 1986.10.28. 선고 86다카218 판결(공1986,3112)
【전문】
【원고, 피상고인】
【피고, 상고인】
【원심판결】
대전지방법원 1993.2.3. 선고 92나4176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원심은, 원고들(원심 공동원고 소외 1 제외. 이하 같다)의 피상속인인 소외 2(1990.11.11. 사망)가 1990.7.20.경 피고로부터 소외 성인무역주식회사(이하 성인무역이라고만 한다) 발행의 액면 금 10,000,000원, 지급기일 같은 해 9.11.로 된 이 사건 약속어음 1장을 교부받고 피고에게 금 10,000,000원을 대여한 사실을 인정하였는바,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 인정은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이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어음할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논지는 이유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 중 상계의 주장에 대하여 가. 원심은, 위 소외 2가 위 약속어음을 그 지급기일에 적법하게 지급제시하였더라면 그 어음금을 지급받을 수 있었고, 그에 따라 피고의 위 차용금 채무도 소멸될 수 있었는데 위 소외 2가 그 지급제시기간이 지나도록 이를 지급제시하지 않고 있다가 위 발행인인 성인무역이 실질적으로 파산함으로 인하여 위 약속어음금을 지급받을 수 없게 되었고 그로 인하여 피고는 그 액면금 상당의 손해를 입게 되었으므로 위 소외 2의 재산상속인들인 원고들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으로써 위 대여금 채무와 상계한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위 소외 2가 1990.8.30.경 위 약속어음을 분실하자 그 사위인 소외 3이 1990.9.20. 서울민사지방법원에 위 약속어음에 대한 공시최고 신청을 하여 1991.1.5. 위 법원에서 위 약속어음에 대한 제권판결이 선고되었는데 위 소외 3 등은 그 후 위 성인무역에 대하여 바로 위 약속어음상의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하고 다시 위 성인무역으로부터 액면 금 10,000,000원, 지급기일 1991.2.25.로 된 약속어음 1장을 교부받아 소지하고 있다가 같은 해 2.25. 지급장소인 서울신탁은행 이촌동 지점에 지급제시하였으나 무거래로 지급거절된 사실은 인정되지만, 대여금 채권의 이행확보를 위하여 약속어음이 교부된 경우에 그 채권자는 대여금 채권이나 약속어음 채권 모두 시효로 소멸되기 전까지는 그 채권 중 어느 것이든 임의로 선택하여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는 것이고, 반드시 그 약속어음의 지급기일에 어음상의 권리를 행사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며, 위 성인무역이 실질적으로 파산된 것이 위 소외 2의 귀책사유로 인한 것이라는 점에 대한 주장 입증도 없으므로 가사 위 소외 2 또는 소외 3이 대여금 채권의 담보로 교부되었던 위 약속어음의 지급제시기간 내에 어음상의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함으로 인하여 그 약속어음의 교부자인 피고가 손해를 입게 되었다 하더라도 위 소외 2가 이러한 손해를 배상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하여 피고의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나. 이 사건에 있어서와 같이 채무자가 기존채무의 이행에 관하여 채권자에게 어음을 교부하는 경우에 당사자 사이에 특별한 의사표시가 없고, 다른 한편 어음상의 주채무자가 원인관계상의 채무자와 동일하지 아니한 때에는 제3자인 어음상의 주채무자에 의한 지급이 예정되고 있으므로 이는 ‘지급을 위하여’교부된 것으로 추정할 것이다(대법원 1993.11.9. 선고 93다11203, 11210판결 참조). 그리고 이러한 경우에는 채권자는 어음채권과 원인채권 중 어음채권을 먼저 행사하여 만족을 얻을 것을 당사자가 예정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채권자로서는 어음채권을 우선 행사하고, 그에 의하여서는 만족을 얻을 수 없을 때 비로소 채무자에 대하여 기존의 원인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하여야 할 것이며, 나아가 이러한 목적으로 어음을 배서양도받은 채권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자에 대하여 원인채권을 행사하기 위하여는 어음을 채무자에게 반환하여야 할 것이므로,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하여 자기의 원인채권을 행사하기 위한 전제로서 지급기일에 어음을 적법히 제시하여 소구권 보전절차를 취할 의무가 있다고 보는 것이 양자 사이의 형평에 맞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원심이 원고가 어음채권과 대여금채권 중 어느 것이든 임의로 선택하여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어 약속어음의 지급기일에 지급제시를 할 의무가 없다는 취지로 설시한 것은 잘못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채권자가 위의 의무를 위반하여 지급기일에 적법한 지급제시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소구권이 보전되지 아니하였더라도 약속어음의 주채무자인 발행인이 자력이 있는 한 어음을 반환받은 채무자가 발행인에 대한 어음채권이나 원인채권을 행사하여 자기 채권의 만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아직 손해는 발생하지 아니하는 것이고, 지급기일 후에 어음발행인의 자력이 악화되어 무자력이 됨으로써 채권자에게 자신의 채무를 이행하여야 할 채무자가 어음을 반환 받더라도 발행인에 대한 어음채권과 원인채권의 어느 것도 받을 수 없게 된 때에야 비로소 자신의 채권에 대하여 만족을 얻지 못하게 되는 손해를 입게 되는 것이고, 이러한 손해는 어음 주채무자인 발행인의 자력의 악화라는 특별 사정으로 인한 손해로서 소구권 보전의무를 불이행한 어음소지인이 그 채무 불이행 당시인 어음의 지급기일에 장차 어음발행인의 자력이 악화될 것임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만 그 배상채권으로 상계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대법원 1986.10.28.선고 86다카218판결 참조). 그런데 이 사건에서 원고가 지급기일에 어음의 지급제시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소구권 보전의무를 게을리하였고 그 후에 어음발행인으로서 주채무자인 성인무역이 무자력이 됨으로써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자신의 원인채무를 이행하더라도 피고 자신의 성인무역에 대한 어음채권 및 원인채권의 만족을 얻을 수 없게 되는 손해를 입었다고 할 것이지만, 기록을 살펴보아도 지급기일 당시에 원고가 장차 성인무역이 무자력이 될 것임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인정할 아무런 자료가 없으므로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심의 설시는 부적절한 부분이 없지 아니하지만 피고의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 채권이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하여 피고의 상계항변을 배척한 결론에 있어서 정당하고 앞에서 지적한 원심의 잘못도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는 아니하는 것이어서 결국 상고논지는 이유 없음에 돌아간다.
3. 상고이유 제2점 중 상환이행의 주장에 대하여 원심은 위 약속어음을 반환받기 전에는 위 대여금 반환채무를 이행할 수 없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위 약속어음에 관하여 1991.1.5. 제권판결이 선고됨으로써 위 약속어음은 무효로 되었다는 사실을 적법하게 확정하여 피고의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일반적으로 약속어음을 교부하고 돈을 차용한 채무자는 채권자의 차용금 반환청구에 대하여 약속어음의 반환과 상환으로만 그 반환의무를 이행하겠다는 주장을 할 수 있음은 소론과 같으나, 이 사건에 있어서처럼 그 약속어음에 대한 제권판결이 선고되어 약속어음의 효력이 상실된 경우에는 그러한 상환이행의 주장을 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같은 취지로 판시한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거기에 어떤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4.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용득(재판장) 천경송 지창권 신성택(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