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약금 [대법원 1993. 6. 25., 선고, 93다11821, 판결] 【판시사항】 부동산 매도인이 중도금의 수령을 거절하였을 뿐만 아니라 계약을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명백히 표시한 경우 매수인은 신의성실의 원칙상 소유권이전등기의무 이행기일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이를 이유로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한 사례

【판결요지】 부동산 매도인이 중도금의 수령을 거절하였을 뿐만 아니라 계약을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명백히 표시한 경우 매수인은 신의성실의 원칙상 소유권이전등기의무 이행기일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이를 이유로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민법 제543조, 제544조, 제400조, 제2조,


【전문】 【원고, 상고인겸 피상고인】 【피고, 피상고인겸 상고인】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1993.1.20. 선고 92나26712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이 부분 상고비용은 피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이 유】 각 상고이유에 대하여 1. 먼저 피고들의 상고이유부터 본다. 원심판결 이유를 보면, 원심은, 이 사건 토지인 강원 명주군 (주소 생략) 대 579㎡ 는 피고들의 공유인데(피고 1은 실제로 자기 단독소유인데 피고 2에게 그 ½지분을 명의신탁해 두었다고 한다), 원고는 1991. 7. 7. 피고 2의 대리인 지위를 겸한 피고 1과 간에 이 사건 토지를 대금 180,000,000원에 매수하기로 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금 20,000,000원은 계약일에, 중도금 80,000,000원은 같은 달 30. 에 각 지급하고, 잔대금 80,000,000원은 같은 해 8. 25. 소유권이전등기 소요서류의 교부와 상환으로 지급하며, 이 사건 토지의 일부가 도로에 편입되더라도 원고로서는 이의를 하지 아니하기로 약정하였고, 위 계약일에 계약금을 지급한 사실, 이 사건 토지가 토지거래허가의 대상인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고, 그 설시 증거들을 종합하여, 원고가 위 중도금 80,000,000원을 지참하고 그 지급기일인 1991.7. 30.16 : 00 경 강릉시 성내동 소재 원다방에서 피고 1에게 이를 지급하려 하였으나, 위 피고는 ‘토지거래허가신청을 하려면 원고의 주민등록등본이 필요하니, 원고가 이를 가져오면 중도금을 받겠다.’고 하면서, “합의서”라는 제목에 “서류수속 절차상 이 사건 토지매매중도금을 1991. 8. 1. 까지 연장 지불하기로 합의하고 아래와 같이 기명날인한다.”고 적힌 문서에 자기 혼자 서명날인한 것(갑 제2호증)을 원고에게 교부함으로써 그날 중도금 수령을 거절하고, 일방적으로 그 지급기일을 위 날짜까지 연기한 사실, 이에 따라 원고는 주민등록지인 울산시 중구 성남동 75에 연락하여 원고의 주민등록등본을 발급받아 속달로 부쳐오게 한 후 이것과 위 중도금을 지참하고 1991. 8. 1.16 : 00 경 위 다방에서 위 피고를 만나 중도금을 지급하려 하자 위 피고는 이번에는 ‘원고의 주민등록이 타지로 되어 있으니 이 사건 토지의 소재지 관내인 강릉으로 옮겨야 한다. 이 상태로는 중도금을 수령할 수 없다.’고 말한 사실, 그러므로 원고측은 ‘그러면 명주군청에 찾아가서 과연 원고의 주민등록을 강릉으로 옮겨야 토지거래허가를 받을 수 있는지 여부를 알아보자.’고 하여, 그 다음날 아침 원고의 오빠인 소외 1, 중개인인 소외 2 및 위 피고가 명주군청에서 만나 각자 담당공무원에게 문의하여, 원고의 주민등록을 이 사건 토지 소재지 관내로 옮겨야 위 토지거래허가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사실, 그런 후 위 3인은 위 소외 1의 차를 함께 타고 군청에서 나왔는데, 위 소외 1과 소외 2가 차안에서 ‘토지거래허가는 잔금 지급기일까지 절차를 밟으면 될 터이니, 원고의 집으로 가서 우선 중도금을 받으라.’고 요구하자, 위 피고는 ‘계를 하러 가니 바쁘다.’고 하면서 차에서 내리려고 하므로, 위 소외 1이 '중도금을 받는 일보다 더 바쁜 일이 어디 있느냐?'고 말리는데도, 위 피고는 ‘내가 왜 원고를 만나느냐?’고 하면서 위 다방 건너편에 이르렀을 때 차에서 내려 그대로 가버린 사실, 원고와 위 소외 1, 소외 2는 그날과 그 다음날 위 피고 집에 전화를 하여 위 피고와 만나려 하였으나 도무지 연락이 닿지 아니하므로, 원고는 위 피고에게 1991. 8. 3. 자 내용증명을 보내어 위 피고의 중도금 수령거절을 이유로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하니 계약금을 반환하고 계약금 상당의 위약금을 지급하라고 통고한 사실을 인정한 후, 그렇다면 위 피고는 중도금의 수령을 거절하고 계약을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명백히 표시하였다 할 것이므로 원고의 위 매매계약 해제는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이 위와 같은 사실을 인정하고 이에 터잡아 위 피고는 중도금의 수령을 거절하고 계약을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명백히 표시한 것이라고 판단한 것은 옳다(당원 1990.11.23. 선고 90다카14611 판결 참조). 또한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하는바, 민법은 채권자가 목적물의 수령을 지체하는 경우 채무자가 이를 공탁하거나 자조매각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지만(제487조, 제490조 참조), 이는 채무자가 계약내용을 유지하려고 할 때에만 사용할 수 있을 뿐이어서 이 제도들만으로는 채무자의 보호에 불충실하므로, 채권자에게 계약을 이행할 의사가 전혀 없고 채무자로서도 그 계약관계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를 원한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자의 이러한 의사를 존중함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돌이켜 이 사건을 보면 원심이 인정한 대로 피고들은 중도금의 수령을 거절한 데다가 이 사건 매매계약을 이행할 의사가 없음이 분명한데, 만약 원고가 피고들의 중도금 수령거절과 계약이행의 의사가 없음을 이유로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고 해석한다면, 원고로서는 중도금을 공탁한 후 잔대금 지급기일까지 기다렸다가 잔대금의 이행제공을 하고 피고들이 자기들 의무인 소유권이전등기의무의 이행제공을 하지 아니한 때에야 비로소 위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바, 어차피 피고들이 위 소유권이전등기의무의 이행을 제공하지 아니할 것이 분명한 이 사건에서, 원고에게 위와 같은 방법을 취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불필요한 절차를 밟고 또다른 손해를 입도록 강요하는 게 되어 오히려 신의성실에 어긋나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라고 여겨지므로 원심이 원고로서도 위와 같은 사유를 내세워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음은 옳고 거기에 소론과 같이 채증법칙위배, 이유모순, 계약해제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논지들은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2. 다음 원고의 상고이유를 본다. 가. 원심은, 피고들은 각자 위 계약해제로 인한 원상회복으로서 이미 지급받은 계약금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인정한 다음, 원고의 위약금 배상에 대한 첫째 주장인 “이 사건 위약금 약정은 구두로 이루어진 것으로서, 위 피고나 그 소송대리인이 형사사건(원고가 위 피고를 사기미수와 위증교사 혐의로, 제1심에서 증언한 소외 3을 위증 혐의로 고소한 사건)이나 이 사건에서 이를 자인하고 있을 뿐더러, 위 소외 2가 위 형사사건과 이 사건에서 한 각 진술로 보아 명백하다.”는 데 대하여, (1) 위 피고측이 위 형사사건이나 이 사건 또는 그 답변서(을 제1호증의 1)에서 이 사건 계약금은 원고의 계약위반으로 위 피고에게 몰취되었다는 주장을 하고 있음은 사실이지만, 이는 원고의 주장을 모두 부인하고 그와 반대되는 입장에서 위 피고의 이익만을 위하여 근거 없이 일방적으로 내세운 주장임이 명백하므로, 이로써 위 피고가 위 계약을 체결할 때 위약금의 약정이 있었다는 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볼 수 없고(피고들 소송대리인은 1992.11.13.자 준비서면에서 위약금 약정이 없었다고 명백히 다투고 있다), (2) 이 사건 매매계약서인 갑 제1호증의 처분문서에는 위약금 규정이 없는바, 위 계약을 체결할 때 이에 관한 약정이 있었으면서도 이렇게 중요한 사항을 계약서에 규정하지 아니하고 구두약정만으로 끝냈다고 볼 합리적인 사정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위 소외 2의 각 진술은 믿기 어렵다 하여, 원고의 위약금 배상 청구를 배척하였다.

나. 그러므로 과연 원고의 주장과 같은 재판상 자백이 이루어졌는지 여부, 원고와 피고들이 구두로 위약금 약정을 체결하였는지 여부를 살피기로 한다. (1) 먼저 원고의 주장과 같은 재판상 자백이 이루어졌는지 여부를 본다. 기록에 나타난 이 사건 소송의 진행 과정을 살피건대, 원고 소송대리인은 제1심의 1차 변론기일에 “원고와 피고들은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할 때, 피고들이 계약을 불이행하면 계약금의 배액을 원고에게 상환하는 반면, 원고가 계약을 불이행하면 계약금은 몰수된다는 구두 합의를 하였는바, 피고들은 뚜렷한 이유 없이 중도금의 수령을 거절하고 있으므로, 원고는 위 약정에 따라 위약금의 지급을 구한다.”는 내용의 소장을 진술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들 소송대리인은 같은 변론기일에 “피고들은 원고가 정당한 이유 없이 중도금과 잔금을 지급하지 아니하므로 1991. 8. 5. 원고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한다고 통고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계약금은 위약금으로서 피고들에게 귀속되었습니다.”는 내용의 1991.10.15.자 답변서를 진술함으로써, 원고와 피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금을 위약금으로 삼기로 특별히 약정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원고의 진술과 일치되는 사실을 진술하였고, 그때부터 피고들 소송대리인이 원심 5차 변론기일에 “원고와 피고들은 구두로 원고 주장과 같은 위약금 약정을 한 바 없다.”는 주장을 담은 1992.11. 23. 자 준비서면을 진술할 때까지, 양 당사자는 서로 상대방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이 사건 중도금의 지급이 이루어지지 못하였다는 점에 중점을 두어 주장·입증하여 왔음을 알 수 있다(피고들 소송대리인은 위 1992. 11. 23. 자 준비서면에서도 이러한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렇다면 원고와 피고들은 이 사건 매매계약이 체결될 때 계약금을 위약금으로 삼기로 특약이 이루어진 사실에 관하여 서로 일치되는 진술을 함으로써 재판상 자백이 성립되었다고 못 볼 바 아니므로, 원심으로서는 이에 저촉되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 할 것이다(당원 1992. 8. 18 선고 92다5546 판결 참조; 따라서 피고들 소송대리인의 1992.11. 23. 자 준비서면 기재 “원고와 피고들은 구두로 원고 주장과 같은 위약금 약정을 한 바 없다.”는 주장은 자백의 취소에 해당하므로, 그 요건이 구비되었는지 여부는 따로 심리하였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원심은 피고들 소송대리인의 위 진술만으로 재판상 자백이 성립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데에는, 재판상 자백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어서, 이 점을 탓하는 논지는 이유가 있다. (2) 원고와 피고들이 구두로 위약금 약정을 체결하였는지 여부를 본다. 앞서 본 사정에다가, 피고 1이 1991. 8. 5. 원고의 위 계약해제통고에 대한 답변으로 발송한 을 제1호증의 1(답변서)에 ‘원고의 중도금지급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이 사건 계약을 해제하고, 따라서 계약금은 같은 피고에게 귀속되었으니 반환할 수 없다.’는 뜻이 기재되어 있는 점, 갑 제11호증의 7에 기재된 이 사건 계약의 중개인 소외 2의 진술을 보면 "계속 연락을 하여도 연결이 안되던 중 1991. 8. 중순경에야 위 피고를 만나서 ’원고가 나머지 대금을 한번에 지급한다고 하니 받고 (등기)해 주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하였더니, ‘다 끝났는데 내가 왜 받느냐? 그리고 내가 왜 계약금을 돌려 주느냐?’고 하면서 가버렸다.”는 것이고, 위 피고 또한 위 형사사건에서 같은 뜻의 진술을 한 점(갑 제11호증의 10, 갑 제12호증의 6의 각 기재 참조)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할 때 원고 주장과 같은 위약금 약정이 구두로 체결되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따라서 이에 부합하는 위 소외 2의 진술을 쉽사리 배척할 수는 없다고 하겠다. 그러므로 원심이 위와 같은 이유만으로 위 소외 2의 진술을 배척한 데에는, 합리적 이유없이 신빙성 있는 증거를 배척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따라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도 이유가 있다.

3. 이에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되, 피고들의 상고는 이를 모두 기각하고 이 부분 상고비용은 패소한 피고들의 부담으로 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상원(재판장) 박우동 윤영철 박만호(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