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헌바47
축산업협동조합법 제99조 제2항 위헌소원
판결기관: 헌법재판소
1996년 4월 25일 판결.


【판시사항】 가. 폐지(廢止)된 법률조항(法律條項)에 대한 헌법소원(憲法訴願) 심판청구(審判請求)의 이익(利益) 유무(有無) 나. (1) 헌법(憲法)이 자유(自由)를 보장하는 결사(結社)의 범위에 공법상(公法上)의 결사(結社)가 포함되는지 여부 (2) 축산업협동조합(畜産業協同組合)이 공법인(公法人)에 해당하는지 여부 다. 정책목표(政策目標)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手段)의 선택이 현저하게 불합리(不合理)하고 불공정(不公正)하여 입법재량(立法裁量)의 한계(限界)를 일탈(逸脫)하였다고 한 예(例) 【결정요지】 가. 심판(審判)의 대상이 되는 법규(法規)는 심판(審判) 당시 유효한 것이어야 함이 원칙이지만 위헌제청신청기각결정(違憲提請申請棄却決定)에 따른 헌법소원심판(憲法訴願審判)은 실질상 헌법소원심판(憲法訴願審判)이라기보다는 위헌법률심판(違憲法律審判)이라 할 것이므로 폐지(廢止)된 법률(法律)이라고 할지라도 그 위헌(違憲) 여부(與否)가 재판(裁判)의 전제(前提)가 된다면 심판청구(審判請求)의 이익(利益)이 인정된다. 나. (1) 결사(結社)의 자유(自由)에서 말하는 결사(結社)란 자유의사(自由意思)에 기하여 결합하고 조직화된 의사형성이 가능한 단체(團體)를 말하는 것이므로 공법상(公法上)의 결사(結社)는 이에 포함되지 아니한다. (2) 축산업협동조합법상(畜産業協同組合法上) 축산업협동조합(畜産業協同組合)은 그 목적(目的)이나 설립(設立), 관리면(管理面)에서 자주적(自主的)인 단체(團體)로서 공법인(公法人)이라고 하기 보다는 사법인(私法人)이라고 할 것이다. 다. 입법목적(立法目的)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手段)의 선택(選擇) 문제는 기본적으로 입법재량(立法裁量)에 속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현저하게 불합리(不合理)하고 불공정(不公正)한 수단(手段)의 선택(選擇)은 피하여야 할 것인바, 복수조합의 설립을 금지한 구(舊) 축산업협동조합법(畜産業協同組合法)(1994.12.22. 법률 제482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9조 제2항은 입법목적(立法目的)을 달성하기 위하여 결사(結社)의 자유(自由) 등 기본권(基本權)의 본질적(本質的) 내용을 해하는 수단(手段)을 선택함으로써 입법재량(立法裁量)의 한계(限界)를 일탈(逸脫)하였으므로 헌법(憲法)에 위반(違反)된다. 【전문】 【당사자】 청구인 ○○낙농협동조합

대표자 조합장 이병달

대리인 동양종합법무법인

담당변호사 김성기 외 5인

【주 문】 구 축산업협동조합법(1994.12.22. 법률 제482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9조 제2항은 헌법에 위반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경기 이천군에서 낙농업에 종사하는 청구외 이병달외 83인이 축산업협동조합법(이하 “축협법”이라 한다)에 의하여 이천군을 조합구역으로 하여 설립절차를 밟아 설립중에 있는 업종별축산업협동조합(이하 “업종별축협”이라 한다)으로서 1989.8.30. 축협법 제100조 소정의 설립요건을 갖추어 같은 조의 규정에 따라 농림수산부장관은 위 조합구역인 이천군이 1962.2.27. 인가를 받은 서울우유협동조합의 구역인 서울특별시, 경기도, 인천직할시와 중복되므로 조합구역이 같은 경우 같은 업종조합의 복수설립을 금하는 취지의 축협법 제99조 제2항(1994.12.22. 법률 제4821호로 축협법이 개정되어 삭제되었다)에 반한다는 이유로 1989.12.14. 위 신청에 대한 거부처분을 하였다.

청구인은 1990.5.23. 서울고등법원에 위 거부처분취소의 소를 제기하였으나 농림수산부장관의 위 거부처분은 위 축협법 제99조 제2항에 의한 적법ㆍ정당한 처분이라는 이유로 패소하였고, 1992.5.16. 대법원에 상고를 한 후 제1심법원이 그 판단의 근거로 한 위 축협법 제99조 제2항이 헌법에 위반되었음을 지적하면서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인지 여부의 제청을 하여 줄 것을 신청하였다.

대법원이 1992.10.23. 청구인의 상고와 위헌제청신청을 모두 기각하자 청구인은 같은 달 31. 위헌제청신청기각결정을 송달받고 같은 해 11.13.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하여 위 축협법 제99조 제2항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것

이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구 축협법(1994.12.22. 법률 제482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9조 제2항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인바, 위 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99조(구역) ② 조합의 구역 내에서는 같은 업종의 조합을 2개 이상 설립할 수 없다.

2. 청구인의 주장 및 이해관계인들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 (1) 축협법 제99조 제1항은 “조합의 구역은 행정구역 또는 경제권 등을 중심으로 하여 정관이 정하는 바에 의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업종별축협의 조합구역 결정을 조합에 맡기고 있으므로 최초로 설립되는 조합이 지나치게 넓은 지역을 구역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기존 조합의 조합원이 아닌 자들은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새로운 조합을 설립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기존 조합에의 가입승낙을 받지 못하는 한 기존 조합에 가입할 수도 없어(실제로 이 사건에서도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청구인의 조합원들에 대하여 가입을 거절하였다) 자신들의 권익을 제대로 지킬 수 없다. 비록 축협법 제103조에 의하여 업종별축협에 준용되는 축협법 제13조 제2항이 “주무부장관은 조합의 구역변경이 지역발전과 조합원의 이익증진에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조합원의 사업이용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이를 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주무부장관에게 조합구역변경조정권을 부여하고 있으나 이는 위 문제점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2) 위와 같이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합리적인 근거도 없이 기존 조합이 설립되어 있는 곳에서의 신규 조합의 설립을 금함으로써 헌법이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제원칙인 “자유시장경제의 원칙”과 “경제민주화의 원칙”(헌법 전문과 헌법 제119조 제1항ㆍ제2항)및 “농ㆍ어민과 중소기업의 자조조직 육성정진”(헌법 제123조 제5항)에 위반되고, 양축인들의 직업수행의 자유(헌법 제15조), 결사의 자유(헌법 제21조)를 침해하고 있으며, 단지 설립절차를 나중에 밟았다고 하는 이유만으로 부당한 차별을 하는 것으로 헌법상의 평등권(헌법 제11조)을 침해하고, 나아가 인간으로서의 가치실현을 위한 중요한 수단인 경제활동을 제한하여 인간의 존엄성 및 가치(헌법 제10조)마저 침해한 위헌의 법률 규정이다.

(3) 조합의 난립방지를 위하여 조합의 설립을 제한할 수 있다고 할지라도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위 각 헌법상 기본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다.

나. 대법원의 위헌제청신청기각 이유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같은 구역 내에 2개 이상의 조합의 설립을 허용하는 경우 조합 사이의 부당한 경쟁을 초래하여 도리어 조합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염려가 있으므로 이러한 폐해를 방지함으로써 양축인의 자주적인 협동조합을 육성하고 축산업의 진흥과 구성원의 경제적ㆍ사회적 지위향상을 도모하여 국민경제의 균형있는 발전을 기하기 위한 것으로서, 위와 같은 규제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헌법상 허용되는 입법정책상의 선택의 범위 내에서 규정된 것으로서 필요하고도 합리적인 제한이라고 인정되므로 청구인이 주장하는 헌법상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다. 농림수산부장관 및 서울우유협동조합의 의견요지 (1) 협동조합은 경제적 약자인 농ㆍ어민, 소비자, 중소기업자 등이 상부상조를 목적으로 조직하는 인적 결합체인데, 구역이 중복되어 같은 업종의 조합이 수개 설립될 경우 조합간의 불필요한 경쟁이나 다툼이 필연적으로 일어나 조합의 근간을 무너뜨리게 되므로, 이를 제도적으로 예방하여 협동조합의 건전한 육성ㆍ발전을 도모하기 위하여 같은 구역 내에 2개 이상의 조합설립을 불허하는 것이다.

(2) 축협법 제13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주무부장관은 언제든지 조합의 구역변경이 지역발전과 조합원의 이익증진에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조합원의 이익증진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이를 조정할 수 있고, 축협법 제26조 제1항ㆍ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기존 조합은 정당한 사유 없이 조합원으로서의 자격을 가지는 자의 가입을 거절할 수 없기 때문에, 조합이 일단 구역을 넓게하여 설립되기만 하면 그 이후에는 새로운 조합의 설립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기존 조합에도 가입할 수 없다는 청구인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3)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기본권의 제한은

공공복리를 위하여 헌법상 허용되는 범위내에서 규정된

필요하고도 합리적인 제한이다.

3. 판단 가. 적법요건에 대한 직권 판단 (1) 재판의 전제성

위 관련사건의 재판을 담당한 서울고등법원과 대법원은 농림수산부장관으로서는 조합의 설립요건이 갖추어진 이상 설립신청에 대하여 이를 인가하여야 할 것이나 위와 같은 요건이 갖추어졌다 하더라도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 정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축협법 제13조 제2항에 의한 경우외에는 이를 인가할 수 없다고 전제한 다음, 농림수산부장관이 한 거부처분은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에 근거한 적법ㆍ정당한 처분이라고 판시하고 있는바, 만약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 위헌이라면 이에 근거한 농림수산부장관의 거부처분의 효력을 다툴 여지가 있어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의 위헌 여부에 따라 재판의 결론인 주문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의 위헌 여부는 위 관련사건의 재판의 전제가 된다고 할 것이다.

(2) 심판청구의 이익

위 관련사건은 1992.10.23. 대법원의 상고기각으로 이미 확정되었으나,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7항은 위헌제청신청기각결정에 대한 헌법소원이 인용된 경우에 당해 헌법소원과 관련된 소송사건이 이미 확정된 때에는 당사자는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관련사건이 이미 확정되었다는 이유만으로 헌법소원심판청구의 이익을 부정할 수 없다(헌법재판소 1994.12.29. 선고, 90헌바13 결정 참조).

(나) 이 사건 심판청구 후인 1994.12.22. 법률 제4821호로 축협법이 개정되어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 삭제되었으며 위 개정법률은 공포후 6월이 경과한 1995.6.23.부터 시행되었는바, 심판의 대상이 되는 법규는 심판당시 유효한 것이어야 함이 원칙이겠지만 위헌제

청신청기각결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은 실질상 헌법소원심판이라기보다는 위헌법률심판이라 할 것이므로 폐지된 법률이라고 할지라도 그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다면 심판청구의 이익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헌법재판소1994.6.30. 선고, 92헌가18 결정 참조).

이 사건의 경우 비록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 법률의 개정으로 삭제되기는 하였으나 농림수산부장관의 조합설립인가거부처분의 위법ㆍ부당 여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처분시의 법규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위 처분 당시 유효한 법률조항이었던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의 재판의 전제성이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인정되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의 이익이 인정된다.

나. 위헌 여부에 대한 판단 (1) 기본권의 제한 여부

(가) 결사의 자유의 제한 여부

1) 결사의 자유와 공법인

헌법 제21조가 규정하는 결사의 자유라 함은 다수의 자연인 또는 법인이 공동의 목적을 위하여 단체를 결성할 수 있는 자유를 말하는 것으로 적극적으로는 ① 단체결성의 자유, ② 단체존속의 자유, ③ 단체활동의 자유, ④ 결사에의 가입ㆍ잔류의 자유를, 소극적으로는 기존의 단체로부터 탈퇴할 자유와 결사에 가입하지 아니할 자유를 내용으로 하는바, 위에서 말하는 결사란 자연인 또는 법인의 다수가 상당한 기간 동안 공동목적을 위하여 자유의사에 기하여 결합하고 조직화된 의사형성이 가능한 단체를 말하는 것으로 공법상의 결사는 이에 포함되지 아니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축협법상의 축협을 공법인으로 볼 것인지, 사법인으로 볼 것인지에 관하여는

논란이 있으므로 살펴본다.

2) 축협의 성질

축협법상 축협(업종별축협과 지역별축협을 말한다)과 중앙회는 정치에 관하여는 일체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되고(축협법 제7조), 축협과 중앙회의 임직원은 공무원(선거에 의하여 취임하는 공무원을 제외한다.)을 겸직할 수 없으며(축협법 제8조 제1항), 정부는 조합과 중앙회의 사업과 운영에 필요한 자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조ㆍ융자할 수 있고, 정부와 공공단체는 조합과 중앙회의 사업과 업무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그 시설장비 등의 이용에 있어 우선적으로 편의를 제공하여야 하며(축협법 제9조), 정부가 위탁하는 사업이나 정부보조사업을 그 사업의 범위 내에 두고 있고(축협법 제53조 제1항 제22호ㆍ제23호, 제102조 제21호ㆍ제22호), 공정한 조합장 선거를 위하여 엄격한 법적 규제를 하고 있으며(축협법 제46조, 제103조, 제144조의2, 제145조), 조합의 회계에 대하여 많은 제한 규정을 두고 있는(축협법 제56조 내지 제68조, 제103조) 외에, 축협중앙회는 국정감사의 대상기관이 되고(국정감사및조사에관한법률 제7조 제3호), 조합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재정원조를 받은 경우에는 감사원의 선택적 감사대상이 되며(감사원법 제23조 제1항 제2호ㆍ제3호), 법인세 등에 대한 과세특례(조세감면규제법 제59조, 제60조, 제61조 제4항), 부가가치세법상의 과세특례(부가가치세법 제12조 제1항 제17호, 같은법시행령 제38조 제1항 제16호) 등 세제상의 특혜를 받고,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등 일부 법률의 적용도 배제되는 등(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제60조, 축협법 제11조) 축협에 일반적인 사법인과는 다른 점들을 찾아 볼 수 있으나, 이와 같은 특수성은 헌법 제123조 제5

항에 의한 국가의 협동조합육성의무와 축협을 비롯한 우리나라 협동조합의 육성과정에서 나타나는 국가의 강력한 지원 및 감독에 따라 나타나는 것에 불과하여 이를 근거로 축협을 공법인이라고 할 수는 없고, 오히려 공법상의 사단법인은 국가의 목적을 위하여 존재하고 국가에 의하여 설립된다는 점에서 사법상의 법인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바, 기본적으로 축협은 축산업의 진흥과 그 구성원의 경제적ㆍ사회적 지위향상과 공동이익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하는 양축인의 자주적 협동조직이고(축협법 제1조, 제98조), 구역 내에 거주하는 유자격자 50인 이상이 발기인이 되어 설립하며(축협법 제14조, 제100조), 조합원의 출자로 자금을 조달하며(축협법 제103조, 제20조), 축협의 결성이나 가입이 강제되지 아니하고, 조합원의 임의탈퇴나 해산이 허용되며(축협법 제103조, 제27조, 제74조), 조합장은 조합원 중에서 조합원이 선출하는 등(축협법 제103조, 제41조 제3항) 그 목적이나 설립ㆍ관리면에서 자주적인 단체로서 공법인이라고 하기보다는 사법인이라고 할 것이다(헌법재판소 1991.3.11. 선고, 90헌마28 결정 참조).

3) 따라서 축협의 설립과 관련하여도 결사의 자유는 보장된다고 할 것인바,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기존의 조합과 구역을 같이하는 경우 신설 조합의 설립을 제한하고 있으므로 결사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나) 직업의 자유의 제한 여부

헌법 제15조가 규정하는 직업선택의 자유라 함은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자유로이 선택하고 이에 종사하는 등 직업에 관한 종합적이고 포괄적인 자유를 말하고, 직업결정의 자유, 직업종사(직업수행)

의 자유, 전직의 자유 등을 포함하는바, 법인의 설립은 그 자체가 간접적인 직업선택의 한 방법이다. 그런데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청구인의 법인설립(축협법 제4조에 의하여 축협은 법인이다)이 제한됨으로써 헌법상의 직업의 자유가 제한된다고 할 것이다.

(다) 평등권의 제한 여부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늦게 설립되는 조합은 그 구역이 기존의 조합과 중복되는 한 새로운 조합을 설립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기존 조합과 신설되는 조합사이에 설립절차를 밟는 시기에 의한 차별을 두어 평등권을 침해하고 있다.

(2) 헌법의 기본원리와 협동조합의 관계

(가) 헌법의 기본원리는 헌법의 이념적 기초인 동시에 헌법을 지배하는 지도원리로서 입법이나 정책결정의 방향을 제시하며 공무원을 비롯한 모든 국민ㆍ국가기관이 헌법을 존중하고 수호하도록 하는 지침이 되며, 구체적 기본권을 도출하는 근거로 될 수는 없으나 기본권의 해석 및 기본권제한입법의 합헌성 심사에 있어 해석기준의 하나로서 작용한다. 그러므로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의 위헌 여부를 심사함에 있어서도 우리 헌법의 기본원리를 그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나) 우리나라 헌법상의 경제질서는 사유재산제를 바탕으로 하고 자유경쟁을 존중하는 자유시장경제질서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이에 수반되는 갖가지 모순을 제거하고 사회복지ㆍ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국가적 규제와 조정을 용인하는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로서의 성격을 띠고 있다. 즉, 절대적 개인주의ㆍ자유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자본주의사회에 있어서는 계약자유의 미명 아래 “있는 자, 가

진 자”의 착취에 의하여 경제적인 지배종속관계가 성립하고 경쟁이 왜곡되게 되어 결국에는 빈부의 격차가 현격해지고, 사회계층간의 분화와 대립갈등이 첨예화하는 사태에 이르게 됨에 따라 이를 대폭 수정하여 실질적인 자유와 공정을 확보함으로써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도록 하였는바(헌법재판소 1989.12.22. 선고, 88헌가13 결정 참조), 이러한 절대적 개인주의ㆍ자유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초기 자본주의의 모순 속에서 소비자ㆍ농어민ㆍ중소기업자 등 경제적 종속자 내지는 약자가 그들의 경제적 생존권을 확보하고 사회경제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기 위하여 결성한 자조조직이 협동조합이고, 우리 헌법도 “국가는 농ㆍ어민과 중소기업의 자조조직을 육성하여야 하며, 그 자율적 활동과 발전을 보장한다”는 규정을 둠으로써(헌법 제123조 제5항) 국가가 자발적 협동조합을 육성하여야 함을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농민의 자조조직인 업종별축협의 설립을 제한하는 규정이라 할 것이므로 위 헌법원리와의 관계에서 검토를 필요로 한다.

(3) 기본권제한의 위헌 여부

(가) 기본권제한입법의 한계

국민의 기본권은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제한할 수 있지만,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는바(헌법 제37조 제2항), 위 제한의 한계로 “과잉금지의 원칙”을 적용할 수 있다.

즉,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입법의 목적이 헌법 및 법률의 체제상 그 정당성이 인정되어야 하고(목적의 정당성), 그 목적의 달성

을 위하여 그 방법이 효과적이고 적절하여야 하며(방법의 적절성), 입법권자가 선택한 방법이 설사 적절하다고 하더라도 보다 완화된 형태나 방법을 모색함으로써 기본권의 제한은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치도록 하여야 하며(피해의 최소성), 그 입법에 의하여 보호하려는 공익과 침해되는 사익을 비교형량할 때 보호되는 공익이 더 커야 한다(법익의 균형성).

(나)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같은 구역 내에 2개 이상의 조합의 설립을 허용하는 경우 조합 사이의 부당한 경쟁을 초래하여 도리어 조합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가 있으므로, 이러한 폐해를 방지함으로써 양축인의 자주적인 협동조합을 육성하고 축산업의 진흥과 구성원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향상을 도모하여 국민경제의 균형있는 발전을 기하기 위한 것이라고 이해된다.

즉, 업종별축협은 조합원의 사업과 생활에 필요한 물자의 구입 등의 구매사업, 조합원을 위한 생산ㆍ출하의 조절 및 판매사업, 공제사업(축협법 제102조 제6호ㆍ제7호ㆍ제14호) 등을 주요사업에 포함하고 있는바, 동일한 조합구역 내에 업종을 같이 하는 복수의 조합이 설립되어 있는 경우에는 조합사이에 생산물의 판매와 필요한 물자의 구입에 경쟁이 예상되고 그와 같은 경쟁이 심화되는 경우에는 저가판매와 고가구입이 불가피한 경우도 있어 오히려 조합원의 이익을 해하는 결과가 초래되며, 공제사업을 함에 있어서도 적정규모를 유지하기 위하여 조합간에 조합원 확보를 위한 경쟁이 심화되고 적정한 조합원수를 확보하지 못한 조합의 파행적 운행도 예상된다. 또한 정부는 조합의 사업과 운영에 필요한 자금의 전부 또는 일부

를 보조할 수 있고, 정부와 공공단체는 조합의 사업과 업무에 적극적으로 협력하여야 하며, 그 시설장비 등의 이용에 있어 우선적으로 편의를 제공하여야 하는바(축협법 제9조), 동일한 조합구역내에 복수의 조합이 설립되어 있는 경우에는 위와 같은 정부의 지원이 상대적으로 제한될 수 밖에 없고, 나아가 정부의 보조를 우선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경쟁으로 인하여 조합의 자주적인 운영이 위협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위와 같은 결과를 방지하고 축협의 육성ㆍ발전을 도모한다는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은 공공복리를 위하여 개인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경우에 해당되므로 정당하다고 할 것이다.

(다) 방법의 적절성 및 합리적 차별의 문제

1) 협동조합은 자본주의의 발달과정에서 사회적ㆍ경제적으로 생산자가 대기업에 종속될 수 밖에 없는 소비자나 중소생산업자 등 사회적ㆍ경제적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자들이 그들의 권익을 옹호하기 위하여 결합한 인적단체로서 조합원들의 자발적이고 자주적인 조직체라는 데서 그 본질을 찾을 수 있고, 이와 같은 본래의 존재의의로 인하여 다른 결사와는 구별되는 고유의 조직적인 특징을 가지는바, 이를 협동조합원칙이라고 한다. 협동조합원칙은 1844년 영국 로치데일(Rochdale)에서 설립된 로치데일공평선구자조합(The Equitable Pioneers of Rochdale Society)이 정한 조합의 운용원칙, 소외 로치데일원칙으로부터 비롯하는데, 현재의 원칙은 1966년 국제협동조합연맹 비엔나대회에서 채택된 ① 조합공개의 원칙, ② 민주적 관리의 원칙, ③ 출자에 대한 이익 제한의 원칙, ④ 잉여금공정분배의 원칙 ⑤ 교육중시의 원칙, ⑥ 협동조합간 협동의 원칙을 그 내

용으로 하고 있고, 이 중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과 특히 관련되는 것이 조합공개의 원칙이다. 조합공개의 원칙이란 “협동조합에의 가입은 자발적이어야 하며, 조합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동시에 조합원으로서의 책임을 부담하려고 하는 모든 사람에게 인위적 제한이나 차별대우가 없이 문호가 개방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말하는 것으로, 이 원칙에 따라 조합에의 가입과 탈퇴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함은 물론이고 조합 구성원의 자주적인 판단에 따라 자유롭게 조합이 설립될 것도 보장되어야 한다.

따라서 조합원은 반드시 하나의 조합에의 가입만에 한정할 것이 아니고 그 필요에 따라 자유로이 복수의 조합을 설립하여 가입하는 것도 가능한 것이 원칙이고, 어느 시점에서의 조합의 육성에 대한 정책, 기존 조합의 이익ㆍ권익 옹호 등의 관계에서 새로운 조합 설립을 저지하는 것은 협동조합의 본질을 해하는 것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조합구역을 같이 하는 동종의 업종별축협이 복수로 설립되는 것을 금하고 있으므로 이와 같은 제한은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합공개의 원칙에 반한다고 하겠다.

이 점과 관련하여 축협법은 조합공개의 원칙과 관계되는 규정들을 두고 있으므로 그들 규정에 의하여 조합공개의 원칙이 보장될 수 있는가 살펴본다.

2) 먼저 축협법에서 조합은 조합원수를 제한할 수 없고 정당한 사유 없이 조합원이 될 자격을 가진 자에 대하여 가입을 거절하거나 다른 조합원보다 불리한 가입조건을 붙일 수 없다고 규정함으로써(축협법 제103조, 제26조 제1항ㆍ제3항), 기존 조합구역 내의 모든

양축인에게 기존 조합의 조합원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조합구역 내의 양축인들이 기존 조합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조합을 설립하려고 하는 주된 이유는 기존 조합의 업무수행 목표나 방법, 운영실적 등에 만족할 수 없는 사정이 있기 때문에 그들의 이상에 맞는 새로운 조합을 설립하려는 데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 때문에 그들은 원칙적으로 새로운 조합을 설립할 수가 없고 조합활동을 하기 위하여는 기존조합에 가입할 수 밖에 없는바(이 경우에도 기존조합이 정당한 사유를 들어 가입을 거절할 경우에는 조합활동을 할 수조차 없다), 이에 의하여 조합운영의 목표나 이념이 다르고 조합업무에 관하여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자들이 하나의 조합에서 활동할 수 밖에 없어 오히려 조합원간의 갈등을 초래함으로써 사회적ㆍ경제적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자들이 그들의 권익을 옹호하기 위하여 자발적으로 결합함을 특질로 하는 협동조합의 본질에 반하게 된다. 다음으로 축협법은 업종별축협의 조합구역에 관하여 “구역은 행정구역 또는 경제권 등을 중심으로 하여 정관이 정하는 바에 따른다”(축협법 제99조 제1항)라고 규정하는 한편, “주무부장관은 조합의 구역변경이 지역발전과 조합원의 이익증진에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조합원의 사업이용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이를 조정할 수 있다”(축협법 제103조, 제13조 제2항)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에 따라 주무부장관인 농림수산부장관은 신설조합이나 기존조합이 축협법 제99조 제1항에 따라 행정구역 또는 경제권 등을 중심으로 하여 조합의 구역을 정하였는지를 심사할 수 있고, 조합의 구역이 행정구역 또는 경제권 등의 범위를 넘어 지나치게 방대한 경우에는 축협법 제13조 제2항에

규정된 주무부장관의 조합구역변경조정권의 행사에 의하여 이를 행정구역 또는 경제권 등의 단위로 조정함으로써 그로 인한 불합리를 제거할 수 있으므로 이에 의하여 기존조합의 구역이 지나치게 방대하게 되는 것을 막고, 기존조합의 구역 내에서도 신설 조합이 설립될 수 있는 길을 열어두고 있다. 그러나 위 조합구역변경조정권의 행사에 의하여 기존 조합의 조합구역을 합리적인 범위로 제한한다고 할지라도 신설 조합을 설립하려고 하는 자들이 기존 조합의 구역 내에서 업종을 같이 하는 조합을 설립할 수 없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고, 한편 위 조정권의 행사에 의하여 기존조합의 구역으로부터 제외된 지역에 거주하는 기존조합의 조합원은 그들의 의사에 반하여 기존 조합의 조합원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하고 신설조합에 가입하든지 비조합원으로 남든지 양자 사이에서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3) 그렇다면 위에서 살펴 본 축협법의 규정들에 의하더라도 조합공개의 원칙이 보장되지 아니하고,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입법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은 우리 헌법의 기본원리에 배치되고 협동조합의 본질에 반하는 수단을 택하여 양축인이 자주적으로 협동조합을 설립하여 그들의 권익을 보호할 수 없게 함으로써 양축인의 결사의 자유, 직업수행의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고 있으며,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기존 조합과 달리 신설 조합에 가해지는 위와 같은 설립제한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도 할 수 없다.

(라) 정책수행수단의 선택과 입법재량의 문제

조합의 난립 방지를 통하여 축협의 육성ㆍ발전을 도모한다고 하

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가능한 여러 수단들 가운데 구체적으로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는 입법재량의 영역에 속하는 문제인데다가,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발전과 더불어 건실한 축산진흥시책을 수립하고 양축인의 자주적 협동조합을 육성할 필요성이 커졌음에도 양축인들의 조합결성 기반이 조성되어 있지 아니하고 조합활동이 미약한 현실상의 현실상의 문제점이 있어 정부의 강력한 지도ㆍ감독하에 빠른 시일안에 축협을 조직하고 축협운동을 활성화시키기 위하여는 전국 양축인의 협동조직화 및 계열화가 요구되어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을 두게된 것인바, 가사 위 입법목적을 위한 수단으로서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 정한 방법이 최선의 것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위헌이라고 할 수는 없다라는 주장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이를 살펴본다.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가능한 여러 수단들 가운데 구체적으로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가 기본적으로 입법재량에 속하는 것이기는 하다.

그러나 위 입법재량이라는 것도 자유재량을 말하는 것은 아니므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반드시 가장 합리적이며 효율적인 수단을 선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적어도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수단의 선택은 피하여야 할 것인바, 이 사건의 경우 앞서 본 입법목적은 조합의 설립요건을 강화한다든가(축협법은 조합의 설립에 관하여 자유설립주의나 준칙주의를 택하지 아니하고 인가주의를 택하고 있으므로 설립요건의 강화에 의하여도 조합의 난립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다), 조합에 대한 국가의 지원과 감독권의 적절한 행사나 그 밖에 협동조합의 본질에 반하지 않는 수단

들을 통하여서도 달성할 수 있을 것임에도, 앞서 살펴 본 바와 같이 결사의 자유 등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해하는 복수조합설립금지라는 수단을 선택한 것은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것이므로 이는 위헌임이 명백하다.

(마)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의 원칙 및 자의금지의 원칙에 반하여 청구인의 결사의 자유, 직업의 자유, 평등권을 침해하는 위헌의 법률조항이라고 할 것이다.

4. 결론 그렇다면 구 축산업협동조합법(1994.12.22. 법률 제482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9조 제2항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어서 청구인의 심판청구는 이유있으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1996. 4. 25.

재판장 재판관 김용준

주 심 재판관 이재화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김문희

재판관 황도연

재판관 조승형

재판관 정경식

재판관 고중석

재판관 신창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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