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기) [대법원 1993. 4. 23., 선고, 92다41719, 판결] 【판시사항】 가. 민법 제398조의 규정취지 나.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지 여부에 대한 판단기준 다. 계약 당시 손해배상액을 예정하였으나 손해가 예정액을 초과하는 경우 초과부분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가. 민법 제398조에서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하여 규정한 목적은 손해의 발생사실과 손해액에 대한 입증의 곤란을 덜고 분쟁의 발생을 미리 방지하여 법률관계를 쉽게 해결할 뿐 아니라 채무자에게 심리적 경고를 함으로써 채무의 이행을 확보하려는 것이고, 한편 제2항에 규정된 손해배상예정액의 감액제도는 국가가 계약 당사자들 사이의 실질적 불평등을 제거하고 공정을 보장하기 위하여 계약의 내용에 간섭한다는 데에 그 취지가 있다. 나. 법원이 손해배상의 예정액을 부당히 과다하다 하여 감액하려면 채권자와 채무자의 경제적 지위, 계약의 목적과 내용,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경위(동기), 채무액에 대한 예정액의 비율, 예상 손해액의 크기, 당시의 거래 관행과 경제상태 등을 참작한 결과 손해배상 예정액의 지급이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채무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여 공정을 잃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인정되는 경우라야 할 것이다. 다. 계약 당시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경우에는 다른 특약이 없는 한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입은 통상손해는 물론 특별손해까지도 예정액에 포함되고 채권자의 손해가 예정액을 초과한다 하더라도 초과부분을 따로 청구할 수 없다.

【참조조문】 민법 제398조

【참조판례】 가.나. 대법원 1991.3.27. 선고 90다14478 판결(공1991,1265) / 나. 대법원 1992.9.22. 선고 92다22190 판결(공1992,2976), 1992.11.24. 선고 92다22350 판결(공1993,227), 1993.1.15. 선고 92다36212 판결(공1993,702) / 다. 대법원 1988.9.27. 선고 86다카2375,2376 판결(공1988,1321)


【전문】 【원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피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1992.7.29. 선고 91나55713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의 피고 패소부분 중 손해배상예정액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의 상고와 피고의 나머지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이 부분 상고 비용은 각자의 부담으로 한다.


【이 유】 각 상고이유에 대하여 1. 원고의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이, 피고가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할 때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소외 강원도 명의의 환매특약등기를 말소할 의사조차 없었음에도 원고를 기망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음은 옳고, 거기에 채증법칙위배로 인한 사실오인, 기망행위 및 계약해제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할 수 없다. 논지들은 모두 이유가 없다.

2. 피고의 상고이유를 본다. 가. 그 제1점에 대하여 (1) 원심판결 이유를 보면, 원심은, 원고가 1989.12.29. 피고로부터 춘천시 (주소 1 생략) 잡종지 11,712㎡와 그 지상에 신축 중이던 공정 약 85%의 ○○관광호텔(이하 위 토지와 건축중인 건물을 일괄하여 '이 사건 부동산'이라고 한다)을 금 9,200,000,000원에 매수하기로 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면서, 계약금 720,000,000원 중 1차 계약금 400,000,000원은 계약 당일에, 2차 계약금 320,000,000원은 1990.1.30.에, 중도금 2,000,000,000원은 같은 해 2.25.에, 잔금 6,280,000,000원은 같은 해 4.30.에 각 지급하고, 그 소유권이전등기절차는 잔금지급일에 이행하되, 원고가 이 사건 계약을 위반하였을 때에는 피고는 원고에게 계약금을 반환하지 아니하기로 한다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을 약정한 사실을 인정하고서, 이 사건 계약은 원고가 계약금 720,000,000원과 중도금의 일부 금 94,300,000원만을 지급하였을 뿐 나머지 중도금과 잔금을 지급하지 아니함으로써 이를 이유로 한 피고의 같은 해 12.28.자 해제통고로 적법하게 해제되었으니, 피고는 원상회복으로 원고가 지급한 금액에서 위 손해배상의 예정액을 공제한 금액만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나, 한편 위에서 본 증거들에 갑 제2호증(메모지), 을 제4호증의 1(건축물대장), 2(등기부등본)의 각 기재, 제1심 증인 소외 1의 증언 및 변론의 전취지를 더하여 보면, 피고가 이 사건 계약 당시 비록 계약의 내용은 아니었지만 원고에게 관광진흥자금을 대출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한 사실, 원고는 피고가 호텔 준공 전에도 소외 강원도 명의의 환매특약등기를 말소시키는 등 역량을 가졌음에 비추어 위 자금대출시 피고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믿고 이 사건 계약에 이른 사실, 이 사건 매매대금은 금 9,200,000,000원이지만 중도금까지의 총액은 금 2,920,000,000원에 불과하였고, 잔금에서 나이트클럽과 오락실의 임대보증금, 은행대출금을 공제하기로 한 사실, 위 호텔은 같은 해 7.16. 준공되어 그 무렵 등기까지 마쳤으며, 그 후 시가가 상승되어 현재 금 20,000,000,000원 상당에 이르고 있는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는바, 이 사실들에 비추어 보면, 매매가액의 약 8%에 육박하는 위 손해배상의 예정액은 과다하므로 이 사건 매매대금의 5% 상당인 금 460,000,000원으로 감액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2) 민법 제398조가 규정하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채무불이행이 있을 경우 채무자가 지급하여야 할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해두는 것으로서, 그 목적은 손해의 발생사실과 손해액에 대한 입증의 곤란을 덜고 분쟁의 발생을 미리 방지하여 법률관계를 쉽게 해결할 뿐 아니라, 채무자에게 심리적 경고를 함으로써 채무의 이행을 확보하려는 것이고, 한편 그 제2항에 규정된 손해배상 예정액의 감액 제도는 국가가 계약 당사자들 사이의 실질적 불평등을 제거하고 공정을 보장하기 위하여 계약의 내용에 간섭한다는 데에 그 취지가 있으므로, 이 규정에 따라 법원이 손해배상의 예정액을 부당히 과다하다 하여 감액하려면, 채권자와 채무자의 경제적 지위, 계약의 목적과 내용,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경위(동기), 채무액에 대한 예정액의 비율, 예상 손해액의 크기, 그 당시의 거래 관행과 경제 상태 등을 두루 참작한 결과, 손해배상 예정액의 지급이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채무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여 공정을 잃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인정되는 경우라야 할 것이다(당원 1991.3.27. 선고 90다14478 판결 등 참조). (3) 원심은 이 사건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하다고 볼 수 있는 사유로서, ① 피고가 이 사건 계약 당시 비록 계약의 내용은 아니었지만, 원고에게 관광진흥자금을 대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한 점, ② 원고는 피고가 호텔의 준공 전에도 소외 강원도의 환매특약등기를 말소시키는 등 역량을 가졌음에 비추어 위 자금 대출에 피고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믿고 이 사건 계약에 이른 점, ③ 이 사건 매매대금은 9,200,000,000원이지만 중도금까지의 총액은 금 2,920,000,000원에 불과하였고, 잔금에서 나이트클럽 및 오락실의 임대보증금, 은행대출금을 공제하기로 한 점, ④ 위 호텔은 1990.7.16. 준공되어 그 무렵 등기까지 마쳤으며, 그 후 시가가 상승되어 현재 금 200억원 상당에 이르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①항과 ②항 사유는 원심이 인용한 증거들을 아무리 살펴보아도 이를 인정할 만한 자료가 전혀 없고, ③항 사유들 중 이 사건 매매대금과 중도금까지의 총액, 원고와 피고가 이 사건 매매대금에서 나이트클럽과 오락실에 대한 임대보증금 상당액을 공제하기로 약정한 점은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지만, 위 매매대금에서 은행대출금을 공제하기로 약정하였다는 증거는 전혀 없으며, ④항 사유는 이 사건 손해배상예정액을 감액하는 데 참작할 바 아니라고 봄이 타당하다 할 것이다. (4) 오히려 원심이 인용한 제1심 증인 소외 1의 증언에 따르면, 피고는 이 사건 중도금과 잔금이 제때에 지급될 것으로 믿고 공사자금계획을 세웠는데, 원고가 그 각 지급기일을 어김으로 말미암아, 어쩔 수 없이 사채를 얻어 공사자금에 충당하느라고 12억원 내지 15억원의 이자를 지출하였을 뿐더러, 호텔의 완공이 4개월이나 늦었기 때문에 적어도 10억원 이상의 영업상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고, 또한 피고가 원고의 위 대금지급의무의 불이행으로 인하여 아래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한 판단에서 보는 바와 같은 손해를 입었음은 원심도 인정한 바이며, 한편 부동산 매매에서는 매매대금의 10% 정도를 계약금으로 정하고 이를 손해배상예정액으로 약정함이 일반적인 거래관행인데(위 당원 판결 참조), 이 사건 예정액은 그 8%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원심으로서는 앞에서 설시한 사유들을 심리한 후 이 사건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원고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여 공정을 잃게 할 정도라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만 이를 부당히 과다하다 하여 감액할 수 있는데도, 원심은 아무런 증거 없이 일부 참작사유들을 인정한 데다가, 손해배상예정액의 감액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그 참작사유들에 대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이를 감액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을 저질렀다 할 것이고, 따라서 이 점을 탓하는 논지는 이유가 있다.

나. 그 제2점에 대하여 원심이 피고의 상계 항변 즉, "피고는 이 사건 계약일인 1989.12.29. 장남인 소외 2 명의로 소외 3으로부터 서울 서대문구 (주소 2 생략) 대지 및 주택을 금 267,000,000원에 매수하면서 계약금 20,000,000원을 지급하였고, 1990.1.31. 중도금 150,000,000원을 지급하기로 하였는데, 원고로부터 중도금을 지급받지 못하여 피고 역시 위 중도금을 지급하지 못하였고, 이에 피고는 하는 수 없이 원고의 동의를 받아 1990.2.8. 위 소외 3에게 중도금 중 금 50,000,000원만을 지급하면서 나머지 중도금의 지급기일을 2.25.로 연기하고, 만일 이를 어길 때에는 이미 지급된 금 70,000,000원을 모두 몰취당하기로 약정하였는데도, 원고가 피고에게 금원을 지급하지 아니하여 결국 피고는 원고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금 70,000,000원의 손해를 입었으므로, 피고는 위 손해배상채권으로써 원고의 피고에 대한 원상회복청구권과 상계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피고의 아들인 소외 2가 소외 3으로부터 위 대지 및 주택을 매수하고 그 중도금 지급을 지체하였으며, 원고도 이를 알고 있었던 사실은 인정되나, 이 사건과 같이 계약 당시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경우에는 다른 특약이 없는 한 원고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피고가 입은 통상손해는 물론 그 특별손해까지도 위 예정액에 포함되고, 설사 피고의 손해가 위 예정액을 초과한다 하더라도 그 초과 부분을 따로이 청구할 수 없는바,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및 제1심 증인 소외 1, 원심 증인 소외 4의 각 증언만으로는, 원고와 피고가 위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하여 다른 특약을 맺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오히려 을 제1호증의 문언을 보면, 원고는 이 사건 계약이 유효하게 존속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 피고에게 위 금 70,000,000원을 지급하겠다고 한 취지로 보인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하였음은 옳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위법은 없으므로, 이 부분 논지는 모두 이유없다.

3. 따라서 원심판결의 피고 패소부분 중 손해배상예정액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되, 원고의 상고와 피고의 나머지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이 부분 상고비용은 각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상원(재판장) 박우동 윤영철 박만호(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