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다3670
해고무효 [대법원 1992. 5. 26., 선고, 92다3670, 판결] 【판시사항】 가. 사직의 의사 없는 근로자들이 사용자의 지시에 따라 진의 아닌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고 사용자가 이를 선별수리하여 의원면직처리한 조치가 근로기준법 제27조 등의 강행법규에 위배되어 당연무효인지 여부(적극) 나. 이른바 실효의 원칙을 적용하기 위한 요건 다. 실효의 원칙을 적용하기 위하여 심리하여야 할 일반적인 사항라. 근로자들이 면직된 후 바로 퇴직금을 청구하여 수령하고, 9년 후 1980년 해직공무원의보상등에관한특별조치법 소정의 보상금까지 수령하였다면 그후 면직처분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함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가. 근로자들이 의원면직의 형식을 빌렸을 뿐 실제로는 사용자의 지시에 따라 진의 아닌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였고 사용자가 이러한 사정을 알면서 위 사직의 의사표시를 수리하였다면 위 사직의 의사표시는 민법 제107조에 해당하여 무효라 할 것이고 사용자가 사직의 의사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 제출케 하여 그중 일부만을 선별수리하여 이들을 의원면직처리한 것은 정당한 이유나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해고조치로서 근로기준법 제27조 등의 강행법규에 위배되어 당연무효이다. 나. 일반적으로 권리의 행사는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하고 권리는 남용하지 못하는 것이므로 권리자가 실제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도록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하여 의무자인 상대방으로서도 이제는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할 것으로 신뢰할 만한 정당한 기대를 가지게 된 다음에 새삼스럽게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법질서 전체를 지배하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결과가될 때에는 이른바 실효의 원칙에 따라 그 권리의 행사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 실효의 원칙이 적용되기 위하여 필요한 요건으로서의 실효기간(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한 기간)의 길이와 의무자인 상대방이 권리가 행사되지 아니하리라고 신뢰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의 여부는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경우마다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한 기간의 장단과 함께 권리자측과 상대방측 쌍방의 사정 및 객관적으로 존재한 사정 등을 모두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라. 근로자들이 면직된 후 바로 퇴직금을 청구하여 수령하였으며 그로부터 9년이 지난 후 1980년해직공무원의보상등에관한특별조치법 소정의 보상금까지 수령하였다면 면직일로부터 10년이 다 되어 사용자로서도 위 면직처분이 유효한 것으로 믿고 이를 전제로 그 사이에 새로운 인사체제를 구축하여 조직을 관리·경영하여 오고 있는 마당에 새삼스럽게 면직처분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함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거나 실효의 원칙에 따라 그 권리의 행사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가.라.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 가. 민법 제107조 제1항 나.다.라. 민법 제2조
【참조판례】 가. 대법원 1988.4.25. 선고 86다카1124 판결(공1988,882), 1988.5.10. 선고 87다카2578 판결(공1988,949), 1991.7.12. 선고 90다11554 판결(공1991,2140) / 나.다.라. 대법원 1992.1.21. 선고 91다30118 판결(공1992,884) / 나. 대법원 1988.4.27. 선고 87누915 판결(공1988,923), 1991.7.26. 선고 90다15488 판결(공1991,2237) / 라. 대법원 1990.11.23. 선고 90다카25512 판결(공1991,177), 1991.4.12. 선고 90다8084 판결(공1991,1364), 1992.4.14. 선고 92다1728 판결(공1992,1596)
【전문】
【원고, 피상고인】
【피고, 상고인】
부산공동어시장 소송대리인 변호사 장호
【원심판결】 부산고등법원 1991.12.19. 선고 91나4577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1) 1980.경 피고의 직원으로 재직하고 있던 원고들이 같은 해 7.경부터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주관으로 시작된 공직자와 정부투자기관 임직원 등의 기강의 확립 및 비위자 숙정방침에 따라 사직서를 제출케 되어 같은 해 7.19. 의원면직처리된 이 사건에 있어서 원심은 거시증거에 의하여 당시 위 정화계획은 피고의 경우 감독관청인 수산청장으로부터 피고의 임직원 중 일정수의 인원을 선별하여 해직시킬 것을 지시받고 같은 해 7.15. 및 7.16. 양일 간에 걸쳐 원고들을 비롯한 전임직원에게 일괄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토록 하여 이를 받은 후 해직시킬 대상자를 선정한 다음 이를 위 위원회에 보고하여 그 승인을 받고 사직서를 수리하는 형식으로 진행된 사실, 원고들은 사직할 의사가 없었음에도 당시의 억압된 사회분위기에 위축되어 어쩔수 없이 다른 직원들과 함께 사직서를 제출하고 피고는 그중 해직대상자로 선정한 원고들만의 사직서를 수리하여 의원면직한 사실, 피고의 당시 인사관리규약에 의하면 직원은 형의 선고, 징계처분 또는 위 규약이 정하는 사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그 의사에 반하여 감봉, 휴직, 정직 또는 면직되지 아니하며(제28조 제2항), 직원을 징계할 경우에는 인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치도록(제38조 제1항) 규정하고 있으나 원고들의 위 해직은 이러한 절차를 전혀 밟지 않은 채 의원면직으로 처리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들은 의원면직의 형식을 빌렸을 뿐 실제로는 피고의 지시에 따라 진의 아닌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였고 피고가 이러한 사정을 알면서 위 사직의 의사표시를 수리하였다 할 것이므로 위 사직의 의사표시는 민법 제107조에 해당하여 무효라 할 것이며, 이처럼 사용자가 사직의 의사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 제출케 하여 그중 일부만을 선별 수리하여 이들을 의원면직처리한 것은 실질적으로는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어서 해고에 해당하고 정당한 이유나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해고조치로서 근로기준법 제27조 등의 강행법규에 위배되어 당연무효라고 판시하였는바,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 및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 또는 민법 제107조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부분을 다투는 상고논지는 이유 없다.
(2) 원심은 원고들이 위 면직처분 이후 아무런 이의 없이 피고로부터 퇴직금 전액을 수령하여 위 면직처분을 추인하였고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원고들이 1989.12.경 “1980년해직공무원의보상등에관한특별조치법” 소정의 보상금을 수령하였는바 피고와의 근로관계가 사실상 종료된 지가 현재 9년 이상이 되어 원·피고들 사이에 근로관계의 부활에 필요한 협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상 원·피고들의 근로관계는 원고들이 위 보상금을 수령함으로써 완전히 청산·종료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의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거시증거에 의하면 원고들이 위 면직처분이후 퇴직금 및 위 특별조치법 소정의 보상금을 수령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나아가 아무런 이의 없이 퇴직금을 수령하여 위 면직처분을 추인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으며 또한 원고들에 대한 면직처분이 있은 후로부터 현재까지 9년 이상 경과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근로관계의 부활에 필요한 협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볼 수 없고 위 특별조치법의 소정의 보상은 근로관계의 청산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 하여 이를 배척하였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권리의 행사는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하고 권리는 남용하지 못하는 것이므로 권리자가 실제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도록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하여 의무자인 상대방으로서도 이제는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할 것으로 신뢰할 만한 정당한 기대를 가지게 된 다음에 새삼스럽게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법질서 전체를 지배하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결과가 될 때에는 이른바 실효의 원칙에 따라 그 권리의 행사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러한 실효의 원칙이 적용되기 위하여 필요한 요건으로서의 실효기간(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한 기간)의 길이와 의무자인 상대방이 권리가 행사되지 아니하리라고 신뢰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의 여부는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경우마다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한 기간의 장단과 함께 권리자측과 상대방측 쌍방의 사정 및 객관적으로 존재한 사정 등을 모두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인바(당원 1992.1.21. 선고 91다30118 판결 참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들이 1980.7.19. 면직된 후 바로 퇴직금을 청구하여 수령하였으며 그로부터 9년이 지난 1989.12.경 “해직공무원보상에관한특별조치법” 소정의 보상금까지 수령하였다면 면직일로부터 10년이 다 되어 피고로서도 원고들에 대한 위 면직처분이 유효한 것으로 믿고 이를 전제로 그 사이에 새로운 인사체제를 구축하여 조직을 관리 경영하여 오고 있는 마당에 새삼스럽게 원고들이 이 사건 면직처분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함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거나 실효의 원칙에 따라 그 권리의 행사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피고와의 근로관계가 사실상 종료된 지가 현재 9년 이상이 되어 원·피고들 사이에 근로관계의 부활에 필요한 협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상 원·피고들의 근로관계는 원고들이 위 보상금을 수령함으로써 완전히 청산·종료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피고의 위 주장에는 이러한 권리실효에 관한 주장도 포함되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인데도 이러한 점을 살피지 아니한 채 만연히 위와 같은 이유로 이를 배척한 원심판결에는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였거나 신의칙 또는 실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회창(재판장) 배만운 김석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