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다18627
손해배상(기) [대법원 1992. 12. 11., 선고, 92다18627, 판결] 【판시사항】 확정판결의 내용이 단순히 실체적 권리관계에 배치되고 집행채권자가 이를 알고 있었다는 것만으로 집행행위에 대하여 불법행위가 성립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판결이 확정되면 기판력에 의하여 대상이 된 청구권의 존재가 확정되고 그 내용에 따라 집행력이 발생하는 것이므로, 그에 따른 집행이 불법행위를 구성하기 위하여는 소송당사자가 상대방의 권리를 해할 의사로 상대방의 소송 관여를 방해하거나 허위의 주장으로 법원을 기망하는 등 부정한 방법으로 실제의 권리관계와 다른 내용의 확정판결을 취득하여 집행을 하는 것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하고, 그와 같은 사정이 없이 확정판결의 내용이 단순히 실체적 권리관계에 배치되어 부당하고 또한 확정판결에 기한 집행채권자가 이를 알고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집행행위에 대하여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
【참조조문】 민법 제750조
【참조판례】 대법원 1991.2.26. 선고 90다6576 판결(공1991,1070)
【전문】
【원고, 피상고인】
【피고, 상고인】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1992.3.31. 선고 91나54147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피고 소송대리인들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결이 확정되면 기판력에 의하여 그 대상이 된 청구권의 존재가 확정되고 그 내용에 따라 집행력이 발생하는 것이므로, 그에 따른 집행이 불법행위를 구성하기 위하여는 그 소송당사자가 상대방의 권리를 해할 의사로 상대방의 소송관여를 방해하거나 허위의 주장으로 법원을 기망하는 등 부정한 방법으로 실제의 권리관계와 다른 내용의 확정판결을 취득하여 그 집행을 하는 것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하는 것이고, 그와 같은 사정이 없이 그 확정판결의 내용이 단순히 실체적 권리관계에 배치되어 부당하고 또한 그 확정판결에 기한 집행채권자가 이를 알고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그 집행행위에 대하여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당원 1991.2.26. 선고 90다6576 판결 참조).
원심은 그 증거를 종합하여 피고가 소외 1, 소외 2 및 원고를 상대로 제기한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88가합 1601호 젖소인도 등 청구사건에서, 피고가 1986.12.3. 위 소외 1과 사이에 이 사건 젖소에 대하여 위 소외 1에 대한 차용금 채무 금 1,500만원의 담보를 위하여 양도담보계약을 체결하였던바 그 변제기까지 위 채무를 변제하지 아니하자 위 소외 1이 1987.11.11. 소외 3에게 이 사건 젖소를 금 1,300만원에 매도하면서 피고에 대한 위 젖소의 반환청구권을 양도하고 이를 피고에게 통지한 다음 이 사건 젖소의 인도를 요구하였으나 거절당하자 위 소외 1의 지시에 따라 원고 등이 피고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위 젖소를 가져 간 사실을 인정한 다음, 양도담보계약에 따라 대내적으로는 이 사건 젖소에 대한 소유권을 보유하고 있는 피고에 대하여 공동불법행위를 구성한다는 이유로 피고의 예비적청구에 의하여 각자 금 1,800만원 및 지연이자의 지급을 명하는 한편 피고에 대하여 위 소외 1에게 금 1,500만원 및 이자의 지급을 명하는 위 소외 1의 반소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이 선고된 사실, 원고는 위 소외 1의 지시에 따라 이 사건 젖소를 싣고 간 자에 불과하여 사실상 이 사건과는 이해관계가 크지 않은 데다가 위 판결주문에 따르더라도 상계하면 위 소외 1이 유리하다는 생각에서 항소를 하지 아니한 사실, 위 사건의 항소심에서 제1심과 같은 사실인정하에 그 법률적 견해를 달리하여 위 차용금채무가 변제기까지 변제되지 아니한 이상 위 소외 1은 담보권을 실행할 수 있고, 따라서 피고는 위 소외 1에 대하여 이 사건 젖소에 대한 소유권이나 사용수익권을 주장할 수 없으며, 이 사건 젖소의 소유권이나 사용수익권의 상실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구할 수 없어 피고의 손해배상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단하여 제1심판결 중 위 소외 1 등의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피고의 청구를 기각한 다음, 원고에 대한 청구에 대하여는 제1심판결의 원고 일부패소부분이 항소심의 결론과 달라 부당하나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에 의하여 피고의 항소만 기각한다고 판시하고 위 소외 1의 예비적 반소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이 선고된 사실 및 피고가 원고에 대한 위 판결이 확정되자 원고소유의 가재도구에 강제집행을 실시하여 1990.5.4. 금 110만 원을 배당받고 다시 원고가 1991.3.2. 그 소유부동산에 대한 강제집행을 면하기 위하여 금 27,018,725원을 변제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는 위 항소심판결에 의하여 원고에 대하여도 이 사건 젖소의 소유권이나 사용수익권의 상실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없음을 잘 알면서도 위 확정판결에 의한 강제집행이 가능함을 기화로 원고 소유의 재산에 대하여 강제집행을 하였으므로 이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나고 권리남용에 해당되어 위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불구하고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판시하면서 원고의 손해배상청구를 인용하였다.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앞에서 말한 법리에 비추어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이 확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더라도 위 확정판결의 취득과정에 있어 피고가 그 손해배상청구권이 존재하지 아니하는 것을 알면서 원고를 해할 목적으로 그 소송을 제기하였다거나, 피고에게 법원을 기망하는 등의 부정행위 또는 원고의 항소를 방해하는 행위가 있었다고는 보이지 아니하고, 오히려 원고를 제외한 위 소외 1 등에 대한 피고의 청구가 인용되었다가 항소심에 이르러서 기각된 것은 그 사실관계를 달리하여 그들의 불법행위의 성립을 부정한 것이 아니라 그 불법행위의 성립을 인정하면서 손해에 대한 법률판단을 달리한데 불과한 것이다. 더욱 동일한 사실관계가 청구원인으로 되어 있는 한 개의 소송에서 공동피고로 되어 있다 하더라도 그 소송관계는 각각 별개로 성립되고 당사자처분권주의 아래에서는 당사자마다 각각 상이한 판결이 선고되고 확정될 수 있는 것이므로 원고가 별다른 이유도 없이 제1심의 패소판결에 대하여 항소나 부대항소를 제기하지 아니하여 그 제1심판결이 확정된 이상, 가사 일부 제1심 공동당사자의 항소에 의하여 제1심판결이 취소되었다 하더라도 원고는 그 확정판결의 기판력과 집행력을 부인할 수 없는 것이며, 피고가 위 항소심판결 후에 원고에 대하여 위 확정판결의 강제집행을 할 당시 원고와 동일한 사실관계에 있는 위 소외 1 등 제1심 공동소송인에 대한 피고 패소의 항소심판결에 의하여 원고에 대한 제1심판결의 내용이 부당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확정판결의 집행이 권리남용으로 되어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원심판결에는 신의성실의 원칙과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아니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있다.
이상의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