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헌바20
91헌바20 군형법 제47조에 대한 헌법소원 판결기관: 헌법재판소 |
1995년 5월 25일 판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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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시사항】 1. 군형법(軍刑法) 제47조가 위임입법(委任立法)의 한계를 벗어난 것인지 여부 2. 위 법률조항이 죄형법정주의(罪刑法定主義)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3. 군무이탈자(軍務離脫者) 복귀명령(復歸命令) 위반행위를 명령위반죄(命令違反罪)로 처벌하는 것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 【결정요지】 1. 군통수(軍統帥)를 위하여 일정한 행위의무를 부과하는 명령은 그 형식에 관계없이 특정되어 존재하는 한 준수되어야 하며 명령의 구체적 내용이나 발령조건을 미리 법률로 정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군(軍)에서의 명령은 지휘계통에 따라 군통수권(軍統帥權)을 담당하는 기관이 그에게 부여된 권한(權限) 범위 내에서 발할 수 있는 것이나 구체적인 명령의 제정권자를 일일이 법률로 정하는 것도 불가능하며, 또한 군형법(軍刑法) 제47조는 명령위반죄(命令違反罪)의 구성요건의 내용에 관한 사항을 명령에 위임한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본래의 취지는 군(軍) 내부에서 명령의 절대성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고 명령위반행위(命令違反行爲)에 대한 형벌의 종류와 내용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으며 그 피적용자(被適用者)인 군인(軍人)은 이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므로, 정당한 명령에 대한 준수의무를 과하고 그 위반에 대하여 구체적 형벌의 종류와 범위를 명시하고 있는 위 법률규정이 위임입법(委任立法)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2. 군형법(軍刑法) 제47조에서 말하는 “정당한 명령 또는 규칙”은 군(軍)의 특성상 그 내용을 일일이 법률로 정할 수 없어 법률의 위임에 따라 군통수기관(軍統帥機關)이 불특정다수인을 대상으로 발하는 일반적 효력이 있는 명령이나 규칙 중 그 위반에 대하여 형사처벌의 필요가 있는 것, 즉 법령의 범위 내에서 발해지는 군통수작용(軍統帥作用)상 필요한 중요하고도 구체성 있는 특정한 사항에 관한 것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대법원(大法院)도 일찍부터 위 법률규정을 위와 같이 해석·적용해 옴으로써 정당한 명령이나 규칙의 범위에 관하여 자의적인 법집행을 방지하고 있으므로, 위 법률규정이 불명확(不明確)하여 죄형법정주의(罪刑法定主義)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3. 군무이탈죄(軍務離脫罪)와 명령위반죄(命令違反罪)는 보호법익과 구성요건을 달리하는 별개의 범죄이므로 군무이탈죄(軍務離脫罪)의 공소시효(公訴時效)가 완성된 자가 군무이탈자(軍務離脫者) 복귀명령(復歸命令)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명령위반죄(命令違反罪)로 처벌한다고 하여 군무이탈죄(軍務離脫罪)에 대한 공소시효(公訴時效) 자체가 배제되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고, 복귀명령(復歸命令)을 준수하지 아니한 행위를 형사처벌함으로써 군무이탈죄(軍務離脫罪)를 범한 자에게 자수의무(自首義務)를 부과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군병력(軍兵力) 유지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복귀명령(復歸命令)의 부수적인 효과에 불과하므로 위 복귀명령(復歸命令)이 군무이탈자(軍務離脫者)에 대하여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陳述)을 강요당하지 아니할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없다.
재판관 정경식의 한정합헌의견(限定合憲意見) 1,2. 군형법(軍刑法) 제47조는 죄형법정주의(罪刑法定主義) 원칙이 요구하는 명확성(明確性)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고 위임입법(委任立法)의 한계도 벗어난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으나, 위 법률규정의 “정당한 명령”을 상위법령(上位法令)에 위배되지 않는 것으로서 발령권자를 일정한 범위의 지휘관(指揮官)으로 제한하고 명령의 내용 및 범위를 군통수(軍統帥)상 중요한 군사상(軍事上) 의무(義務)에 관한 구체적 사항으로 한정하며 형식도 명령의 수범자(受範者)가 그 명령을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를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는 형태로 발령된 명령을 의미하는 것으로 한정할 경우에는 헌법에 위 반될 소지를 없앨 수 있으므로, 헌법재판소(憲法裁判所)로서는 위 법률규정의 적용범위를 위와 같이 한정 축소하는 것을 조건으로 그 한도 내에서 헌법에 합치된다는 한정합헌결정을 하는 것일 옳다.
재판관 조승형의 반대의견(反對意見) 3. 군무이탈자(軍務離脫者) 복귀명령(復歸命令)은 일응 법령의 범위 내에서 발하여지는 군통수작용(軍統帥作用)상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형식상 적법하게 발하여진 명령이라고는 보여지나, 이 명령에 위반하였다 하여 명령위반죄(命令違反罪)로 형사처벌할 수 있다면 군무이탈죄(軍務離脫罪)의 공소시효(公訴時效)가 진행중인 자에 대하여는 사실상 이중처벌(二重處罰)이 될 수 있고 군무이탈죄(軍務離脫罪)의 공소시효(公訴時效)가 완성된 자에 대하여는 헌법 제12조 제1항의 적법절차(適法節次) 규정에 위반하거나 평등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군형법(軍刑法) 제47조는 정당한 명령 및 규칙의 내용이 그 명령 및 규칙을 위반함으로 인하여 사실상 이중(二重)으로 처벌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아니하는 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라는 결정을 함이 상당하다.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김문희, 재판관 황도연의 반대의견(反對意見) 2. 군형법(軍刑法) 제47조에 따른 명령 하나하나가 모두 각 개별 범죄의 구성요건이 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적어도 명령의 “제정권자”, 명령의 “성격”, 명령의 “대상”및 명령의 “내용” 등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만은 법률에 규정하여야 하며 그렇게 하는 것이 입법기술상 불가능하지도 않는다고 할 것인데(예컨대 군형법(軍刑法) 제2조의 “용어의 정의” 등에서 그 규정이 가능하고, 다만 더 구체적인 사항은 하위규범(下位規範)에 위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군형법(軍刑法) 제47조나 같은 법률의 어느 조항에도 위와 같은 기본적 사항에 관한 규정마저 없으므로 위 법률규정은 죄형법정주의(罪刑法定主義)의 핵심내용인 “구성요건(構成要件)의 명확성(明確性)”을 결여한 것으로서 헌법 제12조에 위반된다.
청구인 조○휘 대리인 변호사 임종인 관련사건 육군고등군사법원 91노264 명령위반 【참조조문】 군형법 제47조 【전문】 【주 문】 군형법 제47조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육군 제71훈련단 512지단 3대대 소속 방위병으로 근무하던 중 1979.9.13. 군무이탈하였다가, 육군참모총장이 1990.5.31.자로 발한 “1961.5.16. 이후 군무이탈자는 같은 해 6.1.부터 30.까지 자진복귀하여 신고하라”는 내용의 군무이탈자 복귀명령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간 내에 복귀하지 아니함으로써 정당한 명령을 위반하였다 하여, 육군 제37사단 보통군사법원(91고35)에 군형법 제47조의 명령위반죄로 기소되어 1991.7.9. 징역1년을 선고 받았다(그 후 7.13. 관할관의 확인절차에서 징역6월로 감형됨). 이에 청구인은 육군고등군사법원(91노264)에 항소하고 군형법 제47조에 대한 위헌 여부의 심판제청신청(91초8)을 하였다가 10.8. 그 제청신청이 기각되자 10.17.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군형법(제정 1962.1.20. 법률 제1003호, 최종개정 1994.1.5. 법률 제4703호) 제47조의 위헌 여부로서, 위 규정의 내용은 “정당한 명령 또는 규칙을 준수할 의무가 있는 자가 이를 위반하거나 준수하지 아니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고 되어 있다.
2. 청구인의 주장 및 관계인의 의견 가. 청구인의 심판청구이유의 요지 (1) 군형법 제47조는 명령이나 규칙의 발령권자, 내용과 범위, 형식 및 발령조건 등을 특정하지 아니하여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나고 명확성의 원칙에도 어긋나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배된다. (2) 특별권력관계인 군 내부의 질서는 징계벌로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군형법 제47조는 징계벌로 규제할 명령이나 규칙 위반행위에 대하여도 형사처벌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된다. (3) 설사 군형법 제47조 자체는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육군참모총장의 군무이탈자 복귀명령은 군무이탈자를 범한 자에게 자수를 강요하는 것으로서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할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며, 군무이탈죄의 공소시효가 완성된 자에 대하여 복귀명령 위반을 이유로 명령위반죄로 처벌하는 것은 군무이탈죄의 공소시효를 배제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므로, 군무이탈자 복귀명령은 위 규정 소정의 정당한 명령이 될 수 없고 따라서 복귀명령 위반자를 위 규정에 의하여 처벌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
나. 법무부장관 및 국방부장관의 의견요지 (1) 군통수권의 보호와 군기의 확립을 위하여 명령이나 규칙 위반행위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할 필요가 있으나 군작전과 행정의 특수성으로 인하여 명령이나 규칙의 발령권자, 내용, 범위, 형식, 발령조건 등을 개별적, 구체적으로 법정할 수 없는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데, 군형법 제47조는 그러한 정당한 명령이나 규칙 위반행위에 대하여 형벌의 종류와 상한을 명시하여 형사처벌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므로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지 않고 피적용자의 예측가능성을 침해하지 아니하여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2) 국가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의무를 수행하는 군의 특수성에 비추어 징계벌로는 규제할 수 없는 군내의 정당한 명령이나 규칙위반행위를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이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3) 이 사건 심판청구 중 군무이탈자 복귀명령 위반행위에 대하여 군형법 제47조를 적용하는 것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부분은 부적법하며, 설사 적법하다고 하더라도 군무이탈자 복귀명령은 위 규정 소정의 정당한 명령에 해당하므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3. 판단 가. 군형법 제47조의 입법목적과 성격 군은 국가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의무를 수행하는 조직으로서 계급제도를 바탕으로 엄격한 상명하복관계에 의하여 유지된다. 따라서 군에서 명령에 불복하는 행위는 군의 지휘통솔을 불가능하게 하고 나아가 군의 존립자체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으므로 군의 통수권 확립을 위하여 군 내부에서의 명령에 대한 복종관계는 절대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군형법 제47조는 정당한 명령 또는 규칙을 준수할 의무가 있는 자가 이를 위반하거나 준수하지 아니하는 행위를 명령위반죄로 형사처벌하도록 한 것으로서, 명령 또는 규칙의 위반이나 불준수에 대하여 엄격한 제재를 가함으로써 군의 조직과 운영에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계급제도와 그에 따른 명령의 강제적 실현을 통한 명령복종관계를 유지하여 군의 통수권을 확립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규정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군형법 제44조가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항거하거나 복종하지 아니한 행위를 항명죄로 처벌하도록 하여 특정인에게 발하여지는 개별적 명령의 불복행위에 대하여 별도의 처벌규정을 둔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법률규정은 불특정 다수인을 피적용자로 하여 발하여지는 규범으로서의 효력을 가지는 명령 또는 규칙을 위반한 경우에 적용되는 규정이라 할 것이다.
나. 죄형법정주의 원칙의 위배 여부 (1) 죄형법정주의 원칙은 국민의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헌법상 원칙으로서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범죄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범죄의 구성요건과 처벌내용을 법률로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현대국가의 기능 증대와 사회현상의 복잡화로 인한 입법부의 전문적, 기술적 한계 등에 따라 국민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이라도 이를 법률로 다 정할 수는 없으므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면 예외적으로 구성요건의 내용 중 일부를 법률에서 하위규범에 위임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수 없다(헌법재판소 1994.7.29. 선고, 93헌가12 결정 등 참조). 또한 형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명확하여야 한다고 하여 입법자가 모든 구성요건을 단순한 서술적 개념에 의하여 규정할 수는 없으므로, 통상의 해석방법에 의하여 당해 형벌법규의 보호법익과 그에 의하여 금지된 행위 및 처벌의 종류와 정도를 알 수 있다면 그 구성요건에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다소 광범위한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점만으로 헌법이 요구하는 형벌법규의 명확성에 반드시 배치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헌법재판소 1994.7.29. 선고, 93헌가4·6 결정 등 참조). 그러므로 형벌법규에서 위임이 허용되는 범위나 구성요건의 명확성의 정도는 일률적으로 정할 수 없고 당해법률의 성질과 구성요건의 특수성 및 그러한 법적 규제의 원인이 된 여건이나 처벌의 정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2) 이 사건 법률규정은 정당한 명령 또는 규칙을 위반하거나 준수하지 아니한 때에 형사처벌을 한다고 되어 있을 뿐 그 규정 자체에서는 명령 또는 규칙의 제정권자, 내용, 범위, 형식 등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전투에서의 승리를 주된 목표로 하는 군에서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행하여지는 통수작용은 광범위한 유동성, 긴급성, 기밀성 등을 요구하며 특히 6.25 이후 휴전선을 경계로 남북한의 군병력이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우리의 특수한 안보상황에서 이러한 요구는 더욱 절실하다 할 것이므로 군통수를 위하여 일정한 행위의무를 부과하는 명령은 특정되어 존재하는 한 그 형식에 관계없이 준수되어야 하며, 명령의 구체적 내용이나 발령조건을 미리 법률로 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리고 군에서의 명령은 지휘계통에 따라 군통수권을 담당하는 기관이 그에게 부여된 권한범위 내에서 발할 수 있는 것이므로, 명령을 제정할 수 있는 통수권 담당자는 대통령이 국군의 통수권자임을 규정한 헌법 제74조와 국군의 조직 및 편성에 관한 사항을 정한 국군조직법의 규정 등에 의하여 결정되나, 구체적인 명령의 제정권자를 일일이 법률로 정할 수도 없는 일이다. 또한 이 사건 법률규정의 취지는 군 내부에서 명령의 절대성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명령위반행위에 대한 형벌의 종류와 내용이 법률에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으므로 그 피적용자인 군인이 위 규정에 의하여 금지된 행위와 처벌의 정도를 예측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위와 같이 명령의 구체적 내용에 관하여는 위임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고 그러한 명령에 대한 복종관계가 유지되어야 하는 군의 특수성에 비추어 볼 때, 정당한 명령에 대한 준수의무를 과하고 그 위반에 대하여 구체적 형벌의 종류와 범위를 명시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규정이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3) 그리고 이 사건 법률규정에서는 “정당한 명령 또는 규칙”이라는 다소 추상적이고 광범위한 개념을 사용하여 명령위반죄의 구성요건을 정하고 있으나, 위 규정은 군에서의 명령의 절대성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서 불특정다수인을 피적용자로 하여 발해지는 규범적 효력을 가지는 명령 또는 규칙을 위반한 경우에 적용되는 규정이고 그 위반행위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가하도록 되어 있어 실질적으로 구성요건의 내용이 명령이나 규칙에 위임되어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위 규정에서 말하는 “정당한 명령 또는 규칙”은 군의 특성상 그 내용을 일일이 법률로 정할 수 없어 법률의 위임에 따라 군통수기관이 불특정다수인을 대상으로 발하는 일반적 효력이 있는 명령이나 규칙 중 그 위반에 대하여 형사처벌의 필요가 있는 것, 즉 법령의 범위 내에서 발해지는 군통수작용상 필요한 중요하고도 구체성 있는 특정한 사항에 관한 것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대법원도 일찍부터 위 법률규정을 위와 같이 해석·적용해 옴으로써 정당한 명령이나 규칙의 범위에 관하여 자의적인 법집행을 방지하고 있다. 따라서 명령위반죄의 입법목적, 구성요건과 적용대상의 특수성 및 다른 규정과의 관계 등에 의하여 이 사건 법률규정에서 정한 “정당한 명령 또는 규칙”의 범위가 명확하게 제한되고, 실제로도 그와 같이 제한적으로 운용되고 있으므로, 위 규정이 불명확하여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도 없다 할 것이다.
다. 과잉금지원칙의 위배 여부 어떤 위법행위에 대하여 형사벌로 처벌할 것인가 아니면 행정벌로 제재를 가할 것인가는 그 위반행위의 위험성의 정도나 비난가능성 및 이를 제재하는 목적 등에 비추어 결정할 사항이고, 이른바 특별권력관계 내부의 질서위반행위라고 하더라도 강력한 제재의 필요가 있을 때에는 국가형벌권을 발동하여 처벌할 수도 있는 것이므로 이는 원칙으로 입법자가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결정할 입법재량사항에 속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군복무는 헌법 제39조와 병역법에서 정한 국방의 의무와 병역의무에 바탕을 두어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명령복종관계가 반드시 구성권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하여 형성되지는 아니하며, 군에서는 명령복종관계의 유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특히 우리의 특수한 안보현실에 비추어 구체적으로 법률로 정할 수는 없으나 군통수작용상 중요한 사항이 있을 수 있는데, 이러한 사항에 관한 명령의 위반행위에 대하여 단순히 징계벌을 과하여서는 명령의 강제적 실현을 위한 제재의 효과가 불충분하게 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규정은 입법자가 군의 특수성과 우리의 안보상황 등을 고려하여 국가형벌권에 의하여 보호받아야 할 정당한 명령 또는 규칙의 위반행위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가하도록 한 것으로서 목적과 수단의 합리성이 인정되고 입법재량의 범위를 현저히 일탈하였다고 보이지 아니하므로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라. 군무이탈자 복귀명령 위반행위를 명령위반죄로 처벌하는 것의 위헌 여부 (1) 청구인은 육군참모총장의 군무이탈자 복귀명령(이하 “복귀명령”이라 한다) 위반행위를 명령위반죄로 형사처벌하는 것은 군무이탈죄의 공소시효가 완성된 자의 시효이익을 배제하고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할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어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각군 참모총장은 1964.1.25.이래 약 2년 11월의 간격으로 복귀명령을 발하고 있으며 그 내용은 통상 “1961.5.16. 이후 현재까지 육·해·공군에서 근무중 군무이탈중인 자”는 복귀기간(통상 1개월) 내에 “가까운 헌병대 및 경찰관서에 자진 복귀신고할 것”이라고 되어 있는바, 복귀명령이 이 사건 법률규정에서 말하는 “정당한 명령”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위 규정의 해석·적용에 관한 문제로서 원칙으로 법원에서 판단할 사항이다. 그런데 대법원과 각군 군사법원은 복귀명령이 위 규정의 정당한 명령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으므로, 복귀명령 위반행위를 명령위반죄로 형사처벌하는 것이 헌법에 위반된다면 결국 법원의 해석에 의하여 구체화된 위 규정이 위헌성을 지니고 있는 셈이 된다. 따라서 복귀명령 위반행위를 명령위반죄로 처벌하는 것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는 이 사건 법률규정의 위헌 여부에 관한 문제로서 헌법재판소의 판단대상이 된다고 할 것이다. (2) 그러므로 나아가 복귀명령 위반행위를 명령위반죄로 처벌하는 것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가) 군무이탈은 군형법상 다른 범죄행위와 달리 군에서 이탈하여 민간사회에 은신하는 것을 통상의 행위내용으로 하는 것으로서, 군무이탈자를 검거하여 국가의 형벌권을 행사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으므로 의무복무를 근간으로 하는 우리나라의 군조직에서 병력의 유지와 군기확립 등에 중대한 저해요소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군형법은 제30조에서 군무이탈죄에 대하여 엄중한 형사처벌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각군 참모총장은 군무이탈자에 대하여 군에 자진 복귀하여 군복무에 임하도록 복귀명령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나) 복귀명령은 위와 같이 우리나라의 특수한 안보상황에서 군병력 유지를 위하여 각군 참모총장이 군통수권에 기하여 발하는 것이며, 군무이탈중인 자에 대하여 자진복귀하여 군무에 임할 행위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서 군통수작용상 필요한 중요하고도 구체성이 있는 명령이므로 이 사건 법률규정의 정당한 명령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군무이탈자도 군인의 신분을 유지하는 것이므로 그에게 부과되는 복귀명령을 준수하지 아니하는 행위는 이 사건 법률규정이 정한 명령위반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한다고 할 것이다. (다) 다만 위와 같이 반복적으로 행해지는 복귀명령으로 인하여 군무이탈죄의 공소시효가 완성된 자도 명령위반죄의 형사책임을 면할 수 없게 되나, 군무이탈죄와 명령위반죄는 보호법익과 구성요건을 달리하는 별개의 범죄이므로 군무이탈죄의 공소시효가 완성된 자가 명령위반죄로 처벌된다고 하여 군무이탈죄에 대한 공소시효 자체가 배제되는 것이라고 할 수 없고, 군무이탈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완성된 자라도 군복무의무를 면하는 것은 아니므로 군복무에 복귀하라는 정당한 명령에 위반한 행위를 군무이탈죄와는 별개의 법익에 대한 침해로 보아 형사처벌한다고 하여 특별히 불합리하다고 할 수도 없다. 그리고 복귀명령은 군인의 신분에 있는 군무이탈자로 하여금 군복무의 의무를 이행할 것을 명하는 군통수작용상 필요하고도 중요한 명령으로서 군무이탈죄의 공소시효가 완성된 자에 대한 처벌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고, 복귀명령을 준수하지 아니한 행위를 형사처벌함으로써 군무이탈죄를 범한 자에게 자수의무를 부과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군병력 유지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복귀명령의 부수적인 효과에 불과하므로, 복귀명령이 군무이탈자에 대하여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할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없다. (라) 그러므로 복귀명령은 이 사건 법률규정의 정당한 명령에 해당되며 그 위반행위를 명령위반죄로 처벌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4. 결론 따라서 이 사건 법률규정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재판관 정경식의 아래 5와 같은 한정합헌의견, 재판관 조승형의 아래 6과 같은 반대의견 및 재판관 김진우·재판관 김문희·재판관 황도연의 아래 7과 같은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재판관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5. 재판관 정경식의 한정합헌의견 가. 우리 헌법 제12조 제1항 후단과 제13조 제1항 전단에서 선언하고 있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은 범죄의 구성요건과 그에 대한 형벌의 내용은 국민의 대표로 구성된 입법부가 법률로 정하도록 함으로써 국가형벌권의 자의적 행사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범죄의 구성요건은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하며, 범죄의 구성요건이 추상적이거나 모호하여 그 적용범위가 과도하게 광범위하거나 불명확한 경우에는 자의적인 형벌권의 행사가 가능하게 되어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배된다. 또한 특수한 분야의 사회현상에 있어서는 위임입법이 불가피한 경우도 있으나 형벌법규의 위임은 다른 일반법규의 위임에 비하여 특히 긴급한 필요가 있거나 미리 법률로써 자세히 정할 수 없는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정되어야 하고, 이 경우에도 법률에서 범죄의 구성요건은 처벌대상인 행위가 어떠한 것일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정하고 형벌의 종류 및 그 상한과 폭을 명백히 규정하여야 하는 것이다.
나. 군이라는 특수한 사회에서의 현상을 규율대상으로 함에 있어서 그 특수성에 맞추어 그때그때 알맞는 형법적 규율을 하려면 일정한 범위 내에서 백지형법의 출현이 입법기술적으로 불가피한 경우도 있고 이러한 백지형법의 금지내용과 관련한 보충규범은 법령이나 행정명령의 형식으로도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군에서 명령의 강제적 실현을 위하여 특정한 명령에 위반하거나 이를 준수하지 아니한 경우 형사처벌을 할 필요성이 있음은 충분히 인정할 수 있고 그 명령의 내용을 일일이 법률로 정할 수 없는 사정도 수긍되므로, 군에서 발하는 일반적 명령에 위반하는 행위를 군형법에서 범죄행위로 규정하여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 자체가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규정은 “정당한 명령 또는 규칙을 준수할 의무가 있는 자가 이를 위반하거나 준수하지 아니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고만 규정하여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구성요건의 내용을 명령이나 규칙에 백지위임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군형법이라 하여 죄형법정주의나 위임입법에 관한 헌법상 제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것은 아니고 특히 명령에 위임된 사항은 실질적으로 구성요건의 내용에 관한 것이므로 형사처벌을 하여야 할 만큼 중요한 것이어야 하는데, 위 법률규정을 문면 그대로 해석한다면 군에서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발령되는 명령이나 규칙은 발령권자나 제정권자가 누구이든, 그 내용 및 범위가 군사상 의무에 관한 사항이든 일상생활상의 의무에 관한 사항이든 관계없이 이를 준수하지 아니할 경우 형사처벌을 할 수 있다는 뜻이 되어 적용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할 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징계벌로만 제재를 가하여도 충분한 사항을 형사처벌하게 되어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될 소지도 있는 것이다.
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이 사건 법률규정의 “정당한 명령”은 “죄형법정주의와 군통수의 특수성에 비추어 통수권을 담당하는 기관이 입법기관인 국회가 군형법 제47조로 위임한 것으로 해석되는 통수작용상 중요하고도 구체성 있는 특정의 사항에 관하여 발하는 본질적으로는 입법사항인 형벌의 실질적 내용에 해당하는 사항에 관한 명령”을 뜻한다고 판시하고(대법원 1984.9.25. 선고, 84도1329 판결; 1989.9.12. 선고, 88도1667 판결 등 참조), 개개의 명령이 정당한 명령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위 기준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왔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규정에서 이러한 해석을 도출하는 것이 누구에게나 용이하지는 아니하므로 군내에서 위 법률규정의 운용이 위 판례와 같이 이루어지리라고 확실히 보장할 수 없으며, 특히 피적용자가 개개의 명령에 대하여 그것이 명령위반죄의 형사책임을 지는 명령인지 여부를 사전에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라. 결국 이 사건 법률규정이 위와 같이 백지위임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상태에서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이 요구하는 명확성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고 위임입법의 한계도 벗어난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그러나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는 기동력과 탄력성이 요구되는 군의 조직과 운영에 있어서 명령의 절대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고 그 구체적 명령의 발령권자나 내용을 사전에 모두 법률로 정할 수 없는 입법기술상의 한계 등을 고려하면 위 법률규정의 필요성과 어느 정도의 위임의 불가피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으며, 위 법률규정의 “정당한 명령”을 상위법령에 위배되지 않는 것으로서 발령권자를 일정한 범위의 지휘관으로 제한하고 명령의 내용 및 범위를 군통수상 중요한 군사상 의무에 관한 구체적 사항으로 한정하며 형식도 명령의 수범자가 그 명령의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를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는 형태로 발령된 명령을 의미하는 것으로 한정할 경우에는 헌법에 위반될 소지를 없앨 수 있으므로, 헌법재판소로서는 이 사건 법률규정의 적용범위를 위와 같이 한정 축소하는 것을 조건으로 그 한도 내에서 헌법에 합치된다는 한정합헌결정을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이러한 한정해석은 이 사건 법률규정에 대한 단순위헌을 선고할 경우에 야기되는 법적 불안정의 위험을 피하고, 헌법 및 다른 보호하여야 할 법익과의 조화를 통하여 위 법률규정의 합헌적이고 긍정적인 면을 살려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의도에서 나온 결론임을 밝혀둔다.
6. 재판관 조승형의 반대의견 나는 다수의견 중 군형법 제47조의 입법목적 및 성격과 동 법조가 죄형법정주의나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부분에 대하여는 찬성하나 군복무이탈자 복귀명령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거나, 동 법조에 대한 합헌해석의 한계를 밝힌 바 없이 단순하게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주문으로 선고하는 부분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반대한다. 비록 형식적으로는 정당한 명령 또는 규칙이라 하더라도 그에 위반되는 행위가 처벌되는 것이 사실상 2중으로 처벌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전혀 없다고는 단정할 수 없으므로 이러한 경우 등에 대비하여 합헌해석에 관한 최소한의 한계를 밝히고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함을 선고하는 것이 헌법재판소가 가진 규범통제의 기능을 다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이 사건의 군무이탈자 복귀명령에 관하여 살피면, 일응 법령의 범위 내에서 발하여지는 군통수작용상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형식상 적법하게 발하여진 명령이라고는 보여지나, 이 명령에 위반하였다 하여 이 명령위반죄로 형사처벌할 수 있다면 다음과 같은 이유로 사실상 2중처벌이 되거나 헌법 제12조 제1항의 적법절차규정에 위반하거나 평등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첫째; 군무이탈죄의 공소시효가 진행중일 때라면, 한번의 군무이탈행위로 인하여 군형법 제30조 제1항 소정의 순수군무이탈죄로 처벌을 받게 되고, 정당한 사유없이 상당한 기간 내에 복귀하지 아니하면 동법 제30조 제2항 소정의 불복귀죄로 처벌을 받게 되며 이 사건 복귀명령에 위반하면 계속 군무이탈상태에 있으면서도 동법 제47조 소정의 명령위반죄로 처벌받게 되므로, 1회의 범행으로 2중·3중의 처벌을 받을 위험이 있다. 둘째; 군무이탈죄의 공소시효가 완성된 이후일 때에는, 군무이탈행위가 군사법원법 제291조와 헌법 제12조 제1항 소정의 적법절차규정에 의하여 처벌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복귀명령이 이탈행위자의 평생동안에 계속하여 발하여 진다면, 위 행위자는 비록 적어도 군무이탈죄로는 처벌을 받지 아니한다 하더라도 군무이탈의 군인이라는 신분은 존속하는 것이므로 위 명령위반의 주체가 되며, 그로 인하여 평생동안 위 명령위반죄로 처벌을 받을 위험이 있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위 행위자와 같은 군무이탈자들은 위 명령으로 인하여 아무런 이유 없이 군무이탈죄에 대한 공소시효규정의 혜택을 사실상 박탈당하는 것이 되면 군사법원법 제291조 규정 중 위 군무이탈죄 부분에 관한 공소시효의 규정은 사실상 사문화가 되고 마는 결과를 초래함으로써 적법절차에 관한 위 헌법조항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다. 또한 군무이탈죄를 범한 자를, 군무이탈죄를 범하지 아니한 다른 군형법 위반 범죄 기타 군인의 일반 형사법률위반범죄를 범한 자들과 아무런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함으로써, 청구인과 같은 군무이탈자의 평등권을 사실상 침해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과연 이러하다면 이 사건의 경우는 물론 이 사건의 경우와 유사한 경우를 상정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은 합헌해석의 한계를 밝히면서 합헌임을 선고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즉 군형법 제47조는 정당한 명령 및 규칙의 내용이 그 명령 및 규칙을 위반함으로 인하여 사실상 2중으로 처벌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아니하는 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라는 결정을 함이 상당하다고 생각한다.
7.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김문희, 재판관 황도연의 반대의견 우리는, 이 사건 심판대상규정인 군형법 제47조는 죄형법정주의를 규정한 헌법 제12조에 위반된다고 생각하므로, 아래에서 우리의 의견을 밝힌다.
가. 우리 헌법 제12조가 천명하고 있는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범죄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떤 것인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미리 범죄의 구성요건과 처벌내용을 법률로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하는 헌법상의 원칙이다. 따라서 비록 법률에 어떤 범죄행위에 대한 구성요건이 규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내용이 지나치게 애매모호하거나 불명확하여 그 법률이 금지하고 그 위반자에 대하여 형벌을 과하는 대상인 범죄행위가 무엇인지를 그 법률의 규율을 받는 자가 알 수 없다거나 알기가 매우 어렵다고 한다면, 이러한 구성요건의 규정은 그 명확성을 결여한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원칙이 군형법의 피적용자에게도 적용되는 것임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군형법 제47조는 “명령위반”이라는 표제 아래 “정당한 명령 또는 규칙을 준수할 의무가 있는 자가 이를 위반하거나 준수하지 아니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고만 규정하고 그 “명령 또는 규칙”이 어떤 성격의 또 어떤 내용의 것인지에 관하여는 같은 법 제2조(용어의 정의)의 정의규정에서는 물론 그 법의 어디에도 설명한 바가 없고 또 이를 하위규범에 위임한 바도 없다. 그런데 위 조에서 말하는 “명령”의 제정권자가 누구이며 무엇을 대상으로 한 어떤 내용과 성격의 명령인지를 우리의 건전한 상식에 의하더라도 알기가 매우 어렵다. 군은 계급제도를 바탕으로 엄격한 상명하복관계에 의하여 유지되는 특수한 단체로서, 무수한 명령이 내려지고 그 명령속에서 살아가는 단체이다. 그 무수한 명령 중 어떤 것이 위 법률조항 소정의 명령에 해당하고 또 어떤 것이 그에 해당하지 않는가를 알 수 없다고 한다면 이는 헌법이 규정한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나. 위 법률조항의 해석론에 관하여, 대법원은 “군형법 제47조 소정의 “정당한 명령”은 통수권을 담당하는 기관이 입법기관인 국회가 동조로서 위임한 통수작용상 필요한 중요하고도 구체성 있는 특정의 사항에 관하여 발하는 본질적으로는 입법사항인 형벌의 실질적 내용에 해당하는 사항에 관한 명령을 말하는 것이라 풀이된다”고 판시하였고(1971.2.11. 선고, 69도113 전원합의체 판결, 같은 취지의 것으로 대법원 1969.2.18. 선고, 68도1846 판결; 1970.12.29. 선고, 70도2130 판결 등이 있음), 이러한 기준에서 각 개별적 사건에 있어서 위 법률조항에 해당하는 명령과 이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명령을 개별적, 구체적으로 가리고 있다. 그러나 군형법 제47조의 “정당한 명령”에 관한 위 대법원의 해석론은 그 자체가 이미 법률전문가에게조차도 난해한 것일 뿐만 아니라 그 판시기준에 의한 구체적 판별에 관하여는 선뜻 이해가 되지 아니하는 것들도 없지 않다. 극소수의 예외도 있겠지만 군형법의 피적용자들은 법률전문가가 아니다. 법률전문가의 입장에서도 어떤 명령이 과연 위 법률조항에 해당하는 명령인가 해당하지 아니하는 명령인가의 식별이 어렵다고 한다면, 대다수 군형법의 피적용자가 이를 식별치 못할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다. 우리도 합헌의견과 같이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행해질 수 밖에 없는 군통수작용은 광범위한 유동성·긴급성·기밀성 등을 요구하고 있으므로 다양한 군대사회의 갖가지 명령의 정의를 하나하나 법에 규정한다는 것은 입법기술상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우리는 위 법률조항에 따른 명령 하나 하나가 모두 각 개별 범죄의 구성요건이 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적어도 명령의 “제정권자”, 명령의 “성격”, 명령의 “대상” 및 명령의 “내용” 등에 관한 기본적 사항만은 법률에 규정하여야 한다고 할 것이고, 또 그렇게 하는 것이 입법기술상 불가능하다고는 생각하지 아니한다(예컨대, 군형법 제2조의 “용어의 정의” 등에서 그 규정이 가능하고, 다만 더 구체적인 사항은 하위규범에 위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정도만 법률에 규정되어 있어도 위에서 본 바와 같은 법적 안정성 내지 예측가능성의 결여는 이로써 치유된다고 보여진다. 그런데 군형법 제47조나 같은 법률의 어느 조항에도 위와 같은 기본적 사항에 관한 규정마저 없다.
라. 그렇다면, 군형법 제47조는 죄형법정주의의 핵심내용인 “구성요건의 명확성”을 결여한 것으로서 헌법 제12조에 위반되므로 동 법률조항에 대하여는 마땅히 위헌선언을 하여야 한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반대한다.
1995. 5. 25. 재판장 재판관 김용준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김문희 재판관 황도연 재판관 이재화 재판관 조승형 재판관 정경식 재판관 고중석 주심 재판관 신창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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