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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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부녀매매죄의 주체 및 객체와 그 성립요건

나. 경합범 중 일부에 대하여 무죄, 일부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항소심 판결에 대하여 검사만이 무죄 부분에 대하여 상고를 제기한 경우 상고심에서 이를 파기할 때의 파기범위

판결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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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부녀매매죄는 부녀자의 신체의 자유를 그 일차적인 보호법익으로 하는 죄로서 그 행위의 객체는 부녀이고, 여자인 이상 그 나이나 성년, 미성년, 기혼 여부 등을 불문한다고 보아야 하고, 행위의 주체에는 제한이 없으니 반드시 친권자등의 보호자만이 본 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도 근거 없는 해석이라 할 것이며, 요컨대 본죄의 성립 여부는 그 주체 및 객체에 중점을 두고 볼 것이 아니라 매매의 일방이 어떤 경위로 취득한 부녀자에 대한 실력적 지배를 대가를 받고 그 상대방에게 넘긴다고 하는 행위에 중점을 두고 판단하여야 하므로 매도인이 매매 당시 부녀자를 실력으로 지배하고 있었는가 여부 즉 계속된 협박이나 명시적 혹은 묵시적인 폭행의 위협 등의 험악한 분위기로 인하여 보통의 부녀자라면 법질서에 보호를 호소하기를 단념할 정도의 상태에서 그 신체에 대한 인계인수가 이루어졌는가의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

나.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 같은 법 제38조 제1항 제2호에 해당하는 경우 하나의 형으로 처벌하여야 함은 물론이지만 위 규정은 이를 동시에 심판하는 경우에 관한 규정인 것이고 경합범으로 동시에 기소된 사건에 대하여 일부 유죄, 일부 무죄의 선고를 하거나 일부의 죄에 대하여 징역형을, 다른 죄에 대하여 벌금형을 선고하는 등 판결주문이 수개일 때에는 그 1개의 주문에 포함된 부분을 다른 부분과 분리하여 일부상소를 할 수 있는 것이고 당사자 쌍방이 상소하지 아니한 부분은 분리 확정된다고 볼 것인바, 경합범 중 일부에 대하여 무죄, 일부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항소심 판결에 대하여 검사만이 무죄 부분에 대하여 상고를 한 경우 피고인과 검사가 상고하지 아니한 유죄판결 부분은 상고기간이 지남으로써 확정되어 상고심에 계속된 사건은 무죄판결 부분에 대한 공소뿐이라 할 것이므로 상고심에서 이를 파기할 때에는 무죄 부분만을 파기할 수 밖에 없다.

[반대의견]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 동시에 판결하여 일개의 형을 선고할 수 있었던 수개의 죄는 서로 과형상 불가분의 관계에 있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실제로 일개의 형이 선고되었는지의 여부와 관계없이 상소불가분의 원칙이 적용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이론상 일관된 태도라 할 것인바 경합범 중 일부에 대하여는 유죄, 다른 일부에 대하여는 무죄를 선고하였다고 하더라도,무죄 부분에 대하여 상소가 제기됨으로써 그 부분이 유죄로 변경될 가능성이 있게 되는 경우에는, 유죄 부분에 대하여 따로 상소가 되지 않았더라도 상소불가분의 원칙이 적용되어 유죄 부분도 무죄 부분과 함께 상소심에 이심되는 것이고, 따라서 상소심 법원이 무죄 부분을 파기하여야 할 경우에는 직권으로 유죄 부분까지도 함께 파기하여 다시 일개의 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전부파기설)

[반대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형사소송법의 해석 적용에 있어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실체법인 형법의 규정의 취지에 충실히 따라야 할 것인바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 기소된 수개의 죄가 다같이 유죄로 판단되는 경우 형법은 제38조 제1항 제2호에서 단일한 형으로 처벌한다는 원칙을 규정하고 있는 취지에 비추어 형사소송법 제342조 제2항을 해석함에 있어 일부 무죄판결의 무죄 부분에 대하여만 상소가 제기된 경우에 그와 경합범관계에 있는 유죄 부분도 과형상 불가분관계에 있는 것으로서 당연히 상소의 효력이 미친다고 새겨 무죄 부분이 파기되는 때에는 유죄 부분과 합하여 단일한 형으로 처단하게 함이 타당하다.

참조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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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형법 제288조 제2항 / 나. 같은 법 제37조, 제38조, 형사소송법 제342조, 제384조, 제391조

참조판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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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대법원 1976.11.9. 선고 76도2962 판결(공1976,9470), 1990.7.24. 선고 90도1033 판결(공1990,1830), 1991.5.10. 선고 90도2102 판결(공1991,1675)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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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고 인] 이금순

[상 고 인] 검사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1991.4.12. 선고 91노461 판결

주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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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을 파기한다.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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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형법 제288조 제2항의 부녀매매라 함은 동 법조의 법정형과 직업안정및고용촉진에관한법률 제29조 제1호 소정의 법정형과 대비하여 볼 때 거래 일방인 매도자가 그의 완전한 사실상의 지배하에 있는 부녀를 추업에 사용할 목적으로 물건처럼 대가를 수수하고 상대방의 사실상의 지배하에 옮기는 것을 말한다고 해석되므로 매매의 대상인 부녀가 정신적 자각이 있고 법질서에 보호를 호소할 능력을 가진 경우에는 즉각적으로 국내법의 보호로부터 이탈이 될 우려가 많은 국외이송목적의 매매를 제외하고 친권자 또는 그 보호 감독자가 아닌 제3자에 의한 매매는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할 것이라면서 이 사건 피해자인 황선자는 서울에서 봉제공장의 공원으로 일하던 18세 가량의 소녀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정도의 연령이면 인격의 자각이 있고 법질서에 보호를 호소할 수 있는 판단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인정하여 부녀매매의 객체가 될 수 없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

그러나 부녀매매죄는 부녀자의 신체의 자유를 그 일차적인 보호법익으로 하는 죄로서 건전한 직업소개질서의 확립이라는 행정목적을 주된 보호법익으로하는 직업안정및고용촉진에관한법률의 위 규정을 평면적으로 비교하여 본죄의 해석근거로 삼을 합리적인 이유는 없는 것이며, 본죄의 행위의 객체는 부녀이고, 여자인 이상 그 나이나 성년, 미성년, 기혼여부 등을 불문한다고 보아야 하고, 행위의 주체에는 제한이 없으니 반드시 친권자등의 보호자만이 본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도 근거없는 해석이라 할 것이다.

요컨대 본죄의 성립여부는 그 주체 및 객체에 중점을 두고 볼것이 아니라 매매의 일방이 어떤 경위로 취득한 부녀자에 대한 실력적 지배를 대가를 받고 그 상대방에게 넘긴다고 하는 행위에 중점을 두고 판단하여야 하므로 매도인이 매매 당시 부녀자를 실력으로 지배하고 있었는가 여부 즉 계속된 협박이나 명시적 혹은 묵시적인 폭행의 위협 등의 험악한 분위기로 인하여 보통의 부녀자라면 법질서에 보호를 호소하기를 단념할 정도의 상태에서 그 신체에 대한 인계인수가 이루어졌는가의 여부에 달려있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피해부녀자가 18세에 달하여 지각이 있으므로 부녀매매죄의 객체가 될 수 없다고 한 원심의 판단은 부녀매매죄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당원의 위 판시견해와 다르게 판시한 1959. 3. 13.선고 4292형상7호 판결과 1971. 3. 9.선고 71도27호 판결은 현재의 사회실정하에서는 유지하기 어려운 것이므로 폐기할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검사의 상고는 이유 있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할 것인바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은 부녀매매죄 공소사실과 윤락행위방지법위반공소사실모두를 유죄로 인정하고 형법 제38조 제1항 2호에 의하여 징역 1년을 선고한 제1심판결에 대하여 피고인만 항소한 사건에서 원심이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윤락 행위방지법위반 공소사실은 유죄로 인정하여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부녀매매죄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앞에 설시한 것과 같은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는데 피고인은 상고하지 아니하고 검사가 무죄판결부분에 대하여 일부상고를 한 사건이고 그와 같은 경우에 피고인과 검사가 모두 상고하지 아니한 윤락행위방지법위반죄에 대한 유죄판결은 상소기간이 지남으로서 확정된다고 해석할 것이고( 형사소송법 제342조 참조) 당원에 계속된 사건은 부녀매매죄에 대한 공소 뿐이라 할 것이므로 그 부분만을 파기할 수 밖에 없다.

이 사건과 같이 제2심이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중 일부공소사실에 대하여는 유죄의 선고를 하고 일부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 선고를 한 경우로서 검사만 무죄 부분에 대하여 상고한 사건에서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범죄와 상고된 무죄 부분 공소사실이 경합범으로서 과형상 하나의 형으로 처단하여야 하는 관계에 있기 때문에 2심판결 전부를 파기하여야 한다고 한 당원판례( 1989.9.12. 선고 87도506호, 1991.5.28. 선고 91도739호 판결 등)가 있으나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 동법 제38조 1항 2호에 해당하는 경우 하나의 형으로 처벌하여야 함은 물론이지만 위 규정은 위 37조 전단의 경합범을 동시에 심판하게 되는 경우에 관한 규정인 것이고 경합범으로 동시에 기소된 사건이라 하더라도 일부유죄 일부무죄의 선고를 하거나 일부의 죄에 대하여 징역형을 다른죄에 대하여 벌금형을 선고하는 등 판결주문이 수개일 때에는 그 1개의 주문에 포함된 부분을 다른 부분과 분리하여 일부상소를 할 수 있는 것이고 그러한 경우 당사자 쌍방이 상소하지 아니한 부분은 분리 확정된다고 볼 수 밖에 없는 것이어서 이미 확정된 유죄 부분에 대하여 상고심이 파기환송판결을 하는 것은 상소이론에 들어 맞지 않으므로 그 판례들을 폐기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될 경우 형사소송법 제368조가 규정한 불이익변경의 금지원칙과 관련하여 환송을 받은 법원이 파기이유가 된 사실상과 법률상의 판단에 기속되어 유죄를 인정하고서도 조금이라도 형을 선고하면 불이익변경금지에 위반되어 형을 선고할 수 없는 부당한 결과가 된다는 이론이 있으나 원래 불이익변경의 금지라고 하는 것은 피고인이 상소권행사를 주저하는 일이 없도록 상소권행사를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그 원칙을 지키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법률이 규정한 형기에 구애받지 아니하는 것이므로 이미 선고된 형 이외에 다시 형을 선고하는 것이 피고인에게 불리한 결과가 된다면 그러한 이유로 형을 선고하지 아니한다는 주문을 선고할 수 있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고 환송받은 법원이 실형을 선고하는 경우 앞서 선고한 집행유예가 취소되어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된다는 이론도 있으나 환송받은 법원이 다시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도 있고 실형을 선고하여야 하기 때문에 앞서 선고한 집행유예가 취소될 수 밖에 없게 된다면 불이익변경금지에 저촉되는 여부를 정함에 있어서는 그 형과 집행유예가 취소되어 복형하게 될 형을 합산하여 결정하여야 할 것이고 그러한 사정을 고려하고서도 실형을 선고하는 것이 불이익변경금지에 위배되지 아니한다면 수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 판결 중 부녀매매죄 공소사실을 무죄라고 한 원심판결을 파기하는 이유와 그와 관련하여 종전의 당원판례를 폐기하는 점에 관하여는 관여법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원심판결 중 윤락행위방지법위반 공소사실에 관한 부분은 이미 확정되어 상고심에서 파기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하는 점에 관하여는 대법관 윤 관, 김용준, 박만호의 반대의견을 제외한 나머지 관여 법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윤관, 김용준의 반대의견

다수의견이,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중 일부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의 선고를 하고, 일부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 판결에 대하여, 피고인은 상고하지 아니하고 검사만이 무죄 부분에 대하여 상고한 사건에서 검사의 상고가 이유있는 경우에,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은 피고인과 검사가 상고하지 아니한 채 상소기간이 지남으로써 확정되고, 상고심에 이심되어 계속된 사건은 무죄 부분에 대한 공소뿐이므로, 항소 심판결 중 무죄 부분만을 파기하여야한다는 견해(이 뒤에는 "일부 파기설"이라고 한다)를 취하고 있는 점에 대하여 찬동할 수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형사소송법 제342조는 상소는 재판의 일부에 대하여 할 수 있으나( 제1항), 일부에 대한 상소는 그 일부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부분에 대하여도 효력이 미친다( 제2항)고 규정하여 이른바 상소불가분의 원칙을 채택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소불가분의 원칙이 단순일죄나 포괄 일죄의 일부에 대하여 상소가 된 경우뿐만 아니라, 상상적경합범의 일부에 대하여 상소가 된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해석하는 데에는 이론이 없다. 상상적경합범은 실체적으로 보면 경합범과 마찬가지로 본래 수개의 죄이지만 과형상 일개의 형으로 처벌하게(과형상의 일죄) 되어 있기 때문에 수개의 죄가 서로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또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이라도 형법 제38조 제1항 제1호 또는 제2호 본문에 따라 일개의 형이 선고된 경우에 그 중 일부에 대하여만 상소가 되더라도 역시 상소불가분의 원칙이 적용되어 나머지 죄에 대하여도 상소의 효력이 미친다는 점에는 다수의견도 견해를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상소불가분의 원칙이 적용되는 범위를 위와 같이 넓게 해석하는 이상,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 동시에 판결하여 일개의 형을 선고할 수 있었던 수개의 죄는 서로 과형상 불가분의 관계에 있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실제로 일개의 형이 선고되었는지의 여부와 관계없이 상소불가분의 원칙이 적용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이론상으로 일관된 태도라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원심법원이 위에 같이 과형상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경합범 중 일부에 대하여는 유죄, 다른 일부에 대하여는 무죄를 선고하였다고 하더라도, 무죄 부분에 대하여 상소가 제기됨으로써 그 부분이 유죄로 변경될 가능성이 있게 되는 경우에는, 유죄 부분에 대하여 따로 상소가 되지 않았더라도 상소불가분의 원칙이 적용되어 유죄 부분도 무죄 부분과 함께 상소심에 이심되는 것이고, 따라서 상소심법원이 무죄 부분을 파기하여야 할 경우에는 직권으로 유죄 부분까지도 함께 파기하여 다시 일개의 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는 견해(이 뒤에는 "전부파기설"이라고 한다)가 옳다고 생각한다.

2. 일부 파기설을 취하게 되면 다음과 같이 여러가지 피고인에게 불리한 불합리한 결과가 생길 수 있다.

가. 피고인이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 원래 일개의 형으로 처벌받을 수 있었던 수개의 죄에 관하여, 원심법원이 일부의 죄에 대하여 위법하게 무죄를 선고하였기 때문에 상소심법원이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유죄로 인정하여 형을 선고하는 경우, 그 죄와 형을 선고한 유죄판결이 이미 확정된 것으로 보는 유죄 부분의 죄는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관계에 있게 되어, 피고인은 따로 또 형을 선고받는 불이익을 입게 된다. 이와 같이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으로서 별개의 형이 선고되는 경우에는, 각 선고형을 합산한 형기 전부를, 그 경합범 중 가장 중한 죄에 정한 법정형의 장기에 그 2분의 1을 가중한 형기의 범위 내에서 집행하게 되기 때문에( 당원 1967.3.6.자 67초6결정 참조), 피고인이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은 명백하다.

물론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이 파기되는 경우 법원이 위와 같은 결과를 감안하여 양형을 적절히 조절함으로써 불합리한 점을 어느 정도 완화시킬 수는 있겠지만, 때로는 파기된 부분의 죄에 정한 형(법정형)의 하한이 너무 높아서 양형의 조절에 의한 해결이 불가능한 경우도 없지 않다. 특히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에 대하여 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된 경우에 그 후 파기된 부분의 죄에 대하여 실형을 선고할 수 밖에 없게 된 때에는 그 판결이 확정되면 위 집행유예의 선고마저 형법 제63조에 의하여 효력을 잃게 될 것이므로, 피고인이 전체적으로 과형상의 불이익을 받게 될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나. 무죄 부분만이 파기됨으로써 피고인이 받게 될 위와 같은 과형상의 불이익은, 피고인이 스스로 경합범으로 함께 처벌받을 수 있었던 죄 중의 일부를 숨겼다가 나중에 발각되는 등의 사정으로 인하여 부득이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으로 처벌을 받을 수 밖에 없게 된 경우와는 달리, 법원의 위법한 판결로 인하여 생긴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스스로 그와 같은 불합리한 결과를 바로 잡아 주지 아니하고 다수의견이 설시한 바와 같이 상소이론에 들어 맞지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도저히 수긍할 수 없는 일이다.

다수의견도, 경합범 중 일부에 대하여는 유죄, 다른 일부에 대하여는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 대하여 피고인과 검사가 모두 상소한 경우에는 그 중 유죄 부분에 대한 피고인의 상소가 이유 없는 때에도 원심판결을 전부 파기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이 경우에도 일부 파기설을 고집한 당원 1963.1.17. 선고 62도213 판결; 1972.6.13. 선고 72도897 판결 등이 있다), 피고인으로서는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에 대하여 자신도 상소를 함으로써 위와 같은 과형상의 불이익을 면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원심판결의 유죄 부분에 승복하여 근신하고 있는 피고인에게, 단순히 원심판결의 무죄 부분에 대하여 검사가 상소한 결과에 따라 그 무죄 부분이 파기될 경우에 대비하기 위하여 검사와 함께 상소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보아야 할 뿐만 아니라, 남상소(한자생략 )의 폐해를 가져올 우려도 있다. 또한 원심판결의 유죄 부분에 상당한 이유도 없이 불복하여 상소한 피고인과, 같은 유죄 부분에 승복하고 반성하는 뜻으로 상소하지 아니한 피고인과 사이에 결과적으로 양형의 불균형을 초래하게 되는 것도 결코 바람직한 결과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다.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 공소가 제기된 수개의 죄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여 일개의 형을 선고한 제1심판결에 대하여 피고인만이 항소하였는데, 항소심법원이 그 경합범 중 일부에 대하여는 유죄를, 다른 일부에 대하여는 무죄를 각 선고하면서 유죄 부분에 대하여 제1심판결이 선고한 형과 동일한 형을 선고한 경우에, 검사만이 무죄 부분에 대하여 상고한 결과 상고심법원이 일부 파기설을 취하여 항소심 판결 중 무죄 부분만을 파기하고 그 부분에 관하여만 사건을 항소심법원에 환송하였다면, 환송을 받은 법원은 상고심법원이 파기이유로 한 사실상과 법률상의 판단취지에 따라 그 부분의 죄를 유죄로 인정하더라도,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때문에 따로 선고할 형이 없게 되는 기이한 결과가 생길 수도 있다.

이 사건의 경우에 있어서도 부녀매매죄와 윤락행위방지법위반죄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형법 제38조 제1항 제2호를 적용하여 징역1년을 선고한 제1심판결에 대하여 피고인만이 항소하였다면, 원심법원이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윤락행위방지법위반죄만을 유죄로 인정하여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부녀매매죄에 대하여는 무죄를 선고한데 대하여, 당원이 다수의견대로 원심판결 중 부녀매매죄에 대한 무죄 부분만을 파기하고 그 부분에 관하여만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는 경우, 환송을 받은 원심법원으로서는 피고인만이 항소한 만큼 제1심판결이 선고한 징역 1년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할 수 없는바, 윤락행위방지법위반죄에 대하여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의 형을 선고한 원심판결이 이미 확정되었다는 것이므로, 부녀매매죄를 유죄로 인정하더라도 더 이상 따로 선고할 형이 없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이와 같은 경우에 환송을 받은 원심법원은 부녀매매죄를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여야 하는 것인지, 만일 파기하여야 한다면 파기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또 파기한 후에는 어떠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것인지 등에 관하여 이론상으로나 실무상으로 현재까지 적절한 해결방법이 마련되어 있지 아니하므로 사건이 환송된 후의 사건처리에 혼란을 일으킬 우려마저 없지 않다.

3. 한편 전부파기설을 취하게 되면,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의 죄가 상소가 된 무죄 부분의 죄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관계에 있어서 원래 일개의 형이 선고되어야 하는 과형상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볼 것 인지의 여부를, 실질적으로 가려보기 전에는, 그 유죄 부분에 대한 원심판결이 확정된 것인지의 여부를 당장 판단하기 어렵고, 그 부분에 관한 판결의 집행을 사건이 완결될 때까지 미루어야 한다는 문제점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문제점은 상소불가분의 원칙이 적용되는 범위가 실체적으로 가려져야 하는 이상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예를 들어 포괄일죄나 상상적경합범의 관계에 있는 수개의 공소사실을 원심이 경합범으로 잘못 판단한 나머지, 주문에서 일부에 대하여는 유죄, 다른 일부에 대하여는 무죄를 선고하였는데 검사만 이 무죄 부분에 대하여 상소하였다면, 이 경우에 원심판결의 유죄 부분이 그대로 확정되는 것인지, 그렇지 않고 그 중 원칙에 따라 상소심에 이심되는 것인지는, 유죄로 인정된 공소사실과 무죄가 선고된 공소사실이 포괄일죄나 상상적경합범의 관계에 있는 것인지의 여부를 실체적으로 가려보아 판단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만일 이 경우에도 원심판결이 선고한 주문의 형식과 피고인과 검사가 상소를 하였는지의 여부만에 따라 형식적으로 원심판결이 확정된 것인지의 여부를 가려야 하기 때문에,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은 그대로 확정된 것으로 보게 되면, 상소심법원이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그 부분 죄를 유죄로 인정하여야 할 경우라고 하더라도, 포괄일죄나 상상적경합범의 일부에 대하여 이미 확정판결이 있은 것으로 보아 판결로써 면소의 선고를 할 수 밖에 없는 부당한 결과가 된다.

전부파기설에 따라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이 사건이 완결될 때까지 확정되지 않는 것으로 보게 되면, 오히려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되는 경우(예를 들면, 집행유예가 선고된 때 그 집행유예 기간의 기산일이 늦추어지게 되는 경우 등)도 없지 않겠지만, 이와 같은 결과는 일부 파기설을 취함으로써 피고인이 받게될 과형상의 불이익과 견주어 볼 때 피고인측에서 감내할 수 있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또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이 확정된 것인지의 여부에 대한 판단과 그 부분에 관한 판결의 집행을 사건이 완결될 때까지 유보한다고 하여 형사소송제도의 운영에 큰 곤란을 초래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4. 1인이 범한 수죄는 관련사건으로 취급하여, 가능한 한 같은 법원이 동시에 판결하도록 함으로써 피고인이 분리심판으로 인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 형사소송법의 기본태도이다. 토지관할을 달리하는 수개의 관련사건이 각각 다른 법원에 계속된 때에는 일개법원으로 하여금 병합심리하게 할 수 있도록 하고( 형사소송법 제6조), 수개의 관련사건이 사물관할을 달리하는 경우에도 합의부가 결정으로 단독판사에게 속한 사건을 병합하여 심리할 수 있도록 한 것( 형사소송법 제10조) 등이 바로 위와 같은 태도를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서 형사소송 규칙은 사물관할과 토지관할을 모두 달리하는 경우에까지 형사소송법 제10조의 규정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제4조 제1항), 단독판사는 그가 심리중인 사건과 관련된 사건이 합의부에 계속된 사실을 알게 된 때에는 즉시 합의부의 재판장에게 그 사실을 통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제4조 제2항) 뿐만 아니라, 1991.8.3. 공포 대법원규칙 제1171호로 제4조의2를 신설하여 사물관할을 달리하는 수개의 관련항소사건이 각각 고등법원과 지방법원 본원합의부에 계속된 경우에도 같은 방법으로 고등법원이 지방법원 본원합의부에 계속된 사건을 병합하여 심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형사소송법과 형사소송규칙의 정신에 비추어 보더라도,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은 될 수 있는대로 동시에 판결하여 일개의 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해석하려는 전부파기설이 피고인의 이익을 보호한다는 형사소송법의 이념에 보다 충실한 견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이 사건에 있어서는 원심판결의 부녀매매죄에 관한 무죄 부분 뿐만 아니라, 그 죄와 함께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 공소가 제기되어 과형상 불가분의 관계가 있는 윤락행위방지법위반죄에 대한 원심판결의 유죄 부분까지 함께 파기함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고, 종전에 이와 같은 전부파기설의 견해를 채택하여 온 당원1975. 3. 25. 선고 75도422 판결, 1976.10.26. 선고 76도2644 판결, 1989.9.12. 선고 87도506 전원합의체판결, 1989.12. 12. 선고 89도2020 판결, 1990.2.13. 선고 89도1457 판결, 1990.4.24. 선고 90도401 판결, 1991.5.28. 선고 91도739 판결 등은 유지되어야 마땅하고, 오히려 종전에 당원의 판결들이 일부 파기설의 견해를 취하여 판시한 의견이 변경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법관 박만호의 반대의견

대법관 윤관, 김용준의 전부파기설에 전적으로 찬성하고 이를 그대로 원용하면서, 다만 다음과 같은 점을 덧붙이고자 한다. 형사소송법은 형사소송절차를 규율하는 법으로서, 실체법인 형벌법규의 적정한 적용 및 그 구체적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절차에 관한 법이므로, 이를 해석. 적용할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실체법인 형벌법 규정의 취지에 충실하게 따라야 할 것이다.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 기소된 수개의 죄가 다같이 유죄로 판단되는 경우, 형법은 그 제38조 제1항 제2호에서 단일한 형으로 처벌한다는 원칙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부녀매매죄와 윤락행위방지법위반죄가 모두 유죄라면 법원으로서는 위 형법규정에 따라 피고인을 단일한 형으로 처벌하여야 하고 (위 전부파기설이 지적하고 있는 형사소송법 및 동 규칙의 여러 규정들도 바로 위 형법 규정의 원칙을 형사소송절차에서 실현하기 위한 조치들이라고 해석된다), 나아가 경합범관계에 있는 수개의 죄 중 일부에 대하여 무죄가 선고된 경우 그 무죄 부분이 파기되는 때에는 유죄 부분과 합하여 단일한 형으로 처단하게 함이 위 원칙에 부합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형법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형사소송법 제342조 제2항을 해석함에 있어 일부 무죄판결의 무죄 부분에 대하여만 상소가 제기된 경우에 그와 경합범관계에 있는 유죄 부분도 과형상 불가분 관계에 있는 것으로서 당연히 상소의 효력이 미친다고 새기는 것이 절차법인 형사소송법과 실체법인 형법의 관계에도 적합한 해석방법이라 할 것이고, 일부 파기설과 같이 형사소송법 특유의 산술적인 일부 상소 이론만으로 위 형법규정의 원칙에 배치되는 결론을 이끌어낼 수는 없다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는 찬성할 수 없다.

대법관 김덕주(재판장) 이회창 최재호 박우동 이재성 김상원 배만운 김주한 윤영철 김용준 김석수 박만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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