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다2147
보험금 [대법원 1991.3.12, 선고, 90다2147, 전원합의체판결] 【판시사항】 채권액이 외국통화로 지정된 금전채권인 외화채권을 채권자가 우리나라 통화로 환산하여 청구하는 경우의 환산기준시기 【판결요지】 채권액이 외국통화로 지정된 금전채권인 외화채권을 채무자가 우리나라 통화로 변제함에 있어서는 민법 제378조가 그 환산시기에 관하여 외화채권에 관한 같은 법 제376조, 제377조 제2항의 "변제기"라는 표현과는 다르게 “지급할 때”라고 규정한 취지에서 새겨 볼 때 그 환산시기는 이행기가 아니라 현실로 이행하는 때 즉 현실이행시의 외국환시세에 의하여 환산한 우리나라 통화로 변제하여야 한다고 풀이함이 상당하므로 채권자가 위와 같은 외화채권을 대용급부의 권리를 행사하여 우리나라 통화로 환산하여 청구하는 경우에도 법원이 채무자에게 그 이행을 명함에 있어서는 채무자가 현실로 이행할 때에 가장 가까운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의 외국환 시세를 우리나라 통화로 환산하는 기준시로 삼아야 한다.
(소수의견) 우리 민법은 제378조에서 외국통화의 채무자에게 우리나라 통화로 변제할 수 있는 이른바 대용권을 인정하면서도 채권자에게는 그에 관한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므로 채무자에게만 임의채권으로서의 대용권을 인정하고 있는 우리나라 민법체계에서는 채권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본래의 급부목적인 외국통화의 지급만을 청구할 수 밖에 없으며, 가사 이 사건에서와 같이 원심에서 원고가 청구한 대로 우리나라 화폐의 지급을 명하는 판결이 선고되고 이에 대한 피고의 상고가 없어 우리나라 통화에 의한 청구를 용인할 수 밖에 없다 하더라도 민법 제378조가 정한 그 환산시기는 재판상의 청구와 재판외의 청구를 가릴 것 없이 현실지급시로 보아야 하되 이는 같은 법조에 의하여 채무자가 대용권을 행사하는 경우에 그렇다는 것에 그치므로 이사건에 있어서와 같이 원고가 그 급부의 목적인 외국통화의 지급을 구하지 아니하고 우리나라 통화에 의한 지급을 구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378조에 의할 것이 아니라 “청구할 때”를 환산시기로 잡는 것이 옳다.
【참조조문】 민법 제378조 【참조판례】 대법원 1968.11.26. 선고 68다1293,1294 판결(폐기), 1978.5.23. 선고 73다1347 판결(폐기), 1987.6.23. 선고 86다카2107 판결(폐기)
【전문】 【원고, 상고인】 주식회사 동화 소송대리인 변호사 조경근 외1인 【피고, 피상고인】 제일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중앙국제법률특허사무소 담당변호사 장한각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1990.2.27. 선고 89나38586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한다.
【이 유】 상고이유(보충상고이유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내에서)를 본다. 채권액이 외국통화로 지정된 금전채권인 외화채권을 채무자가 우리나라 통화로 변제함에 있어서는 민법 제378조가 그 환산시기에 관하여 외화채권에 관한 같은 법 제376조, 제377조 제2항의 “변제기”라는 표현과는 다르게 “지급할 때”라고 규정한 취지에서 새겨볼 때, 그 환산시기는 이행기가 아니라 현실로 이행하는 때, 즉 현실이행시의 외국환시세에 의하여 환산한 우리나라 통화로 변제하여야 한다고 풀이함이 상당하다. 따라서 채권자가 위와 같은 외화채권을 대용급부의 권리를 행사하여 우리나라 통화로 환산하여 청구하는 경우에도 법원이 채무자에게 그 이행을 명함에 있어서는 채무자가 현실로 이행할 때에 가장 가까운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의 외국환시세를 우리나라 통화로 환산하는 기준시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 견해에 저촉되는 종전의 판례( 당원 1968.11.26. 선고 68다1293,1294 판결; 1978.5.23. 선고 73다1347 판결; 1987.6.23. 선고 86다카2107 판결 등)는 폐기하기로 한다. 소론은 어음법 제41조, 제77조 제1항 제3호, 수표법 제36조 제1항의 규정 을 들어 위 환산의 기준시는 이행기로 보는 것이 정당하다고 주장하나 이 법조들은 외화로 표시된 어음, 수표의 이행을 채무자가 지체할 때에는 채권자에게도 대용급부의 권리를 인정한 취지에 불과하고 소론과 같은 외화채권 환산의 기준시에 관한 근거로 되는 규정이 아니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 이 사건에 있어, 원심판결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채권액이 외국통화(미합중국 통화인 '불')로 지정된 이 사건 보험금을 채권자인 원고가 우리나라 통화로 환산하여 청구함에 대하여 채무자인 피고에게 우리나라 통화로 그 지급을 명함에 있어서 그 환산시기에 관하여는 현실이행시설을 취하여 현실로 지급하는 때에 가장 가까운 사실심변론종결시의 환금시가로 환산함이 타당한 것으로 보고 이행기설 즉 지급하여야 할 때를 기준하여 환산하여야 한다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는 바,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당원과 취지를 같이하여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외국금전채권의 환산시기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또 소론은 이 사건 보험금액을 미합중국화폐로 표시하기는 하였으나 계약당사자의 의사는 그 지급하여야 할 시기(즉 이행기)의 외국환시세에 따른 우리나라 통화로서 그 보험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취지이어서 이는 부진정외국금전채권이므로 이 사건 보험금의 우리나라 통화로서의 환산시기는 이행기로 봄이 정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나 기록상 위와 같은 약정을 인정할 증거가 없을 뿐 아니라 이는 사실심에서는 주장하지 아니한 새로운 주장이어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 결국 논지는 모두 이유없다. 이상의 이유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여, 대 법관 윤관, 대 법관 이재성의 반대의견을 제외하고 관여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 법관 윤관, 대 법관 이재성의 반대의견은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 민법은 제378조에서 “채권액이 다른나라 통화로 지정된 때에는 채무자는 지급할 때에 있어서의 이행지의 환금시가에 의하여 우리나라 통화로 변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외국통화의 채무자에게 우리나라 통화로 변제할 수 있는 이른바 대용권을 인정하면서도 채권자에게는 그에 관한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아니하였다. 그리고 기록을 살펴보아도 원고와 피고사이에 미국통화의 급부를 채권의 목적으로 하고 있을 뿐 원고에게 선택권이나 대용권의 행사를 유보하기로 한 약정이 있었다거나 원고에게 그와 같은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할 상관습이 있었다고 보여지지 아니한다. 따라서 채무자에게만 임의채권으로서의 대용권을 인정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민법체계에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는 본래의 급부목적인 미국통화의 지급만을 청구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고 또 그렇게 보는 것이 채권관계를 지배하는 신의칙에도 합당하다. 가사 이 사건에 있어서와 같이 원심에서 원고가 청구한 대로 우리나라 화폐의 지급을 명하는 판결이 선고되고 이에 대한 피고의 상고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우리나라 통화에 의한 청구를 용인할 수 밖에 없다 하더라도 이와 같은 경우에 있어서의 우리나라 통화로의 환산시기를 정함에 있어서는 다수의견과 견해를 같이 할 수 없다. 다수의견은 민법 제378조가 그 환산시기에 관하여 규정한 “지급할 때”란 뜻을 우리나라 통화로의 현실이행시라고 풀이하면서도 그것이 재판상의 청구인 경우에는 그 환산시기를 현실로 이행할 때에 가장 가까운 사실심 구두변론종결당시로 잡아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와같은 견해가 외국통화의 급부를 목적으로 한 채권자가 우리나라 통화에 의한 지급을 구하고 있는 이 사건에도 타당한 것으로 보고있다. 우선, 위 조문에서 규정한 “지급할 때”를 다수의견이 전제한 바와 같이 현실이행시로 본다면 그 현실이행시를 재판상의 청구와 재판외의 청구로 구분할 이유가 없고 더구나 우리나라 통화의 지급을 구하는 것이 강제집행이 불능할 때를 대비한 대상청구에 터잡은 것도 아닌 바에야 재판상의 청구라 하여 그 환산시기를 사실심 구두변론종결당시로 정할 수도 없다. 오히려 외국통화를 우리나라 통화로 환산하는 취지는 본래의 급부인 외국통화에 의한 채권액과 대용급부인 우리나라 통화에 의한 채권액과의 등가관계를 산출하는데 있는 것이고 판결에 의한 강제집행을 할 경우에도 강제집행 당시의 환율에 따르는 것이 타당하므로 우리나라 통화로의 환산시기는 재판상의 청구와 재판외의 청구를 가릴것 없이 현실지급시로 보면 그만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에 민법 제378조가 정한 환산시기를 끌어들인다 하더라도 원고는 피고에게 미국통화 얼마를 지급할 때의 환율에 따라 환산한 우리나라 통화의 지급을 구할 수는 있을지언정, 지급하기 전의 환율에 따른 우리나라 통화를 미리 계산하여 그 지급을 구할 수는 없다 하겠다. 그 보다도 이 사건에 있어서와 같이 원고가 그 급부의 목적인 외국통화의 지급을 구하지 아니하고 우리나라 통화에 의한 지급을 구하는 경우에도 과연 민법 제378조가 정한 “지급할 때”라는 환산시기의 적용이 있는 것인가. 결론적으로 말하면 앞에서 본 바와 같은 환산시기의 풀이는 민법 제378조에 의하여 채무자가 대용권을 행사하는 경우에 그렇다는 것에 그치는 것이므로 외국통화의 급부를 목적으로 한 채권자가 우리나라 통화에 의한 지급을 구할때에는 이와는 달리 청구할 때를 그 환산시기로 잡는 것이 옳다고 본다. 왜냐하면 외국통화를 급부의 목적으로 한 채권자가 우리나라 통화에 의한 지급을 구할 때에는 이미 외국통화채권은 소멸하고 새로운 우리나라 통화채권이 발생한다고 보여지는 터에, 채무자의 대용권은 그에 따른 의사표시외에 우리나라 통화를 현실적으로 제공하는 방법에 의하여서만 행사하여야 하는 반면, 외국통화의 채권자가 우리나라 통화에 의한 지급을 구할 때에는 의사표시만으로도 충분하므로 그 채권자가 우리나라 통화에 의한 지급을 구하는 의사표시를 할 때 채무자는 바로 이행지체에 빠지고 말기 때문이다. 만일 위와 같이 풀이하지 아니하면 채무자는 언제든지 대용권을 행사하여 그때 당시의 환율에 따른 우리나라 통화를 지급함으로써 채무를 면하게 되지만 채권자는 우리나라 통화의 지급을 구하더라도 채무자의 현실이행시를 기다려 그때의 환율에 따른 우리나라 통화를 지급받을 수 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채권자가 우리나라 통화에 의한 지급을 청구함으로써 채무자가 바로 이행지체에 빠졌는데도 그 후 채무자로 하여금 통화가치의 하락을 틈타서 계속 그 지급을 미루다가 하락한 환율에 따라 현실이행당시의 우리나라 통화로 갚게하는 것은 공평의 관념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으면 안된다. 원고가 그 환산시기를 이 사건 외국통화채권의 이행기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내세우고 있는 상고이유에는 위와 같은 뜻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지 못 할 바 아니다. 결국 원심판결은 외국통화의 급부를 목적으로 한 채권자가 우리나라 통화에 의한 지급을 구할 때에 있어서의 환산시기와 민법 제378조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으므로 파기하여야 한다고 본다.
대법관 김덕주(재판장) 이회창 최재호 박우동 윤관 배석 이재성 김상원 배만운 김주한 윤영철 김용준 김석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