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헌마38
상속세법 제32조의2의 위헌여부에 관한 헌법소원
판결기관: 헌법재판소
1989년 7월 21일 판결.


【판시사항】 상속세법(相續稅法) 제32조의2제1항의 위헌여부(違憲與否) 【결정요지】 상속세법(相續稅法) 제32조의 2 제1항은 형식상(形式上)으로나 실질적(實質的)으로 조세법률주의(租稅法律主義)에 위배(違背)되지 아니하고, 위 규정(規定)이 실질과세(實質課稅)의 원칙(原則)에 대한 예외(例外) 내지는 특례(特例)를 둔 것만으로 조세평등주의(租稅平等主義)에 위배(違背)되지도 않는다. 다만 위 법률조항(法律條項)에는 무차별(無差別)한 증여의제(贈與擬制)로 인한 위헌(違憲)의 소지(素地)가 있으므로 예외적으로 조세회피(租稅回避)의 목적(目的)이 없음이 명백한 경우에는 이를 증여(贈與)로 보지 않는다고 해석하여야 하고, 위와 같이 해석하는 한, 헌법(憲法) 제38조, 제59조의 조세법률주의(租稅法律主義) 및 헌법(憲法) 제11조의 조세평등주의(租稅平等主義)에 위배(違背)되지 않는다. 재판관 조규광의 보충의견(補充意見) 주문(主文) “……로 해석(解釋)하는 한, 헌법(憲法)에 위반(違反)되지 아니한다.”라는 문구의 취지는 상속세법(相續稅法) 제32조의 2 제1항에 관한 다의적(多意的)인 해석가능성(解釋可能性) 중(中) 한정축소해석(限定縮小解釋)을 통하여 얻어진 일정한 합헌적(合憲的) 의미(意味)를 천명(闡明)한 것이며 그 의미(意味)를 넘어선 확대해석(擴大解釋)은 바로 헌법(憲法)에 합치(合致)하지 아니한다는 뜻이다. 재판관 변정수, 김진우의 반대의견(反對意見) 상속세법(相續稅法) 제32조의2 제1항의 규정(規定)은 실질적 조세법률주의(租稅法律主義)를 규정(規定)한 헌법(憲法) 제38조, 제59조에 위반(違反)되는 규정(規定)이며 법률문언(法律文言)이 한가지 뜻으로 밖에 해석(解釋)할 여지가 없어 달리 헌법합치적(憲法合致的) 해석(解釋)을 할 수 없는 위헌법률(違憲法律)이다.

【전문】 [당사자]


청구인 김○훈

대리인 변호사 김창욱 외 1인

관련소송사건 대법원 88누5464 증여세 등 부과처분 취소

대법원 89부1 위헌제청신청

[주 문]


상속세법 제32조의 2 제1항(1981.12.31. 법률 제3474호 개정)은, 조세회피의 목적이 없이 실질소유자와 명의자를 다르게 등기 등을 한 경우에는 적용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및 청구의 적법성

가. (사건의 개요) 기록에 의하면, (1) 청구인은 1982.4.14.부터 같은해 7.8.까지 3차례에 걸쳐 서울 도봉구 중계○ 466 전 1,306평방미터외 6필의 토지에 대하여 청구외 길○관 외 2인으로부터 소유권이전등기를 받았다가 1982.5.8.부터 1984.8.27.까지 사이에 위 토지들에 대하여 청구외 ○○석유주식회사외 2인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한 사실, (2) 청구외 ○○세무서장은 1985.10.17. 청구인에 대하여 청구인이 위 토지들에 관하여 위와같이 등기부상의 소유명의를 취득한 것은 상속세법 제32조의 2 제1항에 의하여 증여로 간주된다고 하여 증여세 금 210,579,410원 및 그 방위세 금 38,287,160원을 부과ㆍ고지한 사실, (3) 청구인은 그가 위 토지들에 대한 등기부상의 소유명의를 취득한 것은 원래 청구외 ○○석유주식회사가 위 길○관 등으로부터 위 토지들을 매수한 것인데, 농지매매증명의 취득곤란 및 매도인들의 등기이전 기피 등 부득이한 사정으로 말미암아 위 회사가 일단 그 대표이사인 청구인 명의로 등기이전하였다가 얼마 후에 위 회사등 앞으로 다시 등기이전한 것이므로, 증여의제(贈與擬制)를 전제로 한 증여세 등 부과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하여 위 ○○세무서장을 상대로 증여세 등 부과처분취소청구소송을 제기한 사실, (4) 청구인은 1988.3.30. 위 소송(서울고등법원 87구334)에서 패소하자,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하고 그 상고사건에서 위 상속세법 규정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다고 주장하여 대법원에 헌법재판소법 제41조 제1항에 의한 위헌제청을 신청하였으며, 대법원은 같은해 2.15. 청구인의 위헌제청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을 한 사실 및 (5) 청구인은 같은해 2.23. 위 결정의 정본을 송달받고, 같은 해 3.3. 헌법재판소에 위헌심사를 구하는 헌법소원을 제기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나. (청구의 적법성) 헌법재판소법 제41조 제1항, 제68조 제2항 및 제69조 제2항에 의하면, 법원은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때에는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의한 결정으로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할 수 있고, 법원이 당사자의 위헌법률심판의 제청을 기각한 때에는 그 당사자는 그 제청신청이 기각된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헌법소원의 형식으로 직접 헌법재판소에 그 법률에 대한 위헌여부의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위 헌법재판소법 제69조 제2항에 규정한 “제청신청이 기각된 날”이란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제청신청에 대한 기각결정을 송달받은 날이라고 해석하여야 할 것인 바,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법정기간 내에 적법한 절차를 거쳐 제기된 것으로 인정되고, 달리 그 청구가 부적법하다고 볼 사정은 엿보이지 아니한다.

2. 당사자 등의 주장 가.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의 심판청구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상속세법 제32조의2 제1항의 입법 목적은 실질적으로는 재산의 증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명의신탁의 형식을 빌어 조세회피를 하는 것을 방지하려는데 있으므로,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법인이 토지를 취득함에 있어서 매도인이 양도소득세의 과중한 부담 등을 이유로 법인에의 등기 이전을 기피하기 때문에, 부득이 일단 개인명의로 등기하였다가 다시 법인명의로 환원한 진정한 의미의 명의신탁의 경우에도, 무차별적으로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하고 경제적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한 헌법규정에 위반된다.

둘째, 위 상속세법 규정이 아무리 조세법률주의에 의거하여 제정된 법률이라고 하더라도, 조세입법은 재산권의 보장 및 경제적 차별의 금지를 규정한 헌법규정의 제약 아래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제약을 일탈하고 실질과세의 원칙에 위배하여 경제적 실질을 무시한 채 과세하도록 한 위 규정은 헌법에 위반된다.

셋째, 명의신탁제도는 판례에 의하여 그 유효성이 확고하게 인정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법질서(私法秩序)의 일부로서 확실하게 정착되고 있으므로, 세법에서 모든 명의신탁을 획일적으로 증여의제하는 것은 사법질서의 근간을 뒤흔들어 국법질서의 통일성과 체계성을 교란하는 부당한 입법이다.

넷째, 단순한 명의대여에 의한 명의신탁의 경우에는 신탁재산 전부를 무차별적으로 증여로 보는데 반하여, 신탁법에 의한 신탁의 경우에는 그 신탁의 이익만을 증여로 보며, 근친자간의 증여의제의 경우에도 일정한 예외를 인정하고 있으므로, 위 상속세법 규정은 형평의 원칙에도 반한다.

다섯째, 상속세법 제29조의 2 제4항에 의하면 수증자가 수증재산을 1년이내에 증여자에게 환원한 때에는 이를 증여로 보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였는 바, 같은 법 제32조의 2 제1항에서 실질소유권과는 전혀 관계없는 단순한 명의신탁을 모두 증여로 의제하는 것은 서로 모순된다.

나. (이해관계기관 등의 의견) 이 사건 심판에 있어서 이해관계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재무부장관과 헌법재판소법 제74조에 의한 법무부장관의 의견은 다음과 같다.

첫째, 상속세법 제32조의2 제1항은, 등기공무원의 실질심사권이 인정되지 아니하고 등기권리자의 신청에 따라 등기가 이루어지는 우리나라 부동산 등기체제 아래에서 재산의 실질소유자가 자기의 재산을 제3자 명의로 분산함으로써 상속세 등의 조세부담을 부당하게 회피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입법정책적 필요에 따라 규정된 것으로 헌법정신에 합치되는 입법이다.

둘째, 위 상속세법 규정은 납세의무자ㆍ과세대상ㆍ과세방법 등 중요한 과세요건을 모두 법률로 정하고 있어 형식상으로 조세법률주의에 어긋남이 없을 뿐만 아니라, 권리의 이전이나 행사에 등기 등을 요하는 재산을 제3자 명의로 등기한 경우에 당사자 사이의 내부적인 약정이 어떠하든 외부적으로는 명의상의 소유자가 완전한 권리를 취득하고, 그 권리의 내용이 되는 경제적 이익이 명의자에게 귀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지는 바, 이러한 경우에 누구를 납세의무자로 할 것인가는 기본적으로 조세 입법정책적 판단 사항이므로, 사적자치(私的自治)의 영역에 대한 세무간섭을 최소화하면서 조세회피현상을 효과적으로 방지하려는 것이어서 실질적으로도 조세법률주의 정신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셋째, 실질과세의 원칙은 경제적 실질에 따라 능력에 맞는 공평

한 조세부담을 과하려는 과세입법 및 세법 적용상의 원칙이나, 거래의 형태에 따라서는 실질상의 귀속자보다 명목상의 귀속자에게 과세하는 것이 과세형평의 이상을 실현하는데 보다 효과적일 수 있으므로, 국세기본법 제3조 제1항 단서에 의하여 각 세법에서 실질과세의 원칙에 대한 특례를 설정할 수 있게 되어 있고, 위 상속세법 규정도 그러한 필요에 따라 특례를 둔 것으로서 헌법위반이 될 수 없다.

넷째, 상속세법 제29조의2 제4항은 일반적인 거래의 실상을 감안하여 증여에 관한 원상회복 행위에 대하여 다시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기 위한 입법정책상의 필요에 의한 규정이고, 그 규정은 증여세의 과세대상이 되는 모든 증여에 관한 원상회복 행위에 대하여 동등하게 적용되는 것이므로, 같은 법 제32조의2 제1항 과는 아무런 모순이 없다.

3. 위헌여부에 관한 판단 가. (심판의 대상 및 범위)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이 되는 것은 상속세법 제32조의 2 제1항(이하 다만 “위 법률조항”이라 한다)인 바, 위 법률조항은 1981.12.31. 법률 제3474호로 전문개정(全文改正)되어 1982.1.1.부터 시행된 이른바 제3자 명의의 등기 등에 대한 증여의제 조항이다. 위 법률조항에 의하면 “권리의 이전이나 그 행사에 등기ㆍ등록ㆍ명의개서 등(이하 “등기 등”이라 한다)을 요하는 재산에 있어서 실질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경우에는 국세기본법 제14조의 규정에 불구하고 그 명의자로 등기 등을 한 날에 실질소유자가 그 명의자에게 증여한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법률조항의 취지는 등기 등을 요하는 재산에 관하여 실질소유자와 명의자가 달라지는 결과가 발생하면 실질과세의 원칙에 불구하고 증여로 의제하겠다는 것으로, 위 법률조항은 명의신탁제도가 조세회피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조세법상의 대원칙인 실질과세의 원칙까지 희생시키면서 그러한 명의신탁을 이용한 조세회피 내지 조세포탈을 원칙적으로 봉쇄하겠다는 것이 입법의도인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위 법률조항은 위 청구인의 주장 및 이해관계기관 등의 의견에서 보는 바와 같이 헌법위반 여부가 문제된다. 이 사건에서 청구인과 이해관계기관 등은 주로 재산권보장 또는 경제적 차별금지에 관한 헌법규정이나 조세법률주의 또는 실질과세의 원칙과 관련하여 헌법위반 여부에 관한 주장 또는 의견을 펴고 있으나, 이는 결국 조세입법에 관한 헌법상의 2대원칙이라고 할 수 있는 조세법률주의와 조세평등주의(학자에 따라서는 조세공평주의ㆍ공평과세의 원칙 등으로 불려지기도 한다)와의 관계에서 헌법위반 여부를 거론하는 것이라고 이해되므로, 이 사건에서는 위 2가지 관점으로 문제점을 집약하여 판단한다. 다만, 청구인과 이해관계 기관 등은 그 밖에도 사법질서와 조세법과의 관계, 상속세법 규정 상호간의 불균형 내지 모순 등 헌법위반 여부와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는 입법론 또는 해석론을 거론하고 있으나, 여기서는 위 법률조항의 헌법위반 여부에 국한하여 판단한다.

나. (조세법률주의와의 관계) 먼저, 조세법률주의와의 관계에서 위 법률조항의 헌법위반 여부에 관하여 검토한다.

우리 헌법은 제38조에서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하였고, 제59조에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라고 규정하였다. 이러한 헌법규정에 근거를 둔 조세법률주의는 조세평등주의와 함께 조세법의 기본원칙으로서, 법률의 근거없이 국가는 조세를 부과ㆍ징수할 수 없고, 국민은 조세의 납부를 요구받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이러한 조세법률주의는 이른바 과세요건 법정주의와 과세요건 명확주의를 그 핵심적 내용으로 삼고 있는 바, 먼저 조세는 국민의 재산권 보장을 침해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납세의무를 성립시키는 납세의무자ㆍ과세물건ㆍ과세표준ㆍ과세기간ㆍ세율 등의 과세요건과 조세의 부과ㆍ징수절차를 모두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제정한 법률로 규정하여야 한다는 것이 과세요건 법정주의이고, 또한 과세요건을 법률로 규정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규정내용이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불명확하면 과세관청의 자의적인 해석과 집행을 초래할 염려가 있으므로 그 규정 내용이 명확하고, 일의적(一義的)이어야 한다는 것이 과세요건 명확주의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위 헌법규정들에 근거한 조세법률주의의 이념은 과세요건을 법률로 규정하여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하고, 과세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하여 국민생활의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라고 이해된다.

이러한 조세법률주의의 관점에서 볼 때,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인 위 법률조항은 (1) 과세물건을 규정함에 있어서, “권리의 이전이나 그 행사에 등기ㆍ등록ㆍ명의개서 등을 요하는 재산”이라고 하여 “등”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사용하고 있고, (2) 과세요건을 규정함에 있어서 “실질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경우”라고 하여 행위 또는 거래의 결과만을 중시하고, 그 원인이 되는 행위 또는 거래의 유형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아니하였으며, (3) 증여의제의 범위를 규정함에 있어서, “그 명의자로 등기 등을 한날에 실질소유자가 그 명의자에게 증여한 것으로 본다”라고 하여 대상 재산의 전체가액을 증여한 것으로 본다는 것인지, 아니면 신탁의 이익 기타 특정가액만을 증여한 것으로 본다는 것인지가 불명확하여,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

그러나 조세법률주의는 과세요건의 법정주의 또는 명확주의를 그 핵심적 내용으로 삼는다고 하지만, 조세법의 특수성 또는 입법 기술상의 제약성 때문에 일정한 한계가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즉, 조세법의 주된 규율대상은 경제적 현상인데, 이러한 경제적 현상은 천차만별(千差萬別)하고 그 생성ㆍ변화가 극심하기 때문에, 아무리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을 고수한다고 하더라도 법률로 조세에 관한 사항을 빠짐없이 망라하여 완결적(完結的)으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조세법률주의의 한계와 관련하여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인 위 법률조항을 자세히 살펴보면, 과세요건의 법정주의나 명확주의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은 아니고, 합헌적 해석을 통하여 규정의 미비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보여진다.

(1) 먼저 위 법률조항이 과세물건을 규정함에 있어서 추상적 개념을 사용하고 있는 것은, 종래의 대법원 또는 하급심의 판례나, 재무부 또는 국세청의 운영례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위 법률조항의 적용대상이 되는 재산은 부동산, 입목, 자동차, 선박, 중기, 무체재산권, 주권, 사채권(社債權) 등과 같이 권리의 이전이나 행사에 있어서 등기ㆍ등록ㆍ명의개서 등이 효력발생요건 내지 대항요건으로서 법률상 요구되는 경우라고 한정하든지 또는 등기ㆍ등록ㆍ명의개서 등에 의하여 민사소송법상 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 재산으로 한정하여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2) 또한 위 법률조항이 과세요건을 규정함에 있어서 문면상 얼핏보면 행위 또는 거래의 결과만을 중시한 듯하나, 증여세는 재산의 수증(受贈)이라는 권리의 취득ㆍ변경 또는 재화(財貨)의 이전을 과세요건으로 하는 조세라는 점과, 그 법률조항의 후단에서 “등기 등을 한 날에…… 증여한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점을 아울러 고려한다면, 위 법률조항은 행위 또는 거래의 결과만을 중시한 것이 아니라, 등기ㆍ등록ㆍ명의개서 등의 행위를 통하여 실질소유자와 명의자를 다르게 한 것을 과세요건으로 규정하였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3) 끝으로 위 법률조항이 증여의제의 범위에 관하여 다소 불명확한 표현을 하고 있으나, “그 명의자로 등기 등을 한 날에 실질소유자가 그 명의자에게 증여한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하여, “소유”라는 개념을 강조하고 있는 점을 미루어보면, 그 증여의제의 범위는 대상이 되는 재산의 소유권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위 법률조항은 납세의무자ㆍ과세대상ㆍ과세방법 등 중요한 과세요건을 모두 법률로 정하고 있어 형식상으로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에 어긋남이 없을 뿐만 아니라, 권리의 이전이나 행사에 등기 등을 요하는 재산을 제3자 명의로 등기한 경우에는 적어도 외부적으로는 명의상의 소유자가 완전한 권리를 취득하고 있으므로 실질적으로도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그 규정내용에서 다소 불명확하고 결과에 치중한 듯한 표현을 하고 있는 점은 입법목적에 비추어 축소해석 또는 한정해석을 한다면, 헌법이 보장한 조세법률주의의 이념인 국민의 재산권 보장이나 법적 안정성 내지 예측가능성을 크게 해치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다. (조세평등주의와의 관계) 다음, 조세평등주의와의 관계에서 위 법률조항의 헌법위반 여부에 관하여 검토한다.

우리 헌법은 제11조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ㆍ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조세평등주의는 위 헌법규정에 의한 평등의 원칙 또는 차별금지의 원칙의 조세법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국가는 조세입법(租稅立法)을 함에 있어서 조세의 부담이 공평하게 국민들 사이에 배분되도록 법을 제정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조세법의 해석ㆍ적용에 있어서도 모든 국민을 평등하게 취급하여야 할 의무를 진다. 이러한 조세평등주의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법 제도의 하나가 바로 국세기본법 제14조에 규정한 실질과세의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조세평등주의는 정의의 이념에 따라 “평등한 것은 평등하게”, 그리고 “불평등한 것은 불평등하게” 취급함으로써 조세법의 입법과정이나 집행과정에서 조세정의(租稅正義)를 실현하려는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조세평등주의 및 그 파생원칙인 실질과세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인 위 법률조항은 등기 등을 요하는 재산에 있어서 실질소유자와 명의자를 다르게 한 경우에는, 그 원인이나 내부관계를 불문하고 일률적으로 증여로 의제하여, 증여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으로, 실질과세의 원칙에 대한 예외 내지 특례를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그 전제가 되는 조세평등주의 내지 조세정의의 헌법정신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 즉, 등기 등을 하는 과정에서 실질소유자와 명의자를 다르게 하는 경우는 주로 명의신탁의 경우일 것인데, 명의신탁을 일률적으로 증여로 의제하려면 일반적으로 명의신탁이 증여의 은폐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거나, 명의신탁의 경제적 실질이 증여와 같다는 고도의 개연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명의신탁이 전반적으로 증여의 은폐수단으로 악용된다고 보기는 어렵고, 명의신탁의 수탁자는 형식상의 소유명의만을 보유한데 지나지 않고,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권리도 취득하지 못하는 진정한 의미의 명의신탁인 경우도 없지 아니하다. 따라서 위 법률조항이 모든 명의신탁에 대하여 실질과세의 원칙에 대한 예외 내지 특례라고 할 수 있는 증여의제 제도를 무차별적으로 적용하여 과세하겠다는 것이라면, 헌법이 규정한 평등의 원칙과 차별금지의 원칙의 조세법상 표현이라고 할 수 있는 조세평등주의와 그 실현수단인 실질과세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조세평등주의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실질과세의 원칙은 조세회피의 방지 또는 조세정의의 실현을 위하여 경우에 따라서는 예외 내지 특례를 인정할 수 있다. 실질과세의 원칙은 법률상의 형식과 경제적 실질이 서로 부합하지 않는 경우에 그 경제적 실질을 추구하여 그에 과세함으로써 조세를 공평하게 부과하겠다는 것이나 거기서 말하는 실질의 의미가 반드시 명확한 것도 아닐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형식상의 외관이나 명목에 치중하여 과세하는 것이 오히려 공평한 과세를 통한 조세정의의 실현에 부합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세기본법 제3조 제1항 단서에서는 같은 법 제14조에 규정한 실질과세의 원칙에 대한 예외를 단행세법(單行稅法)에서 규정할 수 있도록 길을 터놓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인 위 법률조항은 이미 위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명의신탁제도가 조세회피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허다하기 때문에 이를 효과적으로 방지하기 위하여 조세법상의 대원칙인 실질과세의 원칙을 희생시키면서 명의신탁을 이용한 조세회피 내지 조세포탈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것이 그 입법의도이다.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토지 등의 재산권이 대가의 지급없이 이전되는 경우를 살펴보면, 증여인 경우도 있고 신탁인 경우도 있으며, 부득이한 사정으로 인한 명의신탁인 경우도 있다. 그러나 많은 경우에는 증여의 은폐수단으로 명의신탁이 이용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증여의 은폐수단으로 명의신탁을 이용하는 경우, 당사자들은 일단 가장된 법률관계를 취하였다가 그것이 과세관청에 포착되면 조세를 납부하고, 조세 시효기간 중에 포착되지 않으면 조세를 포탈하려는 유혹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현상을 과세관청의 제한된 인원과 능력으로 일일이 포착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위 법률조항에서는 국세기본법 제3조 제1항 단서의 규정에 따라 실질과세의 원칙에 대한 예외 내지 특례를 둔 것으로 이해된다. 그렇다면 위 법률조항이 실질과세의 원칙에 대한 예외를 설정한 것만으로 위헌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다만, 증여의 은폐수단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명의신탁에 대하여도 증여로 의제함으로써 생길 수 있는 위헌의 소지를 제거할 수 있는 대책은 있어야 할 것이다.

라. (합헌해석의 필요성) 위에 설시한 바와 같이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이 된 위 법률조항은 조세법률주의 및 조세평등주의의 이념에 비추어 헌법위반의 소지가 있다. 더구나 실질소유자와 명의자의 불일치라는 결과만을 중시하여 모든 경우를 막론하고 무차별적으로 증여의제하는 것은 재산권보장의 원리와 평등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 그러나 명의신탁이 증여의 은폐수단으로 악용되는 조세현실을 방치할 수도 없고 실질과세의 원칙에 대한 예외규정의 설정이 전혀 금지되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종래 대법원은 위 법률조항이 헌법의 정신에 배치된다고 볼 수 없다라고 판시하면서도, 실질소유자와 명의자 사이에 합의 또는 의사소통이 없는 경우나 제3자 명의의 등기가 원인무효의 등기인 경우에는 위 법률조항이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제한 해석하고 있다. 또한 재무부와 국세청에서도 제3자 명의의 등기가 원인무효인 경우나, 법인이 부동산을 취득함에 있어서 불가피한 사정으로 개인명의의 중간등기를 거쳐 법인 앞으로 다시 등기한 경우, 사실상 법인이 직접 취득한 것이 객관적으로 확인되고, 양도자에 대한 양도소득세의 과세가 실지 거래가액에 의하여 과세될 때에는, 위 법률조항을 적용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와 같은 판례 및 과세관청의 태도는 조세회피의 방지를 위하여 위 법률조항의 합헌성을 인정하면서도 실질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경우에 증여의제 조항을 무차별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생기는 불합리성을 시정하기 위한 축소해석의 시도(試圖)라고 보여진다.

결국 위 법률조항은 명의신탁을 이용한 조세회피 행위를 효과적으로 방지하기 위하여 실질과세의 원칙까지 배제하면서 획일적인 증여의제 제도를 마련한 것이지만, 명의신탁 제도는 판례에 의하여 그 유효성이 인정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법질서의 일부로서 정착되고 있으므로, 전혀 조세회피의 목적이 없이 실정법상의 제약이나 제3자의 협력거부 기타 사정으로 인하여 부득이 명의신탁의 형식을 빌린 경우에도 무차별적으로 증여세를 과세한다면 재산권보장을 전제로 한 조세법률주의 또는 평등의 원칙을 전제로 한 조세평등주의의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결과를 낳을 염려가 있다.

일반적으로 어떤 법률에 대한 여러 갈래의 해석이 가능할 때에는 원칙적으로 헌법에 합치되는 해석 즉 합헌해석(合憲解釋)을 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국가의 법질서는 헌법을 최고법규로 하여 그 가치질서에 의하여 지배되는 통일체를 형성하는 것이며 그러한 통일체내에서 상위규범은 하위규범의 효력근거가 되는 동시에 해석근거가 되는 것이므로, 헌법은 법률에 대하여 형식적인 효력의 근거가 될 뿐만 아니라 내용적인 합치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볼 때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인 위 법률 조항은 조세법률주의와 조세평등주의를 규정한 헌법정신에 위배될 소지도 없지 않지만, 명의신탁을 이용한 조세회피를 방지하여야 한다는 당위성과 실질과세의 원칙에 대한 특례설정의 가능성을 고려하여 합헌해석을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그렇다면 위 법률조항은 원칙적으로 권리의 이전이나 행사에 등기 등을 요하는 재산에 있어서, 실질소유자와 명의자를 다르게 한 경우에는 그 등기 등을 한 날에 실질소유자가 명의자에게 그 재산을 증여한 것으로 해석하되, 예외적으로 조세회피의 목적이 없이 실정법상의 제약이나 제3자의 협력거부 기타 사정으로 인하여 실질소유자와 명의자를 다르게 한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이를 증여로 보지 않는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에 그와 같은 사정은 납세의무자가 적극적으로 주장ㆍ입증할 책임을 부담한다고 새겨야 할 것이다. 위 법률조항을 위와 같이 합헌적으로 해석하게 되면, 명의신탁을 이용한 조세회피 행위를 효과적으로 방지함으로써 조세정의를 실현하려는 입법목적도 달성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명의신탁 등으로 인한 실질소유자와 명의자의 불일치에 대하여 증여의제제도를 무차별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생길 수 있는 헌법위반의 소지도 말끔히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4. 결론 이상과 같은 이유로 상속세법 제32조의 2 제1항(1981.12.31. 법률 제3474호 개정)은, 조세회피의 목적이 없이 실질소유자와 명의자를 다르게 등기 등을 한 경우에는 적용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합헌해석을 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관여재판관 중 재판관 조규광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과 재판관 변정수, 재판관 김진우의 반대의견이 있은 외에는 나머지 재판관의 의견일치에 따른 것이다.

5. 재판관 조규광의 보충의견

1. 이 사건 판단에 필요한 범위내에서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전제사건의 사실관계에 대하여 적용하게 될 법률의 합헌성 여부가 헌법재판소의 심사대상이 되었을 경우, 전제사건과의 상관관계하에서 법률의 문언, 의미, 목적을 살펴 부분적으로는 합헌이고 부분적으로는 위헌으로 판단되는 등 다의적인 해석 가능성이 생길 때 헌법재판소는 일반적인 해석작용이 용인되는 범위내에서 어느 해석 가능성이 가장 헌법에 합치되는가를 가려 한정축소적 해석방법을 통하여 합헌적인 일정한 범위내의 의미내용을 확정하여 이것이 그 법률의 본래적인 의미라고 말할 수 있고(따라서 그 이외의 해석가능성은 위헌임을 지시), 또 하나의 방법으로는 위와 같은 합헌적인 한정축소 해석의 타당영역 밖에 있는 사안례에까지 법률의 적용범위를 넓히는 것은 위헌이라는 취지로 법률의 문언자체는 그대로 둔 채 한정조항을 붙여 한정적(질적) 위헌의 선언을 할 수도 있다.

이 사건 머리에 적은 주문 “……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라는 문귀의 취지는 이유란에서 밝혀졌듯이 상속세법 제32조의 2 제1항에 관한 다의적인 해석가능성 중 한정 축소해석을 통하여 얻어진 일정한 합헌적 의미를 천명한 것이며 그 의미를 넘어선 확대해석은 바로 헌법에 합치하지 아니하는 것으로서 채택될 수 없다는 뜻이다. 헌법재판소는 다른 방법으로 즉 합헌적 한정 축소해석이 지닌 의미내용을 벗어난 영역에 속하는 사안례에까지 법률적용의 폭을 확대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 경우에도 적용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라고 정반대의 말로 표현할 수도 있다. 이 경우는 헌법재판소가 합헌으로 해석하는 의미 밖의 영역에 속하는 사안례군에까지 법률의 적용범위를 넓힐 수 없으며 그러한 뜻에서 당해 법률의 적용범위를 정당한 해석선내로 좁히는 한정적 위헌을 선언하는 것이다.

합헌적인 한정축소 해석은 위헌적인 해석가능성과 그에 따른 법적용을 소극적으로 배제하고, 적용범위의 축소에 의한 한정적 위헌선언은 위헌적인 법적용 영역과 그에 상응하는 해석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배제한다는 뜻에서 차이가 있을 뿐 이 사건에 관한 한 다같이 본질적으로는 일종의 부분적 위헌선언이며 그 효과를 달리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양자는 법문의미가 미치는 사정거리를 파악하는 관점, 법문의미의 평가에 대한 접근방법 그리고 개개 헌법재판 사건에서의 실무적인 적의성 등에 따라 그 중 한 가지 방법을 선호할 수 있을 따름이거니와 헌법 규범질서의 전체적인 통일성과 조화성으로 보아 의심의 여지가 있을 때에는 합헌적 해석이 우선한다는 법칙과 충격적인 위헌선언은 가급적 회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일반적인 고려가 있을 따름이다.

이 사건 판단에는 한정축소적 합헌해석방법을 취하여 머리주문과 같은 표현을 할 수도 있고, 한정적 위헌 선언방법을 택하여 “상속세법 제32조의2 제1항은, 조세회피의 목적이 없이 실질소유자와 명의자를 다르게 등기 등을 한 경우에도 적용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라고 하여 일정한 사안례군을 법률의 적용범위로부터 제외시킬 수도 있다.

2. 명의신탁이 행정법규상의 제반규제를 회피키 위하여 이용되는 사례를 많이 볼 수 있고 이들 중 그것이 건전한 사회관념상 용인될 수 없는 것, 사회정의에 반하는 것 등 명의신탁을 악용하는 것은 법의 보호를 받을 자격이 없다 하겠다.

그러나 그것은 그것대로 별도의 방법으로 제재 시정하여야 할 문제이고 그 해결방법을 본질적으로 입법목적을 달리하는 상속세법의 적용으로서 규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6. 재판관 변정수, 재판관 김진우의 반대의견 1. 우리는 다수의견과 견해를 달리하여 상속세법 제32조의2 제1항은 헌법 합치적 해석을 할 여지가 없는 단순 위헌법률이라고 본다. 헌법 제38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라고 하였고, 헌법 제59조는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써 정한다”라고 하였는데 위 두 개의 규정은 조세행정에 있어서의 법치주의를 선언하는 규정이다. 조세행정에 있어서의 법치주의 적용은 조세징수로부터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법적생활의 안정을 도모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인 바, 오늘날의 법치주의는 국민의 권리ㆍ의무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써 정해야 한다는 형식적 법치주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비록 국회에서 제정한 법률이라 할지라도 그 법률의 목적과 내용 또한 헌법이념에 부합하는 등 정의에 합치되는 것이라야 한다는 실질적 법치주의를 의미하여 헌법 제38조, 제59조가 선언하는 조세법치주의는 이러한 실질적 법치주의를 뜻하는 것이므로 조세에 관한 법률도 그 목적이나 내용이 헌법이념과 정의에 합치되는 것이 아니면 아니되고 그렇지 아니하면 위헌법률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상속세법 제32조의2 제1항은 “권리의 이전이나 그 행사에 등기ㆍ등록ㆍ명의개서 등(이하 “등기 등”이라 한다)을 요하는 재산에 있어서 실질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경우에는 국세기본법 제14조의 규정에 불구하고 그 명의자로 등기 등을 한 날에 실질소유자가 그 명의자에게 증여한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하여 실질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경우에는 그들의 내부관계가 어떠하던 간에 즉 그들간에 실질적인 증여가 있었거나 없었거나, 신탁법상의 신탁이 설정되었거나 아니면 단순한 명의신탁이었거나 간에 그들간에 그 등기 등을 한 때에 증여가 있는 것으로 보아 설사 증여가 아니라는 증거가 제시되더라도 그에 상관없이 증여세를 부과하고 그에 관하여 다툴 여지를 봉쇄하고 있는 바, 이 규정을 둔 목적은 실질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경우 그들간의 법률관계가 어떠한 것인지 알아내기 어렵기 때문에 증여를 하였으면서도 명의신탁을 가장하여 증여세를 회피하거나 자기 재산을 제3자 명의로 분산함으로써 상속세를 회피하는 경우를 예상하여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권리의 이전이나 그 행사에 등기 등을 요하는 재산에 있어서 “실질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경우”에는 명의신탁이 여기에 해당되는 경우가 많을 것인데 명의신탁 제도는 오래전부터 형성되어 널리 통용되어 옴으로써 법원의 판례에 의하여 사법질서의 하나로 정착된 제도이며 그것이 이용되어 온 사례를 본다면 조세회피 수단으로 이용되는 경우도 있지만 다 그런것이 아니고 다만 생활의 편의수단으로 이용되어 온 경우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공인된 위 제도가 혹 조세회피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실질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경우”를 모조리 증여로 의제하여 버리는 것은 명의신탁 제도를 이용한 선의의 국민에게까지도 근거없는 증여세 의무를 부담시키고 그에 대한 재판청구마저도 할 수 없게 하는 것이어서 아무리 그 목적이 조세회피 방지를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정도가 지나쳐 모든 국민의 재산권과 재판청구권을 평등하게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부득이 기본권을 제한하는 경우라도 그것을 최소한도로 그치게 하려는 헌법이념에 반한다. 따라서 상속세법 제32조의2 제1항의 규정은 실질적 조세법치주의를 규정한 헌법 제38조, 제59조에 위반되는 규정이며, 달리 헌법 합치적 해석을 할 수 없는 위헌법률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2. 가) 다수의견은, 상속세법 제32조의2 제1항의 규정은 그 내용이 과세대상, 과세요건, 증여로 의제되는 범위 등에 있어 불명확하여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될 소지가 있고, 조세평등주의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실질과세의 원칙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였다는 점에서도 조세정의의 헌법정신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 또한 명의신탁제도는 판례에 의하여 그 유효성이 인정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법질서의 일부로서 정착되고 있으므로 전혀 조세회피의 목적없이 실정법상의 제약이나 제3자의 협력 거부 기타 부득이한 사정으로 인하여 부득이 명의신탁의 형식을 빌린 경우에도 무차별적으로 증여세를 과세한다면 재산권보장을 전제로 한 조세법률주의 또는 평등의 원칙을 전제로 한 조세평등주의의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소지도 없지 않다. 그러나 명의신탁을 이용한 조세회피를 방지하여야 한다는 당위성과 실질과세의 원칙에 대한 특례설정의 가능성을 고려하여 합헌해석을 할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상속세법 제32조의2 제1항을, 조세회피의 목적이 없이 실질소유자와 명의자를 다르게 등기 등을 한 경우에는 적용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해석한다면(그와 같은 사정은 납세의무자가 주장, 입증할 책임이 있다.) 위헌의 소지도 없어지고 명의신탁이 조세회피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로 요약된다.

나) 그러나 다수의견에는 다음과 같이 위법ㆍ부당한 점이 있다.

첫째, 법률은 될 수 있으면 헌법에 합치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점에는 이론(異論)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헌법 합치적 해석은 그 법률문언의 뜻이 분명하지 아니하여 다의적(多義的)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경우에 가능한 것인지 법률문언이 뚜렷하여 한가지 뜻으로 밖에 해석할 여지가 없을 경우에는 헌법 합치적 해석은 불가능하며 이 때에는 입법기관이 법률을 개정함으로써만이 위헌 요소를 없앨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상속세법 제32조의2 제1항은 앞서 1항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법률문언 내용으로 보아서나 입법취지로 보아서나, 실질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경우에는 그들의 내부관계가 어떠하던간에 즉 그들간에 실질적인 증여가 있었거나 없었거나, 신탁법상의 신탁이 설정되었거나 아니면 단순한 명의신탁이었거나 간에, 조세 회피의 목적 유무에 상관없이 그들간에 그 등기 등을 한 날에 증여가 있는 것으로 간주하여 설사 다른 주장 입증이 있더라도 그에 상관없이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한 규정인 것이 너무도 뚜렷하여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는 법률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의견이 너무도 뚜렷한 위 규정을 가지고 주문과 같이 헌법 합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이른바 헌법 합치적 법률해석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생각한다.

둘째, 위헌법률심판의 결정주문은 명확하여야 한다. 그런데 “상속세법 제32조의2 제1항은 조세회피의 목적이 없이 실질소유자와 명의자를 다르게 등기 등을 한 경우에는 적용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라는 결정주문은 결국 위 법률이 위와같이 해석되는 것을 조건으로 그 한도에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것이므로 다른 한편으로는 위 법률이 조세회피의 목적없이 실질소유자와 명의자를 다르게 등기 등을 한 경우에도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위 법률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것으로도 되어 매우 불명확한 결정주문이어서 위 법률이 위헌인지 합헌인지를 결정하여 달라는 청구인의 헌법소원에 대하여 명백한 대답을 아니하고 법률해석에 따라서 합헌으로도 되고 위헌으로도 될 수 있다는 애매한 대답을 한 것이 되어 헌법재판소가 위헌여부의 결정을 회피하였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다수의견은 위 법률이 조세회피의 목적이 없이 실질소유자와 명의자를 다르게 등기 등을 한 경우에는 적용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한 것이냐 아니냐의 점은 문제로 삼지 아니하고 헌법재판소가 위와 같은 해석을 하면 설사 그것이 근거없는 해석이라고 하더라도 당연히 그 해석에 기속력이 있는 것으로 보고 위와 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 법제는, 헌법재판소의 모든 재판(위헌결정이건, 합헌결정이건)이 법원과 행정기관 등 모든 국가기관을 구속할뿐더러 헌법재판소가 재판의 집행권 까지도 가지고 있고 또한 법원의 재판에 대하여도 심판권을 갖는 서독(西獨) 등 외국제도와는 달리 위헌결정에 한하여 기속력을 인정하고(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1항) 헌법재판소에 재판의 집행권도 없으며,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데(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이러한 제도 아래서 우리 헌법재판소가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1항에 의한 기속력이 있는 것인지 조차 의심스럽고, 서독 등 외국 헌법재판소에서나 하는 주문과 같은 조건부 합헌결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셋째, 다수의견은 “조세회피의 목적이 없이……”라고만 하여 회피대상의 조세를 한정하지 아니하고 모든 조세를 그 대상에 포함시켰는데 만약 조세관청에서 위 문구를 확대 해석한다면 조세회피 목적없는 명의신탁은 거의 인정되지 아니할 것이므로 다수의견이 어떠한 실익을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다수의견이 위 법률규정의 위헌성을 시인하면서도 주문과 같은 변칙적 결정을 한 것은 단순위헌결정을 하였을 경우에 있어서의 법의 공백을 염려하는 것으로 보이나, 위와같은 법률이 없다고 하더라도 명의신탁을 가장한 증여 등에 대하여서는 실질과세의 원칙에 따라 얼마든지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것이므로 다수의견의 염려는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법리에도 맞지 않고 실정법에 비추어도 문제가 있는 다수의견에는 찬동할 수 없다. 상속세법 제32조의 2 제1항은 세수증대와 조세행정의 편의만을 위한 나머지 국민의 기본권을 염두에 두지 아니한 위헌법률이고 헌법 합치적 해석의 여지도 없는 법률이므로 마땅히 위헌선언이 되어야 한다.

3. 명의신탁 제도가 공인된 사법질서의 하나인 현실에 비추어 실질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경우 그것이 명의신탁이라고 인정된다면 조세회피 목적 유무와는 관계없이 증여세 부과대상으로 하여서는 아니된다.

그리고 상속세법 제32조의2 제1항을 둔 목적이 실질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경우 그들간의 법률관계가 어떠한 것인지 알아내기 어렵기 때문에 증여를 하였으면서도 명의신탁을 가장하여 증여세를 회피하거나 자기재산을 제3자 명의로 분산함으로써 상속세를 회피하는 경우를 예상하여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면 상속세법 제32조의2 제1항처럼 실질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모든 경우를 “실질소유자가 명의자에게 증여한 것으로 본다”고 하여 선의의 명의신탁제도 이용자에게 반증제시 기회나 재판받을 기회마저 주지 않고 억울한 세금을 물릴 것이 아니라, “실질소유자가 명의자에게 증여한 것으로 추정한다”라고 개정하여 반증제시 기회와 재판받을 기회를 줌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제한을 최소한에서 그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재판장 재판관 조규광

재판관 이성렬

재판관 변정수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한병채

재판관 이시윤

재판관 최광률

재판관 김양균

재판관 김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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