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헌가113
국가보안법 제7조에 관한 위헌심판
판결기관: 헌법재판소
1990년 4월 2일 판결.


【판시사항】 1. 다의적(多義的)이고 광범성(廣範成)이 인정되는 법률(法律)과 죄형법정주의(罪刑法定主義)

2. 합헌적(合憲的) 해석(解釋)의 요건(要件)

3. 국가보안법(國家保安法) 제7조 제1항 및 제5항(1980.12.31. 법률(法律) 제3318호)의 위헌여부(違憲與否)

4. 국가(國家)의 존립(存立)ㆍ안전(安全)을 위태롭게 한다는 것의 의미(意味)

5. 자유민주적(自由民主的) 기본질서(基本秩序)에 위해(危害)를 준다는 것의 의미(意味) 【결정요지】 1. 위헌법률심판(違憲法律審判)의 대상(對象)에 있어서 법문(法文)의 내용(內容)이 다의적(多義的)이고 그 적용범위(適用範圍)에 있어서 과도한 광범성(廣範性)이 인정된다면 법치주의(法治主義)와 죄형법정주의(罪刑法定主義)에 위배(違背)되어 위헌(違憲)의 소지(素地)가 있다.

2. 어떤 법률(法律)의 개념(槪念)이 다의적(多義的)이고 그 어의(語意)의 테두리안에서 여러가지 해석(解釋)이 가능할 때, 헌법(憲法)을 최고법규(最高法規)로 하는 통일적(統一的)인 법질서(法秩序)의 형성(形成)을 위하여 헌법(憲法)에 합치(合致)되는 해석(解釋) 즉 합헌적(合憲的)인 해석(解釋)을 택하여야 하며, 이에 의하여 위헌적(違憲的)인 결과(結果)과 될 해석(解釋)은 배제하면서 합헌적(合憲的)이고 긍적정적인 면은 살려야 한다는 것이 헌법(憲法)의 일반법리(一般法理)이다.

3. 국가보안법(國家保安法) 제7조 제1항 및 제5항의 규정(規定)은 각 그 소정(所定)의 행위(行爲)가 국가(國家)의 존립(存立)ㆍ안전(安全)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적(自由民主的) 기본질서(基本秩序)에 위해(危害)를 줄 명백한 위험이 있을 경우에만 축소적용(縮小適用)되는 것으로 해석(解釋)한다면 헌법(憲法)에 위반(違反)되지 아니한다.

4. 국가(國家)의 존립(存立)ㆍ안전(安全)을 위태롭게 한다 함은 대한민국(大韓民國)의 독립(獨立)을 위협ㆍ침해하고 영토(領土)를 침략하며 헌법(憲法)과 법률(法律)의 기능(機能) 및 헌법기관(憲法機關)을 파괴ㆍ마비시키는 것으로 외형적(外形的)인 적화공작(赤化工作) 등(等)을 일컫는다.

5. 자유민주적(自由民主的) 기본질서(基本秩序)에 위해(危害)를 준다 함은 모든 폭력적(暴力的) 지배(支配)와 자의적(恣意的) 지배(支配) 즉 반국가단체(反國家團體)의 일인독재(一人獨裁)내지 일당독재(一黨獨裁)를 배제하고 다수(多數)의 의사(意思)에 의한 국민(國民)의 자치(自治), 자유(自由)ㆍ평등(平等)의 기본원칙(基本原則)에 의한 법치주의적(法治主義的) 통치질서(統治秩序)의 유지를 어렵게 만드는 것으로서 구체적으로는 기본적(基本的) 인권(人權)의 존중(尊重), 권력분립(權力分立), 의회제도(議會制度), 복수정당제도(複數政黨制度), 선거제도(選擧制度), 사유재산(私有財産)과 시장경제(市場經濟)를 골간으로 한 경제질서(經濟秩序) 및 사법권(司法權)의 독립(獨立) 등(等) 우리의 내부체재(內部體制)를 파괴ㆍ변혁시키려는 것이다.

재판관 변정수의 반대의견(反對意見) 1. 국가보안법(國家保安法) 제7조 제1항 및 제5항은 너무 막연하고 불명확하여 죄형법정주의(罪刑法定主義)에 위반되고 또한 표현행위(表現行爲)가 대한민국(大韓民國)에 명백한 현실적인 위험이 있거나 없거나를 가리지 아니하고 다만 반국가단체(反國家團體)에 이로울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표현행위(表現行爲)를 제한하고 처벌대상(處罰對象)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표현(表現)의 자유(自由)의 본질적(本質的) 내용(內容)을 침해하는 명백한 위헌법률(違憲法律)이다.

2. 국가보안법(國家保安法)은 북한(北韓)을 반국가단체(反國家團體)로 규정짓고 있을 뿐만 아니라 특히 제7조 제1항 및 제5항은 반국가단체(反國家團體)인 북한(北韓)에게 이로운 것은 곧 대한민국(大韓民國)에 해롭다는 상호배타적(相互排他的)적인 적대관계(敵對關係)의 논리(論理)를 강요하고 있어 헌법(憲法)의 평화통일조항(平和統一條項)에 정면으로 위반 된다.

3. 결정주문(決定主文)의 “대한민국(大韓民國)의 안전존립(安全存立)을 위태(危殆)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적(自由民主的) 기본질서(基本秩序)에 위해(危害)를 줄 경우”라는 표현 역시 매우 애매모호한 것이어서, 그렇지 않아도 불명확(不明確)하고 광범위(廣範圍)한 구성요건(構成要件)에다 또다시 불명확한 구성요건(構成要件)을 보태는 것이 되어 과연 신체(身體)의 자유(自由)나 표현(表現)의 자유보장(自由保障)을 위하여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위 법률조항(法律條項)들의 위헌성(違憲性)을 인정하였으면 헌법재판소(憲法裁判所)로서는 마땅히 위헌(違憲)을 선언(宣言)하여야 한다.

4. 주문(主文)과 같은 형태의 이른바 한정합헌결정(限定合憲決定) 또는 변형결정(變形決定)이 우리 법제상(法制上) 허용되지도 않을 뿐더러 위 법률조항(法律條項)들처럼 그 위헌성(違憲性)이 너무도 뚜렷한 법률(法律)을 아무리 주문(主文)과 같이 한정적으로 제한해석(制限解釋)하여 합헌결정(合憲決定)을 내린다 하여 그 위헌성(違憲性)이 치유(治癒)되는 것도 아니다.

제청법원 : 마산지방법원 충무지원(1989.11.10. 89 초308위헌제청신청) 제청신청인 : 장○현 외 2인 대리인 변호사 이홍록 【전문】 [주 문]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및 제5항(1980.12.31. 법률 제3318호)은 각 그 소정 행위가 국가의 존립ㆍ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경우에 적용된다고 할 것이므로 이러한 해석하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제청신청인들은 1989.10.10. 이 사건 제청법원인 마산지방법원 충무지원에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죄로 기소되었는데(위 지원 89고단 625사건) 그 기소된 내용중 국가보안법 위반의 점의 요지는 제청신청인들이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할 목적으로 도서 및 표현물을 소지하고 이를 반포하였는 바 이는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 제1항의 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제청법원은 제청신청인들의 제청신청에 따라 1989.11.10. 헌법재판소에 위 89고단 625사건 재판의 전제가 되는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및 제5항의 위헌여부의 심판을 제청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그러므로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의 대상이 되는 법률은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및 제5항으로서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ㆍ고무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동조 제5항 : 제1항 내지 제4항의 행위를 할 목적으로 문서ㆍ도화 기타의 표현물을 제작ㆍ수입ㆍ복사ㆍ소지ㆍ운반ㆍ반포ㆍ판매 또는 취득한 자는 그 각 항에 정한 형에 처한다.


2. 위헌심판 제청이유와 관계인의 의견

가. 제청법원의 제청이유 요지는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 후단은 이른바 죄형법정주의를 규정한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에서 말하는 법률은 국민이 처벌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되어야 하고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애매하거나 막연하고 불명확한 처벌법규는 자의적인 행정권의 행사에 의한 국민의 기본권 침해의 여지를 가지게 되기 때문에 삼권분립 내지 법치주의의 이념과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위헌의 법률이고, 헌법 제37조 제2항 소정의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구체적으로 적시할 것을 요하며 기본권 일반을 제한한다는 형식의 입법은 위헌이라고 할 것인데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및 제5항은 반국가단체를 어떠한 방법으로든지 이롭게 한 자를 모두 처벌할 수 있다는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막연한 규정이므로 헌법 제12조 제1항과 제37조 제2항 전문의 규정에 위반되고 그 결과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우려가 있어 위와 같은 본질적 내용의 침해금지를 규정한 헌법 제37조 제2항 후문의 규정에도 위반된다는 의문이 있다는 취지이다.


나. 제청신청인의 의견은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및 제5항 소정 범죄의 구성요건인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지령을 받은 자”,“찬양”, “고무”, “동조”, “기타의 방법”, “이롭게” 등의 개념은 포괄적이고 애매하여 불명확하므로 위 각 법 조항은 헌법상의 죄형법정주의에 위반하여 무효이다라는 것이다.


다. 법무부장관의 의견

(1)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및 제5항의 규정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막연하다는 제청이유에 대하여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이 구체성과 명확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점에 관하여는 별다른 이론이 없으나 이는 형사처벌법규에 있어서 법관이나 법률학자들의 법해석이 필요없을 정도로 구성요건이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며 사회평균인의 입장에서 합리적으로 판단할 때 그 구성요건이 무엇을 금지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되어 있으면 족할 것으로 외견상 용어가 추상적인 것처럼 보이더라도 헌법정신에 맞도록 해석되는 경우에는 그것을 가지고 구체성과 명확성을 결여하였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인 바,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과 제5항의 규정은 이러한 견지에서 특정되어 있다고 할 수 있으며, 더욱이 판례와 학설에 의하여 국가보안법 제7조에서 사용된 개념들의 구체적인 의미와 내용이 명확히 정립되어 있으므로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및 제5항의 규정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막연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는 취지이다.


(2)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제청이유에 대하여는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및 제5항은 구체성과 명확성을 갖추었으므로 위 각 조항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막연하여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는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반국가단체의 활동을 찬양ㆍ고무ㆍ동조하거나 이를 목적으로 이적 표현물을 제작ㆍ반포하는 등의 행위는 국가안보에 실질적 해악을 초래할 수 있는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위험이 있으므로 위와 같은 행위를 처벌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 침해라고는 할 수 없고 대부분의 국가도 이와 같이 국가안보를 위하여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을 가지고 있으며, 한편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및 제5항은 내면적인 자유로서의 학문연구나 순수한 예술창작자체를 제한하는 법률이 아니므로 학문ㆍ예술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3. 판 단

가. 먼저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에 관하여 본다.

여기에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ㆍ고무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선 위 조문의 문제점들을 차례로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문제될 것은 단순히 반국가단체의 “구성원”의 활동에 대하여 찬양ㆍ고무 또는 이에 동조하였으면 동조 제1항 소정의 범죄구성요건에 해당되도록 규정한 것인데 문자 그대로 보면 반국가단체의 간부나 지도적 임무에 종사하는 자나 반국가단체의 통치이념의 추종자가 아닌 단순한 구성원 즉 북한집단의 주민이면 모두 포함되게 되어 있는 점이다. 따라서 어느 북한 어린이를 두고 노래를 잘한다는 말을 하는 경우까지도 동 조항의 찬양ㆍ고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 여기에다가 “활동” 역시 어떠한 제한도 가하고 있지 아니하다. 문리해석을 하면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정치ㆍ군사ㆍ경제ㆍ사회ㆍ문화ㆍ체육 등 모든 분야의 활동을 포괄하는 것일 수 밖에 없으며 대한민국의 존립ㆍ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수 있는 활동이 아닌 것 까지도 미치게 될 광범위한 개념이다. 예를 들면 어느 북한학자의 학문적 업적에 대한 높은 평가진술, 체육인의 기량이나 예술인의 예술활동을 찬양하는 경우라도 문언대로라면 당연히 본 찬양ㆍ고무 등 죄(이하 찬양ㆍ고무죄라 한다)가 성립될 여지가 있다.

다음 “동조” 부문에 관하여 보면 문리대로 한다면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에 동조하는 것만으로 범죄가 성립되게 되어 있으므로 북한집단의 주장과 일치하기만 하면 그 내용에 관계없이 그 의사발표의 동기를 불문하고 모두 처벌받을 위험이 있는 포괄성을 띠고 있다. 예를 들면 북한측이 남북문화교류 제의를 하였을 때나 국제경기에 남북단일팀 출전 제의를 하였을 때에도 이에 찬의만 표해도 구성요건에 해당될 만큼 광범위하다. 나아가 “기타의 방법으로 반국가단체를 이롭게”하는 부분 또한 문제가 있는 것이라 하겠다. 국가보안법 제7조의 조문표제가 “이적”으로가 아니라 “찬양ㆍ고무 등”으로 되어 있고, 또 “기타의 방법” 이하가 조문 전단의 “…의 활동”에 직접 연결되기 어려우며 그 자체로서 독립절을 구성하고 있는 점으로 미루어(이 점이 다른 법조의 “기타” 운운과 차이라고 할 것이다) 찬양죄, 고무죄, 동조죄 그리고 이적죄 등 네가지로 분화되어 있는 데다가 지금까지의 판례의 경향을 함께 종합하면, 반국가단체의 활동의 찬양ㆍ고무 또는 이에 버금가는 방법이라기 보다는, 반국가단체의 활동을 찬양ㆍ고무 또는 이에 동조하는 방법이 아닌 다른 모든 방법으로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여진다. 따라서 사물의 변별능력을 제대로 갖춘 일반인의 이해와 판단으로서는 행위유형을 정형화할 해석의 합리적 기준을 찾기 어려운 개념이며 구성요건의 내포와 외연이 미치는 한계를 가리기 어려운 광범성을 지닌 것임에 틀림없다.

기타의 방법이하의 부분인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한” 행위는 군사ㆍ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ㆍ체육 등 어떠한 영역에서든 이롭게 하는 행위라면 모두 포함된다. 대한민국과 반국가단체인 북한집단과는 적대관계가 지속되어 왔음에 비추어 대한민국정부에 해가 되는 경우라면 반사적으로 북한집단을 이롭게 하는 행위가 될 수 밖에 없다. 제7조 제1항의 찬양ㆍ고무죄가 목적범이나 의욕범이 아니고 고의범으로서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한다는 것을 인식하거나 또는 이익이 될 수 있다는 미필적 인식만 있으면 그 구성요건에 해당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그 의도가 어디에 있건 정부에 신랄한 비판이면 결국 여기의 “기타의 방법으로 이롭게 한” 경우에 견강부회를 시킬 여지가 있다. 이렇듯 제7조 제1항의 찬양ㆍ고무죄는 “구성원”, “활동”, “동조”, “기타의 방법”, “이롭게 한” 등 무려 다섯 군데의 용어가 지나치게 다의적고 그 적용범위가 광범위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문언해석 그대로의 내용이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의 제도 본지일 것으로는 결코 보여지지 않으며, 문언을 그대로 해석ㆍ운영한다면 다음과 같은 문제가 생긴다.

첫째로 만일 문리 그대로 해석ㆍ운영한다면 헌법상의 언론ㆍ출판, 학문ㆍ예술의 자유를 위축시킬 염려가 있다.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보는 한 북한집단 자체 뿐 아니라 그 구성원인 주민의 모든 분야의 활동도 찬양ㆍ고무해서는 아니되며, 북한집단이나 그 주민의 주장과 일치되는 언동을 하여서는 아니되고 그 밖의 북한집단에 이롭게 된다는 인식하에 북한집단에 대해 일체 긍정적인 평가활동을 하여서는 안된다. 그 언동의 동기나 의도 혹은 그 내용은 묻지 않으며, 그 내용이 국가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명백한 위해를 줄 정도의 것이든 아니든 막론하고 금지되고 이를 어기면 형사처벌받게 되는 형벌과잉을 초래할 염려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자기가 행한 행위가 헌법상 보장된다고 생각되어도 그것이 법률의 문언상 규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에 북한문제에 관한 한 비난 빼고는 하고 싶은 말, 쓰고 싶은 글, 그리고 학술적 활동이나 예술활동이 일체 금기가 될 소지가 생길 것이며 북한의 남침정책이나 대한민국의 체제전복과 관계가 없는 무해한 표현행위라 하더라도 안심하고 자기 의사의 창달이 힘들게 된다. 다시 말하면 국가의 존립ㆍ안전의 법익 수호의 목적도 달함이 없이 국민의 표현의 자유만 위협하고 위축시킬 경우가 나타날 것이다.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 이외 국가안전보장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 따라서 국가의 안전보장의 희생위에 언론ㆍ출판의 자유, 학문ㆍ예술의 자유가 보장될 수는 없지만, 국가안전보장과 관계없는 경우에는 그것이 북한집단이나 그 구성원인 주민에 관한 것이라 하여도 그와 같은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헌법이다. 국가는 헌법이 수호하려는 최고의 가치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헌법 전문, 제4조, 제8조 제4항)를 전복하려는 언동 등에 대하여는 단호히 대처를 할 수 밖에 없지만, 그와 무관한 경우에는 개인이 갖는 기본적 인권을 최대한 보장할 의무를 지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이 국가안전보장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수호에 관계없는 경우까지 확대적용될 만큼 불투명하고 구체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은 분명히 헌법 제37조 제2항을 어겨 헌법 제21조 제1항의 언론ㆍ출판의 자유와 헌법 제22조 제1항의 학문ㆍ예술의 자유를 침해할 개연성 나아가 그와 같은 자유의 전제가 되는 헌법 제19조의 양심의 자유의 침해가능성을 남기는 것이다.


둘째로 문리 그대로 적용범위가 과도하게 광범위하고 다의적인 것이 되면 법운영 당국에 의한 자의적(恣意的) 집행을 허용할 소지가 생길 것이다. 차별적으로 법을 집행하는 이른바 선별집행이 가능할 수 있다. 법규의 문언대로 확대적용하느냐 한정적으로 축소적용하느냐는 법운영 당국의 재량의 여지가 있으므로 사람에 따라서는 법규의 문언 그대로 적용하여 합헌적인 행위까지도 처벌하여 기본적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가 하면, 그 운영당국은 가능한 한의 축소해석을 통해 위헌성을 띠는 행위마저 처벌을 면제시킬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법운영 당국으로서 가장 경계하여야 할 편의적ㆍ자의적 법운영이 가능할 수 있다. 특히 국가권력과 통치자에 대한 비판이 우연히 북한집단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하는 바가 있으면 여기의 찬양ㆍ고무죄의 적용범위에 포함될 수 있으며 정부의 정책 비판이라도 북한측이 원용하여 선전수단으로 삼을 수 있다는 인식만 있었다면 이적죄의 고리에 걸 수 있는 포괄성이 있기 때문에 정부비판세력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오용 내지는 남용의 소지를 안고 있다. 돌이켜 찬양ㆍ고무죄의 구성요건에 대하여 넓게 보았느냐, 좁게 보았느냐의 해석범위의 문제와 당시 처해 있던 시대적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던 것은 부인될 수 없는 사실이며, 이것은 여기의 찬양ㆍ고무죄의 적용범위의 과도한 광범성과 그 다의성이 큰 요인이었다고 볼 것이다. 무릇 법운영에 있어서 객관적인 자의성을 주는 것은 법치주의 원리에 반하는 것이고 결국 법의 집행을 받는 자에 대한 헌법 제11조의 평등권 침해가 되는 것이다. 나아가 법규의 적용범위가 과도하게 광범위해지면 어떠한 경우에 법을 적용하여야 합헌적인 것이 될 수 있는가 즉 법을 적용하여도 좋은 경우와 적용하여서는 안되는 경우가 법집행자에게도 불확실하고 애매해지는 사태가 온다. 이러한 의미에서도 과도한 광범성은 잠재적인 명확성 결여의 경우로 볼 수 있기 때문에 형벌법규에 관한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는 한가지 예에 해당될 수 있다. 이리하여 어떠한 것이 범죄인가를 법제정 기관인 입법자가 법률로 확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법운영 당국이 재량으로 정하는 결과가 되어 법치주의에 위배되고 죄형법정주의에 저촉될 소지가 생겨날 것이다.


셋째로 제7조 제1항의 찬양ㆍ고무죄를 문언 그대로 해석한다면 헌법전문의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ㆍ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의 부분과 헌법 제4조의 평화적 통일지향의 규정에 양립하기 어려운 문제점이 생길 수도 있다. 물론 여기의 통일은 대한민국의 존립과 안전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고 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주는 것도 아니며 오히려 그에 바탕을 둔 통일인 것이다. 그러나 제6공화국 헌법이 지향하는 통일은 평화적 통일이기 때문에 마치 냉전시대처럼 빙탄불상용의 적대관계에서 접촉ㆍ대화를 무조건 피하는 것으로 일관할 수는 없는 것이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을 위하여 때로는 북한을 정치적 실체로 인정함도 불가피하게 된다. 북한집단과 접촉ㆍ대화 및 타협하는 과정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주지 않는 범위내에서 때로는 그들의 주장을 일부 수용하여야 할 경우도 나타날 수 있다. 순수한 동포애의 발휘로서 서로 도와주는 일, 체제문제와 관계없이 협력하는 일은 단일민족으로서의 공감대형성이며, 이는 헌법 전문의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는 소위인 것으로서 헌법정신에 합치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은 찬양ㆍ고무 죄의 처벌범위의 광범성 때문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정책의 추구나 단순한 동포애의 발휘에 지나지 않을 경우라도 그 문언상으로는 북한의 활동에 동조하거나 북한을 이롭게 하는 것이 된다는 해석으로 처벌될 위험이 있다.

이상 본 바 문제의 소재는 법문의 다의성과 그 적용범위의 광범성에 있으며 이 때문에 국가존립ㆍ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해악을 줄 구체적인 위험이 없는 경우까지도 형사처벌이 확대될 위헌적 요소가 생기게 되어 있는 점이며, 이는 단순한 입법 정책의 문제를 떠난 것이다. 그러나 제7조 제1항의 그 다의성 때문에 위헌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해서 전면위헌으로 완전폐기되어야 할 규정으로는 보지 않으며 완전폐기에서 오는 법의 공백과 혼란도 문제지만, 남북간에 일찍이 전쟁이 있었고 아직도 휴전상태에서 남북이 막강한 군사력으로 대치하며 긴장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마당에서는 완전폐기함에서 오는 국가적 불이익이 폐기함으로써 오는 이익보다는 이익형량상 더 클 것이다. 분명히 평화시대를 기조로 한 형법상의 내란죄나 외환죄는 고전적이어서 오늘날 우리가 처한 국가의 자기안전ㆍ방어에는 다소 미흡하다. 따라서 제7조 제1항은 이와 별도로 그 존재의의가 있다고 할 것이며 또 침략행위나 민주체제전복을 부추기는 내용의 언동까지도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보호하는 것이 헌법이 아닐진대 여기에 합헌적이고 긍정적인 면도 간과할 수 없을 것으로, 다만 위헌적 요소가 있어서 정비되어야 할 불완전한 것일 뿐이다. 어떤 법률의 개념이 다의적이고 그 어의의 테두리안에서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할 때 헌법을 그 최고 법규로 하는 통일적인 법질서의 형성을 위하여 헌법에 합치되는 해석 즉 합헌적인 해석을 택하여야 하며, 이에 의하여 위헌적인 결과가 될 해석을 배제하면서 합헌적이고 긍정적인 면은 살려야 한다는 것이 헌법의 일반 법리이다. 이러한 합헌적 제한해석과 주문예는 헌법재판제도가 정착된 여러나라에 있어서 널리 활용되는 통례인 것으로서 법률에 일부합헌적 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헌적 요소 때문에 전면위헌을 선언할 때 생길 수 있는 큰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이기도 하다.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소정의 찬양ㆍ고무ㆍ동조 그리고 이롭게 하는 행위 모두가 곧바로 국가의 존립ㆍ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또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위험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그 행위일체를 어의대로 해석하여 모두 처벌한다면 합헌적인 행위까지도 처벌하게 되어 위헌이 되게 된다는 것은 앞서 본 바이다. 그렇다면 그 가운데서 국가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무해한 행위는 처벌에서 배제하고, 이에 실질적 해악을 미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로 처벌을 축소제한하는 것이 헌법 전문ㆍ제4조ㆍ제8조 제4항ㆍ제37조 제2항에 합치되는 해석일 것이다. 이러한 제한해석은 표현의 자유의 우월적 지위에 비추어 당연한 요청이라 하겠다. 여기에 해당되는가의 여부는 제7조 제1항 소정의 행위와 위험과의 근접정도도 기준이 되겠지만 특히 해악이 크냐 작은냐의 정도에 따라 결정함이 합당할 것이다. 국가보안법 제1조는 “이 법은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활동을 규제함으로써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국가보안법은 국가의 안전을 보장하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파괴에 대처하기 위한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므로 위에 밝힌 제한해석은 그 입법목적에도 부합하는 것이 될 것이다. 구 국가보안법(1958.12.26. 법률 제500호) 제2조에서도 “본 법은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권리, 자유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본 법을 적용하고 해석함에 있어서는 국민이 향유하는 모든 권리와 자유가 부당하게 제한되는 일이 없도록 특히 주의하여야 한다.”고 규정된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입법목적 등 합리적 기준으로 위 다의적인 규정을 한정적 제한해석을 할 때 제7조 제1항의 보호법익을 살리면서도 전면 위헌의 문제를 피할 길이 열릴 것이며 이로써 언론ㆍ출판의 자유나 학문ㆍ예술 또는 양심의 자유의 위축문제나 이와 같은 기본권의 본질적 침해의 우려는 해소될 것이고, 허용될 행위와 금지되는 행위의 기준제시로 법운영 당국의 제도외적 오용 내지 남용으로 인한 기본권침해의 사태는 피해질 것이며, 이 정도의 기준제시로 처벌범위를 좁히면 외국의 입법례나 판례ㆍ학설에 비추어 법운영 당국의 해석권에 의하여 제도 본지를 충분히 살릴 수 있을 것으로 처벌범위의 불명확성 때문에 생기는 죄형법정주의 위배의 소지는 없어지고, 나아가 국가의 존립ㆍ안전을 저해함이 없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추진의 헌법적 과제는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제7조 제1항이 헌법의 규정에 전면 위배된다는 주장은 받아 들이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다만 여기에서 국가의 존립ㆍ안전을 위태롭게 한다 함은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협 침해하고 영토를 침략하여 헌법과 법률의 기능 및 헌법기관을 파괴 마비시키는 것으로 외형적인 적화공작 등일 것이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준다 함은 모든 폭력적 지배와 자의적 지배 즉 반국가단체의 일인독재 내지 일당독재를 배제하고 다수의 의사에 의한 국민의 자치, 자유ㆍ평등의 기본 원칙에 의한 법치주의적 통치질서의 유지를 어렵게 만드는 것이고,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기본적 인권의 존중, 권력분립, 의회제도, 복수정당제도, 선거제도, 사유재산과 시장경제를 골간으로 한 경제질서 및 사법권의 독립 등 우리의 내부 체제를 파괴ㆍ변혁시키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을 것이다.


나. 다음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의 규정에 관하여 본다.

이는 제1항 내지 제4항의 행위를 할 목적으로 문서, 도화 기타의 표현물을 제작, 수입, 복사, 소지, 운반, 반포, 판매 또는 취득한 행위에 대한 처벌규정이다. 제5항은 제1항을 요건으로 하고 있는데, 제1항에 앞서 본 바와 같이 그 개념이 다의적이고 광범위한 문제점이 있는 이상 문리에 충실한 해석을 하면 제5항에도 같은 위헌적인 요소가 생길 수 있으며, 제2항은 제1항과의 관계에서 반국가단체 대신 국외 공산계열로 바뀌어졌다는 것 뿐이므로 결국 제2항 때문에도 제5항에 위헌적 요소가 있다 하겠고, 제3ㆍ4항은 제1ㆍ2항을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제3ㆍ4항 때문에도 제5항에 앞서 본 바와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기조위에서 언론ㆍ출판의 자유가 전혀 인정되지 않고 따라서 대정부 비판의 자유나 기본적 인권이 없는 북한이나 국외 공산계열의 국가라면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자국에 불리한 서적이나 표현물을 간행할 자유 또한 없다 할 것이므로, 일응 이러한 곳의 발행서적이면 어느 서적이나 그들에게 이롭지 아니한 서적은 없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며, 제7조 제5항 문언대로라면 북한을 비롯한 공산국가 발행의 서적이라면 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고 공산화를 획책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 것까지도 이적표현물이 되어 이에의 접근이 무제한하게 금기가 될 위험이 있다. 또 국내외 간행의 서적이라도 예컨대 북한이나 공산계열 국가의 문화ㆍ예술활동을 서술한 간행물까지도 쉬운 접근이 어려워질 것이다. 이로써 앞서 제7조 제1항에 대해서 본 바 같은 표현의 자유 등의 위축문제, 민주체제 전복으로부터의 방어의 차원에서 국가존립ㆍ안전에 무해한 서적의 제작ㆍ소지 등 까지 처벌되는 자의적 집행의 우려, 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정착의 노력과 통일정책의 추진을 위한 남북간의 문화교류에 지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제7조 제5항도 제1항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국가보안법의 입법목적 등에 맞추어 그 소정행위에 의하여 국가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줄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할 것이다. 이와 같이 해석되는 이상, 제7조 제5항 역시 전면위헌이라고 할 수 없다. 여기에서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줄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란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그 표현물의 내용이 그와 같은 경우일 때라고 볼 것이고 국가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이 될 정도가 못되거나 해악이 되는지 여부가 불분명한 경우에는 배제된다고 할 것이다. 그밖에 문제의 표현물과 외부관련성의 정도도 또한 여기의 위험성의 유무를 판단하는 별도의 기준이라 할 것이다.


다. 결론을 본다.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및 제5항은 각 그 소정행위가 국가의 존립ㆍ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 적용된다고 할 것이므로 이와 같은 해석하에서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다만 재판관 변정수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그 나머지 관여 재판관의 의견일치를 보았으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4. 재판관 변정수의 반대의견

가.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은 형벌규정이므로 죄형법정주의에 의하여 그 구성요건은 명확해야 할 것이며, 더구나 위 규정은 민주주의의 제도적 토대라고 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수반하는 법률이므로 다른 형벌규정에서 보다도 그 명확성이 더욱 강하게 요구되는 것이다. 그런데 위 법률조항은 그 구성요건이 너무 막연하고 불명확한 규정들로 이루어져 있다.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이라는 규정도 불명확하고 “찬양, 고무, 동조”라는 각각의 의미도 불명확하며, 찬양, 고무, 동조 등의 대상에 “반국가단체나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만이 아니라 “반국가단체의 구성원의 활동”까지 포함하게 되면 처벌대상은 무한히 확대될 수 있으며 이러한 법리가 부당함은 일일이 예를 들 필요가 없는 것이다. 또한 찬양, 고무, 동조에 이어지는 “기타의 방법으로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한 자”하는 규정 역시 불명확하다. “기타의 방법”의 의미를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한 모든 행위를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이는 구성요건의 설정을 사실상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고, 그 의미를 한정하여 찬양, 고무, 동조에 유사한 행위를 가르키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죄형법정주의의 또 다른 내용인 형벌규정에서의 유추해석금지의 원칙에 반한다. 도대체 표현의 자유를 규율하는 형벌규정에 “기타의 방법”이라는 구성요건을 둔 것 자체가 이미 죄형법정주의의 본질을 훼손한 것이다. “이롭게 한”이라는 규정 또한 애매모호하기 짝이 없는 것이어서 과연 어떤행위가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한 것이냐는 오로지 수사기관이나 법관의 주관적 해석에 맡겨질 수 밖에 없어 자의적(恣意的)해석의 여지도 있는 막연한 규정이다.


나. “국민에 의한 정치”이자 “여론에 의한 정치”인 민주정치가 제대로 그 기능을 발휘하기 위하여서는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사상 또는 그 의견의 형성이 필요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이 국가나 사회로부터 그에 필요한 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는 언론ㆍ출판 등의 표현의 자유가 보장됨으로써만이 가능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제도적 토대라고 할 수 있어 헌법에서 보장된 여러 기본권 가운데에서도 특히 중요한 기본권이며, 그러기에 의사표현에 대하여 형벌을 과하는 법률은 최고도의 명확성이 요구될 뿐더러 그 의사표현행위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장래에 있어 국가나 사회에 단지 해로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성향을 띠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법률에 의하여 금지된 해악을 초래할 명백하고도 현실적인 위험성이 입증된 경우에 한정되어야 하는 것이다(명백하고도 현존하는 위험의 원칙). 그런데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의 “찬양, 고무, 동조”등은 의사표현의 형태를 가리키고 있는 점에서 공통되고 따라서 위 법률조항은 의사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형벌을 과하는 규정이면서도 앞서 “가”항에서 지적한 것처럼 구성요건이 너무 애매하여 명확성이 결여되고 지나치게 광범위할 뿐더러 반국가단체에 이로울 수 있는 의사표현은 그것이 대한민국에 현실적으로 해악을 끼칠 위험성이 명백한 경우이건 아니건 간에 무조건 규제대상으로 삼는 것이어서 정부에 대한 비판이나 북한 등 공산계열에 관한 진실한 보도나 정당한 평가 또는 합리적인 언급조차도 권력의 선택에 따라 처벌할 수 있게 되어 있어 위 법률조항은 북한 등 공산계열이나 통일분야에 관한 국민의 알권리를 철저히 봉쇄하여 민주주의의 기초인 건전한 여론형성을 저해하는 기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다. 국민의 신체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도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서 필요한 경우에는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나 이 경우에도 그 법률은 신체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

그런데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은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형벌규정이면서도 그 구성요건의 명확성을 결여하여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므로 그 점에 있어 신체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법률이고, 또한 위 법률조항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이면서도 명확성의 결여 뿐만 아니라 표현행위가 대한민국의 안전보장이나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에 명백한 현실적인 위험이 있거나 없거나를 가리지 아니하고 다만 반국가단체에 이로울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표현행위를 제한하고 처벌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법률이다. 그리하여 아무리 우리의 특수한 안보상황을 감안하더라도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은 죄형법정주의를 규정한 헌법 제12조 제1항,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 제21조 제1항 및 기본권제한법률의 한계를 규정한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반된다고 아니할 수 없다. 무릇 표현행위에 대한 대응은 역시 표현행위에 의하는 것이 논리적이고 설득력이 있는 것이다.

특히 국가보안법 제7조와 같은 표현행위에 대한 형벌적 규제는 통제하기 어려운 잠복적 활동을 조장하고, 허위사실 유언비어 등을 유포하게 함으로써 북한 등 공산계열에 대한 환상을 마치 진실인 것처럼 품게하여 결과적으로 도리어 그들을 이롭게 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하여서는 아니된다.


라.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은 제7조 제1항 내지 제4항의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표현물의 제작 등을 처벌대상으로 하고 있는 바 제1항의 규정은 그 구성요건이 지나치게 불명확할 뿐더러 반국가단체에게 이로울 수 있는 행위는 그것이 대한민국에게 현실적인 위험을 끼칠 명백한 증거가 있건 없건 무조건 처벌하는 규정이어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법률임은 앞에서 본 바와 같고, 제2항의 규정은 그 구성요건의 내용에 있어 찬양고무의 대상이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이 아니라 국외공산계열의 활동이라는 점만 다를 뿐 제1항과 동일하므로 그 위헌성도 제1항의 경우와 마찬가지이며, 제3항의 규정은 제1항 및 제2항의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를 구성하거나 이에 가입한 자를 처벌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제1항 및 제2항의 구성요건이 불명확하거나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 것이어서 위헌인 이상 제3항의 규정 또한 불명확하거나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규정이어서 위헌이라고 아니할 수 없을 것이며 제4항의 규정은 제3항에 규정된 단체의 구성원으로서 사회질서의 혼란을 조성할 우려가 있는 사항에 관하여 허위사실을 날조, 유포 또는 사실을 왜곡하여 전파한 자를 처벌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제3항이 위헌법률이라는 것과 같은 논리로 제1항 내지 제3항이 위헌인 이상 제4항의 규정 또한 위헌이라고 아니할 수 없고 더구나 “사회질서의 혼란을 조성할 우려가 있는 사항”이라는 규정은 애매모호하기 짝이 없는 불명확한 구성요건이어서 그 점만으로서도 제4항은 위헌규정이다.

위와 같이 제7조 제1항 내지 제4항의 규정이 모두 불명확성과 표현의 자유제한 한계를 벗어난 위헌법률이라면 제1항 내지 제4항의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표현물의 제작 등 행위를 처벌하는 제5항의 규정 또한 불명확성 및 표현의 자유제한 한계를 벗어난 위헌법률이라고 아니할 수 없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의 행위유형인 표현물의 제작ㆍ수입ㆍ복사ㆍ소지ㆍ운반ㆍ반포ㆍ판매 또는 취득은 그 자체로는 위법적 행위유형이 아니고 따라서 동 조항의 핵심적 요소는 제1항 내지 제4항의 행위를 할 목적의 존재하는 주관적 요소에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제1항 내지 제4항의 행위는 곧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는 표현행위이므로 제5항은 위와 같은 표현행위를 할 목적 즉 내심차원의 사상을 처벌대상으로 하는 것과 다름없고(이는 동일한 서적을 누가 소지하고 있느냐에 따라 처벌되기도 하고 처벌되지 않기도 한 점을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위 법률조항은 법률로써도 제한할 수 없는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 제19조 및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 제22조에서도 위반된다.


마. 헌법은 그 전문에서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ㆍ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라고 하였고 제4조에서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라고 하여 평화통일을 헌법이념의 하나로 선언하고 있다. 그런데 평화적 통일은 남북한이 무력을 배제하고 서로 대등한 지위에서의 합의를 통하여 통일을 이루는 방법 밖에 생각할 수 없고 그러자면 우선 남한과 북한이 적대관계를 청산하여 화해하고 협력하여야 하며 상대방을 무조건 헐뜯을 것이 아니라 잘한 일에는 칭찬도 하고 옳은 일에는 동조도 하여야 하며 상호 교류도 하여야 한다. 그리하여 남ㆍ북한의 주민이 서로 상대방의 실정을 정확히 알고서 형성된 여론의 바탕에서 통일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일은 어디까지나 북한이 불법집단 내지 반국가단체로서 처벌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국가보안법은 처벌규정의 핵심근거로서 “반국가단체”라는 개념을 설정하고 있으며, 그 동안의 국가보안법 운영실정에서 볼 때 북한이 으뜸가는 반국가단체에 해당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지음으로써 북한을 정부로 참칭하거나 국가를 변란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범죄단체임을 전제로 하는 국가보안법의 여러 규정은 헌법의 평화통일조항과 상충된다.

특히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및 제5항은 반국가단체인 북한에게 이로운 것은 곧 대한민국에 해롭다는 상호배타적인 적대관계의 논리를 강요하고 있어 더욱 평화통일조항에 위반된다.

국가보안법이 그대로 존속하는 한 북한을 대등한 당사자로 전제하고서 추진되고 있는 정부의 통일정책 내지 대북한 정책은 명백히 국가보안법에 위반한 범죄행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정부 또는 정부의 승인을 받은 일부 국민이 북한을 비롯한 공산계열 국가와의 일련의 접촉행위를 통치행위라는 이론으로 합리화 시키려는 견해가 있으나 이른바 통치행위란 국가행위 중에서도 고도의 정치적 성질을 띤 행위 등 일반법원의 사법적 심사의 대상으로 하기에는 부적당한 행위가 있을 수 있다는 관념아래 그러한 국가행위를 일컫는 개념으로 쓰이는 용어로서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반법원의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되기에 적당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지 통치행위라 하여 무조건 면책행위가 된다거나 무제한의 자유를 의미한 것도 아니고 통치행위도 헌법상의 여러 원칙에 위배되어서는 아니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이 일반법원에 의한 사법심사의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해서 헌법적 통제나 국회 또는 국민의 여론에 의한 비판까지 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정부의 대북한 접촉이나 정부의 승인아래 행하여 지는 특정인에 의한 북한 등 공산계열 국가와의 접촉 등이 비록 위와 같은 의미의 통치행위에 해당되어 일반법원의 사법심사의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을런지는 모르나 그렇다고 가정하더라도 국가보안법이 엄연히 살아있는 이상은 그것이 국가보안법 위반행위에 해당됨은 틀림 없고 그것을 이유로 하는 국회에서의 정치적 책임 추궁 또는 국민여론에 의한 비판까지도 당연히 면제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바. 다수의견은,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및 제5항의 불명확성, 광범위성과 표현의 자유의 과도한 침해 및 평화통일이념과의 모순 등 위헌성을 지적하면서도 위 법률조항들은 각 그 소정행위가 대한민국의 안전ㆍ존립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보고 그러한 해석하에 합헌이라는 것이나 위 법률조항들이 그와 같이 한정적으로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되지 아니할 뿐더러 설사 그와 같은 해석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안전ㆍ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행위냐 아니냐 또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주는 행위냐, 아니냐 역시 객관적으로 뚜렷한 기준 내지 그 한계를 정할 수 없는 매우 애매모호하고 불명확한 것이어서 결국 수사기관이나 법관의 주관적 해석에 맡길 수 밖에 없는 구성요건이므로 이것 또한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 다수의견은 위 법률조항들의 구성요건이 불명확하고 광범위하므로 이것의 적용범위를 되도록 축소하여 보자는 취지로 이해되나 그렇지 않아도 불명확하고 광범위한 구성요건에다 또 다시 불명확한 구성요건을 보태는 것이 되어 과연 신체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보장을 위하여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위 법률조항들의 위헌성을 인정하였으면 헌법재판소로서는 마땅히 위헌을 선언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책무이다. 위 법률조항들처럼 그 위헌성이 너무도 뚜렷한 법률을 아무리 주문과 같이 한정적으로 제한해석하여 합헌결정을 내린다 하더라도 그 위헌성이 치유되는 것이 아니다.

주문과 같은 형태의 이른바 한정합헌결정 또는 변형결정이 우리 법제상 허용될 수 없는 것임은 이미 내가 1989년 7월 21일 선고 89헌마38 상속세법 제32조의 2의 위헌여부에 관한 헌법소원사건, 1989년 9월 8일 선고 88헌가6 국회의원선거법 제33조, 제34조의 위헌심판사건 및 1990년 1월 15일 선고 89헌가103 노동쟁의조정법 제13조의 2 등에 대한 위헌심판사건에서 소수의견으로 자세히 밝힌 바 있으므로 더 이상 언급하지 않는다.


1990. 4. 2.

재판장 재판관 조규광

재판관 이성렬

재판관 변정수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한병채

재판관 이시윤

재판관 최광률

재판관 김양균

재판관 김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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