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헌가104
군사기밀보호법 제6조 등에 관한 위헌심판
판결기관: 헌법재판소
1992년 2월 25일 판결.


【판시사항】 1. 군사기밀보호법(軍事機密保護法) 제6조, 제7조,제10조의 위헌(違憲) 여부 가. 위 규정들의 내용 중 “군사상(軍事上)의 기밀(機密)”이라는 개념이 애매하거나 너무 광범위하여 명확성(明確性)의 원칙(原則)에 위배되는지 여부 나. 동법 제6조 소정의 “부당(不當)한 방법(方法)으로”탐지하거나 수집한 자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는 규정이 구성요건(構成要件)의 구체성(具體性)과 명확성(明確性)을 결하고 있는지 여부 다. 위 규정들이 언론(言論)ㆍ출판(出版)의 자유(自由) 내지 “알 권리”의 본질적(本質的) 내용(內容)을 침해하거나 과잉규제(過剩規制)의 우려가 있어 기본권제한입법(基本權制限立法)의 한계(限界)를 벗어난 것인지 여부 2. 질적(質的) 일부위헌(一部違憲)인 한정합헌결정(限定合憲決定)의 정족수(定足數) 및 “……그러한 해석하(解釋下)에 헌법(憲法)에 위반(違反)되지 아니한다.”는 문구(文句)의 취지(趣旨) 【결정요지】 1. 가. 군사기밀보호법상(軍事機密保護法上)의 “군사상(軍事上)의 기밀(機密)”은 그 범위의 광범성(廣範性)이나 내용의 애매성(曖昧性)이 문제될 소지가 있지만 그 대상에 대하여 군사기밀(軍事機密)인 표지를 갖추게 하고 있으니 실제에 있어 그 애매성(曖昧性)이 문제될 소지는 크지 않은 것이며, 다만 그 범위의 광범성(廣範性)에 있어서는 “그 내용이 누설되는 경우 국가안전보장상 해로운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을” 것이라는 요건이 헌법합치적(憲法合致的)으로 해석된다면 헌법(憲法) 제37조 제2항에 저촉되지 않으면서 동 법률조항의 존립목적(存立目的)이 달성될 수 있다. 나. “부당(不當)한 방법으로 탐지ㆍ수집한 자”라는 구성요건(構成要件)은 관계법령이 정하고 있는 적법(適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군사기밀(軍事機密)을 탐지(探知)ㆍ수집(蒐集)한 자를 의미하는 것임이 분명하며 이러한 내용은 통상의 판단능력(判斷能力)을 가진 사람이라면 충분히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고 사료되므로 “부당(不當)한 방법으로”라는 용어를 썼다는 이유만으로 구성요건(構成要件)의 구체성(具體性) 내지 명확성(明確性)을 결여하였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다. 군사기밀(軍事機密)의 범위는 국민의 표현(表現)의 자유(自由) 내지 “알 권리”의 대상영역을 최대한 넓혀줄 수 있도록 필요한 최소한도에 한정되어야 할 것이며 따라서 군사기밀보호법(軍事機密保護法) 제6조, 제7조, 제10조는 동법 제2조 제1항의 “군사상(軍事上)의 기밀(機密)”이 비공지(非公知)의 사실로서 적법절차(適法節次)에 따라 군사기밀(軍事機密)로서의 표지를 갖추고 그 누설이 국가(國家)의 안전보장(安全保障)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볼 만큼의 실질가치(實質價値)를 지닌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적용된다 할 것이므로 그러한 해석하에 헌법(憲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2. 가. 이 사건에 있어 관여(關與) 재판관(裁判官)의 평의(評議)의 결과는 단순합헌(單純合憲) 의견(意見) 3, 한정합헌(限定合憲) 의견(意見) 1의 비율인바, 한정합헌(限定合憲) 의견(意見)은 질적(質的) 일부위헌(一部違憲) 의견(意見)이기 때문에 전부위헌(全部違憲) 의견(意見)도 일부위헌(一部違憲) 의견(意見)의 범위내에서는 한정합헌(限定合憲) 의견(意見)과 견해를 같이 한 것이라 할 것이므로 이를 합산하면 헌법재판소법(憲法裁判所法) 제23조 제2항 제1호 소정의 위헌결정정족수(違憲決定定足數)에 도달하였다고 할 것이며 그것이 주문(主文)의 의견(意見)이 되는것이다. 나. 이 사건 주문(主文) 중 “……그러한 해석하에 헌법(憲法)에 위반(違反)되지 아니한다.”라는 문구의 취지는 군사기밀보호법 제6조, 제7조, 제10조, 제2조 제1항 소정의 군사상(軍事上)의 기밀(機密)의 개념 및 그 범위에 대한 한정축소해석(限定縮小解釋)을 통하여 얻어진 일정한 합헌적(合憲的) 의미(意味)를 천명한 것이며 그 의미를 넘어선 확대해석(擴大解釋)은 바로 헌법(憲法)에 합치(合致)하지 아니하는 것으로서 채택될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관 변정수의 전부위헌의견(全部違憲意見) 1. 가. 민주국가(民主國家)의 군대(軍隊)는 국민(國民)의 군대(軍隊)이고, 국민(國民)에 의한 군대(軍隊)이며 국민(國民)을 위한 군대(軍隊)이지 국민(國民)위에 군림(君臨)하는 군대(軍隊)일 수는 없다. 따라서 군대(軍隊)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서도 주권자(主權者)인 국민(國民)의 알 권리와 표현(表現)의 자유(自由)는 보장되어야 하고, 그러한 표현(表現)의 자유(自由)의 제한은 그것을 기밀(機密)로 하지 아니하면 국가(國家)의 안전보장(安全保障)과 국토방위(國土防衛)에 현실적인 위험이 초래될 것이 명백한 경우에 한정되어야 한다. 나. 군사기밀보호법(軍事機密保護法) 제6조, 제7조, 제10조는 군사(軍事)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주권자(主權者)인 국민(國民)의 눈과 귀를 완전히 차단코자 하는 것이어서 국민주권(國民主權)을 선언한 헌법(憲法) 제1조, 국민(國民)의 표현(表現)의 자유(自由)와 알 권리를 보장한 제21조 제1항 및 기본권제한(基本權制限)의 한계규정(限界規定)인 제37조 제2항에 위반되고,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불명확한 사항을 형벌법규(刑罰法規)의 구성요건(構成要件)으로 삼고 있어 죄형법정주의(罪刑法定主義)를 규정한 헌법(憲法) 제12조 제1항 후문의 규정에 위반된다. 다. 한정합헌(限定合憲)의 주문형식(主文形式)은 단순합헌결정(單純合憲決定)의 이유(理由)의 일부(一部)를 주문(主文)에 옮겨 쓴 것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서 다수의견(多數意見)이 주장하는 것처럼 결코 부분적(部分的) 위헌선고(違憲宣告) 내지 일부위헌(一部違憲)의 효과(效果)를 가질 수 없는 것이며, 한정합헌(限定合憲)의 주문(主文)은 입법권(立法權)에 대한 중대한 침해이자 헌법재판소(憲法裁判所)의 본질적 책무의 포기여서 그 자체가 바로 위헌(違憲)이고 부당한 것이다. 재판관 한병채, 재판관 최광률, 재판관 황도연의 단순합헌의견(單純合憲意見) 1. 군사기밀보호법(軍事機密保護法) 제2조 제1항에서 규정한 “군사상의 기밀”의 개념은 명료(明瞭)하고 구체적(具體的)이어서 헌법(憲法) 제12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파생되는 구성요건(構成要件) 명확성(明確性)의 원칙(原則)에 위배될 여지도 없고, 헌법(憲法) 제21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도출되는 국민의 “알 권리”의 내용을 본질적으로 침해할 소지도 없다. 2. 헌법재판(憲法裁判)에서 변형결정(變形決定)의 한 유형으로 쓰이는 “합헌적(合憲的) 법률해석(法律解釋)”은 법문(法文)이 표현하고 있는 범위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명료한 문의(文意)는 합헌적(合憲的) 해석(解釋)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는 것인 바, 다수의견(多數意見)이 합헌적(合憲的) 법률해석(法律解釋)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은 심판의 대상인 군사기밀보호법(軍事機密保護法) 제2조 제1항의 규정취지와 법문(法文)의 의미를 오해함으로써 합헌적(合憲的) 법률해석(法律解釋)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다. 재판관 조규광의 보충의견(補充意見) 2. 가. 한정적(限定的) 합헌해석(合憲解釋)은 법률(法律)의 해석가능성(解釋可能性)을 기준으로 하고, 한정적(限定的) 위헌선언방법(違憲宣言方法)은 법률(法律)의 적용범위(適用範圍)를 기준으로 하는 점에서 이론적으로는 차이점이 있으나 본질적으로는 일종의 부분적(部分的) 위헌선언(違憲宣言)이며 실제적인 면에서 그 효과를 달리하는 것이 아니다. 나. 헌법재판소(憲法裁判所)가 한정축소적(限定縮小的) 합헌해석방법(合憲解釋方法)을 취한 경우에 한정적(限定的) 위헌선언(違憲宣言)을 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본질적으로 부분적(部分的) 위헌선언(違憲宣言)의 효과를 부여하여 국가기밀(國家機密)에 대한 기속력(羈束力)까지를 가질 수 있게 하기 위하여는 이러한 내용을 결정의 이유(理由)에 표시되는 것만으로서는 부족하고 결정의 주문(主文)에까지 등장시켜야 하며, 이 사건 주문(主文)은 한정축소적(限定縮小的) 합헌 해석방법(合憲解釋方法)을 취하였으나 본질적(本質的)으로는 부분적(部分的) 위헌선언(違憲宣言)으로서의 법적(法的) 효과(效果)를 가진다. 제청법원 : 서울형사지방법원(1989.9.11. 89초1715 위헌제청신청) 제청신청인 : 성 ○ 대 외 1인 대리인 변호사 장 기 욱 외 27인 【전문】 [주 문]


군사기밀보호법(1972.12.26. 법률 제2387호) 제6조, 제7조, 제10조는 같은 법 제2조 제1항 소정의 군사상의 기밀이 비공지의 사실로서 적법절차에 따라 군사기밀로서의 표지(標識)를 갖추고 그 누설이 국가의 안전보장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볼 만큼의 실질사치를 지닌 경우에 한하여 적용된다고 할 것이므로 그러한 해석하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제청신청인 성종대는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재직중 군사2급비밀 문서인 “국방업무보고” 등을 부당한 방법으로 수집하고 이를 누설하였다고 하여, 같은 원성목은 국회의원 비서로 재직중 같은 문서 등을 보관중 이를 누설하였다고 하여, 1989.6.1. 서울형사지방법원에 각 공소제기되었다.

이에 제청신청인들은 위 공소사실에 대한 적용법조인 군사기밀보호법 제6조, 제7조, 제10조의 위헌여부에 대하여 위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의 제청을 신청하였고, 같은 법원은 그 신청을 이유있다고 받아들여 같은 해 10.5. 헌법재판소법 제41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 헌법재판소에 위 법률조항의 위헌여부에 대한 심판을 제청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그러므로 이 사건 위헌여부심판의 대상이 되는 법률은 군사기밀보호법 제6조, 제7조, 제10조이고, 관련조항은 같은 법 제2조로서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위헌심판 대상 법조항

제6조 군사상의 기밀을 부당한 방법으로 탐지하거나 수집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

제7조 군사상의 기밀을 탐지하거나 수집한 자가 이를 타인에게 누설한 때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나 유기금고에 처한다.

제10조 우연히 군사상의 기밀을 지득하거나 점유한 자가 이를 타인에게 누설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

(2) 위헌심판 관련법조

제2조 ① 이 법에서 “군사상의 기밀”이라 함은 그 내용이 누설되는 경우 국가안전보장상 해로운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 다음 각호에 게기하는 사항 및 이에 관계되는 문서ㆍ도화 또는 물건으로서 제4조의 규정에 따라 군사상의 기밀이 해제되지 아니한 것을 말한다.

1. 군사정책ㆍ군사전략ㆍ군사외교 및 군의 작전계획과 이에 따르는 군사용병에 관한 사항

2. 군의 편제ㆍ장비 및 동원에 관한 사항

3. 군사정보에 관한 사항

4. 군의 운수 및 통신에 관한 사항

5. 군용물의 생산ㆍ공급 및 연구에 관한 사항

6. 군의 중요부서의 인사에 관한 사항

7. 향토예비군의 편제ㆍ장비 및 동원에 관한 사항

② 전항 각 호의 군사상의 기밀의 범위는 별표와 같다.

2. 제청이유와 관계인의 의견

가. 제청법원의 제청이유의 요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은 구체성과 명확성을 가져야 하는데, 군사기밀보호법 제2조에서 군사상의 기밀의 범위를 구체적 기준이 없이 너무 광범위하게 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6조에서 군사상의 기밀을 “부당한 방법”으로 탐지하거나 수집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여 구성요건상 범죄행위태양의 구체성과 명확성을 결하고 있으며, 또 같은 법 제7조, 제8조, 제9조, 제10조에서 군사상의 기밀을 스스로 탐지ㆍ수집하였거나, 업무로 인하여 지득ㆍ점유하였거나, 우연히 지득ㆍ점유하였거나 간에 그 지득ㆍ점유한 군사상의 기밀을 타인에게 누설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함으로써 군사상의 기밀을 지득한 자에 대하여 어떠한 경우에도 타인에게 이를 표현ㆍ전파하는 행위 일체를 금하고 있어 결국 같은 법 제6조, 제7조, 제10조는 헌법 제13조 제1항의 죄형법정주의에 반하고, 헌법 제21조 제1항의 언론ㆍ출판의 자유 내지 알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우려가 있어 헌법 제37조 제2항의 기본권 제한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위헌이다.

나. 법무부장관의 의견, 국방부장관의 의견, 서울지방검찰청검사장의 의견

(1) “군사상의 기밀”에 관한 군사기밀보호법 제2조의 규정을 검토해 보면, 이는 군사에 관한 여러 사항 중 특별히 보호할 필요가 있는 사항만을 유형화한 것으로서 그 규정형식이 다소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면이 있기는 하나, 그 범위내에 속하는 사항이라고 하여 모두 군사기밀로서 이 법의 보호객체가 되는 것은 아니고 그 내용이 누설되는 경우 국가의 안전보장에 해로운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 사항일 것을 요하므로 그 자체만으로도 합리적 해석이 가능하고, 또 일반인으로서도 그 의미내용의 이해가 가능하여 어떠한 행위가 금지되는지를 인식할 수 있다. 입법기술의 측면에서 볼 때 기본적으로 구성요건의 명확성의 원칙을 철저히 관철시키고자 하더라도 다양한 여러 가지 사항을 모두 규정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일반적 개념을 사용하고 이를 유형화하여 일정한 범주를 정하고 그 구체적 내용은 법원의 판단에 맡길 수 밖에 없다고 할 것이고, 이 법상의 군사기밀에 관하 조항을 우리나라의 다른 형벌법규나 외국의 관련법규와 비교해 보더라도 위 조항을 더 이상 세분화ㆍ구체화 시키는 것은 사실상 곤란하므로 군사상 기밀에 관한 규정이 결코 명확성이 없어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배되었다고 볼 수 없다.

(2) 이 법 제6조는 “군사상의 기밀을 ‘부당한 방법’으로 탐지하거나 수집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그 조항 하나만을 따로 떼어 볼 경우 그 개념내용이 다소 불명확하다고 볼 여지가 있을지 모르나, 법해석은 개개의 조항을 별개의 것으로 파악하여서는 아니되고 법체계 전체를 종합적ㆍ유기적으로 파악하여 해석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이 법 전체계를 종합적으로 개관하여 보면, 제3조 제2항은 군사상의 기밀의 관리ㆍ취급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고, 이 법시행령 제8조와 이와 관련된 보안업무규정(1981.10.7. 대통령령 제10478호) 등 하위법령은 군사상의 기밀을 취급할 수 있는 자 및 군사상의 기밀의 공개ㆍ제공 등의 절차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결국 이 법 제6조는 군사기밀을 정당하게 관리ㆍ취급할 수 있는 방법을 규정한 조항을 전제로 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리하여 “부당한 방법으로 탐지ㆍ수집한 자”라는 구성요건은 이 법이 정하고 있는 절차에 따른 방법 이외의 방법으로 기밀에 접근한 자라는 것을 통상의 판단ㆍ분별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충분히 이해할수 있다고 판단되므로 이 조항은 결코 구성요건으로서의 구체성 내지 명확성을 결여하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3) 형법ㆍ군형법 및 국가보안법은 “적국을 위하여”, “적을 위하여”, “반국가단체의……목적수행을 위한” 등과 같이 특정 목적하에 군사상의 기밀을 침해한 경우(형법 제98조, 군형법 제13조 제2항, 국가보안법 제4조)와 공무원ㆍ군인ㆍ군무원 등과 같이 특정의 신분자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 또는 군사상의 기밀을 누설하는 경우(형법 제127조, 군형법 제80조)만을 벌하여 그 법익을 보호하고 있으므로 만일 군사기밀보호법이 없다면 일반국민이 적국이나 반국가단체를 위하는 목적없이 단순히 군사기밀을 탐지ㆍ수집ㆍ누설하는 때나 위탁사무수행자, 보조자 등 공무원(등)의 신분이 없는 자가 군사기밀을 입수하거나 누설하는 때 등에 대처할 방도가 전혀 없게 되어 국가안전을 크게 위협할 우려가 있다 할 것이다. 또한 제한되는 대상은 군사에 관한 모든 사항이 아니라 이 법 제2조 소정의 군사기밀의 범위에 관한 사항 중 “누설되는 경우 국가안전보장상 해로운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 사항에 한정하고 있으므로 그 범위가 그리 넓지 아니하며, 이 법 제4조에서 군사기밀의 해제ㆍ공개제도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군사기밀에 대한 모든 정보원(情報源)을 차단하거나 봉쇄하고 있는 것이 아니며 따라서 이 법에 의한 기본권의 제한은 국가안전보장에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치고 있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우리의 안보현실, 기본권 제한의 내용ㆍ정도 및 외국의 입법례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적법절차에 의하여 해제ㆍ공개되지 아니한 군사상 기밀의 누설을 처벌하는 이 법 제6조, 제7조, 제10조가 언론ㆍ출판의 자유 내지 알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하여 그 권리의 본질적 내용까지 침해함으로써 헌법 제37조 제2항의 기본권 제한입법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볼 수는 없다.

3. 판단

가. “군사상 기밀”의 개념 및 그 범위

군사기밀보호법(1972.12.26. 법률 제2387호) 제6조, 제7조, 제10조는 군사상의 기밀을 침해한 자를 처벌하는 규정인데, 위 규정내용 중 “군사상의 기밀”이라는 개념이 구체적 기준이 없어 애매하다거나 또는 너무 광범위하여 죄형법정주의에서 요구되는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살펴본다.

(1) 군사기밀보호법 그 제2조 제1항에서 “군사상의 기밀”에 대한 개념정의를 하고 있는데 “그 내용이 누설되는 경우 국가안전보장상 해로운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 ① 군사정책ㆍ군사전략ㆍ군사외교 및 군의 작전계획과 이에 따르는 군사용병에 관한 사항 ② 군의 편제ㆍ장비 및 동원에 관한 사항 ③ 군사정보에 관한 사항 ④ 군의 운수 및 통신에 관한 사항 ⑤ 군용물의 생산ㆍ공급 및 연구에 관한 사항 ⑥ 군의 중요부서의 인사에 관한 사항 ⑦ 향토예비군의 편제ㆍ장비 및 동원에 관한 사항 및 이에 관계되는 문서ㆍ도화 또는 물건으로서 제4조(군사상의 기밀이라 하더라도 필요한 경우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이를 해제 또는 공개할 수 있다)의 규정에 따라 군사상의 기밀이 해제되지 아니한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2항에서는 위 7개 사항의 군사상 기밀의 골격을 세분하여 별표(25개 세분사항)로 그 범위를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3조 제2항은 “군사상의 기밀의 관리ㆍ취급ㆍ표시 및 고지 기타 기밀보호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시행령(1973.8.8. 대통령령 제6796호) 제2조 제1항은, 군사기밀은 그 중요성과 가치의 정도에 따라 군사1급비밀ㆍ군사2급비밀ㆍ군사3급비밀로 구분ㆍ규정하고, 같은 조 제1항에서 위 제2항의 군사기밀(의 구분기준)을 별표로 해서 보다 더 특정적으로 분류하여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은 정도로 규정하고 있는 “군사상의 기밀”의 개념 및 그 범위가 구체적 기준이 없이 애매 하다거나 너무 광범위하게 정하여져 있다고 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심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법규의 내용이 애매하거나 그 적용범위가 지나치게 광범하면 어떠한 경우에 법을 적용하여야 합헌적인 것이 될 수 있는지 법집행자에게도 불확실하고 애매하게 되어 어떠한 것이 범죄인가를 법제정기관인 입법자가 법률로 확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법운영당국이 재량으로 정하는 결과가 되어 법치주의에 위배되고 죄형법정주의에 저촉될 소지가 생겨나는 것이다(헌법재판소 1990.4.2. 선고, 89헌가113 결정 참조).

(2) 군사기밀보호법 제2조 제1항 소정의 “군사상의 기밀”이라는 포괄적 의미를 지닌 용어와 이 용어에 대한 개념정의 규정방식을 사용한 입법은 국내외에서 흔히 그 예를 볼 수 있는 것으로서 문제의 소재는 그러한 규정방식이 있는 것이 아니고 그 내용이 애매하다거나 너무 광범위하여 죄형법정주의에서 요구되고 있는 명확성의 원칙에 저촉되는 것은 아닌지의 여부 즉, 규정내용에 있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명확성의 원칙은 모든 법률에 있어서 동일한 정도로 요구되는 것은 아니고 개개의 법률이나 법조항의 성격에 따라 요구되는 정도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각각의 구성요건의 특수성과 그러한 법률이 제정되게 된 배경이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일반론으로는 어떠한 규정이 부담적 성격을 가지는 경우에는 수익적 성격을 가지는 경우에 비하여 명확성의 원칙이 더운 엄격하게 요구된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형사법이나 국민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법률에 있어서는 불명확한 내용의 법률용어가 허용될 수 없으며, 만일 불명확한 용어의 사용이 불가피한 경우라면 용어의 개념정의, 한정적 수식어의 사용, 적용한계조항의 설정 등 제반방법을 강구하여 동 법규가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소지를 봉쇄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기밀” 또는 “비밀”이라는 개념자체는 본래 절대적인 것이 아니고 상대적인 것으로서 그 시기와 장소 및 상황에 따라 “기밀성”이 생성될 수도 소멸될 수도 있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 구성요건을 일일이 세분하여 명확성의 산술적인 관철을 요구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것이므로 어느 정도의 보편적 내지 일반적 개념의 용어사용은 부득이 하다고 할 수밖에 없으며, 당해 법률이 제정된 목적과 타규범과의 연관성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해석이 가능한지의 여부에 따라 명확성의 구비 여부가 가려져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일반적 또는 불확정 개념의 용어가 사용된 경우에도 동일한 법률의 다른 규정들을 원용하거나 다른 규정과의 상호관계를 고려하거나 기히 확립된 판례를 근거로 하는 등 정당한 해석방법을 통하여 그 규정의 해석 및 적용에 대한 신뢰성이 있는 원칙을 도출할 수 있어, 그 결과 개개인이 그 형사법규가 보호하려고 하는 가치 및 금지되는 행위의 태양과 이러한 행위에 대한 국가의 대응책을 예견할 수 있고 그 예측에 따라 자신의 행위에 대한 국가의 대응책을 예견할 수 있고 그 예측에 따라 자신의 행동에 대한 결의를 할 수 있는 정도(의 규정 내용이)라면 그 범위내에서 명확성의 원칙은 유지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3) 먼저 국가의 기밀침해에 관련된 국내외의 입법례를 개관해 본다.

(가) 국가적 법익에 관련된 기밀 또는 비밀의 개념이나 그 범위에 관한 우리나라의 다른 실정법 규정 방식을 살펴보면, 군형법 제13조 제2항은 “군사상의 기밀을 적에게 누설한 자”, 같은 법 제80조는 “군사상의 기밀을 누설한 자”로 규정하고 있고, 국가보안법 제4조 제1항 제2호는 “국가기밀을 탐지ㆍ수집ㆍ누설ㆍ전달ㆍ중개하거나”, 같은 항 제5호는 “국가기밀에 속하는 서류 또는 물품을 손괴ㆍ은닉ㆍ위조ㆍ변조한 때에는” 등으로 각 규정하고 있고, 형법 제98조 제2항은 “군사상의 기밀을 적국에 누설한 자”, 같은 법 제113조는 “외교상의 기밀을 누설한 자”, 같은 법 제127조는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한 때에는”이라고 각 규정하고 있을 뿐이며 달리 기밀 또는 비밀의 구체적 정의 및 범위 등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

(나) 군사기밀(또는 비밀)의 개념 및 범위에 관한 다른 나라의 실정법 규정방식을 개관하면, 1) 독일연방공화국은 형법 제93조 제1항에서 “국가기밀이란 독일연방공화국의 외적 안전에 중대한 불이익의 위험을 회피하기 위하여, 한정된 사람에 대하여서만 접근이 허용되고 또한 타국에 비밀로 하여야만 할 사실, 물건 또는 정보를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2) 미합중국은 정보자유법(Freedom of Information Act) 5 USC §552 (b) (1)에서 “ⓐ 대통령령에 의해 정하여진 기준에 따라 국방 또는 외교정책을 위하여 비밀로 할 것이 특히 인정되고, ⓑ 대통령령에 의해 실제로 적절히 비밀지정이 된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고, 대통령령 제10501호(1953)는 국가기밀을 기밀(機密: Top Secret), 비밀(秘密: Secret), 비(秘:Confidential)로 구분하고 있는데 그 중 비(秘: Confidential)라 함은 방위상의 정보 내지 자료로서 그 허가 없는 노출이 국가의 방위상의 이익에 불리하게 될지 모르는 것(그 후 대통령령 제12605호(1978)로 그 허가없는 노출이 국가안보에 분명한 손해를 끼치는 것이 합리적으로 예측될 수 있는 것으로 개정되었음)이라고 규정하고 있고(국방부장관이 제출한 의견서 첨부 참고자료, 참고인 구병삭이 제출한 의견서 참조), 3) 일본국은 일미상호방위원조등에따른비밀보호법 제1조 제3항 제1호ㆍ 제2호에서 “이 법률에 있어서 방위비밀이란 아래에 기재한 사항 및 이러한 사항에 관한 문서ㆍ도화 또는 물건으로서 공개되지 아니한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그 기재사항으로 ① 일미상호방위원조협정 등에 기하여 미국정부로부터 제공받은 장비 등에 대하여 아래에 게재된 사항(다시 4종으로 세분함) ② 일미상호방위원조협정 등에 기하여 미국정부로부터 제공된 장비 등에 관한 전호에 기재된 사항에 관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며(국방부장관 제출의견서 첨부 참고자료), 4) 프랑스는 1960년의 개정형법전 제75조에서 “국방을 위하여 기밀을 유지하여야 하거나 그 고지가 국방상의 기밀을 누설시킬 우려가 있는 정보ㆍ물건ㆍ문서 또는 제작방법”, 제78조에서 “주무관청이 공개하지 아니하고, 그 누설이 국방을 해할 것이 명백한 군사정보(를 반역이나 간첩의 의사없이)”로 규정하고 있으며(법무부, 법무자료 제45집: 외국형법1-독일ㆍ프랑스편 141면), 5) 중화민국은 형법 제109조 제1항에서 “중화민국 국방에 관하여 비밀이 되는 문서ㆍ도화ㆍ사실 또는 물건”으로 규정하고, 방해군기치죄조례(妨害軍機治罪條例) 제1조에서 “①본 조례에서 군기라 함은 군사상 비밀이 지켜져야 할 사실ㆍ문서ㆍ도화 또는 물건을 말한다. ② 전항의 사실ㆍ문서ㆍ도화 또는 물건의 종류 및 범위는 국방부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국방부장관이 제출한 의견서 첨부 참고자료).

(4) 이상 국내외의 입법례와 비교해서 군사기밀보호법 제2조 소정의 군사상의 기밀의 개념 및 그 범위와 관련하여 문제의 소지(素地) 유무를 따져본다.

(가) 군사기밀보호법 소정의 군사기밀을 보면 그 개념의 광범성이 문제될 수 있는 소지가 있으니 동법 별표 소정의 군사상의 기밀의 범위 “1”의 “자”항에 보면 “기타 국가방위 및 비밀군사외교에 관한 방침 및 계획의 내용 또는 그 집행사항”이라고 규정되어 있어 군사정책, 군사전략, 군사외교 및 군의 작전계획과 이에 따른 군사용병에 관한 사항인 한 거의 전부 군사상의 기밀의 범위에 들어가게 되어 있기 때문에 결국 별표 “1”의 “가”항 내지 “아”항은 군사기밀을 한정한 것이 아니라 중요 군사사항을 예시한 것에 불과한 셈이 되고 설사 “자”항을 “가” 내지 “아”항에 준하는 내용으로 한정해석한다고 하더라도 그 범위의 광범성은 의연 문제로 남는 것이다.

(나) 다음으로 “애매성”이 문제될 수 있는 소지도 없는 것이 아니다. “국가안전보장상 해로운 결과를 초래할 우려”라는 법조문의 문구를 살펴보건대, 국가의 안전보장이란 개념은 헌법 제37조 제2항이 규정하고 있는 것과 똑같은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나, “해로운 결과를 초래할 우려”라는 개념은 관점과 시각의 여하에 따라서 능소능대될 수 있는 소지가 없지 않으니 오늘날과 같은 총력전(總力戰) 상황하에서는 어떠한 사항이라도 적에게 누설되면 안보에 유해할 우려가 있다고 널리 해석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해로운 결과를 초래할 우려”라는 것은 해로운 결과가 생길 고도의 개연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어야 온당하겠지만, 문리대로 해석할 때 어느 정도의 가 능성 내지는 객관적 증거없는 막연한 우려나 단순한 의심 정도에 대하여서도 관련법조문을 적용시켜 단속하거나 형사제재를 가할 소지가 전혀 없지는 않은 것이다. 규정내용의 해석의 여하에 따라 비슷한 사안에 다른 처분이 행하여질 수 있는 우려가 있다면 이것은 결국 법운영 당국의 편의적ㆍ자의적 법운영의 소지를 스스로 안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닌 것이다(헌법재판소 1992.1.28. 선고, 89헌가8 결정 참조). 또 이 점과 관련하여, 위 법률 제2조 제1항 제1호 내지 제7호 소정의 군사사항은 전부 그 내용이 누설되면 국가안전보장상 해로운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 사항으로 해석될 우려가 있다는 주장(재판관 변정수는 소수의견에서 이 점을 지적하고 있다)도 있으나, 위 7개의 군사사항 중에서 누설되면 국가의 안전보장에 안정보장에 유해한 것을 구체적으로 별도로 추출(抽出)하여 그것만을 군사기밀로 한정하려는 것이 입법의 의도임이 명백하고 그 점에 대하여서는 국방부장관이나 법무부장관의 의견을 보더라도 전혀 다투고 있지 않으며 달리 의문의 여지가 없다.

(다) 그 외에도 군사상의 기밀의 범위에 대하여 군사기밀보호법 및 같은 법시행령상 분류기준이 마련되어 있기는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떠한 군사사항이 이러한 기준에 부합하는지의 여부는 군사기밀을 지정하고 분류할 수 있는 특정한 권한을 갖고 있는 자의 결심과 그 표시 또는 고지행위에 의하여 구체화ㆍ객관화될 이치이기 때문에 비밀지정권자를 한정하여 특정해 둘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인데 위 법령상 그에 대한 명문규정은 발견되지 않고 모든 비밀취급자가 비밀을 분류ㆍ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결국 모든 비밀취급자가 비밀지정권자나 다름없는 결과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즉, 군사기밀보호법 제3조 제1항은 군사기밀을 취급하는 자는 군사상의 기밀에 대하여 군사상의 기밀이라는 뜻을 명백히 표시 또는 고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3조 제2항은 군사상의 기밀의 관리ㆍ취급ㆍ표시 및 고지, 기타 기밀보호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법시행령 제8조의 규정에 의하여 준용되는(국가안전기획부법 제2조 제2항의 규정에 따라 제정된) 보안업무규정(1970.5.14. 대통령령 제5004호, 개정 1981.10.7. 대통령령 제10478호)에서 비밀취급인가를 받은 자는 인가받은 비밀 및 그 이하등급 비밀의 분류권을 가지며(제9조 제1항) 분류와 동시에 등급에 따라 구분된 표지(標識)를 하여야 한다(제14조)고 규정하고 있어, 결국 비밀취급인가를 받은 수많은 비밀취급자가 실질적으로 비밀지정권자의 일을 하는 셈이 되어 군사업무의 속성상 비밀이 등급상향분류되거나 양산될 소지가 적지 않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오랜 세월 국가의 안전보장이 개인의 인권보장보다 더욱 우선되어야 하는 것으로 강조되어 온 우리의 안보관에 비추어 볼 때 비록 군사상의 기밀의 범위에 대하여 개개의 세목을 구분하여 소상하게 규정해 놓았다고 하더라도 각 세목의 해석ㆍ적용에 있어서 입법취지에 따른 확장해석은 가능해도 축소해석은 사실상 불가능한 결과를 초래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라) 이상과 같은 “군사상의 기밀”은 그 범위의 광범성이나 내용의 애매성이 문제될 소지가 있지만, 그 대상에 대하여 군사기밀인 표지를 갖추게 하고 있으니, 즉 군사상의 기밀은 Ⅰ,Ⅱ,Ⅲ급 비밀로 구분되고 각 그에 상응하는 표지를 갖추게 되어 있어(군사기밀보호법 제3조 및 같은 법시행령 제2조 제1항 및 제3조) 실제에 있어 그 애매성이 문제될 소지는 크지 않은 것이다. 즉, 기밀로 하여야 할 대상사항이 문서이냐 필림또는 사진이냐 지도 및 괘도이냐 상황판, 녹음 기타이냐에 따라 그 기밀의 표시 방법이 소상하게 규정되어 있어(같은 법시행령 제3조 제2항 별표2)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어떠한 사항이 군사기밀인지를 외견상 식별하기가 어려워 범법행위에 이르게 될 것이라는(“애매성”과 관련된) 우려는 이론상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실제에 있어서는 문제로 제기된 사례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그 광범성은 의연 문제로 남는데 그 점에 있어서는 “그 내용이 누설되는 경우 국가안전보장상 해로운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을” 것이라는 요건이 후술하는 바와 같이 헌법합치적으로 한정해석된다면 헌법 제37조 제2항의 규정에 저촉되지 않으면서 동 법률조항의 존립목적이 달성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나. 군사기밀보호법 제6조 소정의 “부당한 방법으로” 탐지하거나 수집한 자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는 규정이 구성요건상 범죄행위태양의 구체성과 명확성을 결하고 있는지의 여부

(1) 먼저 구성요건상 “부당한 방법(으로 탐지ㆍ수집)”이라는 내용이 명확하지 아니하여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는지의 여부를 따지기에 앞서 우리나라의 다른 실정법상 이와 비슷하거나 또는 같은 규정이 있는지를 개관하여 보면, 우선 군형법 제18조, 제19조, 제24조, 제27조, 제28조, 제40조의 각 “정당한 사유없이”, 같은 법 제44조, 제47조의 각 “정당한 명령”, 형법 제21조 제1항의 “부당한 침해”, 같은 법 제117조 제1항, 같은 법 제145조 제2항의 각 “정당한 이유없이”, 같은 법 제349조 제1항의 “부당한 이익” 등의 규정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외에도 그 위반에 대하여 처벌규정이 마련되어 있는 각종 법률 중에 “부당한” 또는 “부당하게……”라는 요건규정을 두고 있는 것들도 대통령선거법(제150조 제3항), 국회의원선거법(제163조), 지방의회의원선거법(제165조), 형법(제349조 제1항), 원자력법(제115조 제1항), 직업안정및고용촉진에관한법률(제29조 제1항 제1호), 전기통신공사업법(제35조 제4호) 등을 한 예로 들 수 있고, “부당하게”와 뜻이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 “정당한 이유없이” 또는 “정당한 사유없이”라는 요건규정을 두고 있는 법률을 일별하면, 대통령선거법(제149조 제3호 등), 국회의원선거법(제161조 제3호 등), 지방의회의원선거법(제163조 제3호 등), 소방법(제72조 제3호),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제7조), 보안관찰법(제27조 제2항 등), 방위산업에관한특별조치법(제23조 제4항 제4호), 대마관리법(제21조 제1항 제3호 등), 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제43조 제2항 제1호 등), 산림법(제118조 제1항 제2호 등), 도시계획법(제92조 제2호), 민방위기본법(제30조 등), 전투경찰대설치법(제9조 제2항 등), 교통사고처리특례법(제5조 제3항), 병역법(제73조 제1항 등), 향토예비군설치법(제15조 제1항 등), 문화재보호법(제90조 제1항 제1호 등) 등 일일이 매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2) 외국의 입법례를 검토하여 보면, 독일연방공화국 형법 제96조 제1항은 “국가기밀을 누설하기 위하여 국가기밀을 입수한”, 같은 조 제2항에 “직무관청에 의하여 또는 그의 지시에 의하여 기밀로 하기로 된 국가기밀을 누설하기 위하여 입수한”이라고 규정하고 있고, 영국 공적기밀법(Official Secrets Act)(1911년) 제1조 제1항은 “누구든지 국가의 안전 또는 이익을 손상할 목적으로 다음 각 호에 게기한 행위를 한 경우에는 중죄(felony)로 처벌된다.”고 규정하고 그 각호 중 3호에서 “적에게 직접ㆍ간접으로 도움이 되도록 계산된, 그러한 가능성이 있는 또는 그와 같이 의도된 사생화, 계획서, 모델, 물품 또는 기록 기타 문서와 정보를 입수(수집ㆍ기록 또는 공표)하거나 타인에게 공적 암호 또는 군호(password)를 전달하는 행위”라고 규정하여 입수방법에 대하여서는 각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고 있으며(법제처, 국가안보에 관한 외국 입법례(증보판) 105면), 중화민국 형법 제111조 제1항 및 프랑스 형법 제74조 또한 “기밀을 탐지ㆍ수집한 자”, “외국에 제공할 목적으로 수집한 자”라고 구성요건을 정하고 있을 뿐, 그 입수방법에 관하여는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않는 것이다(법무부 전게서 141ㆍ142면, 법무부장관, 전게자료). 다만 일본국의 국가기밀법 “방위비밀을외국에통보하는행위등의방지에관한법률안” (1986.5.)에서는 그 제2조 제2항에서 부당한 방법에 관하여 개념정의를 하고 있는데 “이 법에서 부당한 방법이라 함은 법령을 위반하거나 대가를 공여하거나 위계를 사용하거나 또는 비닉상태에 있는 문서ㆍ도화 등을 함부로 개파하는 등 사회통념상 시인할 수 없는 방법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법무부장관, 전게자료).

(3) 그런데 군사기밀보호법 제3조 제2항은 군사상의 기밀의 관리ㆍ취급ㆍ표시 및 고지 기타 기밀보호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4조는 “군사상의 기밀이라 하더라도 필요한 경우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이를 해제 또는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군사상의 기밀은(별도의) 법령이 규정하고 있는 절차에 의하여 해제 또는 공개된 사항이 아닌 한, 일반인이 이에 함부로 접근하는 것을 금지하려는 것이 입법의도임을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군사기밀보호법 제4조, 같은 법시행령 제6조 및 보안업무규정 제22조 내지 제25조 및 그 시행규칙(1969.5.30. 대통령훈령 제25호, 개정 1974.1.21. 대통령훈령 제35호, 1981.10.7. 대통령훈령 제46호) 제37조, 군사보안업무시행규칙(1965.1.10. 국방부훈령 제81호, 전문개정 1986.1.20. 국방부훈령 제351호) 제6조, 제7조, 제28조 등에서 군사기밀의 공개와 관련하여 소상한 규정을 두고 있으므로 결국 위의 “부당한 방법으로 탐지ㆍ수집한 자”라는 구성요건은 위에 적시한 관계법령이 정하고 있는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군사기밀을 탐지ㆍ수집한 자를 의미하는 것임이 분명하며, 이러한 내용은 통상의 판단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충분히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고 사료되므로 “부당한 방법으로”라는 용어를 썼다는 이유만으로 구성요건의 구체성 내지 명확성을 결여하였다고 속단할 수는 없는 것이다.

(4) 다만, 군사기밀을 해제 또는 공개하고자 할 때 미리 문서로 국방부장관을 거쳐 중앙정보부장(국가안전기획부장)의 승인을 얻어야 하게 되어 있고 해제 또는 공개 여부가 군사기밀취급기관의 장의 재량사항이며 공개 또는 해제 사유가 제한되어 있는 등(같은 법시행령 제6조) (군사기밀의) 해제 또는 공개제도의 활성화는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책이 강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는 있을 것이다. 예컨대 비밀지정권자에 대한 구체적 특정 및 합리적 통제, 비밀지정대상의 축소와 명확화 등의 방안이 비밀지정법규 전반에 걸쳐 검토되고 일단 비밀로 지정된 사항이라도 일정기간 경과 후에는 자동해제 되도록 하는 등의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다면 일반 국민들은 보다 많은 공개된 정보에 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문제는 구성요건의 명확성의 차원에서 논할 문제라기 보다는 후술하는 국민의 “알 권리”와의 조화(調和)라는 관계에서 논할 문제라고 할 것이다.

(5) 이상을 종합하건대 각 구성요건상 정당성, 부당성의 요건규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당해 처벌법규에 의하여 보호되어야 하는 법익과 금지된 행위가 무엇인가와 위반시의 처벌의 종류와 정도를 통상의 해석방법에 의하여 누구나 잘 알 수 있는 정도의 것이라면 그것은 입법기술상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용어사용의 한 예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므로 단순히 “부당한 방법”이라는 요건규정만을 따로 떼어서 이를 문제삼아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속단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다. 군사기밀보호법 제6조, 제7조, 제10조가 헌법 제21조제1항의 언론ㆍ출판의 자유 내지 “알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거나 과잉규제의 우려가 있어 헌법 제37조 제2항의 기본권 제한 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것인지의 여부

(1) 국민의 “알 권리”에도 불구하고 보호되어야 할 사생활의 비밀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공무상의 비밀도 보호되어야 할 사항이 적지 않으며, 특히 군사외교상의 문제에 있어서 비밀로서 보호되어야 할 사항이 더 더욱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할 것이다.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하는 이른바 일반적 법률유보조항을 두고 있는바, 국가의 안전보장은 헌법상 중요한 국가적 법익의 하나로서 위의 규정외에도 헌법 제5조 제2항, 제39조 제1항, 제66조 제2항, 제69조 등이 국가의 안전보장과 관련이 있는 것이다.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기본권 제한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국가의 안전보장의 개념은 국가의 존립ㆍ헌법의 기본질서의 유지 등을 포함하는 개념으로서 결국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헌법과 법률의 기능,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의 유지 등의 의미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2) 그러나 국가의 안전보장을 위하여 국민의 기본권 제한이 가능하다고 할지라도 그 제한의 한계는 어디까지나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한도내에서 행하여져야 할 것이며, 아울러 과잉금지의 원칙(그 중에서도 피해의 최소성ㆍ법익의 균형성)에 저촉되어서도 아니될 것이므로 국가기밀의 보호를 통한 국가의 안전보장이라는 공공의 이익이 국민의 “알 권리”라는 개인적 법익보호보다 명백히 우월한 경우에 한해야 한다고 할 것이다. 국가의 안전보장이라는 차원에서 국민의 “알 권리”의 대상에서 제외될 필요가 있는 군사기밀이 있다는 점에서는 이론이 있을 수 없으나 다만 국민의 “알 권리”와의 조화를 위하여 광범위한 군사기밀의 지정은 설사 각 기밀이 그 표지를 빠짐없이 갖추고 있다고 할지라도 문제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군사기밀의 범위가 필요이상으로 광범할 때 군사사항에 관한 한, 언론보도를 위한 취재는 물론 입법이나 학문연구를 위한 자료조사 활동과도 갈등 또는 마찰을 빚게 되어 표현의 자유(알 권리)나 학문의 자유가 위축되는 것은 물론 국민의 정당한 비판이나 감독도 현저히 곤란하거나 불가능하게 만들어 결국 국민주권주의 및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이념과도 배치되기 때문이다.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을 위와 같이 인정하는 입장에서 문제로 될 수 있는 것을 두가지 측면에서 거론해 본다면, 하나는 비신분자의 목적없는 행위의 가벌성에 관련된 사항이고, 다른 하나는 국민의 “알 권리”와의 관계에서 군사기밀의 적정범위에 관련된 사항이다.

(3) 군사상의 기밀의 보호는 국가보안법이나 군형법, 형법의 규정만으로 족하다고 할 수 있을 터인데도 군사기밀보호법을 둔 것은 헌법 제37조 제2항의 취지에 어긋나는 과잉규제가 아니냐 하는 점에 대하여 살펴본다.

국가보안법, 군형법, 형법 등에서도 국가의 기밀침해에 대한 처벌규정을 두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들 법률은 “적을 위하여”, “적국을 위하여”, “반국가단체의 목적수행을 위하여” 등 특정 목적하에 군사기밀을 침해하는 경우(형법 제98조, 군형법 제13조 제1항ㆍ제2항, 국가보안법 제4조 제1항 제2호)와 공무원ㆍ군인ㆍ군무원 등과 같이 특정의 신분보유자가 군사기밀을 침해하는 경우(형법 제127조, 군형법 제80조)만을 벌하고 있어 적(국)이나 반국가단체를 위하는 “목적”없이 단순히 군사기밀을 탐지ㆍ수집하여 누설하는 경우라든가 위탁사무수행자ㆍ보조자 등, 공무원(등)의 “신분”없이 군사상기밀을 침해하는 경우 등에는 공범이론으로 대처할 수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적절하게 대응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문제로 제기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하여서는 군사기밀보호법 제정(1972.12.26. 그 후 1981.12.31. 및 1987.12.4. 두차례 일부 조항 개정되었으나 이 사건 위헌심판제청된 조항은 해당없음) 당시의 다음과 같은 제안이유 즉, “국가안전보장에 필요불가결한 군사기밀의 보호에 관하여 현행법은 간첩이나 이적 또는 용공목적으로 군사기밀을 탐지ㆍ누설한 자에 대한 처벌규정을 두고 있으나 기밀보호상 소홀히 넘길 수 없는 보안상의 과실행위와 단순누설을 간과하고 있으며 군사기밀누설의 본원이 되는 업무상 누설에 있어서도 공무원이 아닌 위탁업무수행자 등의 누설이 등한시 되어 있을 뿐더러 군사기밀의 범위 및 한계가 모호하여 기밀보호상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으므로 그 범위를 명시하여 군사기밀보호에 대한 경계심과 보호의식을 환기시키는 한편 부지불식간에 이를 누설하는 따위의 중대한 과실을 미연에 방지……함으로써 군사기밀보호에 만전을 기하려는 것임”(군사기밀보호법 제정 국회의 의안카드)이라는 내용이 잘 설명해 주고 있는 것이다. 국가의 기밀은 그 자체의 비중에 따라 중요성이 결정되는 것이고 그 탐지ㆍ수집자의 신분의 여하, 특정목적의 유무 여하에 따라 비밀의 가치에 소장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적국을 위한 의사가 전혀 없는 자, 특정신분이 없는 자에 의하여 행하여진 경우라 할지라도 군사상의 기밀이 누설되면 국가의 안전보장에 해로운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에서는 목적자, 신분자와 다름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군사기밀보호법이 행위자의 목적이나 신분에 관계없이 부당한 방법으로 군사상 기밀을 탐지하거나 누설하는 경우를 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은 기밀의 범위가 적정하게 정립되어 있는 한, 그 당위성 및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4) 군사상의 기밀의 적정범위-국가의 안전보장과 국민의 “알 권리”와의 조화

(가) 군사기밀보호법 소정의 군사기밀의 개념 및 그 범위는 위에 살펴본 바이지만 그것이 비록 이른바 “너무 광범위하여 무효”인 경우에까지는 이르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국민의 “알 권리”와 충돌하는 면이 매우 큰 것을 부인할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헌법 제21조에 언론ㆍ출판의 자유 즉, 표현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 자유는 전통적으로는 사상 또는 의견의 자유로운 표명(발표의 자유)과 그것을 전파할 자유(전달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개인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유지하고 행복을 추구하며 국민주권을 실현하는데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오늘날 민주국가에서 국민이 갖는 가장 중요한 기본권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사상 또는 의견의 자유로운 표명은 자유로운 의사의 형성을 전제로 하는데, 자유로운 의사의 형성은 충분한 정보에의 접근이 보장됨으로써 비로소 가능한 것이며, 다른 한편으로 자유로운 표명은 (정보의) 자유로운 수용 또는 접수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니 그러한 의미에서 헌법재판소는 일찍이 정보에의 접근ㆍ수집ㆍ처리의 자유 즉, “알 권리”는 표현의 자유에 당연히 포함되는 것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라고 판시하여 헌법해석상 직접적인 권리로서의 “알 권리”를 판시하였다(헌법재판소 1989.9.4. 선고, 88헌마22 결정 참조).

(나) 그러나 이러한 표현의 자유나 국민의 “알 권리”는 매우 비중이 큰 귀중한 국민의 기본권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떠한 경우에도 제한할 수 없는 기본권이라고 할 수는 없으며 다른 법익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존중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에 “알 권리”라 할지라도 다른 기본권이나 국가ㆍ사회적 법익과 상충 또는 마찰을 일으키는 경우, 즉 타인의 명예나 권리(개인적 법익),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사회적 법익), 국가의 안전보장이나 치안질서(국가적 법익)를 침해하는 경우에는 보호될 수 없는 것이며 이는 헌법의 명문규정(제21조 제4항, 제37조 제2항)상 의문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다만, “알 권리”(내지 표현의 자유)라고 하는 국민의 기본권이 법률로써 제한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그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음은 물론,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위배되어서는 아니되는데(제37조 제2항), 과잉금지의 원칙이라 함은 국가작용의 한계를 명시한 것으로서 목적의 정당성ㆍ방법의 적정성ㆍ피해의 최소성ㆍ법익의 균형성을 의미하며 그 어느 하나에라도 저촉이 되면 위헌이 된다는 헌법상의 원칙(헌법재판소 1989.12.22. 선고, 88헌가13 결정 참조)이며, 이 사건의 경우에 있어서는 피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이 문제될 수 있는 소지가 있는 것이다.

(다) 국민의 표현의 자유 내지 “알 권리”와 국가의 안전보장은 다같이 헌법상 대단히 중요한 법익으로서 보호되어야 하지만, 경우에 따라 서로 충돌되거나 갈등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어떤 범위에서 국민의 “알 권리”가 보호되어야 하느냐(환언하면 군사상의 기밀의 범위가 제한되어야 하느냐) 하는 한계의 문제는 자유민주주의 헌법을 갖고 있는 국가에서는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아니할 수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통치권자와 피통치자가 이념상 자동적(自同的)인 자유민주주의 체제하에서는 정치지도자들이 내리는 결정이나 행동에 관해서 충분히 지식을 가지고 있는 국민대중을 필요로 하며, 자유스러운 표현체계의 유지는 개인의 자기실현을 확보하고 진리에 도달하는 수단이며 사회구성원의 정치적ㆍ사회적인 결단의 형성에 참가하는 것을 확보하는 수단일 뿐만 아니라 사회의 안정과 변혁과의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또한 자유민주주의 사회는 전체주의 사회와 달라서 정부의 무류성(無謬性)을 믿지 않으며 정부는 개인이나 일반대중과 마찬가지로 또는 그 이상으로 오류를 범한 가능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권력을 가진 자가 오류를 범한 경우의 영향은 대단히 크다고 하는 역사적 경험을 전제로 하여 정부가 국민의 비판을 수렴함으로써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을 보편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가 다른 기본권에 우선하는 헌법상의 지위를 갖는다고 일컬어지는 것도 그것이 단순히 개인의 자유인데 그치는 것이 아니고 통치권자를 비판함으로써 피치자가 스스로 지배기구에 참가한다고 하는 자치정체(自治政體)의 이념을 그 근간으로 하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라) 국가의 안전보장을 위하여 일정범위의 군사사항을 군사기밀로서 지정분류하여 보호하고 있음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선진민주주의 국가라고 할지라도 예외가 없는 터이지만, 거기에는 스스로 한계가 있는 것이며 그것이 필요이상으로 광범위하여 국민의 “알 권리”를 유명무실하게 할 정도가 되면 군사분야의 문제는 국민의 비판과 감시권(監視圈) 밖의 성역이 되어 오히려 그 역기능이 문제될 수 있는 것이니 그 보호막을 배경으로 불법 비리 책임회피적인 사태가 야기될 수 있는 것이다. 군사에 관한 사항이라고 하더라도 일정범위내의 것은 국민에게 이를 공개하여 이해와 협조를 구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국가의 실질적인 안전보장에 필요하고도 유익하다고 할 수 있으며 필요이상의 비밀의 양산은 국민의 정당한 비판과 감독의 여지를 말살하게 되어 주무기관의 자의와 전횡의 우려는 물론 국민의 불신ㆍ비협조ㆍ유언비어의 난무 등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고 아울러 국민의 국가에 대한 귀속의식 내지 공동체 구성원의식을 희석시키고 정치적 무력감, 소외감, 적대감을 갖게 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정부는 국가의 안전보장을 주도하고 책임지는 입장에서 비비밀(非秘密)의 비공개(非公開)에서 오는 부작용보다는 비밀이 공개되었을 때의 피해에 대하여 과민반응을 보일 수 있고 따라서 의심스러우면 일단 비밀로 해둠으로써 국가안보에 대비하고, 겸하여 국민의 비판과 질책을 면하는 것은 물론 사법부의 통제까지도 벗어나고자 하는 시도를 하기 쉬운 것이다.

그러나 국가의 안전보장을 이유로 분류한 기밀이 시각과 관점의 여하에 따라서는 국가의 안전보장을 침해할 우려가 적은 것으로 보일 수 있는 때가 있을 수 있고 설사 일부 그 기밀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비밀로 함으로써 얻는 국익보다 국민의 “알 권리”를 제한함으로써 초래될 수 있는 대내적 손실이 더 크다거나 대외적으로 한국의 국위선양을 크게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간과할 수 없는 것이다. 국가의 안전보장에 관한 주요 시책이라면 오히려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속에서 엄정한 여론의 여과과정을 거치게 하는 것이 시행착오를 예방할 수 있음은 물론 진정한 국민의 공감대를 기반으로 하여 실질적인 총력안보에 기여할 수 있는 강점이 있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마) 그러한 관점에서 군사기밀의 범위는 국민의 표현의 자유 내지 “알 권리”의 대상영역을 가능한 최대한 넓혀 줄 수 있도록 필요한 최소한도에 한정되어야 할 것이며 따라서 관계당국에서 어떠한 사항을 군사기밀로 규정하기만 하면 그내용이 비밀로서 보호되어야 할 실질가치의 유무 및 정도와 관계없이 모두 군사기밀이 되는 것이라고 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왜냐 하면 군사기밀보호법 제2조 및 제3조의 규정이 군사기밀에 대한 행정기관의 전단적이고 배타적인 지정권을 규정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뿐만 아니라 동법 소정의 군사기밀의 개념을 보면 군사사항을 거의 망라하였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그 범위가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즉, 군사기밀보호법 소정의 군사기밀은 그것이 지나치게 광범위하여 무효인 정도는 아니라고 할지라도 국민의 “알 권리”를 제한하는 면이 매우 크기 때문에 국민의 “알 권리”를 보호하고 아울러 이를 신장하기 위하여서는 그 범위가 한정적으로 해석되는 것이 온당하며, 그럼으로써 과잉금지(특히 피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의 원칙이 유지될 수 있고 규범내용의광범성에서 배태될 수도 있는 불확실성의 우려도 불식(拂拭)될 수 있는 것이다.

(바) 따라서 군사기밀이라 함은 비공지의 사실로서 관계기관에 의하여 적법절차에 따라 군사기밀로 분류표시 또는 고지된 군사관련 사항이어야 할 뿐만 아니라 아울러 그 내용이 누설될 경우 국가의 안전보장에 명백한 위험이 초래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그 내용자체가 실질적인 비밀가치를 지닌 비공지의 사실에 한하는 것이라고 한정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군사기밀이 실질비성(實質秘性)의 요건을 충족하여야 할 것으로 해석되는 이유는 비단, 위에 설시한 “알 권리”와의 조화의 측면에서 뿐만이 아니고 그 위반에 대한 높은 법정형 및 과실(단 과실범 처벌규정인 제9조는 위헌심판 대상규정은 아니다)까지도 처벌하고 있는 점에서 당연한 귀결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그 내용이 명백히 국가의 안전보장에 관련된 사항(진성비밀(眞性秘密))이 아니고 다만 정부의 정치적 이익 내지 행정편의에 관련된 사항(의사비밀(擬似秘密) 내지 가성비밀(假性秘密))임에 불과할 때에는 군사기밀보호법의 보호대상이 아닌 것이다.

그리고 형사소추된 사건에서 비밀의 실질가치 유무에 대한 최종심사는 의당 법원에 의하여 객관적으로 행하여져야 할 것이며(미합중국의 정보자유법이 명문으로 법원의 실질심사권을 인정하고 있는 점(5USC §552(a)(4))은 참고가 될 수 있다)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서 췌언을 요치 않는다.

“기밀”이라는 용어 자체가 한정된 사람에게만 알려진 사항을 의미하며 통상의 지식ㆍ경험을 갖추고 있는 보통의 사람이 상식으로 알고 있는 사실이라면 이미 더 이상 기밀이 될 수 없을 것이며 따라서 공지의 사실을 누설(고지라고 하는 것이 옳은 표현일 것이다)하였다면 군사기밀보호법위반으로 의율하여서는 안될 것이다.


4. 결론

이상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위헌심판 대상인 군사기밀보호법 제6조, 제7조, 제10조는 같은 법 제2조 제1항 소정의 군사기밀이 비공지의 사실로서 적법절차에 따라 군사기밀로서의 표지(標識)를 갖춤과 아울러 그 내용이 누설될 경우 국가의 안전보장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볼 만큼 실질가치를 지닌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적용된다고 할 것이므로 그러한 해석하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사건에 있어서 관여재판관의 평의의 결과는 단순합헌의견 3, 한정합헌의견 5, 전부위헌의견 1의 비율로 나타났는데, 한정합헌의견 (5)는 질적인 일부위헌의견이기 때문에 전부위헌의견(1)도 일부위헌의견의 범위내에서는 한정합헌의 의견과 견해를 같이 한 것이라 할 것이므로 이를 합산하면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2항 제1호 소정의 위헌결정정족수(6)에 도달하였다고 할 것이며 그것이 주문의 의견이 되는 것이다(법원조직법 제66조 제2항 참조).

이 사건 머리에 적은 주문 “……그러한 해석하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라는 문귀의 취지는 군사기밀보호법 제6조, 제7조, 제10조, 제2조 제1항 소정의 군사상의 기밀의 개념 및 그 범위에 대한 한정축소해석을 통하여 얻어진 일정한 합헌적 의미를 천명한 것이며 그 의미를 넘어선 확대해석은 바로 헌법에 합치하지 아니하는 것으로서 채택될 수 없다는 뜻이다.

이 결정은 관여재판관 중 재판관 변정수의 “5”와 같은 전부위헌의견, 재판관 한병채ㆍ재판관 최광률 및 재판관 황도연의 “6”과 같은 단순합헌의견, 재판관 조규광의 “7”과 같은 보충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재판관의 의견 일치에 따라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5. 재판관 변정수의 전부위헌의견

가. 민주국가의 군대는 국민의 군대이고, 국민에 의한 군대이며 국민을 위한 군대이지 국민위에 군림하는 군대일 수는 없다. 따라서 군대에 관한 사항도 가능한 한 소상히 국민에게 알려서 국민의 감시를 받아야 한다. 물론 군대에 관한 영역은 다른 분야와 달리 비밀로 하여야 할 기밀사항이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그 기밀사항은 어디까지나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를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사항에 그쳐야 하고 그밖의 것은 모두 국민에게 공개되어 시시비비의 비판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군대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서도 주권자인 국민의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하고 그러한 표현의 자유의 제한은 그것을 기밀로 하지 아니하면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에 현실적인 위험이 초래될 것이 명백한 경우에 한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군사기밀보호법의 별표와 동 법시행령을 살펴 보면 군사기밀의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여 군사에 관한 사항이 총망라되어 있어 도대체 어떠한 사항이 군사상의 기밀에 해당되지 않는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이다. 그리하여 권력이나 군이 국민들에게 알려지기를 바라지 않는 사항은, 그것이 국가안전보장상 해로운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군사기밀이 될 수 없는 사항까지도, 군사기밀로 분류함으로써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국민의 정치ㆍ경제적 권리를 억압할 수 있는 소지를 다분히 가지고 있어 이러한 법률은 군대가 국민위에 군림하는 군사정권하에서나 있을 수 있는 법률이지 국민이 주인인 진정한 민주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법률이다(이 법률은 1972.10.17. 소위 유신 선포후 군사통치하의 비상국무회의에서 만든 것이다).

나. 위와 같이 군사에 관한 사항이라면 모조리 군사상의 기밀에 해당될 수 있게끔 광범위한 군사상의 기밀사항을 설정해 놓고 그것이 국가안전보장상 명백하고도 현실적으로 해로운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 사항이냐의 여부를 가릴 것 없이 이것을 탐지ㆍ수집한 행위, 누설한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한 군사기밀보호법 제6조, 제7조, 제10조(심판제청되지 아니한 제9조는 심지어 과실누설까지도 처벌토록 하고 있다)는 첫째로 군사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주권자인 국민의 눈과 귀를 완전히 차단코자 하는 것이어서 국민주권을 선언한 헌법 제1조 및 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보장한 헌법 제21조 제1항 및 기본권 제한의 한계규정인 헌법 제37조 제2항의 각 규정에 위반되고, 둘째로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불명확한 사항을 형벌법규의 구성요건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죄형법정주의를 규정한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의 규정에 위반된다고 아니할 수 없다.

다. 다수의견은 군사기밀보호법 소정의 군사상의 기밀의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여 위헌성이 있다는 것을 시인하면서도 이 법률을 아주 없애서는 곤란하니 법 제2조 제1항 소정의 군사상의 기밀을 “비공지의 사실로서, 적법절차에 따라 군사기밀로서의 표지를 갖추고 그 누설이 국가의 안전보장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볼 만큼의 실질가치를 지닌 경우”로 한정하면 위헌성이 없어지니 그러한 해석아래 이 법을 합헌으로 보자는 것이나 법 제2조의 취지는 그 조문 제1항의1 내지 7사항으로서 제2항의 별표에 나열된 사항은 그것이 누설되면 국가안전보장상 해로운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 사항이므로 그것들은 모두 군사상의 기밀에 해당된다는 취지이지 거기에 나열된 사항 중에서도 그 내용이 누설되면 국가안전보장에 해로운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것만을 선택하여 군사상 기밀로 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군사상 기밀로 하지 말라는 취지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의견이 법 제2조의 문리해석의 범위를 완전히 초월하여 군사기밀로 나열된 사항 가운데서 주문에 해당된 사항만을 군사상 기밀로 좁게 해석하면 합헌이 된다고 한 것은 이는 법률에 대한 헌법합치적 해석의 범위를 완전히 일탈한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그리고 다수의견이 제시한 군사상의 기밀의 적용기준에 의하더라도 어느 것이 “비공지의 사실”이고 또한 어떤 경우가 “그 내용이 누설될 경우 국가의 안전보장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볼 만큼의 실질가치를 지닌 경우”인가 등의 판단은 오로지 수사기관이나 법관의 주관적인 자의적 해석에 맡길 수밖에 없는 애매모호한 것이어서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

라. 나는 이러한 류의 결정이 나갈 때마다 여러 측면에서 그 부당성을 지적해 왔거니와 “어떠어떠하게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라든가 또는 “어떠어떠하게 해석되므로 이러한 해석하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라는 주문형식은 단순합헌결정의 이유의 일부를 주문에 옮겨 쓴 것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서 다수의견이 주장하는 것처럼 결코 부분적 위헌선언 내지 일부위헌의 효과를 가질 수 없는 것이다. 주문이 어떠한 형식으로 분식(粉飾)되든 간에 그것이 본질적으로 합헌결정에 지나지 않는 이상 그 자체 법원 기타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기속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구성요건의 불명확성과 광범위성으로 인하여 당연히 무효이거나 위헌인 법률을 적당히 호도하여 위헌결정을 회피하고 있다고 평하여도 어쩔 도리가 없을 것이다(물론 법원이나 수사기관이 결정 주문을 존중하여 그에 따라주면 다행한 일이다). 특히 신체의 자유를 직접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형벌법규에 대한 위헌심판에서는, 위와 같은 애매모호한 형태의 주문이 남용되기 쉬운 형법법규의 운용에 제동을 걸기는 커녕 오히려 위헌법률의 적용ㆍ집행을 합리화 시켜주고 있다는 점도 간과하여서는 아니될 것이다.

다수의견은 주문과 같은 형태를 “한정합헌결정”이라고 부르고 이러한 형태의 주문의 법률에 질적 일부위헌요소가 있을 때 합헌적인 부분을 살리면서 위헌부분만을 떼어 내는 것이라고 설명하나 법률에 위헌요소가 있으면 그것은 곧 위헌법률이고 위헌선언을 받아야 할 법률이다. 그리고 질적으로 위헌성 있는 법률을 아주 없앨 것인가 아니면 그것을 어떠한 내용으로 개정함으로써 위헌성을 제거하여 존치시킬 것인가는 입법부의 소관이다. 위헌법률을 헌법재판소가 멋대로 변조할 권한은 아무데서도 찾을 수 없다.

결국 다수의견의 의도는 위헌법률이라도 그것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법률이어서 위헌선언하기가 난처하거나 현실적으로 존치시켜야 할 법률이라고 생각되면 질적 일부위헌이라는 이름아래 적당히 법률을 변조하여 존치시키자는 것에 있는 것으로서 이는 입법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이자 헌법재판소의 본질적 책무의 포기여서 이러한 처사 자체가 바로 위헌이고 부당한 것임은 더이상의 설명이 필요없을 것이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써 나는 다수의견에 반대한다.


6. 재판관 한병채, 재판관 최광률, 재판관 황도연의 단순합헌의견

가. 다수의견은 이 사건의 심판대상인 군사기밀보호법(이하 “법”이라한다) 제2조ㆍ제6조ㆍ제7조 및 제10조의 규정 중 제2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군사상의 기밀”의 정의(定義)는 여러가지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고, 그 해석 여하에 따라서는 국민의 “알 권리”의 내용을 본질적으로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으므로, 합헌적 법률해석(合憲的 法律解釋)을 할 필요가 있으나, 그 나머지는 내용이 애매하다거나 범위가 너무 넓어 죄형법정주의 내지 구성요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違背)된다고 볼 수 없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또한 다수의견은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군사상의 기밀”의 개념을 헌법에 합치되게 해석하는 경우에는 군사상의 기밀을 “비공지의 사실로서 적법절차에 따라 군사기밀로서의 표지(標識)를 갖추고, 그 누설이 국가의 안전보장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볼 만큼의 실질가치를 지닌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는 것”으로 한정해석하여야 하고, 위 규정은 “그러한 해석하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위와 같은 다수의견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반대의견을 제시한다. 즉 다수의견이 인정하는 법 제2조 소정의 정의규정에 대한 합헌적 법률해석의 필요성과 같은 규정에 대한 합헌적 법률해석의 구체적 내용에 대하여는 쉽사리 찬성할 수 없으므로 이에 반대한다. 다만, 다수의견이 판시하는 나머지 규정들에 대한 합헌판단(合憲判斷)에 대하여는 달리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다. 이하에서 우리는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나. 먼저, 법 제2조의 규정취지와 그 법문(法文)의 의미를 검토하여, 다수의견이 강조하는 합헌적 법률해석의 필요성의 유무를 살펴 본다.

법 제2조의 규정취지를 살펴보면, 그 조문제목은 “군사상의 기밀의 범위”로 되어 있으나, 그 조문내용은 제1항의 정의규정과 제2항의 범위규정으로 나누어져 있고, 이러한 정의규정과 범위규정을 통하여 법은 그 제5조 이하에 규정한 벌칙규정(罰則規定)의 구성요건을 보다 명확하게 하겠다는 취지인 것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그 제1항의 정의규정에서는 군사상의 기밀의 정의에 관하여 그 실질적 요건ㆍ적용대상ㆍ종류구분 및 형식적 요건을 명시하는 방법으로 소상하게 규정하고 있고, 그 제2항의 범위규정에서는 군사상의 기밀의 범위에 관하여 무려 25개항에 달하는 별표(別表)의 내용을 통하여 구체적으로 열거ㆍ한정하고 있다. 다수의견에서도 위 제2항의 범위규정에는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이므로, 여기서는 위 제1항의 정의규정만을 검토의 대상으로 삼고, 그 법문의 표현을 개별적으로 분석하여 그 의미를 밝혀보기로 한다.

첫째, “그 내용이 누설되는 경우 국가안전보장상 해로운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것”이라는 법문의 표현은 군사상의 기밀의 실질적 요건을 규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반적으로 국가비밀법제(國家秘密法制)에 있어서 비밀의 실질적 요건으로 “비공지성(非公知性)”과 “요비닉성(要秘匿性)”의 두 가지를 규정하고 있는데, 후자의 요비닉성이란 대체로 비밀로 은닉하고 보호하여야 할 필요성과 상당성을 가리키고 있다. 우선 전자의 비공지성에 관하여 살펴보면, 언뜻 보기에는 법 제2조 제1항이 이를 전혀 규정하지 아니하고 있는 것 같으나, 비밀이라는 것은 그 어의(語義) 자체에 “일반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법문에서 “그 내용이 누설되는 경우”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 것은 바로 “비공지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법이 이를 규정하지 아니하였다고 말할 수 없다. 또한 후자의 요비닉성에 관하여는 다수의견이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는 것처럼 다만 “국방상 비닉이 필요한 비밀”이라는 막연한 표현을 쓰고 있는 입법례도 흔히 있는데(예, 일본ㆍ중화민국ㆍ프랑스ㆍ미국), 법 제2조 제1항은 그것보다 한걸음 더 나아가 누설되는 경우에 일어날 수 있는 국가안전에 관한 위해(危害)와 관련하여 비밀의 요비닉성 내지 실질가치를 비교형량(比較衡量)하게 하는 기준까지 제시하고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법문의 표현은 내외의 다른 입법례에서는 쉽사리 그 예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다만, 독일형법 제93조 제1항은 “독일연방공화국의 대외적 안전에 중대한 불이익을 가져올 위험을 회피하기 위하여”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데, 이는 우리와 비슷한 입법례라고 할 수 있다), 구체적이고 명료한 실질적 요건을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둘째, “다음 각 호에 게기하는 사항”과 이를 받는 제1호 내지 제7호의 게기사항(揭記事項)에 적힌 법문의 표현은 군사상의 기밀의 적용대상을 규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즉 법문에서는 ① 군사에 관한 정책ㆍ전략ㆍ외교ㆍ작전계획ㆍ용병, ② 군의 편제ㆍ장비ㆍ동원, ③ 군사정보, ④ 군의 운수ㆍ통신, ⑤ 군용물의 생산ㆍ공급ㆍ연구, ⑥ 군의 중요부서의 인사 및 ⑦ 향토예비군의 편제ㆍ장비ㆍ동원에 관한 사항에 관계되는 비밀로서, 실질적 요건 및 형식적 요건을 갖춘 것을 군사상의 기밀이라고 규정하였다. 결국 법은 위 7가지 사항으로 군사상의 기밀의 적용대상을 한정함으로써, 그 정의규정을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것으로 만들고 있는 셈이다.

셋째, “……사항 및 이에 관계되는 문서ㆍ도화ㆍ또는 물건”이라는 법문의 표현은 군사상의 기밀의 종류구분(種類區分)을 규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부분의 법문표현은 군사상의 기밀이 무형비밀(無形秘密)과 유형비밀(類型秘密)로 나뉜다는 것을 밝히고, “군사사항”에 관한 사실이나 정보는 무형비밀이고, 이에 관계되는 문서ㆍ도화ㆍ물건은 유형비밀이라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넷째, “제4조의 규정에 따라 군사상의 기밀이 해제되지 아니한 것”이라는 법문의 표현은 군사상의 기밀의 형식적 요건을 규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원래 비밀의 형식적 요건은 적법한 비밀지정권자가 비밀지정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위 법문에 나오는 “해제”라는 용어는 본래 행정법에서는 행정처분 기타 행위로 말미암아 현존하는 계속적인 법률관계의 효력을 장래에 향하여 해소시키는 것을 뜻하므로, 당연히 비밀의 지정이 있은 것을 전제로 한 표현이다(예, 국토이용관리법 제21조의2 제6항에 의한 규제구역의 지정의 해제, 또는 문화재보호법 제12조에 의한 문화재지정의 해제). 물론 법이나 그 하위법령에는 “기밀보호상의 조치”,“보호조치” 또는 “비밀분류”라는 용어를 쓰고 있을 뿐,“비밀지정”이라는 용어는 쓰고 있지 아니하다. 그러나 그러한 용어 특히 비밀분류라는 용어는 실정법상의 표현에 불구하고, 그 법적 성질은“비밀의 지정”을 뜻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법시행령 제2조ㆍ제8조 및 보안업무규정 제2조 제1호ㆍ제9조ㆍ제10조 각 참조), 위 법문의 표현을 그렇게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법 제2조 제1항에 규정한 군사상의 기밀의 정의는 그 실질적 요건과 형식적 요건을 아울러 규정함으로써, “국가기밀의 보호와 국민의 기본권보장” 또는“국가안보와 민주주의”라는 두가지 상충 되는 이념을 적절하게 조화시키고 있다. 원래 국가비밀법제에서 비밀의 개념 내지 요건을 규정하는 입법태도 내지 입법주의(立法主義)에는 형식주의ㆍ실질주의ㆍ절충주의의 3가지가 있는데, 국가기밀을 보호하여 국가의 안전보장을 도모하면서도 국민의 알 권리를 최대한으로 보장하여 국민주권의 원리와 기본권보장의 원칙에 충실할 수 있는 가장 우수한 입법주의는 절충주의(일명, 실질ㆍ형식비주의)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법은 그와 같은 절충주의를 채택하여 실질적 요건과 형식적 요건을 아울러 규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실질적 요건을 규정한 법문의 표현은 대단히 구체적이고 명료한 것이어서 비교적 “준수한 입법례”라고 말할 수 있다.

또한 법은 비밀지정의 양산(量産)을 방지하기 위하여 비밀의 종류구분에서 무형비밀과 유형비밀을 모두 망라하는 것으로 하되, 그 적용 대상을 7가지 사항으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으며, 다시 같은 조 제2항과 별표에서 그 적용범위를 열거적으로 한정하고 있다. 따라서 법 제2조 제1항에서 규정한 “군사상의 기밀”의 개념은 명료하고 구체적이어서 헌법 제12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파생되는 구성요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될 여지도 없고, 헌법 제21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도출되는 국민의 알 권리의 내용을 본질적으로 침해할 소지도 없다고 판단된다.

한편 헌법재판에서 변형결정(變形決定)의 한 유형으로 쓰이는 “합헌적 법률해석”은, 해석의 대상이 되는 법문의 말뜻에서 나오는 문의적 한계(文意的 限界)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합헌적 법률해석은 법문이 표현하고 있는 범위안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명료한 문의는 합헌적 해석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에서 다수의견이 법 제2조 제1항에 정한 군사상의 기밀의 정의규정이 헌법에 위반되는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합헌적 법률해석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은, 심판의 대상인 법 제2조 제1항의 규정취지와 법문의 의미를 오해함으로써 합헌적 법률해석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다. 다음에는, 설사 합헌적 법률해석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를 대비하여, 다수의견이 제시하는 합헌적 법률해석의 구체적 내용의 당부를 살펴본다.

첫째, 다수의견은 군사상의 기밀은 “비공지의 사실”에 한정되는 것으로 제한해석하여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미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비밀이라는 것은 그 어의 자체에 “일반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법문에서 “그 내용이 누설되는 경우”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 것은 바로 비공지성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점에 관한 다수의견은 위 법문의 의미를 오해하여 당연한 것을 부연(敷衍) 설명하거나, 같은 말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둘째, 다수의견은 군사상의 기밀은 “적법절차에 때라 군사기밀로서의 표지를 갖춘 것”에 한정되는 것으로 제한해석하여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 점에 대하여도 이미 설명한 바와 같이 법 제2조 제1항은 “제4조의 규정에 따라 군사상의 기밀이 해제되지 아니한 것”이라는 형식적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위 법문에 나오는 “해제”라는 용어는 당연히 비밀의 지정이 있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고, 비밀지정이 되면 당연히 비밀보호상의 조치를 취하게 되어 있으며, 그 조치속에는 으례히 등급별로 된 비밀의 표지(標識)를 붙여 비밀표시를 하게 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 점에 관한 다수의견 역시 같은 내용의 명료한 요건을 표현만 바꾸어 되풀이 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보기에 따라서는 다수의견이 쓰고 있는 “적법절차에 따라 군사기밀로서의 표지를 갖춘 것”이라는 표현이, 법문에서 쓰고 있는 “제4

조의 규정에 따라 군사상의 기밀이 해제되지 아니한 것”이라는 표현보다 오히려 더 애매하다고 할 수도 있다. 아무튼 다수의견이 시도하는 형식적 요건의 변경은 합헌적 법률해석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단순한 표현의 변경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셋째, 다수의견은 군사상의 기밀은 “그 누설이 국가의 안전보장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볼 만큼의 실질가치를 지닌”것에 한정되는 것으로 제한해석하여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법 제2조 제1항은 “그 내용이 누설되는 경우 국가안전보장상 해로운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것”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양자를 비교하면 “명백한”이라든가 “실질가치”와 같은 수식어가 추가된 것 외에는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다수의견도 시인하고 있는 것처럼 형벌법령이라는 것은 법규의 성질상 어느 정도의 일반성ㆍ추상성을 면할 수 없고, 그 적용단계에서 법관의 입법취지에 따른 보충해석(補充解釋)을 필요로 하는 것이므로, 다수의견에서 제시하는 것과 같은 수식어의 추가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점에 관한 다수의견 역시 합헌적 법률해석이라는 명문을 내세워 “같은말되풀이”(同語反覆)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결국 이상에서 검토한 것을 종합하면, 다수의견이 제시하는 합헌적 법률해석의 구체적 내용은 법 제2조 제1항에서 규정한 군사상의 기밀의 형식적 요건과 실질적 요건에 관한 법문의 의미를 오해함으로써, 당연한 것을 부연 설명하거나, 같은 내용의 명료한 요건을 표현만 바꾸어 되풀이하거나, 아니면 실속없이 같은 말을 되풀이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라. 이상과 같은 이유로, 우리는 다수의견이 인정하는 법 제2조 소정의 군사상의 기밀의 정의규정에 대한 합헌적 법률해석의 필요성에 대하여는 이를 쉽사리 수긍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다수의견이 제시하는 같은 정의규정에 대한 합헌적 법률해석의 구체적 내용에 대하여는 더욱 찬성할 수 없으므로, 이를 모두 반대한다. 다만, 다수의견이 판시하는 나머지 규정들에 대한 합헌판단에 대하여는 그 이유설시에 다소 미흡한 점이 있다고 보지만, 그 결론 자체에는 찬성이므로 달리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다.

요컨대 우리는 이 사건에 대하여 전체적으로 “단순합헌선언”을 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한다.

7. 재판관 조규광의 보충의견

가. 헌법재판소가 법률의 의미와 적용범위를 합헌적인 방향으로 축소하는 재판으로는 한정축소적 합헌해석방법을 취하여 머리주문과 같은 표현을 하는 방법과 거꾸로 일정한 사안례군을 법률의 적용범위로부터 제외시키는 한정적 위헌선언방법이 있을 수 있다. 즉, 전제사건의 사실관계에 대하여 적용하게 될 법률의 합헌성 여부가 헌법재판소의 심사대상이 되었을 경우, 전체사건과의 상관관계하에서 법률의 문언, 의미, 목적을 살펴 한편으로 보면 합헌이고 다른 한편으로 보면 위헌으로 판단될 수 있는 등 다의적인 해석 가능성이 생길 때 헌법재판소는 일반적인 해석 작용이 용인되는 범위내에서 종국적으로 어느 해석가능성이 가장 헌법에 합치되는가를 가려 한정축소적 해석을 통하여 합헌적인 일정한 범위내의 의미내용을 확정하여 이것이 그 법률의 본래적인 의미이며 그 의미 범위내에 있어서는 합헌이라고 말할 수 있고(따라서 그 이외의 해석 가능성은 위헌임을 지시), 또 하나의 방법으로는 위와 같은 합헌적인 한정축소 해석의 타당영역밖에 있는 사안례에까지 법률의 적용범위를 넓히는 것이 위헌이라는 취지로 법률의 문언자체는 그대로 둔 채 한정조항을 붙여 한정적 위헌의 선언을 할 수도 있다(1989.7.21. 선고, 헌법재판소 89헌마38 결정, 재판관 조규광의 보충의견 참조).

이와 같이 한정적 합헌해석은 법률의 해석 가능성을 기준으로 하고, 한정적 위헌선언방법은 법률의 적용범위를 기준으로 하는 점에서 이론적으로는 서로 차이점이 있으나, 위 두 가지의 기준은 일반적으로는 서로 표리관계에 있어서 실제적으로는 차이가 있다 할 수 없다. 합헌적인 한정축소해석은 위헌적인 해석 가능성과 그에 따른 법적용을 소극적으로 배제하고, 적용범위의 축소에 의한 한정적 위헌선언은 위헌적인 법적용 영역과 그에 상응하는 해석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배제한다는 뜻에서 차이가 있을 뿐, 다 같이 본질적으로는 일종의 부분적 위헌선언이며 실제적인 면에서 그 효과를 달리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양자는 법문의미가 미치는 사정거리를 파악하는 관점, 법문의미의 평가에 대한 접근방법 그리고 개개 헌법재판 사건에서의 실무적인 적의성 등에 따라 그 중 한가지 방법을 선호할 수 있을 따름이다.

헌법재판소가 한정축소적 합헌해석방법을 취한 경우에 이 부분적 위헌선언이 법률해석의 지침을 제시하는데 그치지 아니하고 나아가 한정적 위헌선언을 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본질적으로 부분적 위헌선언의 효과를 부여하여 국가기관에 대한 기속력까지를 가질 수 있게 하기 위하여는 이러한 내용은 결정의 이유에 표시되는 것만으로서는 부족하고 결정의 주문에까지 등장시켜야 한다. 왜냐하면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1항에 의하면 법률의 “위헌”결정만이 법원 기타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어떠한 결정이 위헌인지의 여부는 그 결정의 주문에 포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사건 주문은 한정축소적 합헌해석방법을 취하였으나 위에서 밝힌 바와 같이 본질적으로는 부분적 위헌선언으로서의 법적 효과를 지닌다.

1992. 2. 25.

재판장 재판관 조규광

재판관 변정수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한병채

재판관 이시윤

재판관 최광률

재판관 김양균

재판관 김문희

재판관 황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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